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동용

민동용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구독 16

추천

안녕하세요. 민동용 기자입니다.

mindy@donga.com

취재분야

2024-12-17~2025-01-16
교육45%
여행20%
문화 일반13%
경제일반13%
사회일반3%
운수/교통3%
역사3%
  • 山을 바라보다, 神을 마주하다[여행스케치]

    “타이가르, 타이가르.”12인승 승합차 운전사가 오른쪽 창밖을 바라보며 짧게 말했다. 새벽 미명(未明)에 덜 깬 눈을 비비며 내다봤지만 어둠뿐이다. 운전석 뒤 탑승객이 “뭔가 길옆 수풀 속으로 움직인 것 같다”고 했다. 타이가르, 타이거(tiger), 호랑이였다. 네팔 제2의 도시 포카라 ‘사랑곳 전망대’로 일출을 보러 가는 꼬부랑 산길. ‘산신(山神)이 마중을 나온 건가….’ 2024년 12월 8일 오전 5시 50분을 막 넘어섰다.● 산을 바라보기, 신을 마주하기표고(標高) 1600m에 육박하는 사랑곳 전망대 아래 주차장 카페에서 차를 마신다. 해가 뜨려면 20여 분 남았다. 카페 주인이 전망대 너머 하늘을 올려다보더니 말한다. “러키(운이 좋다).” 안나푸르나 산군(山群)을 숨겨 왔던 안개가 오늘은 진하지 않을 듯하다는 얘기다.포카라는 안나푸르나 트레킹 여행자 대부분이 출발하는 곳이다. 이 전망대에서는 해발 8091m 안나푸르나 1봉을 비롯해 7000m, 6000m급 연봉(連峯)을 볼 수 있다. ‘거기에 일출까지?’ 흐뭇한 상상에 빠지며 전망대로 향하는 계단을 올라갔다.히말라야는 동서로 약 2500km 뻗어 있다. 그러니까 해가 히말라야 위로 뜨지는 않는다. 동쪽에서 떠오른 해는 봉우리들을 연붉은색에서 서서히 벌겋게 물들이다가 곧 중천으로 향한다. 다만 그런 날이 안개가 많이 끼는 지금 같은 건기(乾期)에는 드물다. 카페 주인 예상과는 달리 이날도 그런 것 같았다. 떠오르는 해도 먼지 같은 수증기 속에서 희미하다. 봉우리들은 안개가 감싸고 있다.태양이 어느 정도 솟아오르자 어깨동무한 설산(雪山)들이 드디어 나타난다. 며칠 밤낮을 쉬지 않고 걸어야 하는 거리지만 손 내밀어 휘저으면 닿을 것 같다. 상상 이상으로 시야가 트인다. 삶의 지경(地境)이 팽창한다.히말라야 8000m급 이상 봉우리 16좌(座)를 모두 오른 엄홍길 대장은 “8000m 이상은 죽음의 지대다. 자신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이다. 산의 신(神)이 받아줘야 한다”고 했다. 그는 안나푸르나를 후배와 셰르파를 잃어가며 5번 도전한 끝에 올랐다.‘절대 존재’ ‘진리와 불멸의 상징’ 히말라야에서의 사투(死鬪)와 전망대에서의 조망을 견줄 순 없다. 엄 대장의 ‘산이 곧 나고, 내가 곧 산이다’ 같은 경지는 언감생심(焉敢生心)이다. 그러나 아무 생각 없이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벅차다.1924년 에베레스트를 오르다 실종된 영국의 조지 맬러리는 생전 인터뷰에서 ‘왜 산에 오르는가’라는 질문에 “그것이 거기 있으니까”라고 했다. 소설 ‘신들의 봉우리’(유메마쿠라 바쿠 지음·이기웅 옮김·리리·2020년)에서 전설의 산악인은 답한다. “내가 여기에 있으니까.”안나푸르나 산들 가운데쯤 삼각형 모양 마차푸차레(6997m)가 우뚝 서 있다. 네팔 말로 ‘물고기 꼬리’라는 뜻이다. 서쪽 안나푸르나에서 보면 봉우리가 꼬리지느러미처럼 ‘U’자 형태를 띠고 있단다. 네팔 정부는 ‘신(神)이 깃든 곳’이라며 등반을 금지하고 있다. 미답봉(未踏峯)이다. 카메라 줌을 당기면 봉우리 밑 움푹 팬 곳이 안온한 자궁처럼 보인다.수도 카트만두 공항에서 서쪽 포카라로 오는 25분여의 비행 중 오른쪽으로 7000m급 설산 연봉이 보인다. 남동쪽 바드라푸르로 가는 약 40분 비행 중 왼쪽으로 좀 더 멀리 에베레스트, 칸첸중가 같은 8000m급 산들을 볼 수 있다.전날 포카라로 오는 비행기는 예정 시간보다 5시간가량 늦게 출발했다. 안개 때문이었다. 안절부절 짜증을 내며 기다렸다. 네팔 사람들은 평온해 보였다. 안나푸르나를 바라보며 깨달았다. 빨리 오든 늦게 오든 산은 늘 기다려 준다. 신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걷고, 돌고, 기도하고, 기다리다개 짖는 소리에 눈을 떴다. 오랜만이다. 한라산(1950m)보다 높은 5개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 카트만두는 아침부터 매연이 자욱하다. 많은 사람이 길을 나선다. 사람과 차와 오토바이와 드문드문 자전거가 찻길에서 종으로 횡으로 북적거린다. 샛길과 골목길로 개가, 소가, 닭이, 양이, 원숭이가 부대낀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동물, 사람과 오토바이, 사람과 차가 닿을 듯 말 듯하다.인구 3100만 명 가운데 힌두교도가 81.2%, 불교도가 8.2%다(미국 CIA 팩트북, 2024년 기준). 그러나 두 종교의 교리와 설화가 섞이거나 절충한 것이 적지 않다. 이를 반영하듯 카트만두에는 힌두교 사원과 불교 사리탑(스투파)이 섞여 있다.보다나트 스투파에서 사람들은 탑을 시계 방향으로 돈다. 보다나트의 ‘보다’는 깨달음이라는 뜻이다. 깨달음이 쉽지 않기에 기도하고, 간구하고, 생각을 떨쳐내고 경전이 든 원통인 마니차를 손으로 돌리며 걷는다. 탑돌이는 “중심으로 들어가는 행위가 아니라 주변을 걸으며 중앙에서 나오는 성스러운 에너지를 받아들이고 느끼는 동작”이다.(‘히말라야의 맹주 네팔 히말라야―카트만두 편’·임현담 지음·종이거울·2016년)네팔의 스투파는 우리나라 왕릉 같은 하얀 반구 위에 직육면체가 있고 그 위에 원추 13개가 양산을 받친 형태다. 육면체 각 면에는 모든 실체를 보는 부처의 눈이 그려져 있다. 탑 꼭대기에서 기도문이 적힌 검정 하양 빨강 노랑 녹색 깃발 룽따(혹은 다르초)가 만국기처럼 바닥까지 내걸려 있다. 임 작가에 따르면 ‘탑은 고통받는 중생의 마음을 묵묵히 받아 준다, 산처럼.’스투파 주위를 3층짜리 상가들이 둘러싼다. 서울 종로 탑골공원도 1960년대에는 울타리 대신 2층 아케이드가 둘러싸고 있었다. 스투파를 에워싼 건물들이 낯설다. 건물들이 촘촘히 서 있다. 한 건물 외벽이 옆 건물 외벽과 붙어도 있다. 틈이 거의 없다. 신도 부대끼는 서민의 삶 속에 있는 것 같다.중세부터 18세기 중반까지 네팔을 다스린 말라 왕조의 유적 도시 바크타푸르도 신에 대한 사랑과 헌신을 발한다. 한때 172개나 있었다는 힌두교 사원들이 광장 세 곳을 중심으로 곳곳에 서 있다. 18세기 초에 지은 5층짜리 나타폴라 사원(높이 약 30m)은 카트만두에서 가장 높다. 분노한 시바 신의 아내 바이라비 신을 모시는 이 사원에 오르려면 계단을 수십 개 올라야 한다. 계단 양쪽으로 레슬러, 코끼리, 사자, 그리핀, 그리고 여신 석상이 2개씩 사원을 호위한다. 석상 하나를 오를 때마다 힘은 10배 커진다. 여신은 그리핀보다 1000배 힘이 세다. ● 죽음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12일 저녁 네팔에서 가장 큰 힌두교 사원인 파슈파티나트 사원 건너편 계단으로 육중한 검은 소가 걸어 올라온다. 시바 신이 사슴으로 변해 뛰놀았다는 사슴동산 쪽이다. 몇십 분 전까지 사원 입구에서 무언가 먹고 있던 소다.파슈파티나트 사원은 성지(聖地)이자 화장터다. 사원과 사슴동산 사이로 카트만두 중심을 지나는 바그마티강이 흐른다. 강변에 화장대(火葬臺)들이 일렬로 놓여 있다. 부유하든, 가난하든 네팔 힌두교도라면 언젠가 이곳에 와야 한다. 죽음은 공평하다. 다만 상류에서는 돈 있는 자, 하류에서는 빈곤한 자가 태워질 뿐이다.장례 행렬이 왔다. 수의(壽衣)처럼 흰 천으로 감싼 시신을 나무판에 얹어 강으로 내린다. 영혼이 정수리에서 잘 빠져나가도록 발을 강물에 적신다. 화장대 장작 위에 시신을 놓고 버터(기름)를 흠뻑 뿌린다. 얼굴 덮은 천을 걷어 아들이 시신의 감긴 눈에 불을 붙인다.검은 소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불교의 심우도(尋牛圖) 속 그 소 아닐까, 문득 생각한다. 소는 내 마음이다. 네팔 인사말 ‘나마스테’는 ‘당신에게 귀의하다’는 뜻이다. ‘내 안의 신성이 당신 안의 신성을 경배한다’는 뜻이다. 내 마음은 당신에게 있는지도 모르겠다.카트만두·포카라=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2025-01-0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계절은 제주에 그렇게 머무네[여행스케치]

