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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원건축학술상 열 번째 총서, ‘풍경과 다스림-조선시대 감영 원림의 역사와 미학’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을사(乙巳)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 첫 ‘시크릿가든’은 심원건축학술상의 열 번째 총서인 ‘풍경과 다스림-조선시대 감영 원림의 역사와 미학’을 소개합니다. 토요일이었던 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이건하우스에서 심원건축학술상 제15회 수상작 출판기념회가 열려 다녀왔어요. 심원건축학술상은 심원문화사업회(이사장 이태규)가 2008년부터 건축 역사, 이론, 미학, 비평 분야의 신진 연구자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상입니다. 이 상을 받아 이번에 출간된 도서는 임한솔 서울대 환경계획연구소 선임연구원(37)이 쓴 ‘풍경과 다스림-조선시대 감영 원림의 역사와 미학’입니다. ●심원건축학술상을 아시나요심원건축학술상은 연구자들에게 권위 있는 상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건축계에서 건축물에 수여하는 상은 많지만, 건축 관련 인문학 연구를 시상하는 경우는 드문데요. 이 상은 1500만 원의 상금과 출판을 지원합니다.이 상이 탄생한 데에는 특별한 사연이 있습니다. 이태규 심원문화사업회 이사장(54·엠에스오토텍 사장)은 부친인 엠에스오토텍 창업주(회장)가 경영해 온 공장의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심원’이라는 이름의 작은 사무소를 운영하는 김광재 건축가를 소개받아 친밀한 관계를 맺습니다. 그런데 공장 완공을 몇 달 앞두고 김 건축가가 지병으로 세상을 뜨지요. 그를 기리며 만든 상이 심원건축학술상입니다.2008년 이 상의 제정 의지에 뜻을 모은 중견 건축학자들이 모여 1기 위원회를 꾸렸습니다. 그중 한 명인 전봉희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는 말합니다. “건축사처럼 어려운 공부를 하는 연구자를 지원하겠다는 큰 방향은 이태규 이사장이 정했고, 위원회에서는 세 가지 원칙을 정했습니다. 연구의 지역과 시대를 가리지 않고, 절대적으로 새로운 지식 이론을 개발한 연구자에게 수여하며, 수준이 못 미치면 수상작을 내지 않기로 한 것입니다. 덕분에 이 상이 학술적으로 인정받게 된 것 같습니다.” 올해로 15회인 이 상에서 열 번째 총서가 발간된 것은 다섯 번은 수상작을 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태규 이사장은 이날 출판기념회에도 참석해 수상자를 축하했습니다.●“고유한 풍광을 담은 감영 원림”이번에 책을 펴낸 임한솔 연구원은 건축과 조경을 두루 공부했습니다. 그래서 ‘감영 원림’이라는 학문적 개념을 도출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감영(監營)은 조선시대 도(道)를 총괄하는 지방 행정조직, 원림(園林)은 자연을 감상하기 위한 인위적 장치입니다. 고로 감영 원림은 요즘의 도지사에 해당하는 조선시대 관찰사가 조성한 원림(정원의 확장된 개념)을 뜻합니다.조선시대 감영 소재지는 현재 기준으로 남한에 5곳, 북한에 3곳 있습니다. 남북한을 막론하고 감영 본청과 객사, 성곽의 터는 식민지 시기에 근대 시설로 전용되며 대부분 원형을 잃었는데요. 다만 성문 등이 일부 남아있고 2000년대 이후에는 각 지역의 문화 콘텐츠로 주목받아 발굴과 복원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강원 원주 강원감영, 충남 공주 공북루, 전주 풍남문 등이 감영 원림 유적입니다. 김동욱 경기대 건축학과 명예교수(전 한국건축역사학회장)는 추천사를 통해 밝힙니다. “조선시대 지방에 조성된 감영은 잘 알려지지 않은 별세계였다. 감영 원림은 궁궐 후원처럼 넓고 화려하지 않고 선비들이 지은 작은 원림의 소박함과도 구별되는 색다른 공간이었다. 팔도마다 고유한 풍광과 예술혼이 각각의 감영 원림에서 꽃을 피웠다.”책에 따르면 조선의 원림은 조선의 사상적 기반인 신유학(성리학)의 자연관으로부터 출발합니다. 신유학의 원림관은 도덕을 추구하고 개인의 깨달음으로 세상의 이로움을 확장한다는 것이지요. 특히 조선시대 감영 원림은 주로 높은 곳에서 먼 풍경을 바라보는 조망을 구현함으로써 자연과 인위의 양립을 이뤘습니다. 조선시대 문신 서거정의 공주객사 취원루의 기문에는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이 정자의 좋은 것이 한둘이 아니나 먼 것을 모은 것(취원·聚遠)보다 더 좋은 것이 없다 하였는데 이는 멀리 있는 모든 좋은 경치를 이 한 곳의 누(樓)로 모아들였다는 것이다.” 풍경을 보는 통치자가 사물의 변화에 휘둘리지 않고 오히려 이를 통해 마음을 다잡고 세상을 살피며 더 나은 정치를 해내는 것을 궁극적 목적으로 제시한 것입니다. ●“풍경을 매개로 다스리는 곳”조선시대 감영 원림은 지금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요. 임 연구원으로부터 들어봤습니다.―책에서 왜 ‘정원’이 아니고 ‘원림’이라고 썼는가.“‘정원’은 건축물이나 담장으로 둘러싸인 마당의 의미를 담고 있는데, 책의 서술 대상들은 그 방식으로 한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정원보다 확장된 개념으로 ‘원림’이라고 썼다.”―감영 원림은 조선시대 다른 정원과 무엇이 다른가.“도시 중심에 위치한 실권자의 정원이므로 ‘좋은 정치’라는 조성 목적이 분명했다. 깊은 곳에 숨지 않고, 사람들의 일상생활도 감상 대상으로 삼아 통치자인 관찰사가 자신을 돌아보며 가다듬었다.”―감영 원림은 지방 최고 정치인의 사치품 아니었나.“단순 사치품으로 보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밖으로 드러난 공간이라 정원에서의 행동이 그대로 노출됐다. 감영 원림에서 관찰사가 연회를 베푸는 걸 보고 백성이 괴롭다면 나쁜 정치, 기쁘다면 좋은 정치였다.”―‘풍경과 다스림’이라는 책 제목을 쓴 의도는.“풍경을 통해 바라보는 것은 바깥세상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관찰사 스스로이기도 하다. 감영 원림은 결국 통치자가 풍경을 매개로 지역과 자기 자신을 다스리는 곳이다. 풍경을 통해 마음을 다잡고 길을 찾는 것은 지금의 우리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좋은 정치’의 공간조선시대 감영은 높은 담장을 세우는 대신 열린 시야를 갖췄습니다. 통치자가 백성의 생활공간을 가까이에서 바라보며 마음을 다잡았기 때문에 즐거움과 다스림이 조화를 이룰 수 있었습니다. 자연과 인간의 병치를 통해 수기치인(修己治人·자신을 닦는 데 그치지 않고 세상을 다스리는 것)으로 나아갑니다. 또 옛 기록들에 따르면 관찰사는 접객과 연회를 매개로 아름다운 풍경을 독점하지 않고 여럿과 두루 교류하며 나눴습니다. 자기만의 성(城)에 갇혀 독단에 사로잡히지 않았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좋은 정치’의 실마리가 조선시대 감영에 있는 것 같습니다. 새해에는 충남 공주에 가 볼까 합니다. 1984년 보물로 지정된 지 41년 만에 국보로 지정된 공주 마곡사 오층석탑도 보고, 감영 원림 유적인 공산성 공북루(충남 유형문화유산)에도 오르려 합니다. 그러면 답답한 마음이 조금이나마 풀리려나요.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롯데그룹 계열사인 한국후지필름㈜이 최근 서울 중구 롯데호텔 서울 2층에 하이엔드 포토스튜디오 ‘상(象)’을 열었다. 기업체 임원 및 비즈니스 전문가, 대가족과 커플 등 다양한 고객층을 대상으로 맞춤형 촬영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롯데그룹의 5성급 호텔인 롯데호텔과 한국후지필름이 만난 고품격 융합 라이프스타일 서비스를 내세운다. 스튜디오 상은 유명 광고 촬영 작가들과 손잡았다. 정상급 광고 촬영 작가 김민관 디렉터를 비롯해 국내외 유명 인사와 기업가들의 사진을 찍어 온 박준범 포토그래퍼, 연예인 앨범 재킷 및 화보 등을 작업해 온 이승욱 포토그래퍼가 촬영을 맡는다. 촬영 과정은 숙련도 높은 전문가들이 미리 사진의 콘셉트를 상담해주는 것에서 시작한다. 이후 인물 사진에 적합한 각종 장비를 갖춘 롯데호텔 내 스튜디오에서 촬영이 이뤄진다. 고객이 원하면 메이크업과 머리 손질, 의상 컨설팅까지 ‘원스톱 서비스’도 가능하다. 국빈급 VIP 고객과 기업체 임원들의 프로필 사진 촬영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후지필름 관계자는 “국내 5성급 호텔로서는 드물게 롯데호텔 안에 스튜디오가 자리 잡았기 때문에 호텔 방문객과 투숙객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호텔을 자주 이용하는 전문직 종사자에게는 품격 있는 초상 사진을, 국내외 관광객에게는 숙박과 식음료를 넘어 문화와 품격을 담은 라이프스타일을 선사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한국후지필름은 1962년 ‘미화필름’으로 시작해 1980년 롯데그룹에 편입됐다. 이후 40여 년 동안 필름과 인화지 등 국내 사진 인화 인프라를 구축해 왔다. 최근에는 뉴트로 트렌드를 반영해 디지털 세대의 새로운 필름 인화지 수요를 창출하는 신사업들을 이어 나가고 있다. 필름 카메라의 입문용으로 인기가 많은 일회용 카메라 ‘퀵스냅’을 대림미술관 등 MZ세대가 자주 찾는 공간들에서 선보였으며, 즉석카메라 ‘인스탁스’를 비롯한 포토앨범 등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는 50여 곳의 오프라인 사진관을 전국에서 운영하고 있다.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경북 칠곡군의 복합문화공간 ‘시호재(時弧齋)’에 가면 세 번 놀란다. 수려한 팔공산 산세에, 산이 품는 멋스러운 건축과 정원에, 그 공간을 즐기는 사람들의 행복한 표정에…. 자연과 인간이 만난 시호재는 지난해 9월 문을 연 이래 알음알음 입소문을 타고 ‘전국구 핫플’이 됐다. 시호재는 국내 건축과 조경 전문가들의 작품이다. 재일교포 출신의 세계적 건축가 고(故) 이타미 준(한국명 유동룡·1937∼2011)의 장녀 유이화 건축가(50·ITM 유이화 건축사사무소 소장)와 조경회사 ‘더가든’ 김봉찬 대표(59)다. 시호재는 최근 ‘독일디자인어워드 2025’와 한국건축가협회에서 주는 건축상을 받았다. 이런 ‘어벤저스’ 팀은 어떻게 꾸려진 걸까. 그 중심에는 건축주 박용해 탑런토탈솔루션 회장(75)이 있다. 고교야구 최고 타격왕에게 주는 이영민 타격상을 받은 박 회장은 불의의 부상으로 야구선수 생활을 접고 은행원으로 변신한 뒤 1989년 동양산업을 창업해 연매출 5000억 원이 넘는 그룹으로 키워냈다. 예술과 건축에 대한 관심이 많아 이타미 준과 친분을 쌓으면서 알아 온 유 소장에게 시호재 건축을 의뢰했고, 유 소장은 제주 비오토피아 등을 함께 작업했던 김 대표를 박 회장에게 추천했다. 유 소장은 말한다. “훌륭한 건축물은 훌륭한 건축주가 있어야 탄생할 수 있어요. 박 회장님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무한신뢰를 보내 주셨어요. 평소 최선을 다하는 예술가들을 끝까지 응원하시는 것처럼요. 그래서 시호재가 팔공산의 사계절을 담아내는 자연의 조연으로 완성된 것 같아요. 아버지가 설계한 제주 포도호텔과 방주교회처럼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사람들이 찾아와 마음의 쉼을 찾는 장소가 됐으면 좋겠어요.”‘시간을 향해 쏘는 활’이란 뜻의 시호재는 대지면적 3824㎡, 건축면적 928.9㎡ 규모에 지하 1층, 지상 2층 높이의 건물 세 동이 활 모양처럼 휘어 연결돼 있다.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지금껏 쉼 없이 인생의 여정을 날아왔기에 다시금 방향을 찾아 겨누는 동안 여유를 갖기를 원한다는 뜻을 담았다. 산자락이 포근하게 감싼 분지에 건축주가 머무는 독채가 있고 동서 방향으로 날개처럼 별채가 있다. 동쪽은 게스트하우스, 서쪽은 갤러리 겸 카페다. 정원이 먼저인지, 건축물이 먼저인지 분간할 수 없다. 마치 본래부터 있던 정원처럼 나무와 풀들이 바람결 따라 흔들린다. 카페에서 정원을 여유롭게 감상하는 사람들을 보면 칠곡에 이런 수준 높은 공간이 있다는 게 소중하다. 박 회장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시호재는 언제 구상해 짓게 됐습니까. “사내 연수원이 필요해 2000년대 초반 칠곡의 폐교를 구입해 ‘블루닷(BLUE-DOT)’이라는 시설을 지었습니다. 전시회와 야외 결혼식 등 지역 주민을 위한 문화공간으로도 활용하고 있죠. 코로나19 때 그 옆에 작은 집을 사서 지내면서 좀 더 수준 높은 지역 문화공간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품게 됐습니다. 그게 시호재의 시작입니다.” ―고 이타미 준과는 어떤 인연입니까. “대구에서 태어나 야구로 유명한 칠성초등학교, 대구중학교, 대구상고(현재의 대구상원고)에서 야구를 했어요. 4번 타자이면서 포수였습니다. 이만수, 양준혁이 제가 아끼는 후배들이죠. 학창 시절 운동을 했지만 오래전부터 건축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이타미 준 선생님의 건축세계를 동경하다가 우연찮게 만나 오랫동안 인연을 맺었습니다.” ―야구를 하다가 어떻게 사업가로 변신한 겁니까.“제 자랑 같지만 1966년 이영민 타격상을 받았습니다(대한민국 야구의 원조 ‘레전드’인 고 이영민 선수(1905∼1953)를 기리는 이영민 타격상은 1958년부터 지금까지 고교 최고 타자를 뽑는 유서 깊은 상이다). 