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

김민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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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속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국제부 기자입니다. 예술가의 이야기를 따로 모아 뉴스레터 '영감 한 스푼'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kimmin@donga.com

취재분야

2024-12-17~2025-01-16
미술70%
문화 일반7%
인사일반7%
문학/출판7%
사회일반3%
칼럼3%
음악3%
  • 중국서도 쉽게 볼 수 없는 거장들의 대작… 놓치지 마세요

    항아리 모양으로 웅크린 한 남성. 그 앞엔 쩍 갈라진 항아리가 있다. 자신을 가뒀던 항아리가 깨졌는데도 그대로 웅크린 이 사람. 그림 위엔 ‘4인방이 사라진 뒤에야 나 자신, 그리고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비웃으려 이 글을 쓴다’고 적혀 있다. 4인방이란 문화대혁명 때 권력을 장악했던 마오쩌둥(毛澤東) 전 중국 국가주석의 측근(장칭, 왕훙원, 장춘차오, 야오원위안)들을 일컫는다.혁명이 끝났음에도 독 안에 갇혀 아무 말 못 하는 지식인을 비판한 이 작품은 랴오빙슝의 ‘자조’. 지난해 말부터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열리는 ‘수묵별미: 한·중 근현대회화’전에서 만날 수 있다. 배원정 학예연구사는 “중국미술관에 대여를 요청하면서도 ‘정말 올 수 있을까’ 궁금했던 작품”이라며 “그만큼 이번 전시는 중국 근현대 수묵화의 다양한 면모를 볼 수 있다”고 했다.국립현대미술관이 중국 국가미술관인 중국미술관과 공동 기획한 ‘수묵별미’전은 한국과 중국의 근현대 수묵채색화 148점을 소개한다. 중국에서도 자주 공개하지 않는 국가 지정 ‘1급’ 작품 5점도 포함됐다. 다음 달 중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봐두면 좋을 작품들을 배 학예사와 꼽아 봤다.① 우창숴 ‘구슬 빛’우창숴(1844∼1927)는 치바이스, 자오즈첸과 함께 20세기 한국 화단이 많은 영향을 받은 작가다. 해당 작품은 등나무 줄기가 어지럽게 얽힌 모습을 리드미컬한 선과 화면 구성으로 생동감 있게 표현해 작가의 호쾌하고 자유로운 개성이 듬뿍 묻어난다. 배 학예사는 “이응노의 ‘생맥’ 같은 추상화적인 작품이 수묵화 고유의 전개 과정에서 나온 것임을 짐작하게 만드는 작품”이라고 했다. ② 쉬베이훙 ‘전마’수묵화를 그리던 중국 작가들은 서양 회화를 접하며 해부학과 원근법에 바탕을 둔 표현 방식에 눈을 뜬다. 쉬베이훙은 중국에서 이런 ‘사실주의 운동’에 앞장선 작가다. ‘전마’는 전투마가 달리다 갑자기 옆을 보는 모습인데, 수묵화 특유의 선 그리기 방식과 번짐 기법이 서양화 표현 방식과 결합돼 현대인에게도 낯설지 않게 다가온다.③ 장다첸 ‘시구를 찾는 그림’장다첸은 한국에도 작품이 많고, 대만 타이베이 고궁박물관 옆에는 장다첸 기념관이 있을 정도로 사랑받는 작가다. 배 학예사는 “장다첸은 연꽃 그림으로 유명한데, 초기작은 중국 사람도 보기 힘들 만큼 귀하다”며 “중국 측이 내줘서 감동받았다”고 했다. ‘원나라 4대가(황공망, 예찬, 오진, 왕몽)’의 양식을 따라 소나무와 오동나무, 사람을 그린 작품. 장다첸이 자신의 화법을 다듬어가는 과정을 엿볼 수 있다.④ 판제쯔 ‘석굴 예술의 창조자’중국 대학생의 채색화 공부에 교과서 같은 작품이다. 한국이 채색화의 원류로 고구려 고분 벽화를 거론하는 것처럼 중국에선 돈황 석굴 벽화를 원류로 여긴다. 때문에 채색화 전통을 계승한다고 할 때 돈황 벽화를 따라 그리며 시작하는데, 이 작품은 그 장면 자체를 담고 있어 흥미롭다.⑤ 첸쑹옌 ‘금수강남 풍요로운 땅’중국에서 수묵화가들은 ‘문인’ 계급이었다. 때문에 문화대혁명 이후 한량 취급을 받았다. 그럼에도 치바이스가 작가로 살아남고 블루칩으로 선전되는 건, 그가 목수 출신이란 점이 크게 작용했다. 첸쑹옌은 “우리 산수화도 사회주의 국가 건설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경작이 이뤄지고 전기가 들어오며 풍요로워진 중국 땅을 그렸다.배 학예사는 “중국 현대미술은 그간 갤러리를 중심으로 미국에서 활동하는 작가 위주로 국내에 소개됐다”며 “국가가 지정한 ‘문물급’ 작품 30여 점이 대거 한국에 선보이는 건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한 한국화 작품도 함께 소개된다. 한국 전시가 끝나면 함께 중국을 순회할 예정이다. 한국화와 중국 수묵화를 비교하며 우리만의 독창성이나 개성은 무엇인지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2월 16일까지.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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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왕가 티아라부터 희귀한 십자가까지… 세기를 넘나드는 세계적 보석 컬렉션

    ‘세계 4대 보석 수집가’로 꼽히는 일본 아리카와 가즈미 앨비언아트 대표(사진)의 보석 컬렉션 200여 점이 한국을 찾았다. 3월 16일까지 서울 송파구 롯데뮤지엄에서 열리는 전시 ‘디 아트 오브 주얼리(The Art of Jewellery): 고혹의 보석, 매혹의 시간’은 프랑스 나폴레옹, 영국 빅토리아 여왕이 썼던 보석부터 세계에 단 3점만 있는 ‘조각계의 라파엘로’ 발레리오 벨리가 만든 십자가 등을 공개한다. 전시 공간 연출은 일본의 세계적 건축가 구마 겐고가 맡아 눈길을 끈다. 전시 개막을 맞아 지난해 12월 한국을 찾았던 아리카와 대표는 “나는 불교 신자여서 인연에 대해 생각해 봤다”며 1500년 전 일본과 한국의 인연을 언급했다. “6세기 백제 성왕께서 일본에 불상과 경전을 전했다는 이야기가 있고 나도 이것을 믿습니다. 그때 일본이 한국에 큰 은혜를 입었다고 지금까지 생각해 왔어요. 아름다운 보석을 소개해 당시 받은 은혜의 1억분의 1이라도 갚을 수 있다면 그보다 기쁜 일은 없을 것입니다.” 이번 전시는 고대와 중세 르네상스 시대 작품부터 러시아 예카테리나 2세와 17∼18세기 유럽, 19세기 나폴레옹과 빅토리아 시대, 아르누보, 벨 에포크, 아르데코 등 광범위한 시대의 작품을 다룬다. 아리카와 대표도 “(내 컬렉션을) 영국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 뮤지엄 등 세계 박물관에서 70회 정도 전시했지만, 이번처럼 메소포타미아 시대부터 1950년대까지 긴 역사를 소개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아리카와 대표가 꼽은 주요 작품은 ‘벨리의 십자가’와 19세기 독일 뷔르템베르크 왕가의 보석 세트다. 벨리의 십자가는 16세기 만들어진 것으로 정교한 세공 기술이 돋보인다. 받침대는 1762년 프랑스 파리의 금세공인이 제작했다. 뷔르템베르크 왕가 보석 세트는 100개가 넘는 핑크 토파즈를 활용한 티아라와 목걸이, 귀걸이, 팔찌, 브로치로 구성됐다. 이 밖에 나폴레옹 1세가 바사노 공작에게 선물한 브로치, 알폰스 무하가 만든 코르사주 장식품, 빅토리아 여왕이 포르투갈 여왕에게 선물한 팔찌 등도 관객들과 만난다. 구마 건축가가 디자인한 전시 공간은 보석의 질감을 돋보이게 했다. 광택이 없는 투박하고 어두운 천을 배경에 깔아 ‘대비의 미’를 극대화했다. 각 전시 부문마다 배경 천을 다양하게 배치하고 관객 동선은 은은한 조명을 따르도록 만들었다. 보석의 형태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오브제 ‘빛의 격자’와 ‘그림자의 격자’도 전시장 입구 로비와 휴식 공간에 설치됐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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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 4대 보석 수집가’ 아리카와 카즈미 컬렉션 국내 상륙