    제주도 한 달 살기 바람이 몇 년째 가실 줄 모른다. 살아 본 사람들의 경험을 담은 책과 유튜브 프로그램은 수십 권, 수십 건이다. 바다 건너 섬 생활 이야기가 이웃 마을 ‘맘 카페’ 댓글 보듯 가깝다. 제주가 익숙해진 것 같다. 그걸로 충분한 걸까. 누구 말대로 제주는 언제나 ‘낯선 이상향’으로 남았으면 한다.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기. 처음인 듯한 경관에 푹 빠지기. 아무 생각 없이 게으름 피우기. 소진된 ‘항마력(降魔力·생활 속 부끄러움이나 역겨움을 견디는 힘)’ 충전하기. 조금 치유된 나를 만나기. 그런 곳 말이다. 제주관광공사가 선정한 ‘제주 웰니스 여행’ 장소로 떠나 봤다.● ‘바람이 분다, 말이 달린다’제주시 한림읍 금악리 성이시돌목장에 바람이 거세다. 일본 문화인류학자 이즈미 세이치의 ‘제주도’(김종철 옮김, 여름언덕, 2014년)에 따르면 겨울바람은 영등할망이 만든다. 영등바람이라고도 하는 신풍(新風)이 (음력) 정월 보름에 바다를 건너와 2월 보름에 돌아간다. 동쪽 끝 우도(牛島) 전설은 ‘매우 광포한 신 영등할망을 잘 모시지 않으면 폭풍이 인다’고 전한다. 물론 영등할망 올 때가 아니어도 제주 바람은 억세다. 누구는 “영문도 모른 채 바람이 분다. 방향도 수백 번 바뀐다”고 했다. ‘한라산 산신(山神)은 육지에서처럼 범(虎)이 아니라 바람과 돌의 상징인 듯하다’는 이즈미의 해석은 맞을 것이다.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갈는지 모르는 바람 속에서 말들이 330만 ㎡(약 100만 평) 초지(草地)를 거닌다. 겅중겅중 달린다. 고려 삼별초가 패망한 1273년 이후 몽골은 말 160필을 가져다 놓고 제주도를 목마장(牧馬場)으로 삼았다. 20세기 들어서까지 마을 공동으로 말을 방목했지만 지금은 대개 경주마를 기른다. 이 목장 말도 26세 먹은 종마(種馬) ‘액톤 파크’가 뿌린 경주용 서러브레드(thoroughbred)다. 경주용 말은 2∼3세에 경주를 시작한다. 전국 경마장에서 달리는 말의 80%가 제주산이다. 선수 경력은 길어야 5년. 보통 7세에 은퇴한다. 이곳에는 경주마 ‘유치원’과 ‘고등학교’가 있고 은퇴한 경주마가 풀을 뜯으며 여생을 보내는 ‘요양원’도 있다. 19세, 17세, 15세, 10세, 네 마리다. 매년 전국에서 2000마리 정도 태어나고 1500여 마리가 은퇴한다. 은퇴한 말의 생사는 잘 파악되지 않는다. 이 목장이 한국마사회와 ‘은퇴마’ 돌봄 프로젝트를 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성이시돌목장은 1953년 아일랜드에서 온 패트릭 제임스 맥그린치(한국명 임피제·1928∼2018) 신부가 중산간(해발 200∼500m 지역) 땅을 개발한 것이다. 이시돌(Isidore·1110∼1170)은 스페인 농노 출신 가톨릭 사제로 농부의 수호성인이다. ‘제주 기업 목축의 본보기’인 이곳에는 당연히 소도 있고 양도 있다. 목장 쉼터에서는 아이스크림을 팔고 농약 안 친 풀을 먹고 자란 젖소가 우유를 만든다. 유기농 우유가 일반 우유보다 영양성분이 더 많지는 않단다. 브런치 카페에서는 제주 메밀로 만든 갈레트(galette)를 판다. 프랑스에서는 흔히 베이컨을 넣는데 여기서는 제주 해산물로도 만든다. ● ‘계절은 이렇게 내리고, 그렇게 머문다’ 이즈미의 ‘제주도’나 1983년 ‘뿌리깊은 나무’에서 출간한 ‘한국의 발견―제주도’에서 차(茶) 이야기는 찾을 수 없다. 그러나 지금은 연간 차 생산량 아시아 1위다. 그만큼 차 재배 농민이 많고 차 수준도 높다. 제주 토종 꽃차도 40여 종이다.계절이 돌아오듯 ‘물이 돌아오는 곳’이라는 뜻의 서귀포시 회수(回水)동에 차와 다식(茶食)을 맛볼 수 있는 ‘회수다옥’이 있다. 주인장 부모가 32년 전 세워 탐라대생들 하숙을 치거나 펜션으로 쓰다가, 학교가 없어진 뒤 폐가가 되다시피 한 집을 헐고 다시 지었다. 이곳에서는 ‘맡김차림’을 음미해 봐야 한다. 주인 서경애 씨(55)는 보이차 우롱차 말차 같은 수입차 위주의 이른바 ‘티마카세(티·tea+오마카세)’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제주산 차 5종과 제주 밭작물로 만든 다식으로 맡김차림을 만들었다.메뉴는 정해진 것 없다. 계절에 따라, 날씨에 따라 그때그때 다르다. 이런 식이다. 은은한 코코넛 맛 무화과잎차로 입을 가신다. 딴 찻잎을 실내와 실외, 양지와 음지에서 말리고 덖지는 않은 백차를 3분간 우려 마신다. 3분은 작은 모래시계로 잰다. 다음은 차 원물(原物)을 꽃과 함께 24시간가량 놔둬 향을 입힌 차꽃홍차다. 이후 녹차를 섭씨 200도 강불에 40분가량 덖어 산화를 최소화해 떫은맛을 뺀 제주덖음차로 입안을 정돈한다. 그리고 카페인 없는 구절초로 마무리. 요즘은 그늘에서만 재배한 어린 찻잎을 쓴 첫물말차로 만든 첫물말차라테가 나온다. 차 사이사이 녹두 곶감 유자 감귤 당근 등 사시사철 제주 작물로 만든 다식과 떡이 차 맛을 일깨운다.손님 앞에서 차를 직접 우려내는 팽주(烹主)에게서 그 차 이야기를 들으며 맛과 향을 들이켜다 보면 ‘계절은 이렇게 내린다’는 노랫말이 와닿는다. 계절이 차를 통해 내 몸에 내려와 한동안 머문다.계절을 잡아채는 것은 차만이 아니다. 천연염색으로 제주 셔츠를 만드는 ‘씬오브제주(Scene of Jeju)’에서 체험해 보자. 철가루 물에 20분가량 담가 놓는 전처리를 한 에코백에 유칼립투스 나뭇잎과 억새를 올려놓는다. 쇠봉에 둘둘 말고 랩을 씌워 묶은 뒤 찐다. 열에 잎의 탄닌 성분이 반응해 유칼립투스가 새겨지고 억새도 희미하게 자취를 남긴다.● ‘제주 사람은 수평선을 바라보며 산다’ ‘한국의 발견―제주도’에 이런 문장이 있다. ‘참새만큼 흔한 텃새인 동박새는 늦겨울 붉게 핀 동백꽃을 찾아 한라산 골짜기를 떠나 마을에 내려오는데, 동박새가 “호오개교옥” 하고 울 적마다 동백꽃이 한 송이씩 피어나고….’동박새가 내려오는 마을이 남원읍 신림리 동백마을이다. 주민 560여 명 가운데 530명이 감귤 농사를 짓는데 농사 아닌 무언가를 해보자는 생각에 2007년부터 동백나무 400그루를 심었다. 아예 동백과 인연이 없지는 않았다. 1706년, 이 마을에 처음으로 이주해 온 광산 김씨 집 둘레에 동백나무가 심겨 있었다. 제주도 지방기념물 27호 동백군락지가 이곳에 있는 연유다.동백 씨앗으로는 기름을 짜서 먹거나 피부에 바른다. 토종 동백 씨앗만 먹을 수 있다. 동네 할망들이 씨앗을 모아 오면 돈을 쳐 준다. 씨앗을 씻고 말려 성한 것을 골라 200도에서 30분간 초벌 볶는다. 씨앗 한 통을 짜면 기름이 2L가량 나온다. 방금 짠 기름을 마셔 봤다. 느끼하지 않고 고소하다. 한때 참기름 대신 식용으로 쓰자는 이야기가 나온 이유를 알겠다. 마을 ‘동백마을 방앗간’에서는 동백기름을 쓴 비빔밥도 먹을 수 있다.동백꽃은 한 나무에서도 피는 시기가 다 다르다. 이쪽 가지에서 피었다가 지면 저쪽 가지에서 피어난다. 비슷한 광경을 ‘해비치호텔&리조트 제주’ 다크룸이라는 공간에서도 볼 수 있다. 주로 움직이는 미지의 기계 생명체를 쇠로 만드는 최우람 작가의 ‘Una Lumino Callidus Spiritus(하나의 빛, 영리한 영혼)’이다. 따개비 군집이지만 입을 다물었다가 하나씩 순차적으로 여닫으며 빛을 내는 모습은 동백꽃의 피고 짐을 연상케 한다.겨울 해비치호텔&리조트 제주에서는 ‘오름의 여왕’이라 불리는 해발 342m 따라비 오름을 탐방하거나 동백마을을 방문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아침에는 자전거로 표선 바닷가를 따라 난 길을 달릴 수도 있다. 게으름을 뜻하는 제주말 ‘간세’를 되새기며 천천히 페달을 밟는다. 어디 가나 보이는 수평선이 당신의 동반자가 된다.제주=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2024-12-2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용산철도고, 서울시 기간산업 분야 특성화고 지원율 1위

    용산철도고는 3일 2025학년도 신입생 156명을 최종 선발했다고 밝혔다. 올해 전국에서 유일하게 철도 산업 관련 인재를 양성하는철도 협약형 특성화고로 선정된 용산철도고는 기간산업 분야 서울시 특성화고 가운데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취업 결과도 두드러진다. 코레일 특별 전형에 지원한 학생 대부분이 합격했다. 이 밖에도 한국가스안전공단과 서울시 등에 합격자를 다수 배출했다. 이 학교 자동차과는 올해도 독일 아우스빌둥 프로그램에 지원자 절반이 합격했다. 이 같은 성과의 바탕에는 학생들의 재능과 역량에 더해 인재 배출에 힘쓰는 학교의 노력이 존재한다.용산철도고는 지난달 틸팅(tilting)열차(곡선 궤도에서 주행 속도를 높이기 위해 차체를 기울일 수 있는 철도 차량)를 비롯해 철도 교육용 장비와 기자재를 속속 확보했으며 증강현실(AR) 등 확장현실(XR)을 활용한 교육 기자재(機資材) 개발과 도입에도 힘쓰고 있다.지난달 24일 협약형 특성화고 현판 개막식과 함께 열린 틸팅열차 공개 행사에서는 열차 내부가 일반인에게 선을 보였다. 용산철도고 학생들도 쉽게 들어가 볼 수 없는 기관실에서는 시운전까지 해 볼 수 있도록 했다. 이밖에도 인생네컷 사진관과 노래방 등도 설치돼 있다. 틸팅열차 구성물은 일부 학습 기자재로 사용된다.학교는 또 국가 철도기관, 기술인협회, 지방자치단체와 협약 등을 통한 협력을 지속하고 있다. 송원대와 철도 교육 학점 사전 이수(APO) 과정을 개설하는 등 철도교육원 소재 대학과의 학점 교류를 넓혀 가고 있다. 철도차량정비기능사 철도운송산업기사 같은 국가자격증을 안정적으로 획득할 수 있도록 산업인력공단과 함께 과정형 평가를 추진하도록 애쓰고 있다.백해룡 용산철도고 교장은 “올해 신입생 모집 성과는 용산철도고 발전의 시작점이 될 것”이라며 “교육부, 교육청, 지자체 및 관련 기관, 기업체, 동문회와 협력 관계를 유지, 확대한다면 철도 분야 우수인재를 양성하는 중등교육기관으로서 충분한 역할을 감당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2024-12-2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소상공인 디지털 전환 선도… 지역사회 동반성장, 유한대학교

    유한대학교는 디지털 전환(DT) 흐름에 발맞춰 지역 소상공인 경쟁력 강화와 도약을 지원하는 ‘2024년 소상공인 디지털 특성화 대학’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밝혔다. 지방자치단체 및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과 협력해 소상공인 디지털 전환 지원에 중심 역할을 했다는 것.● 소상공인 니즈(needs) 맞춤형 프로그램이번 사업을 통해 유한대는 유튜브 및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마케팅, 라이브커머스 활용, 해외시장 진출 등 소상공인 DT를 위한 3가지 교육 모듈을 개발, 운영했다. 실습 중심으로 설계된 이 프로그램을 교육생 82명이 성공적으로 수료했고 이 중 50% 이상이 온라인 매출 성장이라는 유의미한 성과를 올렸다. 이번 사업을 통한 매출은 약 2억3000만 원이었다.또 유한대는 부천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인천경기북부지역본부와 함께 소상공인 모집부터 정책 특강, 성공 사례 공유 등을 진행하며 지역 소상공인과 주민의 가교 역할을 수행했다. 정책 특강에서는 소상공인이 디지털 환경에서 성공적으로 사업할 수 있도록 최신 트렌드와 지원 방안을 제시했다. 아울러 지역 사회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으로 디지털 혁신을 촉진했다. 성공 사례 공유를 통해 DT 필요성과 가능성을 알리는 데 기여했다.유한대는 지역 소상공인을 비롯한 디지털 취약계층에게 맞춤형 지원을 실시하기 위해 DT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DT센터 1 대 1 맞춤형 코칭에서는 180회 멘토링을 진행해 소상공인이 온라인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해 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춰 도움을 제공하고 있다. 디지털 플랫폼 활용법, 상품 페이지 구성, 온라인 광고 설정 같은 구체적인 실습 중심 코칭은 소상공인들이 즉각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했다.●교육 수료생과 지역사회의 지속 가능한 성장교육 프로그램 제공에 이어 유한대는 지속적인 사후 관리를 통해 소상공인의 안정적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먼저 교육 수료생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다. 수료생들은 이 커뮤니티에서 디지털 역량을 계속 발전시킬 수 있고 수료생 네트워킹 및 협업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도 있다. 또 유한대 재학생으로 서포터즈를 구성해 소상공인 사업장을 방문해 매출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을 제공하는 데 힘쓰고 있다. 유한대 디지털 특성화 사업은 지역 경제와 소상공인이 DT로 상생하며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꼽힌다. 유한대 관계자는 “소상공인의 든든한 디지털 동반자로서 DT 흐름 속에서 소상공인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며 “지역사회와 협력해 유한대가 디지털 혁신 허브로 자리 매김해 더 큰 성과를 만들어 내겠다”고 말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2024-12-2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1년간 전공 탐색 후 학과 선택… 팀 프로젝트 기반-AI 맞춤형 커리큘럼