당시엔 프로 리그가 없어 졸업 후 제일은행 야구선수로 활동했는데 부상을 당해 전문 은행원으로 일하게 됐어요. 1989년 지인들의 권유로 동양산업을 창업해 36년째 국내 제조업에 자긍심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은행원으로 일하는 게 힘들지는 않았나요. “운동선수가 은행원이 됐으니 처음엔 어마어마한 고통이 따랐죠. 밤잠을 설쳐가며 그야말로 야구 하듯 노력해 30대에는 단자(短資)회사 임원에도 올랐습니다.” ―LG전자 협력사 모임 ‘협력회’ 회장을 20여 년간 맡으셨는데요. 사업은 어떤 일입니까. “동양산업이 모태인 탑런토탈솔루션은 자동차 전장사업과 디스플레이 사업이 핵심 사업입니다. 한국을 비롯해 중국, 베트남 등 세계 6개국에 법인을 두고 있어요. 지난달 코스닥에 상장했고 향후 소재·부품·장비 분야의 견실한 중견기업으로 거듭 태어나기 위해 경기 성남시 판교에 있는 연구개발(R&D)센터를 확장했습니다.” ―야구, 사업, 정원에 서로 비슷한 점이 있습니까.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는 평범한 사실입니다. 저는 운동할 때 남들보다 더 많은 연습을 했고 사업에는 정열을 쏟아부었습니다. 시호재를 구상할 때에도 수많은 사례를 벤치마킹하면서 제 생각을 접목했어요. 이제 사업은 아들(박영근 부회장)에게 대부분 위임하고 중요한 의사결정에만 참여하고 있습니다.” ―시호재에 만족합니까. “산맥이 지닌 능선의 흐름을 거스르고 싶지 않았습니다. 건축을 매개로 대지에는 찬가를, 방문객에게는 환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유 소장의 자연 친화 건축과 김 조경가의 친환경 조경이 잘 어우러졌습니다. 늘 완벽한 정원보다는 계절에 따라 숨죽였다가 다시 약동하듯 생기를 품는 자연스러운 정원을 원했기에 대만족입니다.” 정원을 조성한 김 대표의 설명도 다르지 않다. “시호재는 건축과 주변 자연이 혼연일체된 곳이에요. 그래서 정원을 자연과 연결하는 데 주력했어요.”박 회장은 시호재를 지을 때 딱 한 가지만 부탁했다고 한다. 게스트하우스 각 공간에 작은 중정(中庭·안뜰)을 넣는 것이었다. 일본 등을 여행할 때 중정이 주는 위로의 힘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자녀와 손주들이 찾아올 때 묵을 수 있도록 지은 게스트하우스를 평소에는 시간제로 일반에게 대여한다. 중정을 바라보며 고요하게 마음을 다잡기를 바라는 것이다. ―시호재가 인생 2막입니까. “인생 2막이라기보다는 작은 출발입니다. 제가 시호재를 어떤 마음과 자세로 대하느냐가 시호재를 찾는 분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될 것이기에 매 순간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창조적으로 변신해 나가는 삶이야말로 매력적인 인생이 아닐까요.” ―시호재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어떤 점입니까. “주변의 지역성을 살리고 우리 삶과 어우러지기를 바랐습니다. 뒤로 우뚝 솟은 산과 멀리 보이는 강을 시호재가 유려한 곡선미와 정원으로 연결합니다. 굽어진 긴 담을 따라 시호재에 들어서면 오롯이 쉼에 몰입해 마음이 편안해졌으면 합니다.” ―시호재를 통해 어떤 꿈을 이루고 싶습니까. “우리나라는 문화예술 분야도 수도권에 집중되는 현상이 두드러집니다. 지역사회에도 전국을 대표하는 문화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해왔습니다. 방문객들이 이곳에서 예술적 감성과 위로를 얻는다면 그게 저의 오랜 꿈을 이루는 겁니다.”칠곡=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경북 칠곡군의 복합문화공간 ‘시호재’에 가 보면 세 번 놀란다. 수려한 팔공산 산세에, 산이 품는 멋스러운 건축과 정원에, 그 공간을 즐기는 사람들의 행복한 표정에…. 자연과 인간이 만난 시호재는 지난해 9월 문을 연 이래 알음알음 입소문을 타고 ‘전국구 핫플’이 됐다.시호재는 국내 건축과 조경 전문가들의 작품이다. 재일교포 출신의 세계적 건축가 고(故) 이타미 준(한국명 유동룡·1937~2011)의 장녀인 유이화 건축가(ITM 유이화 건축사사무소 소장·50)와 조경회사 ‘더가든’의 김봉찬 대표(59)다. 시호재는 최근 ‘독일디자인어워드 2025’와 한국건축가협회 건축상을 받았다. 이런 ‘어벤저스’ 팀은 어떻게 꾸려진 걸까. 그 중심에는 건축주 박용해 탑런토탈솔루션 회장(75)이 있다. 고교야구 최고 타격왕에게 주는 이영민 타격상을 받은 박 회장은 불의의 부상으로 야구선수 생활을 접고 은행원으로 변신한 뒤 1989년 동양산업을 창업해 연 매출 5000억 원이 넘는 그룹으로 키워왔다. 예술과 건축에 대한 관심이 많아 이타미 준과 친분을 쌓으면서 알아 온 유이화 소장에게 시호재 건축을 의뢰했고, 유 소장은 제주 비오토피아 등을 함께 작업했던 김봉찬 대표를 박 회장에게 추천했다. 유 소장은 말한다. “훌륭한 건축물은 훌륭한 건축주가 있어야 탄생할 수 있어요. 박 회장님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무한신뢰를 보내 주셨어요. 평소 최선을 다하는 예술가들을 끝까지 응원하시는 것처럼요. 그래서 시호재가 팔공산의 사계절을 담아내는 자연의 조연으로 완성된 것 같아요. 아버지가 설계한 제주 포도호텔과 방주교회처럼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사람들이 찾아와 마음의 쉼을 찾는 장소가 됐으면 좋겠어요.” ‘시간을 향해 쏘는 활’이란 뜻의 시호재(時弧齋)는 대지면적 3824㎡, 건축면적 928.9㎡ 규모에 지하 1층 지상 2층의 건물 세 동이 활 모양처럼 휘어 연결돼 있다.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지금껏 쉼 없이 인생의 여정을 날아왔기에 다시금 방향을 찾아 겨누는 동안 여유를 갖기 원한다는 뜻을 담았다. 산자락이 포근하게 감싼 분지에 건축주가 머무는 독채가 있고 동서 방향으로 날개처럼 별채가 있다. 동쪽은 게스트하우스, 서쪽은 갤러리 겸 카페다. 정원이 먼저인지 건축물이 먼저인지 분간할 수 없다. 마치 본래부터 있던 정원처럼 나무와 풀들이 바람결 따라 흔들린다. 카페에서 정원을 여유롭게 감상하는 사람들을 보면 칠곡에 이런 수준 높은 공간이 있다는 게 소중하다. 박 회장 이야기를 들어보았다.―시호재는 언제 구상해 짓게 됐습니까.“사내 연수원이 필요해 2000년대 초반 칠곡의 폐교를 구입해 ‘블루닷(BLUE-DOT)’이라는 시설을 지었습니다. 전시회와 야외 결혼식 등 지역 주민을 위한 문화공간으로도 활용하고 있죠. 코로나19 때 그 옆에 작은 집을 사서 지내면서 좀 더 수준 높은 지역 문화공간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품게 됐습니다. 그게 시호재의 시작입니다.” ―고 이타미 준과는 어떤 인연입니까.“대구에서 태어나 야구로 유명한 칠성초등학교, 대구중학교, 대구상고(현재의 대구상원고)에서 야구를 했어요. 4번 타자이면서 포수였습니다. 이만수, 양준혁이 제가 아끼는 후배들이죠. 학창시절 운동을 했지만 오래전부터 건축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이타미 준 선생님의 건축세계를 동경하다가 우연찮게 만나 오랫동안 인연을 맺었습니다.”―야구를 하다가 어떻게 사업가로 변신한 겁니까.“제 자랑 같지만 1966년 이영민타격상을 받았습니다(대한민국 야구의 원조 ‘레전드’인 고 이영민 선수(1905~1953)를 기리는 이영민 타격상은 1958년부터 지금까지 고교 최고 타자를 뽑는 유서 깊은 상이다). 당시엔 프로리그가 없어 졸업 후 제일은행 야구선수로 활동했는데 부상을 당해 전문 은행원으로 일하게 됐어요. 1989년 지인들의 권유로 동양산업을 창업해 36년째 국내 제조업에 자긍심으로 임하고 있습니다.”―은행원으로 일하는 게 힘들지는 않았나요.“운동선수가 은행원이 됐으니 처음엔 어마어마한 고통이 따랐죠. 밤잠을 설쳐가며 그야말로 야구 하듯 노력해 30대에는 단자(短資)회사 임원에도 올랐습니다.”―LG전자 협력사 모임 ‘협력회’ 회장을 20여 년 맡으셨는데요. 사업은 어떤 일입니까.“동양산업이 모태인 탑런토탈솔루션은 자동차 전장사업과 디스플레이 사업이 핵심 사업입니다. 한국을 비롯해 중국, 베트남 등 세계 6개국에 법인을 두고 있어요. 지난달 코스닥 상장했고 향후 소재·부품·장비 분야의 견실한 중견기업으로 거듭 태어나기 위해 경기 판교에 연구개발(R&D)센터를 확장했습니다.”―야구, 사업, 정원에 서로 비슷한 점이 있습니까.“‘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는 평범한 사실입니다. 저는 운동할 때 남들보다 더 많은 연습을 했고 사업에는 정열을 쏟아부었습니다. 시호재를 구상할 때에도 수많은 사례를 벤치마킹하면서 제 생각을 접목했어요. 이제 사업은 아들(박영근 부회장)에게 대부분 위임하고 중요한 의사결정에만 참여하고 있습니다.”―시호재에 만족합니까.“산맥이 지닌 능선의 흐름을 거스르고 싶지 않았습니다. 건축을 매개로 대지에는 찬가를, 방문객에게는 환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유이화 소장의 자연 친화 건축과 김봉찬 조경가의 친환경 조경이 잘 어우러졌습니다. 늘 완벽한 정원보다는 계절에 따라 숨죽였다가 다시 약동하듯 생기를 품는 자연스러운 정원을 원했기에 대만족입니다.”정원을 조성한 김봉찬 대표의 설명도 다르지 않다. “시호재는 건축과 주변 자연이 혼연일체된 곳이에요. 그래서 정원을 자연과 연결하는 데 주력했어요.”박 회장은 시호재를 지을 때 딱 한 가지만 부탁했다고 한다. 게스트하우스 각 공간에 작은 중정(中庭·안뜰)을 넣는 것이었다. 일본 등을 여행할 때 중정이 주는 위로의 힘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자녀와 손주들이 찾아올 때 묵을 수 있도록 지은 게스트하우스를 평소에는 시간제로 일반에게 대여한다. 중정을 바라보며 고요하게 마음을 다잡기를 바라는 것이다.―시호재가 인생 2막입니까.“인생 2막이라기보다는 작은 출발입니다. 제가 시호재에 어떤 마음과 자세로 대하느냐가 시호재를 찾는 분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될 것이기에 매 순간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창조적으로 변신해 나가는 삶이야말로 매력적인 인생이 아닐까요.”―시호재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어떤 점입니까.“주변의 지역성을 살리고 우리 삶과 어우러지기를 바랐습니다. 뒤로 우뚝 솟은 산과 멀리 보이는 강을 시호재가 유려한 곡선미와 정원으로 연결합니다. 굽어진 긴 담을 따라 시호재에 들어서면 오롯이 쉼에 몰입해 마음이 편안해졌으면 합니다.” ―시호재를 통해 어떤 꿈을 이루고 싶습니까.“우리나라는 문화예술 분야도 수도권에 집중되는 현상이 두드러집니다. 지역사회에도 전국을 대표하는 문화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해왔습니다. 방문객들이 이곳에서 예술적 감성과 위로를 얻는다면 그게 저의 오랜 꿈을 이루는 겁니다.”칠곡=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서울신라호텔이 최근 프랑스 파리 외무성 관저에서 열린 ‘라 리스트 2025(La Liste 2025)’ 공식 행사에서 전세계 유명 셰프들을 대상으로 한식을 알렸다. 한국, 프랑스, 일본, 중국 등 4개 팀만이 각국의 고유한 미식 문화를 알릴 기회를 얻은 이 자리에서 이 호텔 한식당 ‘라연’ 셰프들은 독창적인 한식 카나페 6종을 선보였다.라연의 대표 메뉴인 구절판과 갈비를 비롯해 감태 메밀칩, 전복 김치, 약과, 전복잣쌈 등 한국 전통 요리를 현대적으로 새롭게 구성한 6종이다. 한국 전통 식자재를 활용해 궁중요리를 재해석하는 등 한국의 맛과 멋을 살리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는 설명이다.라연, ‘라 리스트 2025’에서 6회 연속 TOP200이번 행사는 프랑스 정부가 주관하는 세계적 미식 가이드 ‘라 리스트 2025’가 전 세계 레스토랑 순위를 발표하는 자리였다. 서울신라호텔의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들은 우수한 성적으로 이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한식당 ‘라연’은 한국 레스토랑 중 가장 높은 점수인 96점을 획득하며 전세계 TOP 200 레스토랑으로 선정됐다. 라연은 2018년 ‘라 리스트’ TOP 200에 오른 이후 지금까지 6회 연속 TOP 200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이 호텔의 프렌치 레스토랑 ‘콘티넨탈’과 일식당 ‘아리아께’도 6회 연속, 중식당 ‘팔선’은 3회 연속 TOP 1000 레스토랑에 각각 이름을 올렸다.‘라 리스트’는 2015년부터 매년 전세계 1000대 레스토랑을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 1000대 레스토랑은 트립어드바이저 등 온라인 관광·미식 사이트와 뉴욕타임스, 미쉐린 가이드 등 전세계 유명 레스토랑 관련 리뷰, 전세계 요식업자 설문 등 다양한 정보를 취합해 결정된다.‘라 리스트 2025’에는 서울신라호텔 ‘라연’, ‘콘티넨탈’, ‘아리아께’, ‘팔선’을 포함해 총 35개 한국 레스토랑이 TOP 1000에 올랐다.서울신라호텔 한식당 라연은 한국인의 식습관과 정서, 인문학적 특징을 깊이 반영해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메뉴를 선보이며 한식 파인 다이닝의 장르를 개척한 곳으로 평가받는다. 조상들의 경험과 자연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요리는 라연만의 철학과 미식을 담아낸다고 한다. ‘셰프만의 이야기’가 담긴 메뉴 카드는 요리의 개발 배경 등 셰프들의 스토리텔링을 담아 장인정신을 강조한다. 