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우선

임우선 기자

동아일보 해외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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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임우선 기자입니다.

imsun@donga.com

취재분야

2024-12-17~2025-01-16
미국/북미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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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정치12%
국제일반12%
칼럼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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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고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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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취임 첫날 관세 걷을 ‘대외수입청’ 신설”

    20일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사진)이 취임 첫날 외국으로부터 관세를 걷을 별도의 정부 기관인 ‘대외수입청(External Revenue Service)’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관세로 감세, 불법 이민 단속 등에 필요한 재정을 충당하겠다고 공언한 그가 이를 전담할 별도 기관의 설립까지 예고한 것이다. 그는 14일(현지 시간) 트루스소셜에 “물러빠지고 비참하리만큼 나약한 무역협정 때문에 미국 경제는 세계에 성장과 번영을 제공하면서도 스스로에게는 세금을 부과해 왔다. 이제 이런 관행을 바꿔야 할 때”라고 썼다. 이어 “취임 첫날 대외수입청을 설립해 미국과의 무역에서 이익을 얻는 이들에게 정당한 몫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간 국토안보부 산하 세관국경보호국(CBP)이 담당했던 관세 업무를 전담할 별도 기관 설립이 꼭 필요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백악관 수석전략가를 지낸 스티브 배넌은 외국인의 미국 투자에도 수수료를 부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 역시 대외수입청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재무부 산하에 두자고 했다. 한편 트럼프 당선인은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연차총회에 23일 온라인으로 참석해 연설하기로 했다. 재집권 후 첫 국제 행사에서 그가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 2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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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 60세이상 근로자 30만명 늘었는데 노하우 못 살리고 단순 노무

    한국의 일하는 노인 수 자체는 다른 나라들보다 많은 편이며 지금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60세 이상 취업자는 고용시장 성장세를 견인했고 그 결과 한국은 모든 연령대 중 60세 이상 취업자가 가장 많은 나라가 됐다. 하지만 문제는 ‘영 올드’가 산업 현장에서 쌓은 노하우를 살려 활동하는 선진국과 달리 한국 고령층 대부분은 평생 경력과 무관한 단순 노무에 내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일하는 60세 이상 고령층은 1년 전보다 29만8000명 불어난 677만8000명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전체 취업자 수는 12만3000명 늘었는데, 2.4배에 달한다. 그 결과 지난해 60세 이상은 1982년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취업자 수가 가장 많은 연령대로 올라섰다. 10여 년 전만 해도 일하는 노인을 찾아보기 어려웠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2013년 9월까지 60세 이상은 10대를 제외하면 취업자 수가 가장 적은 연령대였다. 하지만 그해 10월 20대 취업자를 뛰어넘기 시작하더니, 2020년 9월 30대, 2023년 5월 40대를 차례로 제쳤고 지난해 9월에는 50대보다도 많아졌다. 지금은 전체 취업자의 4명 중 1명(23.5%·지난해 11월 기준)이 60세 이상이다. 세계적으로도 한국은 고령층의 경제활동이 활발한 나라로 꼽힌다. 2003년엔 65세 이상 10명 중 3명(28.6%)만 일을 하거나 일을 구하는 등 경제활동을 했는데, 2023년엔 38.3%로 껑충 뛰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2003년에도 1등, 2023년에도 1등이다. 2위인 일본과의 격차는 2003년(일본 20.2%) 8.4%포인트였다가 2023년(일본 25.7%) 12.6%포인트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처우는 여전히 열악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 2분기(4∼6월) 65세 이상 임금 근로자가 가구주인 가구 중 월평균 근로소득이 100만 원 미만인 가구의 비율은 46.7%로 절반에 달했다.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65세 이상 근로자 중 절반 가까이는 일해서 받는 돈이 한 달에 100만 원도 안 된다는 의미다. 고령 근로자 절반이 일하는 이유로 ‘생계 유지’를 꼽고 있는 점 역시 일해도 가난한 노인들이 여전히 많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김지연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연구위원은 “중년기 이후 취업자들은 육체적 단순노동에 종사하고 있다”며 “노동 공급이 점점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중장년층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들을 개선해 직무의 연속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특별취재팀▽팀장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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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년 겨울 ‘폭우’에 자란 LA 초목, 올겨울 ‘가뭄’에 불쏘시개로