    삼육대(총장 제해종)는 2025학년도부터 전공 자율선택제(무전공)를 도입했다. 학생이 여러 전공을 체험해 진로를 탐색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정시모집으로만 뽑는 삼육대 자유전공학부는 2025학년도 정시 전체 선발 432명 가운데 235명(54.4%)을 배정했다. 가군에서 창의융합자유전공학부(인문계열) 87명, 나군에서 미래융합자유전공학부(자연계열) 148명을 뽑는다.자유전공학부 학생은 입학 후 1년 동안 자신의 적성을 탐색할 충분한 기회를 갖게 된다. 2학년으로 올라갈 때 단과대학 구분이나 인원 제한 없이 원하는 전공(학과 또는 학부)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인문계열 창의융합자유전공학부로 입학했어도 자연계열 학과로 갈 수 있다. 다만 유아교육과(사범계열) 간호학과 물리치료학과 약학과(의약학계열) 음악학과 아트앤디자인학과 체육학과(예체능계열) 신학과(종교학과) 데이터클라우드공학과(첨단학과)는 선택할 수 없다.입학생은 계열 구분 없이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100%로 선발한다. 국어 수학 영어 탐구(2과목 평균) 영역 점수를 높은 순으로 40%, 30%, 20%, 10%씩 적용한다. 자연계열 미래융합자유전공학부 지원자 중 수학 미적분이나 기하 응시자에게는 총점 5% 가산점이 주어진다. ● 팀 프로젝트로 전공 탐색삼육대 자유전공학부는 1년 4학기제, 프로젝트 기반 학습, 다(多)전공 융합교육, 자기 주도 전공 탐색을 핵심으로 하는 수프림(SU-PREME) 교육 과정을 운용한다.1년 4학기 집중 학기제는 1학기 8주와 7주, 2학기 7주와 8주로 학기를 구분했다. 1-1학기(8주)는 학교 생활 적응을 돕는 ‘첫해 경험(FYE)’ 학기다. ‘AI 리터러시와 문제 해결’, ‘창의적 사고와 디지털 표현’ 같은 기초 소양 과목부터 ‘전공 탐색과 미래설계’ ‘인생 설계와 진로’ ‘전공 주제 콘서트’같이 전공과 진로를 설계할 수 있는 과목을 8주 동안 수강한다. 1-2학기(7주)와 2-1학기(7주)에는 SU-PREME 프로그램이 시작된다. 3개 이상 학과가 융합된 팀 프로젝트 기반 수업을 한다. 소개 수준을 넘어 전공을 실질적으로 체험하고 다른 학생들과 협업해 창의적인 산출물을 내는 것이 목표다.팀 프로젝트 주제는 카페 창업, 창작극 무대 올리기, 반려동물용 펫푸드 제작, ESG 캠핑 기획, 과학 실험 행사 운영, 외국인을 위한 투어 상품 개발, 보드게임 제작, 단편영화 제작, 디지털 헬스 캠페인 운영, 사물인터넷(IoT) 프로젝트 등 다양하다. 반드시 1개 프로젝트에 참여해야 한다. 두 학기 동안 6개 학과 전공을 살펴보는 셈이다.SU-PREME 프로그램은 소속감에 중점을 둬서 모든 프로젝트가 전공 교수 및 멘토 선배들과 함께한다. 이들과 자연스럽게 교류하며 전공 이해도와 소속감을 높인다. 프로젝트 결과물은 자부심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2-2학기(8주)는 전공 집중 학기다. 학생들은 전공 탐색 프로그램과 종합 상담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분야를 선택하게 된다. 이후 해당 학과 기초 과목을 온·오프라인 수업으로 집중 이수해 2학년 진입을 준비한다.● AI로 설계하는 ‘나만의 커리큘럼’삼육대 자유전공학부는 진로 지도 통합 지원체계를 마련해 진로 탐색과 전공 선택에서 있을 수 있는 혼란을 줄이고 효과적인 학습 경험을 제공한다.학생 20명당 멘토 2명과 강의 조교(TA) 1명을 두고 학업 및 학교 생활 전반을 돕는다. 3, 4학년생으로 리더십 관련 준(準)학위 과정를 이수한 TA는 자신의 팀 프로젝트 수행 경험을 바탕으로 후배들을 이끈다. 또 SU-PREME 프로젝트에 같이 참여해 실질적인 조언을 제공한다. 현재 15개 학과, 19명의 TA가 준비를 마쳤다.다양한 전문가 그룹이 전방위적으로 지원한다. 교육 과정 지도교수(AA) 6명은 SU-PREME 교육 과정을 총괄하며 학사지도와 개별 상담을 진행한다. 자유전공학부 참여 15개 학과에서 선발된 전공 설계 겸직교수(JA)는 전공 선택 및 교육 과정을 상담해 주고 초기 학교 적응을 돕는다. 진로-전공 설계 자문위원(APA)은 학생 커리어 로드맵과 진로 중심 교육 과정을 상담한다.AI 기반 전공 및 진로 설계 시스템도 활용한다. 삼육대가 개발한 SUHO 시스템은 학생 진로적성검사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커리큘럼을 제공한다. 고용노동부 워크넷 검사와 연동해 학생 능력과 심리 특성을 객관적으로 분석한다. 또 학생의 적성과 흥미에 가장 부합하는 학업 로드맵을 제안해 준다. 삼육대 자체 서버로 운영하는 대화형 AI 기술을 통해 실시간 진로 상담도 제공한다.제해종 총장은 “자유전공학부는 학생이 자신의 꿈을 찾고 키우는 요람이 될 것”이라며 “창의성, 문제 해결 능력, 협업 역량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겠다”고 밝혔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2024-12-2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2024 늘봄학교·교육기부 박람회 성료

    15일 막을 내린 ‘2024 늘봄학교·교육 기부 박람회’는 올해 전면 시행된 늘봄학교 정책 성과를 공유하고 더 확산시키자는 데 뜻을 모은 자리였다.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13일 개막한 이번 박람회는 교육부가 주최하고 한국과 학창의재단이 주관했다.늘봄학교는 그동안의 초등학교 방과 후 수업과 돌봄을 통합한 것으로 학생 성장 및 발달을 위해 학교와 지역사회의 다양한 교육 자원을 연계해 제 공하는 종합 교육 운영 체제다. 올해는 초등학교 1학년 대상으로 시행됐다. 1학기에 전국 2963개 초등학교에서 시작해 2학기에는 전국 모든 초등학교에서 운영돼 초등 1년생 29만6000여 명(이달 기준)이 참여했다. 전체 초등 1년생 35만4000여 명의 83.4%가 늘봄학교에 참여한 것이다.이번 박람회는 배움마당(교육) 솜씨마당(예술·제작) 놀이마당(신체·놀이) 새롬마당(과학·디지털) 등 4개 주제 135개 부스를 통해 학생 학부모교원이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살펴보고 체험할 수 있는 축제의 장이었다.늘봄 테마파크관에서는 전통놀이, 어린이 볼링,농구, 티볼 게임 등으로 호응을 높였다. 늘봄학교에서 실제 하고 있는 늘봄교실과 늘봄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X퀴즈, 보물찾기같이박람회 현장을 찾은 초등학생 대상 프로그램에 대한 반응이 뜨거웠다.박람회 사흘간 관람객은 사전 및 현장 등록 인원을 집계한 결과 약 2만 명이었다. 초등생 자녀를 둔 관람객 A 씨는 “박람회 안내 홈페이지에서 정보를 찾아 빠짐없이 체험해 봤다”고 말했다. 가족과 함께 온 B 씨는 “3년 전 처음 와 본 후 매년 가족 여행처럼 오고 있다”고 밝혔다. 초등학생 C 양은 “수학과 게임을 연결한 프로그램이 재미있어내년에도 또 오고 싶다”고 했다.올해 교육부는 늘봄학교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운영 전담 인력 9536명을 전국 초등학교등에 배치했고 아동 친화적 교실 8277개 및 교사 연구실 4665개를 마련했다. 또 맞춤형 프로그램 4만1409개와 강사 3만9264명을 두는 등 온 힘을 기울였다. 각 부처간 협업을 통해 정규 수업 이외에 학교와 지역사회의 다양한 교육 자원을 끌어와학생이 올바르게 성장하고 발달하도록 애썼다.올해 늘봄학교 참여 학생과 학부모의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다. 1, 2학기를 각각 마치고 참여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다음 학기에도 참여하겠다’고 한 학생은 1학기 직후 89.3%에서 2학기 직후 92.6%로 높아졌다. 각 교육청이 학교와 지역 특색에 맞게 늘봄학교를 운영하는 광역자치단체에서 자체 조사한 참여 학생 학부모 만족도조사 결과 서울 90.0%, 부산 95.9%, 충남 91.5%,전북 91.4%, 대전 90.6%, 경북93.5% 등 대부분90%를 넘었다.교육부는 올해 성과를 바탕으로 2025년에는 늘봄학교 지원 대상을 초등학교 2학년으로 확대해 학부모가 원하는 수준 높은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또 모든 초등학교가 지역사회와 협력해 늘봄학교를 지원할 수 있도록 운영체제를 다듬을 예정이다. 이를 기반으로 2026년에는 새로운 초등교육 체제로서 늘봄학교를 완성하는토대를 쌓겠다는 방침이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2024-12-2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창학(創學) 120주년 앞둔 숙명여대… ‘아웃씽커스 숙명’ 제3의 창학 선포

    숙명여자대학교(총장 문시연)가 2026년 창학(創學) 120주년을 앞두고 제3의 창학을 선포했다. 슬로건 ‘아웃씽커스(Outthinkers) 숙명’ 아래 21세기 글로벌 여성 대학으로 나아갈 새 비전을 제시했다.문시연 총장은 “20세기가 여성 차별에 맞선 시대였다면 21세기는 여성 가치가 중심이 되고 주도하는 시대”라며 “1906년 구국애족(求國愛族) 정신에서 시작한 숙명은 세계 여성 문제를 해결하고 성장을 돕는 여성 교육 롤모델로 글로벌 무대에서 도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숙명여대는 제3의 창학 실현을 위한 세 가지 핵심 과제를 발표했다.첫째는 한류 중심 글로벌 대학 구축이다. ‘숙명이 세계로, 세계가 숙명으로’라는 신조 아래 한류 문화와 산업기술, 교육, 연구 메카로 거듭나는 것이 목표다. ‘숙명 한류 썸머스쿨’ 개최, 유학생 및 교환학생 유치, 재학생 글로벌 탐방 확대를 통해 세계 유수 대학과 협력을 강화한다. 또한 숙명여대가 오랜 세월에 걸쳐 축적한 한국 인문학 콘텐츠를 이공계 학문과 융합하고 세계와 네트워크를 구축해 나간다는 구상이다.둘째, ‘숙명 AI(인공지능) 교육센터’(가칭) 설립이다. AI를 접목해 인간 고유 능력인 창의성, 비판적 사고력, 소통 및 협업 능력을 키우는 교육을 실현한다는 방침이다. 인문사회과학 전공은 과학 소양을, 이공계 전공은 인문사회적 소양을 쌓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문 총장은 “생각하고, 질문하고, 배려하는 인재를 키우기 위해 통섭과 수요자 중심 교과 과정으로 미래를 열어가는 아웃씽킹 힘을 키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마지막으로 산학(産學) 협력 강화다. 숙명여대는 다양한 산학 협력 교육 및 플랫폼을 개척하면서 사회와 대학 교육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할 계획이다. 특히 산학협력단 산하 산학 공유·협업 센터에 대기업뿐만 아니라 성장 가능성 유망한 기업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1전공, 1산학 협력’ 제도를 마련해 창업 지원도 대폭 강화한다.문 총장은 “창학 120주년은 숙명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활짝 꽃피우는 새로운 계기이자 도약의 기회가 될 것”이라며 “120년 지켜온 민족 최초 여성 사학(私學) 숙명의 정체성과 가치를 기반으로 글로벌 여성 대학의 새 역사를 써내려가겠다”고 다짐했다.숙명여대는 2025학년도부터 무전공 제도(전공자율선택제)를 도입해 유연한 학사제도를 조성한다. 급변하는 사회 수요에 대응하고 학생 전공 선택권 확대를 위한 시도다.숙명여대는 정시 모집에서 전체 모집 인원(사범계 약학부 예체능계 제외) 22.3%인 381명을 무전공 제도로 선발한다. 이 중 303명을 뽑는 자유전공학부는 2학년 진급 시점에 인문 사회 자연 공학 계열 가운데 희망 전공을 선택하게 된다. 78명 규모 첨단 공학부는 5개 첨단 학과(인공지능공학부, 지능형전자시스템 전공, 신소재물리 전공, 컴퓨터과학 전공, 데이터사이언스 전공) 중에서 전공을 선택한다.숙명여대는 무전공 제도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수요 예측 시스템을 구축했다. 합격자 발표 때 및 1학년 1학기 말 등 두 차례에 걸쳐 희망 전공과 진로를 조사하고 그 결과를 수업 설계 및 교과-비교과 추천, 멘토링에 활용한다. 또 학생 전담 어드바이저(AA)와 전공 소속 지도교수(JA) 제도를 도입한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2024-12-2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건양사이버대에, 성인 학습자 몰리는 이유… “일-학습 병행 지원하는 맞춤형 교육과정 운영”

