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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비상계엄 사태의 여파로 외국인이 38억6000만 달러(약 5조6367억 원) 규모의 국내 주식 및 채권을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팬데믹 초기인 2020년 3월(73억7000만 달러 순유출) 이후 최대 규모다. 15일 한국은행은 ‘2024년 12월 이후 국제금융 및 외환시장 동향’을 발표하며 지난달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 25억8000만 달러, 채권 12억8000만 달러를 순매도했다고 밝혔다. 외국인들은 지난해 8월 이후 매달 국내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다. 한국은행은 12월에도 국내 반도체 기업 성장성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는 가운데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 글로벌 금리 인하 지연 등의 이슈로 주식 자금이 빠져나갔다고 설명했다. 채권시장에서도 외국인들이 12월에는 ‘팔자’로 돌아섰다. 연말을 앞두고 외국인 투자가 둔화된 상황에서 국고채 만기상환이 집중됐다. 또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역전, 원-달러 환율 상승 등으로 차익거래유인이 낮은 상태가 이어진 것도 채권 순유출 전환에 영향을 줬다. 투자자들은 같은 만기와 신용도를 가진 채권 사이 가격 차이를 이용한 차익거래를 하곤 하는데 한국 채권의 매력이 떨어졌다는 의미다. 국가 부도 위험을 보여주는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CDS프리미엄은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며 전월대비 2bp(100bp=1% 포인트) 올라 36bp로 나타났다. 다만 2022년 10~11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긴축기(59bp)나 2023년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43bp) 등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었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177조 원(순자산총액 기준) 규모로 성장했다. 개인투자자들의 주식투자 열풍이 불기 시작한 2020년(52조 원)과 비교했을 때 4년 만에 세 배 이상으로 불어난 것이다. 양적인 성장을 통해 투자자들의 선택지가 확대됐지만, 마케팅 경쟁 등 출혈경쟁이 나타난 데다 혁신적인 상품은 정작 눈에 띄지 않는다는 그늘도 존재한다.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에서 거래 중인 ETF 937개의 순자산총액은 176조8955억 원에 달한다. 2023년 말(121조657억 원)과 비교했을 때 1년여 만에 46.1% 성장했다. 같은 기간 상장된 ETF 종목 수도 812개에서 937개로 125개(15.3%)나 늘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2경 원에 달하는 글로벌 ETF 시장을 고려하면 규모 면에선 아직 크지 않지만, 성장 속도는 다른 나라에서 찾기 힘든 수준”이라고 말했다. 2002년 ETF가 처음 상장된 뒤 20여 년이 흐르며 ETF 시장의 구조도 바뀌었다. 자산의 10% 이상을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파생형 ETF, 코스피·S&P500 등 기초지수를 추종하는 것 이상의 성과를 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액티브 ETF 등의 비중이 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미국 등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ETF의 성장이 두드러진다. 국내 자산에 투자하는 ETF의 순자산총액은 2018년 37조593억 원에서 지난해 말 106조6502억 원으로 2.9배 증가하는 데 그친 반면, 해외자산에 투자하는 ETF는 같은 기간 2조6642억 원에서 64조8375억 원으로 24.3배나 커졌다. 국내 증시가 부진한 반면 미국 증시가 고성장을 이어간 2023년(27조4724억 원)과 지난해(64조8375억 원) 해외 자산에 투자한 ETF가 큰 폭으로 늘었다. 자산운용사들의 경쟁 구도도 달라지고 있다. 국내 최초 ETF를 선보인 뒤 점유율 1위를 지켜온 삼성자산운용의 지난해 말 기준 점유율은 38.17%로 2위 미래에셋자산운용(36.09%)과의 격차가 줄었다. 3위 자리를 두고 KB자산운용(7.82%)과 한국투자신탁운용(7.56%)의 경쟁도 치열하다. 자산운용사 간 경쟁은 보수 인하로도 이어지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 김재칠 선임연구위원과 권민경 연구위원이 ETF 운용보수율을 분석한 결과 2011년 31.6bp(100bp=1%포인트)였던 시장 전체의 자산가 중 평균 운용보수율이 지난해 6월 말 16.3bp까지 하락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두드러진 양적 성장에 비해 ‘새로운 게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점유율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배터리,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시장의 관심을 받는 ETF가 출시되면 다른 자산운용사에서도 유사한 ETF를 뒤따라 내놓는 등 ‘미투(Me too) 상품’이 범람한 영향이다. ETF 시장의 판도를 바꿀 가상화폐 현물 ETF도 국내에서는 먼 미래다. 지난해 뉴욕증시에 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ETF는 불과 출시 1년 만에 금 ETF와 맞먹는 규모로 성장했지만 아직까지 금융당국은 이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국내 금융당국이 가상화폐 ETF에 보수적인 데다 비트코인 수탁이나 리스크 컴플라이언스(준법관리) 등의 기준도 미비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미국 고용지표 호조에 따른 달러 강세로 원-달러 환율이 올해 들어 처음으로 1470원대로 올랐다. 환율 불안이 지속되는 가운데 지난해 12월 한국은행은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출렁이는 금융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47조 원 이상의 환매조건부채권(RP)을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연간 총액보다도 많은 규모다. 13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5.8원 오른 1470.8원으로 장을 마쳤다. 4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올해 첫 1470원대로 올랐다. 또 미국 국채 금리 상승의 영향으로 한국 국채 금리도 일제히 상승했다. 원-달러 환율이 오른 것은 미국 고용지표가 시장 전망을 상회하며 달러가 강세를 보인 탓이다. 10일(현지 시간) 한국 시장이 장을 마친 뒤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지난해 12월 비농업부문 고용자 수는 전월 대비 25만6000명 늘었다. 16만 명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 시장 예상을 크게 뛰어넘었다. 미국의 경기 호조가 이어진다면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서둘러 금리 인하에 나설 이유가 줄어든다. 