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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소리를 듣지 못합니다. 손짓으로 말씀해 주세요. 잠시만 기다려 주시면 맛있게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추모 합동분향소가 있는 전남 무안 종합스포츠파크 앞에서는 한동안 이런 문구가 적힌 푸드 트럭을 볼 수 있었다. 푸드 트럭에는 ‘차, 음료, 커피 무료’라는 문구도 적혀 있었다. 이 푸드 트럭의 주인은 신영호 씨(52)와 유미순 씨(55) 부부. 이들은 청각장애인이다. 신 씨 부부는 추운 날씨에도 합동분향소를 찾는 추모객들에게 따뜻한 커피를 무료로 나눠주기 위해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전남 목포에 사는 이 부부는 참사 발생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 30일부터 1주일 동안 커피, 유자차 등을 무료로 제공하는 나눔 봉사활동을 했다.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추모객들에게 커피, 유자차 등을 300∼500잔 제공했다. 14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신 씨는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들을 조금이나마 돕고 싶은 마음에 커피 나눔 봉사활동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신 씨 부부는 푸드 트럭을 몰고 행사장, 축제장 등을 찾아가 음식을 판매해 왔다. 목포 지역 청각장애인들 사이에서는 열심히 사는 부부로 꽤 유명하다. 단순히 판매만 하는 게 아니라 음식 메뉴도 여러 차례 바꾸는 등 손님들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 꾸준히 노력도 기해 왔다. 그러다 4년 전부터 보육원, 노인복지관, 아동센터를 찾아가 음식을 나누는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최근에는 목포에서 열린 집회 현장에서도 두 차례나 무료 커피 나눔 활동을 했다. 나눔 봉사활동을 위해 음식 대신 커피, 유자차도 더 구입했다. 제주항공 참사가 벌어지자 이 부부는 곧장 푸드 트럭을 끌고 현장으로 향했다. 1주일간 생업을 접고 일주일간 추모객들에게 따뜻한 무료 음료와 위로를 건넸다. 신 씨 부부는 “커피를 마신 분들이 간혹 수화로 감사하다고 답을 하거나 휴대전화로 감사하다는 글을 적어서 보여줄 때가 있었다. 마음이 뭉클했다”고 했다. 무안 제주항공 참사 이후 신 씨를 비롯해 전국에서 많은 사람이 자원봉사를 하기 위해 무안으로 달려왔다. 15일 기준 자원봉사자 수는 약 6400명으로 집계된다.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전남 순천시 조계산(887m)은 소백산맥 끝자락에 솟아 있다. 해양성 기후의 영향을 받아 예로부터 소강남(小江南)이라 불렸고 산세가 부드러우며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과 울창한 숲, 폭포와 약수 등이 있어 경관이 아름답다.조계산 자락에서 생산되는 유명한 농산물 중 하나가 한국 대표적 감 품종인 월하시(月下枾)다. 둥근 모양의 월하시 감은 당도가 일반 감보다 높아 연시, 곶감용으로 많이 쓰인다. 순천시 승주읍과 서면 등에서 생산되는 명품 곶감은 당도가 최고 60브릭스에 달해 다른 지역 곶감보다 높다.당도가 높은 이유는 월하시 감을 재배하기에 적당한 토양과 기후 등 지역적 특성 때문이다. 또 조계산과 상사호가 자리해 깨끗한 바람과 적당한 일교차가 월하시의 품질을 높이고 있다.곶감은 예로부터 몸을 따뜻하게 해주고 장과 위를 두텁게 하며 비위를 튼튼하게 해준다고 알려져 있다. 포도당과 과당이 많아 소화도 잘된다. 감에 비해 칼슘(Ca), 인(P), 칼륨(K)의 함량이 많은 것도 특징이다.순천시 서면 농민 35명이 참여하고 있는 순천만곶감 영농조합법인은 곶감을 생산한 지 40년이 됐다. 정태선 법인대표(80)는 “순천 월하시는 곶감으로 만들면 일반 감보다 무게가 더 나오고 단맛이 강하며 쫄깃쫄깃하다”고 말했다.순천시 승주읍 농민 40명이 참여하는 순천꿀곶감작목반은 40여 년째 자연건조방식으로 곶감을 제조한다. 승주읍 농민들은 66㎡ 넓이 저온 창고에 감 10만 개를 걸어놓고 2개월 정도 건조하는 방식으로 곶감을 만든다. 지영훈 작목반장은 “옛날 곶감 제조 방식을 고수해 설명절 선물로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구입 문의 순천농협 승주지점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간장·된장·고추장 등은 한국인 밥상에 빠질 수 없는 장류(醬類) 식품이다. 한국의 장 문화는 세계의 인정을 받았다.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는 지난해 12월 파라과이에서 열린 회의에서 장 담그기를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 목록에 등재했다. 장은 한국인의 밥상을 책임져 온 기본양념으로 음식 맛을 결정한다. 계절에 따라 장을 담고 보관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했다. 대대로 이어진 씨간장을 고이 보관하거나 나쁜 기운을 막으려고 장독 주변에 금줄을 치고 버선을 거꾸로 붙여놓기도 했다. 콩을 주원료로 소금과 함께 발효시키는 음식 문화는 동아시아에서 다양하게 전승됐다. 그중에서도 한국의 장은 독특하다. 특히 메주를 띄운 뒤 된장, 간장이라는 두 가지 장을 만들고 사용하고 남은 씨간장에 새로운 장을 더하는 방식은 독창적 문화로 여겨진다. 전남 담양군에는 대한민국 전통 장 식품명인이 있다. 식품명인 35호 기순도 씨(76)다. 기 씨는 담양군 창평면 장흥 고씨 양진재 문중 종부로 370여 년 대대로 내려온 씨간장을 보존하고 진장 제조 기법을 전수, 발전시키고 있다. 진장은 5년 이상 숙성시킨 간장이다. 기 씨는 간장을 150m 지하에서 퍼 올린 깨끗한 물과 직접 구운 죽염으로 제조한다. 제사 때마다 씨간장을 떠서 음식을 마련하고 떠낸 만큼 맛 좋은 햇간장, 진장으로 보충해 진한 맛을 낸다. 그의 장류는 미국 인터넷 쇼핑몰 아마존과 프랑스 봉마르셰 백화점에 입점하는 등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다. 담양군은 설 명절을 맞아 ‘담양장터’에서 전체 품목 20% 할인 기획전을 연다. 담양장터에서는 장류를 비롯해 전통 주류, 한우, 딸기 등 300여 개 특산품을 구입할 수 있다. 할인 행사는 담양읍 오프라인 직매장과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진행된다. 담양장터 신규 가입 회원에게는 적립금 증정과 무료 배송 등 혜택을 제공한다. 이병노 담양군수는 “설을 맞아 소중한 분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품격 높은 담양 농특산물을 엄선해 합리적인 가격으로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광주시와 광주시의회가 국회에 무안 제주항공 참사 특별법 제정을 요청했다. 14일 광주시에 따르면 전날 강기정 광주시장은 국회를 방문해 권영진 국회 제주항공여객기참사특위 위원장(국민의힘), 신정훈 행정안전위원장(더불어민주당), 김재원 의원(조국혁신당)을 만나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피해지원 특별법’의 신속한 제정 등을 요청했다. 