    ‘세계 4대 보석 수집가’로 꼽히는 일본 아리카와 카즈미 알비온아트 대표의 보석 컬렉션 200여 점이 한국을 찾았다. 3월 16일까지 서울 송파구 롯데뮤지엄에서 열리는 전시 ‘디 아트 오브 쥬얼리(The Art of Jewellery): 고혹의 보석, 매혹의 시간’은 프랑스 나폴레옹, 영국 빅토리아 여왕이 썼던 보석부터 세계에 단 3점만 있는 ‘조각계의 라파엘로’ 발레리오 벨리가 만든 십자가 등을 공개한다. 전시 공간 연출은 일본의 세계적 건축가 구마 겐고가 맡아 눈길을 끈다.전시 개막을 맞아 지난해 12월 한국을 찾았던 아리카와 대표는 “나는 불교 신자여서 인연에 대해 생각해 봤다”며 1500년 전 일본과 한국의 인연을 언급했다. “6세기 백제 성왕께서 일본에 불상과 경전을 전했다는 이야기가 있고 나도 이것을 믿습니다. 그때 일본이 한국에 큰 은혜를 입었다고 지금까지 생각해 왔어요. 아름다운 보석을 소개해 당시 받은 은혜의 1억분의 1이라도 갚을 수 있다면 그보다 기쁜 일은 없을 것입니다.”이번 전시는 고대와 중세 르네상스 시대 작품부터 러시아 예카테리나 2세와 17~18세기 유럽, 19세기 나폴레옹과 빅토리아 시대, 아르누보, 벨 에포크, 아르데코 등 광범위한 시대의 작품을 다룬다. 아리카와 대표도 “(내 컬렉션을) 영국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 뮤지엄 등 세계 박물관에서 70회 정도 전시했지만, 이번처럼 메소포타미아 시대부터 1950년대까지 긴 역사를 소개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아리카와 대표가 꼽은 주요 작품은 ‘벨리의 십자가’와 19세기 독일 뷔르템베르크 왕가의 보석 세트다. 벨리의 십자가는 16세기 만들어진 것으로 정교한 세공 기술이 돋보인다. 받침대는 1762년 프랑스 파리의 금세공인이 제작했다. 뷔르템베르크 왕가 보석 세트는 100개가 넘는 핑크 토파즈를 활용한 티아라와 목걸이, 귀걸이, 팔찌, 브로치로 구성됐다. 이밖에 나폴레옹 1세가 바사노 공작에게 선물한 브로치, 알폰스 무하가 만든 코르사주 장식품, 빅토리아 여왕이 포르투갈 여왕에게 선물한 팔찌 등도 관객들과 만난다.구마 건축가가 디자인한 전시 공간은 보석의 질감을 돋보이게 했다. 광택이 없는 투박하고 어두운 천을 배경에 깔아 ‘대비의 미’를 극대화했다. 각 전시 부문마다 배경천을 다양하게 배치하고 관객 동선은 은은한 조명을 따르도록 만들었다. 보석의 형태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오브제 ‘빛의 격자’와 ‘그림자의 격자’도 전시장 입구 로비와 휴식 공간에 설치됐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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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봉준호 ‘미키 17’ 내달28일 韓서 세계 첫선

    봉준호 감독(56·사진)이 미국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영화 ‘기생충’(2019년) 이후 6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 ‘미키 17’이 다음 달 28일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개봉된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는 10일 “봉 감독의 할리우드 영화 ‘미키 17’이 2월 28일 한국에서 처음 상영된다”며 “주인공 미키를 연기한 배우 로버트 패틴슨도 20일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키 17’의 글로벌 개봉일은 3월 7일로 예정돼 있다. ‘미키 17’은 2020년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 등을 받은 ‘기생충’ 이후 봉 감독이 6년 만에 발표하는 작품이다. 미 작가 에드워드 애슈턴의 2022년 공상과학(SF) 소설 ‘미키 7’이 원작으로, 얼음으로 뒤덮인 우주 행성 개척에 투입된 복제 인간 미키의 이야기를 그린다. 출연진도 화려하다. 영화 ‘트와일라잇’ 시리즈로 세계적인 스타가 된 뒤 ‘테넷’ ‘더 배트맨’으로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패틴슨이 주연을 맡았다. 지난해 넷플릭스 드라마 ‘성난 사람들’로 에미상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한국계 배우 스티븐 연과 ‘어벤져스’ 시리즈에서 헐크로 사랑받은 배우 마크 러펄로도 출연한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에 따르면 봉 감독과 패틴슨 등은 20일 한국에서 ‘미키 17’의 일부 영상 상영회를 함께한 뒤 무대 인사 등 다양한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한국에 처음 방문하는 패틴슨은 차기작 촬영으로 바쁜 와중에도 “봉 감독의 나라에 가고 싶다”며 일정을 조율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키 17’은 미국에서도 지난해부터 올해 가장 기대되는 영화 중 하나로 꼽히며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 CNN방송은 ‘2025년 기대작 11’에서 해당 영화를 언급하며 “SF 코미디로 보이지만 우주 공간에서 위험한 임무를 맡은 복제 인간을 통해 어둡고 무거운 주제를 다룬다”고 소개했다. 미 대중문화매체 버라이어티도 “봉 감독의 새로운 SF 스릴러 영화”라며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 ‘아바타: 불과 재’ 등과 함께 상반기 최고 기대작으로 선정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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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조금 특별한 너를 키우는 일이 나를 키우네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마음을 그림으로 담은 책 두 권이 비슷한 시기에 출간됐다. 한 권은 의료 사고로 장애를 갖게 된 조카를 함께 돌보는 고모가 직접 쓰고 그렸다. 다른 한 권은 쌍둥이를 키우는 엄마의 이야기를 발달장애를 가진 그림 작가가 그렸다.‘내 사랑 조카’는 조카를 위해 그림을 배우기로 결심한 고모의 이야기부터 마음을 휘젓는다. 고모는 “무엇을 그리고 싶냐”는 강사의 질문에 “조카를 그리고 싶다”고 말한 뒤 펑펑 눈물을 쏟는다. 이후 매주 조카의 모습을 그림으로 담기 시작했다. 그림 속에서 조카는 코에 달린 줄로 우유를 먹는다. 배 속에 있을 때 산소가 잘 전달되지 않아 뇌 손상을 입었다고 한다. 콧줄은 물론 산소포화도 측정기, 흡인기 등 의료 기기를 달고 일상을 살아간다.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소아 중환자실로 직행해 가족의 마음을 졸이게 했지만, 여러 힘겨운 치료를 버텨내며 소중한 존재로 자라난다. 책에는 조카의 성장 과정, 그리고 그 사이사이 ‘나’의 모습을 관찰한 자화상을 담고 있다. 조카를 돌보는 고모는 누군가 ‘이젠 네 인생을 살라’고 하거나, 조카의 안부를 묻다가 “어디가 좋아졌어? 말해? 먹어? 걸어?”라고 하면 적당한 답을 찾지 못해 막막함을 느꼈다고 한다. 당사자가 되어 보지 않으면 알기 어려울 복잡한 사정과 감정들 때문이다. 고모는 그 속내를 도화지에 풀어놓으며 “조카를 돌보는 일이 사실은 나를 돌본 것”임을 깨닫는다. ‘내 사랑 조카’를 스스로 “상부상조 성장기”라고 부르는 이유다.그런 의미에서 ‘아기나무들’은 또 다른 상부상조 성장기라 할 수 있다. 발달장애 작가가 영등포에 살고 있는 두 엄마의 이야기를 하나의 가상 이야기로 엮은 다음 그림책으로 만들었다. 지역 주민들이 참가한 ‘당신의 영등포를 그림책으로 만들어 드립니다’에서 출발한 프로젝트라고 한다. 그림책은 쌍둥이를 낳고 키우면서 ‘한 명을 안아주며 한 눈으로는 다른 아이를 보고 있었던’ 기분, 어떨 땐 내 마음을 몰라주는 아이들에게 미운 마음이 들기도 하는 경험, 어느덧 부쩍 큰 아이를 보며 느끼는 뿌듯한 감정 등이 담겼다. 아이를 키워 봤다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순간들이다. 발달장애를 가진 작가는 이런 장면들을 먼저 선으로 그은 다음 각 구역을 크레파스로 마음껏 색칠해 나간다. 두 책 모두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 나가는 따스함이 한 장 한 장 깊이 배어 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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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봉준호 6년만의 신작 ‘미키 17’, 내달 28일 韓서 첫 개봉

