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은석

송은석 기자

동아일보 사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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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검색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진을 찍고 글도 조금 씁니다. 악플도 관심입니다.

취재분야

2024-12-17~2025-01-16
대통령32%
칼럼20%
미국/북미12%
문화 일반8%
외교8%
일본4%
정치일반4%
인물/CEO4%
산업4%
사회일반4%
  • 저절로 아버지가 되는 건 아니더라[소소칼럼]

    가챠(뽑기 캡슐)나 현질을 하지 않는 내게, 출산은 마치 인생을 건 슬롯머신 같았다. 아이가 건강히 태어날 확률, 지능이 좋을 확률, 잘생기거나 예쁠 확률. 콩 심은 데 콩 나온다지만, 수만 가지의 가능성이 내 머릿속을 헤집었다.홀 아니면 짝. 50%의 확률로 아들이 당첨됐다. 아들이라니. 나는 절망했다. 미디어 속에는 딸바보들의 이야기만 가득했다. 아빠와 아들에 관한 이미지는 쉽게 생각나지 않았다. 우연히 길에서 만난 아버지를 살해하는 오이디푸스 이야기만 떠올랐다. 어떻게 키워야 할지 막막했다.아기가 태어나면 자연스럽게 부성애도 생길 줄 알았지만, 현실은 달랐다. 10개월을 뱃속에 품고 하루하루 아이와 관계를 맺어온 아내와 달리, 나는 단지 ‘책임’이라는 무게로 아이를 대할 뿐이었다. 그렇다고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었다. 그러나 노트북 배경 화면을 아이 사진으로 바꾼다거나, 인스타그램에 아이의 일거수일투족을 올리는 직장 동료들처럼 할 정도는 아니었다. 아이가 너무 좋아서 육아휴직을 했다는 아빠들을 취재할 때면 나는 의아해했다. 솔직히 밖에 있는 게 더 편하지 않나?아이를 대하는 내 태도는 늘 갈팡질팡했다. 친구 같은 아빠가 되고 싶은 마음과 동시에 경쟁이 치열한 세상에서 밀리지 않도록 강하게 키워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꼈다. 잘해주다가도 아들이 별것 아닌 걸로 투정하면 불같이 화를 내곤 했다. 아들 나이 고작 세 살이었다. 이런 내 모습을 녹화해 오은영 선생님에게 보여주면 엄청나게 혼날 것 같았다.‘낳아줬으니 감사해’라는 생각은 해본 적 없다. 아이는 태어나게 해 달라고 해서 태어난 존재가 아니었다. 아내와 나의 소망이 결실을 본 존재였다. 오히려 차은우의 얼굴, 이재용 회장의 부를 물려주지 못해 미안할 따름이었다. 적어도 내가 부모님께 받은 만큼은 해줘야 한다는 마음이 내 어깨를 짓눌렀다. 어릴 적 내게 부모님은 우주이자 신(神)이었다. 나는 아이에게 좋은 신이 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 아이에게 뭘 해줄 수 있을지 고민했다. 가장 쉬우면서도 어려운 것, 바로 ‘시간’이었다. 육아휴직은 무리지만, 퇴근 후 아이와 보내는 시간을 철저히 챙기기로 했다.나는 일이 끝나면 부리나케 집으로 직행했다. 더 많이 걷지만, 버스에 비해 퇴근 시간이 단축되는 지하철을 택했다. 집에서 아들과 레슬링 같은 몸 쓰는 놀이를 하거나, 자기 전에 영어 동화책을 한국어로 번역해 읽어주는 시간을 가졌다. 아들과 함께 뒹굴고 난 다음 날엔 온몸이 쑤셨고, 요즘 영어책은 왜 그리 어려운지 읽어주다가 버퍼링이 걸리기도 했다.언젠가부터 아들은 나의 퇴근 시간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아내는 아들이 ‘아빠 언제 와?’라는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내가 문을 열면 아들은 어택!을 외치며 전력 질주로 몸을 부딪쳤다. 아프지만 그만큼 반갑나보다 생각했다. 나는 기억나지도 않는, 즉흥적으로 해줬던 이상한 놀이를 아들은 똑같이 해 달라며 매달렸다. 아들은 그 순간을 좋은 기억으로 가지고 있었다. 나는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올해로 아들은 7살이 됐다. 생각 이상으로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다행히 아들은 큰 문제 없이 잘 자라주었다. 아들과 놀 수 있는 것들도 많아졌다. 축구도 하는가 하면 며칠 전엔 사우나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렇다고 마냥 잘해주는 건 아니다. 여전히 나는 아이의 말썽에 소리를 지르거나 강압적으로 명령을 하기도 한다. 고집이 생긴 아들이 대드는 모습에 혈압이 오르기도 한다. 여전히 나는 부성애가 뭔지 모르는, 아버지가 되어가고 있는 무언가이다.[소소칼럼]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나 소소한 취향을 이야기하는 가벼운 글입니다. 소박하고 다정한 감정이 우리에게서 소실되지 않도록, 마음이 끌리는 작은 일을 기억하면서 기자들이 돌아가며 씁니다.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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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외무상, 7년 만의 현충원 참배[청계천 옆 사진관]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상이 13일 방한해 첫 일정으로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찾아 참배했다. 이와야 외무상은 현충탑 앞에서 관계자의 안내에 따라 엄숙한 표정으로 헌화·분향·참배·묵념을 했다. 이어 ‘2025년 1월 13일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상의 방한’이라고 영어로 적힌 방명록에 일본어로 ‘이와야 다케시’라고 짧게 서명했다.일본 외무상이 한국과 양자 회담을 위해 방한했을 때 현충원을 참배한 건 지난 2018년 4월 고노 다로 이후 약 7년 만이다. 이는 올해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화해의 관계 개선을 위한 행보가 아니냐는 외교계의 분석이다. 또한 낮은 지지율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또 한 번 외교를 통해 돌파구를 찾겠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14일까지 이틀 일정으로 방한하는 이와야 외무상은 금일 외교부 청사에서 한일, 외교장관회담과 한일 외교장관 합동 기자회견도 가질 예정이다. 양 장관이 공동 기자회견에 참석하는 것은 지난 2011년 10월 당시 김성환 외교부 장관과 겐바 외무대신 간의 공동기자회견 이후 14년만이다.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 2025-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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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양이 눈]아이의 발자국