이에 권 위원장과 신 위원장은 “특별법 제정에 적극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광주시의회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수습지원단도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피해 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광주시가 요청한 특별법은 유가족의 일상 회복을 위한 경제·의료 지원, 유가족을 포함한 참사 피해자의 심리적 안정과 치유를 위한 공간 마련, 지역경제 회복을 위한 지원 등을 담고 있다. 또 미성년자 유가족을 성년까지 지원하는 방안 등도 들어있다. 특히 광주에 유가족들을 위한 치유 공간 조성이 절실하다고 보고 1229마음센터 조성 지원을 건의했다. 지난해 12월 29일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탑승자 181명 중 179명이 숨졌다. 광주 희생자는 81명, 전남 희생자는 76명(태국인 1명 포함)으로 광주·전남 지역에는 희생자 가족, 지인들이 많다. 광주시 관계자는 “1229마음센터는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는 물론이고 광주 동구 학동 철거건물 붕괴사고, 서구 화정아이파크 참사 등 사회적 재난의 아픔을 치유하는 사랑방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지난해 12월 29일 오전 11시경 전남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입구. 무안 제주항공 참사가 벌어진 두 시간 뒤 공항에는 경찰관, 소방관들이 쉴 새 없이 오가고 크레인 등 각종 중장비가 들어가는 등 긴박했다. 공항 입구 주변에는 무안군 의용소방대원 50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이들은 참사 현장 인근까지 들어가 텐트를 설치하고 필요한 물품을 날랐다. 천덕연 무안군 의용소방대연합회 회장(62)은 “참사 직후 비상 문자를 받은 의용소방대원들이 무안공항으로 달려와 2, 3일 동안 수색 보조 업무를 했다”며 “유가족들을 끝까지 돕고 아픔을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참사에 무안공항 달려온 주민들 한국여성농업인 무안군연합회 회장 신진남 씨(54)는 참사 1시간 뒤 무안공항에 달려와 자원봉사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29일 점심부터 사고를 수습하는 소방관, 경찰관 등을 위해 공항관리동 2층 무료 식당에서 음식을 만들었다. 신 씨와 회원 10명은 연말연시를 대부분 공항 식당에서 보냈다. 새해 떡국을 준비하고 기부로 들어온 생전복을 깨끗이 씻어 전복죽을 만들었다. 무료 식당 운영을 시작한 지 2, 3일 동안 눈코 뜰 새가 없었다. 신 씨는 “식사를 하던 사람이 새해라서 떡국을 주는 것이냐고 묻자 그때서야 새해가 시작되는 휴일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신 씨는 “하루에 평균 4000명분 식사를 조리할 때도 있었다. 허리 펼 시간도 없었다”며 “사고 4일 차부터 전국에서 구호단체 지원이 많이 도착해 조리 부담이 줄었다”고 말했다. 신 씨는 식당 운영 10일 동안 하루 평균 4, 5시간만 자며 조리를 했다. 무료 식당은 24시간 운영했는데, 자정부터 새벽까지는 컵라면 300∼400개와 밥, 김치를 준비했다. 이는 하루 뒤면 거의 다 소비됐다. 밤샘 수색작업을 하면서 허기진 소방관, 경찰관, 군인들은 라면에 밥을 말아 먹었다. 신 씨는 인터넷에서 ‘자원봉사자들이 구호 물품을 챙겨 갔다’는 악성 글이 퍼진 것에 억울하다며 눈물을 흘렸다. 신 씨는 “식당 조리 봉사활동은 유가족 아픔에 견줄 것이 아니다”며 “여건이 허락되면 유가족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남도사랑 무안지부 회원 박인규 씨(65)는 사고 수습 현장에서 급식 봉사활동을 했다. 급식 공간은 사고 항공기 기체 수색 장소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설치됐다. 쉬지 않고 수색해야 하는 소방관과 경찰관, 군인을 배려한 것으로 보인다. 박 씨는 수색 작업에 지친 사람들에게 따뜻한 식사 한 끼를 건네며 힘을 보탰다. 박 씨는 “지친 소방관, 경찰관, 군인들이 식사를 하고 다시 힘을 내는 모습을 보며 작은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양파 주산지인 무안의 면적은 449km²이며 인구 9만2000여 명이다. 전남 자원봉사센터는 13일 “무안공항과 무안 스포츠파크 분향소에서 봉사를 한 전국에서 온 등록 자원봉사자 6400여 명 중 30%가량은 무안 주민들”이라고 밝혔다.● 지역 경제도 침체… “지원책 마련 필요” 무안군 자원봉사자들은 사고 이후 침체된 지역 경제를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고 토로했다. 자원봉사자 박모 씨(61)는 “참사의 아픔을 나누기 위해 봉사활동을 하면서도 우리 지역 식당이 ‘하루에 밥 한 그릇도 팔지 못했다’는 소리를 들을 때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54홀 규모의 무안컨트리클럽(CC)은 지난해 12월 31일부터 이달 4일까지 5일 동안 이번 참사를 애도하기 위해 휴장했다. 무안CC 직원 80명은 휴장 기간 번갈아 가며 무안공항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펼쳤다. 무안CC 관계자는 “20년 동안 근무를 했는데 태풍, 폭우 등 자연재해를 제외하고 휴장을 한 적이 없다. 추모를 위해 휴장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무안 지역에 추모 분위기가 퍼지면서 상가들은 저녁 시간이 되면 대부분 불을 껐다. 공항 주변 무안읍, 망운·현경·운남면 일대 상가 500여 곳은 손님이 거의 없었다. 한충석 무안군 소상공인회장(67)은 20년 동안 식당을 했지만 이런 불황은 처음이라고 했다. 한 회장 식당은 평소 주말에 손님 15팀 정도를 받았지만 현재는 2, 3팀이 전부였다. 한 회장은 “무안전통시장은 평소 사람들로 붐볐지만 현재는 썰렁하다”며 “계엄에 참사까지 겹쳐 사람들이 외식, 모임 등을 자제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광주·전남지역 여행사 예약도 대부분 취소되거나 여행상품이 사라졌다. 서삼석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영암·무안·신안군)은 무안공항에서 본보 기자를 만나 “침체된 지역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11일 전남 무안 제주항공 참사 현장 앞 철제 울타리에 검은 리본들이 하얀 눈을 맞으며 펄럭였다. 사고가 발생한 지난해 12월 29일을 의미하는 1229개의 리본이었다. 제주항공 참사가 발생한 지 2주째인 이날 유가족들이 사고 현장을 찾아 ‘추모길 걷기’ 행사를 가졌다. 한 유튜버 제안으로 열린 이 행사에는 유가족과 자원봉사자 27명이 참석했다. 참가자들은 사고 여객기가 관제탑에 착륙 허가를 받은 시간인 오전 8시 54분에 맞춰 공항 청사 2층을 출발해 사고 현장을 지나 5.5km가량을 걸었다. 당초 공항 외곽까지 12.29km를 걸으려 했지만, 수색 구간에 가로막혀 더 걷지 못했다. 이날 무안에 눈이 내리면서 참가자들은 걷는 내내 눈을 맞았다. 사고 현장에 도착한 유가족과 자원봉사자들은 사고 기체 잔해들을 바라보며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이어 준비해 간 1229개의 검은 리본을 희생자를 추모하는 의미에서 현장 앞 철제 울타리에 맸다. 