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석

허진석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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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허진석 기자입니다.

jameshur@donga.com

취재분야

2024-12-17~2025-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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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일반20%
산업13%
IT10%
생활/가정3%
  • 스튜디오랩, 사진 촬영 자동화 로봇으로 CES 혁신상

    생성형 인공지능(AI)과 로보틱스 기술로 상업용 콘텐츠를 혁신하는 스튜디오랩(대표 강성훈)이 세계적인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인 CES에서 자사의 사진 촬영 자동화 로봇인 젠시 피비(GENCY PB)로 로보틱스 분야에서 ‘CES 2025 혁신상’을 수상했다고 최근 밝혔다. 젠시 피비는 지능형 로보틱스로 상업용 사진 촬영부터 인물 촬영까지 수작업으로 진행되는 촬영 과정을 자동화한 기술이다. AI가 실시간으로 피사체를 분석해 최적의 촬영 구도를 자동으로 잡아주고, 피사체의 특징을 부각하는 상업용 사진을 스스로 찍을 수 있다. 모델의 특징부터 제품의 특징, 배경 정보 등을 분석해 기업이 원하는 감도의 촬영이 가능하도록 구현했다는 것이 스튜디오랩의 설명이다. 지난해 CES 인공지능 분야 최고혁신상을 받았던 ‘젠시(구 셀러캔버스)’는 사진만 업로드하면 상업용 상세 페이지를 15초 만에 자동 생성하는 기술이다. 이미 LF, W컨셉, GS리테일 등 국내 기업에서 사용 중이다. 촬영 자동화 로봇인 젠시 피비가 촬영한 사진으로 젠시가 상세 페이지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이재영 스튜디오랩 이사는 “젠시 피비는 앞으로 단순하고 반복적인 촬영을 자동화하는 영역을 넘어서서 인간의 사진 촬영 감각에도 도전하는 촬영 기술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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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주 신약 개발하려 국내 우주기업 3사 맞손[톡톡 스타트업 뉴스]

    국내 민간 우주기업 3사가 우주의학 분야의 새로운 지평을 열기 위해 힘을 모았다. 우주 발사체 개발 기업 이노스페이스(대표 김수종)는 “우주 의학 기업 스페이스린텍과 우주탐사기업 인터그래비티테크놀로지스와 함께 ‘우주의학 저궤도 제조 플랫폼 상업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9일 밝혔다. 이번 협약의 핵심은 우주 공간의 미세중력 환경을 활용한 신약 개발이다. 맥킨지에 따르면 우주 제약산업은 중장기적으로 42억 달러(약 6조 1천억원) 규모의 거대 시장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각 기업은 독자적인 기술력으로 시너지를 창출할 계획이다. 스페이스린텍은 우주의학 연구와 제약 플랫폼을, 이노스페이스는 맞춤형 우주발사체 기술을, 인터그래비티는 궤도 수송선과 지표면 회수 기술을 제공한다. 스페이스린텍은 최근 제2차 한국형 ARPA-H 프로젝트의 ‘의료 난제 극복 우주의학 혁신의료기술개발’ 과제에 주관기업으로 선정된 바 있다. 이노스페이스는 올해 7월 국내 첫 민간 상업 위성 발사를 위해 개발한 ‘한빛-나노(HANBIT-Nano)’ 발사체의 발사를 준비 중이다. 2024년 설립된 인터그래비티는 무독성 고효율 추진기관을 앞세워 궤도 수송선과 회수선을 개발하고 있다.이노스페이스 김수종 대표이사는 “이번 업무협약을 통해 우주의학 모듈 수송용 우주 발사체 및 시스템 개발과 함께 우주의학 분야의 새로운 발사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어 매우 뜻깊다”며 “민간 우주기업 3사 간의 파트너십 강화는 기술개발 협력을 넘어 신규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고, 우주 산업의 다변화와 확장을 이끄는 중요한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스페이스린텍 윤학순 대표이사는 “각 분야별 대표 우주기업들의 이번 업무협약은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닌 우주제약 산업을 향해 협력의 장을 만드는 의미 있는 첫발이라고 생각한다” 며, “최근 우주를 활용한 신약개발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한국이 주요 플레이어로서 인식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하는 의미도 크다”고 말했다.인터그래비티 이기주 대표이사는 “바르다(Varda Space)와 같은 선두기업이 우주에서 초고부가가치 제약품을 생산하는 우주공장의 시작점에 진입한 상황에서 3사가 공동으로 우주바이오 로지스틱스 솔루션을 만들어내고 신속하게 시연함으로써 미래 먹거리를 우주에서 만들어 내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5-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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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IT, 투명 안테나 등으로 CES 2025 혁신상 수상[톡톡 스타트업 뉴스]

    첨단소재 스타트업 CIT(대표이사 정승)가 세계적인 정보기술·가전 박람회(CES)에서 투명 안테나와 투명 디스플레이로 ‘CES 2025 혁신상’을 수상했다고 8일 밝혔다.투명안테나인 ‘돌핀’ 은 기존 투명 안테나의 한계를 극복한 혁신적인 제품으로, 자동차뿐만 아니라 스마트 빌딩 유리창, 가로등, 버스 정류장 등 다양한 도시 인프라에 활용할 수 있다.돌핀은 L밴드에서 K밴드까지 총 6개의 주파수 대역을 지원하고, 최대 20GHz까지 사용이 가능하다. 이는 자율주행 기술 및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oftware Defined Vehicle, SDV) 시대에 필수적인 고속 데이터 통신을 가능케하는 주파수 영역이다.돌핀은 투명성과지속 가능성 측면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두께 10나노미터(nm)이하의 초박막 구리 회로를 사용해 90% 이상의 투명성을 구현했고, 폐전선을 재활용한 구리를 활용해 탄소발자국을 기존 안테나 대비 1000분의 1 수준으로 줄였다.CIT는 이번 CES에서 혁신적인 투명 디스플레이 기술도 함께 선보였다. 투명 디스플레이는 초박막 구리 회로를 적용해 사람이 눈으로 인식하지 못할 정도의 높은 투명도를 구현했다. 이 기술은 전시관, 상업시설, 대중교통등 다양한 B2B 시장에서 활용도를 높이고 있다.CIT의 CES부스는 Venetian Expo Halls A-D에 마련됐고, 참관객들은 돌핀과 투명 디스플레이 기술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정승 CIT 대표는 “CES 무대를통해 CIT의 혁신적인 기술력을 전 세계에 선보이게 되어 기쁘다”며 “지속 가능한 기술 개발과 혁신을 통해 미래를 열어가는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5-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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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혈액만 분석해서 난소암 조기 발견… 11종 암 동시 진단 실현할 것”[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인류는 근래 액체 생체검사에 공을 들이고 있다. 혈액이나 소변, 침 등 다양한 생체 유체를 분석해 암 발생의 신호를 찾는 방식이다. 혈액 속에 떠다니는 암세포의 유전자 조각을 직접 분석해 낼 정도로 바이오 기술이 발전한 덕이다. 문제는 누가 얼마나 경제적인 방식으로 더 정확하게 찾아내느냐 하는 것이다. 유전자 조각을 직접 찾아 분석하는 식이어서 고가의 장비가 필요하고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포어텔마이헬스는 혈액 속에 있는 혈소판을 분석해 암을 조기 진단하는 혁신적인 방식을 만들어 낸 스타트업이다. 현재 난소암을 진단하는 방식을 개발해 임상시험을 앞두고 있다. 진단 기기는 상용화 기간이 짧아 이르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즈음에 건강검진 항목에서 선택할 수도 있다. 지난해 12월 18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만난 안태진 대표이사(47)는 “난소암은 조기 발견이 특히 어려운 암 중 하나여서 먼저 개발했다”며 “누구도 부담 없는 비용으로 암을 조기 검진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고 했다.● 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새 패러다임 혈액으로 암을 조기 발견하는 진단법을 상용화한 기업으로는 미국의 그레일(Grail)사가 있다. 몸속 어딘가에서 암세포가 생기면 면역세포가 암세포의 일부를 찾아 파괴하는 과정이 생긴다. 이때 분해된 암세포의 디옥시리보핵산(DNA) 조각을 혈액 속에서 찾아내 암을 진단한다. 20mL의 혈액 속에 불과 5∼10개로 존재하는 암세포의 DNA 조각(ctDNA·순환 종양 DNA)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비싼 DNA 염기서열분석(시퀀싱) 장비가 있어야 한다. 소비자는 120만 원가량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무엇보다 1∼2기의 조기암 발견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포어텔마이헬스는 찾기 힘든 DNA 조각 대신 혈액 속에 적혈구 다음으로 많이 존재하는 혈소판에 주목했다. 암세포도 우리 몸속의 혈액을 이용한다. 암세포는 이 과정에서 혈액 속 혈소판의 리보핵산(RNA)에 변형시켜 자신의 흔적을 남긴다. 포어텔마이헬스는 이 혈소판의 RNA에서 암의 발병 징후를 찾아낸다.● 혁신적인 진단 기술 개발 포어텔마이헬스의 핵심 경쟁력은 고순도 혈소판 분리 기술이다. 혈소판은 충격에 매우 민감해 분리가 어려운데, 1000번이 넘는 실험 끝에 최적의 분리 조건을 찾아냈다. 분리한 혈소판의 RNA를 분석해 난소암 환자의 경우 15군데에서 정상적인 서열이 아닌 것을 알아냈다. 또 각 부위는 난소암의 서로 다른 특징을 반영하는 독립적인 지표로 작용한다는 것도 알아냈다. 여러 마커를 조합함으로써 진단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는 의미다. 난소암 종양의 유무뿐만 아니라 그 종양이 양성인지 악성인지도 동시에 판결할 수 있는 배경이다. 안 대표는 “혈액 6mL만 있으면 혈소판 RNA를 분석해 암을 진단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난소암의 발병 기전을 설명하고 여러 치료제의 저항성을 예측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이어 “자체 연구결과로, 난소암 조기 진단에서 암 환자를 암 환자로 판별하는 민감도는 93%, 정상인을 정상인으로 판별하는 특이도는 98%를 보였다”며 “1∼2기 조기암 발견에서 기존 ctDNA 방식 대비 우수한 성능을 보였다”고 했다. 포어텔마이헬스는 코로나19 사태로 전국에 이미 많이 보급돼 있는 PCR 장치를 기반으로 검사할 수 있는 방식을 개발해 검사 비용을 5만∼10만 원대로 낮춰 보급할 계획이다.● 삼성전자에서 생물정보학으로 암 연구 안 대표는 한동대 생명과학부 학사, 포항공대 분자생명과학부 석사를 거쳐 서울대 생물정보학 협동과정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생물정보학(생명정보학) 전문가다. 분자생물학과 정보기술을 결합해 암과 관련된 생체표지자(바이오마커)를 연구하는 분야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전문연구원으로 재직하면서 암과 관련한 연구를 했다. 체외진단 의료기기와 항암제 개발에 참여했고, 삼성병원과 협업 프로젝트 등을 수행했다. 과학기술논문색인지수(SCI)급 논문을 30여 편 발표했고, 특허를 약 50건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에서 암을 연구하면서 환자의 생존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기술 개발에 관심을 두고 있다가 창업을 했다. 안 대표는 “혈소판은 뭔가 생명활동에 유용한 물질을 품고 있다가 신호를 받으면 그것을 밖으로 내보내는 역할을 한다. 암세포는 이런 혈소판을 변조해 암세포가 자라는 데 필요한 성장인자를 내놓게 한다. 암이 생기면 먼저 나타나는 혈소판의 변조를 활용하면 암을 빨리 진단할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가 있었다”고 했다. 이 회사는 현재 생명과학과 생물정보학, 컴퓨터과학 등 다학제적 전문성을 보유한 연구진을 보유하고 있다. 안은용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서울대 약대를 나와 생물정보협동 과정에서 석사를 받고, 테크니온-이스라엘 공대에서 컴퓨터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곽신영 최고제품개발책임자(CMO)는 서울대 약대를 나와 같은 대학 융합과학기술대학원에서 종양미세환경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건강검진 통해 11개 암 동시 진단이 목표” 안 대표는 자사 기술이 난소암 진단에서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서울대병원 등 국내 주요 5개 병원과 함께 11개 암종에 대한 임상연구를 진행 중이다. 난소암을 첫 진단 분야로 정한 이유에 대해 안 대표는 “난소암은 조기 발견이 가장 중요한 암이다. 1∼2기에 발견하면 생존율이 90%에 달하지만, 3∼4기에는 20% 미만으로 떨어진다. 하지만 대부분 증상이 없어 67%가 3기 이상에서 발견되고 있는 실정이다”라고 했다. 포어텔마이헬스는 난소암 조기 진단부터 시작해 내년에는 자궁경부암과 자궁내막암, 내후년에는 유방암 진단법을 개발한 뒤 2028년에는 위암 폐암 간암 대장암 췌장암 담도암 갑상선암 등 총 11개 암종의 진단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5년 후에는 11개 암을 한 번에 진달할 수 있는 통합 제품을 출시하는 것이 목표다. 포어텔마이헬스는 지난해 12월 국내 스타트업 축제인 ‘컴업 2024’에서 스타트업 밸리 루키리그 최종 우승기업에 선정돼 올해 5월 프랑스에서 열리는 글로벌 스타트업 축제 비바테크 참가 기회를 얻기도 했다. 위험 요인이 없지는 않다. 그레일 같은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해야 한다. DNA 염기서열분석 장비가 발달하면 가격이 낮아질 수 있다. 침이나 소변 등을 검사해서 암을 진단하는 방법도 속속 나오고 있다. 안 대표는 “저가의 진단 도구가 더 필요한 인도와 베트남 등으로 먼저 진출해 글로벌 시장에서 신뢰도를 빠르게 높일 수 있는 전략을 추진 중”이라고 했다. 회사 이름 포어텔마이헬스는 ‘나의 건강을 미리 예견한다’는 의미다. 