미셸 보먼 연준 이사는 9일(현지 시간) 캘리포니아에서 진행한 연설에서 “인플레이션 위험이 증가했기 때문에 금리 인하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금리 인하가 미뤄질 기미에 13일 달러인덱스도 전 거래일 대비 0.19포인트 오른 109.84까지 상승했다. 달러인덱스는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다. 요동치는 원-달러 환율에 16일 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 방향을 결정할 예정인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비상계엄·탄핵 사태를 거치며 위축된 소비·투자 등 내수를 고려하면 금리 인하가 필요하지만, 미 연준이 동결한 와중에 한은만 금리를 인하할 경우 금리 격차가 더 벌어져 원-달러 환율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린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경기 부양의 필요성은 인정하나 현재는 우선 환율을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 환율이 안정된 뒤 금리 인하에 나서도 늦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건설 투자, 소비 침체 등 내수 경기가 워낙 좋지 않기 때문에 우선 금리를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한편 한은이 지난해 연간 최대 규모인 106조1000억 원의 RP를 매입했는데 이 중 45%가 12월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정일영 의원에 따르면 한은은 지난해 1∼11월 58조5000억 원, 12월 47조6000억 원의 RP를 매입했다. 비상계엄 사태로 금융시장이 불안해지자 시장에 유동성을 불어넣기 위해 한은이 RP를 매입한 것이다. 47조6000억 원은 코로나 팬데믹이던 2020년 연간 RP 매입액(42조3000억 원)을 뛰어넘은 규모다. 이를 두고 한은은 “RP 매입으로 공급된 유동성은 매매 기간 이후 회수되기 때문에 부작용은 매우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지난해 부진했던 한국 증시가 올해 들어선 5%가량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8월 이후 5개월 연속 ‘팔자’였던 외국인이 순매수로 돌아선 영향이다. 12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은 10일 2,515.78로 장을 마치며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 종가(2,399.49) 대비 4.8% 올랐다. 코스닥은 지난해 12월 30일 678.19에서 10일 717.89로 5.9% 뛰었다. 같은 기간 주요국 증시와 비교해도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유럽 17개 국가 증시를 종합한 유로스톡스600지수는 1.3% 상승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20% 넘게 상승한 일본 닛케이225는 1.75% 하락했고, 2년간 초강세였던 미국 나스닥(―0.8%), S&P500(―0.9%)도 올해 들어선 각종 경제지표가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키우며 약보합세다. 올해 국내 증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배경 중 하나로 지난해 12월 대비 안정화된 환율이 거론된다. 지난해 12월 30일 원-달러 환율은 1472.5원까지 치솟았으나 올해 들어선 1460원대에 머물며 비교적 안정된 움직임을 보였다. 파운드, 엔 등의 통화가 올해도 약세 흐름을 이어간 것과 대조적이다. 글로벌 증시가 고평가됐다는 우려도 저평가된 한국 증시로의 투자 자금 유입을 부추겼다.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내내 한국 주식을 순매도했던 외국인은 올해 들어서 코스피에서 1조5486억 원을 순매수하며 증시를 견인했다. ‘반도체 투톱’인 SK하이닉스(9611억 원)와 삼성전자(2373억 원)를 집중 매수했다. 다만 본격적인 상승 전환으로 보기는 힘들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김성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초 코스피의 강한 상승세는 추세적인 상승보다는 낙폭과대에 따른 자율반등으로 보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며 “반도체 기업 등의 실적 저조도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이런 이유로 올해 증시의 향후 움직임은 금리 및 원-달러 환율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정책의 수혜 여부 등의 영향에 좌우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북미 시장은 경쟁이 심하고 기술 변화도 빨라 차별화된 기술과 제품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의 중요성이 계속 커지고 있습니다.”(박인욱 현대모비스 북미연구소장) 지난해 12월 16일 미국 미시간주 플리머스의 현대모비스 북미연구소를 찾았다. 미시간주는 북미 상위 100대 자동차 관련 기업 중 96곳이 본사 및 거점 시설을 두고 있는 곳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미국 자동차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진 뒤부터 현지에선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로도 불리지만, 여전히 ‘미 자동차 산업의 메카’로 통한다. 이날 연구소에서는 미래차 개발에 필요한 다양한 기술 연구가 진행되고 있었다. 건물 안에는 자율주행, 인포테인먼트, 전기식 브레이크 등과 관련된 실험이 진행되는 연구실이 자리 잡고 있었다.● GM 등에 기술과 제품 제공현대모비스는 2004년 현대자동차를 지원하기 위해 미국에 처음 진출했다. 2008년 자체 R&D 조직을 설립했고 2014년 별도 연구소를 세웠다. 그 후 기술력을 인정받아 제너럴모터스(GM), 스텔란티스, 리비안 등 미국 자동차 기업에도 기술과 제품을 제공했다. 설립 초기 40여 명이었던 연구소 인력도 200여 명으로 늘어났다. 현지에서 이 연구소는 한국 자동차 기술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주는 사례로도 여겨진다. 1986년 현대차가 ‘포니 엑셀’을 수출하며 한국 자동차의 미국 시장 진출이 시작됐지만, 1990년대 중·후반까지 한국 자동차의 이미지는 ‘성능이 떨어지는 값싼 차’였기 때문이다. 이랬던 한국 자동차가 미국에 연구소를 세워 현지 자동차 기업과 협력하고, 미래차 기술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는 건 특별한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현지 자동차 업계에서의 위상 역시 올라가고 있다. 미시간주 경제개발공사(MEDC)의 레이철 도널드슨 글로벌 비즈니스 유치 총괄 이사는 “현대모비스를 포함한 미시간주의 한국 기업은 미국의 산업 발전과 첨단 기술 개발에서 없어선 안 될 핵심 파트너”라고 호평했다.● 韓美 기업은 반도체·배터리 분야도 핵심 파트너 한국과 미국 기업은 자동차 외에 반도체, 배터리 등 다른 첨단산업 분야에서도 긴밀한 협력을 펼치며 ‘윈윈’을 이어가고 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 반도체 기업들은 전 세계 시장의 약 35%를 점유했다. 하지만 한국 대만 등에 밀리며 2020년대 들어 시장 점유율은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현재 10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이하 첨단 고집적 반도체는 한국과 대만만 생산이 가능하다. 