유가족들은 이날 총회를 열고 “좋은 날씨를 기준으로 3일 동안 수색해서 유류품 등이 추가로 하나라도 발견되지 않으면 수색 종료를 선언하겠다”고 밝혔다. 유족들은 18일 정부 합동추모제를 공항 청사 2층에서 열기로 했다. 한편 참사로 부모를 잃은 한 남성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글이 화제다. 박모 씨(23)는 11일 본인 SNS에 “‘정부가 제주항공 참사 유족에게 긴급생계비 300만 원을 지급했다’는 기사가 보도되자 유족을 향한 악성 댓글들이 달렸다”며 “우리는 나랏돈을 축내는 벌레가 아니며, 돈 벌자고 무안공항에 앉아 있는 게 아니다”라고 적었다.무안=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11일 무안 제주항공 참사 현장 앞 철제울타리에 검은 리본들이 하얀 눈을 맞으며 펄럭였다. 사고가 발생한 지난해 12월 29일을 의미하는 1229개 리본이었다. 제주항공 참사가 발생한 지 2주째인 11일 유가족들이 사고 현장을 찾아 ‘추모길 걷기’ 행사를 가졌다. 한 유튜버의 기획으로 마련된 이 행사에는 유가족과 자원봉사자 등 27명이 참석했다. 참가자들은 사고 여객기가 관제탑에 착륙 허가를 받은 시각인 오전 8시 54분에 맞춰 공항 청사 2층을 출발해 사고 현장을 지나 5.5km가량을 걸었다. 당초 공항 외곽까지 12.29km를 걸으려 했지만, 수색 구간에 가로막혀 더 걷지 못했다. 이날 무안에 눈이 내리면서 참가자들은 걷는 내내 눈을 맞았다. 사고 현장에 도착한 유가족과 자원봉사자들은 항공기 꼬리 등 남은 사고 기체 잔해들을 바라보며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이어서 준비해 간 1229개의 검은 리본을 희생자를 추모하는 의미에서 현장 앞 철제울타리에 맸다. 유가족들은 “추모길 걷기에 참여해 주신 자원봉사자분들에게 감사하다. 함께 동행해준 것이 고맙고 위로가 됐다”고 전했다. 현장에서 돌아온 유가족과 자원봉사자들은 공항 청사 1층으로 돌아와 희생자 추모 합동분향소에서 분향한 후 행사를 마쳤다. 유족들은 이날 총회를 갖고 “좋은 날씨를 기준으로 3일 동안 수색해서 유류품 등이 추가로 하나라도 발견되지 않으면 수색 종료를 선언 하겠다”고 밝혔다. 또 “가족들에게 인도되지 않은 시신 일부는 합동 장례식을 위해 광주영락공원에서 화장하고 잠시 보관하겠다”고 덧붙였다. 유족들은 18일 정부 합동추모제를 공항 청사 2층에서 열기로 했다. 49재 이후 희생자 유류품을 추모 공원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첫 노사 상생 모델인 광주형 일자리로 주목받았던 광주글로벌모터스(GGM) 노동자들이 이르면 13일부터 부분 파업 돌입을 예고했다.금속노조 광주글로벌모터스지회는 10일 광주광역시청 앞에서 파업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사용자와 광주시, 주주단이 노조와 상생의 길을 포기했다. 노조를 대화상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파업 돌입 의사를 밝혔다. 노조는 올해 임단협 과정에서 15만9200원(약 7%)의 월급 인상 등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노사 상생협의회가 결정한 올해 초 물가상승률 3.6%를 적용하는 것 외 추가 인상은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교섭이 결렬됐다.노조는 쟁의 대책위원회 회의를 거쳐 13일 또는 14일부터 부서별 부분(순환)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상황을 보며 파업강도는 결정할 계획이다. GGM 노동자들은 지난해 5월 금속노조에 가입하면서 노조 활동을 본격화했다. 현재 전체 근로자 668명 중 228명(34%)이 노조에 속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노조는 “회사 측이 노사상생협의회가 결정한 대로 임금 인상을 할 것이라며 노조와의 실질적 협의를 위한 방안 제시를 거부하고 있다. 파업을 막고 싶다면 노조와 실질적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회사 측의 노동3권을 부정하는 태도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다면 파업이 장기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반면 회사 측은 “노사상생협정서에 따라 8차 협상을 진행했는데 파업을 예고했고 언제든지 교섭을 체결할 준비가 돼 있다. 노사상생협정서를 벗어나 임금인상 등을 할 경우 각종 문제가 생길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몇 년 내에 총 생산차량이 35만대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후부터 임금인상 폭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GGM은 2019년 광주형 일자리 모델로 설립된 회사다. 현대차의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캐스퍼를 위탁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캐스퍼의 총 누적 생산량은 약 16만 대다. GGM의 최대 주주는 광주시가 출자한 광주미래차모빌리티 진흥원(21%)이며, 현대차가 19%로 2대 주주다. 이밖에 광주은행(11.3%)과 산업은행(10.87%), 지역 기업 등 기타(37.83%) 로 구성돼 있다. 광주시가 GGM의 경영권을 가지고 있다. 현대차는 지분은 있지만 경영 일선에 나서지 않고, 기술 지원이나 위탁 생산 및 판매 등의 역할을 하고 있다.업계에서는 이번 파업이 다른 자동차 업체로 확대될 가능성은 많지 않다고 보고 있다. 파업의 원인이 GGM 자체의 문제로, 자동차 업계 전반의 문제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자동차 업체 관계자는 “GGM이 출범할 당시 노사가 누적 생산량 35만 대까지는 무파업, 무노조 원칙으로 가겠다고 합의를 한 것으로 안다”며 “이번 파업에 돌입하면 그 원칙이 깨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변종국 기자 bjk@donga.com}
길에서 처음 본 10대 여학생을 흉기로 살해한 ‘순천 여고생 살인 사건’ 범인 박대성(31)에게 1심에서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9일 광주지법 순천지원 형사합의1부(부장판사 김용규)는 살인 및 살인예비 혐의로 기소된 박대성에 대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또 20년간 전자장치 부착,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야간 외출 금지,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의 음주 제한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박대성은 사회 첫발을 내디딜 준비를 하던 A 양(당시 18세)을 살해해 꿈조차 펼칠 기회를 앗아갔고, (A 양이) 피해를 입을 당시 공포심과 무력감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수사관들 질문에 웃음, 농담으로 대답하는 등 반성하지 않았다”며 “흉기를 미리 준비하고 A 양을 특정하는 등 계획적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박대성은 지난해 9월 26일 0시 44분경 전남 순천시 조례동 거리에서 A 양을 800m가량 따라가 흉기로 살해한 뒤 인근 술집과 노래방을 찾아가 또 살인을 저지르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 양 아버지는 “무기징역이라니 가슴이 찢어진다. 