안 대표는 “사람들의 건강 위험을 미리 예측해 소중한 일상을 지키는 것이다. 삼성전자에서 일하면서 배운 ‘사업보국’이라는 말처럼, 기술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고 싶다”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5-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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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00kg 부품도 정확하게 이송… “고정밀 주행기술로 세계시장 공략”[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물건을 옮겨야 하는 일은 산업 현장에서 다반사다. 물류 창고는 물론이고 자동차 조립 공정, 선박 제조 공정 등에는 무거운 물건도 많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는 600kg에 달하기도 한다. 전자제품을 만드는 공장에서도 여러 가지 부품을 실수 없이 안정적으로 생산라인에 공급해야 한다. 다품종 소량 생산이 늘어나면서 공장 내에 특정 생산장소로 특정 부품을 적기에 공급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산업용 물류 로봇의 필요성이 커지는 배경이다. 더구나 제조와 물류 현장에서 인력난이 심화되고 있다. 제조 공정의 자동화라는 큰 물결과 함께 물류 자율주행 로봇의 쓰임은 더 많아질 공산이 크다. 2022년에 설립된 나비프라는 물류 로봇의 고정밀 자율주행 솔루션을 만드는 스타트업이다. 설립한 지 3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이미 유명 대기업의 국내외 공장에 자사의 소프트웨어(SW)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올해 50억 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16일 경기 수원시 연구실에서 만난 박중태 대표이사(45)는 “어떤 로봇이든 우리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면 1cm, 1도 각도 이내의 정밀도로 자율주행을 할 수 있다”며 자사 기술의 범용성과 정밀성을 강조했다. 물류 로봇에 기본적인 소프트웨어가 있지만 제조 공정별로 다른 요구 사항을 충족시키려면 별도의 고정밀 제어 SW가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글로벌 기업들이 장악했던 시장이다.● 물류 로봇 종류 가리지 않는 자율주행 솔루션나비프라의 고정밀 자율주행 기술은 나비코어와 나비브레인으로 나뉜다. 나비코어는 고객사의 다양한 로봇에 이식돼 고정밀 자율주행을 구현한다. 나비브레인은 지게차 로봇과 이송 로봇 등 수백 대의 물류 로봇이 서로 부딪치지 않고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동선과 작업 순서를 관제하는 프로그램이다. 수백 대의 로봇이 교착 상태에 빠지지 않고 오랜 기간 안정적으로 운용되도록 하는 중요한 기술이다. 박 대표는 “식당의 서빙 로봇은 정지 정밀도나 이동 정밀도가 높지 않아도 활용이 가능하지만 공장에서는 정확한 곳에 서고, 정확한 경로로 가지 않으면 공장 전체가 생산을 멈추게 된다”며 정밀한 운행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나비프라는 1cm 이내의 오차로 정확하게 로봇을 정지시킨다. 덕분에 네 귀퉁이의 귀를 딱 맞춰야 쌓아 올릴 수 있는 철구조물을 자율주행 지게차가 정확한 곳에 정지해 쌓을 수 있다. 무거운 배터리를 여유 공간이 거의 없는 보관대에 집어넣는 작업도 여유롭게 한다. 박 대표는 “오차를 벗어나면 배터리가 떨어져 충격을 받을 수 있고, 그러면 화재가 발생할 수도 있어 자율주행이 안정적으로 작동한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나비프라에 따르면 글로벌 경쟁 기업들과 비교해 정지 정밀도는 최소 2배 정도 더 높고 최대 이동 속도는 20% 더 빠르다. 로봇이 활동할 공간의 지도를 작성하는 면적도 경쟁사 대비 4배 정도 넓어 훨씬 더 넓은 공간에서 안정적인 운용이 가능하다. 나비프라 제품은 국내 유명 자동차 회사 및 그룹사 공장에 적용 중이다. 특히 해당 자동차 회사가 미국에 세운 전기차 공장의 조립 라인에서 운용될 100대 이상의 주행로봇에도 나비프라 SW가 들어갔다. 볼보 전기차트럭의 배터리 생산 공장에서도 쓰고 있고, 국내 유명 조선소 중 한 곳은 배관 검사용 로봇에 나비프라의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자율주행 협동로봇을 만드는 뉴로메카는 나비프라의 기술을 적용해 선박 블록 용접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외 약 40곳 공장에서 800여 로봇에 기술을 적용했다.● 대학에서 자율주행 연구하던 동료 모아 창업 박 대표는 고려대에서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로봇공학이 전공으로 전문 분야는 자율주행이다. 대학원 시절 쿤스(KUNS·Korea University Navigation System)라는 자율주행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삼성과 현대 등 여러 기업에 기술 이전됐다. 박 대표는 “2005년 대학원에 들어가 2011년 졸업을 했다. 자율주행 SW에는 자신이 있어 그때도 창업을 생각했지만 결국 미뤘다”고 했다. 학교에만 11년을 있어 사업 운영 방식을 모른다는 판단에서였다. 이후 삼성중공업 책임연구원, LG전자 책임연구원 등을 거치며 대기업과 비즈니스 세계를 11년가량 경험하고 창업했다. 현재 64명의 임직원 중 58명이 연구개발 인력이다. 대학에서 같이 공부했던 선후배 동료들이 새출발에 큰 힘이 됐다. 박 대표는 “20여 년의 연구 경험과 초기 창업 멤버들의 훌륭한 팔로어십(능동적 추종력) 때문에 창업 이후 비교적 빠르게 상용화 기술을 내놓을 수 있었다”고 했다. 공정에 투입되는 자율주행 로봇은 24시간 안정적으로 운영돼야 효과를 낸다. 창업 초기에 검증되지 않은 기술이라는 이유로 고충을 겪었다. 지방에 있는 고객사 근처로 매일 출근해 연구하고 개선된 결과물을 보여주며 끊임없이 설득했다. 첫 회사의 검증을 통과한 것이 발판이 됐다. 이후에는 기술력을 인정받아 대량 발주로 이어지는 성과를 거뒀다.● 2025년에는 로봇 제작으로 사업 확대 나비프라는 창업 3년째인 2025년에는 물류 로봇을 설계 제조하는 하드웨어 사업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기술과 인력 확보를 마친 상태로 물류 로봇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일괄 수주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박 대표는 “글로벌 시장에서 하드웨어까지 함께 공급하며 2025년에는 1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박 대표는 사업의 위협 요인에 대해 “기술은 어느 한 곳이 독보적인 지위를 오래 가지기 힘들고, 상향 평준화된다”며 “스타트업이 살아남으려면 끝없는 연구개발로 더 차별화되는 기능을 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까지 800여 로봇에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적용해 봤다. 여름엔 괜찮았는데 겨울에는 추워서 센서가 작동을 안 한다든가 하는 문제가 생기는데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들이 후발주자와는 차별화되는 경쟁력이 된다”고 했다. 물류 로봇의 효율과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공장에 카메라들을 설치해 로봇들과 연동하게 하는 신기술도 연구 중이다. 박 대표는 “로봇이 카메라 등 주변 인프라와 교신을 하면 사각지대를 크게 줄일 수 있고, 운용도 훨씬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고 했다. 나비프라는 모든 이동형 로봇의 자율주행 솔루션을 책임지는 회사를 꿈꾼다. 그는 “제품의 생산 단계는 물론이고 그 제품이 최종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모든 물류에 우리 기술이 적용되게 하고 싶다”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4-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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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건축-재개발 총회, 스마트폰으로 신속하고 정확하게”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조합원 총회를 디지털로 전환해 사업 기간과 사업비를 줄일 수 있도록 해 주는 스타트업의 서비스가 있다. 서울 강남구에 있는 레디포스트(대표이사 곽세병)의 대표 서비스인 ‘총회 원스탑’은 전자서명과 전자투표를 통해 재건축·재개발 총회를 온라인으로 진행하도록 돕는다. 현재 900여 조합 및 관리단이 이용 중이고, 누적 전자 총회 횟수는 1000회를 돌파했다. 곽세병 대표는 17일 “기존 도시정비 사업은 총회만 연 2∼6회 정도씩 최대 84회까지 열린다. 서면 및 우편 진행이 기본인 데다가 대면 총회도 정족수를 못 채우면 무산돼 사업도 지연되기 일쑤”라며 “총회 원스탑을 통한 전자 총회는 공인문서전자제도를 통해 진행 과정의 신뢰를 담보하고 스마트폰 앱을 통한 간단한 총회 절차로 빠르게 사업성을 확보한다”라고 설명했다. 레디포스트에 따르면 부동산 총회를 디지털로 전환하면 평균 14년이 걸리는 재건축 사업 기간을 1년 이상 단축시킬 수 있다. 그는 이어 “총회 원스탑은 현재 국내 재건축 및 재개발, 리모델링 등 조합 총회 및 관리단 집회에서 제일 많이 사용 중이다. 올 4분기(10∼12월)에는 서울시 정비사업 전자투표 활성화 시범사업자로도 선정돼 10개 구역에서 실증을 진행 중”이라고 했다. 레디포스트에 따르면 올해 처음 전자투표를 도입한 한 조합은 작년에 2시간이 걸린 개표 작업을 올해는 15분으로 줄였고, 총회 개최 비용을 70%가량 줄였다. 곽 대표는 “현재 누적 사용자는 25만 명이며, 평균 91%가 만족했다”라고 밝혔다. 레디포스트는 정비사업 관련 정보 및 온라인 총회 기능을 제공하는 ‘원스탑 빌리지’도 서비스 중이다. 이 회사는 2022년 정보통신기술(ICT) 규제 샌드박스를 거쳐 ‘주거정비 총회 전자적 의결 서비스’에 대한 특례를 받았고, 올해 7월에는 ‘도시정비 온라인 총회’, ‘전자 동의서 징구’를 특례로 인정받았다. 수십 년간 아날로그 방식으로만 진행됐던 부동산 총회에 디지털 방식이라는 새 선택지를 레디포스트가 만들고 있는 셈이다. 레디포스트의 성장에는 2022년부터 시작된 서울시와 서울경제진흥원(SBA)의 지원이 적잖은 힘이 됐다. 곽 대표는 “2024년 서울형 민간투자 연계 기술사업화 지원(서울형 TIPS) 덕분에 온라인 총회 전자동의 기술을 개발할 수 있었다. 이어서 기술 특례가 인정됐고, 곧바로 서울시 정비사업전자투표 시범사업에 투입돼 실사례를 남길 수 있었다”고 했다. 곽 대표는 “부동산 온라인 총회가 내년에는 특례 형식을 벗어나 법으로 시행될 예정이어서 사업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4-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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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냉장고 속 재료로 반려동물 수명 늘릴 자연식 ‘뚝딱’

    반려동물에게 집에서도 손쉽게 건강한 식사를 제공할 수 있는 ‘반려동물 자연식 자가제조 플랫폼’이 등장했다. 반려동물 헬스케어 스타트업 지오하임(대표 김인선)은 냉장고 속 식재료로 반려동물의 식사를 손쉽게 만들 수 있도록 해주는 플랫폼 ‘아이오플레이트(IO Plate)’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출범시켰다고 10일 밝혔다. 자연식은 사람이 먹는 것처럼 신선한 재료로 조리한 반려동물의 식사를 말한다. 자연식은 반려동물의 건강수명을 늘리는 것으로 알려져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확산 중이다. 아이오플레이트는 냉장고에 있는 식재료를 입력하면 반려동물의 종과 나이, 체중, 질환 유무 등에 맞춰 다양한 자연식 조리법을 무료로 제공한다. 먹으면 안 되는 식재료는 자동으로 걸러준다. 예컨대 감자와 당근, 닭가슴살, 양파 등이 있다고 입력해도 양파는 넣으면 안 된다고 안내하고 이를 뺀 레시피를 알려준다. 아이오플레이트에는 수의영양학에 기반한 영양 밸런스 계산 알고리즘 ‘아이오코어’가 들어 있다. 반려동물의 활동성 등을 고려해 하루에 필요한 단백질과 지방, 탄수화물의 최적 비율을 계산한다. 찌거나 볶는 등 조리 방법에 따라 달라지는 영양 분포까지 계산한다. 이를 기반으로 적정 체중 유지 혹은 체중 감량용 급여량까지 구별해서 알려준다. 노령견이나 당뇨가 있는 동물 등 특수한 사정에 맞춘 반려동물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전문가 추천 조리법도 알려준다. 아이오플레이트는 보호자들이 불안해하는 영양 불균형 해소를 위해 조리법마다 34가지의 영양분을 분석해 알려준다. 부족 성분은 영양 솔루션 ‘아이오피리어드’로 보완토록 개발해 뒀다. 아이오피리어드는 이미 전문 동물병원에서 활용 중이다. 유명 반려동물 자연치유클리닉인 평생피부과동물병원의 박종무 수의사는 “피부병 치료를 위해 자연식 처방을 많이 하는데, 일반 식재료만으로는 영양 균형을 맞추기 힘들어 아이오피리어드를 활용하게 됐다”며 “자연식을 어려워하는 보호자들에게도 훨씬 더 다양한 자연식 권유가 가능해졌다”고 했다. 김인선 지오하임 대표이사는 “미국과 유럽 선진국에서는 자연식이 면역력을 높여 건강수명을 늘린다는 점이 널리 알려져 있다”며 “건강하면서도 간편한 급여 방식을 계속 개발 중인데, 조만간 인공지능(AI)을 통한 개별 맞춤형 수의영양학 서비스인 ‘닥터 아이오(Dr. IO)’도 선보일 예정”이라고 했다. 지오하임은 아이오플레이트를 통한 자연식 제조 및 급여, 영양 균형 솔루션까지 특허를 받아 둔 상태다. 자연식에 대한 관심은 동남아 시장에서도 커지고 있다. 지오하임은 인도네시아 기업의 문의를 받고 대면 협상을 한 뒤 아이오플레이트를 인도네시아로 수출하는 협의도 진행 중이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4-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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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냉장고 속 재료로 반려동물 수명 늘리는 자연식 ‘뚝딱’