    봉준호 감독(56)이 미국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영화 ‘기생충’(2019년) 이후 6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 ‘미키 17’이 다음 달 28일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개봉된다.워너브러더스코리아는 10일 “봉 감독의 할리우드 영화 ‘미키 17’이 2월 28일 한국에서 처음 상영된다”며 “주인공 미키를 연기한 배우 로버트 패틴슨도 20일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키 17’의 글로벌 개봉일은 3월 7일로 예정돼 있다.‘미키 17’은 2020년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 등을 받은 ‘기생충’ 이후 봉 감독이 6년 만에 발표하는 작품이다. 미 작가 에드워드 애슈턴의 2022년 공상과학(SF) 소설 ‘미키 7’이 원작으로, 얼음으로 뒤덮인 우주 행성 개척에 투입된 복제 인간 미키의 이야기를 그린다.출연진도 화려하다. 영화 ‘트와일라잇’ 시리즈로 세계적인 스타가 된 뒤 ‘테넷’ ‘더 배트맨’으로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패틴슨이 주연을 맡았다. 지난해 넷플릭스 드라마 ‘성난 사람들’로 에미상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한국계 배우 스티븐 연과 ‘어벤져스’ 시리즈에서 헐크로 사랑받은 배우 마크 러펄로도 출연한다.워너브러더스코리아에 따르면 봉 감독과 패틴슨 등은 20일 한국에서 ‘미키 17’의 일부 영상 상영회를 함께한 뒤 무대인사 등 다양한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한국에 처음 방문하는 패틴슨은 차기작 촬영으로 바쁜 와중에도 “봉 감독의 나라에 가고 싶다”며 일정을 조율한 것으로 전해졌다.‘미키 17’은 미국에서도 지난해부터 올해 가장 기대되는 영화 중 하나로 꼽히며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 CNN방송은 ‘2025년 기대작 11’에서 해당 영화를 언급하며 “SF 코미디로 보이지만 우주 공간에서 위험한 임무를 맡은 복제 인간을 통해 어둡고 무거운 주제를 다룬다”고 소개했다. 미 대중문화매체 버라이어티도 “봉 감독의 새로운 SF 스릴러 영화”라며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 ‘아바타: 불과 재’ 등과 함께 상반기 최고 기대작으로 선정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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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림트의 뮤즈, 현실에선 성공한 사업가였다[영감 한 스푼]

    구스타프 클림트 하면 흔히 떠올리는 것이 ‘여인들의 초상화’입니다.클림트는 의뢰로 사교계 여성을 그리는가 하면, 상징에 빗댄 여자들의 누드를 그리고, 작업실에서는 이런 누드화의 모델을 선 여자들의 적나라한 포즈를 그렸습니다.생전 클림트는 “나라는 사람은 흥미로울 구석이 하나도 없다”며 “나에 대해 알고 싶다면 그림을 봐달라”며 사생활을 숨기려 했죠.그러나 수많은 여인을 그림으로 남긴 데다, 세상을 떠난 뒤 ‘숨겨둔 자식’들 10여 명이 유산을 요구하며 나타나 ‘클림트의 여인들’에 대한 관심은 지금도 끊이지 않는 이야깃거리입니다.오늘은 그 중 평생 클림트와 함께했던 여인이자 ‘키스’의 주인공으로 알려진 뮤즈, 에밀리 플뢰게의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바람둥이’ 클림트 눈 감아준 헌신적 여자?클림트와 플뢰게는, 클림트의 동생과 플뢰게의 언니가 결혼하며 사돈 관계로 알게 됩니다.클림트가 29세 젊은 화가일 때, 17세인 에밀리 플뢰게의 초상을 그렸는데, 가족이나 주변 사람을 모델로 흔히 그림을 그렸던 시기입니다.이후 클림트 형제들은 중요한 그림 커미션을 따내며, 그림 사업을 확장합니다. 플뢰게 자매 역시 ‘슈베스턴 플뢰게(플뢰게 자매라는 뜻)’라는 이름으로 패션 디자인을 시작해, 두 가문이 사업적으로 도움을 주고받았습니다.그러다 에른스트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고, 클림트가 조카의 후견인이 되면서 에밀리 플뢰게와 구스타프 클림트는 가까워집니다.두 사람은 빈의 사교 행사에 자주 함께했고, 사람들은 플뢰게를 ‘클림트 부인’이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그런데 클림트가 죽을 때까지 둘은 결혼하지 않았고, 같이 살지도 않았습니다. 클림트는 어머니와 여동생, 누나들이 함께 살며 뒷바라지했고, 플뢰게도 언니, 동생 및 가족과 함께 살았죠.이 때문에 예전의 클림트 전기에서는 플뢰게와 클림트가 ‘사랑의 결실을 맺지 못했다’거나, 플뢰게가 ‘바람둥이 클림트’를 눈 감아준 헌신적 여자로 묘사했습니다.그런데 최근 미술사학자들은 가부장적 시각에서 벗어나 플뢰게의 삶을 돌아보고 있는데요. 클림트의 모델, 뮤즈라는 렌즈를 버리고 플뢰게의 삶을 보면 그녀 자체로도 성공한 사업가이자 시대를 앞서갔던 디자이너였음이 드러납니다.‘슈베스턴 플뢰게’ 전성기엔 직원 80명클림트는 평생 플뢰게의 초상을 4차례 그렸는데, 여기서도 플뢰게의 변화를 엿볼 수 있습니다. 17, 19세 때 초상에서 플뢰게는 얌전한 드레스를 입고 있습니다. 19세 때 초상은 아름다운 정원과 공주풍 드레스가 눈길을 끌지만, 플뢰게의 포즈와 표정은 어색한 듯 경직되어 있죠.9년 뒤인 1902년. 완전히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다부진 입은 그대로지만 ‘비엔나 공방’ 디자이너들이 즐겨 사용했던 패턴의 원피스를 입고 턱은 약간 위로 든 모습이 자신감 넘칩니다.플뢰게가 입고 있는 옷은 당시에는 호불호가 갈리는, 낯선 스타일이었습니다. 허리가 조이지도 않고 패턴도 여성적 드레스에서는 잘 쓰이지 않는 것이었기 때문이죠.특히 영국에서 빅토리아 시대 여성의 신체를 과도하게 억압하는 옷을 바꾸자는 페미니즘 운동에서 시작한 ‘개혁 드레스’(Reform Dress)의 영향도 보입니다.이런 옷을 좋아하는 건 지성인과 아방가르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었죠. 플뢰게 자매들은 여성으로서는 드물게 1904년 빈에 패션 상점 ‘슈베스턴 플뢰게’를 열고 이런 옷을 만들었습니다.재밌는 건 클림트의 그림이 보여준 새로운 시도를 플뢰게 자매가 패션의 영역에서 보여주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매년 프랑스와 런던을 방문했던 플뢰게는 폴 푸아레에게 영감을 얻었고, 또 클림트와 절친했던 비엔나 공방 디자이너, 건축가와도 활발히 협업했습니다.이때 슈베스턴 플뢰게에 가면 비엔나 공방 스타일 인테리어에 콜로먼 모저가 디자인한 가구가 놓여 있고, 또 각종 실험적인 공예품들이 비매용 장식품으로 진열되며 세련된 취향과 감도를 자랑했습니다. 유럽의 도버 스트릿 마켓 같은 ‘편집샵’의 초기 형태를 보여줬다는 평가도 받습니다.그러면서 비엔나 공방 스타일을 낯설어하는 고객에겐 여전히 귀부인 스타일의 옷을 제작해 주면서 수익을 내는 수완도 갖췄습니다. 덕분에 슈베스턴 플뢰게는 전성기에 직원을 80명까지 두었고, 1차 세계대전 뒤에도 큰 타격을 입지 않았고, 나치의 유대인 핍박으로 문을 닫기 전에 30년 넘게 영업을 이어 갔다고 합니다.‘감각의 파트너’ 클림트를 사랑하다이렇게 플뢰게가 성공한 사업가였음을 주목한 독일 미술사학자 수자나 파르치는 “플뢰게가 클림트를 위해 ‘자기희생’(self-sacrifice)을 하고 눈 감아준(renunciation) 존재로 묘사하는 것은 그녀가 자기 사업과 커리어를 갖고 있었다는 점에 비춰보면 부적절하다”며 “플뢰게가 클림트로부터 경제적으로 독립했음을 감안하면 각자를 존중하는 파트너십은 그녀에게도 득이 됐을 것”이라고 말합니다.실제로 클림트는 자신에게 초상을 의뢰하는 부유한 중산층 고객을 플뢰게에 소개하며 도움을 주었고, 디자인에 관해서는 서로 의견을 공유하고 직접 옷을 함께 만들기도 했습니다. 또 두 사람은 매년 여름 함께 휴가를 떠났는데, 이곳에서 플뢰게가 새롭게 디자인한 옷을 입고 홍보용 사진을 찍을 때, 대부분은 클림트가 찍어줬습니다.1980년대에는 클림트가 플뢰게에 보낸 엽서 400장이 발견됐는데, 그중에는 이런 내용도 있었습니다.“파리에 와보니 이곳 사람들은 더 과감한 스타일의 옷을 입고, 누구도 이상한 시선으로 보지 않아. 당신이 파리를 무척 좋아했을 것 같아.”그러다가 플뢰게가 시장 조사를 위해 해외로 떠나면 클림트는 “미디(에밀리의 애칭), 왜 그렇게 빈을 빨리 떠났어? 파리에 그렇게 급하게 가야만 했던거야?”하고 묻거나, 자신이 빈을 떠났다가 돌아올 때는 “내 귀여운 미드리첸, 미데사, 미디(에밀리의 애칭들)에게 돌아갈 생각을 하니 너무 기뻐. 그녀가 기차역으로 마중을 나올까? 어쨌든 돌아가면 만나게 될 테니까”하고 애정 표현을 했습니다.클림트가 세상을 떠날 때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에밀리를 불러줘’였고, 유산 절반을 그녀에게 남겼다고 하죠. 이 유산 대부분은 미완성 작품, 그림, 드로잉이었는데 플뢰게는 개인적으로 의미있는 작품과 소장품을 팔지 않고 자택에 ‘클림트의 방’을 만들어 보관했다고 전해집니다.클림트의 복잡한 관계를 다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회화와 디자인에서 ‘새로움’을 찾으려 했던 꿈과 희망이 두 사람을 강하게 연결해 준 고리가 아니었을까. 또 한 사람의 일방적 희생이 아니라 각자의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며 ‘감각의 파트너’로 함께한 것이 오랜 시간 애정을 지키게 해주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영감 한 스푼’은 예술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창의성의 사례를 중심으로 미술계 전반의 소식을 소개하는 뉴스레터입니다. 매주 목요일 아침 7시 발행됩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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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완서 새로 발견된 수필 다섯편 첫 공개