이런 추가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박대성에게 사형이 선고돼야 했다”며 반발했다. 검찰은 판결문을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순천=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광주시는 27일까지 올해 여성친화마을 조성사업에 참여할 마을공동체를 모집한다고 9일 밝혔다. 여성친화마을 조성사업은 성평등한 도시를 만들자는 취지로 2012년부터 시작했다. 지금까지 79개 성평등 마을을 발굴·조성하는 등 성평등 문화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 그 결과 광주 지역 5개 자치구 모두 여성친화도시로 지정되는 성과를 거뒀다. 지원 대상은 광주에서 일정한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구성한 마을공동체로, 광주시 또는 자치구에서 여성친화마을로 선정된 경험이 1회 이상 있어야 신청할 수 있다. 시는 올해 8개 안팎의 마을을 선정해 마을 틈새 돌봄, 지역 여성 일자리 등 마을 실정에 맞는 성평등 사업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시는 여성친화마을 공모사업에 관심 있는 마을공동체를 대상으로 15일부터 17일까지 광주여성가족재단에서 사전 상담을 진행한다. 사업에 관심 있는 마을공동체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사업 설명, 신청서 작성 등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최진아 광주시 여성가족과장은 “시민들이 삶 속에서 성평등을 실감할 수 있도록 다양한 아이디어를 가진 마을의 참여를 바란다”고 말했다.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길에서 처음 본 10대 여학생을 흉기로 살해한 ‘순천 여고생 살인 사건’ 범인 박대성(31)에게 1심에서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9일 광주지법 순천지원 형사합의1부(부장판사 김용규)는 살인 및 살인예비 혐의로 기소된 박대성에 대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또 20년간 전자장치 부착, 오후 6시부터 오전 6시까지 야간 외출 금지, 혈중알코올 농도 0.03%이상의 음주 제한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박대성은 사회 첫발을 내디딜 준비를 하던 A 양(당시 18)을 살해해 꿈조차 펼칠 기회를 앗아갔고 (A 양이) 피해를 입을 당시 공포심과 무력감을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수사관들 질문에 웃음, 농담으로 대답하는 등 반성하지 않았다”며 “흉기를 미리 준비하고 A양을 특정 하는 등 계획적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단했다.박대성은 지난해 9월 26일 밤 0시 44분경 전남 순천시 조례동 거리에서 A 양을 800m 가량 따라가 흉기로 살해한 뒤 인근 술집과 노래방을 찾아가 또 살인을 저지르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 양 아버지는 “무기징역이라니 가슴이 찢어진다. 이런 추가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박대성에게 사형이 선고돼야 했다”며 반발했다. 검찰은 판결문을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광주 동구의 고향사랑기부금 모금액이 전국 기초 자치단체 중 1위에 올랐다. 8일 광주 동구에 따르면 고향사랑기부금 모금액은 2023년 9억2100만 원, 지난해 23억9700만 원으로 2년간 누적 33억1800만 원이다. 기부 건수는 2023년 8179건, 지난해 2만3407건으로 2년 누적 3만1586건이다. 동구 고향사랑기부제 지난해 모금액과 건수는 2023년보다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이로 인해 동구 고향사랑기부 모금액은 전국 자치단체 243곳 중 2위, 기초자치단체 226곳 중 1위를 차지했다. 시행 3년째를 맞는 고향사랑기부제의 성공 모델로 동구가 자리 잡은 이유는 체계적이고 혁신적인 운영전략, 소상공인들의 호응이 꼽힌다. 동구는 고향사랑기부제 시행 첫해부터 기부자의 편의성 확대와 활성화를 위해 민간 플랫폼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기금사업 선정 △기부금 사용 내용의 투명한 공개 △다양한 답례품과 선택의 편리성 △전국적인 홍보 등을 통해 동구 고향사랑기부 참여율이 증가를 이끌어냈다. 특히 2023년 지정 기부사업인 광주극장 100년 프로젝트, 발달장애 청소년 E.T 야구단 지원 프로젝트를 추진한 데 이어 지난해 유기동물 구조 보호사업을 시작했다. 이 사업은 광주에 한 곳뿐인 동물보호소가 포화상태에 이르자 유기동물 보호에 힘을 보태기 위해 추진됐다.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12월 시행한 고향사랑기부제 디지털서비스 개방사업도 한몫했다. 행안부는 NH농협, IBK기업은행,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 금융기관과 고향사랑기부제 공식 포털 위기브(WeGive) 등 민간 플랫폼을 통해 기부자들이 다양한 경로로 손쉽게 기부할 수 있도록 기부환경을 조성했다.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을 보내는 지역 소상공인들도 호응하고 있다. 남광주시장 상인들은 삼겹살과 한우, 보리굴비 등을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으로 보낼 때 고기 양을 조금이라도 더 많이 선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웅기 자연축산 대표(57)는 “고향사랑기부금을 낸 기부자들에게 보답하는 마음을 담아 좋은 선물을 보내고 있다”며 “답례품 증가도 지역 경제 활성화에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부터 고향사랑기부제를 통해 최대 2000만 원까지 기부할 수 있고 세액공제 혜택과 기부액의 30%를 답례품으로 받을 수 있다. 기부 금액은 10만 원까지는 전액 세액 공제되고 10만 원 초과분은 16.5% 공제된다. 임택 동구청장은 “기초자치단체 1위 성과는 광주 동구를 사랑하는 모든 분들의 협력과 참여 덕분에 가능했다”며 “기부자들의 뜻을 소중히 담아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이어 “위기브와 같은 민간 플랫폼 등 혁신적인 시스템을 활용해 앞으로도 고향사랑기부제가 더 많은 사람의 참여를 이끌고 지역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가겠다”고 강조했다.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항공기 조종사들이 이착륙 전 위험한 공항 시설물을 파악하기 위해 주로 이용하는 정부와 민간 정보망에서 무안 제주항공 참사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콘크리트 둔덕을 확인할 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 여객기 조종사가 콘크리트 구조물의 존재를 모른 채 동체 착륙을 시도하다가 피해가 커졌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착륙 시뮬레이션에 둔덕은 없어 6일 전현직 항공기 조종사들에 따르면 조종사들이 공항의 각종 장비와 시설 위험물을 확인하는 경로는 크게 네 가지다. 