    반려동물에게 집에서도 손쉽게 건강한 식사를 제공할 수 있는 ‘반려동물 자연식자가제조 플랫폼’이 등장했다. 반려동물 헬스케어 스타트업 지오하임(대표 김인선)은 냉장고 속 식재료로 반려동물의 식사를 손쉽게 만들 수 있도록 해주는 플랫폼 ‘아이오플레이트(IO Plate)’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출범시켰다고 10일 밝혔다. 자연식은 사람이 먹는 것처럼 신선한 재료로 조리한 반려동물의 식사를 말한다. 자연식은 영양 성분이 잘 보존돼 면역력을 높이고 장을 건강하게 만든다. 피부병등 여러 질환 원인으로 지목되는 건조사료의 첨가물로부터도 자유롭다. 궁극적으로 반려동물의 건강 수명을늘려 준다는 연구결과 등이 나오면서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아이오플레이트는 냉장고에 있는 식재료를 입력하면 반려동물의 종과 나이 체중질환유무 등에 맞춰 다양한 자연식 조리법을 무료로 제공한다. 먹으면 안 되는 식재료는 자동으로 걸러준다. 예컨대 감자와 당근, 닭가슴살, 양파등이 있다고 입력을 해도 양파는 넣으면 안 된다고 안내를 하고 이를 뺀 레시피를 안내한다.아이오플레이트에는 수의영양학에 기반한 영양 밸런스 계산 알고리즘 ‘아이오코어’가들어있다. 반려동물의 체중, 나이, 활동성 등을 고려해 하루에 필요한 단백질과 지방, 탄수화물의 최적비율을 계산한다. 찌거나 볶는 등 조리방법에 따라 달라지는 영양분포까지 계산한다. 이를 기반으로 적정 체중 유지 혹은 체중 감량용 급여량까지 정확하게 알려준다.노령견이나 당뇨가 있는 동물 등 특수한 사정에 맞춘 반려동물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전문가추천 조리법도 안내한다.아이오플레이트는 보호자들이 불안해하는 영양 불균형 해소를 위해 조리법 마다 34가지의 영양분을 분석해 알려준다. 냉장고 속 식재료의 종류에 따라부족한 영양분은 매번 다르다. 완전한 식사로 만들어 주는 영양솔루션 ‘아이오 피리어드’까지 개발했다. 아이오 피리어드는 전문 동물병원에서 이미 활용 중이다. 유명 반려동물피부전문병원인 평생피부과동물병원의 박종무 수의사는 “피부병 치료를 위해 자연식 처방을 많이 하는데, 일반식재료만으로는 영양 균형을 맞추기 힘들어 아이오 피리어드를 활용하게 됐다”며 “자연식을 어려워하는 보호자들에게도 훨씬 더 다양하게 자연식 권유가가능해 졌다”고 했다.김인선 지오하임 대표이사는 “미국과 유럽 선진국에서는 수의 영양학자들의연구로 자연식이 면역력을 높여 건강수명을 늘린다는 점이 널리 알려져 있다”며 “수의 영양학과 처방식 코치 자격을 갖춘 자체 연구인력과 국내외의전문 데이터베이스(DB)의 도움을 받아 자연식을 확산시키고자 아이오플레이트를 만들게 됐다”고 했다. 벨기에 두 수의사 제라드 리퍼트(Gerard Lippert) 박사와브루노 사피(Bruno Sapy) 박사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개의 식단이 수명에 미치는 영향은 수명을 35개월(약 3년)이나 늘렸다. 개의 수명을12~15년으로 잡으면 20~25% 가량 늘어나는 셈이다.지오하임은 식재료의 성분 분석을 위해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식품 DB뿐만 아니라 미국 농무부(USDA), 유럽 식품정보자원(EURO FIR), 일본 문부과학성(MEXT)의 식품 분석 정보까지망라해 분석한 뒤 영양 보충 솔루션을 개발했다.시험 서비스 기간에 아이오플레이트를 사용해 본 이용자들의 반응은 ‘안심’과‘편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4살 요롱이 보호자인 김보령 씨는 “건강한 변을 본 적이 없어 사료를 바꿔보기도 하고 유산균도 먹여봤지만 소용이없다가 자연식을 접하게 돼 효과를 봤다”며 “그런데 자연식을 만들면서도 재료 선별과 급여량, 영양 불균형에대한 걱정이 많았는데, 아이오플레이트 쓰면서 그런 걱정을 덜게 돼 너무 좋았다”고 했다.백설이 보호자인 정하늘 씨는 “사료를 한 알씩 세어 먹던 녀석이 자연식으로바꾸고는 밥 시간에 깡충깡충 뛰면서 기다린다”며 “수의사가 자연식 줄 때 영양균형이 가장 중요하다고 해 걱정이 있었는데, 아이오플레이트의 계산 결과에 따라 아이오피리어드 하루 1.5포 급여로걱정을 떨쳐 냈다”고 했다.김 대표는 “음식은 우리 아이들을 치유하는 약이 되거나 서서히 건강을 해치는독이 될 수 있다”며 “반려동물의 상태를 잘 아는 수의사는 아이오플레이트를 통해 최적의 처방식을 처방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건강하면서도간편한 급여 방식으로 지속적으로 연구할 예정으로 조만간 인공지능을 통한 개별 맞춤형 수의 영양학 서비스인 ‘닥터 아이오(Dr. IO)’도 선보일 예정”이다고 했다.지오하임은 아이오플레이트를 통한 자연식 제조 및 급여, 영양균형 솔루션까지 특허를 받아 둔 상태다. 자연식에 대한 관심은동남아 시장에서도 커지고 있다. 지오하임은 인도네시아 기업의 문의를 받고 대면 협상을 한 뒤 아이오플레이트를인도네시아로 수출하는 협의도 진행 중이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4-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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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달에 평균 3kg 감량… 혈당만 관리해도 살은 저절로 빠져”[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의사의 길 대신 의학 지식으로 창업하는 진로를 택했다. 스타트업 랜식의 혈당 및 비만 관리 인공지능(AI)은 그 결과로 생겼다. 랜식의 양혁용 대표이사는 올해 31세다. 2022년 6월에 창업을 했을 때는 29세. 의사가 되고 난 후 군대를 갔다. 2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만난 양 대표는 “어렴풋이 생각하고 있던 창업의 길을 정말 가야 할지를 군대에서 수많은 인문학 책을 읽으며 확신을 가지게 됐다”고 했다. 목소리가 크지 않고, 빠르지도 않다. 뭔가를 거창하게 장담하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약해 보이는 것은 아니다. 그는 ‘차가운 열정’의 소유자로 보였다. 랜식은 글루코핏이라는 서비스로 혈당 관리와 비만 관리를 돕는다. 혈당을 연속으로 측정하는 기술을 이용해 혈당 예측 AI를 만들었다. 연속혈당측정기를 계속 사용하지 않더라도 섭취하는 음식의 사진을 찍으면 언제쯤 얼마나 혈당이 오르는지 알려준다. 양 대표는 “AI 기술 덕분에 음식 사진만으로도 95%의 정확도로 혈당을 예측한다”고 했다. 당뇨병이 있거나 당뇨 전 단계인 사람들은 물론이고 살을 빼서 더 건강해지고 싶은 사람들이 대상이다. 그는 “혈당이 급격하게 오르지 않도록 하고, 평균 혈당을 적절하게 관리하면 살은 1개월에 3∼4kg 정도는 빠진다”고 했다.● “혈당을 관리하면 적절한 체중이 된다” 체중 감량에는 운동보다 섭취하는 음식이 70∼80%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섭취한 칼로리보다 빠져나가는 칼로리가 더 많으면 살은 빠진다. 섭취하는 음식과 탄수화물의 양이 적절한지를 점검하는 데 혈당은 유용한 수단이다. 음식을 많이 먹으면 기본적으로 하루 혈당 평균치가 높다. 이는 비만으로 이어지고 당뇨병 진단 지표인 당화혈색소 수치도 높인다. 사람들이 허기를 느끼는 것은 혈당 수치가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수치가 낮아졌을 때다. 식사를 하고 나면 1시간 30분쯤 후에 혈당이 최고치를 기록하고, 다시 1시간 30분쯤이 흐르면 최저치로 떨어진다. 급하게 먹으면 더 가파르게 오르고 가파르게 떨어진다. 혈당이 너무 많이 떨어지면 배고픔이 심해져 간식을 더 간절히 원하게 된다. 당뇨 환자에게는 혈당 관리가 뇌졸중이나 심근경색, 당뇨병성 망막병증 같은 당뇨 합병증을 막아주는 생명의 파수꾼이다. 연속혈당측정기가 나오면서 인류는 이제 자신의 24시간 혈당 변화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됐다. 혈당 측정을 위해 손가락 부위를 찔러 피를 짜내서 측정할 필요가 없다. 24시간 내내 자신의 혈당 수치를 아는 것만으로도 혈당 관리는 좀 쉬워졌다.● 대체 음식 추천 등 실천 가능한 피드백 주효 랜식의 기술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 양 대표는 “저희의 핵심 기술은 AI 기반 개인화 실시간 예측 모델링”이라고 했다. 2000만 건의 혈당 데이터와 30만 건의 식단 데이터가 예측 모델의 기반이 됐다. 사용자들이 먹는 음식의 사진만 앱에 올려도 AI는 혈당이 얼마나 오를지 예측해 준다. 더 중요한 것은 예측된 혈당이 너무 높다면 고생을 덜하면서 이를 극복하는 방법을 알려준다는 것이다. 예컨대 먹는 음식에서 밥의 양을 한 숟가락 줄이고, 닭가슴살을 한 조각 더 먹으면 하루 섭취 열량은 유지하면서도 혈당은 dL당 10mL 낮출 수 있다고 안내하는 식이다. 양 대표는 “연속혈당측정기로 혈당만 측정하면 ‘아, 혈당이 너무 높게 나오네. 왜 이런 거지?’라고 하기 십상이지만 글루코핏 서비스를 이용하면 먹은 음식 중에서 뭐가 원인인지, 섭취 비중을 어떻게 조절하면 되는지를 쉽게 알 수 있다”고 했다. 연속혈당측정기는 주로 한 번 부착해서 14일가량 쓸 수 있다. 그런데 계속 부착하기에는 1개 10만 원 안팎의 가격이 부담스럽다. 양 대표는 “개인마다 혈당에 반응하는 민감도가 달라서 초기 데이터로 몇 번은 착용해야 하지만, 그 이후에는 글루코핏 서비스를 통해 음식 사진만으로도 자신의 혈당 변화를 알 수 있어 경제적이다”라고 했다. 글루코핏 서비스는 여기에 더해 사용자의 운동 습관과 수면 시간 등을 파악해 최적의 혈당 관리를 위한 방안도 제시해 준다. 언제 몇 보가량 걸으면 되고, 수면 시간을 최소 몇 시간 확보해야 한다는 식이다. 양 대표는 “3개월이면 자신에게 잘 맞는 음식과 그렇지 않은 음식, 최적의 공복 시간 등을 종합해 평생 갈 수 있는 새로운 식습관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식사 후에 졸음을 느끼거나 피로감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혈당 수치가 너무 급격하게 변하는 식습관을 가졌을 가능성이 높다. 랜식에 따르면 지금까지 1만5000명의 누적 사용자 중 65%가 혈당 개선 효과를 봤다. 4주간 평균 3kg 정도를 감량했다. 사용 후기에는 3∼4kg 살을 뺀 뒤 건강하게 잘 유지하고 있다는 글이 많다. 양 대표는 “혈당 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삼성전자와 강북삼성병원, 현대모비스 등 대기업 임직원들도 사용했다”고 했다. 랜식은 현재 외국 브랜드의 연속혈당측정기를 활용하는데, 점점 더 많은 연속혈당측정기와 웨어러블 헬스기기를 연동할 계획이다.● 하고 싶은 일을 좇아 묵묵하게 창업 준비 단국대 의대를 졸업한 양 대표는 예과 2학년 때 아이티로 의료봉사를 다녀오면서 창업을 생각하게 됐다. 기본적인 영양제조차 없어 기형아를 출산해야 했던 산부들을 보며 진료실로 오지 않을 수도 있는, 더 많은 사람들을 도울 방법을 찾고 싶었다. 의대 졸업 후 바로 군대를 갔다. 그는 “군에 있으면서 창업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다. 창업은 힘든 길이어서 내가 흔들리지 않을 철학이 필요했다. 내가 어떤 인생을 살고 싶고 왜 그렇게 살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고, 그렇게 하는 데 있어서 창업이라는 수단이 ‘내가 인생을 의미 있게 살았다’고 생각할 수 있게 만들어 줄 수 있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했다. 그는 상징적으로 10억 명의 사람들을 돕겠다고 상정했다고도 했다. 많은 사람을 돕는 수단으로 코딩 등 정보기술(IT)이 필요했다. 그는 스터디 모임을 찾아다니며 공부하면서 창업을 함께 할 동료를 찾았다. 그런 식으로 만난 IT 개발자가 150명에 달한다. 쏘카 출신 권윤환 개발자와 20개 이상의 웹과 앱 서비스를 만든 경험이 있는 정석환 개발자를 만나 2022년 6월 랜식을 설립했다.처음에는 의사인 자신이 코칭을 하는 식단 및 비만 관리 프로그램이었다. 그러다 이스라엘 와이즈만연구소의 음식 섭취로 인한 혈당 반응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연구 결과를 접했다. 글루코핏은 이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연속혈당측정기와 AI 기술을 결합해 개인별 맞춤형 건강관리 솔루션에 집중하게 됐다. 초기에 자신과 동료들이 직접 체험해 효과를 본 것이 큰 동력이 됐다. 공동창업자 정석환 개발자의 어머니는 글루코핏 사용 후 고혈압과 당뇨가 정상 수치로 개선됐다. 팀원들에게 더 큰 확신을 줬다. 랜식은 피트니스센터 프로그램이나 보험사 상품과 연계해 서비스를 키워가고 있다. 건강검진 데이터와 심박수, 체성분 등의 데이터와도 연동시킬 계획이다. 경쟁 서비스가 나왔지만 그들은 혈당 예측 알고리즘이나 실천가능한 피드백 등을 갖추지 못했다. 양 대표는 “현재 한국에는 600만 명의 당뇨 환자와 1400만 명의 당뇨 전 단계인 사람들이 있다. 일단 그들을 돕고, 세계 시장으로도 진출할 계획이다”고 했다. 글루코핏 서비스는 어쩌면 인류가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올바른 식습관의 전형을 만들어 낼 서비스일 수 있다. 배가 부르도록 먹는 것이 얼마나 해로운지, 적절한 식습관이 얼마나 몸의 컨디션을 좋게 만드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통해서 말이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4-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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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래 초격차 기술 이끌 청년공학도들 한자리에

    대한민국의 초격차 기술을 이끌 청년 공학도들이 한자리에 모여 혁신 기술과 미래 비전을 공유했다. 22일 서울 서초구 한강 세빛섬 컨벤션홀에서 열린 ‘2024 공학페스티벌’에는 전국 73개 공과대가 참여했다. 올해로 13회째인 국내 최대 규모 공학 축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하고 한국산업기술진흥원, 공학교육혁신협의회가 주관했다.●국내 최대 공학축제 ‘공학은 축제처럼, 혁신은 즐겁게’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는 창의적 종합설계 경진대회 시상식과 산업계 인사들의 지식토크쇼 ‘우주 최강 디알로그’, 시민들이 제작한 미래 상상 스토리를 볼 수 있는 영상쇼 ‘영상 EX’ 등으로 진행됐다. 지식토크쇼에 참석한 이영미 유한양행 부사장은 “한국의 제약시장은 2023년 약 32조 원으로 글로벌 시장의 2∼3% 규모지만, 신약후보물질 개발 수는 3000개 이상으로 세계 10위권에 진입했다”며 한국 바이오 산업의 잠재력을 강조했다. 김준수 베어로보틱스코리아 대표이사는 “한국 시장은 세계 로봇 산업의 ‘시험장’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며 “빠르게 변하는 로봇 기술 환경에 맞춰가면서 기술을 완성한다면 해외 시장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했다. 홍준 모라이 대표이사는 자율주행 기술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레벨 3, 4 수준 자율주행 기술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며 “자율주행차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환경 인식, 위치 인식, 경로 계획 등 다양한 기술이 통합적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인공지능(AI) 기술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신약 개발 과정에서는 맞춤형 의료의 강화에 AI가 활용되고 있으며, 로봇의 군집제어와 자율주행 시스템에도 AI 기술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미래 인재들에게 배우고 성장하는 자세와 도전정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홍 대표는 “빠르게 변하는 기술과 시장 상황에서 새 기술과 방법을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자기 역량을 계속 발전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김 대표는 “영화 매트릭스에 나오는 말처럼 ‘길을 아는 것과 그 길을 걸어 보는 것은 차이가 있다’며 주저 없이 도전하고 그 경험을 자신의 자산으로 만드는 태도가 중요할 것”이라고 했다. 