    문학가 박완서(1931∼2011)가 작고한 뒤 새롭게 발견된 산문 다섯 편이 책으로 출간됐다. 7일 발행된 산문집 ‘다만 여행자가 될 수 없다면’(문학동네·사진)에는 처음으로 공개되는 박완서 작가의 미발표 원고 다섯 편이 실렸다. 이 책은 2005년 출간됐던 산문집 ‘잃어버린 여행가방’(실천문학)에 다섯 편을 추가해 새로 발간된 것이다. 박 작가의 딸인 호원숙 작가는 서문에서 “새롭게 들어간 글 다섯 편은 모두 우연히 발견했다”며 “어머니가 스크랩해 놓은 이 글들은 마치 ‘이런 글도 있었단다’ 하며 어머니가 건네주는 것 같았다”고 밝혔다. 새로 발견된 수필은 겨울을 지나 새봄을 맞는 이들에게 응원을 전하는 ‘겨울나무 같은 사람이 되자, 삶의 봄을 만들자’와 하루 여행을 마무리하며 얻은 깨달음을 쓴 ‘내 나름으로 누리는 기쁨’, 어릴 적 고향에서 뱀장어를 잡던 기억을 그린 ‘어린 시절, 7월의 뱀장어’, 대하소설 ‘미망’을 쓴 계기를 담은 ‘미망(未忘)에서 비롯된 것들’, 백두산에 가서 본 장대한 풍경을 묘사한 ‘천지, 소천지, 그리고 어랑촌 가는 길’ 등이다. ‘내 나름으로 누리는 기쁨’에서 박 작가는 친구와 강릉으로 당일치기 여행을 떠났다가 길을 잘못 든 동네에서 우연히 맛있는 백반집을 발견하고 “내 나름으로 생각하면서 누릴 수 있는 기쁨”이 바로 “호강”이라는 깨달음에 대해 얘기한다. ‘어린 시절, 7월의 뱀장어’엔 가난한 시절 숙부가 잡아준 뱀장어를 구워 먹었던 추억이 담겼다. ‘미망에서 비롯된 것들’에선 미망을 쓴 계기가 어린 시절 숙부에게 들은 이야기를 잊지 못해서였다고 털어놓는다. “너무 오래 가지를 키웠나 보다. 장장 오천 장이 넘는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며 “대부분의 내 소설은 도저히 잊어버릴 수 없음에서 비롯된 것들”이라고 썼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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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광판처럼 보였는데 종이… ‘영상 설치’의 묘미

    요즘 미술계에선 영상 매체와 디지털 기기를 어릴 때부터 접했던 한국의 20, 30대 작가들이 첨단 기술을 활용해 만든 미디어 작품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작가들은 화려한 화면 효과 혹은 편집 기술로 기존 작품과 차별화를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 송예환 작가는 영상을 설치하는 방식부터 다르게 해 주목받는다. 8일 개막한 서울 강남구 지갤러리의 개인전 ‘인터넷 따개비들’과 미술관 송은의 ‘제24회 송은미술대상전’(지난해 12월 17일 개막)에서 선보인 작품들은 신선하고 독특해 관람하는 재미가 작지 않다. ‘따개비들’을 비롯한 송 작가의 작품들은 얼핏 보면 조그마한 전광판이 다닥다닥 모여 영상을 송출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가까이서 보면 영상은 천장의 빔프로젝터에서 투사된 것이다. 전광판처럼 보이는 패널은 종이를 조립해 만든 조각이다. 웹 디자이너로도 일했던 작가가 온라인 공간을 코딩으로 만들었던 경험을 살려 오프라인 공간에서 종이를 차곡차곡 쌓고, 영상의 위치를 계산해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6일 개인전에서 만난 송 작가는 “웹 사용자 인터페이스(UI) 및 사용자 경험(UX)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사용자 친화적’인 서비스를 개발한다고 생각했는데, 이게 정말 사용자를 친구처럼 위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내 작품은 온라인 플랫폼이 정한 방향대로 세상을 보고 물건을 구매하는 인터넷 환경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작가는 ‘정보의 바다’라는 표현처럼 인터넷 공간을 물에 비유해 작품에 ‘따개비’나 ‘소용돌이치는 물’ 같은 형태를 차용한다. 그러나 그것을 구성하는 종잇조각은 격자무늬에 갇혀 자유롭기보다는 꽉 짜였고, 체계적이다. 여기에 스마트폰을 조작하는 사람의 손 모양, 입술에서 나온 말이 미끄러져 소용돌이 속으로 떨어지는 영상을 담아 작가의 문제의식을 표현했다. 송 작가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신진 작가 지원 프로그램 ‘젊은 모색’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지갤러리와 미술관 송은의 전시는 각각 2월 15일, 2월 22일까지 열린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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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디자이너 출신 작가 송예환, 개인전 ‘인터넷 따개비들’ 열어

    요즘 영상 매체와 디지털 기기를 어릴 때부터 접했던 한국의 20, 30대 미술가들이 기술을 활용해 제작한 미디어 작품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작가들은 독특한 서사, 화려한 화면 효과 혹은 편집 기술로 작품의 차별화를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이런 가운데 송예환 작가는 영상을 설치하는 방식을 다르게 해 주목받고 있다. 송 작가가 8일 개막한 서울 강남구 지갤러리의 개인전 ‘인터넷 따개비들’과 미술관 송은의 ‘제24회 송은미술대상전’(지난달 17일 개막)에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따개비들’을 비롯한 작품들은 얼핏 보면 조그마한 전광판이 다닥다닥 모여 영상을 송출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가까이서 보면 영상은 천정의 빔프로젝터에서 투사된 것이고, 전광판처럼 보이는 패널은 종이를 조립해 만든 조각이다. 웹 디자이너로도 일했던 작가가 온라인 공간을 코딩으로 만들었던 경험을 살려 오프라인 공간에서 종이를 차곡차곡 쌓고, 영상의 위치를 계산해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6일 만난 송 작가는 “웹 사용자 인터페이스(UI) 및 사용자 경험(UX)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사용자 친화적’인 서비스를 개발한다고 생각했는데, 이게 정말 사용자를 친구처럼 위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며 “내 작품은 온라인 플랫폼이 정한 방향대로 세상을 보고 물건을 구매하는 인터넷 환경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작가는 ‘정보의 바다’라는 말처럼 인터넷 공간을 물에 비유하는 데서 착안해 작품에 ‘따개비’나 ‘소용돌이 치는 물’ 같은 형태를 차용한다. 그러나 그것을 구성하는 종이 조각은 격자무늬에 갇혀 자유롭기보다는 꽉 짜였고, 체계적이다. 여기에 스마트폰을 조작하는 사람의 손 모양, 입술에서 나온 말이 미끄러져 소용돌이 속으로 떨어지는 영상을 담아 작가의 문제의식을 표현했다. 작가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신진작가 지원 프로그램 ‘젊은 모색’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지갤러리와 미술관 송은의 전시는 각각 2월 15일, 2월 22일까지 열린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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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빛도 다르다는 성북동에, 갤러리가 몰려든다