정부의 항공정보관리체계 내 항공정보간행물(Aip)을 비롯해 △항공사의 이착륙 시뮬레이션 △젭슨 매뉴얼(Jeppesen Airway Manual) 등 민간 항공 정보망 △공항 위험 상황 등을 제공하는 알람 ‘노탐’ 등이다. 조종사들은 이들을 통해 각 항로의 최신 정보뿐 아니라 전 세계 공항의 활주로 길이, 시설물, 조종 시 유의사항 등을 확인한다. 하지만 동아일보 취재 결과 이런 시스템을 통해 무안국제공항의 콘크리트 둔덕 구조물을 확인할 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 Aip에는 콘크리트 둔덕 위에 설치된 등화(조명) 시설과 로컬라이저(안테나) 시설만 나와 있을 뿐 콘크리트 둔덕 설명은 없었다. 항공사별로 각 공항 이착륙 연습 등을 하는 시뮬레이션을 운영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조종사들은 이착륙에 앞서 이착륙 시뮬레이션을 통해 사전 위험 요소를 파악한다. 특히 신규 운항이나 운항 재개를 할 때는 사전 안전 점검을 위해 시뮬레이션을 필수로 거친다. 하지만 항공기 조종사들은 본보에 “무안국제공항을 대상으로 시뮬레이션 훈련을 할 때 로컬라이저는 있지만 콘크리트 둔덕에 대한 표시는 없다”고 밝혔다. 이 같은 시뮬레이션은 정부가 제공하는 항공 정보 데이터 등을 기초 삼아 제작된다. 정부 역시 부실한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에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조종사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젭슨 매뉴얼 등 민간 항공정보 프로그램에도 무안공항 둔덕은 포함돼 있지 않았다. 한 전직 기장은 “공항 사람들이 따로 구두로 설명하지 않는 이상 조종사들이 콘크리트 시설물이 있다는 걸 알 수 없었다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 예측치 7% 수준 이용 공항… 부실 초래지방 공항의 잘못된 수요 예측도 안전사고를 부채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3년 무안국제공항 실제 이용객은 23만 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5년 국토부가 발표한 ‘제3차 공항 개발 중장기 종합계획’ 내 2025년 연간 수요 예측치인 330만 명 대비 7% 수준이다. 전체 이용객도 수요 예측치를 밑돌았다. 2023년 전국 15개 공항 전체 이용객은 1억3359만 명이었다. 이는 3차 종합계획에서 전망한 예측치(1억7593만 명)의 76%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지방 공항의 안전 위기 원인 중 하나로 수요 예측 실패를 지목하고 있다. 실적이 저조하다 보니 안전 분야에 투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항공기 비상 착륙을 돕는 항공기 이탈 방지 시스템(EMAS)이다. 활주로 인근 지역 바닥을 부서지기 쉬운 재질로 설치해 활주로를 이탈한 비행기 속도를 늦춰준다. 하지만 설치 비용이 공항 1곳당 약 2300만 달러(약 337억7200만 원)에 달하고 재설치 비용도 부담해야 한다. 이 때문에 국내에는 설치된 공항이 한 곳도 없다. 또 국내 15개 공항 중 조류 탐지 레이더가 설치된 곳도 단 한 곳도 없었다. 열화상 카메라는 김포, 김해, 제주공항 등 3곳에만 있었다.무안=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무안=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무안=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이렇게 수십 년이 걸릴 일인가.” 친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24년간 복역하다가 6일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김신혜 씨(47·여)가 이날 선고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말했다. 광주지법 해남지원 형사합의1부(지원장 박현수)는 이날 존속살해 사건에 대한 재심 선고 공판에서 무기징역수였던 김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사건 발생 25년, 재심 개시가 결정된 지 10년 만이다. 김 씨는 2000년 3월 7일 전남 완도군에서 수면제 30여 알을 양주 2잔에 타서 건네는 방법으로 친아버지(당시 52세)를 살해하고 같은 날 오전 5시 50분쯤 완도군 정도리 버스정류장 앞에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경찰은 김 씨의 고모부로부터 “김 씨가 아버지를 살해했다”는 신고를 받고 김 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수사를 벌인 끝에 자백을 받았다고 밝혔다. 범행 동기는 이복 여동생에 대한 아버지의 성적 학대, 아버지 사망 후 거액의 보험금 등이었다. 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김 씨는 “고모부에게 동생이 아버지를 죽였다는 말을 듣고 대신 누명을 쓴 것”이라고 자백을 번복했다. 이후 계속 무죄를 주장했지만, 결국 1심에서 무기징역이 선고됐고, 2001년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이후 한 TV 프로그램이 김 씨 사연을 다루면서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회 법률구조단이 조사에 착수했고, 2015년 광주지법 해남지원에 재심이 청구됐다. 김 씨 변호인 측은 경찰의 강압 수사, 영장 없는 압수수색, 절차적 불법 행위를 문제로 제기했다. 검찰은 재심에서도 “당시 수사기관은 위법 수사를 하지 않았고 범인은 김 씨가 맞다”며 원심과 같은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그러나 재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부검 당시 피해자의 위장 내에는 가루든 알약이든 많은 약을 복용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김 씨의 독살이라는 수사 결과에 의혹을 제기했다. 또 “사망 당시 피해자의 혈중알코올농도가 0.303%의 고도 운동장애, 혼수상태였던 점을 고려하면 그것이 독립적인 사망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범행 동기에 대해서도 “살해 동기로 지목된 피해자의 성추행 행위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보험 보상을 노렸다는 부분도 보험설계사 자격이 있는 김 씨가 고지의무 위반으로 보험금 수령이 어렵다는 것을 모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시체 유기 정황과 관련해서는 “시체 유기 가능 시간 직전 김 씨는 친구들에게 전화해 만나자고 했는데 이는 계획적 살인을 저지른 사람이라고 보기에는 석연치 않다”고 봤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김 씨가 동생을 보호하기 위해 거짓으로 자백했고, 경찰의 강압적 수사가 있었으며, 그로 인해 확보된 각종 증거는 증거능력이 없다고 최종 판단했다. 