이에 미국은 대규모 보조금 지급 등을 통해 외국 반도체 기업이 미국에 직접 생산 및 연구 시설을 짓도록 독려했다. 한국 기업은 이 ‘러브콜’에 가장 적극적으로 화답했다. 미국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현지 전자 기업들과의 기술 협력과 우수 인력 확보 등을 위한 취지였다. 삼성전자는 총 370억 달러(약 54조6120억 원)를 투자해 텍사스주에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SK하이닉스도 인디애나주에 38억7000만 달러를 투입해 첨단 메모리 반도체 패키징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두 회사는 미국 정부로부터 각각 47억4500만 달러, 4억5800만 달러의 보조금을 받을 예정이다.● 韓 제조 역량과 美 연구기술 시너지 반도체 분야에서 두 나라의 협력이 긴밀히 진행되는 건 한국 기업들의 앞선 기술력 때문이란 평가가 많다. 메모리 반도체 점유율 1위 삼성전자는 3nm 첨단 시스템 반도체 양산이 가능하다. SK하이닉스 역시 인공지능(AI) 반도체의 핵심인 첨단 고대역폭메모리(HBM) 양산에서 선진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이 반도체 및 AI 산업 생태계를 강화하려 하면 할수록 첨단 반도체의 핵심 기술을 지닌 한국 기업과의 협력이 필수적인 것이다.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2000년을 전후로 일본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 쇠퇴하면서 한국 기업이 안정적인 제품 공급이 가능한 사실상 유일한 미국의 파트너가 됐다”며 한국 기업이 AI 반도체의 핵심인 HBM의 양산 등에서도 선도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배터리도 마찬가지다. GM, 포드, 스텔란티스 등 유명 미국 완성차 기업은 전기차 개발 과정에서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한국 배터리 기업과 긴밀히 협력했다. 얼티엄셀스(LG에너지솔루션-GM), 블루오벌SK(포드-SK), 스타플러스에너지(삼성SDI-스텔란티스) 등 합작법인(JV)을 세워 전기차 배터리 제조에 나섰다. 이는 미국의 약점인 배터리 양산 기술과 제조 역량을 한국 기업이 보유했기 때문이다. 그 대신 미국은 세계적인 명문 공대와 연구소, 풍부한 스타트업 생태계를 기반으로 한 원천기술과 과학기술 인력이 풍부하다. 상호 보완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업계에서는 배터리 분야에서 한국과 미국 기업 간 협력은 지속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플리머스=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져 가는 가운데 주요 원자재 가격 움직임도 엇갈리고 있다. 안전자산인 금과 은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가격 상승세가 예상되는 반면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부진으로 철광석, 리튬 등 산업용 원자재 가격은 침체가 점쳐지고 있다. 9일 런던귀금속거래소(LBMA)에 따르면 8일(현지 시간) 오전 금 현물은 온스당 2653.45달러로 지난해 12월 31일(온스당 2610.85달러)보다 약 43달러 높은 가격에 거래됐다. 지난해 연간 25.8% 상승한 금 가격이 올해도 오름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은 가격도 온스당 28.905달러(지난해 12월 31일)에서 30.140달러(8일)로 4.2% 상승했다. 지난해 은 가격 역시 25.9% 오른 바 있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과 은은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정세 불안 등 글로벌 지정학적 불안감이 커진 데다 금리 인하 기조에 따른 수요 증가에 힘입어 상승세를 탔다. 이자가 발생하지 않는 금과 은은 저금리 환경에서 상대적으로 더 높게 평가받는다. 게다가 중국과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금 매수에 나서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금값을 띄운 ‘불확실성’이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보편관세 정책이 현실화되면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져 안전자산 수요를 촉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와 JP모건은 금 가격이 올해 말 온스당 30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도 내년 중순까지 온스당 3000달러를 내다봤다. 반면 중국산 철강 공급 과잉의 여파로 철광석 가격은 지난해 29.8%나 하락했다. 이는 2015년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이다. 중국 내수 침체로 공급 과잉이 발생하자 중국업체들이 수출을 폭발적으로 늘린 영향이다. 쌓인 재고를 해외로 밀어낸 셈이다. 그 결과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에 따르면 지난해 1월 1일 t당 142.58달러였던 철광석은 올 1월 3일 t당 100.01달러에 거래됐다. 다만 철강이 미국 보호무역주의의 중심에 있는 만큼,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관세 전쟁이 본격화되면 공급 측면에서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배터리 핵심소재로 활용돼 ‘하얀 석유’라고 불렸던 리튬 가격도 지난해 부진을 면치 못했는데 올해도 반등의 계기가 불투명하다. KOMIS에 따르면 리튬 가격은 지난해 연중 16.7% 하락했다. 지난해 1월 2일 kg당 86.5위안이었던 탄산리튬 가격은 3월 108.5위안까지 치솟았으나 하반기(7∼12월) 들어 하락하기 시작해 현재 kg당 72.0위안에 거래 중이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침체)의 영향으로 배터리 수요가 줄어든 탓이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전기차 보조금에 부정적인 입장인 만큼 앞으로도 리튬 수요 반등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린다. 줄어드는 수요와 달리 짐바브웨, 중국, 아르헨티나 등의 국가에서 리튬 생산을 늘리며 공급은 올해도 증가할 전망이다. 중국 정부의 ‘리튬 무기화’는 변수다. 중국은 글로벌 리튬 가공의 70%가량을 차지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첨단산업 제재에 대한 보복으로 중국이 리튬 등 희귀광물 규제를 확대하면 원자재 가격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국내 대형 증권사 4곳이 영업이익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동학개미’ 열풍이 불었던 2021년 이후 3년 만이다. 미국 증시로 투자자가 몰리며 해외 주식 수수료가 증가했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충당금 부담 등이 완화된 영향이다. 다만 올해도 호실적을 이어가기 위해선 국내외 리스크 완화를 통한 시장 회복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평균 전망치)에 따르면 한국금융지주(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키움증권 등 4곳이 지난해 영업이익 1조 원을 넘긴 것으로 추정된다. NH투자증권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9261억 원으로 전망됐다. 