이 부사장은 “실패를 극복하는 끈기와 용기, 빠른 속도로 진행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이끌어 나갈 수 있는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했다.●성대 선인장 생체모사팀 국무총리상 공학 축제의 주요 행사인 ‘창의적 종합설계(캡스톤디자인) 경진대회’에는 전국 73개 공과대 146개 팀이 참여했다. 공대생 심사위원단 146명과 국민 심사위원단 3000명의 심사를 거쳐 국무총리상 1개 팀과 산업통상자원부장관상 12개 팀이 선정됐다.국무총리상은 성균관대 선인장 생체모사팀이 받았다. 이들이 개발한 ‘신체 부착력 제어가 가능한 4D 프린팅 마이크로니들’은 형상기억고분자를 활용해 피부 부착력을 자유롭게 제어할 수 있는 마이크로니들(일명 ‘붙이는 주사기’)이다. 마이크로니들은 패치에 있는 작은 바늘을 통해 약물을 주입할 수 있는 차세대 약물전달기술이다. 기존 마이크로니들은 자체 고정력이 없어 의료용 테이프나 접착제를 써야 하고, 이로 인해 피부 손상과 통증이 발생하는 문제가 있었다. 형상기억고분자를 활용해 별도의 접착제 없이 온도 변화로 쉽게 탈부착할 수 있도록 했다. 선인장 생체모사팀의 리더를 맡은 최승범 씨는 “앞으로 여러 전공 간의 협력과 교류를 지속해 공학적 혁신이 단순히 기술적 성과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공학기술 진정한 가치 실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을 받은 작품 중에는 국립부경대 라이트형제팀의 ‘색각 이상 운전자도 쉽게 보는 신호등 컬러가이드’도 있다. 색각 이상자들은 운전 시 점등 색이 아닌 점등 위치로 신호등을 판단해 신호등 인식에 큰 불편함을 겪는다. 라이트형제팀은 신호등 정보를 차량 내부로 가져와 색각 이상 운전자들이 신속하고 정확하게 신호등을 인식하게 하는 신호등 컬러가이드를 개발했다. 이 작품은 차량 내부에서 신호 정보를 알려주는 HUD(헤드업 디스플레이) 형태로 제작됐다. 라이트형제팀의 리더를 맡은 김민재 씨는 “공학도로서 앞으로도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제시하며, 공학과 기술이 가진 진정한 가치를 실현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서울시립대 오정테크팀은 ‘터널 내 레일 로봇의 실시간 모니터링 및 협동을 통한 자동차 2차 사고 예방 시스템’으로 장관상을 받았다. 이 시스템은 터널 상단에 300m 간격으로 설치된 레일 로봇이 순찰 상태에서 AI로 교통사고를 모니터링한다. 로봇 중 하나가 사고를 감지하면, 여러 로봇이 경고등을 점등해 후방 차량에 사고 정보를 알린다. 각 로봇은 중앙 서버와 통신하여 사고 발생 지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최적의 위치(사고 지점 1km 전)로 이동하여 경고 신호를 전달한다. 오정테크팀의 리더를 맡은 김도협 씨는 “앞으로도 사회적 가치를 우선으로 두며, 기술로 사람과 사회에 기여하는 공학도로 성장하고 싶다”고 했다.●바이오-로봇 등 혁신기술 선보여 공학페스티벌은 2012년 시작해 지금까지 3020여 개의 우수한 공학 작품을 배출했고, 이날 행사도 이러한 공학페스티벌의 성과가 이어지는 자리였다. 특히 올해는 바이오와 4D 프린팅, 자율주행 로봇, 모바일 앱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한 혁신적인 프로젝트들이 대거 선보였다는 것이 산업부의 평가다. 특히 시각 장애인, 발달장애 아동, 뇌종양 환자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서비스를 선보인 작품들이 많았다. 강감찬 산업부 산업정책관은 “우리 산업의 성장 가능성과 경쟁력은 공학인재의 역량에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다양한 산업 분야에 특화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공학교육 혁신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맞춤형 정책 수립과 지원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한국산업기술진흥원과 함께 미래 산업이 요구하는 역량을 보유한 실전형 융합 인재를 양성하고자 2007년부터 창의융합형 공학인재양성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 사업은 공과대학 스스로 산업계 수요 및 대학 특성에 맞는 공학교육 혁신 방향과 교육 프로그램을 수립·운영하여 창의적 공학 인재를 양성하고 공학교육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기획됐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4-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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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초 스캔으로 잔반 줄이고 건강 지키는 마법”[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먹은 음식의 종류와 양을 끼니마다 정확하게 측정하면 얼마나 많은 일이 가능할까?’ 누비랩은 이런 질문을 마음속에 품고 자율주행 기술을 연구하던 연구원에 의해 2018년 설립됐다. 김대훈 누비랩 대표이사(39)는 현대자동차에서 자율주행 같은 선행기술을 8년간 연구했다. 자율주행 기술 중 비전 인식 기술을 활용하면 먹는 음식의 종류와 양을 자동으로 인식하는 것이 가능할 것을 알았다. 왜 하필 음식이었을까.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22일 만난 김 대표는 “먹은 음식을 매끼 자동으로 기록하면 섭취 영양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고, 개인별로 적정 섭취량을 추정할 수 있어 버려지는 음식물을 줄일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누비랩이 만든 인공지능(AI) 음식 측정기(AI 푸드 스캐너)는 많은 어린이집과 유치원, 학교에서 이미 사용 중이다. 싱가포르의 병원에서 환자식을 관리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연간 9억 t 글로벌 음식물 쓰레기 줄일 것”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싶은 열망이 컸던 그는 연구원 시절부터 창업에 대한 생각을 늘 품고 있었다고 했다. 김 대표는 “달리기를 얼마를 뛰었고 최대 심박수가 얼마였고, 소모된 칼로리가 얼마인지를 보여주는 등 헬스케어 분야에서 많은 것이 디지털화하는 중이다. 그런데 유독 음식 섭취량을 측정하는 분야는 전문가가 눈으로 가늠을 하거나 저울에 하나하나 측정해 일일이 기록하는 방식이었다”고 창업 당시를 회상했다. 그리고 남아서 버려지는 음식물의 양에도 놀랐다. 그는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세계에서 연간 9억 t이 넘는 음식이 버려지고 있다. 이는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8∼10%를 차지할 정도로 심각한 환경 문제다. 특히 대형 레스토랑과 기업 급식소에서는 만들어진 음식의 약 25%가 폐기되고 있고, 이 중 절반 이상이 남겨져 버려지는 음식이다”고 했다. 김 대표는 “푸드 관련 산업이 디지털화되지 않은 가장 큰 시장이라는 점에 주목했고, 음식을 디지털화하면 산업 전체를 최적화할 수 있다”고 했다. 연간 9억 t에 넘는 음식물 쓰레기도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영양 섭취와 식습관 관리 탁월 누비랩의 AI 푸드 스캐너는 1초 만에 음식의 종류와 양을 95% 이상의 정확도로 분석한다.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쓰이는 3차원 센서와 이미지 인식 기술을 식단 분석에 접목한 덕분이다. 기존의 무게 측정 방식보다 훨씬 정확하고 편리하게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 예컨대 식판 위의 음식을 메뉴별로 일일이 다 무게를 측정하기는 힘들지만, 푸드 스캐너는 거의 정확히 분석해서 실시간으로 알려 준다. 누비랩은 어린이집과 학교를 중심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김 대표는 “부모님들이 아이들의 건강을 챙기려는 욕구가 강력해서 AI 푸드 스캐너에 대한 학부모와 기관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했다. 누비랩은 AI 푸드 스캐너에 올바른 식습관을 기를 수 있는 프로그램까지 결합해 유치원과 어린이집, 초등학교 등에 공급하고 있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의 경우 부모들이 아이들이 먹는 음식의 실제 사진을 앱을 통해 바로 확인할 수 있고, 그날 먹은 음식을 통해 섭취한 영양분까지 알 수 있다. 사용자들은 음식을 먹기 전과 먹은 후에 식판을 AI 푸드 스캐너에 올린다. 남은 음식이 있으면 그 종류와 분량을 빼고 섭취량이 기록된다. 음식을 다 먹은 아이에게는 푸드 스캐너가 영상과 음성으로 칭찬을 해 준다. 김 대표는 “이런 동기 부여 장치들을 통해 아이들은 음식을 남기지 않고 다 먹는 비율이 높아졌다”며 “집에서는 잘 먹지 않는 아이들이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식판을 비우는 것을 본 부모님들이 좋아하시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푸드 스캐너로 수집된 데이터는 학생 개인별 영양 섭취와 식사 습관 자료로 교사들에게 제공된다. 또 급식을 운영하는 기업에는 잔반을 덜 남길 수 있는 식사량과 메뉴 선정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누비랩은 현재 유치원과 어린이집, 학교 등 400여 곳에 푸드 스캐너를 공급했다. 학교는 전국에 1만1000여 개, 어린이집은 3만5000여 곳이니 개척할 곳이 많이 남은 셈이다. 김 대표는 “서울의 한 대기업 급식소에서는 시험 운영 기간 동안 음식물 쓰레기가 30∼40%가량 감소했다”며 “최적의 식재료를 사용해 원재료 비용은 15%가량 절감했다”고 전했다. 누비랩이 2022년 자사 푸드 스캐너를 사용 중인 200여 곳을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 음식물 쓰레기는 5000t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싱가포르-미국 등 해외 진출누비랩은 싱가포르 알렉산드라 병원에 환자식 관리 서비스를 1년 6개월째 제공하고 있다. 환자가 식사를 마치면 식판을 수거해 카트에 실어 옮긴다. 카트나 중앙 주방에서 AI 푸드 스캐너를 설치해 식판을 스캔해 섭취량을 자동으로 기록한다. 기존에는 간호사들이 환자의 식사량을 눈으로 보고 손으로 기록했다. 김 대표는 “10명이 기록하면 10명이 다 환자의 섭취량을 다르게 적을 정도여서, 수기 기록을 보관하고 있지만 데이터로서의 가치는 낮다”고 했다. 푸드 스캐너로 데이터의 질을 높이고 인력 낭비도 줄여주는 셈이다. 미국 병원에도 설치를 막 시작하는 단계이고, 캐나다 병원 진출도 준비 중이다. 미국에 있는 세계 최대 급식 기업인 컴퍼스그룹과는 서비스 검증을 진행 중이다. 누비랩은 해외에서 여러 번 이름 있는 상을 받았다. 2023년에는 구글 포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에 선정됐고, 미국 에디슨 어워즈 은상도 받았다. 세계경제포럼 ‘테크놀로지 파이어니어 2023’ 수성기업으로 선정됐다. 최근에는 ‘어린이 청소년을 위한 AI 식습관 코칭’으로 미국 소비자가전전시회(CES) 2025 디지털헬스 부문 혁신상을 수상했다.● 개인별 섭취 데이터의 힘 누비랩은 내년에 더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환경부의 탄소중립포인트 제도에서 잔반 제로 항목이 포함돼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식사 전후 잔반량을 확인할 수 있는 장치를 갖춘 급식 장소에서 식사를 한 개인이 음식을 남기지 않으면 포인트를 받을 수 있게 된다. 김 대표는 “구내식당을 갖춘 기업이 이런 활동에 동참하면 환경 보호와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을 실천하는 것이기에 푸드 스캐너의 도입이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누비랩의 장기적인 꿈은 더 크다. 김 대표는 ‘개인별로 먹은 음식 섭취에 대한 데이터가 장기간 축적된다면 어떤 일이 가능할 것인가’를 생각 중이다. 암은 물론이고 여러 만성질환이 어떻게 발생하고 퍼지는지 연구하는 것이 더 쉬워질 수 있다. 그는 “같은 밥을 먹어도 사람마다 혈당이 오르는 속도가 다른 등 반응이 다르다”며 “다르게 반응하는 개인별 차이를 고려한 정밀의료가 가능하려면 누비랩의 데이터가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어린이 건강 관리 측면에서 보자면 섭취 데이터 분석을 통해 성장에 도움이 되는 식습관 패턴을 제공하는 것 등이 가능할 수 있다. 김 대표는 “어린이집, 학교뿐만 아니라 병원과 요양원 등 영양이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분야로 사업을 확대 중이다”며 “장기적으로는 개인별 식습관 데이터를 바탕으로 헬스케어 시장을 확대하는 누비랩이 될 것”이라고 했다 . 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4-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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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년차 의사 실력 갖춘 AI 개발… 사우디-베트남까지 진출”[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건강검진 때 위나 대장 내시경을 받게 되면 누구나 한 번쯤 의사가 혹시 병변을 놓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하곤 한다. 소화기내과 전문의가 부족한 실정이라고 하는데, 검사 대상은 많고 시간은 부족한 상황에서 의사가 피로감을 느낀다면 그런 일이 발생할 가능성은 커진다. 서울 강남구에 있는 웨이센은 의사들의 진단을 보조하는 인공지능(AI) 기기와 프로그램을 만드는 스타트업이다. 의료 분야에는 엑스레이나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등을 분석하는 데 AI가 먼저 활용됐다. 웨이센은 이런 분야와는 달리 실시간으로 환자의 상태를 판단해야 하는 분야에 주력하고 있다. CT 등의 경우에는 의사들이 촬영 화면을 두고 협진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시간적인 여유가 있지만, 위·대장 내시경은 내시경이 한 번 지나가는 짧은 시간에 의사 혼자서 병변을 바로 판단해야 하는 특성이 있다. 지난달 21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만난 김경남 웨이센 대표이사(57)는 “의료진과 대화를 나누다가 내시경 검사 때 병변을 놓치는 비율이 21%나 된다는 논문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의료 현장의 고민을 해결하면 환자와 의사 모두에게 도움이 될 일이었다”고 창업 배경을 설명했다.