    눈이 내린 날 아빠와 아들이 밖에 나가 첫 발자국을 만들어 봅니다. 언젠가 아이의 발자국이 아빠 것보다 커질 날이 오겠죠.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서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 2025-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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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새해 첫 대장동 재판 출석…질문엔 ‘묵묵부답’[청계천 옆 사진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새해 들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재판에 처음 출석했다. 이 대표는 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형사합의33부(김동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리는 배임∙뇌물 혐의 재판에 출석했다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이 대표는 ‘현 시국이 장기화하면 법원 출석이 어려워진다고 보는지’, ‘오는 23일 시작되는 공직선거법 항소심에선 어떻게 대응할 계획인지’ 등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이 대표는 최근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 사건 변호를 담당하는 이찬진 제일 합동 공동법률사무소 변호사를 공직선거법 항소심 변호인으로 선임했다.이 대표는 성남시장 재직 당시 민간사업자들에게 유리한 대장동 개발사업 구조를 승인하는 등 특혜를 주고 7886억 원 상당의 이득을 보게 한 혐의를 받는다. 또 성남도시개발공사에 4895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지난해 3월 기소됐다.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 과정에서 남욱 변호사 등에게 내부 정보를 제공해 211억 원의 부당 이득을 얻게 한 혐의가 있다.이 대표는 지난해 10월 백현동 의혹으로 추가 기소됐다. 백현동 의혹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재직 시절 백현동 개발 사업을 진행하며 브로커인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의 청탁을 받아 성남도시개발공사를 사업에서 배제해 200억원의 손해를 끼쳤다는 내용이다.이 대표는 지난해 11월 15일 선거법 위반 혐의 1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에 해당하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 대표와 검찰 모두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고, 서울고법은 오는 23일 이 대표의 2심 첫 공판을 연다.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 2025-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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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양이 눈]서로를 의지한다는 것

    멀리서 봤을 땐 연속 무늬인 줄 알았는데 가까이서 보니 서로가 서로를 받치고 있는 모습이네요. 한 명이 무너지면 끝이야, 힘내! ―경기 화성시에서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 2025-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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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해 맞아 한 자리에 모인 이재용·정의선·구광모 회장[청계천 옆 사진관]