김 씨는 무죄가 선고되자 곧바로 장흥교도소에서 출소해 “아버지가 고생만 하다가 돌아가셨는데, 끝까지 못 지켜드려 죄송하다. 이런 일은 더 이상 반복되지 않게 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출소 현장에는 화성 연쇄 살인 사건의 진범 대신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하다가 재심으로 무죄를 받은 윤성여 씨와 낙동강변 살인사건으로 복역하다가 재심에서 무죄를 받고 21년 만에 풀려난 장동익 씨가 나와 김 씨에게 꽃다발을 전달했다. 이날 열린 재판은 김 씨에게 최초 무기징역이 선고된 1심의 재심이다. 검찰이 불복해 항소할 경우 광주고법에서 다시 2심 재판을 받게 된다.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이렇게 수십 년이 걸릴 일인가.”친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24년간 복역하다 6일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김신혜 씨(47·여)가 이날 선고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말했다. 광주지법 해남지원 형사합의1부(지원장 박현수)는 이날 존속살해 사건에 대한 재심 선고 공판에서 무기징역수였던 김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사건 발생 25년, 재심 개시가 결정된 지 10년 만이다. 김 씨는 2000년 3월 7일 전남 완도군에서 수면제 30여 알을 양주 2잔에 타서 건네는 방법으로 친아버지(당시 52세)를 살해하고 같은 날 오전 5시 50분쯤 완도군 정도리 버스정류장 앞에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경찰은 김 씨의 고모부로부터 “김 씨가 아버지를 살해했다”는 신고를 받고 김 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수사를 벌인 끝에 자백을 받았다고 밝혔다. 범행동기는 이복 여동생에 대한 아버지의 성적 학대, 아버지 사망 후 거액의 보험금 등이었다. 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김 씨는 “고모부에게 동생이 아버지를 죽였다는 말을 듣고 대신 누명을 쓴 것”이라고 자백을 번복했다. 이후 계속 무죄를 주장했지만, 결국 1심에서 무기징역이 선고됐고, 2001년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이후 한 TV 프로그램이 김 씨 사연을 다루면서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회 법률구조단이 조사에 착수했고, 2015년 광주지법 해남지원에 재심이 청구됐다. 김 씨 변호인 측은 경찰의 강압 수사, 영장 없는 압수수색, 절차적 불법 행위를 문제로 제기했다. 검찰은 재심에서도 “당시 수사기관은 위법 수사를 하지 않았고 범인은 김 씨가 맞다”며 원심과 같은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그러나 재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부검 당시 피해자의 위장 내에는 가루든 알약이든 많은 약을 복용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김 씨의 독살이라는 수사 결과에 의혹을 제기했다. 또 “사망 당시 피해자의 혈중알코올농도가 0.303%의 고도 운동장애, 혼수상태였던 점을 고려하면 그것이 독립적인 사망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재판부는 범행동기에 대해서도 “살해 동기로 지목된 피해자의 성추행 행위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보험 보상을 노렸다는 부분도 보험설계사 자격이 있는 김 씨가 고지의무 위반으로 보험금 수령이 어렵다는 것을 모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시체유기 정황와 관련해서는 “시체 유기 가능 시간 직전 김 씨는 친구들에게 전화해 만나자고 했는데 이는 계획적 살인을 저지른 사람이라고 보기에는 석연치 않다”고 봤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김 씨가 동생을 보호하기 위해 거짓으로 자백했고, 경찰의 강압적인 수사가 있었으며, 그로 인해 확보된 각종 증거는 증거능력이 없다고 최종 판단했다. 김씨는 무죄가 선고되자 곧바로 장흥교도소에서 출소해 “아버지가 고생만 하다가 돌아가셨는데, 끝까지 못 지켜드려 죄송하다. 이런 일은 더 이상 반복되지 않게 해야 한다”고 했다.이날 출소 현장에는 화성 연쇄 살인 사건의 진범 대신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하다 재심으로 무죄를 받은 윤성여 씨와 낙동강변 살인사건으로 복역하다 재심에서 무죄를 받고 21년 만에 풀려난 장동익 씨가 나와 김 씨에게 꽃다발을 전달했다. 이날 열린 재판은 김씨에게 최초 무기징역이 선고된 1심의 재심이다. 검찰이 불복해 항소할 경우 광주고법에서 다시 2심 재판을 받게 된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무안 제주항공 참사가 일어나기 47일 전에도 무안국제공항으로 착륙하려던 항공기가 조류와 충돌(버드 스트라이크)해 인천국제공항으로 긴급 회항한 것으로 밝혀졌다. 5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11월 12일 오전 6시경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착륙하려던 외국계 항공사의 항공기의 오른쪽 엔진에 큰 새 한 마리가 충돌했다. 새의 크기가 매우 컸던 탓에 항공기 오른쪽 엔진이 완전히 기능을 상실하고 마비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항공기는 같은 날 오전 2시경 동남아시아 한 도시에서 이륙해 오전 7시경 무안공항에 착륙할 예정이었다. 당시 조종사는 항공기가 새와 부딪힌 사실을 인식했지만 관련 장치에서는 경고음이 들어오지 않았다. 조종사는 선회를 하는 과정에서 오른쪽 엔진 마비를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종사는 다행히 왼쪽 엔진이 정상 작동되는 것을 확인하고, 항공기 수리가 가능한 인천공항으로 긴급 회항했다. 항공기에는 승객 100여 명이 탑승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승객들은 A항공사와 여행사에 “무안공항이 아닌 인천공항에 착륙했으니 보상을 해 달라”고 항의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11월 조류 충돌 이후 별다른 조치 없이 공항이 정상적으로 운영된 것이 참사의 한 원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인규 항공대 비행교육원장은 “철새보다 훨씬 작은 갈매기나 청둥오리라고 해도 항공기 엔진 블레이드가 파손된다”고 말했다. 조류 충돌 직후 관계 당국을 소집해 원인 분석과 재발 방지를 논의하는 기구 등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고승희 신라대 항공운항과 교수는 “참사 발생 전에 조류 충돌 문제가 발생했지만 적절한 대응이 없었다는 것이 문제”라며 “조류 충돌 내용을 사전 점검했다면 이번 참사를 막았을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무안공항의 관제 업무 수행량(관제량)은 다른 중소 공항 대비 3배 가까이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이 없어 활주로에 고추나 말리던 공항’이라고 불리며 활주로 연장 예산 확보조차 어려웠던 것과는 다른 결과다.