● 의료진의 눈이 되는 AI 웨이센이 개발한 ‘웨이메드 엔도’는 위·대장 내시경 영상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이상 병변을 감지한다. 서울 강남세브란스병원 김지현 교수 연구팀과 협업해 개발했다. 기존의 모든 내시경 장비에 연결해 적용할 수 있다. 웨이센은 실시간 영상에서 병변을 감지하는 AI를 경량화해 네트워크 연결 없이 독립적으로 작동하도록 개발했다. 김 대표는 “의료 현장에서는 네트워크 연결 상태와 관계없이 안정적인 진단 보조가 필요하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AI 기능을 수행하는 온디바이스(에지) 형태로 개발했다”고 했다. 핵심 경쟁력은 실시간 동영상 분석 능력이다. 기존의 진단 보조 AI가 엑스레이나 CT 등 정지된 이미지를 분석했던 것과 달리 내시경의 동영상을 보며 사람은 놓칠 수도 있는 병변을 찾는 것이다. 내시경으로 검사를 진행하는 의료진의 눈은 굉장히 예민하다. 순간적으로 스치고 지나가는 동영상에서 병변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이런 특성 때문에 시간 지연 없이 병변을 찾아내고 추적하는 기술을 개발해야 했다”며 “1990년대 초반부터 컴퓨터 비전을 연구해 온 덕분에 실시간 동영상 처리의 기술적 난제들을 해결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웨이센은 특히 AI를 병변 탐지와 유형 분석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도록 복합 특성 분석 모델로 개발했다. 김 대표는 “AI 모델이 병변의 유형까지 분석해 내는 기술은 우리만의 차별점”이라고 했다. 웨이메드 엔도는 강릉아산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일산병원, 중앙보훈병원 등 30여 의료기관이 도입했다. 의료진의 피로도나 숙련도에 관계없이 일관된 성능을 제공하는 솔루션으로 자리를 잡는 것이 목표다. 김 대표는 “의사가 내시경으로 검사를 할 때 AI도 같이 검사를 한다. 병변을 발견하면 알람을 통해 알려준다. 의사가 병변을 지나쳤더라도 그 자리로 바로 돌아갈 수 있도록 병변 주변을 찍은 이미지도 보여 준다”고 했다. 김지현 연구팀의 조사연구에 따르면 웨이메드 엔도는 조기 위암의 침범 깊이를 예측하는 성능(AUC 0.961)이 10년 이상의 경험을 가진 내시경 전문의(AUC 0.7368)보다 우수하다. AUC 값이 0.961이면, 무작위로 선택된 양성(암 병변)과 음성(비암 병변) 사례를 구분할 때 약 96.1%의 확률로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다는 뜻이다.● “AI 미도입 의료 분야부터 개척” 김 대표는 2019년 웨이센을 설립했다. 그는 KAIST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포항공대에서 컴퓨터 비전을 전공한 정보기술(IT) 전문가다. 사회생활은 삼성전자와 모바일 오피스 솔루션 인프라웨어 등을 거치며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에서 커리어를 쌓았다. 모바일 오피스로 성공을 거둔 인프라웨어에서 부사장을 지냈고, 인프라웨어가 인수합병한 인공지능 솔루션 개발기업 셀바스AI 대표이사로도 재직했다. 김 대표는 사업 아이템을 찾는 과정에서 시장 조사와 다양한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아이디어를 구체화했다. 그는 셀바스AI에서 대표이사로 재직하던 시절부터 AI를 활용한 다양한 비즈니스 가능성을 탐색했고, 특히 디지털 헬스케어와 메디컬 AI 분야가 유망하다고 판단했다. 김 대표는 “국내외에서 인공지능을 적용할 수 있는 여러 분야를 고민하면서, 우리나라의 양질의 의료 데이터와 관리 체계를 활용할 수 있는 디지털 헬스케어가 매우 유망한 분야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5000만 명 인구에 대한 의료 자료가 디지털화돼 축적돼 있어 AI 기술을 적용하기에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AI로 글로벌 시장까지 진출하려면 양질의 데이터가 있는 의료 분야에서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창업 당시에 AI 기반 의료 영상 분석 솔루션을 만드는 루닛 같은 회사는 흉부 엑스레이 분석 솔루션을 상용화하고 있었다”며 “의료진들과의 대화에서 내시경 검사 때 병변을 놓치는 것이 그들의 고민 중 하나라는 것을 알고 실시간 의료 동영상 분석에 집중하게 됐다”고 했다. 틈새 시장부터 공략해 신뢰를 얻은 뒤 다른 의료 분야로 시장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중동-동남아 진출 확대”웨이센은 올해 2월 사우디아라비아의 병원그룹 메가마인드와 웨이메드 엔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메가마인드는 사우디에서 11개의 종합병원을 운영 중인 큰 병원그룹이다. 이를 기반으로 중동의 다른 병원들로도 솔루션 확장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실증 사업을 진행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김 대표는 “중동과 동남아는 한국의 의료 수준을 높이 평가하고 우리 기술에 관심이 많은 시장”이라며 “베트남과 태국 등은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한 관심도가 높고, 중동은 의료 서비스 수준 향상을 위해 AI 솔루션 도입에 적극적”이라고 설명했다. 웨이센은 내시경 분야를 넘어 AI 헬스케어 시장 전체의 선두 주자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호흡기 건강 자가 점검 앱 ‘웨이메드 코프’가 초기 사업화 단계에 있다. 호흡기 질환을 앓는 환자들의 기침 소리를 관리하는 앱이다. 기침 소리를 분석해 병원을 찾아야 할 적절한 때를 놓치지 않도록 돕는 등의 기능이 있다. 공황장애 디지털 치료제는 임상 시험 중에 있는데, 기존 약물 치료의 한계를 극복하고 인지행동 치료를 디지털화해 환자들이 병원을 자주 찾지 않고도 치료받을 수 있도록 개발 중이다. 식품 알레르기 디지털 치료제와 복부 초음파 진단 보조 솔루션, 폐암 진단용 초음파 내시경(EBUS) 솔루션 등도 개발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예방과 진단, 치료 등 의료 행위의 전 주기에 AI 기술을 결합해 세계 시장에서 활약하는 메디테크 전문 기업이 될 것”이라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4-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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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증권, ‘바꾸는게 답이다’ 캠페인… 퇴직연금 실물이전제도 시행 맞춰

    퇴직연금 실물 이전 제도 시행을 앞두고 삼성증권은 24일 ‘바꾸는 게 답입니다’라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달 말 시행되는 퇴직연금 실물 이전 제도는 퇴직연금 계좌를 다른 금융사로 옮길 때 기존 투자 포트폴리오 그대로 이전할 수 있는 제도다. 금융권에서는 이를 계기로 증권사처럼 다양한 상품을 보유한 금융사로 자금이 활발하게 이동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퇴직연금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가입자를 위한 편리하면서도 전문적인 서비스를 강조하고 있다. 앞서 삼성증권은 업계 최초로 운용관리 수수료와 자산관리 수수료(펀드 보수 등은 있음)를 무료로 제공하는 ‘다이렉트 IRP’를 출시했다. 또 ‘3분 연금’ 서비스와 ‘mPOP’을 통한 ‘연금 S톡’ 서비스로 간편한 연금 관리를 지원한다. 아울러 경력 10년 이상의 프라이빗뱅커(PB)가 상주하는 연금센터에서 전문적인 연금 상담을 제공한다. 투자 성향 맞춤형 운용 방법과 연금 제도 전문 컨설팅도 제공한다. 이창훈 삼성증권 브랜드전략팀장은 “이번 캠페인은 퇴직연금 관리를 어려워하거나 방치하는 가입자에게 일상에서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를 통해 연금 이전을 유도하는 데 중점을 뒀다”며 “실질적인 혜택과 차별화된 서비스로 금융 파트너 입지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증권은 연말까지 IRP 계좌에 100만 원 이상 순입금 시 최대 3만 원의 신세계 모바일 상품권을 지급한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4-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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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5억원 포기하고 애플 나와 독립… “모든 기기에 AI칩 넣는다”[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인공지능(AI)의 눈부신 발전과 진화로 AI의 대중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개인들은 데이터센터의 서버에서 처리된 AI 결과물을 받아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 PC와 휴대전화, 폐쇄회로(CC)TV, 가전제품 등 개별 전자기기에도 AI 반도체가 적용되기 시작했다. 사람뿐만 아니라 전자기기도 정보를 현장에서 바로 처리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면서 AI 반도체의 탑재가 느는 것이다. 딥엑스는 전자기기에 탑재되는 AI 반도체 설계에서 앞서가는 스타트업이다. 에지(edge) AI 반도체로 불린다. 네트워크상에서 중앙의 데이터센터가 아니라 데이터(현장)에 가까운 네트워크상의 가장자리(edge)에서 데이터를 처리한다는 의미에서 나왔다. 딥엑스는 신경망처리장치(NPU)를 만든다. 엔비디아가 주력으로 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보다 AI 알고리즘을 더 세분화해서 특정 AI 알고리즘을 고효율로 처리할 수 있는 방식이다. 애플과 브로드컴 등 세계적인 기업에서 칩을 설계했던 김녹원 대표이사(46)가 2018년에 설립했다. 18일 경기 성남시 판교신도시의 사무실에서 만난 김 대표는 “우리가 지금은 와이파이(WiFi) 없는 삶을 상상하기 힘들 듯이, 머지않은 미래에 인간은 AI 반도체가 탑재된 전자기기에 의존하게 될 것”이라며 “인류의 삶을 바꿀 기회에 참여하고 싶어 창업했다”고 했다.● “기존 GPU 100원이라면 우리는 5원”딥엑스의 제품군은 현재 크게 3종류(DX-M1, DX-V3, DX-H1)다. 딥엑스에 따르면 DX-M1 칩은 영상에서 특정 객체를 인식하는 AI 알고리즘등을 저전력, 저비용으로 처리하는 데 탁월하다. 배터리로 구동되는 기기에서도 작동한다. 25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반도체대전 전시회에서 딥엑스는 최신 객체 인식 알고리즘을 구동함에도 불구하고 섭씨 35.5도까지만 올라 버터를 녹이지 않았다. 반면 비교 대상인 글로벌 AI 반도체 회사 칩은 60.7도까지 올랐다. 김 대표는 “보안용 CCTV나 공정 점검용 카메라 등 영상 정보를 처리하는 수많은 종류의 기기에 적용할 수 있다”며 “기존 GPU와 비교했을 때 가격과 전력 소모량이 20분의 1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 칩 1개로 16개의 CCTV(채널)에서 오는 영상 정보를 초당 30프레임(FPS)의 속도로 처리할 수 있다. 삼성전자에서 5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공정으로 생산되는데, 양산 수율을 올리는 데 집중하는 단계라고 딥엑스는 밝혔다. DX-V3은 카메라와 3차원(3D) 센서 신호의 처리가 필요한 자율주행과 로봇에 시각을 제공하는 칩이다. TSMC에서 12nm 공정으로 생산할 예정이다. DX-H1 칩은 AI 서버용으로 기존 범용 그래픽처리장치(GPGPU)에 비해 훨씬 적은 전력과 비용으로 고성능을 제공한다. 삼성전자에서 5nm 공정으로 생산할 예정이다. 고성능이면서 저전력, 저발열을 구현하는 데는 딥엑스의 설계 기술이 큰 몫을 했다. 딥엑스는 세계 최고 수준의 실효 AI 연산 성능비(FPS/TOPS)와 전성비(FPS/W)를 내는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 기술을 기반으로 300건 이상의 특허를 출원했고, 70건 이상의 특허가 등록된 상태다. 각각 같은 연산 성능일 때 이미지 처리 효율을 극대화하는 기술과 같은 전력에서 최고의 연산 성능을 낼 수 있는 기술이다. 김 대표는 “세계 최고의 기업들에서 칩을 설계하면서 익힌 기술들이 녹아 있다”며 “특정 AI 알고리즘이 최고의 효율을 낼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로 구동되는 부분과 하드웨어로 구동되는 부분을 최적화한 것”이라고 했다.● 노벨상 수상자 이론을 칩으로고려대에서 전자공학 석사를 받은 김 대표는 한국전자기술연구원에서 연구하다가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그는 “미국에 전자 분야 최고들이 많다는데 얼마나 뛰어난 사람들이 있는지 직접 부딪쳐 보고 싶었다”고 했다.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에서 전기공학으로 박사 과정을 하던 중에 2008년 IBM 왓슨연구소에 방문 연구원으로 갔다가 창업의 계기가 되는 순간을 맞았다. 캐나다 토론토대의 제프리 힌턴 교수가 2006년에 발표한 딥러닝 개념 소개 논문을 왓슨연구소에서 칩으로 구현하는 프로젝트를 맡았던 것이다. 딥러닝이라는 용어는 이때는 쓰이지 않았다. 김 대표는 새로운 신경망 처리 구조설계를 고안해 중앙처리장치(CPU)를 이용했을 때보다100배 빠른 성능을 구현해 보였다. UCLA로 돌아가서도 연구를 계속해 세계 전기공학회 저널에 관련 논문도 게재했다. 김 대표는 “딥러닝이라는 용어가 등장하기도 전인 2010년에 패턴이 존재하는 데이터를 분석해 미래 상황을 예측하는 것의 가능성과 가치를 먼저 본 것”이라고 했다. 힌턴 교수는 AI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올해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김 대표는 2011년부터 3년은 세계적인 통신기기 회사인 시스코시스템스에서 반도체를 설계했고, 2014∼2017년에는 애플 수석연구원으로 일하며 아이폰 칩 프로세서 개발에 참여했다. 김 대표는 “애플을 나오려면 4년에 걸쳐 수익화할 수 있는 약 500만 달러의 주식 보너스를 포기해야 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NPU를 기반으로 한 칩이 세상 곳곳에 깔리는 미래가 보였고, 그 미래를 앞당길 수 있는 재능이 내게 있다면 그 재능을 선택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고 창업을 실행했다”고 회상했다.● “수출 위한 유통 네트워크 한창 구축 중” 김 대표는 에지 AI 반도체의 미래를 그려보면 지금도 가슴이 뛰는 듯했다. 그는 “2011년 박사 학위를 받고 시스코시스템스에 근무할 때 본 자료에 이렇게 나와 있었다. 20년 전에는 전 세계에 50억 개의 기기가 인터넷에 연결돼 있었는데, 2020년경에는 700억 개가 연결돼 있을 것이라는 자료였다. 실제로 그 정도가 연결돼 있다. 그렇게 많은 기기에 사람의 지능과 비슷한 AI 반도체가 탑재된다면, 그런 미래는 어떤 세상일 것 같은가. 