    미술 하면 떠오르는 동네들이 있다. 국내 대형 갤러리가 모인 서울 종로구 삼청동, 외국계 갤러리들이 즐비한 용산구 한남동과 강남구 청담동. 최근엔 전통적인 고급 주택가로 알려진 성북구 성북동에 미술관과 갤러리들이 늘어나며 미술 애호가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지난해 12월 대구의 유명 갤러리인 우손갤러리가 성북동에 서울 전시장을 마련하는가 하면, 2017년 성북동에 자리 잡은 제이슨 함 갤러리는 지난해 신관을 열었다. 게다가 서세옥미술관과 라인문화재단 미술관 등도 성북동 개관을 준비하고 있다. 미술계는 성북동의 어떤 매력에 빠진 걸까.● 큰 단독 주택, 전시장으로 갤러리스트들은 성북동의 고급 주택을 하나의 ‘전시 공간’으로 주목했다. 서울 도심에 둥지를 틀려면 건물을 새로 짓거나 기존 상가 건물에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성북동에선 규모 있는 단독 주택을 근사한 전시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 문을 연 우손갤러리 서울관은 50년 넘은 붉은 벽돌 건물을 1년 동안 리모델링했다. 이전까지 주한 베네수엘라 대사관저로 쓰였던 건물이다. 지금은 1·2층은 전시 공간으로, 지하 1층과 3층은 갤러리 고객을 위한 공간이 됐다. 이은주 우손갤러리 디렉터는 “갤러리가 밀집한 삼청동이나 번잡한 강남에 비해 성북동은 차분한 분위기가 강점”이라고 했다.2017년 성북동에 자리 잡은 제이슨 함 갤러리도 지난해 기존 전시장 옆 건물로 갤러리를 확장했다. 원래는 옆 건물을 철거하고 새로 지으려 했는데, 이 건물의 독특한 모양을 본 스위스 출신 현대 미술가 우르스 피셔가 “이곳에 작품을 설치하고 싶다”고 해 원형을 유지한 채 사용하고 있다. 건축주가 손수 지었다는 건물은 1층은 동그란 돌벽이, 2층은 유리창이 있다. 피셔는 이 건물을 전부 하얗게 칠하고 개인전 ‘Feeling’을 열었다. 성북동이 전통적 부촌이라는 점도 갤러리를 끌어들이는 요소다. 제이슨 함의 함윤철 대표는 “어릴 때부터 드라마를 보면 부잣집에선 ‘성북동입니다’ 하고 전화 받는 장면이 나와 성북동에 대한 판타지가 있었다”며 “이 지역의 터줏대감들도 잠재 고객이겠다는 기대가 있었다”고 말했다.● 자연과 문화유산은 미술관으로 “불편한 성북동으로 왜 오라는 것인가. 그 이유는 간단하다. 도심에서 멀지 않다는 것, 수돗물이 아니라 우물물을 먹는다는 것, 꽃이 피고 숲이 있고 단풍이 들고 새가 운다. 달도 산협(山峽)의 달은 월광이 다르다.” 성북동에 살았던 김환기(1913∼1974)가 남긴 글이다. 실제로 김환기를 비롯해 수많은 예술인이 성북구에 살았다. 김보라 성북구립미술관장은 “도심과 달리 자연이 살아 있고, 과거엔 서울시가 아니어서 집값도 저렴해 가난한 예술가들도 작업실로 삼았다”고 했다. 2009년 개관한 성북구립미술관도 국내에선 처음으로 자치구가 만든 미술관이다. 1978년 서세옥 김기창 등 예술가들이 만든 ‘성북장학회’가 지방자치단체와 끈끈한 관계를 맺으며 미술관 건립으로 이어졌다. 이런 배경도 성북동이 주목받은 중요한 이유가 됐다. 2028년에는 서세옥이 50년 넘게 살았던 한옥 ‘무송재’ 옆에 ‘서세옥미술관’이 개관한다. 미술관 자리는 서세옥의 아들 서도호의 작업실이 있던 곳이다. 2021년 서세옥 유족이 성북구립미술관에 기증한 작품 등 3342점을 바탕으로 연구 및 전시도 이뤄질 예정이다. 서세옥의 차남인 건축가 서을호가 미술관 설계를 맡았다. 라인문화재단도 2026년 개관을 목표로 성북동에 약 1만 ㎡ 규모의 현대 미술관을 준비하고 있다. 재단은 미술관 사전 프로그램으로 강남구 삼성동 비영리전시공간 ‘프로젝트 스페이스 라인’에 ‘모든 조건이 조화로울 때’를 열고 있다. 이 전시는 조경 디자이너 박소희와 미술가 박기원을 초청했는데, 성북동 미술관에서도 자연이 중요한 요소가 될 예정이다. 고원석 디렉터는 “서울 시내에서 보기 드물게 넓은 정원을 보유한 현대 미술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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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컬렉션’… 5월부터 과천-서울서 상설 전시

    국립현대미술관은 한국 근현대 미술 흐름을 볼 수 있는 상설 전시를 5월부터 과천관과 서울관에서 연다고 7일 밝혔다. 미술관은 소장품 1만1800여 점 가운데 주요 작품을 골라 과천관 2, 3층에선 1900∼1980년대 작품을, 서울관 1·2전시실에서는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작품을 전시한다. 상설관엔 지역 순회전을 마친 ‘이건희 컬렉션’ 작품이 다수 전시될 예정이다. 미술관은 또 과천관과 청주관에 학예, 행정, 시설 업무의 총괄 책임자를 임명했다. 두 미술관은 전시 콘텐츠를 자율적으로 구성하는 등 사실상 분관 체제로 운영된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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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품 12장’ 캘린더-에코백… 미술관들 ‘신년 굿즈’ 시선끌기 경쟁

    “달력 디자인이 잘 나와야 한 해 전시도 잘될 것 같아 무척 신경 써서 만들죠.”(윤율리 일민미술관 학예팀장) 휴대전화가 일상이 되면서 연말연초 가장 줄어든 선물 중 하나가 달력(캘린더)이다. 손에 쥔 스마트폰만 켜도 달력이 뜨다 보니, 선물로서의 가치도 갈수록 줄어들었다. 하지만 막상 새해가 밝아오면 ‘어여쁜’ 달력 하나쯤은 갖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미술적인 관점에서 보면, 날짜와 요일이 적힌 종이 뒤로 그림이나 사진을 넣는 달력은 미술관과 갤러리엔 또 하나의 소중한 캔버스다. 이 공간에 미술관 수장고에 있는 소장품 사진을 넣거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작가의 작품을 선별해 넣는다. 더 나아가 예술가와 초기 단계부터 협업해 공 들여 제작하는 경우도 많다. 미술 기관들의 ‘센스’를 경쟁하는 장이기도 한 ‘신년 굿즈’. 올해는 달력을 포함해 어떤 결과물이 나왔는지 살펴봤다.● 일민미술관 ‘푸른 뱀’ 달력리움미술관과 갤러리바톤은 해마다 예술가와 협업해 굿즈를 제작하는 걸로 유명하다. 리움미술관이 올해 달력을 위해 초청한 예술가는 크리스틴 선 김. 그가 달력에 제안한 작품은 2016년에 드로잉한 ‘저스트 뮤직’ 시리즈다. 영화에서 청각 장애인을 위한 자막에서 배경 음악을 묘사한 문구를 음표로 표현했다. 3월은 ‘숨죽인 클럽 음악’, 5월은 ‘긴장감이 고조되는 배경 음악’ 등의 글귀가 작가의 손 글씨로 적혀 있다. 김성원 리움미술관 부관장은 “계절별로 느껴지는 음악적인 감각이 시각적으로 묘사된 듯한 결과물”이라며 “청각 장애가 있는 작가가 보여주는 시각 언어를 통해 우리도 평소에 익숙하지 않은 감각을 공감해 보자는 마음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일민미술관은 특정 작가 작품 대신 미술관 직원들이 두 달 동안 머리를 모아 기획한 달력을 제작했다. 올해 콘셉트를 ‘푸른 뱀’으로 정하고, 달력 표지는 뱀피를 연상케 하는 질감의 종이를 사용했다. 또 뱀에 관련된 사자성어를 달마다 선정하고, 이 사자성어를 영어 문구로 풀어내 달력 디자인에 사용했다. 윤율리 학예팀장은 “뱀은 사악하면서도 지혜로운 이중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점이 재밌어서 ‘악담인지 덕담인지 모를’ 뱀에 관한 경구 12개를 담았다”며 “해외에서 오는 손님도 많아 한국의 문화적 정체성을 보여주기도 좋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서울시립미술관과 국제갤러리는 중량감 있는 여성 작가의 작품들을 담았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올해 개인전이 예정된 강명희의 작품으로 달력을 구성했다. 다이어리를 제작한 국제갤러리는 지난해 많은 주목을 받았던 김윤신 작가의 작품을 활용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소장품을 달력에 담았다.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는 “미술관의 대표 소장품 중 사계절과 월 특색에 맞는 작품을 선정했다”며 “올해는 벽걸이뿐 아니라 책장에도 부착할 수 있도록 끈이 달린 형태로 제작했다”고 밝혔다. ● 버킨백 대신 바톤백갤러리바톤은 연말이면 전속 작가와 협업해 디자인한 에코백을 500점 제작한다. 올해는 서양화가 수잔 송의 초기 작품에 등장하는 패턴을 차용했고, 남성도 사용하기 좋도록 어깨끈을 새롭게 달았다. 2021년 발광다이오드(LED) 패널에 숫자가 보이는 작품이 유명한 일본 현대미술가 미야지마 다쓰오와 협업했을 때는 여러 개의 숫자를 음영으로 표현한 디자인을 넣었다. 지난해 회화 작가인 쿤 판덴브룩과 제작할 때는 회화 작품의 일부를 가져와 가방 표면에 넣기도 했다. 매년 다른 색상과 디자인으로 연말 분위기를 담은 편지와 함께 발송되는 갤러리바톤의 에코백은 2015년부터 제작하기 시작했다. 미술계에선 ‘바톤백’이라는 애칭까지 생겼을 정도다. 갤러리바톤 관계자는 “명절마다 가족이 모여 만두를 빚듯, 갤러리 직원이 모여 ‘바톤백’에 편지를 넣고 발송하는 일이 소중한 연말 행사가 됐다”고 말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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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BS, 안동 병산서원서 드라마 찍다 ‘기둥에 못질’ 논란