국내 대형 증권사들이 영업이익 1조 클럽에 복귀한 것은 2021년 이후 3년 만이다. 당시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동학개미’ 열풍으로 일컬어지는 주식 투자 붐이 일었던 영향으로 증권사들도 호실적을 올렸다. 3년 전과 달리 지난해 실적은 미국 등 해외 주식 시장으로 떠난 ‘서학개미’들이 견인했다. 해외 주식 투자가 늘어나면서 해외 주식 수수료가 증가하며,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수료가 많아졌다. 보통 해외 주식 수수료율(0.25∼0.30%)이 국내 주식 수수료율(0.04%)보다 월등히 높다. 국내 투자자의 해외 주식 보유 현황을 보여주는 한국예탁결제원의 국내 투자자 미국 주식 보관 금액은 지난해 말 기준 1121억 달러(약 163조1615억 원)에 달한다. 2023년 말(680억 달러) 대비 64.8% 증가했다. 부동산 PF 위기가 한고비를 넘기면서 충당금 등 일회성 비용도 축소됐다. 올해도 호실적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되는 가운데 증권업계에서는 금리와 원-달러 환율 등 금융시장을 둘러싼 환경이 실적을 결정지을 핵심 변수라고 보고 있다. 주식위탁매매뿐만 아니라 자산관리, 투자은행(IB), 자산운용 등으로 수익 다각화가 이뤄져 있고 해외 시장 진출도 활발하긴 하지만 결국 국내 증시가 활성화돼야 호실적을 기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미국 주식 투자가 대폭 늘어났지만 지난해 국내 시장은 침체된 흐름을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1월 19조3700억 원이었던 일평균 거래대금은 2, 3월에는 22조 원대까지 늘었으나 7월(19조4700억 원)부터 꺾이기 시작했다. 원-달러 환율 상승 및 코스피 하락과 맞물려 10월(15조7800억 원), 11월(16조8900억 원) 하락세를 그리다 비상계엄·탄핵 정국이 이어진 12월에는 15조2800억 원으로 지난해 연중 일평균 거래대금이 가장 적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 실적은 시장의 영향이 큰 만큼 올해 증시 동향과 전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며 “글로벌 시장, 연금, 국내 투자자의 해외 주식 거래 등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고 있지만 근간은 국내 증시의 분위기”라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금리나 환율 등 금융시장의 여건이 좋아져야 시장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고, 시장이 활성화돼야 증권사들의 사업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돌아온 외국인의 매수세에 힘입어 코스피가 3주 만에 장중 2,500 선을 터치했다. 한국 증시가 지나치게 저평가돼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외국인들이 매수에 나서면서, 3거래일 동안 코스피가 93.16포인트 상승했다. 다만 정치 리스크를 비롯해 국내외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낙관론은 이르다는 의견이 나온다. 7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3.46포인트(0.14%) 오른 2,492.10으로 장을 마쳤다. 이날 장중 2,500을 넘기기도 했으나 최근 크게 오른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상승 폭이 축소됐다. 코스닥은 이날 0.33포인트(0.05%) 오른 718.29로 장을 마쳤다. ‘셀 코리아’를 외치며 한국 증시에서 완전히 등을 돌린 듯했던 외국인들의 순매수가 상승세에 주효했다. 이날 외국인은 1622억 원을 순매수하며 3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이어갔다. 반면 기관과 개인은 각각 429억 원, 2030억 원 순매도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4.10%), 현대로템(+6.50%) 등 방산 기업과 HD한국조선해양(+2.67%), 한화오션(+12.60%), 삼성중공업(+3.59%), HD현대마린솔루션(+6.50%) 등 조선 기업들이 반등을 주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이 코앞으로 다가오며 협력 기대감이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제조업 지수가 긍정적으로 나오면서 수출주를 중심으로 미국 제조업 경기에 민감한 종목들이 강한 반등을 보였다”며 “원-달러 환율이 1470원대에서 내려온 것도 수급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한국 기업들의 주가가 싸다는 인식이 외국인들에게 확산된 영향이 있다”며 “특히 연말, 연초 원화 약세와 주가 부진이 겹치며 외국인 투자가들에겐 더 싸게 느껴진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다만 이번 반등은 코스피가 워낙 저평가돼 있던 영향”이라며 “국내외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상승세를 계속 이어가기는 힘들 수 있다”며 낙관론은 경계했다. 한편 지난해 말부터 연일 치솟던 원-달러 환율도 7일 전 거래일 대비 16.2원 내린 1453.5원(오후 3시 반 기준)에 주간 거래를 마치며 진정 양상을 보였다. 원-달러 환율이 1450원대로 내려온 것은 8거래일 만이다. 시장에서는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트럼프 당선인이 보편적 관세 계획을 변경할 수 있다’고 보도한 영향으로 강달러 기세가 약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WP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당선인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보편 관세를 일부 핵심 품목에만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트럼프 당선인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을 통해 WP 보도가 잘못된 것이라며 “가짜 뉴스”라고 부인해, 관세 정책의 향방은 계속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지난달 환율 폭등에도 외환보유액이 전월 대비 2억1000만 달러(약 3088억 원) 증가해 4100억 달러 선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12월 말 기준으로는 5년 만에 가장 적은 규모로, 고환율 기조가 계속된다면 4000억 달러 선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국은행은 6일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4156억 달러로 전월 대비 2억1000만 달러 증가했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달러 강세의 영향으로 달러로 환산한 기타 통화 외화자산 가치가 줄었지만, 금융기관의 외화예수금이 늘고 운용수익이 발생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시장에서는 최근 환율 폭등의 여파로 외환보유액 4000억 달러 선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비상계엄·탄핵정국 사태를 거치며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커진 탓에 지난해 12월 2일 1401.30원이던 원-달러 환율이 12월 27일 장중 1485원을 찍을 정도로 상승했기 때문이었다. 