다른 차원의 세상이 열릴 것이다”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AI 산업의 3대 트렌드인 자율화, 무인화, 개인화를 들면서 에지 AI 반도체의 필요성은 점점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자율화의 대표적인 사례는 자율주행 자동차인데, 에지 AI 반도체로 통신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고 고성능, 저전력의 성능을 구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인의 취향이나 인체 정보가 담긴 정보도 개인이 가지고 있는 휴대전화에만 머물러서 개인정보를 더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에지 AI 반도체는 국내외 여러 기업 등에서 활용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글로벌 시장의 반응이 좋아 요즘은 대륙별 글로벌 유통망 구축을 위한 출장으로 한창 바쁘다”고 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는 현지 법인을 두고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딥엑스는 스마트 시티와 감시 시스템, 스마트 팩토리 등 글로벌의 다양한 산업에서 혁신적인 솔루션을 제공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우리의 목표는 ‘인간보다 더 쿨(cool)한 인텔리전스’를 구현하는 것이다. 인간의 뇌에 쓰이는 에너지보다 더 적은 에너지로 더 나은 성능을 보여주는 것이다”고 했다.성남=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4-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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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회사 꼴찌 팀장이 최상위로… ‘자기이해’부터 출발하면 가능[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스타트업들이 만든 기술이나 서비스는 사회적 인프라처럼 되곤 한다. 스타트업이 그런 서비스를 찾는 과정은 생물의 진화와 비슷하다. 환경에 적응하다가 만들어진다. 창업할 때는 생각지도 못했다가 축적한 데이터에서 새 가능성을 발견하곤 하는 것이다. 포티파이(40fy)는 불안과 우울을 겪는 개인들이 손쉽게 정신의학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비대면 서비스로 출발했다. 누군가 우울증 증상이 있다고 느끼더라도 병원 상담을 받으려면 2, 3개월은 기다려야 하는 불편을 없애려 만든 서비스다. 이후 이들이 겪는 많은 문제가 회사나 기관에서 일을 하는 과정에서 나타난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조직 내의 개인이 더 안정적으로 일하면서 조직의 성과까지 높일 수 있도록 해주는 서비스도 만들었다. 조직 진단에 초점이 맞춰진 경영 컨설팅과 달리 개인이 자기 이해를 바탕으로 조직 내에서 자신의 잠재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포티파이는 이런 방식의 접근이 탈진증후군(번아웃)이나 우울 등에 빠지는 것을 예방하는 효과도 낸다고 여기고 있다. 정신의학과 의사인 문우리 포티파이 대표이사(39)는 경영 컨설턴트 경력도 갖고 있다. 7일 서울 강남 사무실에서 만난 문 대표는 “새 서비스는 기업이나 기관 내 리더급 임직원의 자기 이해 바탕의 리더십 정립에 초점을 맞췄다. 이들의 건강이 조직원은 물론이고 조직의 성과에 끼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대상자 파악에 필요한 데이터 수집에 공력 포티파이는 2023년 초부터 ‘업피플’ 서비스를 새로 내놨다. 조직의 중간관리자 이상이 각자의 강점을 발휘하는 리더십을 갖도록 해 건강하게 조직의 미션을 달성토록 돕는 게 목적이다. 35세의 연구개발팀 리더였던 A 씨는 업피플의 직무 건강 상태 분석에서 효능감 저하와 번아웃 위험이 있는 것으로 나왔다. 그는 “내가 잘 해낼 수 있을지…. 출근할 생각만 해도 답답하다”는 심정을 토로했다. 리더십 다면진단에서 팀원들은 팀장이 타인의 입장을 고려하고 팀 분위기를 부드럽게 이끈다고 했지만 여러 사람의 입장을 고려하다 보니 명확한 의사결정을 미루고,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기 어려운 지시를 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그는 퇴근을 미루며 혼자 일을 처리하느라 지쳐 있었다.포티파이는 심리학 이론을 바탕으로 대상자의 상태를 ‘측정’하고 ‘분석’한 뒤 ‘해결’한다. 자체 개발한 업피플 검사, 인사팀 인터뷰 및 내부 평가자료, 동료의 피드백, 대상자의 자가 진단과 비대면 상담을 통해 대상자와 관련된 데이터를 수집한다. 그리고 변화시켜야 할 행동 또는 생각을 구체적으로 파악한다. 이때 지금까지 축적한 2만여 사례를 바탕으로 만든 20가지 유형 중 하나를 찾아낸다. 다음은 근본 원인 파악 단계다. 대상자의 기저에 있는 생각, 신념이나 니즈를 파악한다. 개인이 속해 있는 조직 내의 요인까지 알아낸다. 포티파이는 리더가 어려움을 겪는 근본 원인을 200여 가지로 분류하고 관련 솔루션을 정립하고 있다. 문 대표는 “대상자 데이터 수집과 문제 정의, 근본 원인 파악 등의 단계는 기존의 여러 경영 컨설팅에서는 소홀히 됐던 부분”이라며 “2001년부터 서비스했던 개인의 우울과 불안을 다루는 ‘마인들링’ 서비스와 개인이 자기를 분석할 수 있도록 만든 ‘웨이마크’ 서비스를 통해 새롭게 구축한 포티파이만의 독자적인 능력”이라고 했다. 근본 원인이 파악되면 실무에 바로 적용 가능한 수준의 실행 과제로 대상자의 행동이나 사고방식을 3개월에 걸쳐 2주에 한 번씩 온라인으로 일대일로 점검하며 개선해 나간다. 이런 방식을 거친 A 씨는 ‘미움을 받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은 관계 지향형’으로 파악됐고, 팀에 필요한 바를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전달하는 과제를 수행했다. 좋은 리더는 불편하지 않은 사람이 아니라 신뢰를 주는 사람이라는 내용으로 리더상도 재정립해 줬다. A 씨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꼴찌를 달리던 다면평가 결과는 최상위 수준으로 올랐다. 포티파이는 대부분의 서비스를 온라인으로 진행한다. 대상자의 문제 유형에 맞는 전문 코치를 연결해서 진행한다. 국내 통신사와 주요 게임사, 헬스케어 분야 상장 스타트업 등 많은 기업들이 업피플 서비스를 이용했다. 문 대표는 “인사 담당자나 대상자들의 반응이 좋은 편이어서 같은 기업이 대상자를 넓혀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마인들링’과 ‘웨이마크’ 2020년에 창업한 포티파이는 2021년 ‘마인들링’ 서비스를 내놓으며 온라인 심리치료 사업을 시작했다. 마인들링은 사용자가 자신의 마음을 돌보고 건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온라인 프로그램이다. 사용자의 성격적 특성과 스트레스 원인을 평가해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완벽주의, 자존감, 불안, 분노 등 심리적 문제별로도 솔루션이 제공된다.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정신과 진료를 했던 문 대표는 “멀리서 몇 시간을 들여서 온 환자들에게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 5분이 채 되지 않아 안타까웠던 점이 창업의 씨앗이 됐다”고 했다. 그래서 진료실에서 전달해 주고 싶은 다양한 심신 안정 방식 등을 유형별로 나눠 앱으로 서비스를 만들었다. 그는 “16만 명 정도가 사용하고, 유료 가입자도 2만 명 이상”이라며 “‘매일 버스에서 앱을 켜고 불안감을 달랜다’는 사용 후기를 볼 때 뿌듯하다”고 했다. 마인들링 서비스 다음으로 내놓은 것이 직장인 커리어 진단 서비스인 ‘웨이마크’다. 직장인들이 자신의 성향과 강점을 파악하고, 더 나은 커리어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적이다. 230문항의 심층 진단 검사로 성향과 강점을 파악할 수 있고, 온라인으로 전문가와 상담도 가능하다. 대부분의 서비스가 온라인으로 개발된 것은 보다 많은 사람들이 편리하게 이용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상담은 전문가가 일일이 개입해야 하는 노동집약적인 형태여서 시간을 아껴 효율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정신과 진료와 경영 컨설턴트 경험 결합 문 대표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후 미국 존스홉킨스대에서 공중보건과 경영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고, 서울대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리고 세계적인 경영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에서도 일했다. 업피플 서비스는 이런 그의 경험이 다 녹아 있는 서비스인 셈이다. 하지만 도전도 만만치 않다. 서비스 특성상 객관적으로 어느 서비스가 우수한지 수요자들이 구별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코치들이 각각 다른 경험과 성향을 가지고 있어 일관된 코칭 효과를 내는 것도 과제다. 이 때문에 포티파이는 자체 개발한 진단과 코칭 프레임워크에 대한 내부 교육을 중시하고 있다. 문 대표는 “인공지능(AI) 결합을 통해 서비스의 효율성과 효과성을 높이는 연구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업피플에 당분간 주력할 계획이다. 관리자가 건강하지 못하면 조직과 다른 구성원에게도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문 대표는 “타인을 관리하려면 타인을 이해해야 하는 것이 먼저다. 그리고 타인을 이해하려면 자기 관리가 가능해야 하고, 그렇게 하려면 자기 이해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모두가 ‘나’다움을 건강하게 발휘하는 일터와 그런 일터들이 모인 세상을 꿈꾼다”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4-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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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억원 넘는 대출 받아가며 산업 안전용 라이다 센서 국산화에 전력”[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창업의 길은 멀고 험한 길이다. 자금과 인력의 부족이 교묘하게 겹치며 창업가를 괴롭힌다. 손에 잡힐 것 같은 자신만의 목표와 비전이 있어야 그나마 견딜 수 있다. 산업 안전용 라이다 센서를 국산화한 나노시스템즈의 창업 과정이 그랬다. 경북 경산시 경북테크노파크에 있는 나노시스템즈는 라이다(LiDAR) 센서를 2020년에 개발했다. 라이다 센서는 적외선 부근 파장의 레이저를 쏘아서 주변을 인식한다. 자율주행차량에 많이 쓰여 널리 알려졌다. 라이다 센서는 자동화 시스템의 눈과 같은 것이어서 쓰이는 곳이 많다. 철도나 지하철 역사 내의 철로 안전문(스크린 도어)에도 붙어 있고, 공장에서 제조 공정 중 위험한 곳이나 물품을 옮기는 모바일 로봇 등에도 쓰인다. 나노시스템즈는 자율주행차량용이 아닌 모바일 로봇이나 산업 안전용 라이다 센서를 개발했다. 나노시스템즈는 올해 매출액이 50억 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한다. 영업이익은 3억∼4억 원이 될 것으로 본다. 이런 상황에서 창업한 지 11년째인 올해 처음 투자를 받았다. 창업과 동시에 투자를 받는 여느 스타트업과는 다른 행보다. 24일 경북테크노파크에 있는 나노시스템즈 사무실에서 만난 지창현 대표이사(50)는 “2013년에 창업해서 제품 개발에 7년이 걸렸다. 제품이 시장에서 인정받기 시작했으니, 이제 투자를 받으며 회사도 알리고, 더 많은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철도 승강장 안전문의 외산 센서 대체 나노시스템즈의 라이다 센서 중 매출 효자 품목은 철도 승강장 안전문에 쓰이는 라이다 센서다. 열차 출입문과 안전문 사이에 사람이 감지될 경우 안전문을 열어 사람이 다칠 수 있는 사고를 예방한다. 외산 센서가 초기에 많이 설치됐지만 지금은 국철 구간을 중심으로 나노시스템즈의 제품이 많이 쓰이게 되었다. 지 대표는 “2D(2차원) 외산 센서는 원래 제조 공장 등에 쓰이던 센서로 아주 얇은 평면만 인식하는 데 비해 우리 제품은 평면뿐만 아니라 열차와 스크린 도어 사이의 수십 cm 공간도 인식할 수 있고 눈과 비, 고출력의 전자파 내성도 우수하다”고 했다. 나노시스템즈의 라이다 센서는 3차원(3D) 플래시 형태다. 카메라의 플래시처럼 레이저를 한꺼번에 넓은 면적으로 쏘아서 단번에 특정 장소를 파악한다. 센서의 전면부 상하좌우로 약 110도의 화각으로, 10m 정도의 거리까지 한꺼번에 인식한다. 마치 사진을 찍는 것처럼 사람의 형상을 감지한다. 라이다 센서는 멀리 인식하려면 기술적인 어려움이 커진다. 자율주행차량용은 100m 정도의 거리의 사람이나 물체를 인식한다. 지 대표는 “자율주행차량용 센서를 개발하는 곳은 조 단위의 투자를 받아 기술을 개발할 정도”라며 “자율주행차량뿐만 아니라 산업 안전 분야에도 쓰일 곳이 많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근거리(10m 이내)와 중거리(30m 이내)용 라이더 센서 국산화에 집중했다”고 소개했다. 라이다 센서를 만드는 곳은 물론 나노시스템즈만이 아니다. 지 대표는 “다중 변조 주파수 알고리즘을 개발해 30m 이내 거리에서는 오차를 ±1% 이내로 줄였고, 근거리와 중거리 인식을 단일 제품으로 구현한 것이 차별점”이라고 했다. 나노시스템즈는 이런 기술들을 적용해 철로 안전문 외에 실외 배송 로봇, 물류용 실내 모바일 로봇, 무인 골프 카트 센서 등을 개발해 공급 중이다. 라이다 센서와 열화상 센서를 결합해 이상체온 등을 감시하는 제품도 있다.● 주문 제작품 납품과 국책 과제로 버텨 지 대표는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중견기업에서 컴퓨터 솔루션을 파는 기술영업을 담당했다. 그는 “영업을 하면서 독자적인 제품이 없으면 계약을 맺기 쉽지 않다는 것을 제대로 느꼈다”며 “미래 성장성이 큰 아이템을 선정하기 위해 시장 조사를 하던 중 기술 자문을 해 주시던 대학의 교수님으로부터 자율주행차량이 나오면 라이다 센서 생태계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얘기를 듣고 고심 끝에 라이다 센서로 방향을 잡고 창업을 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처음부터 자율주행차량 라이다 센서보다는 접근하기 쉬운 근거리 및 중거리 라이다 센서 개발을 목표로 했다. 영업 활동을 하며 네트워크를 통해 철도 안전문 등에 쓰이는 라이다 센서를 해당 기관들에서는 국산으로 쓰고 싶은데, 만드는 곳이 없어서 할 수 없이 외산을 쓴다는 얘기를 들은 것도 배경이 됐다. 지 대표는 “산업 안전용이나 모바일 로봇 등 수요가 확실해 보이는 곳들이 보였다”며 “내가 직접 가진 기술이 없으니 시장의 수요부터 알아보고 관련 기술을 개발하게 된 셈”이라고 했다. 자본금은 회사 생활을 하면서 모은 자금 등으로 1억5000만 원가량을 댔다. 기술 개발을 위해 관련 분야를 전공한 대학원 학생을 고용하고, 대학원 등록금을 대 주면서 회사 일을 병행할 수 있도록 했다. 