    건양사이버대는 전국 4년제 사이버대 중 학업 유지율 1위(2024 대학정보공시 기준 8.7%), 브랜드 평판 비(非)수도권 기준 1위(2024년 5월 한국기업평판연구소)를 기록했다. 전국 사이버대 가운데 가장 늦게 개교했지만 10여 년 간 많은 국고 사업 및 지방자치단체 사업에 선정되고 매년 10% 이상 입시 성과를 높이며 급성장하고 있다.‘가르쳤으면 책임져야 한다’는 교육 철학을 바탕으로 사이버대학 가운데 장학금 지급 2위로 등록금 부담을 덜어 주면서 멘토링 제도, 미리캠퍼스, 학생 교수 1 대 1 상담, 상담 콜센터, 원격지원 서비스 등으로 편의성을 더했다. 가장 큰 강점은 인터넷만 되면 수업을 듣고 싶은 시간에 언제 어디서나 강의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시공간 제약이 없어 직장인은 물론 다양한 연령대 학생이 건양사이버대학을 선호한다. 온라인 학업 시스템에 기반한 교육 과정으로 올 7월 조선일보 주관 ‘한국 최고 경영 대상’ 디지털 교육 혁신 부문에서 3년 연속 최고 경영 대상을 받았고 일자리 창출 부문에서도 취업률이 우수해 고용노동부장관상을 받았다. ● 전국 최초 다(多)학점 이수 과정 도입건양사이버대는 전국 4년제 대학 중 최초로 다(多)학점 이수 과정을 도입했다. 1학년으로 입학하면 3년 만에, 3학년 입학 시 1년 만에 졸업할 수 있다. 2025학년도부터는 교양 선학습 인정 제도를 운영한다. 3학년 편입 자격을 갖춘 자가 1학년으로 입학할 경우 전 대학에서 이수한 교양 학점을 인정해 그 학점 만큼 다른 학과 전공학점을 이수할 수 있도록 해 3개 학위까지 취득 가능하게 만든 제도다. ● 장학금 통해 문턱 낮춰국가장학금 제도는 등록금 부담을 덜어주는 혜택이 가장 크다. 소득분위 8구간 이하라면 등록금 전액을 받을 수 있다. 2025년부터는 소득분위가 9구간까지 확대돼 연간 100만 원을 지원 받을 수 있다.건양사이버대는 모든 신·편입생에 대한 장학금 지급에 더해 ‘새출발 장학금’도 마련했다. 대학과 업무협약을 체결한 기관이나 학교, 단체 소속원이 1학년에 입학하면 4년간 수업료 25%가 감면된다. 2학년 입학 시 3년간 30%, 3학년 입학 시 2년간 30% 감면된다. 산업체 위탁 교육 협약을 체결한 산업체 재직자 등은 수업료 50% 이상을 감면받을 수 있다.● 14개 학과 원서 접수 시작… 인적성 검사로 입학 가능2025학년도 1학기에 1학년 660명, 2학년 58명, 3학년 427명을 모집한다. 고졸 이상이면 대학수학능력시험이나 학생부 점수 없이 지원 가능하다. 복지학부 사회복지학과, 노인복지학과, 보건의료복지학과, 아동복지학과, 사회복지상담학과, 휴먼학부 다문화한국어학과, 상담심리치료학과, 행동발달치료학과, 심리운동치료학과, 실용학부 글로벌뷰티학과, 산업안전소방학과, 디지털마케팅학과, 반려동물관리학과, 온라인평생교육학과 등 14개 학과에서 모집한다. 적성검사 60점 + 인성 검사 40점으로 평가한다. 원서는 내년 2월 17일까지 접수한다. PC나 모바일로 건양사이버대 입학지원센터에 접속해 신청하면 된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2024-12-2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문득 ‘건축학개론’이 떠올랐던 이유[후벼파는 한마디]

    “씨○, 다 X같아.” - 서연(한가인 역), 영화 ‘건축학개론’(2012)에서10여 년 전 영화 ‘건축학개론’을 보면서 왈칵 눈물이 났다. 한밤중 찻길에서 술 취해 비틀거리는 대학생 승민(이제훈 역)이 그를 피하는 택시들을 잡으려 외칠 때였다. “아저씨, 정릉 가요, 정릉.” 내 첫사랑도 거기 살았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따로 있다. 이혼녀 서연(한가인 역)이 제주도 부둣가에서 건축가가 된 승민(엄태웅 역)과 술을 마신다. 만취한 서연이 땅에 주저앉으며 울부짖는다. “씨○, 다 X같아.”그때까지 한국 영화에서 작부(酌婦), 몸 파는 여인, 억척스러운 시장 아줌마 말고 쌍욕을 하는 여성 캐릭터는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뺨에 번진 붉은 입술연지 자국을 닦아내며 자신에게 손찌검한 남성에게 내뱉거나, 허리춤에 전대(纏帶)를 찬 채 뽀글뽀글 파마머리를 서로 부여잡고 드잡이를 하거나, 소주병 서너 개 쓰러진 대폿집 드럼통에 널브러져 신세를 한탄하거나 하지 않는 상황에서 쌍욕을 하는 여성 캐릭터는 없었다. 더욱이 한가인 같은 아름다운 캐릭터가 쌍욕을 하는 경우는 없었다. 그것도 ‘씨○, 다 X같아’라니.서연이 1990년대에 20대를 맞은 캐릭터였기에 가능한 설정이라고 생각한다. 1990년대 초만 해도 ‘담뱃불 좀 빌려 달라’는 여대생 뺨을 60대 아저씨가 길에서 때리던 시절이다. 지금 생각하면 꼰대 정도가 아니라 야만적이지만, 다시 생각하면 “어디서, 여자가”라는 고정관념의 둑에 구멍이 생기기 시작한 때다. ‘불우하게’ 자란, ‘천대받는’ 직업의 여성만이 욕을 해야 한다는 스테레오타입을 1990년대가 배경인 영화에서 지킬 이유는 없었을 터다. ‘씨○, 다 X같아’는 1990년대가 과거, 특히 1980년대와의 절연을 선언하는 포고문이다.1990년대는 절차적 민주주의 획득에 따른 정치 자유화와 다양한 욕망의 분출로 문을 열었다. 동시에 지독한 인지부조화 시대였다. 소련과 동구(東歐) 공산권 몰락, 중국 개혁개방으로 현실 사회주의는 종지부를 찍었다. 하지만 그 바탕이 된 사상과 이론은 복원된 출판의 자유에 힘입어 1980년대보다 더 널리 퍼졌다. 거기에 주체사상까지 더해졌다. ‘실재’는 사라졌는데 그 ‘담론’은 정치나 학계, 문단, 예술, 문화, 노동에서 주류 행세를 했다. 민족, 민중, 계급 같은 집단보다 개인을 중시하는 각종 언술이 여기저기서 고개를 내밀었지만 하나의 힘으로 작용하지는 못했다.그나마, 아니 그래도 개인이 꽃을 피운 분야는 대중가요였다. 현재 케이팝(K-Pop)의 자양분은 이때 배양됐다. SM YG JYP는 박진영을 비롯해 사실상 1990년대 20대를 맞은 사람들이 이끌어 갔다. 유희열 방시혁 테디 민희진도 마찬가지다. 당시 기성세대가 ‘도대체 너희 누구야?’라며 붙인 ‘X세대’라는 표현이 꼭 들어맞는 사람들이었다. 불운하다면 그게 다였다는 것이다.‘90년생이 온다’는 이야기도 한물간 것 같은 마당에 1990년대 이야기는 시대착오적일 수 있다. 다만 너무나도 시대착오적인 정치 파르스(farce·소극·笑劇)와 뒤따르는 헛소동을 보고 있자니 정치판에 ‘X세대 정치’가 존재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회한이 들었다.박근혜 전 대통령의 가장 큰 실책은 최순실에게 놀아난 것이 아니다. 구(舊)시대 정치의 ‘막내’에게 정권을 내줬다는 것이다. 이 비루한 정치는 막내로 끝날 것만 같더니 아예 더 뒷걸음질했다. 불행히도 이 뒷걸음질은 사람이 바뀌어도 멈추질 않을 것 같다. “씨○, 다 X같아.”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2024-12-20
    • 좋아요
    • 코멘트
  • 엄홍길 대장의 숨은 조력자… 네팔 예티항공 락파 소남 셰르파 회장

    네팔에서 두 번째(승객 수 기준)로 큰 국내 항공사인 예티항공 락파 소남 셰르파 회장(64)은 산악인 엄홍길 대장(64·엄홍길휴먼재단 상임이사)의 절친이다. 엄 대장이 히말라야 8000m급 봉우리를 잇달아 오르던 1990년대 중반에 만나 30년 가까이 우정을 이어오고 있다. 11일 휴먼재단이 네팔 산간벽지(山間僻地)에 짓거나 증축하고 있는 ‘휴먼스쿨’ 19번째 학교 준공식에도 참석했다.13일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서 만난 소남 회장은 “엄 대장은 착하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강한 (strong) 사람”이라면서 “한국에서 잘 살 수 있는데도 가난한 우리나라에 와서 네팔이 잘 되기를 바라며 애쓰고 있다. 내가 그 옆에 있다는 것이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소남 회장은 휴먼재단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에베레스트산이 있는 네팔 동북부 솔루쿰부에서 태어난 소남 회장은 1987년 고향의 또 다른 명산 탐세르쿠에 오른 뒤 이듬해 ‘탐세르쿠 트레킹’ 회사를 세웠다. 그전까지 프랑스 스키 숍에서 6년간 일했고, 귀국해서는 트레킹과 등반 가이드로 활동했다. 이 회사는 매년 7000~8000명의 트레킹 관광객을 인솔해 주변에서 “대단하다”는 평판을 얻었다. 봄가을에는 히말라야 등반 전문 산악인 가이드도 제공하며 사세를 넓혔다.1998년 동생 앙체링 등과 함께 쌍발 경비행기 3대로 예티항공을 창업했다. 현재는 72인승 ATR 72-500 비행기 7대를 운용하며 직원 800명을 두고 있다. 소남 회장은 “네팔 관광산업에 도움을 주고자 시작했다”고 했다. 2019년 헬기 추락사고로 숨진 앙체링은 엄 대장이 19번째 휴먼스쿨을 네팔 동부 테라툼 아트라이에 짓도록 생전에 부탁했다.소남 회장은 ‘네팔 전체를 발전시키자’는 비전 아래 가족 사업을 이끌고 있다. 더 많은 사람이 수익을 나눠 갖고 세금도 많이 내서 발전을 이루자는 생각이다. 산악지역에 19개 호텔과 롯지(lodge)를 운영하며 현지인을 채용하고 현지 산물을 소비하도록 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자부한다. 한 호텔은 최근 ‘내셔널 지오그래픽’ 선정 세계 톱 호텔 22곳 중 1위에 올랐다. 또, 예티항공은 2019년 네팔과 남아시아 국가 최초로 유엔에 의해 탄소중립 업체로 선정됐다.카드가 프라사드 샤르마 올리 네팔 총리와도 가까운 소남 회장은 휴먼스쿨을 지으면서 애로사항이나 법적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네팔 정부와 협의해 조정하거나, 늘어지는 공기(工期)를 단축하는 방안을 내놓는다. 올리 총리에게 권유해 엄 대장이 몇 년 전 명예시민증을 받도록 하기도 했다.산악인으로서 엄 대장과 등반 품앗이도 톡톡히 했다. 2007년 엄 대장이 16번째 8000m급 봉우리인 로체샤르에 네 번째 도전했을 때 소남 회장은 “오케이. 이번에는 꼭 성공한다”고 응원했고 정말로 성공했다. 그러자 엄 대장은 2017년부터 세븐 서미트(Seven Summits·7대륙 최고봉) 등정에 나선 소남 회장이 아르헨티나 아콩카과산 등반에 연거푸 실패하자 세 번째 등반에 동행했고 결국 성공했다. 소남 회장은 “무척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소남 회장은 “(1953년 에베레스트산을 세계 최초로 오른) 에드먼드 힐러리 경도 재단을 만들어 학교와 병원을 짓고 있지만 쿰부 지역에만 국한돼 있다. 반면 엄 대장은 거의 네팔 전국에서 일하고 있다”고 찬사를 보냈다.네팔 소수민족인 셰르파족(族) 사회 롤모델인 소남 회장은 세르파족뿐 아니라 네팔 젊은이들을 볼 때마다 “자연과 문화가 없으면 미래가 없다(No nature no culture no futrue)”고 말한다. 외국에서 일하는 네팔 젊은이들이 돌아와 네팔에서 일하며 발전시키자는 뜻이다.소남 회장은 지난해 예티항공 여객기 추락 사고로 숨진 한국인 2명의 유족에게 “너무 안타까운 사건으로 심심한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돌아가신 분들이 편안하고 좋은 데로 가셨으면 하는 마음에 종교적 제례를 지냈다”고 말했다.테라툼(네팔)=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2024-12-18
    • 좋아요
    • 코멘트
  • 이점 공략-이웃상인과 시너지… 청년상인의 ‘전통시장 100% 활용법’