이에 외환당국이 환율 방어를 위해 시장에 개입하면서 외환보유액이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해 12월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비상계엄 직후 환율 변동성이 높아져 여러 개입 등으로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을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우려와 달리 도리어 외환보유액이 증가한 배경으로는 시중은행들의 달러 예치가 거론된다. 시중은행들은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을 맞추기 위해 분기말이면 달러를 한은에 예치하곤 한다. BIS 비율 계산 과정에서 한은에 예치한 외화예수금이 안전자산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외환보유액 항목별로 살펴보면 유가증권(국채·정부기관채·회사채 등)이 3666억7000만 달러로 전월 대비 57억2000만 달러 감소했지만, 예치금이 252억2000만 달러로 전월 대비 60억9000만 달러 증가했다. 전월 대비 외환보유액이 늘긴 했지만 지난해 말과 비교했을 때는 45억5000만 달러(1.1%) 감소한 만큼 안심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 2021년 말(4631억2000만 달러) 이후 3년 연속 줄었고 2019년 이후 가장 적다. 또 은행들의 외화예수금 효과는 분기 말이 지나면 사라지기 때문에 1월 외환보유액은 감소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세계 9위 수준이다. 중국(3조2659억 달러), 일본(1조2390억 달러), 스위스(9251억 달러) 등이 1∼3위를 차지했다.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지난달 환율 폭등에도 외환보유고는 전월 대비 2억1000만 달러(약 3088억 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6일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4156억 달러로 전월 대비 2억1000만 달러 증가했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달러 강세의 영향으로 기타통화 외화자산의 달러 환산액이 줄었지만, 금융기관의 외화예수금이 늘고 운용수익이 발생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외환보유액 항목별로 살펴보면 유가증권(국채·정부기관채·회사채 등)이 3666억7000만 달러로 전월대비 57억2000만 달러 감소했지만, 예치금이 252억2000만 달러로 전월대비 60억9000만 달러 증가했다. 지난달 2일 1401.30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비상계엄 사태의 영향으로 상승하기 시작해 지난달 말에는 1470원대까지 상승했다. 이 같은 환율 상승의 영향으로 외환보유고 4000억 달러 선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지만 오히려 증가하며 4100억 달러 수준을 유지했다. 한은과 기획재정부가 환율 방어에 적극 개입하기 보다 변동성을 줄이기 위한 미세조정(스무딩 오퍼레이션)으로 대응한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비상계엄 직후 환율 변동성이 높아져서 여러 개입 등으로 스무딩 오퍼레이션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전월 대비 외환보유고가 늘긴 했지만 지난해 말과 비교했을 때는 45억5000만 달러(1.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말(4631억2000만 달러) 이후 3년 연속 줄었다. 한편 지난해 11월 말 기준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세계 9위 수준이다. 중국(3조2659억 달러), 일본(1조2390억 달러), 스위스(9251억 달러) 등이 1~3위를 차지했다. 한국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홍콩(4251억 달러)과 독일(3863억 달러) 사이다.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2025 전미경제학회에서 미국 석학들이 인플레이션 우려가 완전히 잦아들지 않았다며 앞다퉈 향후 기준금리 인하에 신중할 것을 주문했다.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하 속도 조절에 나서 4%대 금리를 유지한다면 달러화는 더욱 강세를 나타낼 수 있다. 가뜩이나 정치리스크로 인해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보는 상황인 가운데 외환시장의 긴장감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3∼5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AEA) 연례총회에 참가한 연준 관계자들과 미국 경제학자들은 기준금리 인하 신중론을 펼쳤다. 지난해 12월 기준금리를 4.25∼4.50%로 0.25%포인트 낮추면서 올해 기준금리 예상 인하 횟수를 기존 4회에서 2회로 줄인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결정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금리 인하 신중론의 배경은 물가다. 벤 버냉키 전 Fed 의장은 “2.5%의 물가상승률은 연준 목표인 2%에 근접했지만 마지막 단계에서 약간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아드리아나 쿠글러 Fed 이사도 “우리는 아직 인플레이션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을 지낸 제이스 퍼먼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 역시 “현재 인플레이션은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라며 “(연준의) 기준금리가 4% 이상이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이 금리 인하 속도 조절에 나서 고금리를 유지하게 되면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운신의 폭은 좁아질 수밖에 없다. 경기 침체로 경기 부양을 위한 기준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만, 한은의 금리 인하로 한미 금리 차가 다시 벌어지면 원화 가치가 더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9월 평균 1333.43원에서 10월 1364.46원, 11월 1394.06원으로 상승세(원화 가치 하락)를 이어왔으며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가 기름을 부으며 1400원대 후반까지 치솟았다.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에서 승리한 뒤 달러가 나홀로 강세를 이어가는 것도 부담이다. 유로, 엔, 파운드 등 주요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인 달러인덱스는 2일 109.39까지 치솟았다. 2022년 11월 9일(110.55) 이후 최고치다. 지난해 1월 102.2였던 달러인덱스는 9월 27일 연중 최저치(100.38)를 찍고 반등을 시작했고, 11월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승리 이후 상승세에 가속이 붙었다. 유럽의 선진국이나 인도, 브라질 외 ‘글로벌 사우스(남반구의 신흥·개발도상국)’ 등 대부분의 통화가 달러 대비 약세 움직임을 보였다. 20일(현지 시간)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을 계기로 달러 강세가 재차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은 예고된 이벤트지만 취임식 직후 72시간 동안 각종 행정명령에 서명하기 시작하면 달러 강세 움직임을 자극할 수 있다”고 말했다.