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2023년 무안공항 관제탑의 관제량은 4만538대로, 하루 평균 111대에 대한 관제 업무를 수행했다. 이는 다른 지방공항인 △양양 관제탑(1만9078대) △여수 관제탑(1만4710대) △울산 관제탑(1만2820대)보다 많았다. 반면 무안공항 관제사 수는 다른 공항과 비슷한 규모로 ‘과다 업무’ 논란이 제기됐다. 앞서 사고 당일 무안공항 조류퇴치반 근무 인원은 1명뿐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근무 인원들은 그날 사고 상황을 알지 못했고, 조류 퇴치를 위한 출동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무안공항 조류 퇴치 전담 인원은 4명으로 3조 2교대 근무를 한다. 김포공항 23명, 제주공항 20명, 김해공항 16명과 비교하면 인력 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무안=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무안=임재혁 기자 heok@donga.com무안=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5·18민주화운동 최후 항전지인 옛 전남도청 복원 공사 현장에서 불이 나 5·18 사적지가 소실될 뻔했다. 불은 20여 분 만에 진화됐다. 5일 광주시 등에 따르면 4일 오전 8시 41분경 광주 동구 광산동 옛 전남도청 경찰국 본관 3층에서 불이 났다. 소방 당국은 철골 구조물의 산소 절단 작업을 하다 화재가 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당시 공사장에 있던 작업자들은 불이 확산하기 전 대피해 인명피해로 이어지진 않았다. 다만 천장부 단열재가 타고 건물 내부가 그을리는 등 소방서 추산 331만 원의 재산 피해가 났다. 옛전남도청복원추진단은 경찰국 본관 3층에 대한 복원 공사를 중단하고, 외부 업체를 통해 안전 진단을 추진한 뒤 공사를 재개할 계획이다. 불이 난 옛 전남도청 경찰국은 5·18 당시 시민군이 최후의 항쟁을 벌여 14명이 사망한 역사적 공간이다. 특히 본관 3층 중앙 계단실은 고등학생 시민군인 문재학·안종필 군이 숨진 채 발견된 곳으로, 문재학 열사는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의 주인공인 ‘동호’의 실제 인물이다. 옛 전남도청 건물 6개 동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리모델링 과정에서 원형 훼손 논란에 휩싸였고 지역사회 의견대로 지난해부터 복원 공사가 진행 중이다. 5·18유족회 등 오월단체는 입장문을 통해 “5·18의 마지막 항쟁지이자 오월 정신이 깃든 역사적 성지에서 불이 난 것은 유감스럽다”며 “이 사고를 계기로 원형이 손상되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와 세심한 주의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지난해 12월 29일 무안 제주항공 참사 당시 여객기가 들이받은 120여 t 콘크리트 둔덕 상판 일부가 10m 떨어진 곳까지 날아간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 당시 시속 300㎞가 넘는 속도로 활주로를 미끄러진 여객기의 잔해는 500m 떨어진 곳까지 흩어졌다. 전문가들은 콘크리트 조각 및 잔해가 날아간 거리를 감안하면 상판과 충돌한 당시의 충격이 대규모 참사 원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상판은 2007년 개항 당시에 없었으나 2023년 설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10m 밖까지 날아간 콘크리트 상판 3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사고 당일 오전 9시 3분경 여객기는 전남 무안국제공항 남쪽 끝부분의 로컬라이저 안테나, 유도등이 설치된 높이 2m 콘크리트 둔덕 상판 중앙 부분에 정면충돌했다. 상판의 양쪽 가장자리 두께는 약 90cm, 가운데 부분 두께는 약 30cm로 알려졌다. 충돌의 충격으로 상판은 여러 개로 부서졌다. 상당 부분은 철근에 지탱해 형체가 유지됐지만 여객기와 충돌한 중앙 부분 일부는 파손되며 최대 10m 거리까지 날아갔다. 비행기 잔해 역시 최대 500m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다. 상판을 받치고 있던 아랫부분 기둥(두께 20∼30cm, 길이 1m)은 충격으로 쓰러졌다. 전문가들은 곳곳에서 발견된 상판의 잔해 규모와 발견 지점에 주목했다. 179명이 숨진 직접적인 원인으로 콘크리트 둔덕이 지목되는 상황에서 사고 당시 충격파를 가늠할 척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장 출신인 고승희 신라대 항공운항과 교수는 “콘크리트 상판이 10m가량 날아가는 충격파는 콘크리트 둔덕이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뜻”이라면서 “최근 30년 동안 동체 착륙을 하더라도 활주로 끝에서 비행기가 그 정도로 파괴되고 폭발한 참사는 없었다”고 했다. 콘크리트 상판은 2007년 무안공항 개항 당시에는 없었다. 그때는 수직으로 세워진 기둥들만 존재했다. 이후 2023년 둔덕 개량 공사 과정에서 상판이 추가로 설치됐다. 기존 콘크리트 둔덕은 기둥 10여 개로만 하부 구조가 돼 있었는데, 추가적인 항행 안전시설물이 설치되며 콘크리트 구조에 상판이 보강된 것으로 알려졌다. 원래 로컬라이저만 있었던 곳에 유도등도 세우게 되면서 무게가 무거워지자 더 두꺼워진 붉은색 수직받침대, 철제 삼각형 바닥받침도 보강했다. 이근영 한국교통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로컬라이저를 신형 장비로 교체하면서 더 단단하게 고정하기 위해 콘크리트 상판을 설치한 것 같은데, 상판까지 땅속에 매립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 제주항공 기장 “콘크리트 둔덕인 줄 몰랐다”무안공항을 자주 이용해 본 현직 제주항공 기장 역시 콘크리트 둔덕이 이번 사고의 원인일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현직 제주항공 기장 A 씨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적어도 7년 이상을 무안에서 비행했지만 로컬라이저 둔덕이 콘크리트로 돼 있는 건 이번에 처음 알았다”며 “사고 여객기 기장도 몰랐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둔덕은 오버런(Over Run·활주로를 지나쳐 달림)할 때만 보이는 부분”이라면서 “사고 위치에 벽처럼 둔덕이 솟아 있어 놀랐다”고 했다. 둔덕 구조물이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등은 조종사가 참고하는 자료에 나오지 않는다. 조종사는 수시로 게재되는 항공 고시보(NOTAM) 또는 28일 주기로 간행되는 항공정보간행물(AIP)에서 공항 제원, 운영 정보 등을 파악하는데, 여기에는 ‘콘크리트 둔덕’에 대한 내용이 전무했다는 것이다. A 씨는 제주항공 정비 실태에도 문제가 없는지 조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주항공의 경우 정비사는 해외 현지 정비를 위해 왕복 10시간이 넘는 비행을 한 후 시차 적응할 시간도 없이 현장에 다시 투입되고 있다”며 “기장인 제가 봐도 정비사가 피곤에 절어 있다고 느낄 정도”라고 했다.