    상인 고령화 추세는 여전하지만, 전통시장에는 젊은이들이 자영업 첫발을 뗄 수 있는 맞춤한 여건들이 있다.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에 청년상인 길에 들어선 3인에게서 ‘전통시장 100% 활용법’을 들어 봤다. 인천 남동구 간석자유시장에서 호두과자집 ‘달달호두’를 운영하는 문지혜 대표(36), 전남 곡성군 기차마을전통시장에서 카페 ‘미카129’를 운영하는 최재두 대표(33), 전북 전주시 신중앙시장에서 김을 맥반석에 구워 파는 ‘맥반석손구이집’ 이현수 대표(34)가 그들이다.● 전통시장 이점을 공략하라전주 인근 대기업에 다니던 맥반석손구이집 이 대표는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사무직에서 판매직으로 옮겨 겨우 숨통이 트였고, 일하면서 자기 사업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결심한 것은 2021년. 장소로 아파트 상가 등을 알아봤지만 보증금이나 임차료 부담이 컸다. 전주와 서울의 시장에서 김 공장을 운영하며 판매도 하는 이모 부부에게서 조언을 얻어 전통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저렴한 비용보다 더 이 대표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시장의 ‘목적성’이었다. “아파트 상가는 주로 산책 나온 고객이 가끔 들르는 경우가 많지만, 시장에는 무언가를 사러 온다는 목적이 뚜렷하잖아요. 그것이 (시장을 선택하게 한) 큰 차이였습니다.” 역시 회사에 다니다 2018년 27세에 미카129를 창업한 최 대표에게도 시장이라는 특성이 장소 선정에 한몫했다. 기차마을전통시장은 주변에 공원이 있고 특히 최근에는 이른바 어르신 손님도 커피를 즐겨 마신다는 점에 주목했다. 장년, 노년층이 마실 나오듯 와서 편안하게 들를 수 있다고 본 것. 가까운 기차마을 관광지를 찾는 관광객의 발걸음도 전통시장으로 향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업그레이드하라지난해 1월 간석자유시장에 달달호두를 개업한 문 대표와 남편 이현민 씨(40)는 각각 10년 경력 보험설계사와 자동차 영업사원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가계가 어려워지자 하던 일에 더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았다. 처음에는 크로플(크루아상 반죽을 와플 기계에 넣어 구운 과자)을 생각하다 인기 좋은 붕어빵에서 착안해 호두과자로 결정했다. 커다란 자동기계가 아닌 수동기계로 만들 수 있고 포장 판매 전문이어서 투입 자본 대비 가성비가 좋았다. 팥소를 넣은 기존 호두과자뿐만 아니라 팥소와 버터를 함께 넣은 앙버터에 슈크림, 인절미같이 다양한 메뉴를 개발해 호응을 얻었다. 그런데 사시사철 팔 수 있다고 생각한 호두과자가 의외로 계절을 탔다. 올 5월 좋은 원두로 만든 커피를 함께 파는 카페 형태로 매장을 전환했다. 커피 손님이 늘면서 호두과자 판매도 같이 상승 곡선을 그렸다.미카129 최 대표는 몇 년 전 중대 결심을 했다.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아이스크림을 만들어서 파는 것이었다. 곡성 대표 특산물은 전국 생산량의 80%가 나는 토란이었다. 주변에서는 한때 유행하다 사라진 ‘청국장 아이스크림’ 같은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하지만 무색무취한 토란이 우유와 섞이면 근사할 것으로 생각했다. 수십 차례 시행착오를 거쳐 좋은 맛을 뽑아냈다. 여기에 더해 곡성군 홍보대사로 이 지역에서 직접 농사를 짓는 강레오 요리사의 도움을 받아 개발한 멜론 아이스크림 메뉴까지 곁들였다. 든든했다.●주변 상인-손님과 시너지를 만들라 전통시장 청년상인은 주로 장·노년층을 상대하기 마련이다. 이웃 매장 주인이나 손님이 대부분 어르신이다. 이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가게 성장의 밑거름이 된다. 달달호두 문 대표는 연령층 높은 고객에게 친절함에 더해 친근함까지 제공하기 위해서 ‘맛보기’ 호두과자를 선보였다. 커피를 마시러 온 손님에게 공짜로 호두과자 한 알을 같이 내놓는 것이다. 커피 향과 어우러진 호두과자 맛에 많은 손님이 단골이 됐다. 그런 노력의 결과 개장 이후 지금까지 4명에게 호두과자 기술을 가르쳐 줬고 이 중에는 가맹점을 낸 사람도 생겼다. 미카129 최 대표와 신중앙시장에서 가장 젊은 맥반석손구이집 이 대표는 활발하게 상인회 활동을 하고 있다. 지역 축제와 시장 이벤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물론 가게를 찾는 손님들에게 다른 점포를 소개하는 등 시장 홍보도 빠지지 않는다. 최 대표는 곡성 장날을 알리는 콘텐츠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공유하며 젊은 고객을 끌어들이는 데 애쓰고 있다. 20대까지는 아니지만 30, 40대 손님이 아이들을 데리고 찾기도 한다. 이 대표는 편의시설 개선과 고객을 위한 시장 로드맵 설치 같은 아이디어를 내고 인터넷 판매 방법을 공유하기도 한다. ●청년소상공인 지원사업을 활용하라 문 대표는 개업 초기 단체 포장 주문 때문에 애를 먹었다. 기존 포장업체에 문의하니 호두과자 포장지와 상자 단가가 너무 높아 수지타산이 맞지 않았다. 고민하던 차에 40세 미만 청년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 도약지원사업에 뽑혀 포장개발비를 받았다. 이 돈으로 세련된 디자인과 다양한 크기로 상자를 제작해 지금까지 덕을 보고 있다. 이 지원금은 길거리 호두과자라는 인식을 벗어나는 계기가 됐다. 특히 간석자유시장이 소진공 문화관광형시장 지원사업 대상이어서 달달호두는 시장 행사나 축제 때 대표 매장으로 알려졌고 시장 살리기 프로그램에 추천되기도 했다. 또 시장 홍보 영상을 제작할 때도 먼저 소개됐다. 최 대표도 도약지원사업 대상으로 선정돼 매년 200만∼1000만 원 지원금을 받아 낡은 탁자 같은 집기를 교체하고 매장 인테리어를 개선했다. 또, 신제품 개발에도 사용해 일석이조 효과를 봤다. 이 대표도 신중앙시장이 내년도 소진공 디지털 전통시장 사업 대상으로 선정된다면 온라인 판매의 이점을 아직 잘 모르는 시장 다른 상인들의 온라인 진출을 더 돕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소진공에 바란다 전통시장은 최 대표나 이 대표처럼 자기 일을 해보고 싶거나 문 대표 부부같이 앞길이 잘 안 보여 새길을 찾으려는 젊은이들에게 기회의 터전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개업하자마자 코로나19 사태를 맞은 이 대표는 처음에 임차료 내기도 빠듯할 정도로 사나흘간 매출이 0원인 날도 있었다. 김을 섭씨 400도 맥반석에 굽는 일에도 숙달이 필요했다. 천천히 손에 익었다. 그러다 소진공 청년상인 대출을 받게 되면서 서서히 영업이 피게 됐다. 상인과 손님을 “같이하고 싶은 사람들”이라 부르는 문 대표는 기존 호두과자 틀을 벗어난 새로운 호두과자를 만들고 싶다는 꿈이 있다. 최 대표는 “시장의 유동 인구가 적다 보니 애로가 있다. 젊은이가 많이 유입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갖고 있다. 이 대표는 가게 확장을 고려하고 있다. 각자의 포부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조금 더 지원이 필요하다고 이 3인의 청년상인은 입을 모은다. 이 대표는 “청년소상공인 대출에 대한 접근성을 더 높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출 제도는 좋지만 제출할 자료가 많고 복잡해 자신처럼 혼자서 김을 굽고 손님 상대하고 그날그날 수입과 지출을 정리하는 1인 가게에서는 대출 준비를 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 대표는 또 “청년상인 지원 정책을 더 적극적으로 홍보했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1인 다역(多役)으로 바쁜 청년상인은 소진공 인터넷 홈페이지를 매번 상세히 살펴보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휴대전화 ‘알림’ 등록 같은 방식이 있으면 좋지 않을까요. 소진공에서 새로운 지원 방법이 나오면 그때마다 상인 휴대전화로 알려주면 좋은 정책이 빛을 더 발할 것이라고 생각해요.”공동기획동아일보·중소벤처기업부·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2024-12-1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엄홍길, 네팔에 19번째 학교 준공