    3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2025년 경제계 신년 인사회’가 열렸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일 “미국 신정부 출범 등 통상환경 불확실성에 대응해 체계적인 대응 전략을 마련하는 한편 수출·투자 활성화를 위한 맞춤형 기업지원에 집중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최 대행은 경제계를 향해 “현재의 위기를 새로운 성장과 도약의 기회로 삼아 수출·투자·일자리 창출에 앞장서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신년 인사회에는 최태원 SK그룹 겸 대한상의 회장을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 등 주요 그룹 총수들이 참석했다. 행사 시작 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김동관 한화 부회장은 간단한 담소를 나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큰 손짓으로 정용진 신세계 회장에게 무언가를 설명하는 듯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대한민국이 다시 태어나는 한 해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은 매듭을 짓는 퍼포먼스를 통해 민생, 도약, 성장, 희망, 혁신 등 새해 소망을 담은 등불을 밝혔다. 이번 행사는 국가애도기간 중에 개최됐기 때문에 참사자를 위한 묵념으로 시작해 엄숙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기념 사진 촬영 후 따로 파이팅 같은 포즈나 박수도 생략했다.최태원 회장은 “여객기 사고로 인한 희생자분들과 유가족분들께 깊은 애도와 위로의말씀을 전한다”며 “소방관, 경찰관, 의료진들의 헌신과 노고에도 감사를 드리며, 경제계도 안전한 사회구현을 위한 노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조의를 표했다.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 2025-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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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탄핵 정국 속… 경제계 신년 인사회

    3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25 경제계 신년 인사회’에 참석한 대한상의 회장인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 구광모 ㈜LG 대표(왼쪽부터)가 박수를 치고 있다(위쪽 사진). 앞서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2025 중소기업인 신년 인사회’에서는 김기문 중기중앙회장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류진 한국경제인협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왼쪽부터) 등이 손을 맞잡았다(아래쪽 사진).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 2025-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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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양이 눈]희비 교차

    눈 쌓인 미끄럼틀은 더 미끄럽겠지? 미소 짓는 아이. 바지가 젖을 텐데! 울상 짓는 엄마. 귀여운 희비 교차.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서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 2025-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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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상목 대행, 을사년 새해 첫 날 최전방 해병대 방문[청계천 옆 사진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새해 첫날인 1일 오전 경기 김포시에 위치한 해병대 제2사단을 방문해 장병들을 격려하고, 지휘관으로부터 부대 현황 및 경계작전 현황에 대한 설명을 듣는 등 대비 태세를 점검했다. 해병대 제2사단은 수도권 서부 최전방에서 중요한 경계작전을 수행하고 있다.최 권한대행은 “우리 국민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국내·외 안보 현장에서 국가방위에 헌신하는 모든 장병들을 정말 든든하게 여기고, 자랑스러워하며, 고마워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대남 쓰레기 풍선 부양, 소음기 설치 등 여러 가지 설명을 들으니 근무 여건이 좋지 않은 것 같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임무를 수행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덧붙였다.최 권한대행은 “2025년 ‘을사년(乙巳年)’ 새해에도 장병 여러분이 모두 안전하고 건강하게 임무에만 전념해 달라”고 당부하며, “장병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복무할 수 있도록 합당한 보상과 환경 개선을 위해 올해 예산에는 병사 봉급 인상, 초급 간부 처우 개선, 생활 환경 개선 등을 포함했다”라고 말했다.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 2025-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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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 [소소칼럼]