지 대표는 “연구 인력 양성에 최선을 다했다. 제품을 팔 자신은 있었기에 센서만 제대로 만들자는 열망이 아주 컸다”고 했다. 대학원생들과 함께 외부의 연구 과제들 중 규모가 작더라도 할 만한 것들을 수행했다. 이런 실적을 조금씩 쌓아 제법 큰 국책 연구과제도 맡을 수 있었다. 라이다 기술로 경북 지역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용역을 병행하며 7년을 연구에 매달렸다. 그는 “자본금이 바닥나고 제품 개발도 생각보다 지체되면서 창업 3년, 5년 즈음에 그만둘 생각도 났지만 시장의 수요가 명확해 보였고, 개발한 기술이 아까워 포기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나노시스템즈는 한국전자기술연구원과 영남대 등 외부 기관과 파트너십을 맺고 기술을 공동 개발하기도 했다. 라이다 센서를 개발하면서 6건의 국내 특허와 1건의 국제 특허, 그리고 상표권을 등록했다. 그는 창업 초기에 투자를 받으려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지 대표는 “2010년대 중반에는 자율주행차 라이다 센서에만 너무 많은 관심이 쏠려 투자 유치에 실패했다”며 “조금씩 쌓아둔 기술력 덕분에 기술신보 등을 통해 10억 원이 넘는 대출을 받아 지금까지 버텼다”고 했다.● “인공지능(AI) 결합해 제조 공정 안전 높일 것”나노시스템즈는 현재 유명 대기업 제조공장의 모바일 로봇에 쓰이는 센서를 공급 중이고, 국내 협동로봇 개발 회사에도 제품을 납품하는 등 판매가 늘고 있다. 지 대표는 라이다 센서로 인식한 특정 공간에 대한 정보를 인공지능(AI)으로 처리해 산업 안전을 높이는 분야에도 진출을 시작했다. 그는 “제조 관행상 자동화 기계를 멈추지 않고 근로자들이 기계에 접근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곳에 라이다 센서를 설치해 정확하게 사람만 인식해 기계를 비상 정지시키는 것이 가능하다”며 “공장의 효율을 해치지 않고 안전을 최대한으로 높이는 솔루션을 제공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산업 안전용 로봇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어 새로운 솔루션을 개발할 계획도 구상 중이다. 탐지 거리를 늘리고, 위험 인지 행동에 대한 AI 기술을 쌓아 실내외를 가리지 않는 위험·재해용 라이다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다.경산=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4-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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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스포츠 경기장 신축… 충남 관광자원으로 활용”

    충남 아산시 이순신빙상장·체육관에서는 21, 22일 ‘2024 충남도지사배 청소년-직장인 e스포츠 대회’가 열렸다. 충남 주민 2000여 명이 경기장을 찾아 e스포츠를 즐겼다. 행사를 주최한 충남정보문화산업진흥원(진흥원)은 내년 말 완공을 목표로 e스포츠 전용 경기장도 짓는다. 진흥원은 충남의 도정 목표 중 하나인 게임 산업 육성에 앞장서는 기관이다. 올해 5월 취임한 김곡미 원장(사진)은 24일 “e스포츠 경기장은 타 시도의 리모델링과 달리 전국에서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신축하는 것”이라며 “항저우 아시안게임 이후 긍정적인 인식이 확산된 e스포츠가 충남도의 관광자원으로도 손색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진흥원은 정보문화산업 진흥을 위해 정보통신기술(ICT)과 콘텐츠 개발을 지원하는 곳이다. 실감 콘텐츠 제작이나 인공지능(AI) 개발, 게임과 웹툰 제작 등을 지원하고, 관련 스타트업 육성에도 나서고 있다. e스포츠 경기장 신축과 운영 명목으로 예산 450억 원을 확보한 상태다. 김 원장은 “설계는 공모를 통해 확정했고, 아산시 배방읍 부지에 올해 말에 착공할 계획”이라며 “신축으로는 국내 최초이자 최대 규모인 e스포츠 경기장은 수도권에서 한 시간 남짓이면 닿을 정도로 접근성이 좋다”고 했다. 충남 소재 대학과 손잡고 게임 인재를 키우고 e스포츠 구단 창설도 활성화한다. 청년들이 게임 관련 기업에 취업하거나 게임 회사를 창업할 수 있도록 돕는 일도 한다. 게임을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60대 이상 노년층을 위한 게임 클럽 활성화 계획도 그중 하나. 스크린골프나 온라인 장기, 바둑 등을 통해 정신적·신체적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구상이다. 농축산업을 영위하는 주민들을 위해 농작물과 가축을 기르는 시뮬레이션 게임의 제작도 지원할 계획이다. 재미와 지식을 게임을 통해 얻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올림픽 e스포츠 대회를 창설하고, 첫 대회를 내년에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연다고 올해 7월 발표했다. e스포츠에 대한 관심은 더 커질 것이라는 게 김 원장의 생각이다. 그는 “게임은 언어나 문화의 제약을 받지 않고 사람에게 즐거움과 재미를 준다”며 “게임의 선한 영향력을 강화한다면 청소년들이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돕는 좋은 콘텐츠가 게임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충남도와 진흥원은 게임이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국가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민간이 조성하는 500억 원 규모의 모태 펀드에도 참여할 계획이다. 홍익대에서 광고홍보학 박사학위를 받은 김 원장은 LG생활건강 수석디자이너와 연암대 교수로 재직하며 디자인, 마케팅 브랜드 개발, 경영관리 분야 전문가로 활동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4-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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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국 땅 거래 정보가 주르륵… “추석에 고향 땅값 한번 보세요”[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휴대전화에 앱 하나를 설치하고 버튼 하나를 누르면 내 주변의 땅과 빌딩, 단독주택의 거래 이력이 한눈에 지도에 표시돼 나오는 서비스가 있다. 상업용 부동산 중개 플랫폼을 운영하는 디스코(DISCO·대표이사 배우순)가 제공하는 앱 서비스다. 디스코가 이 서비스를 내놓기 이전까지는 땅이나 빌딩, 상가, 창고나 공장 등의 거래 가격은 알기 힘들었다. 부동산 등기부등본을 떼 보더라도 가격이 나와 있는 것은 일부에 불과했다. 디스코는 2016년 말에 정부가 상업용 부동산과 토지 등의 거래에 관한 정보를 불완전하게 공개했을 때 재빨리 나섰다. 빅데이터 분석 기술과 시각화 기술을 동원해 지번까지 정확히 나오지 않는 불완전한 정보를 완전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2017년 초 누구라도 쉽고 빠르게 찾아볼 수 있도록 지도 위에 정확하게 표시해 공개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빌딩이나 토지, 공장, 상가 등을 거래하려는 사람들은 돈을 내고서라도 이용할 만한 서비스였는데, 디스코는 무료로 공개했다. 지금도 누구라도 앱이나 웹을 통해 전국의 모든 땅과 빌딩, 상가, 공장, 단독주택 등의 거래 내역을 볼 수 있다. 아파트나 오피스텔, 다세대·다가구주택 등 전형적인 주거용 부동산의 거래 정보에다 경매에 나와 있는 물건도 모두 나온다. 이번 추석 때 고향에 간 김에 고향과 그 인근의 땅은 얼마에 거래되고 있는지 살펴보면 재미도 있고, 부동산에 대한 감각을 키울 수도 있을 듯하다. 대도시에서 제법 돈을 모았다면 한동안 관심을 두지 않았던 고향의 땅값이 만만해 보일 수도 있다. 추석을 10여 일 남겨 둔 이달 5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신도시에 있는 디스코의 사무실에서 배우순 대표(42)를 만났다. 감정평가사로 감정평가 법인에서 일했던 그가 빌딩과 땅 거래 가격을 그냥 공개한 속내, 플랫폼 서비스에 가격 공개 외에 더해진 기능들, 궁극적으로 어떤 서비스로 나아갈 것인지 등에 대해 들었다. ● 감정평가사로 일하다가 느낀 불합리 배 대표는 2009년부터 2016년 초까지 감정평가사로 일했다. 대기업이 의뢰한 빌딩이나 토지, 공장 등에 대한 감정평가 보고서 등을 작성하고, 부동산 활용에 대한 컨설팅도 수행했다. 대기업은 감정평가법인을 통해 상업용 부동산 등에 대한 정보를 파악했지만 개인이나 작은 기업 단위로 내려오면 그렇지 못했다. 배 대표는 “2010년대 초 서울 강남에서 사무용 빌딩을 가격 비교도 제대로 해 보지 못하고 사는 사업가들을 종종 봤다”며 “상업용 부동산의 거래 정보를 투명하게 만들면 사업적으로도 성공할 기회가 있겠다 싶었다”고 했다. 창업은 2016년 초에 했다.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 정보 등을 제공하는 부동산 플랫폼들이 생기고 3∼4년이 지난 시점이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사고파는 사람들의 정보 비대칭성을 없애 보자고 마음먹었다. 마침 정부가 그해 말 상업용 부동산 거래 정보도 공개하면서 서비스 개발이 빨라졌다. 하지만 정부가 공개하는 정보는 지번이 나오지 않는다. 지금도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들어가 보면 토지는 동 이름 정도만 나온다. 디스코는 이런 불완전한 정보를 기반으로 해당 토지의 거래 면적이나 용도 등 여러 정보를 결합해 정확한 지번을 찾아낸 뒤 앱과 웹에 정확한 위치로 정보를 제공한다. 정부가 공개한 2006년 이후의 모든 거래 정보를 볼 수 있다. ● “사이버 임장용으로 활용한다고들 들어” 대도시의 빌딩을 지나치면서 ‘저런 꼬마 빌딩은 얼마나 할까’를 한 번쯤 생각해 본 적이 있다면 이제는 앱만 켜면 알 수 있다. 예컨대, 서울 종로구 광화문 사거리 인근에 있는 지하 1층, 지상 7층 일반상업지역에 있는 꼬마빌딩(대지 105㎡, 연면적 728㎡)이 작년 5월에 73억 원에 거래됐다는 정보가 나온다. 가격뿐만 아니라 건축물이 층별로 어떤 용도로 쓰이는지에 대한 정보가 담긴 건축물 현황 등 다양한 관련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다. 최근에는 다른 스타트업과 협업해 지금 건물을 헐고 새로 짓는다면 어떻게 효율적으로 지을 수 있는지 설계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능까지 결합했다. 부동산에서는 현장을 살펴보는 임장을 중요시 여긴다. 특히 아파트처럼 어느 정도 표준화된 매물이 아닌 빌딩이나 토지, 상가, 공장 등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디스코의 서비스를 이용하면 현장을 가 본 듯이 물건을 볼 수 있다. 배 대표는 “많은 공인중개사가 우리 앱이나 웹을 켜서 거리뷰를 보여주면서 해당 토지나 빌딩, 아파트나 단독주택 등을 고객들에게 보여주며 설명한 뒤 실제 현장을 방문하곤 한다고 듣고 있다”고 했다. 부동산 정보를 실제 거리를 찍은 로드뷰 정보와 결합해 다세대 건물의 거래 정보나 매물 정보가 해당 부동산을 찍은 사진 위에 바로 표시되도록 해 편의성도 높였다.디스코 서비스를 위해 정부의 실거래가 정보는 물론이고 연속지적도, 토지이용계획, 개별주택가격, 공동주택가격, 법정구역, 법원경매, 건축별 대장, 개별공시지가, 상가업소 정보, 건물 배치도 등 다양한 데이터베이스(DB)를 사용한다.● 토지-빌딩-공장 거래를 아파트처럼 편리하게디스코는 올해부터 아주 조금씩 월별로 수익을 내고 있다. 배 대표는 “토지나 빌딩, 공장 등을 전문으로 거래하는 공인중개사와의 협업에 집중하고 있다”며 “모든 공인중개사를 회원으로 받지 않고 지역별로 제한된 인원만 받아 그분들과의 접점을 넓히는 것”이라고 했다. 부동산과 같이 소비자가 구매를 결정할 때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정보를 탐색하고 선택하는 상품에서는 유통하고 중개하는 기관과 사람의 역할이 크다는 깨달음 때문이다. 배 대표는 “그렇다고 배타적이고 폐쇄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지역적으로 대기하는 회원이 많은 곳은 기존 회원들에게 약속한 기간 이후에는 상황을 봐서 회원 수를 조금씩 증원한다”고 했다. 현재는 회원이 내는 수입이 주요 수입원인데, 여러 사업을 다각적으로 플랫폼에 접목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업체와 협업해 전국 각지에 프랜차이즈 매장을 낼 만한 상가를 찾아주고 점주까지 매칭해주는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건물 관리 전문가나 세무사나 회계사를 소개해주는 비즈니스도 있다. 회원인 공인중개사의 일감이 늘어남에 따라 디스코도 수입을 늘리는 방식이다. 배 대표는 토지와 빌딩 가격을 사람들이 손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한 데는 자부심을 느끼는 듯 보였다. 그는 “부동산 가격이 가려져 있거나 가격이 갑자기 변동하는 상황은 판매자나 구매자뿐만 아니라 중개사 모두에게 좋지 않다”며 “토지나 빌딩, 상가, 창고, 공장 등의 거래도 아파트처럼 투명하고 편리하게 거래될 수 있도록 하는 게 디스코의 목표”라고 했다.성남=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4-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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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기차 화재 빠르게 잡으려 차 밑바닥을 뚫었죠”[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전기차 화재가 무섭다. 이달 1일 인천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가만히 세워져 있던 전기차에서 불이 났다. 아무런 충격이 없는 상태에서 불이 났고, 큰 불길이 5시간 이상 잡히지 않으면서 주변 차량 87대가 불에 타고, 783대는 열이나 그을음으로 인한 해를 입었다. 차 한 대에서 불이 시작됐을 뿐인데 화재 당시 출동한 소방인력은 170명이 넘었다. 고급 승용차인 벤츠 전기차에서 이런 불이 났다는 점에서 전기차 전반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기준 전기차의 화재 발생빈도는 1만 대당 1.32대로 일반 차량의 1.86대에 비해 30% 정도 낮다. 하지만 불이 나면 몇 시간씩 계속 타는 특성 때문에 국민의 불안감은 쉽게 가라앉기 힘든 상황으로 보인다. 대전 유성구에 있는 리모빌리티(대표이사 이재환·46)는 전기차의 배터리 화재를 진압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스타트업이다. 2017년 전기차 첫 화재 이후 관련 화재가 계속 늘어나던 2022년에 설립된 회사다. 26일 대전 유성구 본사에서 만난 이 대표는 “같은 기간 전기차 보급도 크게 늘었다. 운행 기간이 많아진 전기차가 늘어나면 화재는 더 문제가 될 소지가 커 그 해결법을 찾는 일을 시작하게 됐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인터뷰 도중에 여러 문의 전화를 받았다. 