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건설 투자 5조 원이 늘면 일자리 5만4000개가 창출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산업연구원은 2일 ‘건설 활동이 제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 분석’ 보고서를 통해 건설 투자를 5조 원 늘리면 건설 산업 고용이 3만1575명, 연관 산업 고용 2만2441명 등 5만4000여 명의 고용 효과가 발생한다며 한국 경제 회복을 위해서는 건설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산업연관표를 이용해 고용유발효과를 계산한 결과 건설은 투자 10억 원당 고용유발인원이 10.8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제조업 평균 고용유발인원(6.5명)의 1.7배다. 또 건설에 투자한 5조 원은 원자재, 장비 등 연관 산업의 생산 5조580억 원을 발생시키는 등 생산유발효과도 높은 것으로 산업연구원은 분석했다. 건설 과정에서 철강, 시멘트, 기계·장비 등 연관 산업 제품을 다량으로 사용하는 영향이다. 산업연구원은 “정부가 경기부양책의 일환으로 건설 투자를 확대하면 건설 고용 확대는 물론이고 제조업 등 연관 산업의 경기 활성화 및 고용 확대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시공 여건을 고려한 공사단가 현실화,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공사비 조정 등으로 건설 공사 활성화를 위한 조건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비상계엄 이후 원-달러 환율이 치솟으면서 지난해 4분기(10∼12월) 평균 환율이 1400원에 육박했다. 새해에도 고환율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내수 침체와 기업 실적 부진 우려는 더욱 커졌다.● 4분기 평균 금리 1400원 육박…기업 수익성 타격 예상3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평균 원-달러 환율은 1398.75원에 달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분기(1418.30원) 이후 15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원-달러 환율의 주간거래 종가는 1472.5원으로, 1997년 외환 위기(1695.0원) 이후 27년 만에 가장 높았다. 환율은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인플레이션 유발 정책으로 인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가 느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요동치기 시작했다. 여기에 지난해 12월 초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내 정치 불안으로 원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환율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국내 정치 불안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올해까지 고환율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IB) 5곳(BNP파리바, JP모건, 노무라, 스탠다드차타드, 웰스파고, 씨티)의 올해 1분기 환율 전망치 중간값은 1435원이었다. 이는 비상계엄 선포 이전 전망치 중간값(1315원)보다 120원가량 높은 수준이다. 글로벌 IB의 올해 2분기 환율 전망치 중간값은 1440원, 3분기는 1445원이다. 특히 노무라는 올해 2분기 말까지 환율이 1500원까지 치솟은 뒤 3분기에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정 공백이 장기화되면 환율이 1500원까지 오를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달러화 강세를 유발하는 정책도 환율 상승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KDI “환율 방어하다 외환위기 올 수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환율 급등세가 이어질 경우 소비자 물가 상승 등으로 인해 내수 침체 우려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기업의 수익성 악화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연말 환율 기준으로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기업이 대다수인 만큼, 달러 등 외화 빚이 많은 기업들의 경우 수익성이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외화 빚 부담이 큰 에너지 기업이나, 원자재 수입 비중이 높은 철강 및 건설 기업들의 경우 연말 환율 급등으로 인해 회계상 실적이 많이 감소할 수 있다”며 “올해 원자재 값 상승으로 인해 추가적인 실적 하락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한은은 “모든 수단을 활용해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를 막겠다”는 입장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해 12월 기자설명회에서 “환율 변동성이 커질 경우 단호하게 나서겠다”고 밝혔다. 다만, 국책 기관들은 외환 당국의 과도한 시장 개입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도 “대규모·장기간 달러 매도 개입은 외환보유액 급감에 따른 대외 신인도 약화 우려 등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과거 다수의 신흥국에서 환율 방어에 외환보유액을 소진하다가 외환위기가 발생한 경험을 상기해야 한다”고 경고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LG그룹은 스켈레톤, 아이스하키 등 비인기 동계스포츠 종목에 대한 후원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2015년 스켈레톤 국가대표팀 후원을 시작으로 2016년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 후원을 시작했다. 현재 LG는 스켈레톤 국가대표팀과 남·여·청소년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을 메인 스폰서로 후원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프랑스 라플라뉴에서 열린 2023∼2024시즌 국제 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 월드컵에서 정승기 선수가 금메달을 땄다. 정 선수의 첫 금메달이자 2020년 1월 ‘아이언맨’ 윤성빈 선수가 금메달을 딴 뒤 약 4년 만에 이룬 쾌거다. 정 선수가 허리 부상으로 아쉽게 잠시 자리를 비운 올해에는 김지수 선수가 강원도 평창에서 열린 2024∼2025시즌 국제 IBSF 월드컵 대회 5위에 올랐다. LG는 스켈레톤이라는 이름조차 생소하던 시절 국내외 전지훈련과 장비 지원을 시작했다. 스켈레톤 한 대의 가격은 1500만 원에 달하는데 선수들은 1, 2년에 한 번씩 썰매를 교체해야 한다. 유니폼도 공기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체형에 맞춰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비싸다. 또 동계 종목의 특성상 해외 전지훈련이 불가피한데 정부 지원만으로는 국가대표팀 운영이 어려워 LG 같은 기업의 후원이 필요하다. 