    윤석열. 그는 검찰총장 시절 유달리 사진 찍히기를 싫어했던 관료였다. 그는 취재진의 카메라를 피하기 위해 대검찰청 정문 대신 매일 지하 주차장을 이용했고, 구내식당으로 이어지는 청사 구름다리 통로를 선팅으로 도배하게 했다.지난 20대 대선에서 국회 사진 기자로 만난 윤 총장은 이제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돼 있었다. 기자는 윤 후보가 수많은 대중들 앞에서 어퍼컷을 날리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카메라 노출을 꺼렸던 그가 달라졌다. 일명 윤퍼컷! 거구의 체격에서 오는 묵직한 힘이 느껴졌다.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물 한 모금만 마신 뒤 원고 없이 한 시간 넘게 좌중을 휘어잡는 연설을 할 수 있는 달변가였다. 그러나 목소리는 이미지에 담기지 않는다. 윤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유는 어퍼컷 이미지도 한몫했다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첫 민생 행보로 서울 남대문시장을 택했다. 그는 상인연합회 관계자들과 함께 시장 내 국밥집에서 ‘꼬리곰탕’을 먹었다. 대선 홍보 영상에서 국밥을 먹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모습이 떠올랐다. 탈권위, 친서민적인 이미지를 강조하려는 것으로 보였다. 취임 직후 대한민국 헌정사상 최초로 도어스테핑을 시도한 것도 윤 대통령이었다. 도어스테핑은 출근하면서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이 주요 현안에 대해 짧게 묻고 답하는 ‘약식 회견’이다. 공식 일정이 아니면 대통령을 만날 수 없었던 과거와 달리 매일 대통령의 육성을 들을 수 있었다. 취임 초기 대통령실 사진기자단은 바빴지만 보람찼을 것이다. 대통령을 날것 그대로 매일 촬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진정한 의미의 ‘이미지의 민주화’였다. 그러나 이런 소통은 6개월을 채 넘기지 못했다. 도어스테핑을 진행하던 곳엔 대통령 동선과 취재진을 차단하는 가림막이 설치됐다. 대통령실은 “보안상의 필요성에 의해 설치하는 것”이라고 했지만 사람들은 대통령실 비서관과 MBC 기자와 설전을 떠올렸다. 이후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 때처럼 기자들의 카메라를 피하기 시작했다. 7월 기자가 대통령실에 출입하게 됐을 땐 사진을 찍는 것보다 청사에 멀뚱멀뚱 앉아 있는 일이 많았다. 굵직굵직한 이슈들은 끊임없이 생겨났다. 윤 대통령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갈등이 있었을 때도, 의정 갈등이 나날이 심해지고 있을 때도 대통령실 사진기자단은 무력했다. 청사에서 그저 전속 사진이 제공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어야 했다. 지면에 실리는 윤 대통령의 사진 아래 바이라인은 대통령실 사진기자단이 아닌 대통령실 제공으로 채워졌다.이달 3일 밤 10시 23분, 윤 대통령이 긴급 담화를 열고 비상계엄을 선포했을 때도 현장에 기자들은 없었다. 아니 있었으나 들을 수도, 볼 수도 없었다. 담화는 굳게 잠긴 브리핑 룸에서 진행됐다. 기자들은 대통령실에 문을 열어달라고 항의했으나 묵묵부답이었다. 비상계엄 선포 11일 만에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탄핵안이 가결된 세 번째 대통령이 됐다. 탄핵 직후 나온 ‘국민께 드리는 말씀’ 역시 대통령실 제공이었다. 대통령 당선 이후 윤 대통령은 소통을 표방하며 변화를 시도했으나 해를 거듭할수록 예전의 불통 이미지로 돌아가고 있었다.문득 기자는 2020년, 검찰총장 시절의 윤 대통령을 찍을 때가 생각났다. 사진기자들은 매일 식사를 위해 이동하는 윤 총장을 찍기 위해 대검찰청 징검다리에 모였다. 기자들은 초망원 렌즈가 탑재된 카메라를 들고 목을 꺾은 채 기약 없이 윤 총장을 기다렸다.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 ‘천지창조’를 그리던 르네상스 화가 미켈란젤로의 고통을 느꼈다. 그해 겨울은 유달리 추웠다.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 그때와 지금의 윤 대통령을 생각하며 떠오른 말이다.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 2024-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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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광장에 뜬 ‘오징어게임’ 영희

    16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캐릭터 ‘영희’ 조형물 앞에서 시민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던 오징어게임의 후속작 ‘오징어게임2’는 26일 공개될 예정이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 2024-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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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따스한 온기 가득하길…

    2일 서울 종로구 교보생명 빌딩에 광화문글판 겨울편이 걸렸다. 유희경 시인의 시 ‘대화’에서 가져온 이번 광화문글판 겨울편은 추운 겨울이라도 햇살이 깃들면 온기가 느껴지는 것처럼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을 되새겨보고 감사하며 살아가자는 격려의 메시지를 담았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 2024-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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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와 트뤼도 사진 속 숨은 주인공을 찾아라[청계천 옆 사진관]