    “앙체링 셰르파가 여기에 학교를 지어 달라고 했습니다.”11일 오후 네팔 동부 테라툼 아트라이에 있는 쉬리 프라나미 학교 운동장. 산악인 엄홍길 대장(64·엄홍길휴먼재단 상임이사) 목소리에 물기가 어렸다. 이날 엄홍길휴먼재단이 네팔 오지에 새로 짓거나 증축해온 ‘휴먼스쿨’ 19번째 학교 준공식이 열렸다. 해발 1000m를 훌쩍 넘는 산간마을, 지은 지 70년 돼 온 벽에 금이 가고 함석지붕을 얹은 교사(校舍) 옆에 3층짜리 번듯한 건물이 들어섰다. 1985년부터 히말라야를 찾은 엄 대장의 오랜 벗이자 동료였던 셰르파 앙체링은 5년 전 헬기 추락사고로 숨졌다. 그가 생전에 엄 대장에게 한 부탁을 지킨 것이다.● “홀가분하고 감개무량”준공식에는 이곳이 고향인 카드가 프라사드 샤르마 올리 네팔 총리(72) 부부가 참석했다. 초·중·고교가 같이 있는 이 학교에서 올리 총리는 초등학교 4학년까지 다녔다. 셰르파 앙체링은 수양아들로 불릴 만큼 올리 총리와 가까웠다. 학교를 지어 달라는 총리의 뜻을 엄 대장에게 전했다.올리 총리는 축사에서 “18개 교실을 갖춘 새 학교 건물을 받은 오늘은 우리 모두에게 기쁜 날이다. 몇 년 전, 인도 대사님이 오셔서 새 건물을 짓겠다고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며 “(8000m급) 16개 봉우리를 모두 오른 위대한 인물 엄 대장에게 정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새 학교 건물에는 교실 18칸과 도서실, 과학실, 교무실, 유치원 공간이 마련됐다. 교실에는 인도에서 제작해 공수한 책걸상과 화이트보드가 걸려 있다. 네팔 산악지대 공립학교는 학생들이 1~2시간 산길을 걸어서 등교하는 일이 다반사다. 과목마다 선생님은 부족한데 정부로부터 봉급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예체능 수업은 아예 없다. 건물과 시설도 낡고 열악한 곳이 많으며 학용품도 모자란다. 엄홍길휴먼재단에서는 선생님 급여와 교복비도 지원하고 있다.이번 학교는 짓는 데 2년 6개월 걸렸다. 지금까지 지은 다른 학교보다 더 엄 대장 속을 썩였다. 학교와 학부모 간 의견 대립이 심했고, 건설현장 사무소장을 2번 교체했을 정도로 공사 진척은 더뎠다. 막바지에는 엄홍길휴먼재단 네팔지부 지원이 현장에서 숙식하며 공사 진행과 경비(經費)를 점검했다.엄 대장도 건설 중에 2번이나 이곳을 찾았다.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서 비행기로 동남부 바드라푸르까지 40여 분을 날아간 뒤, 곳곳이 산사태로 유실돼 바위가 여기저기 떨어진 구절양장(九折羊腸) 길을 지프차로 7~8시간 타고 북상해야 겨우 도착한다. 한국에서 온 후원자들이 하루 만에 이르기에는 어려운 경로다.엄 대장은 당시 학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선생님과 학부모 들에게 네팔어로 말했다. “이렇게 공사가 지지부진하고, 학교를 짓는 데 비협조적인 곳은 처음이다. 학교가 지어지지 않는다면 모두 당신 어른들의 무책임 때문이다.” 올리 총리를 만나 애로사항을 얘기하며 호소도 했다. 완공까지 다른 학교보다 1년이 더 걸렸다. 엄 대장은 “너무 홀가분하고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준공식에는 박태영 주네팔 한국 대사도 참석했다. 세계적인 콜로라투라 소프라노 박성희 씨는 이 학교 200여 학생 등 주민 500여 명을 위해 ‘오 솔레미오’ ‘아리랑’을 비롯한 아리아 6곡을 불렀다. 아마도 태어나서 처음이었을 이 같은 공연에 환호와 탄성, 박수가 절로 터져 나왔다. 언덕을 깎아 만든 작은 공터는 어느새 라스칼라 극장으로 변한 듯했다.● “내년, 20번째 휴먼스쿨 착공할 것”엄 대장은 2007년 3전 4기 끝에 마지막 8000m 넘는 봉우리 로체샤르 등반에 성공했다. 하지만 등정 전까지 몹시 두려웠다. 실패와 죽음에 대한 공포였다. 그는 히말라야 신(神)에게 기도했다. ‘살려주신다면 죽을 때까지 산 아래 사람들을 살피고 네팔 아이들을 위한 학교를 짓겠습니다.’2008년 엄홍길휴먼재단을 세우고 2010년 해발 3985m 마을 팡보체에 첫 번째 휴먼스쿨을 지었다. 처음에는 16개 봉우리에 맞춰 16개 학교만 지을 생각이었다. 그러나 내년 20차 휴먼스쿨 착공에 들어간다. 터는 이미 봐 놨다.휴먼스쿨에 대한 그의 의지는 강렬하고 절실하다. 네팔 수도 카트만두 외곽 딸께셜에 지난해 준공한 16차 휴먼스쿨은 유치원, 도서관, 초·중·고교 건물이 들어섰고 시각장애 아이들을 가르치는 학급도 있다. 올해 네팔 대학수학능력시험에 해당하는 시험에서 이 학교 학생이 1등을 차지했다. 입학하려는 학생이 줄을 선다. 내년에 착공하는 체육관까지 건립되면 엄 대장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교육 타운’이 완성된다.“처음에 목표를 세웠을 때, ‘될까?’ 했는데 여기까지 왔습니다. 모두 7000여 재단 회원과 독지가 분들 덕분입니다. 다만 지어 놓은 다음에도 유지, 보수, 관리에 내실을 기하려면 지원할 것이 많습니다. 더 많은 후원이 절실합니다.”엄 대장은 16좌(座)를 모두 오를 때까지 38번 도전했고 그중 18번을 실패했다. 하지만 휴먼스쿨은 실패하지 않겠다는 듯 눈빛이 번득였다.관련 기사테라툼(네팔)=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2024-12-1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문화관광형시장 선정되니 방문객 ‘쑥’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 문화관광형시장 지원 사업은 지역 문화와 관광, 역사 같은 자원을 전통시장과 접목해 시장 활성화를 꾀하자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지역 특색과 연계한 콘텐츠를 개발해 전통시장의 대표 상품으로 삼거나 기존 시장 상품의 홍보와 마케팅을 강화해 판로를 넓히고,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해 관광객을 비롯한 유동 인구를 늘리는 방안 등을 마련한다. 충남 태안서부재래시장은 태안 지역 특산물인 해산물을 활용해 야시장을 열었다. 올해 4월부터 지난달까지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모두 42차례 운영해 매번 1000명에 가까운 손님을 불러 모았다. 경기 수원시 장안문거북시장은 아주대와 협업해 서포터스를 구성하고 빈 점포를 활용해 체험 프로그램 부스를 운영하는 등의 행사를 열어 매출 상승을 봤다. 서울 목동깨비시장은 ‘깨비어’라는 수제 맥주 브랜드를 자체 개발하는 성과를 보였다. 문화관광형시장 사업에 지정된 전통시장은 2년간 지원을 받는다. 소진공 측은 이 사업을 통해 시장 유동 인구 증가, 지역 경제 활성화, 전통시장 매력 제고 같은 긍정적인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2024-12-1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게릴라 걸스 포스터-여성전용 문자… ‘올랭피아 오디세이’展

    ‘여성이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들어가려면 옷을 벗어야 하는가?’노란색 바탕에 고릴라 가면을 쓴 누드 여성이 앵그르의 그림 ‘그랑드 오달리스크’ 속 여성처럼 옆으로 누워 있다. 그보다 더 두드러지게 눈에 띄는 것이 이 문구다. 바로 밑에는 ‘미술관 현대 미술 섹션에 있는 여성 예술가는 5% 미만이지만, 누드화의 85%는 여자를 그린 것이다’라는 문장이 쓰여 있다.1984년 페미니스트 예술가들이 미국 뉴욕에서 결성한 ‘게릴라 걸스’가 1989년 제작한 포스터를 한국어로 올해 다시 제작한 것이다. 국립세계문자박물관(관장 김성헌) 측이 보내 준 한글 번역 문장을 가지고 게릴라 걸스가 직접 만들었다. 예술, 대중문화, 정치, 사회에서 벌어지는 성(性)차별을 비판하고 여성과 소수자 권리 증진을 외치는 그들 대표작의 한국어판이다.이 작품은 인천 연수구 국립세계문자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올랭피아 오디세이: 문자와 여성, 총체적 예술의 거리에 서다’ 기획특별전에서 게릴라 걸스 다른 작품들과 함께 전시되고 있다.‘올랭피아 오디세이’ 기획특별전은 역사를 통해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으로 차별받는 여성을 비롯한 약자가 문자라는 수단을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작품과 옛 문서 같은 유물 들을 재조명하고 있다. 전시 제목은 1863년, 남성의 시선에 의해 ‘선택되는’ 여성이 아니라 당당하게 자신을 드러내 관객을 응시하면서 당대 프랑스 상류층 남성의 위선을 꼬집은 에두아르 마네의 누드화 ‘올랭피아’에서 따왔다.이번 전시에서는 여성이 자신만의 언어를 기록하기 위한 문자를 활용한 작품들도 조명했다. 대표적인 예가 중국 후난(湖南)성 장융(江永)현 일대 소수민족 여성들이 사용했다는 문자 누슈(여서·女書)다. 세계 유일의 여성 전용 문자로 알려져 있다. 한자계 문자로 언제 만들어졌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지금까지 남아 있는 자료로 미뤄 볼 때 명나라 말기에서 청나라 말기에 유행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전시된 ‘삼조서三朝書’는 혼례 후 3일째 날을 기념하여 신부의 여성 친지나 친구가 주는 선물이자 결혼 의례 용품이다.한글과 일본어 히라가나(平仮名)도 여성 전용은 아니지만 한때 여성을 중심으로 쓰인 적이 있다. 11세기 히라가나로 쓴 일본 최초 장편소설 ‘겐지 모노가타리(源氏物語)’도 당대 여류 작가 무라사키 시키부(紫式部)가 집필했다.2월 2일까지 열리는 올랭피아 오디세이 기획특별전에서는 이 밖에도 19~20세기 여성 운동을 태동하고 이끌었던 프랑스 여성 작가들의 편지와 글, 책 그리고 여성을 넘어 사회적으로 소외된 일반인의 시각을 담은 영상 작품까지 다채로운 전시품을 볼 수 있다.국립세계문자박물관은 지난해 6월 문을 열었다. 이집트 로제타석(石)의 히에로글리프(성각문자·聖刻文字)를 해독한 장프랑수아 샹폴리옹의 고향 프랑스 피자크에 있는 세계문자박물관과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개관한 문자박물관이다. 올 5월 개관 이후 누적 관람객 100만 명을 돌파한 데 이어 연간 관람객도 지난달 30일 기준 101만7103명으로 100만 명을 돌파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2024-12-0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장흥을 키운 8할은 돌이었더라[여행스케치]

    나는 돌이로소이다. 비릿한 바다 냄새와 싱싱한 흙내, 짭조름한 갯내 물씬한 전남 장흥(長興)에서 나는 돌이로소이다. 물도 아니고 뭍도 아닌 내가 주역입네 할 생각은 없소. 다만 그동안 가려져 있던 나를 슬그머니 드러내 보려 할 뿐이오. 세계 전체 고인돌의 40%가량이 모인 한반도에서도 장흥에 고인돌이 가장 많이 있다고 하지 않더이까. 그럴진대 이 정도 뽐냄이야 한 번쯤 눈감아 줘도 되지 않으리오.● 장흥 역사와 신화를 새긴 천관산 나는 돌이로소이다. 천자(天子)의 면류관에 달린 주옥(珠玉)인지, 옥황상제가 살짝 내려놓은 왕관인지, 기기묘묘한 모습에 천관(天冠)이라 불린다오. 누구는 “대꼬챙이처럼 날캄한(날카로운·전남 방언) 바위들로 촘촘히 들어박혀” 있다고 하고, 누구는 제주도 해변 주상절리를 갖다 놓은 것 같다고 하고, 누구는 사자며 거북이며 상상할 수 있는 동물을 갖다 대 찬탄하더이다. 닭봉(峯)이어도 좋고, 꼭대기 연대봉(烟臺峯)이어도 좋고, 너른 억새밭이어도 좋소. 그곳까지 숨 가쁘게 이어지는 된비알(험한 비탈)을 오르다 보면 시루떡 혹은 원반 두께로 쪼개진 평평한 돌들이 여기저기 뭉텅뭉텅 보일 테요. 그 쓰임은 뒤에 알려 드리리다.천관은 남녘 땅 끝머리에 있소. 그렇게 올라 남쪽을 향하면 정남진(正南鎭)과 그 너머 득량만(得糧灣)을 품은 남해, 그리고 섬들이 한눈에 들어온다오. 그 풍경을 설(說)하는 법을 나는 모르외다. 나를 밟고 선 당신 몫이라오. 이곳 시인 이대흠의 시구(詩句)대로 ‘노을은 바위에 들고, 바위는 노을을 새기’듯 나는 장흥의 청사(靑史)와 신화를 새긴 돌이로소이다. 참, 정남진은 서울 광화문에서 정남쪽에 있다는 뜻으로 붙인 이름이오. 나는 돌이로소이다. 전국 시인과 소설가 54명의 글을 품은 돌로 쌓은 ‘문탑(文塔)’이로소이다. 장흥은 문재(文才)가 뛰어나다오. 소설가 이청준 한승원 송기숙 이승우, 시인 위선환 이대흠 김영남, 아동문학가 김녹촌 등이 태어났소. 등단 작가만 100명이 넘소. “순천 가서 인물 자랑 말고, 벌교서 주먹 자랑 말고, 여수서 돈 자랑 말라”고 했다는데 “장흥 와서 글 자랑하지 말 일”이오. 이 작가들의 뮤즈(muse)가 ‘큰 산’이라오. 천관산을 일컫는다 하더이다. 이 산 남쪽 자락에 이들을 기리는 천관문학관이 있고, 탑산사(塔山寺) 가는 골짜기 초입에 천관산 문학공원이 있다오. 그곳에 이르는 비탈길 가장자리로 돌탑이 700여 기 줄지어 서 있소이다. 시루떡 두께로 쪼개진 평평한 돌들이 포개져 탑을 이룬다오. 인근 대덕읍 주민들이 쌓았다고 하니 갸륵하오. 문학공원에는 작가 54명이 보낸 시구나 문장이 54개의 돌에 새겨져 있다오. 노벨 문학상을 탄 한강의 부친 한승원 문학비(碑)에는 이렇게 적혀 있소. ‘이 근동의 모든 학교 교가 속에 이 산이 들어와 있듯이 내 육체와 영혼 속에 이 우람한 산이 들어와 있다.’나는 돌이로소이다. 옛 장흥교도소 돌담이로소이다. 내 품 안에서 2015년까지 죄지은 사람들이 살았소. 혹자는 갱생하고 혹자는 되돌아왔다오. 1980년대 초반 제5공화국 정부를 뒤흔든 사기 사건 주범 이철희 장영자 부부도 여기서 복역했다오. 이제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개방된 옛 실물 교도소라 하더이다. ‘더 글로리’ 연진이가 들어갔던 철문이 여기였소. 이곳에서는 ‘빠삐용 집(ZIP)’이라는 이름의 문화재생사업이 한창이오. 자유를 갈망해 깎아지른 절벽 밑 바다로 뛰어든 빠삐용처럼 내 안에서 ‘새로 살고 서로 사는’ 문화 해방구가 만들어진다고 하오. 옛 민원봉사실은 장흥교도소 아카이브로, 직원식당은 교정역사전시관으로, 여성 미결수 사동은 ‘글 감옥’이라는 시나리오 작가 숙소 등으로 바뀐다고 하더이다.● 화해의 장소 동학농민혁명기념관 나는 돌이로소이다. 탐관오리 학정(虐政)에 분연히 일어선 동학 농민의 마지막 죽음을 지켜본 돌산, 석대산(石臺山)이로소이다. 1895년 1월 초 동학군 최후의 격전장이 내 앞 석대들이었소. 마지막 남은 동학 교도 3만여 명이 관군 및 일본군을 상대했다오. 스나이더 소총과 무라타 소총으로 무장한 일본군에 화승총과 죽창으로 맞섰으니 패배는 자명했다오. 내 자락에 있는 동학농민혁명기념관 위 장흥공설운동장 터에서만 무연고 전사자 시신이 1600여 구 발굴됐소. 쓰라린 현장이었지만 100년이 훌쩍 지나 화해의 장이 되는 것을 보았다오. 동학군과 싸우다 숨진 장흥부사 박헌양을 비롯해 96명 장졸의 후손과 동학군 후손들이 함께 동학농민혁명기념탑을 제막했소. 흡족했다오.나는 돌이로소이다. 토성이로소이다. 밤하늘 은하수 서쪽서 빛나던 베가(직녀성)보다 장흥에 훨씬 가까운 돌이로소이다. 베가는 25광년 떨어져 있지만 나는 빛으로 1시간 10분 거리요. ‘토성이 장흥과 무슨 관계라고…’ 의아한 이 적지 않으리오만 장흥 진산(鎭山)인 억불산(億佛山) 정남진 천문과학관에 가면 알게 되오. 주관측실에서 800mm 리치크레티앵 반사망원경으로 나를 보시구려. 노란 나를 둘러싼 선명한 띠를 보며 감탄사를 연발할 터이니.나는 돌이로소이다. 정남진 편백나무 숲을 내려다보는 억불산 며느리바위로소이다. 며느리바위는 남편 찾아 아이 업고 길 떠나던 며느리가 시아버지 부르는 소리에 뒤돌아보다 돌이 됐다는 설화가 전하오. 내 다른 이름은 억불이오. 억은 만민을 뜻하니, 억불은 모든 이를 구제하는 부처, 미륵불이오. 한승원은 나를 ‘피플 붓다’라는 소설로 만들기도 했소. 뭇사람 마음에 평강을 주기 위해 조성한 숲이 바로 이 편백나무 숲이라오. 이름은 약간 촌스러운 ‘편백숲 우드랜드’요. 누구는 “모든 숲은 태초를 품고 있다”고 했는데 편백나무 사이를 걷다 보면 어떤 신성함을 느낄 수 있다 하더이다. 나는 돌이로소이다. 설화 속 ‘바위 배’로소이다.장흥 앞바다 득량만을 내다보며 선 지상 46m 정남진 전망대(통일기원탑)에서는 많은 섬이 보이오. 가장 가까운 섬은, 간척사업으로 육지와 붙어 버린 돌의도(突衣島)라오. 이 섬에 약 1200년 전 중국 절강성 소흥부(紹興府)에서 전란을 피해 임호(任顥)라는 송나라 관리 가족이 닿았소. 그들이 타고 온 배가 바위로 만든 배였다 하더이다. 그 후손이 고려 인종 비(妃) 공예태후라오. 공예태후는 의종 명종 신종의 어머니였소. 인종이 ‘길이길이 흥하라’며 장흥이라는 이름을 내렸다 하오. 산과 바다가 땅으로 이어지는 장흥은 산에서, 바다에서, 땅에서 사람에게 아낌없이 내주는 고장이라오. 산에서 표고버섯, 땅에서 소고기, 바다에서 키조개 패주(貝柱·조개관자)를 내주니 ‘장흥 삼합’이라는 별미가 된다오. 장흥에는 소 머릿수가 인구보다 많다고도 했소. 미당(未堂) 서정주는 “나를 키운 건 8할이 바람”이라고 했더이다. 그러나 이쯤 되면 장흥을 키운 것은 8할이 돌이었음을 알게 되지 않았으리오. 윤선도는 ‘오우가(五友歌)’에서 ‘아마도 변티 아닐 ᄉᆞᆫ 바회 뿐인가 ᄒᆞ 노라(아마도 변하지 않는 것은 바위뿐인가 하노라)’라고 읊었소. 그렇소. 나는 돌이로소이다.장흥=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2024-11-3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이화여대 ‘2024 늘봄학교·교육기부 박람회’에서 음악치료, 미술치료 체험 프로그램 개최