또 한국의 농업 유산을 계승하기 위해 맛과 향이 특별한 벼 3종을 셰프가 직접 선별해 솥밥으로 제공함으로써 역사와 가치를 고객들에게 설명한다.서울신라호텔 파인 다이닝 식당들이 호텔 콘티넨탈은 서울 도심을 전망으로 정통 프랑스 요리를 선보인다. 특히 레스토랑 내 ‘라무르 105(L’amour 105)’ 테이블은 환상적인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자리로 프로포즈 명소로 널리 알려져 있다.프로포즈를 준비하는 고객들을 위해 전용 상품과 함께 1:1 컨시어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테이블 세팅과 꽃 박스는 물론 소중한 순간을 빛내줄 맞춤형 플랜을 제안한다. 생일이나 기념일에 방문하는 고객들에게는 레터링 서비스와 함께 미니 케이크도 제공한다. 중식당 ‘팔선’은 전통 광동식 중식 레스토랑으로 올 겨울 코스 메뉴에는 북경오리에 캐비어를 화룡점정으로 올리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서세욱 화백 등 유명 작가들의 작품들이 다수 전시돼 있어 미술품 애호가들이 많이 찾는다. 일식당 ‘아리아께’는 일본의 스시 명가인 ’기요다 스시’의 기법을 전수받아 국내 최초로 숙성 스시를 소개한 곳이다. 이번 시즌에는 고객 선호도가 높은 스시를 중심으로 가이세키 코스를 내놓았다. 소믈리에 컬렉션 와인과 사케를 곁들이면 한층 더 풍부한 맛을 즐길 수 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서울 한복판에서 프랑스 벨 에포크 시대로 시공간을 이동한 듯한 특별한 웨딩이 가능하다. 레스케이프가 새롭게 선보인 부티크 웨딩상품을 통해서다.레스케이프의 부티크 웨딩은 도심에서 프랑스의 우아함과 로맨틱한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도록 연출된 최대 50명 규모의 럭셔리 스몰 웨딩이다. 꽃 연출부터 메뉴, 피로연까지 고객 맞춤형 웨딩 스타일이 가능하다.레스케이프는 2018년 프랑스 정부로부터 레종도뇌르 훈장을 받은 인테리어 전문가 자크 가르시아가 설계한 부티크 호텔이다. 이 호텔에서 제안하는 웨딩 장소는 이벤트 룸, 라이브러리, 라망 시크레 세 곳으로 레드, 화이트, 그린의 세 가지 컬러 콘셉트 중 색상을 선택해 꽃장식과 식기 등을 세밀하게 연출할 수 있다. 프렌치 스타일 패턴이 돋보이는 이벤트 룸은 온실 창문과 매다는 꽃 장식이 어우러져 유럽의 화려한 궁중 저택 속 온실 화원을 연상케 한다. 테라스 공간이 있어 야외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프랑스식 정원으로 꾸며진 야외 테라스 공간은 하객들을 위한 프라이빗 가든 파티를 위해 사용될 수 있다.호텔 7층에 위치한 라이브러리는 프라이빗한 웨딩에 최적화된 공간이라는 설명이다. 고풍스러운 파리의 살롱과 서재에서 영감을 받아 설계된 이 공간은 파리에서 직접 공수한 1400여권의 고서들로 채워져 있다.6층에서 시작되는 나선형 계단을 신부 입장 통로로 활용해 드라마틱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풍성한 꽃 장식은 공간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한다.호텔 최상층에 위치한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라망 시크레’에서는 식사와 웨딩을 결합해 프라이빗한 웨딩을 일요일과 월요일에 한해 진행할 수 있다. 4년 연속 미쉐린 1스타를 수상한 컨템포러리 다이닝인 라망 시크레는 ‘비밀스러운 러브 스토리’라는 이름처럼 화려한 테이블 꽃장식과 고급스러운 붉은 컬러, 프라이빗한 느낌을 주는 인테리어로 로맨틱하고 세련된 분위기를 자아낸다. 레스케이프의 웨딩에서는 호텔 바인 ‘마크 다모르’에서 피로연 파티를 진행할 수 있다. 월드 클래스 헤드 바텐더가 제조한 칵테일과 핑거 푸드가 준비되며, 전용 DJ가 파티 분위기를 더한다. 웨딩 메뉴는 미쉐린 가이드 레스토랑의 헤드 쉐프들이 선보이는 양식, 중식 등으로 옵션이 다양하다.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호텔은 낭만의 장소다. 반짝이는 장식과 조명이 연말 무드를 더한다. 올 한 해 수고한 스스로에게 토닥토닥해본다. 가족, 친구와 따뜻한 추억을 남길 수 있는 호텔들의 크리스마스 장식을 소개한다. 》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서울 남산에 위치한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은 손정민 작가와 협업해 호텔 곳곳을 화사한 조명과 일러스트로 물들였다. ‘도심 속 자연과 예술의 만남’이 주제다. 호텔 입구에 들어서면 나무 전체를 감싸는 은하수 조명, 금색과 빨강의 장식이 방문객을 맞는다. 이 호텔 대표 레스토랑인 ‘페스타 바이 민구’의 야외 정원에는 빨간 새집을 모티브로 꾸민 아름다운 숲속 풍경을 담은 포토존을 마련했다. 클럽동 로비에 위치한 반얀트리 갤러리에서는 손 작가의 일러스트레이션이 담긴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과 엽서를 만나볼 수 있다. 포시즌스 호텔 서울포시즌스 호텔 서울은 스위스 하이엔드 시계 브랜드 ‘위블로(Hublot)’와 협업해 ‘스파클 앤 글로우 페스티브(Sparkle and Glow Festive)’ 테마로 2025년 1월 14일까지 특별한 장식을 선보인다. 위블로의 철학인 ‘아트 오브 퓨전’을 반영해 세계적 플로리스트 니콜라이 버그만이 흰색 카네이션과 수국, 반짝이는 은색 장식이 어우러진 포토존을 마련했다. 호텔의 ‘찰스 H’ 바에서는 위블로에서 영감을 받은 두 가지 특별 칵테일을 선보인다. 파크 하얏트 서울파크 하얏트 서울은 이 호텔의 시그니처 마스코트 곰인형 ‘파커(Parker)’가 크리스마스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등장했다.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담아낸 빨간 니트 스웨터와 체크 머플러를 착용해 따뜻하고 사랑스러움을 표현했다. 파커는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는 특별한 선물로 24∼25일 투숙하는 고객들에게 무료로 제공된다. 호텔 장식은 겨울 동화 속 크리스마스 마을에 온 듯한 느낌을 연출했다. 워커힐 호텔앤리조트워커힐 호텔앤리조트는 올해 처음으로 야외 피크닉 공간 ‘포레스트 파크’에 대형 트리를 조성했다. 아차산을 배경으로 한 포레스트 파크의 탁 트인 풍경과 어우러져 특별한 겨울 분위기를 연출한다. 워커힐은 이를 기념해 트리와 함께 낭만적인 겨울을 즐길 수 있는 패키지 ‘원터 포레스트’와 ‘스노우 포레스트’를 선보였다. 대형 트리 앞 사진 촬영 및 인화 서비스와 포레스트 파크 모닥불 앞에서 즐길 수 있는 ‘홀리데이 스낵박스’가 포함된다.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빛의 도시’라 불리던 프랑스 파리에서 영감을 받아 ‘캔들 리추얼’ 콘셉트로 밝게 빛나는 홀리데이를 연출하였다. 포토 스팟인 1층의 웰컴 로비는 파리의 풍경을 재현했다. 금색과 흰색으로 빛나는 트리와 양초, 샹들리에와 함께 웰컴 로비에 전시된 황란 작가의 작품 ‘숭고한 아름다움’도 황금빛으로 새롭게 단장했다. 호텔 나루 서울호텔 나루 서울은 한강의 윤슬과 금빛 석양에서 영감을 얻은 ‘뤼미에르 드 나루 (Lumire de Naru)’ 포토존과 크리스마스 위시트리를 조성했다. 밤섬과 한강의 탁 트인 전망을 자랑하는 20층 로비에는 금색과 흰색이 조화를 이루는 크리스마스 트리와 지름 2.1m의 대형 원형 크리스탈 포토존을 마련했다. G층 로비에는 호텔 방문객들이 작성한 위시카드로 장식한 크리스마스 위시트리를 설치했다. 이랜드파크 켄싱턴호텔 여의도켄싱턴호텔 여의도는 켄싱턴호텔앤리조트의 대표 PB상품인 ‘켄싱턴 시그니처 베어’ 시리즈 중 ‘도어맨 베어’를 오너먼트로 장식한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들었다. 이번 크리스마스 트리는 ‘꿈속에서 그리던 마법의 호텔’ 콘셉트로 도어맨 베어 곰인형과 키링을 장식으로 활용해 동화 속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연출했다.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세상이 혼란하다. 정원은 소음 속 고요라고 했던가. 전남 담양군 소쇄원 입구의 대숲을 지나는데 청량한 바람이 불었다. 하지만 난데없는 활극이 국민에게 안겨준 충격은 컸다.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별서정원인 소쇄원에 들어섰다고 해서 불안감이 일순간 사라지지는 않았다. “황지해 작가와 소쇄원을 거닐면서 정원 얘기를 들어보는 건 어떠세요?” 7일 소쇄원을 찾은 건 최근 미국 뉴욕한국문화원의 한국정원 조성을 도운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측의 제안에서 비롯됐다. 지난해 세계적 정원박람회인 ‘영국 첼시 플라워 쇼’에서 지리산 약초군락지를 정원으로 연출해 금상을 받은 황지해 작가(48)가 올해 10월 뉴욕한국문화원에 소쇄원 애양단(愛陽壇)을 재현한 정원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폭설로 한 번 미룬 소쇄원 방문을 더는 미룰 수 없었다. 철도 파업, 비상계엄 선포 및 해제의 혼란 속에서 새벽 기차에 몸을 실었다. 공교롭게도 1차 탄핵소추안 표결과 소설가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 기념 강연이 예정된 날이었다. 광주송정역에 내려 황 작가의 ‘지프 랭글러’에 올라타 함께 소쇄원으로 향했다. 그는 “소쇄원은 이렇게 조바심 안고 찾아올 곳이 아닌데요. 나중에 편한 마음으로 꼭 다시 오세요”라고 했다. 그는 전남 곡성에서 태어나 광주에서 자랐다. 환경미술을 전공한 뒤 국내 조경 현장에서 일하다가 영국에 가자마자 첼시 플라워 쇼에서 2011, 2012년 연속 수상했다. 그는 “학창 시절 다니던 화실이 광주동부경찰서 앞이라 늘 최루탄 때문에 눈물을 흘렸다”며 “지금도 머리가 복잡할 때 모든 걸 내려놓으러 가는 곳이 소쇄원”이라고 했다.● “공정하게 햇살을 누리는 곳”시절이 하수상해도 소쇄원에는 따뜻한 볕이 내리쬐고 있었다. 특히 애양단은 소쇄원에서도 볕이 특별히 좋은 자리에 놓인 2.7m 높이 담장이다. 하늘과 소통하며 따뜻한 세상을 바라는 마음을 담은 이 담장 사이로 제비꽃과 고사리가 핀다. 황 작가가 말했다. “빗물은 미네랄이 풍부해 식물에 좋은 영양제예요. 빗물이 스며드는 흙담장이 식물과 곤충을 먹여 살리죠. 담장 자체는 인간이 의도해 만들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생명체들이 어우러지는 의도하지 않은 예술이 됐어요.” 애양단 앞에는 종손들이 심은 동백나무도 있다. 정유재란 때 불타 소실되기 전의 소쇄원 모습을 담은 1755년 목판 제작본 소쇄원도(瀟灑園圖)를 참고해 심었다. 소쇄원은 조선의 문신 소쇄공 양산보(1503∼1557)가 열일곱 되던 해 스승 조광조의 몰락을 목격하고 낙향해 조성한 한국 별서정원의 정수다. 별서(別墅)는 집과 떨어진 곳에 별도로 만든 거처라는 뜻이다. 양산보 당대뿐 아니라 이후에도 송순, 김인후, 김윤제 등 문인들이 찾아와 교유했다. 15대 종손 양재혁 소쇄원장(56)에게서 들어보니 양산보가 중시한 ‘애양(愛陽)’은 세상의 모든 사람이 공정한 햇살을 누린다는 뜻과 함께 부모를 따뜻하게 봉양하는 효심과도 연결돼 있었다. “소쇄공(양산보)이 볕이 따뜻한 애양단에서 촘촘한 참빗으로 노모의 머리를 빗어 이를 잡아 드렸어요.”● 뉴욕에 재현된 소쇄원 애양단올해 3월 뉴욕 맨해튼 32번가로 이전한 뉴욕한국문화원은 10월엔 2층 전시실의 야외 테라스에 애양단을 설치해 공개했다. 올해 초 미국을 방문한 김영록 전남도지사가 김천수 뉴욕한국문화원장을 만났을 때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를 성공시킨 전남의 정원을 뉴욕에 조성해 달라”는 부탁을 받은 게 시작이었다. 이 한국정원의 명칭은 ‘애양단: 태양을 사랑하는 단(壇)-1만1000km’이다. 가로 16.5m, 세로 6m 공간(약 99㎡)을 소쇄원의 원림적 특성으로 꾸몄다. 전통 기와로 애양단의 흙담장을 재현하고 씨앗독과 우물, 석등 등으로 한국인의 삶을 녹여냈다. 한국 특산식물인 노각나무와 미스김라일락을 비롯해 선비의 청렴을 상징하는 배롱나무, 만병초, 치자나무, 꽃댕강나무 등 한국의 산야에 자생하는 식물들을 미국 현지에서 힘겹게 구해 심었다. 문화원 담장의 표지석은 소쇄원 애양단 글씨를 그대로 본떴다. 황 작가가 소쇄원 애양단 앞에 서서 말했다. “여기 담장에 핀 고사리가 뉴욕 담장에 심은 고사리의 엄마인 셈이죠. 애양단 담장 길이는 20m도 안 되지만 이곳으로부터 뉴욕한국문화원 담장까지 거리는 1만1000km예요. 세상에서 가장 긴 생태 담장이죠. 버나큘러(vernacular·토착의) 관점에서 접근한 초현실주의 정원이라고 할까요.”● 한국 별서정원의 아름다움소쇄원은 초행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번에야 제월당 앞마당에 놓인 돌들을 인식하게 됐다. 뾰족한 산의 모형 같은 돌도 있고, 옛 선비들이 딛고 올라서 하늘의 별을 관찰했다는 평평한 돌도 있다. 정원은 만드는 사람의 의중만큼 감상하는 사람의 미적 관심과 태도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제월당 마루에 앉으니 어느새 구름이 가려 달처럼 빛의 결이 은은해진 해를 직면할 수 있었다. 밤에는 이곳에서 달의 이동을 내내 지켜볼 수 있다고 한다. 마루에는 주먹 크기로 파인 부분도 있었다. 글을 쓸 때 붓을 물에 헹구는 용도로 사용했다고 하니 마루의 지형마저 일상에 활용한 지혜다. 소쇄원은 땅의 특질을 읽어내 기존 지형에 맞춰 공간과 구도를 적용했다. 계류는 자연스럽게 끌어들였다. 소쇄(瀟灑)는 맑을 소(瀟)에 뿌릴 쇄(灑)다. 당쟁과 사화로 세상이 시끄러울 때 선비들은 광풍각에 올라 온몸으로 물을 감각하며 마음의 상처를 닦았다. 