최근 이 회사 제품이 전기차 화재 진압 장비로 조달청 혁신제품에 지정돼 문의가 늘었다고 했다. 제품은 개발 막바지 단계다. 시제품으로 올해 초부터 개념 실증(PoC)을 했고, 완제품은 연내에 내놓을 계획이다.● 배터리 주변 온도를 낮추는 게 관건 전기차 배터리에 화재가 발생하면 불이 좀처럼 꺼지지 않는 열 폭주 현상이 발생한다. 일반 분말소화기로 소화제를 뿌려도 배터리의 화염은 잠깐 밀렸다가 이내 다시 살아난다. 일반 차량 화재와는 확연히 다른 양상이다. 소화제가 공기를 차단해도 소용이 없는 것은 열을 받은 리튬이온배터리에서 산소와 함께 가연성 가스들이 나오며 타기 때문이다. 소방관들은 질식소화덮개를 쓰기도 하는데, 이 또한 배터리의 불을 끄는 용도가 아니라 주변 차량이나 건물로 화염이나 연기가 번지는 것을 더디게 하려는 목적이다. 이동식 수조는 설치에 시간이 걸려 골든타임에는 적용하기 힘들고 재발화 방지용으로 많이 쓰인다. 배터리에 가해진 충격이나 불량 등으로 배터리 셀 일부의 온도가 올라가기 시작하면 주변으로 열 폭주 현상이 전이된다. 이 대표는 “주변 셀로 열이 전달되지 못하게 빠르게 냉각액을 스며들게 해 온도를 낮추는 것이 전기차 화재 진압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전기차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물을 차량 하부에 집중적으로 뿌리거나, 차 주변에 이동식 수조를 설치해 차를 담그는 것은 배터리 온도를 낮추려는 의도다. 그런데 문제는 배터리 겉면이 수증기나 먼지 등을 차단하기 위해 금속으로 밀봉돼 있다는 점이다. 국방과학연구소 출신의 권우근 리모빌리티 연구소장(68)은 “외부에서 소화제나 물을 뿌리는 방식보다 더 효과적으로 배터리 온도를 낮추기 위해 배터리 안으로 소화 약제를 직접 뿌리는 방식으로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했다. 리모빌리티가 만든 전기차 화재 진압 장치(포터블형)는 소화 약제를 담은 나지막한 카트처럼 생겼다. 불이 난 전기차 근처까지 끌고 가서 10여 m 정도의 거리에서 반자율주행으로 차량 앞쪽이나 뒤쪽으로 접근시킨다. 옆면으로는 연기나 화염이 분출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진압장치는 차량 밑바닥으로 기다란 연장 모듈을 전개시킨다. 차량 바닥으로 진입한 장치에는 합금 재질의 관통 분사 노즐이 달려 있다. 차량 밑바닥의 커버와 배터리 케이스를 뚫은 뒤 소화 약제를 배터리에 직접 고속 분사한다. 권 소장은 “처음에는 넓은 판형에서 9개 정도의 노즐이었지만 최종적으로 가느다란 사각형 모듈에 노즐 2개로 완성했다”며 “연구개발용 모델로 모형 전기차에 시험한 결과 배터리 주변 온도를 100∼150도 이하로 떨어뜨려 화재가 번지는 것을 막았다”고 했다. 전기차 충전소나 아파트 주차장 비치용으로 개발됐다. 소화 약제는 배터리 화재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비전도성 강화액 계열을 선택했다. 전기가 통하지 않으면서도 물보다 침투력이 좋아 더 빠르게 배터리 온도를 낮출 수 있는 액체다. 권 소장은 “소방관들이 호스로 물을 뿌리다 배터리의 전류에 감전되는 경우가 있어 비전도성이 필요했고, 물보다 냉각 효과가 좋은 물질이 필요했다”고 했다.● 빠른 화재 감지 시스템도 연구 조달청에 혁신제품으로 등록된 제품은 차량으로 견인하는 규모가 좀 더 큰 소화장치다. 이 대표는 “포터블형이 전기차 1대용이라면 견인형은 2∼3대의 화재도 처리할 수 있는 용량”이라고 했다. 향후에는 기존의 소방차량에 전기차 화재용 소화 약제와 이를 분사할 수 있는 장치를 결합한 전기차 전용 소방차량을 만들 계획이다. 리모빌리티는 작년 8월에 ‘전기차 배터리 화재 진압용 소화장치 및 시스템’의 특허를 등록했고, 올해 6월에는 ‘전기차 충전소의 화재 진압용 방염막’에 대한 특허도 등록했다. 충전 중인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위쪽에서 방염막이 펼쳐지고, 방염막 내부에서 소화액을 분사된다. 분사된 소화액을 방염막 내부에 가둬 수조를 형성, 전기차의 재발화도 막는 시스템이다. 이를 위해 자동으로 비상 상황을 감지하는 시스템도 연구 중이다. 주차장 바닥에 열감지 센서를 구비하고 영상감시 등과 결합해 전기차 화재를 조기에 감지하는 식이다. 이 대표는 “기존의 화재 감지 센서는 천장에 있어서 불이나 연기가 제법 발생해야 작동을 하는 경향이 있다”며 “보다 빠르게 화재를 감지하기 위한 시스템”이라고 했다. 국립소방연구원의 지난해 전기차 화재 대응 가이드에 따르면 전기차 화재의 화염 방향은 가스 분출 등으로 인해 수평 방향으로 빠르게 번진다. 전기차들이 나란히 서서 충전을 하던 중에 불이 난 사고를 분석해 봤더니 화재 차량에 화염이 보인 후 1분 15초 만에 바로 옆 차량으로 불이 번졌고, 세 번째 차량까지 번지는 데에도 모두 2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빠른 화재 감지가 필요한 배경이다.● 안전 분야 창업에 대한 꾸준한 관심 이 대표는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를 중심으로 공부한 뒤 산업체에서 다양한 연구 제조 기술을 경험했다. 2001년과 2004년 정보전산공학과 정보보호공학으로 학사와 석사를 받고, 이후 여러 중소기업에서 ICT 솔루션을 개발했다. 리모빌리티 창업 직전에는 기업에서 특수차량 개발을 총괄하는 경험도 쌓았다. 2010년과 2015년에는 경영학석사와 공학박사 학위도 받았다. 이 대표는 “정보기술(IT)을 기반으로 다양한 센서 제품과 원격관제 솔루션, 특수차량을 개발한 경험이 전기차 화재 감지와 전기차 화재 진압 특수차 개발 계획을 세울 수 있는 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이 대표가 보유한 여러 건의 특허 중에는 전기차 충전기 내장형 사물인터넷(IoT) 융합 화재 진압 장치와 전기설비 소공간용 소화기도 있다. 화재 중 많은 경우가 전기차 충전기와 전력 배전반, 분전함 같은 좁은 공간에서 발생하는 것을 알고 그 안에서 온도 등을 감지해 자동으로 소화제를 분사하는 작은 소화기다. 2013년 사업화를 포기했다가 지금 리모빌리티에서 추가 특허를 확보하고 함께 사업화를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전기차 화재를 관통형 노즐로 빠르고 안전하게 처리하는 것은 시작”이라며 “전기차 충전소의 자동 방염막 등 도시의 안전을 높일 수 있는 안전 솔루션을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대전=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4-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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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자컴퓨터 상용화 성큼… 약효 결정하는 전자구조 보며 신약 개발”[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올해 6월 25일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퀀텀코리아 2024’ 전시회에서는 양자컴퓨팅 산업의 빠른 발전을 기대하게 해주는 의미 있는 발표가 있었다. 국내 양자컴퓨팅 알고리즘 개발 스타트업인 큐노바(대표이사 이준구)가 신약이나 신소재 개발에 쓰일 수 있는 정확하고 빠른 양자 알고리즘(소프트웨어)을 세계에서 처음 시연한 것이다. 12일 대전 유성구 본사에서 KAIST 교수(전기 및 전자공학부)인 이준구 큐노바 대표이사(59)를 만났다. 그는 “순수하게 알고리즘만으로, 기존 양자컴퓨팅 자원의 1000분의 1만 가지고도 100배 더 정밀하게 화합물의 전자 분포를 오류 없이 계산해 낸 것”이라며 “지금 나오고 있는 불완전한 중간 규모의 양자컴퓨터로도 신약이나 신소재 개발이 머지않았다는 것을 보여준 세계 최고 수준의 결과”라고 했다. 흔히 양자컴퓨터는 기존 슈퍼컴퓨터가 수십 년 걸릴 계산을 단 몇 분 만에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기기로 묘사된다. 구글은 2019년 자사의 양자컴퓨터 ‘시카모어’가 양자 난수 생성과 검증에서 슈퍼컴퓨터보다 우위에 있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IBM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는 물론이고 핀란드의 IQM 같은 회사들은 개인이나 기업들이 상업적으로 접근 가능한 양자컴퓨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양자컴퓨터는 신약이나 신소재 개발, 물류나 공급망 관리 같은 최적화 문제, 암호 해독 분야 등에서 슈퍼컴퓨터보다 훨씬 효율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양자컴퓨터는 양자 상태인 큐비트를 기반으로 계산을 수행하기에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열이나 전자기장 등 주변 환경의 변화에도 민감해 잘못된 값을 내놓기도 한다. 큐노바는 양자컴퓨터의 불안정성을 알고리즘으로 극복해 양자컴퓨팅의 상용화를 앞당기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화합물의 효능을 미리 계산해 예측 큐노바는 6월 말 전시회에서 핀란드 IQM사의 초전도 양자컴퓨터와 오스트리아 AQT사의 이온트랩 양자컴퓨터에 접속해 리튬황화물과 황화수소, 물분자, 암모니아 등의 전자 분포를 에너지 분석을 통해 이론값에 가깝게 계산해 냈다. 특정 화합물의 전자 구조는 해당 화합물의 화학적 성질과 반응성을 예측하는 데 중요하다. 특정 약물이 항원에 강력하게 접촉하는지 등을 예측함으로써 약물의 효능을 검증하는 식이다. 양자컴퓨팅에서 알고리즘의 역할은 중요하다. 첫 번째는 양자컴퓨터 자체가 가지고 있는 계산의 불안정성을 보완하는 역할이다. 인류가 지금까지 개발한 양자컴퓨터는 양자 상태인 큐비트의 오류를 물리적으로는 정확히 보정하지 못해 계산 도중 잘못된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예컨대 1+3을 계산하는 문제를 양자컴퓨터로 계산한다고 했을 때 확률적으로 4가 아닌 다른 값이 나올 수도 있다는 말이다. 알고리즘의 보완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양자 상태의 큐비트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에 양자적으로 반응하는 원자 단위의 물리적 상태를 모의하는 데 탁월한 이점이 있다는 것이다. 기존 컴퓨터로 양자 상태의 물리 현장을 모의하려면 복잡한 계산식으로 많은 컴퓨팅 자원이 소모되지만 양자컴퓨터에서는 이를 훨씬 단순한 알고리즘으로 구현할 수 있다. 큐노바가 개발한 알고리즘에는 ‘인계 반복 변분 양자 고유값 해법’(HIVQE·Handover Iteration Variational Quantum Eigensolver)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특정 화합물의 특성을 알려면 그 화합물 내 전자들이 분포할 수 있는 가장 낮은 수준의 에너지 상태를 찾아야 하는데, 그걸 찾는 알고리즘이다. 기존에 있는 방식(VQE)에 큐노바가 개발한 단순하지만 정확한 알고리즘이 결합됐다. 이 대표는 “지금 나와 있는 ‘노이즈가 있는 중간 규모 정도의 양자컴퓨터(NISQ)’를 신약이나 신소재 연구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길이 곧 열릴 것”이라고 했다. 노이즈가 있다는 말은 계산 결과가 불안정하다는 의미다. 큐노바는 HIVQE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화합물의 전자구조를 해석하는 플랫폼(펄사·Pulsar)을 90% 정도 완성한 상태다. 신약이나 신소재 개발에서 특정 화합물이 어떤 효능을 낼 것인지를 전자 분포를 직접 계산해 미리 알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이다. 기존에는 특정 화합물을 직접 만들어 효능을 알아냈다면 이제는 전자의 분포를 직접 계산하는 근본적인 방식으로 새 물질을 합성하는 것이다. 큐노바는 펄사를 기반으로 현대자동차와 포스코홀딩스 등과 협업하기도 했다.● 근본부터 다른 신소재-신약 빠르게 발굴 큐노바는 신약 및 신소재 후보 물질을 빠르게 찾아주는 플랫폼(밀키 웨이·Milky Way)도 개발하고 있다. 이는 양자 기반 분자 조각 조합 신약개발법(양자 FBDD)을 기반으로 한다. 양자컴퓨팅을 활용해 분자의 전자 분포를 계산해 화합물의 물리화학적 특성을 정밀하게 분석한다. 또 작은 분자 조각들이 표적 단백질과 어떻게 결합하는지를 분석해 유효한 약물 후보를 도출한다. 1억 개 이상의 화합물 라이브러리를 기반으로 다양한 화합물을 정교하게 구별하고 선별할 수 있도록 돕는다. 기존의 일반 컴퓨팅으로는 풀지 못하는 양자 모델링 등을 통해 최우선 후보물질을 발굴토록 하는 것이 목표다. 이 대표는 “현재 업계에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후보 물질을 학습시키고 있지만 기존 약물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혁신적인 신약이나 신소재를 찾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밀키 웨이가 완성되면 분자 조각들의 다양한 효능에 대한 데이터로 훨씬 효과가 좋은 신약이나 신물질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기존 약물을 개선하는 정도가 아니라 처음부터 완전히 새로운 혁신적인 신약 개발이 많아질 것이다. 큐노바는 현재 밀키 웨이를 50∼60% 정도 구축한 상태다.● 2000년 초반 양자컴퓨팅과 인연 후 창업 이 대표는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로 양자 정보 및 통신 연구실도 운영하고 있다. 양자 보안 통신과 양자 기계 학습 등도 연구 분야다. 1995년 미국 미시간대에서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제라드 무루 교수 연구센터에서 양자광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6년 일본 NEC가 미국에 세운 NEC연구소에 들어가서 당시 세계적으로 이론이 나오고 있던 양자컴퓨팅 연구에 참여하게 됐다. 그러다가 실제 양자컴퓨터가 개발되지 않아 관심을 접어 두었다가 큐비트 2∼3개짜리 양자컴퓨터가 출현하기 시작한 2012년경부터 다시 양자컴퓨팅 연구를 본격화했다. 큐노바는 2021년 교원창업으로 설립했다. 이후 토론토대의 양자 기술 기반 스타트업 보육 프로그램(CDL 양자스트림 과정)을 완료했다. 양자 기술 기반의 스타트업을 보육하는 곳으로는 유일한 곳이다. 큐노바는 50개 팀 중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10개 팀 중 하나였다. 이 대표는 “양자 기술로 어떤 사업이 가능할지 검증을 받는 과정 중에 40개 팀은 사업성이 불분명해 포기한 것”이라며 “전 세계 양자 기술 기업이나 투자자들과 네트워킹을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했다. 큐노바가 6월에 시연한 양자컴퓨터는 20큐비트 기반이다. 유효하게 작동하는 큐비트가 40∼60개 정도 되면 양자컴퓨팅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대표는 “내후년 정도면 그런 시대가 될 것”이라며 “올해 말까지 60큐비트에서도 작동하는 펄사 플랫폼을 완성해 세계적인 클라우드 서비스에서 선보일 계획”이라고 했다. 대전=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4-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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