    KBS 드라마 제작진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안동 병산서원에서 촬영을 하다 문화재 훼손해 논란이 벌어졌다.KBS는 2일 공식 입장을 통해 “연말 안동 병산서원에서 사전 촬영 허가를 받고 소품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문화재에 어떻게 못질을 할 수 있느냐’는 항의를 받았다”며 “이유 불문하고 현장에서 발생한 상황에 대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이날 문화재 훼손 논란은 민서홍 건축가가 소셜미디어에서 “KBS 2TV 새 드라마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가버렸다’ 스태프들이 병산서원에서 못질하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밝히며 불거졌다. 민 건축가는 “지난해 12월 30일 오후 3시경 병산서원에 들렀다 황당한 상황을 목격했다”며 “서원 내부 여기저기에 드라마 소품으로 보이는 물건이 놓여 있었고, 스태프들이 나무 기둥이 못을 박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나이가 지긋하신 중년 신사분이 스태프에게 항의하고 있었고, 나도 가만 보고 있을 수 없어 문화재를 훼손해도 되느냐고 거들었다”며 “스태프들은 귀찮다는 듯 ‘이미 허가를 받았다’며 적반하장으로 화를 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KBS는 “정확한 사태 파악과 복구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무엇인지 논의 중에 있다”며 “병산서원 관계자와 현장 확인을 하고 복구를 위한 절차를 협의 중”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과 추가 발생할 수 있는 피해 상황에 대해서도 적극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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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미조각 부르주아의 내면… 인체조각 뮤익의 섬뜩함

    ‘거대한 거미’가 떠오르는 현대미술의 거장 루이즈 부르주아(1911∼2010)의 대규모 회고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이불 작가의 40여 년 작품 세계를 돌아보는 개인전, 호주 출신의 극사실주의 조각가 론 뮤익의 첫 아시아 전시…. 지난해 경기 침체 여파로 미술시장도 한파를 맞았지만, 그나마 무게 있는 전시들이 줄을 이으며 관객들에게 기쁨을 선사했다. ‘뱀의 해’를 맞은 2025년도 국내외 명망 있는 작가들의 전시가 풍성하게 준비돼 있다. 올해 라인업에선 팬층이 두꺼운 작가들의 개인전이 빼곡하다.● 부르주아 내면 파고드는 호암 전시대형 거미 조각 ‘마망’으로 국내에도 팬이 많은 부르주아의 회고전은 8월 경기 용인시 호암미술관에서 열린다. 지난해 9월부터 이달 9일까지 열리는 일본 도쿄 모리미술관의 부르주아 대규모 회고전은 이미 도쿄를 다녀온 애호가도 적지 않다. 실제로 모리미술관 전시작 중 일부도 호암미술관으로 오지만, 전시 성격은 완전히 다르다. 김성원 리움미술관 부관장은 “호암 전시는 부르주아의 ‘정신분석 텍스트’가 중심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부르주아는 생전 수십 년간 정신 치료를 받았는데, 이 과정에서 남긴 일기 등의 기록이 말년에 공개된 바 있다. 이 자료를 토대로 전시 작품을 구성해 작가의 무의식이 작품과 어떻게 연결됐는지를 보여주겠다는 취지다. 김 부관장은 “작품을 감상하며 부르주아의 일기와 메모 등을 함께 읽을 수 있도록 전시를 구성하겠다”며 “작가의 내면세계를 깊이 파고드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9월 서울 리움미술관에서 열리는 이불 개인전도 기다리는 이들이 많다. 1980년대부터 40여 년간 펼친 작품 활동을 조망하는 이번 전시는 초기 노래방 작업과 사이보그 연작, 2005년 이후 이어지는 ‘나의 거대 서사(Mon Grand Recit)’ 연작이 중심이다. 초기 영상 작품을 다룬 2021년 서울시립미술관 개인전과 달리, 이불의 작품 세계를 폭넓게 살펴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현 첫 전시는 ‘론 뮤익’국립현대미술관의 2025년 첫 전시는 4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열리는 론 뮤익 개인전이다. 뮤익은 2021년 리움 재개관 기획전인 ‘인간, 일곱개의 질문’에서 커다란 얼굴 조각으로 한국 관객을 만난 적이 있다. 뮤익은 영화 특수분장 일을 했던 경력을 살려 살아 있는 듯 생생히 묘사된 인체 조각을 실제 사람보다 훨씬 큰 사이즈로 만들어 섬뜩하고 기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세대를 아우르는 감동이 있는 전시를 해보고 싶다”고 밝힌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 체제에서 기획된 첫 개인전이기도 하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이 밖에도 ‘초현실주의와 한국근대미술’전(4월 덕수궁), 김창열 개인전(8월 서울), ‘젊은 모색’(4월 과천) 등의 전시가 준비돼 있다. 아트선재센터는 ‘하종현 7957’(2월), 스페인 현대미술전인 ‘맑고 투명하고 깨어있는’(5월), 아드리안 비야르 로하스 개인전(8월)을 연다.● 젊은 작가 주목하는 갤러리들 국제갤러리와 갤러리현대의 라인업에서는 젊은 한국 작가들의 개인전이 눈에 띈다. 국제갤러리는 장파(43) 개인전을 12월 서울에서 연다. 장파는 강한 색채로 신체의 장기를 닮은 그로테스크한 형태를 그린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작가는 이를 ‘여성적 그로테스크’라고 표현한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접속하는 몸-아시아 여성 미술가들’전에도 대형 작품을 출품했다. 갤러리 측은 해외 아트페어에 출품할 강렬한 시각 언어를 가진 작가로 장파를 눈여겨본 것으로 전해졌다. 갤러리현대도 이우성(41) 개인전을 10월 신관에서 개최한다. 갤러리현대 관계자는 “이 작가는 개념 위주로 접근하는 또래의 많은 작가와 달리 청춘, 연대, 집회 같은 일상 속 장면을 다뤄 한국 특유의 정서가 드러나는 점이 흥미롭다”고 설명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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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니스 비엔날레 전시’ 구정아의 서울 나들이

    베니스 비엔날레 제60회 국제미술전 한국관에서 전시됐던 ‘구정아―오도라마 시티’의 귀국 보고전이 서울 종로구 아르코미술관 제1, 2전시실에서 열린다. 구정아 작가는 이탈리아 베네치아 자르디니 공원에 있는 한국관에서 ‘한국의 도시, 고향에 얽힌 향의 기억’을 주제로 작품을 선보인 바 있다. 이 작품들과 더불어 전시 과정에서 수집한 ‘향의 기억’에 관련한 사연들도 한국 전시에서 함께 볼 수 있다. 구 작가는 2023년 6월 25일부터 9월 30일까지 국내외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국에 얽힌 향의 기억’을 수집했다. ‘산동네에서 사용했던 연탄 냄새’, ‘학생 시위, 데모 현장에서 맡았던 최루탄 가스 냄새’, ‘가공되지 않은 싱싱하고 생생한 냄새’ 등 600여 편에 달하는 사연이 수집됐다. 전시장 1층에는 이 답변들이 보내준 사람의 이름과 함께 모두 공개됐다. 이는 베니스 비엔날레 전시에서는 볼 수 없었던 구성이다. 전시장 2층으로 가면 이렇게 수집한 이야기를 토대로 구 작가가 조향사에게 의뢰해 만든 17개의 서로 다른 향기를 맡아볼 수 있다. 전시는 내년 3월 23일까지.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4-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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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카소부터 케네디까지… 20세기 ‘시대 아이콘’을 담았다