기후 변화의 위기감은 소쇄원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봄에 피는 철쭉을 비롯해 홍매를 닮은 서부해당화도 12월에 피어 있었다. 오곡문 앞 우물 속에 핀 봉의꼬리, 담장에 핀 새박과 기와에 낀 이끼, 어릴 때 배가 아프면 우리네 할머니들이 빻아 준 질경이가 그래서 더욱 소중하다.황 작가가 가리켰다. “어머, 저기 길마가지가 폈어요. 이른 봄에 피는 보기 힘든 우리 야생화인데 운이 좋으시네요. 꼭 향을 맡아봐야 해요.” 이따금 언어의 한계를 느낄 때가 있다. 처음 만난 길마가지 향기가 그랬다. 맑다는 말로는 한참 부족한, 그 속에 내내 파묻히고 싶은 은은한 향기…. 나중에 서울로 돌아와서야 알았다. 소쇄원 길마가지 향기 속에 머무를 때 폭력적이고 고통스러운 세상에서 벗어나 잠시나마 시름을 내려놓았다는 것을…. 그날 밤 한강 소설가는 노벨 문학상 수상 소감을 밝혔다. “세계는 왜 이토록 폭력적이고 고통스러운가? 동시에 세계는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가?”<인근 별서정원>①환벽당=‘푸름을 사방에 가득 둘렀다’는 뜻으로 김윤제(1501∼1572)가 세운 정자. 나주 목사 등을 지낸 김윤제가 벼슬을 그만두고 후학을 가르치며 여생을 보냈다. 정철이 벼슬길에 나아가기까지 머무르며 공부했다고 한다. 송시열이 쓴 ‘환벽당’ 글씨가 있다.②취가정=임진왜란 때 조선 의병 총지휘관이었던 충장공 김덕령 장군(1568∼1596)의 혼을 위로하고 충정을 기리려고 후손들이 세운 정자. 6·25전쟁 때 불탔다가 1955년 재건했다. 정자 앞 빨간 단풍이 유독 곱다.글·사진 담양=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세상이 혼란하다. 정원은 소음 속 고요라고 했던가. 전남 담양군 소쇄원 입구의 대숲을 지나는데 청량한 바람이 불었다. 하지만 난데없는 활극이 국민에게 안겨준 충격은 컸다.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별서정원인 소쇄원에 들어섰다고 해서 불안감이 일순간 사라지지는 않았다.“황지해 작가와 소쇄원을 거닐면서 정원 얘기를 들어보는 건 어떠세요?” 7일 소쇄원을 찾은 건 최근 미국 뉴욕한국문화원의 한국정원 조성을 도운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측의 제안에서 비롯됐다. 지난해 세계적 정원박람회인 ‘영국 첼시 플라워 쇼’에서 지리산 약초군락지를 정원으로 연출해 금상을 받은 황지해 작가(48)가 올해 10월 뉴욕한국문화원에 소쇄원 애양단(愛陽壇)을 재현한 정원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폭설로 한 번 미룬 소쇄원 방문을 더는 미룰 수 없었다. 철도 파업, 비상계엄 선포 및 해제의 혼란 속에서 새벽 기차에 몸을 실었다. 공교롭게도 1차 탄핵소추안 표결과 소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기념 강연이 예정된 날이었다. 광주송정역에 내려 황 작가의 ‘지프 랭글러’에 올라타 함께 소쇄원으로 향했다. 그는 “소쇄원은 이렇게 조바심 안고 찾아올 곳이 아닌데요. 나중에 편한 마음으로 꼭 다시 오세요”라고 했다. 그는 전남 곡성에서 태어나 광주에서 자랐다. 환경미술을 전공한 뒤 국내 조경현장에서 일하다가 영국에 가자마자 첼시 플라워 쇼에서 2011, 2012년 연속 수상했다. 그는 “학창시절 다니던 화실이 광주 동부경찰서 앞이라 늘 최루탄 때문에 눈물을 흘렸다”며 “지금도 머리가 복잡할 때 모든 걸 내려놓으러 가는 곳이 소쇄원”이라고 했다. ●“공정하게 햇살을 누리는 곳”시절이 하수상해도 소쇄원에는 따뜻한 볕이 내리쬐고 있었다. 특히 애양단은 소쇄원에서도 볕이 특별히 좋은 자리에 놓인 2.7m 높이 담장이다. 하늘과 소통하며 따뜻한 세상을 바라는 마음을 담은 이 담장 사이로 제비꽃과 고사리가 핀다.황 작가가 말했다. “빗물은 미네랄이 풍부해 식물에게 좋은 영양제에요. 빗물이 스며드는 흙담장이 식물과 곤충을 먹여 살리죠. 담장 자체는 인간이 의도해 만들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생명체들이 어우러지는 의도하지 않은 예술이 됐어요.” 애양단 앞에는 종손들이 심은 동백나무도 있다. 정유재란 때 불타 소실되기 전의 소쇄원 모습을 담은 1755년 목판 제작본 소쇄원도(瀟灑園圖)를 참고해 심었다.소쇄원은 조선의 문신 소쇄공 양산보(1503~1557)가 열일곱 되던 해 스승 조광조의 몰락을 목격하고 낙향해 조성한 한국 별서정원의 정수다. 별서(別墅)는 집과 떨어진 곳에 별도로 만든 거처라는 뜻이다. 양산보 당대뿐 아니라 이후에도 송순, 김인후, 김윤제 등 문인들이 찾아와 교류했다.15대 종손 양재혁 소쇄원장(56)으로부터 들어보니 양산보가 중시한 ‘애양’(愛陽)은 세상의 모든 사람이 공정한 햇살을 누린다는 뜻과 함께 부모를 따뜻하게 봉양하는 효심과도 연결돼 있었다. “소쇄공(양산보)이 볕이 따뜻한 애양단에서 촘촘한 참빗으로 노모의 머리를 빗어 이를 잡아 드렸어요.”●뉴욕에 재현된 소쇄원 애양단올해 3월 뉴욕 맨해튼 32번가로 이전한 뉴욕한국문화원은 10월엔 2층 전시실의 야외 테라스에 애양단을 설치해 공개했다. 올해 초 미국을 방문한 김영록 전남지사가 김천수 뉴욕한국문화원장을 만났을 때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를 성공시킨 전남의 정원을 뉴욕에 조성해 달라”는 부탁을 받은 게 시작이었다.이 한국정원의 명칭은 ‘애양단: 태양을 사랑하는 단(壇)-1만1000km’이다. 가로 16.5m 세로 6m 공간(약 99㎡)을 소쇄원의 원림적 특성으로 꾸몄다. 전통 기와로 애양단의 흙담장을 재현하고 씨앗독과 우물, 석등 등으로 한국인의 삶을 녹여냈다. 한국 특산식물인 노각나무와 미스김라일락을 비롯해 선비의 청렴을 상징하는 배롱나무, 만병초, 치자나무, 꽃댕강나무 등 한국의 산야에 자생하는 식물들을 미국 현지에서 힘겹게 구해 심었다. 문화원 담장의 표지석은 소쇄원 애양단 글씨를 그대로 본땄다.황 작가가 소쇄원 애양단 앞에 서서 말했다. “여기 담장에 핀 고사리가 뉴욕 담장에 심은 고사리의 엄마인 셈이죠. 애양단 담장 길이는 20m도 안 되지만 이곳으로부터 뉴욕한국문화원 담장까지 거리는 1만1000km예요. 세상에서 가장 긴 생태 담장이죠. 버나큘러(vernacular·토착의) 관점에서 접근한 초현실주의 정원이라고 할까요.”●한국 별서정원의 아름다움소쇄원은 초행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번에야 제월당 앞마당에 놓인 돌들을 인식하게 됐다. 뾰족한 산의 모형 같은 돌도 있고, 옛 선비들이 딛고 올라서 하늘의 별을 관찰했다는 평평한 돌도 있다. 정원은 만드는 사람의 의중만큼 감상하는 사람의 미적 관심과 태도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제월당 마루에 앉으니 어느새 구름이 가려 달처럼 빛의 결이 은은해진 해를 직면할 수 있었다. 밤에는 이곳에서 달의 이동을 내내 지켜볼 수 있다고 한다. 마루에는 주먹 크기로 패인 부분도 있었다. 글을 쓸 때 붓을 물에 헹구는 용도로 사용했다고 하니 마루의 지형마저 일상에 활용한 지혜다. 소쇄원은 땅의 특질을 읽어내 기존 지형에 맞춰 공간과 구도를 적용했다. 계류는 자연스럽게 끌어들였다. 소쇄(瀟灑)는 맑을 소(瀟)에 뿌릴 쇄(灑)다. 당쟁과 사화로 세상이 시끄러울 때 선비들은 광풍각에 올라 온몸으로 물을 감각하며 마음의 상처를 닦았다.기후변화의 위기감은 소쇄원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봄에 피는 철쭉을 비롯해 홍매를 닮은 서부해당화도 12월에 피어 있었다. 오곡문 앞 우물 속에 핀 봉의꼬리, 담장에 핀 새박과 기와에 낀 이끼, 어릴 때 배가 아프면 우리네 할머니들이 빻아 준 질경이가 그래서 더욱 소중하다.황 작가가 가리켰다. “어머, 저기 길마가지가 폈어요. 이른 봄에 피는 보기 힘든 우리 야생화인데 운이 좋으시네요. 꼭 향을 맡아봐야 해요” 이따금 언어의 한계를 느낄 때가 있다. 처음 만난 길마가지 향기가 그랬다. 맑다는 말로는 한참 부족한, 그 속에 내내 파묻히고 싶은 은은한 향기…. 나중에 서울로 돌아와서야 알았다. 소쇄원 길마가지 향기 속에 머무를 때 폭력적이고 고통스러운 세상에서 벗어나 잠시나마 시름을 내려놓았다는 것을…. 그날 밤 한강 소설가는 노벨문학상 수상 소감을 밝혔다. “세계는 왜 이토록 폭력적이고 고통스러운가? 동시에 세계는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가?”<인근 별서정원>①환벽당‘푸름을 사방에 가득 둘렀다’는 뜻으로 김윤제(1501~1572)가 세운 정자. 나주 목사 등을 지낸 김윤제가 벼슬을 그만두고 후학을 가르치며 여생을 보냈다. 정철이 벼슬길에 나아가기까지 머무르며 공부했다고 한다. 송시열이 쓴 ‘환벽당’ 글씨가 있다. ②취가정임진왜란 때 조선 의병 총지휘관이었던 충장공 김덕령(1568~1596) 장군의 혼을 위로하고 충정을 기리려고 후손들이 세운 정자. 한국전쟁 때 불탔다가 1955년 재건했다. 정자 앞 빨간 단풍이 유독 곱다.담양=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베스트 라이프 솔루션 기업 코웨이(대표 서장원)가 국내 주요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1위를 석권하며 서비스 품질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특히 올해 고객만족도 조사 정수기 부문에서 6관왕을 달성하며 정수기 원조 기업의 저력을 입증했다. 코웨이는 올해 △한국산업의 구매안심지수(KPEI) △한국산업의 브랜드파워(K-BPI) △국가브랜드경쟁력지수(NBCI) △국가고객만족도(NCSI) △한국산업의 고객만족도(KCSI) △한국서비스품질지수 (KS-SQI) 등 6개의 올해 국내 주요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코웨이는 정수기 대표 제품인 아이콘 시리즈의 우수한 제품력과 렌탈 케어 서비스 전문성과을 바탕으로 소비자 요구를 충족시키고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한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코웨이 아이콘 시리즈는 누적 판매량 100만 대를 넘어선 베스트셀러 제품으로 기술력과 위생성, 혁신적 디자인으로 정수기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내놓은 ‘2024년형 코웨이 아이콘 얼음정수기’는 얼음정수기 최초로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온수 온도와 출수 용량, 얼음 크기까지 제어 가능한 사용자 맞춤 기능을 탑재해 경쟁력을 인정받았다.코웨이는 정수기 위생에 대한 중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정수기 위생 전문가가 제공하는 ‘토탈케어서비스’ 운영과 ‘정수기 살균 키트’를 도입해 서비스 품질을 강화하는 등 체계적인 위생 서비스 확대로 최적의 케어 서비스를 제공한 점이 소비자들로부터 긍정적 반응을 얻었다.‘토탈케어서비스’는 정수기 제품 내부에 물이 흐르는 부품 △얼음트레이 △이너탱크 △입수파이프 △유로관 △추출부 등을 전체 교체하고 탱크 살균까지 체계적인 교육을 받은 정수기 위생 전문가 제공하는 코웨이만의 차별화된 서비스이다.코웨이만의 정수기 서비스 도구인 ‘정수기 살균 키트’는 정수기 방문 관리 시 사용하는 전문화된 서비스 키트로 정수기용 필터와 살균발생모듈이 탑재됐다. 살균 인증인 S마크까지 획득한 정수기 살균 키트는 정수된 깨끗한 물로 살균수를 만들어 정수기 내부 탱크와 유로를 살균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최근에는 해당 키트를 새로 리뉴얼하여 내구성을 높이고 고객들이 살균 서비스를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디자인을 개선했다.코웨이는 고객이 제품 관리 상태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안심 포토 서비스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탱크형 정수기를 사용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정수기 방문관리 서비스 후 정수기 내부 탱크 사진을 촬영하여 고객에게 전송해 주는 것이다. 이를 통해 고객이 제품의 관리 상태를 확인하고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어 소비자로부터 높은 신뢰를 얻고 있다.이밖에도 사용자가 직접 제품을 관리하는 자가관리 고객도 살균서비스를 포함한 코웨이 케어서비스 전문가의 방문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일회성 코디방문 케어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코웨이 관계자는 “코웨이는 고객 만족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언제나 고객의 입장에서 깊이 고민하고 새로운 고객 경험을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고객 중심의 차별화된 서비스와 혁신 제품으로 고객 신뢰에 보답하겠다”고 말했다.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신세계그룹 패션 플랫폼 W컨셉이 올해 첫 도입한 ‘더블유위크’가 브랜드 성장을 돕는 대표 행사로 거듭나고 있다. 더블유위크는 여름과 겨울 블랙 프라이데이 시즌에 맞춰 두 번 진행하는 연례 행사다. 더블유위크가 연달아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입점 브랜드의 재고 소진과 매출 증대를 돕고 있다. W컨셉은 더블유위크가 브랜드 성장을 돕는 패션업계의 대표 행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브랜딩해나간다는 계획이다.