올 1월 세계 각국의 동계스포츠 유망주가 모인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대회’에서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대표팀이 종목 사상 최초로 한국에 메달을 안겼다. 대표팀은 예선전 격인 풀리그 첫 경기에서 패배했지만 최종 5승 2패의 성적으로 4강에 진출했고 4강에서는 중국을 물리치며 결승에 진출했다. 아쉽게 헝가리에 패했지만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LG는 2016년 처음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을 후원하기 시작한 뒤 2017년 남자 국가대표팀으로 지원 범위를 넓혔고 2022년부터 청소년 대표팀까지 지원 대상을 넓혔다. 아이스하키는 1928년 한국에 처음 도입된 뒤 1930년 전조선빙상경기 대회에 정식 종목으로 채택돼 9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지만 실질적인 지원은 빈약했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에 따르면 특수 제작 스케이트는 약 300만 원, 보호구는 약 500만 원이다. 스틱은 40만∼50만 원인데 경기 중 자주 부러져 교체 시기가 잦다. 선수 한 명이 착용하는 장비 값만 1000만 원에 달하는 셈이다. 또 평가전이나 세계 선수권대회 참가를 위한 경비도 발생한다. LG는 아이스하키 선수들의 장비 확보 및 훈련과 대회 참가가 가능하도록 후원을 이어갈 계획이다.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한화그룹은 ‘함께 멀리’를 키워드로 친환경 사회공헌 활동과 미래 세대에 대한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한화는 국제연합(UN) 지속가능발전목표 달성에 기여하고 깨끗하고 안전한 미래 세대의 삶을 위해 친환경 에너지를 활용한 기후변화 대응, 탄소 저감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한화 태양의 숲’은 한화그룹이 2011년 사회적 기업 프리플래닛과 파트너십을 맺고 국내외에 친환경 숲을 조성해온 프로젝트다. 2012년 몽골 토진나르스 사막화 방지숲을 시작으로 한국과 중국 등에 10개 숲을 조성했다. 태양의 숲 프로젝트로 조성한 숲의 너비는 여의도 면적의 5배에 해당하는 145만 ㎡에 달하며 나무도 약 53만 그루를 심었다. 이렇게 조성된 숲은 해당 지역의 사막화 방지, 수질 정화, 대기 정화, 토사 유출 방지와 같은 효과를 거두고 있다. 한화는 기후변화 대응과 공기 중의 미세먼지와 유독 물질을 줄여 안심하고 숨 쉴 수 있는 초등학교 환경을 조성하는 ‘맑은학교 만들기’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전국 320개 사회복지시설에서 2187㎾(킬로와트) 규모의 태양광발전 설비를 지원한 친환경 사회공헌 활동 ‘해피선샤인 캠페인’을 리뉴얼해 새롭게 시작했다. 한화그룹은 캠페인 시작 후 3년간 매년 지원학교 수를 늘려 창원 반송초를 비롯해 전국 15개 초등학교에 ‘맑은학교’를 선물했다. 창원 반송초 체육관에 설치된 환기 시스템을 가동한 결과 이산화탄소 농도가 가동 전 대비 7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화는 2022년 ‘UN 세계 꿀벌의 날’인 5월 20일을 맞아 태양광 전력을 활용한 탄소저감벌집 ‘솔라비하이브’를 국내 최초로 공개했다. 솔라비하이브에 있는 각종 센서 및 장비들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전기는 솔라비하이브 상단에 설치한 태양광 모듈에서 생산한 친환경 전기로 수급한다. 꿀벌 보호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차원이다. 한화는 해외에서도 다양한 친환경 에너지를 활용한 사회공헌 활동을 진행 중이다. 2019년 진행한 ‘클린 업 메콩’ 캠페인을 통해 태양광을 이용한 수상 쓰레기 수거 보트를 기부하기도 했다. 클린 업 메콩은 세계 10대 오염 하천인 메콩강 정화를 위해 화석연료가 아닌 친환경 태양광에너지로 작동하는 수상 쓰레기 수거 보트를 제작해 베트남 빈롱시에 기증한 프로젝트다. 한화는 2021년에는 허리케인 피해로 전력망이 파괴된 콜롬비아 라과히라 지역에 태양광 모듈을 기부했다. 태양광 모듈은 학생 5600여 명이 이용하는 교육시설의 전력 인프라 복구에 사용했다.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SK그룹은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전개해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도모하고 소외계층을 지원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리적 여건으로 교육 사각지대에 놓인 농어촌 아이들을 위해 도서관을 짓고 있다. 9월부터 농어촌 지역의 교육 격차 해소를 위해 ‘행복Dream도서관’ 사업을 벌여왔고 이달 전북 고창에 도서관을 열었다. 충북 옥천, 경북 예천 등 전국 읍면 소재지 15곳에 도서관을 개관한다. 도서관에는 교보문고가 캠페인을 통해 기부받은 어린이책과 SK이노베이션 임직원이 기부한 도서 등 6000여 권이 나눠 소장된다. 전문 강사의 독서 프로그램 운영, 대형 도서관 체험 활동 등 아이들이 독서에 흥미를 가질 수 있는 환경도 만든다. 이번 도서관 사업은 SK이노베이션 임직원들이 2017년부터 자발적으로 기본급 1%를 모아 조성한 ‘행복나눔기금’ 중 일부로 진행했다. 행복나눔기금 누적 모금액은 올 상반기(1∼6월) 200억 원을 넘겼다. 기금은 도서관 사업 외에도 난치병 아동 치료비 지원, 장애인 의수·의족 지원, 독거노인 결연사업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쓰인다. SK케미칼은 지역 고령층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치매 예방 교실’을 연다. 10월 광주, 11월 서울 강남구에서 진행된 치매 예방 교실에는 200여 명의 고령층이 참여했다. SK케미칼은 치매 발병 위험이 높은 고연령층을 대상으로 인지 기능 자가 진단과 치매 예방을 위한 생활 습관 등 지식을 전파하는 차원에서 행사를 마련했다. SK이노베이션 계열 SK엔무브 여자 핸드볼구단 SK슈가글라이더즈 선수단은 발달장애 아동을 대상으로 한 핸드볼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계열 구성원들은 8월부터 서울 소재 특수학교 2곳에서 핸드볼 교실을 열고 지역사회 발달장애 아동과 소통·교감하는 활동을 해오고 있다. 4개월 동안 SK이노베이션 계열 구성원 300여 명이 핸드볼 교실에 참여해 발달장애 아동 400여 명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SK이노베이션은 핸드볼 교실이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올해 상반기 SK슈가글라이더즈와 한국체육대 특수체육학 교수진과 공동으로 특수학교 발달장애 아동을 위한 맞춤형 커리큘럼을 만들었다. SK이노베이션은 2016년부터 핸드볼 교실뿐만 아니라 현장 체험학습, 영화관 나들이 등 발달장애 아동의 사회 적응을 돕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2017년부터는 발달장애인 음악축제를 매년 열어오고 있다.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국내외 불확실성이 커진 탓에 기업들의 경기 전망이 코로나 팬데믹 이후 가장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한국경제인협회는 매출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내년 1월 전망치가 84.6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달 전망치(97.3) 대비 12.7포인트 하락하며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4월(25.1포인트 하락) 이후 4년 9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2022년 4월 이후 2년 10개월 연속 전망이 기준선(100)을 하회하며 1975년 1월 조사 시작 이래 최장기 부진 기록도 세웠다. 