    이화여자대학교는 12월 14일 경기 고양 일산 킨텍스에서 열리는 늘봄학교·교육기부 박람회 부스에서 초등학생들을 위한 예술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화여대가 2024학년도 2학기에 운영 중인 10개 늘봄학교 프로그램 중 하나로, 예술 매체를 활용한 치료적 접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참여 학생들은 음악과 미술 매체를 다양한 방식으로 체험할 수 있다. 이날 진행될 음악치료 프로그램은 아동의 발달적 요구를 고려한 창의적 예술 활동으로 공감과 소통을 위한 다양한 음악 경험을 제공할 예정이다. ‘음악으로 하나 된 우리, 행복의 하모니’는 2024학년도 2학기 초등 1학년 늘봄학교에서 실행 중인 음악치료 프로그램의 핵심 활동을 박람회 체험형으로 재구성한 집단 음악치료 프로그램이다. 참가 학생들은 그룹 연주와 목소리 표현 활동을 통해 또래 간 상호작용을 경험한다. 초등학생 발달과 미술발달 특성을 고려해 구성된 미술치료 프로그램은 참가 학생들에게 긍정적 정서와 또래관계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늘 푸른 늘봄나무’는 2024학년도 2학기 늘봄학교에서 실행 중인 ‘마음소풍, 예술산책’ 일부 활동을 재구성한 미술치료 프로그램이다. 이화여대는 2023년도 시범사업부터 ‘2024년 2학기 늘봄학교 초1 맞춤형 프로그램 운영 사업’을 통해 ’디지털전환교육에 기초한 문화예술교육 및 예술치료의 허브 구축’을 목표로 설정하고, 문화예술 분야, 사회·정서 분야, 창의·과학 분야 등 맞춤형 늘봄학교 프로그램으로 학생의 성장 및 발달을 지원하고 있다. 이화여대 늘봄학교 사업단은 2023년부터 현재까지 ㈜셀트리온, ㈜한국콜마홀딩스, ㈜피죤 등과 MOU를 체결하고 민관협업 트랙을 구성하여 늘봄학교 프로그램에 대한 기업의 교육지원을 다양화하고 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2024-11-2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늘봄학교-경제금융교육에 ‘진심’ KB금융공익재단

    KB금융공익재단(이사장 양종희·KB재단)이 2024 늘봄학교·교육기부 박람회에 참여한다. KB재단은 박람회에서 재단이 늘봄학교에 제공하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관련 교재 및 교보재와 함께 소개하고 종이 저금통 접기, 경제·금융 교육 퀴즈 같은 이벤트도 진행한다. KB재단이 NHN에듀와 공동 제작한 메타버스 경제·금융 교육 프로그램 ‘KB스타 경제교실 in WONDERVERSE(가)’도 첫 공개한다. 어려운 경제와 금융을 게임으로 익힐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KB재단은 지난해부터 전문 강사 및 대학생 봉사단이 전국 늘봄학교와 돌봄시설을 방문해 다양한 경제·금융 교육 프로그램을 무상으로 알려 주고 있다. 자체 개발한 ‘늘봄 KB스타 경제교실’은 화폐의 탄생, 합리적 소비, 기부 등을 놀이와 만들기, 동화 토론, 메타버스 퀴즈게임 등으로 알려 주도록 했다. KB-YMCA 경제·금융 교육 대학생 봉사단 ‘폴라리스’ 대학생들이 강사로서 지난해 94개 학교(학급)에서 진행했고 올해도 약 150개 학교(학급)에서 시행됐다. KB재단 이사장인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은 “저출생 문제는 대한민국 사회 존립을 위협할 만큼 절박한 상황”이라면서 “KB금융은 ‘돌봄’과 ‘상생’을 축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해 국민과 함께 성장하는 KB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KB 금융그룹은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교육부와 함께 ‘돌봄 공백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진력하고 있다. 2018년부터 1250억 원을 지원해 전국 2265개 국공립 병설 유치원 및 초등 돌봄교실을 새로 짓거나 넓혔다. 또 인천 서부 거점형 늘봄센터와 경기 고양 늘봄꿈터를 시작으로 2027년까지 전국 48개 거점형 늘봄센터를 개관할 계획이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2024-11-2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글로벌 해양-금융 전문가 양성의 허브… 해양금융대학원

    국립한국해양대의 해양금융대학원이 국내를 넘어 글로벌 해양금융 인재양성의 허브로 자리 잡고 있다. 2011년 비전일제(Part-time) 석사과정을 시작으로 2018년 전일제(Full-time) 석사과정을 도입하면서 해운과 금융을 아우르는 전문 교육을 통해 매년 30명의 인재를 배출하고 있다. ‘해운을 이해하는 금융전문가’와 ‘금융을 이해하는 해운전문가’를 양성하면서 해양과 금융 분야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 전문성을 갖춘 인재 배출의 요람 해양금융대학원은 대졸자에게 해양금융에 특화된 전문교육을 제공한다. 재직자들에게는 실무와 이론을 융합한 심화교육 기회를 제공한다. 대학원 졸업생들은 해양금융기관, 대형 해운사, 조선업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면서 해양과 금융산업 동반성장에 기여하고 있다. 특히 전일제 과정 1기부터 5기까지 졸업생들은 한국무역보험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해양진흥공사, BNK부산은행 등 해양금융 관련기관과 HMM, 팬오션, 현대중공업, 한화오션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해 두각을 나타내며 대학원의 교육 성과를 증명하고 있다. ● 특화된 교육과 풍부한 혜택 해양금융대학원은 충분한 실무 경험을 갖춘 전문 교수진이 다수 참여해 해양금융에 특화된 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실무 중심 교육이 이뤄지고 있고 해외 학점 취득 프로그램 등도 있다. 특히 그리스 아테네경영경제대학(AUEB)과의 협력을 통해 전일제 과정 재학생들은 겨울 계절학기 동안 약 한 달간 그리스 현지에서 수업을 듣는다. 또 유수의 해운기업 및 금융기관을 탐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 과정은 해운 선진국의 시스템을 직접 경험할 수 있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해양금융대학원 전일제 과정은 3학기 동안 총 45학점을 이수하고 무논문으로 졸업이 가능하도록 설계돼 있다. 조기에 산업 현장 진출을 목표로 하는 재학생들에게 적합하다. 이 과정에 필요한 등록금과 기숙사비 등은 ‘부산해양금융인력양성사업’ 지원을 통해 제공해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고 있다. 해양금융대학원은 미래를 바라보며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인재 양성에 매진하고 있다. 대졸자들은 새로운 도전의 기회를 얻을 수 있고, 재직자들은 전문성을 더 다질 수 있다. 국내외 해운 및 금융 산업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해양금융대학원은 해양금융 전문인력양성을 통해 해양과 금융 산업의 고도화에 기여하고 있다. 앞으로 해양금융대학원을 거친 전문가들이 세계 해양금융 분야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것으로 기대한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2024-11-2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고려대 세종캠퍼스,약학·헬스케어 분야 선도할 차세대 인재 양성