    광각 렌즈로 촬영된 사진은 때때로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부분까지 보여준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지난 29일(현지 시간) 플로리다주 사저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추수감사절 만찬을 함께 했다. 트뤼도 총리의 마로라고 방문은 일정에 없던 깜짝 방문이었다. 삼엄한 경호 아래 이뤄지는 국가 정상 만찬과 달리 이날 만찬장엔 다른 마러라고 리조트 회원들도 식사를 하고 있었다. 데이브 매코믹 펜실베이니아주 상원의원 당선인이 X(구 트위터)에 올린 기념사진 속에는 트럼프 당선인과 트뤼도 총리를 비롯한 미국의 불법 이민 관련 핵심 장관들이 함께 배석해 있었다. 그런데 사진을 자세히 보면 트럼프 당선인 뒤에 한 소년이 보인다. 소년의 눈에는 사진을 찍기 위해 굳어 있는 어른들 모습이 이상했나 보다.‘포즈는 이렇게 취하는 거지!’ 소년은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린 채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누리꾼들이 매의 눈으로 사진 속에서 이 소년을 포착했다. 본의아니게 화젯거리가 된 소년은 사진 속 진정한 주인공이 됐다. 아직 소년의 정체는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사진을 다시 보자. 트뤼도 총리는 트럼프 당선인과 사진을 찍기 위해 자리를 옮긴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과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 지명자 사이에 앉을 공간이 부족해 보이기 때문이다. 트뤼도 총리의 원래 자리는 앞줄 왼쪽에 앉은 케이티 텔퍼드 캐나다 총리 비서실장 옆이었을 것이다. 이날 회동은 트럼프 당선인이 지난달 25일 불법 이민자와 마약 유입 등을 이유로 “캐나다와 멕시코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라고 예고한 지 나흘 만에 이뤄졌다. 트뤼도 총리는 관세 부과 계획이 발표된 날 바로 트럼프 당선인에게 전화를 걸어 캐나다의 불법 이민 차단 노력을 설명했다. 그리고 트럼프 당선인을 만나러 약 2200km를 비행기를 타고 날아갔다. 트뤼도 총리는 다음날 X를 통해 “어젯밤 저녁 식사 감사합니다, 트럼프 대통령님. 다시 함께 일할 날을 기대합니다”라는 글과 함께 망원 렌즈로 트럼프 당선인과 오붓하게 둘만 나온 ‘인증샷’을 공개했다. 이로써 트뤼도 총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 중 트럼프 당선인과 가장 먼저 만나게 됐다. 트뤼도 총리는 목표를 이룬 것 같다.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 2024-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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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민자들의 행사에서 美의 축제로… 제98회 메이시스 추수감사절 퍼레이드 [청계천 옆 사진관]