로컬라이저 안테나비행기가 안전히 착륙하게 도와주는 안테나 시설. 전파를 쏴서 착륙 경로를 안내해준다. 보통 활주로가 끝나는 지점에서 수백 m 떨어져 설치된다. 해외 공항들은 안테나와 지지대를 부서지기 쉬운 재질로 만든다.무안=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무안=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경찰이 무안 제주항공 참사의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2일 강제수사에 돌입했다. 경찰은 사고 책임자를 가려내기 위해 무안국제공항 사무실과 관제탑은 물론이고 제주항공 사무소까지 압수수색하며 증거물 확보에 나선 한편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를 출국금지했다. 전남경찰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수사본부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제주항공 서울 사무소, 무안국제공항 내 담당 사무실과 관제탑, 부산지방항공청 무안출장소 등 3곳에 수사관 30여 명을 보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경찰은 피의자를 확정하지 않고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다. 경찰은 활주로 폐쇄회로(CC)TV 영상, 사고 직전 관제탑과 조종사의 교신 기록, 사고 여객기 정비 이력 자료 등의 확보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본부는 김 대표와 제주항공 관계자를 이날 출국금지했다. 경찰은 김 대표 등을 참사와 관련된 중요 참고인으로 보고 이같이 조치했다. 참고인 조사를 거쳐 입건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이날 경찰은 사고 희생자와 유가족을 조롱한 글에 대해서도 수사에 착수했다. 전남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 유가족에 대한 유언비어, 비난 글을 올린 누리꾼 4명을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무안=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무안=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원인으로 지목된 ‘콘크리트 둔덕’ 개량 공사가 ‘부서지기 쉽도록 설계하라’는 취지의 설계 지침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설계와 시공 과정에 대한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2007년 개항 당시 설치된 콘크리트 둔덕은 2023년 개량 공사를 거쳤다. 사고 발생 전 적어도 한 번은 콘크리트 둔덕을 없앨 기회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되레 콘크리트 상판이 덧대지면서 이번 참사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설계지침 반영 안 된 개량공사 국토교통부는 1일 브리핑에서 콘크리트 둔덕에 대해 “(2007년 무안공항) 개항 초기부터 있었다. 흙으로 된 둔덕 안에 콘크리트 지지대가 있는 형태였다”고 밝혔다. 콘크리트 둔덕은 2020년 개량 공사가 추진됐다. 둔덕 위에 설치한 로컬라이저(방위각 시설)의 내구연한(15년)이 임박했기 때문이다. 2020년 설계 용역을 거쳐 실제 개량 공사는 2023년 9월부터 2024년 2월까지 진행됐다. 로컬라이저를 교체하는 동시에 기존 콘크리트 지지대 위에 두께 30cm 콘크리트 상판이 덧대졌다. 콘크리트 둔덕을 더 단단하게 만드는 작업이 이뤄진 것이다. 그 이유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비바람에 흔들리면 안 되니 고정하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문제는 이런 보강 공사는 애초 설계 지침에 배치된다는 점이다. 개량 공사 설계 용역 발주는 2020년 3월 이뤄졌다. 당시 한국공항공사가 작성한 ‘무안공항 등 계기착륙시설 개량사업 실시설계 용역’ 과업내용서에서는 ‘장비 안테나 및 철탑, 기초대 등 계기착륙시설 설계 시 파손성을 고려해 설계해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이른바 ‘부러지기 쉬움(프랜지빌리티·Frangibility) 원칙’을 분명히 적시한 것이다. 당시 설계를 맡은 업체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시 (둔덕을 포함한) 레이아웃은 그대로 있었고, 위에 놓인 로컬라이저만 내구 연한이 다 돼 교체하는 설계를 했다”고 했다. 하지만 3년 뒤 실제 공사에서는 로컬라이저뿐만 아니라 콘크리트 둔덕 보강 공사까지 이뤄졌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설계 용역대로 설계가 되지 않았을 수도 있고, 설계까지는 지침대로 이뤄졌지만, 실제 시공 단계에서 틀어졌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콘크리트 둔덕이 설치되고 보강된 구체적인 경위에 대해 아직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관련 질의에 대해 “확인해보겠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조명시설 함께 설치하려 둔덕 강화 의혹 로컬라이저 외 다른 시설물을 함께 설치하려고 콘크리트 둔덕을 만들었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도 드러났다. 본보 취재 결과 둔덕 위엔 로컬라이저와 함께 ‘조명시설’도 설치돼 있었다. 콘크리트 둔덕 공간 대부분은 로컬라이저가 아니라 조명시설이 점유하고 있었고, 사고 항공기도 콘크리트 둔덕과 조명시설 등에 더 많이 충돌했다. 둔덕 위에 설치된 조명시설은 두 종류다. ‘어프로치 라이트’는 불을 밝혀 활주로 시작과 끝을 알린다. ‘어프로치 시퀀스 라이트’는 안개가 낄 때 시야를 확보하기 위한 조명등이다. ‘항공등화 설치기준’ 등 관련법은 이런 조명시설과 설치대도 모두 ‘쉽게 부서지는 구조물’로 만들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무안공항 둔덕은 이 규정도 위반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콘크리트 둔덕도 이례적인데, 조명시설과 로컬라이저를 함께 두는 경우도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조명시설과 로컬라이저 무게를 지탱하기 위해 콘크리트 둔덕을 설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둔덕의 크기는 높이 2m, 가로 길이 40m, 두께 4m 정도로 추정된다. 이런 둔덕에 80t에 달하는 항공기가 시속 200km가량으로 충돌하는 과정에서 수천 t의 충격이 가해져 더 큰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김규왕 한서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로컬라이저 안테나는 착륙하기 위해 접근하는 활주로 반대편에, 활주로 접근 전 불빛으로 조종사들에게 방향을 알려주는 장치인 어프로치 라이트는 활주로 접근 경로상에 설치된다. 일반적으로 같이 설치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무안=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