    고려대 세종캠퍼스(부총장 김영)가 21세기 약학 및 헬스케어 분야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려대 세종캠퍼스 약학대학은 2011년 설립 이래 10년간 439건의 연구과제를 수행하며 약 398억 원의 연구비를 확보해 왔다. 2019년에는 교육부가 주관하는 ‘이공분야 대학중점연구소 지원사업’에 선정돼 2028년까지 총 67억 원의 연구비를 지원받는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약학대학은 2023년 QS 세계대학평가 약학 분야에서 79위를 차지했다. 약학 산업이 급성장하는 상황에서 돋보이는 성과를 내고 있다. 2025년에는 첨단융합신약학과가 신설돼 전통적인 신약 개발 방식과 AI(인공지능) 기반의 첨단 접근법을 아우르는 폭넓은 지식을 겸비한 융복합 혁신 인재를 양성할 예정이다. 최신 과학 기술과 생명과학·화학·약리학 등 다양한 학문을 통합하여 혁신적인 신약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통해 의약품의 미래를 선도하고 의료 혁신에 기여하고자 한다. 한편 2025년에는 디지털헬스케어공학과도 신설된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의료와 건강 시스템을 혁신하고 개선하며, 디지털헬스케어 신기술과 신산업의 발전을 주도하는 학과로 자리 잡을 예정이다. 이 학과는 바이오헬스 분야에 특화된 교육을 통해 타 학문과의 융합을 강화하고 융복합 특성화 캠퍼스로의 도약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특히 고려대 세종캠퍼스는 오송바이오 국가 산업단지와 인접해 있어 산학협력과 연구 교류의 중심지로 주목받고 있다. 인근의 대덕연구개발특구, 오송생명과학단지, 오창과학산업단지 등과의 협력은 신약 발굴, 임상, 산업, 보건사회약학 등 약학 전 분야에 걸친 전문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교육과 연구를 가능하게 한다. 또한 임상약학 교육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고려대 의료원 소속 3개 병원과 공동으로 전문적인 임상약학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운영하고 있다. 박성규 약학대학장은 “고려대 세종캠퍼스는 빠르게 발전하는 AI와 다양한 과학기술의 혁신 속에서 급속히 고도화되는 신약 개발 및 헬스케어 분야 연구의 최신 동향을 선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첨단 연구 인프라를 적극 활용하여 우수 인재를 양성하고 배출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고려대 세종캠퍼스는 교육과정 최신화, 미래지향적 교육 및 연구 시스템 구축을 통해 약학 및 헬스케어 분야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쌓아가고 있다. 앞으로도 미래 헬스케어와 약학 분야에서 탁월한 인재를 양성하고 글로벌 약학 산업을 선도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2024-11-2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커피믹스에 날개 달아 준 냉온수기[유레카 모멘트]

    커피 2스푼, 설탕 1스푼 반, 프림(커피 크리머) 2스푼. 사람마다 다르긴 하지만 대략 이 정도였다. 1970년대, 다방 탁자에는 설탕 통과 프림 통이 놓여 있었다. 주문한 커피가 나오면 원하는 만큼 설탕과 프림을 넣으면 됐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커피 세트가 귀한 선물이던 시대. 설탕과 프림을 각각 용기에 담아 내놓으면 손님이 취향대로 커피에 넣고 저어 마셨다.어차피 커피와 설탕과 프림을 섞어 마시는 거라면 아예 처음부터 이 세 가지를 한데 섞어 놓으면 좋지 않을까. 병(甁)도 세 개가 아니라 하나만 있으면 되니 보관도 편리하지 않겠는가. 1976년 동서식품에서 국내 최초로 커피믹스를 출시할 때 생각은 이랬다. 시장에 첫선을 보인 커피믹스는 유리병 포장이었다.● 독자 브랜드 ‘프리마’를 내놨지만…커피믹스를 고안해낸 데는 다른 이유가 더 컸다. 세계적인 식품회사인 미국 제너럴푸드와 50 대 50 조인트벤처로 만들어진 동서식품이 1970년 처음 내놓은 인스턴트커피 맥스웰하우스는 그럭저럭 팔리고 있었다. 문제는 1974년 ‘신제품 개발반’이라는 조직까지 신설해 만든 커피 크리머 ‘프리마’ 판매가 부진하다는 것이었다. 당시에는 연유나 우유를 농축한 수입 액상 크리머를 쓰기도 했지만 보존기한이 짧고 보관하기도 불편했고, 우유 향을 싫어하는 사람도 많았다. 이에 물엿과 야자유(油)를 주원료로 한 분말 크리머를 제너럴푸드 기술이 아닌 동서식품 독자 기술로 제조한 것이다. 고소한 야자유 향이 커피 쓴맛을 잡았고, 싼 데다 보관도 쉬웠다. 하지만 남대문시장 등에서 암암리에 팔리는 네슬레 ‘카네이션’ 같은 외제 커피 크리머에 밀려 힘을 쓰지 못하던 상황이었다.야심 차게 내놓은 커피믹스였지만 약점이 있었다. 흡습(吸濕·습기를 빨아들임)이었다. 뚜껑을 열고 떠낼 때 스푼에 묻은 물기를 빨아들여 커피믹스가 떡처럼 굳거나, 커피가 설탕 속 수분을 흡수해 덩어리지는 일이 빈번했다. 또 커피와 프리마, 설탕의 배합 비율이 모든 소비자 취향을 만족시키지는 못했다. 손님을 대접할 때 설탕은 몇 스푼, 프림은 몇 스푼 식으로 물어보지 않고 커피믹스만 덜렁 내놓으면 성의 없이 보인다는 거부감도 있었다. 대책이 필요했다.● 아웃도어용 커피를 목표로흡습 문제를 해결하려면 유리병 뚜껑을 열었다 닫았다 하는 일을 줄이고 오래 보관하지 말아야 했다. 1회용 개별 포장이 방법으로 떠올랐다. 여기에 더해 판매 목표를 변경했다. 유리병 커피믹스의 목표는 가정이었다. 손쉽게 커피와 설탕 프리마를 타 먹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 하지만 개별 포장의 목표는 야외 음용(飮用)이었다. 밖에서 물을 끓일 수 있는 도구가 있을 때 커피를 마시고 싶어 하는 사람이 타깃이었다.1977년 수출 100억 달러를 최초로 달성하는 등 1970년대 후반 한국 경제는 이른바 개발도상국이 됐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였다. 경제 성장과 더불어 여가에 쓸 시간이 생기면서 등산 낚시 같은 야외 활동 인구가 늘고 있었다. 산에서, 강이나 호수에서 커피를 마시고 싶어도 커피, 설탕, 프리마 병을 각각 들고 다니기는 어려웠다. 따로 비닐봉지 등에 나눠서 담아 가기도 번거로웠다. 이 같은 휴대 문제를 개별 포장이 해결할 수 있다고 봤다. 1회용 커피믹스 포장 형태는 현재와 같은 긴 스틱형이 아니었다. 티백을 담는 사각 포장과 흡사한 가로 5cm, 세로 7cm 정도의 비닐 재질 직사각형 파우치 형태였다. 문제는 이 파우치 제작이 자동화가 아니었다는 것. 일일이 손으로 커피믹스를 넣고 밀봉해야 했다. 인두질로 밀봉하던 때도 있었다. 포장 자동화는 1980년대 들어서 이뤄졌다.‘전국 주요 등산로에는 어김없이 1봉지 45원 하는 커피믹스를 파는 노점상이 등장했다’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지만 판매는 저조했다. 수작업 포장에 따른 낮은 생산성을 그다지 염려하지 않아도 될 수준의 매출이었다. 그래도 접을 생각은 하지 않았다. 들고 다니기 편하게 만든 커피믹스가 언젠가 팔릴 것이라는 기대가 없지 않았다. 1980년대 중후반까지 커피믹스 광고는 여전히 야외에서 마시는 것에 집중했다. 그런데 그것만으로 충분할까?● 커피믹스 가로막는 ‘삼각파도’커피를 마시려면 뜨거운 물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1980년대까지만 해도 기업이나 관공서 같은 곳에서 직장인들이 끓인 물을 구할 데는 없었다. 일본말이긴 하지만, 물을 끓일 수 있는 시설이 돼 있는 탕비실(湯沸室)이라는 개념이 없었다. 기업 임원에게 손님이 오면 중역실(重役室)에 딸린 비서실에서 전기 포트로 물을 끓여 잔에 커피를 내놓는 시절이었다. 일반 직원들은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커피를 대접하려면 회사 건물 지하나 밖에 있는 다방을 찾아야 했다. 이렇다 보니 커피는 누군가가 타 주는 것이라는 의식이 지배적이었다.더욱이 1980년대는 커피 1.5g, 프림 2g, 설탕 8g, 물 110cc로 간편하게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커피 자동판매기 전성시대였다. 1984년 현재 “사원 300명 이상 회사는 거의 커피 자판기를 갖추고 있다”는 기사가 나올 만큼 열풍이었다. 1987년 민주화운동과 대규모 노동운동을 통해 근로조건 개선 요구가 커지자 대기업들은 커피 자판기 등을 갖춘 휴게실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1988년 기준 전국 자판기는 6만5000여 대로 당시 인구 700명당 1대꼴이었다. 이 중 커피 자판기가 약 80%를 차지했다. 커피 회사인 동서식품 건물에도 층마다 엘리베이터 옆에 커피 자판기가 서 있을 정도였다.집에서는 가스레인지에 물 끓여 설탕과 프림 양을 조절해 병에 든 커피를 타 먹고, 회사에서는 커피 자판기를 이용하고, 일반인은 다방을 애용했다. 이 같은 ‘삼각파도’ 앞에서 1회용 커피믹스에 대한 관심이 커질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커피믹스 매출은 병 커피 매출에 비해 미미했다. 이런 현상은 1990년대 중반까지 계속됐다. 이 삼각파도의 축이 깨지지 않는다면 커피믹스의 활로는 찾기 어려웠다.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기존 맥스웰하우스에 이어 1987년 더 비싼 맥심 브랜드를 출시하면서 고급 커피 이미지라는 마케팅 포인트를 잡았다. 커피 병 모양도 기존 맥스웰하우스 것보다 각을 더 많이 생기게 제작했다. 커피믹스 포장도 직사각형 파우치를 탈피해 막대기(스틱) 형태로 하는 차별화 전략을 택했다. 디자인 조사를 통해 스틱 형태가 더 고급스러워 보인다는 마케팅팀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1회용 포장은 천편일률적으로 직사각형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는 시도였다. 나중에는 커피 프리마 설탕 순으로 층층이 담겨 설탕의 양을 조절할 수 있어 건강에도 이롭다는 마케팅까지 펼 수 있었다.커피와 프리마, 설탕의 배합 비율을 최적화하기 위한 소비자 조사도 진행했다. 가정주부들을 대상으로 실제 가정에서 커피를 탈 때 커피와 프리마, 설탕 비율을 어떻게 하는지 파악하는 것이었다. “커피 한번 타보세요”라고 주문한 다음 커피, 프리마, 설탕이 얼마나 되는지 그 양을 일일이 기록했다. 다방에서도 이와 비슷한 조사를 했다. 그렇게 해서 모인 데이터가 수천 개였다. 이를 토대로 훗날 ‘황금비율’이라고 불리는 맛의 비율을 만들어냈다.● 도둑처럼 찾아든 냉온수기커피믹스를 가로막고 있던 삼각파도의 균열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사태를 전후해 도둑처럼 찾아들었다. 먼저 뜨거운 물이었다. 커피를 타 마시기 위해 꼭 있어야 하는 뜨거운 물을 구하기가 쉬워졌다. 그 주역은 냉온수기였다. 끓이지 않고도 꼭지만 누르면 뜨거운 물이 나오는 냉온수기의 등장으로 커피를 마시기 위한 필요조건이 해결됐다. 이제 커피믹스만 있으면 끝이었다.사무실 안에 설치된 냉온수기는 또한 ‘커피는 남이 타 주는 것’이라는 인식도 바꿔 놨다. 뜨거운 물을 받아 커피믹스를 넣고 스스로 저어 마시면 그만이었다. 여성 직원이 사무실 밖 커피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 오던 관례가 깨지고 커피는 셀프서비스라는 새로운 문화가 생겼다. IMF 사태 이후 누구든 언제라도 회사를 떠날 수 있다는 위기의식 아래서 다른 직원에게 커피 심부름을 시키는 일이 부담스러워진 것도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1990년대 중반 이후 커피 자판기의 쇠퇴도 영향을 미쳤다. 당시 바람이 불기 시작한 원두커피에 대한 선호가 높아진 데다, 시민들의 환경 의식이 높아져 수돗물에 대한 불신까지 겹쳐 커피 자판기는 서서히 입지를 잃어갔다. 여기에 중소기업 위주이던 냉온정수기 시장에 코웨이나 청호 같은 대기업이 진출하면서 기술은 발전하고 설치 가격은 내려가며 수요가 더 커진 것도 한몫했다.커피믹스 맛이 좋아졌다는 것을 알게 된 일도 중요한 요인이었다. 자판기 커피 대신 커피믹스를 타 마셔 보니 맛이 있었다. 번거롭게 커피 설탕 프림을 각각 타서 먹지 않아도 맛이 괜찮았다. 커피믹스가 ‘다방 커피’로 불릴 수 있을 만큼 맛을 느낄 수 있게 됐다. 맛이 좋지 않았다면 아무리 타 먹기 편하게 됐어도 마시지 않았을 것이다.IMF 사태 이후부터 시장 규모가 1조2000억 원대 안팎을 기록한 2012, 2013년까지를 ‘커피믹스 시대’라고 부를 정도로 커피믹스는 엄청난 성장을 기록했다. 커피믹스가 한국의 커피 소비를 대중화하고 커피 문화를 바꿨다는 평가를 받게 된 데에는 냉온수기라는 예상 밖의 조력자 덕이 컸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2024-11-23
    • 좋아요
    • 코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