    사진가 아널드 뉴먼이 찍은 대담하고 실험적인 작곡가 이고리 스트라빈스키의 초상 사진. 스트라빈스키의 얼굴은 왼쪽 가장자리로 밀려나 있고, 그랜드 피아노의 검은 덮개가 무거운 존재감을 과시한다. 그런가 하면 경쾌한 추상을 그린 페르낭 레제의 사진에서는 심각한 표정의 작가 왼쪽 아래 원기둥 두 개가 사람의 다리처럼 유쾌하게 겹쳐 있다. 이렇게 파블로 피카소부터 존 F 케네디까지 20세기의 주요 인물을 렌즈에 담은 사진가 뉴먼의 작품이 한국에서 처음으로 전시된다. 내년 3월 23일까지 서울 종로구 뮤지엄한미 삼청본관에서 열리는 ‘시대의 아이콘: 아놀드 뉴먼과 매거진, 1938-2000’전은 뉴먼의 초기 실험작, 잡지 의뢰작, 창의적인 인물 사진, 기업 의뢰작, 보도 사진 등 200여 점을 전시한다. 2023년 캐나다 온타리오 미술관(AGO)에서 먼저 열렸던 전시를 뮤지엄한미와 AGO가 공동 기획·재구성했다. 뉴먼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예술가, 작곡가, 배우와 정치인의 강렬한 초상 사진을 촬영했다. 특히 인물의 성격이나 직업을 주변 환경을 이용해 드러내는 방식의 ‘환경 초상’으로 유명하다. 예를 들어 조지아 오키프를 피사체로 할 때는 그녀가 즐겨 그렸던 들소의 머리뼈를 오키프의 옆얼굴 위에 놓고 사진을 찍었다. 에드워드 호퍼의 초상은 텅 빈 것 같은 커다란 집 앞에 호퍼를 덩그러니 앉혔다. 거기에 그의 아내는 아주 멀리서 걸어오는 구도로 거의 점처럼 보이게 담았고, 전체 광경을 마치 열쇠 구멍 사이로 들여다보는 것처럼 연출했다. 그 결과 사진은 호퍼의 쓸쓸하고 고요한 회화 작품들을 떠올리게 한다. 이들 작품 중 상당수는 잡지사의 의뢰로 촬영됐다. 이 때문에 전시는 뉴먼의 작품에 미친 당대 잡지의 영향력도 주의 깊게 다룬다. ‘하퍼스 바자’, ‘라이프’, ‘홀리데이’, ‘포천’, ‘타운&컨트리’ 등 잡지와 뉴먼이 맺은 관계, 이들 매체와 작가 간의 상호 보완적 관계의 여정을 살펴볼 수 있다. 피카소, 앤디 워홀 같은 미술가뿐 아니라 무용가 마사 그레이엄, 작곡가 글렌 굴드, 헨리 루스 라이프 매거진 창립자 등 다양한 직업군의 초상 사진도 전시됐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4-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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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00년 빈의 폭발하는 욕망과 그림자 [영감 한 스푼]

    1897년 오스트리아 빈.전통적인 아카데미 예술이 아닌 ‘새로운 예술’을 꿈꾸는 사람들이 모여 ‘빈 분리파’를 결성하고 구스타프 클림트를 대표로 선출합니다. 여기엔 건축가 요셉 호프만, 디자이너 콜로먼 모저도 함께 있었죠.‘시대에 맞는 예술’을 보여주겠다는 이들의 꿈은 20년도 이어지지 못하고 잿더미가 됩니다.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났기 때문입니다.수많은 사람이 각기 다른 꿈을 꾸었던 대도시 빈. 이곳의 예술 작품과 그 안에 담긴 여러 겹의 사회상을 소개합니다.극적인 탐미주의, 클림트빈 예술가들이 새로운 예술을 모색한 된 계기는 프랑스의 아방가르드 예술이었습니다.다만 이들이 추구했던 예술은 ‘신성한 봄’(빈 분리파가 발간한 저널)이라는 말처럼 다소 모호합니다.같은 시기 후기 인상파 작가인 세잔이나 고갱이 개인의 내면으로 파고들어 새로운 관점을 보여주었다면, 클림트의 작품은 장식적인 경향이 강합니다.키스, 연인, 삶과 죽음 같은 소재는 추상적이고 드라마틱하죠.이 때문에 불과 몇십년 전까지만 해도 클림트는 미술사에서 변방의 독특한 취향으로 여겨졌고 오히려 오스카 코코슈카의 표현주의가 더 인정받았습니다.1986년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서 1900년대 빈을 조명했을 땐 건축과 디자인을 먼저 소개한 다음, 회화를 다뤘으니까요.그러나 최근 빈 모더니즘에 대한 관심과 함께 클림트에 대한 다른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신흥 중산층과 초상화영국 내셔널갤러리가 2013년 전시에서 주목한 것은 초상화입니다. 이 전시의 출발은 클림트가 1888년 그린 ‘옛 부르크극장의 오디토리움’.여기서 부르크극장은 당시 빈의 신흥 중산층에게 중요한 공간이었는데요. 황제 및 상류층과 중산층이 한데 모이는 몇 안 되는 공간이 바로 이곳이었기 때문입니다.클림트의 그림은 극장의 무대가 아니라 객석에 앉은 사람들을 단체 사진처럼 자세히 묘사하고 있습니다.즉 여기서 중요한 건 극장의 콘텐츠가 아니라 ‘누가 여기에 앉아 있느냐’. 이 그림의 목적은 황제와 함께 공연을 관람하는 ‘이너서클’을 인증하는 ‘인증샷’과 같은 것이었습니다.당시 빈은 황제 프란츠 요제프 1세가 이끌고 있었지만, 그 제국은 헝가리와 타협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그 안에는 루마니아, 체코, 폴란드, 독일, 이탈리아 등 다양한 출신의 인구가 각자의 언어와 종교 인정을 요구하고 있는, 겉모습은 제국이지만 절충적인 대도시였습니다.이곳의 신흥 중산층은 초상화로 신선한 취향과 계급을 과시하려 했습니다. 이를 가장 탁월하게 충족해 준 화가 중 한 명은 클림트였고요.즉 인상파의 화법은 가져오되, 왕정을 인정하지 않는 급진성은 제외하고, 상류층 취향과 적당히 타협하고 싶었던 빈 중산층의 욕망을 클림트의 회화가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이러한 미의식은 다른 한쪽에서 반발을 일으킵니다.실레와 코코슈카의 표현주의“클림트가 참여한다면 나는 전시하지 않겠다!”이 말은 클림트가 최고 인기 작가였을 때 20대 작가인 리하르트 게르스틀이 한 것입니다.게르스틀은 푸른색을 배경으로 한 자화상을 비롯해 뛰어난 초상화를 남겼죠. 그는 아널드 쇤베르크의 음악을 알아보고 가까이 지내며 그림을 가르쳐주기도 하고, 그의 초상도 그렸는데요.쇤베르크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클림트의 작품은 예술성이 부족하다고 느껴진 듯합니다.코코슈카가 클림트를 ‘대도시 스타일리스트’라고 말했다는 기록도 있는데요.이렇게 클림트가 대도시에서 인정받으려는 중산층의 욕망에 충실했다면, 그의 다음 세대 젊은 작가들(게르스틀, 코코슈카, 에곤 실레)가 빈에서 본 것은 그러한 욕망이 낳은 어두운 그림자였습니다.빈은 도시화가 이뤄진 링슈트라세 지역의 땅 위로는 새로운 건축과 화려한 일상이 펼쳐졌죠. 그런데 이곳의 지하에는 ‘두더지 인간’들이 살고 있고, 그 외곽에는 ‘홍등가’로 불리는 성매매 지역이 크게 발달했습니다.‘두더지 인간’은 일자리를 구하러 도시에 왔지만, 집이 부족해 지하 하수구에서 살았던 이민자들을 가리킵니다.1880~1890년에 인구가 두 배로 증가한 빈에서 이민자들은 열악한 환경에 시달렸고, 이러한 실태를 고발하는 다큐멘터리 사진집이 빈에서 세계 최초로 발표되기도 했죠.실레의 적나라한 누드는 주체할 수 없이 폭발하는 욕망의 단면을 암시합니다.이렇게 짧은 기간 안에 폭발적으로 분출된 욕망은 클림트의 ‘탐미주의’나, 빈 분리파 건축가들의 ‘총체 예술’, 혹은 실레와 코코슈카의 표현주의 어느 한 쪽으로도 정리되지 못한 채 전쟁으로 막을 내립니다.이후 빈은 반유대주의, 사회주의(레드 비엔나), 나치즘 등 극단을 오가며 소용돌이에 휩싸였고요.그런 격동기를 앞둔 빈의 모습이 최근 현대 사회의 출발로 여겨지며 연구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그중에서도 예술가들의 작품들은 같은 도시 안의 너무나 다른 모습을 표현하며 여러 가치가 혼재했던 빈의 모습을 증언하고 있습니다.※ ‘영감 한 스푼’은 예술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창의성의 사례를 중심으로 미술계 전반의 소식을 소개하는 뉴스레터입니다. 매주 목요일 아침 7시 발행됩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4-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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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00년 빈의 폭발했던 욕망과 그림자[김민의 영감 한 스푼]