올해 6월 시작한 더블유위크는 ‘최대 규모, 최대 혜택’ 슬로건을 내세워 상하반기 각 1회씩 최대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골자였다. W컨셉은 여름나기를 준비하는 고객을 위해 오늘의 특가, 파격 릴레이 세일, 최대 90% 할인쿠폰 발급 이벤트 등 차별화된 혜택을 내세웠다.회사 측에 따르면 이행사는 첫날부터 흥행에 성공하면서 이틀만에 전년 대비 매출이 118% 늘었다. 이 기간 입점 브랜드인 시티브리즈, 루에브르 매출은 7배까지 늘었다. 시야쥬, 에트몽, 아워호프, 룩캐스트 등 브랜드 매출도 2배 이상 뛰면서 판매 호조를 보였다. 예상밖의 선전을 기록하면서 브랜드가 자발적으로 할인 기간을 늘리고, 품절된 상품도 재주문을 진행했다.그 결과, 전년 같은 기간보다 101% 매출이 늘어나고 입점 브랜드도 평균 두 배 이상의 매출 성장을 기록하면서 성황리에 끝났다. 고객의 높은 호응에 힘입어 이후 사흘간 ‘앵콜 세일’도 진행했다.2회차를 맞는 더블유위크는 일주일만에 이미 전년 행사 기록을 넘어서는 등 또 다시 신기록을 갱신했다. W컨셉은 이달 11일부터 20일까지 열흘간 진행한 ‘더블유위크’ 행사 매출이 전년 블랙프라이데이 대비 85%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전체 6000여 개 브랜드, 12만 개의 상품을 동원한 이번 행사는 온라인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까지 참여해 올해 최대 규모로 선보였다.더블유위크 주요 프로모션에 참여한 860여 개 브랜드는 평균적으로 매출이 두 배 이상 신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드로우핏우먼, 로브로브, 르세지엠 등 신진 브랜드는 10배 이상의 신장세를 보였다. 아우터, 어그, 바라클라바 등 상품을 총동원해 겨울 시즌에 맞춘 다양한 상품을 구성한 점이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W컨셉 관계자는 “브랜드별 장점을 살리고 더블유컨셉의 감도를 앞세운 차별화된 행사로 고객과 브랜드의 높은 호응을 이끌었다”며 “브랜드 매출과 연계한 전략을 통해 더블유위크를 매년 고객이 기다리는 차별화된 행사로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객실 내 욕조에 몸을 담그고 은은한 향과 명상 카드로내면을 들여다볼 것인가. 반짝이는 아이스링크에서 연인의 손을 잡고 신나게 스케이트를 탈 것인가. 연말연시를 따뜻하고 특별하게 만들어줄 호텔 겨울 패키지들을 소개한다.》 조선팰리스 윈터 세레니티조선호텔앤리조트의 최상급 호텔 ‘조선 팰리스’가 ‘윈터 세레니티(Winter Serenity)’ 패키지를 2025년 2월 28일까지 선보인다. 패키지 예약 고객에게는 럭셔리 플라워 부티크 ‘격물공부’에서 선보이는 홀리데이&윈터 시즌 한정 상품인 ‘천연 인센스 박스’와 조선 팰리스의 ‘시그니처 다이어리’를 제공한다.격물공부의 ‘천연 인센스 박스’는 강원도에서 수확한 허브로 만든 ‘스머지 스틱’, 마음과 몸을 진정시키는 천연 인센스 ‘팔로산토’ 등으로 구성돼 자연의 깊은 향을 선사한다. 연말연시 선물 및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제격이다.‘그랜드 마스터스’ 및 ‘그랜드 마스터스 베이’ 객실을 예약할 경우, 투숙객 전용 라운지인 25층의 그랜드 리셉션에서 ‘시그니처 커피&쿠키 서비스’를 비롯해 객실에서 누리는 이브닝 서비스 ‘스테이 딜라이트’, 뷔페 레스토랑 ‘콘스탄스’에서의 2인 조식 혜택이 포함된다. 모든 투숙객은 26층 조선 웰니스 클럽(Josun Wellness Club)의 실내 수영장, 피트니스를 이용할 수 있다.그랜드하얏트서울호텔 윈터 온 아이스그랜드 하얏트 서울의 시그니처 객실 패키지 ‘윈터 온 아이스’가 올해에도 찾아왔다. 이번 시즌 패키지에는 객실 1박, 아이스링크 입장권과 스케이트 대여, 피트니스 센터 및 실내 수영장 이용, 더 테라스 조식 서비스가 포함됐다. 서울의 야경과 함께 남산 중턱에 펼쳐지는 아이스링크에서 스케이팅을 즐기며, 동화 속 한 장면 같은 겨울의 낭만을 만끽할 수 있다. 특히 올해는 호텔의 마스코트 ‘하이’가 연말 분위기를 더욱 화사하게 채워준다. 호텔 곳곳에 자리한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와 수많은 꼬마 전구들이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2025년 3월 3일까지 예약 가능하며, 투숙 기간은 12월 1일부터 2025년 3월 3일까지다.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 마인드풀 스테이서울 남산에 위치한 도심 속 리조트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은 오감과 내면에 집중하며 한 해를 마무리할 수 있는 ‘마인드풀 스테이’ 패키지를 2025년 2월28일까지 선보인다.릴랙세이션 풀이 구비된 객실에서 1박, 그라넘 다이닝 라운지에서의 조식 2인, 실내 수영장 및 피트니스 무료 입장 2인 혜택, 반얀트리의 시그니처 타이 차마나드 향을 담은 친환경 글리세린 비누 1개, 웰니스 콘텐츠 브랜드 ‘마인드눅’의 사계절 명상 카드 등으로 구성됐다. 마인드눅의 사계절 명상 카드는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쉽게 마음챙김과 힐링을 경험할 수 있도록 개발된 명상 도구이다. 사계절 자연이 품은 순간의 아름다움과 힐링 에너지를 시각화했으며, 카드 내 포함된 QR을 통해 웰니스 영상과 사운드를 체험할 수 있다.웨스틴조선 부산 러블리 윈터웨스틴조선 부산이 소중한 사람과 포근하게 겨울을 보낼 수 있는 객실 패키지 ‘러블리 윈터(Lovely Winter)’를 2025년 2월 28일까지 선보인다. 이 호텔 로고와 하트 패턴이 담긴 스페셜 에디션 ‘러블리 윈터 블랭킷’을 증정한다. 이그제큐티브 객실 및 스위트 객실 투숙 시에는 홀리데이 무드를 가득 담은 달콤한 디저트 이용 혜택도 있다.객실 내에는 웰컴 기프트로 프랑스 초콜릿 ‘이브 뚜리에’의 마카롱 초콜릿 세트와 베라몬테 까베르네쇼비뇽 1병으로 구성된 ‘러블리 스윗츠 세트’가 준비된다. 해운대 바다를 바라보며 오후의 티 타임을 즐길 수 있도록 파노라마 라운지에서 이용 가능한 ‘스트로베리 애프터눈 티 세트’의 15% 할인 혜택도 제공한다.해비치제주 스위트 크리스마스해비치 호텔앤드리조트 제주가 제주에서 낭만적인 크리스마스 여행을 만끽할 수 있는 ‘스위트 크리스마스’ 패키지를 선보였다. 프랑스 명품 초콜릿 브랜드 발로나와 협업해 특별 제작한 크리스마스 케이크 ‘렛 잇 스노우(Let It Snow)’를 제공한다. 케이크에 어울리는 스파클링 와인 1병도 함께 준다. 2박 투숙 시에는 덴마크 장난감 브랜드 메일레그(Maileg)의 크리스마스 오너먼트 세트를 증정한다.12월 21일에 투숙하면 셰프와 함께하는 ‘크리스마스 케이크 베이킹 클래스’에 선착순으로 참여할 수 있다. 12월 24일과 25일에는 호텔 컨시어지 또는 리조트 프론트에 미리 준비한 선물을 맡겨두면 산타 복장을 한 직원이 객실로 직접 배달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롯데호텔 제주의 원생정원이 최근 대한민국 산림청 공식 민간정원으로 등록됐다. 국내 호텔의 사회적 문화적 기능이 한 단계 격상된 것이다. 호텔들이 주로 미술 작품을 비치해 고객에게 선사해온 예술적 경험이 이제는 종합예술인 정원을 통해 다중 감각으로 확장된다는 뜻이다. 국내 호텔 중 민간정원 등록은 이번 원생정원이 처음이다. 롯데호텔 제주의 야외 수영장 옆에 자리 잡은 원생정원(3000㎡)은 제주의 곶자왈을 모티브로 했다. 제주 고유의 자연과 그 속에 숨겨진 문화적, 생태적 가치의 근원을 재해석해 조성했다는 뜻에서 정원 이름을 ‘원생(原生)’으로 정했다. 이달 초 방문한 이 정원에서 세 가지 뚜렷한 특징을 볼 수 있었다.제주의 자연과 문화를 담다 낮은 돌담 앞에 정원을 소개하는 작은 안내판이 세워져 있었다. 2023 굿디자인 코리아 은상, 2024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본상, 호텔 조경부문으로는 국내 최초 2024 IDEA 본상…. 제주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팽나무와 제주 도민들의 순수함을 표현했다는 깨끗한 향기의 치자나무, 그리고 돌담이 이 정원의 첫인상이었다. S자로 길을 내고 굴곡지게 흙을 돋워냈기 때문에 길 따라 걸을 때마다 시야에 펼쳐지는 경관이 바뀌었다. 낮은 오름들을 지나는 느낌도 받았다. 관목들 아래에 심어진 만병초와 고사리, 이끼는 곶자왈에서 본 그대로였다. 정원 안내를 맡은 호텔 직원이 설명했다. “이곳에 심은 나무들은 모두 제주의 숲에서 옮겨온 것들이에요.” 전통 화계를 연상시키는 정원의 안쪽 공간에서 호텔 측은 다도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작은 연못도 조성했다. 낮에는 제주의 하늘을 담고 밤에는 제주의 별을 담는다.음악과 협업한 청각의 정원롯데호텔은 싱어송라이터 심규선과 협업해 원생정원의 낮과 밤에 어울리는 22곡의 플레이리스트를 선보인다. 심규선이 특정 공간을 위해 협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루 4차례 그의 음악이 정원에 깔린다.호텔 측은 설명한다. “정원이 여행자에게 전할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경험은 사색할 기회를 갖고 내면을 고요하게 들여다보는 것 아닐까요. 새소리와 물소리도 좋지만 잘 기획된 음악은 정원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낮에는 찬란함 속에서도 소멸과 재탄생을 암시하는 자연의 메시지를 담았고, 밤에는 좀 더 깊고 철학적인 감정을 자극하는 음악으로 구성했어요.”프랑스 파리의 부티크 호텔인 ‘호텔 코스테스’는 이 호텔 레스토랑과 바에서 트는 라운지 음악이 인기를 얻으면서 같은 제목의 컴필레이션 앨범을 시리즈로 내왔다. 그동안 주로 협업 분야가 미술이었던 국내 호텔업계에서 롯데호텔 제주의 이번 협업은 새로운 시도다. 시각을 넘어 청각을 통해 고객 경험을 풍성하게 만들겠다는 취지다.지역과 손잡고 돌담 보전롯데호텔 제주의 야외정원 리뉴얼 프로젝트는 2021년부터 시작됐다. 2000년부터 ‘용가리 화산쇼’를 하며 가스 화염을 분출하던 인공암 시설물이 낡아 보수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원생정원의 콘셉트를 제주의 자연으로 정한 후 호텔 측이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제주의 돌담이었다. 사계절 지역색을 지닌 경관 요소로 돌담 연구를 시작했다. 그러던 중 인연을 맺은 곳이 비영리 사단법인 ‘돌빛나예술학교’. 돌담 장인이 교장으로 활동하는 이 단체와 함께 돌담을 쌓고 돌담 보전과 돌문화 가치 공유 활동을 해오고 있다. 현재 이 호텔 로비에서는 돌문화 전시도 열리고 있다. 제주의 돌담은 단순한 경계의 의미를 넘어 제주 사람들의 협동 정신의 상징이라는 설명이다. 원생정원 곳곳에는 윤노리나무가 심어 있다. 석공의 연장을 만드는 전통 재료로 사용되는 나무여서 돌담과 어우러지게 한 것이다. 호텔 측은 “제주 돌문화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데 보탬이 되고자 원생정원의 돌담 및 기획 전시 등 돌문화를 주제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며 “앞으로도 제주만의 근원적 가치를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제주=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낮은 돌담 앞에 정원을 소개하는 작은 안내판이 세워져 있었다. 2023 굿디자인 코리아 은상, 2024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본상, 호텔 조경부문으로는 국내 최초로 미국 IDEA 디자인 어워드 2024 본상…. 제주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팽나무와 맑은 향기의 치자나무, 그리고 돌담이 정원의 첫인상이었다. 롯데호텔 제주의 ‘원생(原生)정원’이다. 이 정원이 최근 대한민국 산림청 공식 민간정원으로 등록됐다는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국내 호텔의 사회·문화적 기능이 한 단계 높아진 것을 실감했다. 그동안 호텔들이 주로 미술 작품을 통해 선사해온 예술적 경험이 이제는 종합 공간예술인 정원을 통해 다중 감각으로 확장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산림청 지정 민간정원은 법인·단체 또는 개인이 가꾼 정원을 국민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개방하는 정원으로 전국에 150곳이 운영 중이다. 호텔업계에서는 원생정원이 첫 민간정원이다.롯데호텔 제주의 야외 수영장 옆에 자리 잡은 원생정원(3000㎡)은 제주의 곶자왈을 모티브로 했다. 제주 방언으로 숲을 뜻하는 ‘곶’과 가시덤불을 뜻하는 ‘자왈’이 합쳐진 곶자왈은 암석과 가시덤불이 뒤엉켜 이뤄진 원시림으로 미학적 가치를 높이 평가받고 있다. 호텔 측은 제주 고유의 자연과 그 속에 숨겨진 문화·생태적 가치의 근원을 재해석해 조성했다는 뜻에서 정원 이름을 ‘원생’으로 정했다. ●제주를 담은 정원이달 초 이 정원을 방문하자 정원 도슨트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었다. 안내를 맡은 직원이 말했다. “여기 심어진 나무들은 모두 제주의 숲에서 옮겨온 것들이에요. 곶자왈의 신비로움과 소중함을 전달하기 위해 야생 형태의 다간 교목들을 찾아냈어요. 정원의 낮은 대지부터 높은 상공까지 제주의 지형, 길, 녹음, 초지, 돌, 해안 등 다양한 자연 요소를 집약하고 정제해 공간 미학으로 표현했습니다.” 