기존에는 2018년 6월∼2021년 2월의 33개월 연속이 최장 기록이었다. BSI는 100을 기준으로 그보다 낮으면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다. 제조업 BSI는 올 4월부터 내년 1월까지 10개월 연속 부정 전망을 보였다. 비제조업은 이달(105.1) 긍정 전망을 보였으나 한 달 만에 20.2포인트가 급락하며 부정으로 전환됐다. 내수 시장 침체도 지속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소매유통업체 300곳을 대상으로 ‘2025년 유통산업 전망조사’를 진행한 결과 기업들은 내년 소매시장이 올해 대비 0.4% 성장하는 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2020년 이후 최저치다. 응답 기업의 66.3%는 내년 유통시장이 올해보다 나쁠 것으로 전망했다.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국내 기업들의 내수·수출 등 경기 전망이 코로나 팬데믹 이후 가장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2년 10개월 연속 부정 경기 전망이 우세하며 1975년 조사를 시작한 뒤 최장기 부진을 기록했다. 자국 중심주의를 앞세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비상계엄·탄핵정국 등으로 국내외 불확실성이 커진 탓이다.26일 한국경제인협회는 매출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BSI를 조사한 결과 다음달 전망치가 84.6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달 전망치(97.3) 대비 12.7포인트나 떨어지며 코로나19가 본격 확산되던 2020년 4월(25.1포인트 하락) 이후 4년 9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또 2022년 4월(99.1) 이후 2년 10개월 연속 기준선(100)을 하회하며 1975년 1월 조사가 시작된 뒤 최장기 부진 기록을 세웠다. 이달 전망까지 33개월 연속 부정 전망을 기록하며 2018년 6월~2021년 2월과 동률이었으나 다음달 전망도 기준선을 하회했다. BSI는 100을 기준으로 그보다 높으면 경기를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기업이 많고, 100보다 낮으면 부정 전망 기업이 많다는 의미다.제조업과 비제조업 동반 부진이 예상된다. 제조업BSI는 올 3월(100.5) 기준선을 턱걸이한 뒤 4월(98.4)부터 10개월 연속 부정 전망을 보였다. 10개 업종 중 전자 및 통신장비(105.3), 의약품(100.0)을 제외한 8개 업종의 부정 전망이 우세했다. 비제조업은 이달(105.1) 긍정 전망을 보인지 한달만에 20.2포인트가 급락했다. 7개 업종 중 운수 및 창고(103.8), 전기·가스·수도(100), 여가·숙박 및 외식(100)을 제외한 4개 업종 업황 악화가 전망됐다.또 내수(88.6), 수출(90.2), 투자(89.4) 모두 부진할 전망이다. 올 7월 이후 7개월 연속 내수, 수출, 투자가 동반 부진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내수 전망은 2020년 9월(88.0) 이후 52개월 만에 최저, 수출 전망은 2020년 10월(90.2) 이후 51개월 만에 최저다. 투자는 지난해 4월(88.6) 이후 21개월 만에 가장 낮다.유통 산업은 내년 연간으로 전망을 확대해도 부진할 전망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소매유통업체 300곳을 대상으로 ‘2025년 유통산업 전망조사’를 진행한 결과 기업들은 내년 소매시장이 올해 대비 0.4% 성장하는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020년 이후 최저치다.유통업체 세 곳 중 두 곳(66.3%) 꼴로 내년 유통시장이 올해보다 부정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부정 전망의 이유로는 소비심리 위축(63.8%·복수응답)을 가장 많이 꼽았다. 고물가 지속(47.7%), 고금리 지속에 따른 가계부채 부담증가(38.2%), 시장경쟁 심화(34.2%) 등이 뒤를 이었다.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삼성전자가 가정용 히트펌프 ‘에코 히팅 시스템(EHS)’을 미국에 출시하며 본격적인 공조 시장 공략에 나선다. 25일 삼성전자는 내년 1월 7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5’에서 가정용 히트펌프 EHS 실내기 2종과 실외기 1종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내기는 200L 전용 물탱크가 탑재된 제품과 벽걸이형 제품으로 빌트인 가구와 어울리는 디자인을 적용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가정용 히트펌프 EHS 제품을 유럽 40개 이상 국가에서 판매 중인데, 내년에 미국 시장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EHS는 주거·상업시설의 바닥 난방과 급탕에 사용되는 제품이다. 공기열과 전기를 이용해 온수를 만들 수 있어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보일러보다 효율이 높고 탄소 발생도 적다. 삼성전자의 실내기 2종은 터치스크린 기반 ‘인공지능(AI) 홈’이 탑재됐다. 사용자는 AI 홈으로 제품 기능을 직관적으로 확인·제어할 수 있고 집안에 연결된 기기 제어까지 가능하다. 또 3차원(3D) 맵뷰를 통해 실내 온도 설정이 가능하고 태양광발전을 사용하는 경우 스마트홈 플랫폼 ‘스마트싱스’에 연결해 태양에너지 사용 현황을 파악할 수 있다.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디스플레이 등 국내 첨단기업 절반 이상이 한국의 첨단기업 규제가 경쟁국보다 과도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국내 첨단기업 443곳을 대상으로 ‘첨단전략산업 규제체감도’를 조사한 결과 한국의 규제 수준이 과도하다고 인식한 기업이 응답기업의 53.7%, 과도하지 않다고 응답한 기업이 22.6%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업종별로는 배터리 58.2%, 바이오 56.4%, 반도체 54.9% 순으로 나타났다. 응답기업의 72.9%는 첨단산업 관련 규제를 이행하는 것이 부담된다고 답했다. 규제를 이행하는 게 수월하다고 답한 기업은 2.7%에 그쳤다. 규제 이행이 어려운 이유로는 ‘규제가 너무 많다’(32.8%)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어 ‘준수해야 할 규제 기준이 높아서’(23.1%), ‘자료 제출 부담이 과도해서’(21.8%) 등의 이유가 뒤를 이었다. 중점 규제 개선 분야로 기업들이 꼽은 것은 연구개발(R&D), 인증·검사 등과 관련된 ‘기술규제’(29.6%)로 나타났다. 한 바이오 기업 관계자는 “인공지능(AI) 기반 혈당측정 및 진단이 가능한 채혈기를 개발했는데 의료기기와 진단의료기기가 합쳐진 복합제품으로 판정받아 인증을 중복으로 해야 했다”고 하소연했다. 또 ‘인력 규제’(17.8%)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뒤를 이었다.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R&D 인력의 효율적인 운용이 어렵다는 얘기다. 실제로 TSMC는 삼성전자에 14나노 공정이 뒤처지자 R&D 연구인력 400여 명을 24시간 3교대로 운영하는 프로젝트를 운영한 바 있다. 그 대신 야간 근무 인력에게 연봉 30%, 연말 성과급 50% 추가 등의 혜택을 줬다. 이 같은 방식은 현재 한국 반도체산업에서는 불가능하다.홍석호 기자 wi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