    대형 스파이더맨, 몬스터 볼 모양의 썰매를 탄 피카츄, 스누피와 스펀지밥, 쿵푸 팬더 포까지… 각양각색의 만화 캐릭터 대형 풍선들이 뉴욕의 하늘을 수 놓았다. 지난 28일(현지시각) 제98회 메이시스 추수감사절 퍼레이드가 뉴욕에서 열렸다. 메이시스 백화점이 주최하는 이 행사는 매년 미국 추수감사절(11월 넷째 목요일)에 뉴욕에서 열리고 있다. 1924년에 시작돼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이 행사는 미국에서 가장 상징적이고 인기 있는 축제 중 하나가 됐다.영국 가디언 지에 따르면 최초로 퍼레이드를 준비한 건 메이시스 백화점의 직원들이었다. 당시 메이시스의 직원 대부분은 유럽에서 온 이민자 1세대였다. 그들은 고향을 추억하며 추수감사절 행사를 유럽의 전통적인 방식으로 열고 싶었다. 최초의 행진에는 사자, 호랑이, 코끼리 등 센트럴파크 동물원에서 빌려온 동물들이 동원됐다. 25만 명이 넘는 관중이 동원되는 등 퍼레이드는 처음부터 큰 성공을 거뒀고, 이후 정기적으로 열리게 됐다. 이후 안전 문제로 동물들 대신 헬륨 풍선을 퍼레이드에 사용하게 된 건 1929년부터였다. AP 뉴스에 따르면 올해 퍼레이드에는 17개의 거대한 캐릭터 헬륨 풍선, 22개의 수레, 매년 전통적으로 사용되는 15개의 풍선, 텍사스와 사우스다코타에서 온 11개의 마칭 밴드, 700여 명의 광대, 10개의 공연 그룹 등이 참여했다. 퍼레이드 경로는 맨해튼 어퍼 웨스트사이드에서 34번가에 있는 메이시스 헤럴드 스퀘어 플래그십 스토어까지 2.5마일(4km)에 걸쳐 펼쳐졌다. 이날 뉴욕에 세찬 장대비가 내렸음에도 형형색색의 우의를 입은 관중들은 행진을 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한편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맥도날드 대형 풍선 앞에서 기습 시위를 해 행진이 몇 분 동안 중단되기도 했다. 시위대는 ‘팔레스타인 해방’ 구호를 외치며 가자지구의 전쟁 중단을 촉구하다 경찰에 의해 체포됐다. 앞서 맥도날드 이스라엘 지부는 지난 23년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전쟁을 벌이는 이스라엘군에 무료로 음식을 제공하겠다“라고 밝혀 논란이 됐다.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 2024-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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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尹 “나도 칠삭둥이였다”…이른둥이 출산·치료·양육 전 과정 지원 강화[청계천 옆 사진관]

    윤석열 대통령이 28 오전 지난 9월 국내 최초로 자연임신으로 생긴 다섯쌍둥이가 입원해 있는 서울성모병원을 방문했다. 대통령의 병원 방문은 지난 10월 제주대학교 병원 이후 약 한 달 만이다. 대통령은 병원에 도착해 먼저 신생아집중치료실을 찾아 의료진으로부터 다섯쌍둥이를 비롯한 이른둥이의 치료 상황을 경청했다. 이후, 이른둥이 부모와 의료진으로부터 이른둥이 출산, 치료, 양육 관련한 건의 사항 등 의견을 청취하기 위한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는 다섯쌍둥이 등 이른둥이 부모들의 경험담 및 애로사항, 의료진의 건의 등 이른둥이의 건강지원을 위해 필요한 사항을 논의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나도 2.3kg 이른둥이로 태어났다. 그래서 아이를 보는 마음이 더 각별했다”라면서 이른둥이에 대한 출산과 치료, 양육 등 전 과정에 대한 지원을 대폭 강화할 것을 약속했다. 대통령은 간담회를 마치고, 향후 돌을 맞이할 다섯쌍둥이, 최근 두 돌을 맞이한 세쌍둥이 등 8명의 아이에게 한복을 선물하며 아이들의 건강하고 행복한 성장을 기원했다. 이후 유혜미 저출생대응수석비서관은 브리핑을 통해 정부의 ‘이른둥이 특화 6가지 종합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먼저 기존 천만 원 한도인 이른둥이 의료비 지원 한도를 최대 2배로 인상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올해 9월 최초 자연임신으로 태어난 다섯쌍둥이는 한 아이당 최대 2천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고 유 수석은 설명했다. 이 밖에 정부는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가 중증도에 맞게 함께 치료받을 수 있도록 전문 기관인 ‘중앙 중증 모자 의료센터’를 두 곳 신설하고, 모자 의료센터 간에 이송·진료 협력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른둥이는 임신 37주 미만에 태어난 조산아, 2.5kg 미만의 저체중 출산아를 말한다. 우리나라에선 지난해에 탄생한 신생아 수의 10%가 넘는 2만8000여명에 달하고 있다.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 2024-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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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병 사기가 곧 안보”…尹대통령, 중장 진급 신고·삼정검 수치 수여 [청계천 옆 사진관]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중장 진급 보직 신고 및 삼정검 수치 수여식’에 참석했다. 삼정검은 준장 진급자에게 수여되는 검으로 호국·통일·번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이후 중장 이상 진급자에게는 삼정검을 부여받은 이의 보직과 계급, 이름 그리고 대통령 이름이 새겨진 수치(끈으로 된 깃발)를 수여하고 있다. 이날 삼정검 수치 수여 대상자는 주일석 해병대사령관, 강정호 해군 교육사령관, 김경률 해군사관학교장, 손정환 합동참모본부 전략기획본부장, 박기완 공군참모차장, 차준선 공군사관학교장이었다. 윤 대통령은 진급자들의 삼정검에 수치를 달아주며 격려했고, 배우자들에게는 꽃다발을 건네주며 축하의 말을 전했다.이후 이어진 격려사에서 윤 대통령은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한 안보 상황 속에서 진급 장성들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라며, “장병들이 투철한 안보관과 실전적 교육훈련으로 무장해 군사대비태세를 확실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이끌어 달라”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장병 사기가 곧 안보’임을 명심하여 현장의 초급 간부들과 병사들을 각별히 챙겨주기를 당부했다.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 2024-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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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말레이시아 정상회담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말레이시아 정상회담에서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와 악수하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 2024-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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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이든 안 왔는데 G20 단체사진 촬영