정원에 S자로 길을 내고 굴곡지게 흙을 돋워냈기 때문에 길 따라 걸을 때마다 시야에 펼쳐지는 경관이 바뀌었다. 낮은 오름들을 지나는 느낌도 받았다. 관목들 아래에 심어진 만병초와 고사리, 이끼는 곶자왈에서 본 모습 그대로였다. 산책로에 있는 수변공간인 ‘미러 폰드(Mirror Pond)’는 낮에는 제주의 하늘과 숲, 밤에는 별을 담아냈다. 원생정원은 롯데호텔 제주가 2021년 야외정원 리뉴얼 프로젝트를 가동시키면서 시작됐다. 2000년부터 ‘용가리 화산쇼’를 하던 인공암 시설물이 낡아 보수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가스 화염을 분출하던 장소는 이제 전통 화계(花階·꽃계단)를 떠올리게 하는 친환경 정원으로 바뀌었다. 이곳에서 진행된 다도체험 프로그램에서는 동의보감 약재로 기록됐다는 석창포 차가 나왔다. 새 소리를 들으며 차를 마시니 번잡한 정신이 맑아졌다.롯데호텔 제주는 정원을 리뉴얼하면서 왜 민간정원 등록을 추진한 걸까. 호텔 측은 설명한다.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경험 공간으로의 전환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리뉴얼 전에는 일회성 볼거리(화산 분수쇼)로 단순한 즐거움을 제공했다면, 이제는 추상적 경관을 통해 투숙객들이 저마다의 감각과 개인적 서사를 어우러지게 해 특별한 기억을 완성할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했다.”남수환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정원진흥실장은 “롯데호텔이 먼저 민간정원 등록을 신청해 산림청 산하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의 사전인증제도 검토와 제주시 심의위원회의 현장심사를 거쳐 올해 제주의 제8호 민간정원이 됐다”며 “호텔 측은 공간에 담은 의미를 사회적으로 인정받기 위해 민간정원 등록이라는 제도를 활용했다”고 말했다.●감각이 확장되는 정원롯데호텔 제주는 심규선 싱어송라이터와 손잡고 방문객들에게 ‘특별한 기억’을 전하고자 했다. 심규선이 원생정원의 낮과 밤에 어울리게 만든 22곡의 음악이 하루 4회 정원에 깔린다. 호텔 측의 설명이다. “정원이 여행자에게 전할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경험은 사색하면서 내면을 고요하게 들여다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새소리와 물소리도 좋지만 잘 기획된 음악은 정원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는 게 아닐까. 낮에는 잔잔한 치유와 위로의 음악, 밤에는 깊고 묵직한 철학적 사유를 유도하는 음악이 공간을 채운다. 방문객들이 자연과 음악 속에서 새로운 감각적 여정을 떠나기를 바란다.”프랑스 파리의 유명 부티크 호텔인 ‘호텔 코스테스’가 떠올랐다. 이 호텔 레스토랑과 바에서 트는 라운지 음악이 세계적 인기를 얻으면서 같은 제목의 컴필레이션 앨범이 시리즈로 발매됐다. 그동안 주로 미술 분야와 손잡았던 국내 호텔업계에서 롯데호텔 제주의 이번 협업은 청각을 통해 고객 경험을 확장한다는 측면에서 차별되는 시도다. ●지역과 손잡고 돌담 보전원생정원의 콘셉트를 제주의 자연으로 정한 후 호텔 측이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제주의 돌담이었다. 사계절 지역색을 지닌 경관 요소로 돌담 연구를 시작하다가 인연을 맺게 된 곳이 비영리 사단법인 ‘돌빛나예술학교’였다. 돌담 장인이 교장으로 활동하는 이 단체와 함께 전통기법으로 돌담을 쌓고 돌담 보전과 돌문화 가치 공유 활동을 해오고 있다. 현재 이 호텔 로비에서는 돌문화 전시도 열리고 있다. 제주의 돌담이 단순한 경계의 의미를 넘어 제주 사람들의 협동 정신을 상징한다는 설명이다. 원생정원 곳곳에는 윤노리나무가 심어 있다. 석공의 연장을 만드는 전통 재료로 사용되는 나무여서 돌담과 어우러지도록 했다. 호텔 측은 “제주 돌문화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데 보탬이 되고자 원생정원의 돌담 및 기획 전시 등 돌 문화를 주제로 한 활동들을 이어오고 있다”며 “앞으로도 정원을 통해 제주만의 근원적 가치를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원생정원은 규모는 크지 않지만 두 가지 측면에서 기대를 갖게 한다. 첫째는 정원의 효용을 ‘감각적 여정’으로 지목했다는 점이다. 정원이 단순히 꽃과 나무를 심은 물리적 장소가 아니라 다양한 감각을 누리는 장소로 인식되기를 기대한다. 둘째는 제주 돌담에 대한 접근방식이다. 제주 사람들은 돌담을 가족사이자 마을의 역사이며 섬의 역사로 여긴다고 한다. 국내 첫 ‘호텔 민간정원’이 돌담에 축적된 가치를 존중한 초심을 기억하며 행보를 이어나간다면 사회적 공간으로서의 호텔에 의미를 더할 것이다.제주=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11월의 제주는 제3의 시공간 같았다. 섭씨 20도인 낮에는 양떼구름이 파란 하늘을 초원 가로지르듯 이동했다. 은목서와 꽃댕강나무는 어찌나 향기가 맑은지 무심코 지나친 발길을 되돌리게 했다. 보라색 쑥부쟁이가 흐드러진 낮은 돌담 너머로는 귤나무 군락이 이어졌다. 밤이 내려앉자 오래된 나무들에 걸린 작은 조명들이 반딧불이처럼 반짝였다. 제주는 거대한 생명의 정원이었다.● ‘정령마을에서 잠시 멈춤’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하례리의 ‘하례내창’에 들어서자 소파를 덮은 담요와 각종 소품이 몽골이나 인도 같은 이국의 분위기를 풍겼다. 정면의 네모난 창문으로는 안뜰의 나무들이 숲처럼 내다보였다. 흰 벽면에서는 모닥불 영상이 흘렀다. 군데군데 놓인 캠핑 의자에 몸을 묻고 ‘숲멍’이나 ‘불멍’하라는 뜻인 것 같았다. 이가영 하례1리 체험휴양마을 사무국장이 참가자 일행을 반겼다. “시간 맞춰 오느라 서두르셨죠. 이젠 천천히 여러분만의 속도로 시간을 쓰세요. 저희가 준비한 프로그램에 모두 참여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세상의 속도가 아니라 ‘나의 속도’로 함께 해주세요.” 하례내창은 ‘정령마을에서 잠시 멈춤’이라는 이름의 마을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카페다. 1300여 명의 주민이 사는 하례리는 제주도와 환경부 지정 생태관광마을이자 농림축산식품부 지정 체험휴양마을이며 이곳에 사는 예술인들이 주민들과 협의해 정령(精靈·사물에 깃든 영혼)을 콘셉트로 잡은 예술마을이기도 하다.이 국장이 소파로 안내했다. “이제 ‘나의 정령’을 찾아보는 여행을 떠나실 겁니다.” 그러면서 ‘나는 지금 ○○○다’라는 문구가 적힌 카드를 내밀었다. ‘단단하고 평안합니다’, ‘조금 흔들리고 있습니다’, ‘지금 삶을 여행 중입니다’라는 세 가지 카드 중에서 현재의 마음 상태를 골라보라고 했다. ‘조금 흔들리고 있습니다’를 골랐다. 빈칸을 채워야 할 두 번째 카드는 ‘나는 ○○○가 평안했으면 좋겠습니다’였다. 내 마음, 주변 사람들, 우리의 미래 등 5가지 선택지 중 고심 끝에 ‘내 마음’을 골랐다. 내 마음부터 평안해야 주변을 챙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 과정으로 ‘판별’받은 ‘나의 정령’은 ‘중심에 좋은 것을 품은 영혼’이었다. 역삼각형 안에 원이 그려진 카드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지금 마음이 조금 평온하지 않다고 느껴지는 건 당신은 원래 마음 중심 단단히 정말 좋은 것을 품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조금 흔들리는 지금의 시간이 곧 흘러가고 다음엔 더 평안한 마음으로 지금의 것들을 가만히 바라볼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마을 주민들이 만든 ‘믿거나 말거나’식 카드점이었지만 의외로 마음에 위로가 되었다. 역삼각형처럼 불안정해도 희망은 있다고 확인받은 느낌이랄까. 이 프로그램의 다른 참가자들은 새로운 무언가에 도전하는 ‘가지를 뻗어가는 영혼’, 우직하게 자신만의 호흡으로 세상을 마주하는 ‘황소 눈을 가진 영혼’ 등의 정령 카드를 받았다. 주최 측은 각각의 정령에 해당하는 기호를 뺨에 그려주고 그에 맞는 차를 내왔다. 영혼이 환대받는 기분이었다.● 생명이 흐르는 효돈천 트레킹이 프로그램을 신청하게 된 데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는 모집 대상이었다. ‘휴학, 이직, 퇴사, 이별 등 멈춤 사이에 자기 발견이 필요한 성인.’ 구체적 사유에 해당하지는 않았지만 한 번쯤 멈춰 나를 찾고 싶었다. 둘째는 2002년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된 서귀포 효돈천 트레킹이 일정에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마을 주민들이 개발한 효돈천 트레킹 프로그램은 해설사 교육을 받은 주민들의 인솔로 진행된다. 풀숲을 헤치고 들어선 그곳은 그야말로 별천지였다. 화산이 분출했던 계곡은 조면현무암(얇게 흐르는 용암 위에 쌓인 현무암)이라는 절경을 남겼다. 네발 동물처럼 두 손과 발을 사용해 암벽 등반하듯 계곡을 가로질러 분지 위에 자리 잡았다. 다음부터는 각자 고요한 시간을 보냈다. 거친 물살에 깎여 매끈해진 크림색 돌 위에 누워 보니 새 소리 합창이 들려왔다. 웅덩이 안 커다란 돌은 혹등고래 형상이었다. 노영심 작곡가가 만들었던 ‘똑바로 해도 거꾸로 해도 우영우’ 음악이 떠올랐다. 돌이 고래로 변신해 솟구치는 즐거운 상상을 했다. 하례리는 효돈천을 사이에 두고 효돈동과 접한다. 한라산에서 쇠소깍에 이르는 13km 길이의 효돈천은 한라산의 비를 흘려보내는 통로이자 다양한 식생이 서식하는 숨은 절경이다. 이 국장은 말했다. “정령이라고 하면 종교색이 있나 오해하는 시선들이 있는데 전혀 아니에요. 누구나 품고 있는 반짝이는 마음을 그렇게 표현해 봤어요. 자연 속 어떤 존재든 함께 어우러져 서로의 마음을 알아봐 주었으면 해서요. 용서해야 할 자신, 인정해야 할 자신 같은 여러 모습의 자신도 만나 보세요.” 카페로 돌아와서는 저마다 작은 나뭇가지를 골라 천연물감을 사용해 새나 물고기 모양으로 색칠해 봤다. 어둠이 깔린 야외 정원에서는 귤나무 장작을 태워 바비큐를 하며 귤과 마시멜로를 구웠다. 어느새 마음이 가까워진 다른 참가자들과 소리 명상 도구인 싱잉볼로 화음을 만들며 생각했다. ‘이렇게 평안함이 스며드는구나.’● 제주를 담은 정원서귀포시 효돈동의 ‘베케’는 하례내창에서 차로 불과 6분 거리다. 효돈도 하례만큼 감귤로 유명한 동네다. 원예 전문가인 김봉찬 대표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약 9900㎡(3000평) 감귤 농장을 탈바꿈시켜 2018년 문을 연 베케는 제주의 오름과 초원을 구현한 ‘한국식 자연주의 정원’이다. 밭에서 나온 돌을 쌓은 돌무더기를 뜻하는 제주 방언이 베케다. 베케는 통창을 통해 돌무더기와 이끼를 감상할 수 있게 한 카페가 입소문이 나면서 MZ세대, 외국인에게까지 널리 알려졌다. 그런데 김 대표는 올해 5월 새로운 건물을 선보이며 베케의 ‘시즌 2’를 열었다. 주차장이던 땅을 파내 분화구 정원(2300㎡·약 700평)을 조성하고 그 위에 건물을 올린 것이다. “정원에 나무만 있는 건 뻔한 경관 아닐까요. 도시와 문명을 정원에 어우러지게 하고 싶었어요. 정원을 거닐며 건축에 들어서는 ‘길의 건축’인 셈이죠. 땅에 심은 노각나무가 콘크리트 건물과 중첩돼 공간에 깊이감을 줘요. 제 꿈은 ‘이렇게 좋은 야생의 분화구에 누가 건물을 지으라고 했냐’는 항의를 받는 거예요. 제주의 자연을 빼닮은 정원이라는 최고의 칭찬일 테니까요.”(김봉찬 대표) 그가 키우는 고양이가 정원에서 따스한 가을 햇볕을 즐기고 있었다. 꽃그령은 꽃이 시들어 오히려 몽환적이고, 돌과 흙을 시루떡처럼 쌓은 돌담에 핀 원평소국은 소복이 쌓인 흰 눈 같았다. 김 대표가 말했다. “좀 더 시들고 빛이 바래면 더 아름다워요.” 호텔업계 처음으로 최근 민간정원으로 등록된 서귀포시 중문 롯데호텔 제주에도 비슷한 종류의 안식이 있었다. 인공적인 화산 분수쇼를 하던 장소가 제주 곶자왈을 형상화한 ‘원생정원’으로 거듭났다. 팽나무와 치자나무 등이 돌담과 어우러진 구불구불한 길은 느린 사유를 이끌었다. 이곳에서 낮에는 석창포차를 마시고, 밤에는 연못에 뜬 별을 만났다. 문득 궁금했다. 제주에서 내 마음은 평안해졌을까. 확실한 건 제주에서 잠시 멈춰 마음의 속도를 늦췄다는 것이다.가볼 만한 다른 정원들①생각하는 정원제주시 한경면에 1992년 문을 연 제주의 제1호 민간정원. 2000여 점의 분재와 1만여 그루의 나무를 설립자인 성범영 원장이 지금도 직접 가꾼다. 한국 정원의 특성을 보고 싶은 해외에서 특히 인지도가 높다②이끼숲소길제주시 애월읍 소길리에 올해 문을 연 2만 평(약 6만6000㎡) 규모의 대형 카페. ‘이끼숲’이 있는 ‘소길공원’이라는 뜻이다. 이끼숲과 풍혈(風穴·바람이 불어나오는 구멍)이 신비롭고 철쭉, 수국, 동백길도 조성돼 있다.글·사진 서귀포·제주=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11월의 제주는 제3의 시공간 같았다. 섭씨 20도인 낮에는 양떼구름이 파란 하늘을 초원 가로지르듯 이동했다. 은목서와 꽃댕강나무는 어찌나 향기가 맑은지 무심코 지나친 발길을 되돌리게 했다. 보라색 쑥부쟁이가 흐드러진 낮은 돌담 너머로는 귤나무 군락이 이어졌다. 밤이 내려앉자 오래된 나무들에 걸린 작은 조명들이 반딧불이처럼 반짝였다. 제주는 거대한 생명의 정원이었다.●‘정령마을에서 잠시 멈춤’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하례리의 ‘하례내창’에 들어서자 소파를 덮은 담요와 각종 소품이 몽골이나 인도 같은 이국의 분위기를 풍겼다. 정면의 네모난 창문으로는 안뜰의 나무들이 숲처럼 내다보였다. 흰 벽면에서는 모닥불 영상이 흘렀다. 군데군데 놓인 캠핑 의자에 몸을 묻고 ‘숲멍’이나 ‘불멍’하라는 뜻인 것 같았다.