    1897년 오스트리아 빈. 전통적인 아카데미 예술이 아닌 ‘새로운 예술’을 꿈꾸는 사람들이 모여 ‘빈 분리파’를 결성하고 구스타프 클림트를 대표로 선출합니다. 여기엔 건축가 요제프 호프만, 디자이너 콜로만 모저도 함께 있었죠. ‘시대에 맞는 예술’을 보여주겠다는 이들의 꿈은 20년도 이어지지 못하고 잿더미가 됩니다.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사람이 각기 다른 꿈을 꾸었던 대도시 빈. 그곳의 예술 작품과 그 안에 담긴 여러 겹의 사회상을 소개합니다.극적인 탐미주의, 클림트 빈 예술가들이 새로운 예술을 모색하게 된 계기는 프랑스의 아방가르드 예술이었습니다. 다만 이들이 추구했던 예술은 ‘신성한 봄’(빈 분리파가 발간한 저널)이라는 말처럼 다소 모호합니다. 같은 시기 후기 인상파 작가인 세잔이나 고갱이 개인의 내면으로 파고들어 새로운 관점을 보여주었다면, 클림트의 작품은 장식적인 경향이 강합니다. 키스, 연인, 삶과 죽음 같은 소재는 추상적이고 드라마틱하죠. 이 때문에 불과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클림트는 미술사에서 변방의 독특한 취향으로 여겨졌고 오히려 오스카어 코코슈카의 표현주의가 더 인정받았습니다. 1986년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서 1900년대 빈을 조명했을 땐 건축과 디자인을 먼저 소개한 다음, 회화를 다뤘으니까요. 그러나 최근 빈 모더니즘에 대한 관심과 함께 클림트에 대한 다른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신흥 중산층과 초상화 영국 내셔널갤러리가 2013년 전시에서 주목한 것은 초상화입니다. 이 전시의 출발은 클림트가 1888년 그린 ‘옛 부르크극장의 오디토리움’. 여기서 부르크극장은 당시 빈의 신흥 중산층에게 중요한 공간이었는데요. 황제 및 상류층과 중산층이 한데 모이는 몇 안 되는 공간이 바로 이곳이었기 때문입니다. 클림트의 그림은 극장의 무대가 아니라 객석에 앉은 사람들을 단체 사진처럼 자세히 묘사하고 있습니다. 즉, 여기서 중요한 건 극장의 콘텐츠가 아니라 ‘누가 여기에 앉아 있느냐’입니다. 이 그림의 목적은 황제와 함께 공연을 관람하는 ‘이너서클’을 인증하는 ‘인증샷’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당시 빈은 황제 프란츠 요제프 1세가 이끌고 있었지만, 그 제국은 헝가리와의 타협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그 안에는 루마니아, 체코, 폴란드, 독일, 이탈리아 등 다양한 출신의 인구가 각자의 언어와 종교 인정을 요구하고 있는, 겉모습은 제국이지만 절충적인 대도시였습니다. 이곳의 신흥 중산층은 초상화로 신선한 취향과 계급을 과시하려 했습니다. 이를 가장 탁월하게 충족해 준 화가 중 한 명이 클림트였고요. 즉, 인상파의 화법은 가져오되 왕정을 인정하지 않는 급진성은 제외하고, 상류층 취향과 적당히 타협하고 싶었던 빈 중산층의 욕망을 클림트의 회화가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미의식은 다른 한쪽에서 반발을 일으킵니다.실레와 코코슈카의 표현주의 “클림트가 참여한다면 나는 전시하지 않겠다!” 이 말은 클림트가 최고 인기 작가였을 때 20대 작가인 리하르트 게르스틀이 한 것입니다. 게르스틀은 푸른색을 배경으로 한 자화상을 비롯해 뛰어난 초상화를 남겼죠. 그는 아널드 쇤베르크의 음악을 알아보고 가까이 지내며 그림을 가르쳐주기도 하고, 그의 초상도 그렸는데요. 쇤베르크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클림트의 작품은 예술성이 부족하다고 느껴진 듯합니다. 코코슈카가 클림트를 ‘대도시 스타일리스트’라고 말했다는 기록도 있는데요. 이렇게 클림트가 대도시에서 인정받으려는 중산층의 욕망에 충실했다면, 그의 다음 세대 젊은 작가들(게르스틀, 코코슈카, 에곤 실레)이 빈에서 본 것은 그러한 욕망이 낳은 어두운 그림자였습니다.빈은 도시화가 이뤄진 링슈트라세 지역의 땅 위로는 새로운 건축과 화려한 일상이 펼쳐졌죠. 그런데 이곳의 지하에는 ‘두더지 인간’들이 살고 있고, 그 외곽에는 ‘홍등가’로 불리는 성매매 지역이 크게 발달했습니다. ‘두더지 인간’은 일자리를 구하러 도시에 왔지만, 집이 부족해 지하 하수구에서 살았던 이민자들을 가리킵니다. 1880∼1890년에 인구가 두 배로 증가한 빈에서 이민자들은 열악한 환경에 시달렸고, 이러한 실태를 고발하는 다큐멘터리 사진집이 빈에서 세계 최초로 발표되기도 했죠. 실레의 적나라한 누드는 주체할 수 없이 폭발하는 욕망의 단면을 암시합니다. 이렇게 짧은 기간에 폭발적으로 분출된 욕망은 클림트의 ‘탐미주의’나, 빈 분리파 건축가들의 ‘총체 예술’ 혹은 실레와 코코슈카의 표현주의 어느 한쪽으로도 정리되지 못한 채 전쟁으로 막을 내립니다. 이후 빈은 반유대주의, 사회주의(레드 비엔나), 나치즘 등 극단을 오가며 소용돌이에 휩싸였고요. 그런 격동기를 앞둔 빈의 모습이 최근 현대사회의 출발로 여겨지며 연구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예술가들의 작품들은 같은 도시 안의 너무나 다른 모습들을 표현하며 여러 가치가 혼재했던 빈의 모습을 증언하고 있습니다.※뉴스레터 ‘영감 한 스푼’은 매주 목요일 오전 7시에 발송됩니다. QR코드를 통해 구독 신청을 하시면 e메일로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김민 문화부 기자 kimmin@donga.com}

    • 2024-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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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돌 vs 밤’ 맞붙은 두 여성 작가… 그 끝엔 ‘공존과 희망’

    홍이현숙 작가가 베테랑 등반가들과 협업해 북한산 인수봉을 광목천에 프로타주(탁본)한 작품을 공개했다. 세로 11.25m, 가로 1.6m 광목천 6줄로 된 설치 작품과 작업 과정을 담은 영상, 인수봉의 소리를 담은 음향 1점으로 구성된 신작의 제목은 ‘당신이 지금 만지는 것―인수봉’이다. 이 작품은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서 5일 개막한 전시 ‘돌과 밤’에서 볼 수 있다. ‘돌과 밤’은 서울시립미술관이 매년 여는 기획전 ‘타이틀 매치’ 시리즈의 올해 버전이다. 2024 타이틀 매치는 퍼포먼스 작가 홍이현숙과 염지혜를 초청해 10년 만에 여성 작가 2인전으로 구성했다. 두 작가는 기후 이변, 전쟁 등 세계가 처한 위기를 통찰하는 신작 4건과 영상, 설치, 회화 등 작품 35점을 전시한다. 홍이현숙 작가가 비석과 바위를 닦아내는 것은 인간과 비인간인 ‘돌’이 하나의 자연으로 서로 얽혀 있다고 보고, 그것에 직접 손을 맞대고 접촉함으로써 이해할 수 있다고 제안하기 위한 것이다. 또 그는 ‘돌’을 주제로 여러 작품을 선보였는데, 그중 하나인 영상 작품 ‘아미동 비석마을’도 새롭게 제작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일제강점기 공동묘지로 사용됐던 부산 아미동 비석마을을 배경으로, 비석에 얽힌 상상의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밤’을 모티프로 하는 염지혜의 작품은 ‘만일 지금이 이 세상의 마지막 밤이라면 어떡하나?’라는 위기감에서 ‘불’, ‘가속’, ‘지연’ 같은 개념들을 인간의 형태로 등장시킨 이야기를 영상으로 구성했다. 또 이 작품과 연결되는 영상 작품 ‘한낮의 징후’는 그러한 위기 앞에서 느끼는 불안감을 미술사 속 인물부터 파란 가재까지 다양한 이미지를 통해 그려냈다. 두 작가가 협업한 작품도 전시됐다. ‘돌과 밤’은 두 작가가 5개의 키워드로 작성한 짧은 글을 목소리로 주고받는 소리를 녹음한 것이다. 바다 생물과 인간의 몸 사이에 접점을 만들어보고자 하는 ‘바다생물 다라니’를 함께 읊는 것으로 시작해, 홍이현숙이 ‘버드나무가 돌아왔다’를 낭독하며 공존과 희망을 이야기한다. 전시는 내년 3월 30일까지.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4-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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