    18일(현지 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개막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가운데)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앞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 등 정상들이 박수를 치며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뒤늦게 도착해 사진을 찍지 못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표정이 묘하게 일그러져 보인다. 일각에선 퇴임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을 홀대한 게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됐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 왼편의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앞에서 양팔을 벌리고 있는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도 합류하지 못해 ‘의전 실패’란 해석도 나온다. 리우데자네이루=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게티이미지}

    • 2024-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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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각왕 바이든’ 빼고 단체사진 찍은 G20 정상들[청계천 옆 사진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단체 사진 촬영을 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다. 18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G20 참가국 정상들은 ‘빵지 아수까르’ 산을 배경으로 단체 사진을 촬영했다. 단상 앞에는 ‘글로벌 기아·빈곤 퇴치 연합’(Global Alliance Against Hunger and Poverty)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이날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등은 취재진의 요청에 맞춰 손을 잡거나 손뼉을 치며 사진 포즈를 취했다. 그러나 단상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각국 정상들이 사진 촬영을 마치고 회의장으로 이동할 때쯤에야 바이든 대통령이 단상으로 걸어왔다.사실 바이든 대통령의 지각은 어제오늘이 아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2년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 때 10분 늦게 도착해 바로 입장하지 못하고 문 앞에서 기다려야 했다. 지난 7월 워싱턴에서 개최됐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서는 백악관에서 늦게 출발한 바이든 대통령 때문에 다른 참가국 정상들이 40분 넘게 기다려야 했다. 그러나 임기를 2달여 앞둔 지금 참가국 정상들은 바이든 대통령을 기다리지 않았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페루에서 진행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도 뒷줄 오른쪽 끄트머리에 자리를 배정받았다. 폭스뉴스는 바이든 대통령의 사진 위치가 평소 미국 대통령들이 서던 위치와 다르다고 지적했다. 반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당시에도 정 가운데 자리 잡고 있었고 이번에도 앞줄에서 포즈를 취했다.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 2024-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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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尹,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도착…이틀간 G20 정상회의 참석 [청계천 옆 사진관]

    윤석열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지인 브라질에 도착했다.도착 행사에 브라질 측에서는 브레노 코스타 리우 지역대사, 우리 측에서는 최영한 주브라질대사가 나와 윤 대통령을 맞았다. 공군 기지 단장인 파비우 실바 대령의 지휘 아래 의장대 사열이 진행됐다.이번 G20 정상회의는 윤 대통령 지난해 인도 뉴델리와 22년 인도네시아 발리에 이어 세번째 참석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번 G20은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국가·국제기구들이 참여(21개 회원국, 17개 초청국, 15개 국제기구)해 북러 불법 군사협력 중단과 규범 기반 국제질서의 수호를 위한 국제사회와의 연대를 강화할 것으로 전망했다.윤 대통령은 18일 올해 의장국인 브라질이 중점 성과로 추진 중인 ‘글로벌 기아·빈곤 퇴치 연합(GAAHP)’ 출범식에 참석해 1세션에서 ‘사회적 포용과 기아, 빈곤 퇴치’에 대한 한국의 구체적인 기여 방안을 밝힐 계획이다. 특히 최빈국에서 주요 경제국으로 성장한 한국의 발전 경험을 토대로 기아와 빈곤 퇴치 관련 정책 제안 및 공약을 발표할 예정이다.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 2024-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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