이가영 하례1리 체험휴양마을 사무국장이 참가자 일행을 반겼다. “시간 맞춰 오느라 서두르셨죠. 이젠 천천히 여러분만의 속도로 시간을 쓰세요. 저희가 준비한 프로그램에 모두 참여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세상의 속도가 아니라 ‘나의 속도’로 함께 해주세요.” 하례내창은 ‘정령마을에서 잠시 멈춤’이라는 이름의 마을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카페다. 1300여 명의 주민이 사는 하례리는 제주특별자치도와 환경부 지정 생태관광마을이자 농림수산식품부 지정 체험휴양마을이며 이곳에 사는 예술인들이 주민들과 협의해 정령(精靈·사물에 깃든 영혼)을 콘셉트로 잡은 예술마을이기도 하다. 이 국장이 소파로 안내했다. “이제 ‘나의 정령’을 찾아보는 여행을 떠나실 겁니다.” 그러면서 ‘나는 지금 OOO다’라는 문구가 적힌 카드를 내밀었다. ‘단단하고 평안합니다’, ‘조금 흔들리고 있습니다’, ‘지금 삶을 여행 중입니다’라는 세 가지 카드 중에서 현재의 마음 상태를 골라보라고 했다. ‘조금 흔들리고 있습니다’를 골랐다. 빈 칸을 채워야 할 두 번째 카드는 ‘나는 OOO가 평안했으면 좋겠습니다’였다. 내 마음, 주변 사람들, 우리의 미래 등 5가지 선택지 중 고심 끝에 ‘내 마음’을 골랐다. 내 마음부터 평안해야 주변을 챙길 수 있을 것 같았다.그런 과정으로 ‘판별’ 받은 ‘나의 정령’은 ‘중심에 좋은 것을 품은 영혼’이었다. 역삼각형 안에 원이 그려진 카드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지금 마음이 조금 평온하지 않다고 느껴지는 건 당신은 원래 마음 중심 단단히 정말 좋은 것을 품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조금 흔들리는 지금의 시간이 곧 흘러가고 다음엔 더 평안한 마음으로 지금의 것들을 가만히 바라볼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마을 주민들이 만든 ‘믿거나 말거나’식 카드점이었지만 의외로 마음에 위로가 되었다. 역삼각형처럼 불안정해도 희망은 있다고 확인받은 느낌이랄까. 이 프로그램의 다른 참가자들은 새로운 무언가에 도전하는 ‘가지를 뻗어가는 영혼’, 우직하게 자신만의 호흡으로 세상을 마주하는 ‘황소 눈을 가진 영혼’ 등의 정령 카드를 받았다. 주최 측은 각각의 정령에 해당하는 기호를 뺨에 그려주고 그에 맞는 차를 내왔다. 영혼이 환대받는 기분이었다.●생명이 흐르는 효돈천 트레킹이 프로그램을 신청하게 된 데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는 모집 대상이었다. ‘휴학, 이직, 퇴사, 이별 등 멈춤 사이에 자기 발견이 필요한 성인.’ 구체적 사유에 해당하지는 않았지만 한 번쯤 멈춰 나를 찾고 싶었다. 둘째는 2002년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된 서귀포 효돈천 트레킹이 일정에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마을 주민들이 개발한 효돈천 트레킹 프로그램은 해설사 교육을 받은 주민들의 인솔로 진행된다. 풀숲을 헤치고 들어선 그곳은 그야말로 별천지였다. 화산이 분출했던 계곡은 조면현무암(얇게 흐르는 용암 위에 쌓인 현무암)이라는 절경을 남겼다. 네발 동물처럼 두 손과 발을 사용해 암벽 등반하듯 계곡을 가로질러 분지 위에 자리 잡았다. 다음부터는 각자 고요한 시간을 보냈다. 거친 물살에 깎여 매끈해진 크림색 돌 위에 누워보니 새 소리 합창이 들려왔다. 웅덩이 안 커다란 돌은 흑등고래 형상이었다. 노영심 작곡가가 만들었던 ‘똑바로 해도 거꾸로 해도 우영우’ 음악이 떠올랐다. 돌이 고래로 변신해 솟구치는 즐거운 상상을 했다.하례리는 효돈천을 사이에 두고 효돈동과 접한다. 한라산에서 쇠소깍에 이르는 13km 길이의 효돈천은 한라산의 비를 흘려보내는 통로이자 다양한 식생이 서식하는 숨은 절경이다. 이 국장은 말했다. “정령이라고 하면 종교색이 있나 오해하는 시선들이 있는데 전혀 아니에요. 누구나 품고 있는 반짝이는 마음을 그렇게 표현해봤어요. 자연 속 어떤 존재든 함께 어우러져 서로의 마음을 알아봐 주었으면 해서요. 용서해야 할 자신, 인정해야 할 자신 같은 여러 모습의 자신도 만나보세요.” 카페로 돌아와서는 저마다 작은 나뭇가지를 골라 천연물감을 사용해 새나 물고기 모양으로 색칠해봤다. 어둠이 깔린 야외 정원에서는 귤나무 장작을 태워 바비큐를 하며 귤과 마시멜로를 구웠다. 어느새 마음이 가까워진 다른 참가자들과 소리 명상도구인 싱잉볼로 화음을 만들며 생각했다. ‘이렇게 평안함이 스며드는구나.’●제주를 담은 정원서귀포시 효돈동의 ‘베케’는 하례내창에서 차로 불과 6분 거리다. 효돈도 하례만큼 감귤로 유명한 동네다. 원예 전문가인 김봉찬 대표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3000평 감귤 농장을 탈바꿈시켜 2018년 문 연 베케는 제주의 오름과 초원을 구현한 ‘한국식 자연주의 정원’이다. 밭에서 나온 돌을 쌓은 돌무더기를 뜻하는 제주 방언이 베케다. 베케는 통창을 통해 돌무더기와 이끼를 감상할 수 있게 한 카페가 입소문이 나면서 MZ세대, 외국인에게까지 널리 알려졌다. 그런데 김 대표는 올해 5월 새로운 건물을 선보이며 베케의 ‘시즌 2’를 열었다. 주차장이던 땅을 파내 분화구 정원(약 700평)을 조성하고 그 위에 건물을 올린 것이다. “정원에 나무만 있는 건 뻔한 경관 아닐까요. 도시와 문명을 정원에 어우러지게 하고 싶었어요. 정원을 거닐며 건축에 들어서는 ‘길의 건축’인 셈이죠. 땅에 심은 노각나무가 콘크리트 건물과 중첩돼 공간에 깊이감을 줘요. 제 꿈은 ‘이렇게 좋은 야생의 분화구에 누가 건물을 지으라고 했냐’는 항의를 받는 거예요. 제주의 자연을 빼닮은 정원이라는 최고의 칭찬일테니까요.” (김봉찬 베케 대표)그가 키우는 고양이가 정원에서 따스한 가을 햇볕을 즐기고 있었다. 꽃그령은 꽃이 시들어 오히려 몽환적이고, 돌과 흙을 시루떡처럼 쌓은 돌담에 핀 원평소국은 소복이 쌓인 흰 눈 같았다. 김 대표가 말했다. “좀 더 시들고 빛이 바래면 더 아름다워요.” 호텔업계 처음으로 최근 민간정원으로 등록된 서귀포시 중문 롯데호텔 제주에도 비슷한 종류의 안식이 있었다. 인공적인 화산 분수쇼를 하던 장소가 제주 곶자왈을 형상화한 ‘원생정원’으로 거듭났다. 팽나무와 치자나무 등이 돌담과 어우러진 구불구불한 길은 느린 사유를 이끌었다. 이곳에서 낮에는 석창포차를 마시고, 밤에는 연못에 뜬 별을 만났다. 문득 궁금했다. 제주에서 내 마음은 평안해졌을까. 확실한 건 제주에서 잠시 멈춰 마음의 속도를 늦췄다는 것이다.〈가 볼 만한 다른 정원들〉①생각하는 정원제주시 한경면에 1992년 문을 연 제주의 제1호 민간정원. 2000여 점의 분재와 1만여 그루의 나무를 설립자인 성범영 원장이 지금도 직접 가꾼다. 한국 정원의 특성을 보고 싶은 해외에서 특히 인지도가 높다.②이끼숲소길제주시 애월읍 소길리에 올해 문을 연 2만 평 규모의 대형카페. ‘이끼숲’이 있는 ‘소길공원’이라는 뜻이다. 이끼숲과 풍혈(風穴·바람이 불어나오는 구멍)이 신비롭고 철쭉, 수국, 동백길도 조성돼 있다. 서귀포·제주=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최근 언론에 보도된 명태균 사진을 보니 딱 저희 ‘생각하는 정원’의 영빈관이더라고요. 저희 정원에는 각종 기업 행사나 가든파티 때에만 개방하는 시크릿가든이 있는데 여기에 영빈관이 있어요. 아버지나 제가 특별한 일행에게만 열어드리는 곳에 어떻게 명태균이 들어왔는지 모르겠어요. 다른 일행에 끼어 들어온 것 같아요.” (성주엽 제주 ‘생각하는 정원’ 대표)10일 제주시 한경면 ‘생각하는 정원’에서 이 정원의 설립자인 성범영 원장(86)과 그의 아들인 성주엽 대표(60)를 만났다. 그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 사건의 핵심 관련자인 명태균 씨가 지난달 언론에 직접 제공한 사진의 배경이 ‘생각하는 정원’ 내 ‘시크릿가든’이라고 확인해주었다. 사진 속 명 씨는 후진타오 전 중국 국가주석의 친필 휘호 앞에 서 있다. 그래서 사진을 찍은 장소가 대체 어디인지 많은 이들의 궁금증을 불러 일으켜왔다. 1992년 설립된 ‘생각하는 정원’은 서울에서 와이셔츠 사업으로 자수성가한 성범영 원장이 1968년부터 제주 중산간 3만6000㎡ 규모의 황무지를 개간해 정원을 조성했다. 1995년 장쩌민(江澤民) 당시 국가주석, 1998년 후진타오 (胡錦濤) 당시 부주석이 찾아오면서 중국 주요 인사들의 방문이 이어져 한국의 정원 외교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이 때문에 성 원장은 중국 인민교육출판사의 중국 9학년(한국 중학교 3학년에 해당) ‘역사와 사회’ 교과서에 한국 정신문화를 상징하는 인물로 나오고 있을 정도다. 관련기사: 생각하는 정원은 2022년 ‘세계의 정원(Gardens of the World)’, 2023년 ‘론리플래닛-정원을 탐험하는 기쁨(Lonely planet-The Joy of Exploring Gardens)’ 등의 책에 한국 정원으로는 유일하게 소개되는 등 해외에서 특히 인지도가 높다.이 정원에 따르면 후진타오 전 중국 국가주석은 1998년 4월 30일 생각하는 정원을 방문해 소나무를 기념 식수하고 즉석에서 친필 휘호를 남겼다. “당시 후진타오 국가 부주석의 방문을 기념하기 위해 경상북도에서 150년 된 육송 한 주를 옮겨 심었습니다. 후진타오는 당시 방한 일정 중 전용기를 타고 제주로 와서 우리 정원만 들르고 바로 일본으로 갔어요. 온화한 성품과 뛰어난 심미안이 한 나라의 지도자로서 존경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습니다.” (성범영 ‘생각하는 정원’ 원장)후진타오 전 주석이 이 정원에 심은 소나무 앞 식수비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새겨 있다. ‘중·한 우호 관계가 이 소나무처럼 푸르고 높게 발전하길 기원합니다. 이곳은 중·한 우호의 상징적인 곳입니다. 생각하는 정원에 입장객 100만 명 시대가 곧 오기를 기원합니다.’성 원장, 성 대표와 정원 한편에 있는 ‘시크릿가든’ 문 앞에 섰다. ‘관계자 외 출입금지’라는 문구와 함께 사진 촬영을 금지한다는 표지가 붙어 있었다. 성 원장이 굳게 잠겨 있던 문을 열자 연회를 할 수 있는 너른 잔디밭과 제주의 돌무덤, 한국 정자의 풍경이 시야에 펼쳐졌다. “어제도 400명이 참여한 기업 행사를 여기 시크릿가든에서 치렀어요.”(성범영 ‘생각하는 정원’ 원장)생각하는 정원의 시크릿가든에서는 그동안 각종 행사가 열려왔다고 한다. 2008년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재무장관 다과회, 2010년 삼성전자 라틴 파트너 익스피어런스, 2011년 한국은행 아시아태평양 중앙은행 총재 회의, 2012년 세계기능올림픽 총회 만찬, 한국타이어 유럽 딜러 만찬, 2013년 아시아 국세청장 만찬 등이다. 설립 32주년이 된 이 정원에 역사교육문화관을 짓고 싶은 건 성 원장의 오랜 꿈이다. 그래서 관련 자료들을 보관하고 있는 장소가 시크릿가든 내 영빈관이다. 영빈관에는 주로 중국 유명 인사들의 글과 그림이 곳곳에 걸려 있었다. 성 원장이 유명 인사들에게 부탁해 받은 방문 기념 즉석 친필 휘호나 그림들이었다. 정원 측에서 “명태균이 사진을 찍은 장소가 확실하다”는 방은 영빈관 2층에 있는 VIP룸이었다. 정면에는 대형 산수화, 뒤쪽에는 후진타오 전 주석의 친필 휘호가 걸려 있었다. 휘호 옆 열린 문틈으로 보이는 복도의 작품은 중국 국가미술관 우웨이산(吴为山) 관장의 글이었다. 2000년 이 정원을 방문해 인연을 이어온 그는 성 원장의 이름을 따서 사행시를 지어 서예 작품을 써 주었다. 명 씨가 공개한 사진에도 우웨이산 관장의 작품이 같은 자리에 같은 각도로 걸려 있다. 명 씨는 언제 어떻게 이 방에 들어올 수 있었을까. 그는 왜 촬영을 금지하는 장소에서 사진을 찍었으며, 왜 이곳에서 찍은 자신의 사진을 언론에 공개했을까. 사진은 실제로 이 방에서 촬영된 것일까, 사진 합성의 가능성은 없을까. 성주엽 ‘생각하는 정원’ 대표는 “후진타오 친필 휘호가 생각하는 정원 내 시크릿가든에 걸려 있는 건 거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라며 “명태균이 그 휘호 앞에 서 있는 사진을 언론에 공개한 건 자신이 정치적으로 어마어마한 힘이 있다고 과시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명 씨는 8, 9일 검찰에 출석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이틀 연속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명 씨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올가을, 가보고 깜짝 놀란 정원이 있어 이 계절이 가기 전에 독자 여러분께 꼭 소개해 드리고 싶습니다.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 있는 한독과 제넥신의 정원입니다. 공식 명칭은 ‘한독 퓨처 콤플렉스 & 제넥신 프로젠 바이오 이노베이션 파크’입니다.기업의 정원이지만 누구나 이 정원에 들어설 수 있는데요. 노랗게 잎이 물든 생강나무와 달콤한 향의 계수나무가 계절의 감각을 일깨우면서 신비로운 숲의 여정이 시작됩니다. 예. 그러니까 이곳은 숲을 도시에 그대로 옮겨온 숲 정원이에요. 이끼와 양치식물, 누운주름잎 등이 바닥을 깔고 산부추와 쑥부쟁이, 소사나무와 피나무 등이 저마다의 키대로 공간을 채우며 기가 막히게 어우러집니다. 곳곳에 물확이 있어 새가 날아와 목을 축일 수도 있습니다. 아련한 연분홍 철쭉이 꽃을 피울 봄의 정원도 상상해 봅니다. 섬세하고 단아하며 여성적인 느낌입니다.진짜 숲처럼 군데군데 흙 언덕도 있는 이 정원의 바로 밑이 주차장이란 사실이 믿어지지 않습니다. 이 정원에는 ‘아주 특별한 의자’들도 군데군데 놓여있어요. 이헌정 도예가의 도자 의자는 미적 감각을 일깨우는 한편 누구나 앉아서 쉴 수 있습니다. 숲을 닮은 정원에서 예술 작품을 일상품으로 누리는 경험, 신선합니다. 의외의 장소에서 만난 의자가 반가워 이 도예가에게 연락하니 “너무 딱딱하지 않은 유기적 형태의 조형물이 그 장소에 어울린다고 생각해 작업했다”고 합니다.이 정원은 한독과 제넥신이 2022년 마곡지구에 신사옥과 연구소를 개발하면서 조성했습니다. 연구원들이 최적의 환경에서 신약개발에 몰입하도록 정원을 조성한 이 사옥은 지난해 말 대한민국 생태환경건축대상도 받았습니다. 김영진 한독 회장이 가장 공을 들인 곳이 바로 이 중정(中庭)이라고 합니다. 도심 속 작은 숲속 콘셉트로 만들어 연구원뿐 아니라 지역 직장인과 주민들의 휴식을 돕고 싶었다고 하네요.예전에 읽었던 ‘수학자들’이란 아름다운 책이 저절로 떠올랐습니다. 세계적 수학자 54명이 쓴 에세이인 이 책에서 부러웠던 게 있습니다. 프랑스 고등과학연구소와 미국 프린스턴 고등연구소 등에는 수학자들이 연구하다가 언제든 거닐며 머리를 식힐 수 있는 숲 정원이 있더라고요. 수학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을 2010년 받은 프랑스 수학자 세드리크 빌라니를 만난 적이 있는데, 그도 이렇게 말했습니다. “일상에서의 여유는 정원에서 암탉들에게 모이를 주거나 화초에 물을 주며 찾습니다.”한독& 제넥신 정원을 조성한 권춘희 ‘뜰과숲’ 대표(60)와 함께 정원을 걸었습니다. 부산 F1963과 모모스커피 마린시티점, 서울 국제갤러리, 경기 양평 구하우스 등 멋이 흐르는 문화와 상업공간들의 정원을 만들어온 그는 말합니다.“제가 여기저기 다니면서 정원을 많이 봤잖아요. 그런데 가장 아름다운 정원은 진짜 숲이에요. 지금 하는 조경 작업들은 산에서 본 풍경들을 재현하고 있는 거예요. 숲 정원을 공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산에 가서 숲을 찬찬히 관찰하는 겁니다. 산에는 인간이 만든 자연에서 진짜 자연으로 넘어갈 때의 경계 지점이 있거든요. 경계의 식물들은 복잡하고 어지럽지만 진짜 자연 속으로 들어서면 자연의 규칙이 보이기 시작해요. 계곡 주변 습한 곳에는 신나무가 많고 햇볕이 잘 드는 곳에는 조팝나무가 많지요. 이런 걸 적용해 도시에 숲 정원을 만듭니다.”경북 의성 과수원집 딸로 자란 권 대표는 어릴 적 산에서 뛰어놀며 온갖 감각을 접했다고 합니다. 산속 촉촉한 곳에 피어있던 노루귀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고요. 성균관대에서 생물학, 고려대 대학원에서 원예학을 공부한 그는 서울 청계천의 헌책방에서 샀던 1980년대 문고판 ‘양화소록’ 이야기를 합니다. “강희안의 양화소록을 보면 식물 하나하나마다 습성이 다릅니다. 하물며 만물의 영장인 사람이야 어떻겠어요. 사람을 대할 때도, 자녀를 기를 때도 그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는 걸 배웠습니다.”그러면서 세계적 트렌드로서의 숲 정원을 말합니다. “몇 년 전 이탈리아 밀라노 엑스포에 갔을 때, 전시 주제가 농업과 음식이었어요. 전시장 전체가 먹거리로 채워지고 정원에도 과일나무들이 심어 있었어요. 그중 오스트리아 전시관이 특히 인상적이었어요. ‘ㅁ’자 회랑을 설치하고 가운데 중정을 만들었는데 오스트리아의 작은 숲을 그대로 옮겨놨더라고요. 우리나라 중부지방 숲과 비슷하게 계곡까지 전시장에 옮겨놓은 숲 정원을 보고 세계에서 온 많은 이들이 감동했던 게 기억납니다.” 요즘엔 가정집 정원 조성을 의뢰하는 고객들도 숲 정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무작정 마당에 깔던 잔디를 빼버리고 창을 통해 나무가 보이게 심으면 마당이 바로 작은 숲으로 변신하니까요. 마당에 무조건 심던 소나무와 향나무 대신 피나무, 참나무, 물푸레나무를 심고 작은 텃밭을 만들면 정원이 ‘모두가 숲속에서 함께 하는 공간’이 되는 것 같아요. 마곡지구에는 성냥갑 건물들이 빼곡하게 들어섰다고 생각해왔는데, 이번에 한독과 제넥신의 숲 정원을 보고 마곡지구에 대한 전체 인상마저 바뀌었습니다. 이 정원에서 만난 김상진 제넥신 부장도 “연구원들이 틈틈이 들러 호젓하게 걸어본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더 많은 기업과 연구소들이 정원이 주는 안식과 치유의 힘에 관심을 가졌으면 합니다.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여름날 서울 성수동에서 봤던 자작나무 그림자가 내내 마음에 저장돼 있었다. 길가의 작은 정원 속 자작나무들이 우란문화재단 건물의 흰 벽면을 배경으로 산들산들 흔들리며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이곳은 도심의 쾌적한 환경을 위해 건축물 대지 일부를 공공에 개방한 공개공지였다. 시민들이 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한가로이 쉬는 모습을 보면서 공공 정원이 도시의 오아시스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햇볕도 바람도 온도도 거슬림 없이 딱 좋은 계절, 가을이 찾아오자 그 인상 깊던 자작나무의 안부가 슬슬 궁금해지던 터였다. 그러다가 눈이 번쩍 뜨이는 지인의 인스타그램 포스팅을 보게 된다. “문구 마니아들의 개미지옥, 성수동 포인트오브뷰에서 문학동네 시인선 팝업 전시가 열리고 있어 다녀왔어요. 매일 시인분들이 상주하면서 책 추천과 사인을 해주세요.” 가을, 나무, 문구, 시(詩)…. 이토록 환상적인 조합이라니. 서울 지하철 2호선 성수역 4번 출구에서 내려 성수동을 걷기 시작했다.우란문화재단의 자작나무는 일부 노랗게 변한 잎사귀가 가을을 말해주고 있었다. 여름꽃인 가우라와 가을꽃인 쑥부쟁이가 공존하는 바로 옆 성수역현대테라스타워의 공개공지 화단을 지나자 물이 흐르는 ‘수생비오톱’이 나왔다. 비오톱은 생물 공동체 서식지를 뜻한다. 나비와 새들이 찾아오도록 횃대와 돌무지를 만들고 수생식물과 나무를 심었다. 과거 쇠퇴한 공장지대에서 젊은이들의 ‘핫플’로 변모한 성수동에서 공공 정원을 만나는 게 고마웠다. 성수동에는 먹고 마시는 팝업스토어만 있는 게 아니었다. 세계적 럭셔리그룹 루이비통모엣헤네시(LVMH)가 2년 전 성수동을 콕 찍어 문을 연 크리스찬디올의 컨셉 스토어 ‘디올 성수’는 정원에서 한창 크리스마스 조경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프랑스 정원을 연상시키는 원뿔형 나무들은 구슬 조명을 두르고 그 아래로는 장미꽃밭이 펼쳐지고 있었다. 흰색 가림막 사이로 빼꼼히 정원을 들여다보고 있으니 인부들이 “며칠 있으면 보게 될 텐데요”라고 했다. 맞은편 탬버린즈 성수 플래그십스토어는 최근 세계적 건축·인테리어 잡지 프레임(FRAME) 어워드에서 건축과 조명의 창의성을 인정받아 ‘올해의 브랜드스토어’로 선정됐다. 빛의 질감과 감각은 공간 경험의 질을 결정한다. 우아한 빛이 도시 경관과 우리 마음을 밝혀주기를….디올성수를 끼고 골목길로 접어들면 곧 ‘포인트오브뷰’에 도착한다. 인공지능과 디지털 시대에 종이와 펜, 심지어 도장의 물성(物性)까지 귀하게 여기는 편집숍이 성수동 한복판에 있는 것도 신기한데, 늘 MZ세대들로 북적이기까지 한다. 젊은 층이 시를 통해 위로를 받으니 시집 팝업 전시까지 열리게 된 것이다. 내가 방문한 날에는 고선경 시인이 독자를 만날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의 시집 ‘샤워젤과 소다수’를 사서 사인을 요청했더니 ‘무한히 터지는 기포를 담아’라고 써 주었다. 그 짧은 문장에서 톡 쏘는 소다수의 느낌이 확 전해졌다. “정원과 관련한 시를 읽고 싶은데요”라고 했더니 고 시인은 곧바로 안희연 시인의 ‘당근밭 걷기’ 시집을 추천했다. 처음엔 표제작에 나오는 당근밭이 넓은 의미의 정원이라 권했나 싶었는데 시집을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당신은 자주 멈춰 서는 사람이군요. 당신은 나에게서 안개 숲을 보고 있네요(중략). 그래도 당신의 장면이 마음에 듭니다. 길가에 쪼그려 앉아 눌어붙은 초를 골똘히 들여다보는 당신이.’ -안희연, ‘가는잎향유’ 중에서‘그의 하루를 지켜봅니다. 잠에서 깨어나 상을 차리고 먹다 만 밥을 치우고 티브이를 보다가 다시 잠드는 생활입니다. 그는 좀처럼 외출하는 법이 없습니다. 그에게 발이 있다는 게 놀라울 정도입니다. 아주 가끔 고개를 끄덕이거나 눈물을 글썽이는 것 외엔 미동도 없습니다. 물과 햇빛이 필요한 건 오히려 그쪽인 것 같습니다.’-안희연, ‘율마’ 중에서안희연의 시에서 화자(話者)는 인간에게 국한되지 않는다. 식물이 인간을 관찰하고 말을 하고 생각을 한다. 식물 입장에서 보면 인간도 돌봄과 긍휼을 필요로 하는 존재다. 다른 생명체들과 더불어 살아야 하는 존재다. 얼마 전 읽었던 ‘식물의 사유’라는 책이 떠올랐다. 자연은 우리가 숨 쉬고, 감각을 통해 사유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주지만 우리는 자연환경을 성찰할 여유를 갖지 못하고 일과 생활에 치여 이리저리 돌진하다가 서서히 생명이 사라진다는 구절이 있었다. ‘살아있고 변화하는 것으로서 나무의 존재를 봐야 합니다. 우리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자작나무에 같은 이름을 부여합니다. 이름은 나무의 형태, 색깔, 소리, 냄새를 가리키는데 이런 감각들은 하루 사이에 달라지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한 해의 시간이 바뀌면서는 완연히 달라집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자작나무에 동일한 이름을 부여합니다. 우리는 자작나무를 말하기 위해 늘 같은 이름을 사용함으로써 자작나무의 생생한 현존(現存)으로부터 자작나무를 지워버립니다. 또 자작나무와 함께 현존으로 들어가려는 우리의 감각을 스스로 박탈합니다.’ -루스 이리가레·마이클 마더의 ‘식물의 사유’ 중에서포인트오브뷰 이야기로 돌아오면, 이곳에는 ‘비밀의 정원’이 있다. 건물에 들어서면 창문을 통해 내다보이는 안뜰에 작은 온실과 정원이 있다. 지금 문학동네 팝업 전시에서는 이 온실이 ‘시의 집’으로 활용되고 있다. 여기에서 만난 다양한 시가 마음속 정원에 피어나 자리 잡았다. 도시의 정원은 아스팔트 같은 일상에서 때로는 톡 쏘고 때로는 마음 저미고 때로는 환희에 넘치는 저마다의 시를 쓰게 해주는 게 아닐까. 계절을 음미하고 다른 생명체들에 귀 기울이고 누군가를 떠올리면서….‘언젠가 누군가와 남도의 풍경에 대해 이야기할 때 거기 정말 좋았어요 아주 인상적이었요 말하게 되는 그 순간에 아름다움이 만들어지는 것이겠지. 나는 너와 소쇄원의 오래된 건물 사이를 걸었을 것이다 나무에 매달린 꽃들에 렌즈를 가까이 들이밀며 소쇄원이 보이지 않는 사진을 찍었을 것이고…’-황인찬,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중에서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신세계그룹 패션 플랫폼 W컨셉이 숏폼을 모아보는 신규 서비스 ‘플레이(PLAY)’를 최근 선보였다. 유통업계에서도 숏폼(short-form)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트렌드를 반영하는 것이다. 인공지능(AI)을 접목한 사이즈 추천, 개인화 서비스 강화 등 플랫폼에서 고객 경험을 혁신하고 있어 주목된다.W컨셉이 플레이를 도입한 것은 온라인으로 전달할 수 있는 패션 속성의 한계를 깨고, 고객 콘텐츠 소비 습관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다. 패션 상품은 오감 체험이 중요하기 때문에 소재와 마감 등에 따라 착용감과 분위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각기 다른 상품 속성과 브랜드 고유의 아이텐티티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자 숏폼을 활용하기로 한 것이다.고객의 콘텐츠 소비 습관의 변화도 한몫했다. 모바일에 친숙한 요즘 세대는 짧은 영상을 통해 ‘출근룩’과 ‘데이트룩’ 등 원하는 정보를 빠르게 얻으려는 경향이 있다. 이에 고객이 원하는 스타일링 정보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숏폼 모아보기 서비스를 제시해 쇼핑 동선을 간소화하고 구매 가능성을 높인다는 전략이다.W컨셉의 이러한 실험은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플레이 서비스를 테스트로 선보인 후 이달 20일까지 한 달 만에 상위 70여 개 브랜드 평균 매출이 40% 늘었다. 1분 내외로 편집한 자체 제작 영상, 라이브 방송, 브랜드 룩북 영상 등을 보고 즉시 상품을 구매할 수 있어 고객의 반응을 이끌었다.대표적으로 이바나헬싱키, 망고매니플리즈, 오어, 어그 등 브랜드 감도가 높은 영상 콘텐츠와 맞춤 상품 추천으로 매출이 크게 늘었다. 20, 30대 고객은 브랜드 이미지와 감도가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과 어울리는지 확인하고 싶어하는데, 영상이 이를 해소시켜준 셈이다.가을·겨울(FW) 시즌 대표 상품인 니트와 겉옷 등 신상품의 착용감을 느낄 수 있도록 다각도로 촬영한 영상이 조회수가 높았다. 향후 패션, 뷰티, 라이프스타일 전반에서 스타일링 팁과 트렌드 정보 등 콘텐츠를 다양화해 브랜드와 동반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한편 플레이에 접속한 고객 5명 중 1명은 VVIP 등급으로 영상에 대한 관심도나 구매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W컨셉 VVIP 등급 고객은 최근 6개월 기준 누적 구매액이 150만원 이상으로, 플랫폼 내에서도 패션에 가장 관심이 높은 그룹이다. 이같은 고객의 긍정적 반응이 브랜드 매출로 이어지면서 플레이는 올해 안에 정식 서비스로 론칭할 예정이다.W컨셉 관계자는 “숏폼 서비스가 초기 좋은 반응을 얻으며 순항 중”이라며 “브랜드가 장기적으로 플랫폼 내에서 추구하는 이미지를 구축하고, 매출도 확대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