    이달 7일(현지 시간)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일대를 덮친 화재가 이상기후에 따른 이례적인 폭우와 기록적인 가뭄 속에 더욱 심각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10월부터 최근까지 거의 비가 안 온 극심한 가뭄 상황에서 2023년 11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이어진 겨울 폭우 속에 웃자란 초목이 일종의 ‘불쏘시개’ 역할을 하며 화재를 급속히 키웠다는 의미다. 또 2000년대 이후 고온 ‘열돔’, 이상 강수 현상 등 기후변화가 일종의 ‘뉴노멀’(new normal·새로운 기준)이 됐는데도 연방정부와 주 당국의 대비가 미숙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앞으로도 로스앤젤레스를 포함해 곳곳에서 이상기후와 기후변화로 인한 대규모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악마의 강풍’ 샌타애나 위력 키운 기록적 가뭄 이번 화재는 좀처럼 진압되지 않고 있다. 피해가 집중된 퍼시픽팰리세이즈의 산불은 13일 기준 진화율이 14%에 그치고 있다. 최소 16명이 숨진 이턴 산불도 33%만 진화됐다. 인명 및 재산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14일 기준 최소 24명이 사망하고 23명이 실종됐다. 1만2000여 채의 건물 등이 파손되고 15만 명이 대피했다. 특히 미 국립기상청(NWS)은 “14일 오전부터 15일 낮까지 최대 시속 70마일(약 113km)의 돌풍이 예상된다”며 로스앤젤레스 일대에 화재 적색경보를 발령했다. 다시 한번 강한 바람을 타고 불이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로스앤젤레스가 포함된 캘리포니아주 남부 일대에서는 매년 9, 10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서부 사막지대 ‘그레이트베이슨’ 일대에서 고기압을 타고 발생한 국지성 강풍 ‘샌타애나’가 발생한다. 샌타애나는 캘리포니아 남부 해안가의 배후지인 샌타모니카 산맥의 협곡을 타고 내려오는 과정에서 시속 약 64∼96km의 빠른 강풍으로 변모한다. 이로 인해 작은 불씨도 큰 화재로 번지는 일이 잦아 현지에선 ‘악마의 바람’이라고도 부른다.특히 올해는 캘리포니아주 남부에 기록적인 가뭄이 이어져 화재 피해를 더욱 키웠다. 현지 국립관측소에 따르면 최대 규모 화재지인 팰리세이즈 지역의 최근 3개월간 누적 강수량은 5.08mm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역대 평균치(421.6mm)와 큰 차이를 보인다. 기상학자인 라이언 키텔은 로스앤젤레스타임스에 “이번 겨울은 기록상 역대 10위 안에 드는 건조한 겨울”이라고 진단했다. 로스앤젤레스 일대에는 향후 1주일 이상 비가 오지 않을 것으로 예보됐다. ● 폭우 속에 성장한 초목이 불 더 키워 전문가들은 2023년 10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캘리포니아주 해안에서 고기압이 강세를 보이면서 쾌청한 날씨가 이어진 동시에 많은 비가 온 것도 이번 화재를 키운 원인으로 분석한다. 특히 지난해 2월에는 태평양에서 발원한 좁고 긴 비구름대가 미 서부에 많은 비를 뿌려대는 이른바 ‘대기의 강’ 현상으로 인해 하루 강수량만 104mm에 달하는 날도 있었다. 이 과정에서 캘리포니아주의 산을 중심으로 예년 겨울보다 더 많이 자란 풀과 나무들이 이번 화재의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김백민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는 “기후변화로 캘리포니아주의 고온건조 현상이 심해지는 가운데 수분이 부족한 초목이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최근 뜨거운 공기가 한 지역에 계속 머무는 이른바 ‘열돔 현상’과 해수면 온도 변화도 심해지는 것을 감안할 때 최근의 대형 산불이 더욱 자주 발생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기후변화로 인한 대형 산불이 로스앤젤레스의 뉴노멀이 될 것이란 근심이 있다”고 진단했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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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A산불 정쟁, 공화 美하원의장 “지원엔 조건 필요”

    미국 역사상 최악의 화재란 평가를 받고 있는 로스앤젤레스(LA) 산불을 둘러싸고 미 정치권의 정쟁이 격화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민주당 출신인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최근 지속적으로 비난한 데 이어 공화당 소속 연방 하원의장도 공세에 가담하자 민주당 역시 강하게 반발하는 모양새다. 13일(현지 시간) 마이크 존슨 연방 하원의장(루이지애나)은 로스앤젤레스 산불 피해 복구 지원 예산 편성과 관련해 “주(캘리포니아)와 현지 당국의 지도자들이 많은 측면에서 직무에 태만한 모습을 보였다”며 “아무래도 그 지원에는 전제 조건들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건 내 개인적인 견해”라면서도 “공감대가 어떻게 형성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에서는 곧바로 맞불 반응이 나왔다. 민주당 소속인 재러드 모스코위츠 하원의원(플로리다)은 이날 X를 통해 “당신(존슨 의장)이 이렇게 하면 끝이 없을 것”이라며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면 (공화당 강세 지역인) 플로리다와 텍사스주 지원에도 조건을 걸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8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 모든 것은 그(뉴섬 주지사)의 책임”이라고 공격했고, 뉴섬 주지사는 10일 “비극을 정쟁의 도구로 삼지 말라”고 반박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다시 12일과 14일에도 “(산불에) 무능한 정치인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고 있다”고 공격했다. 캘리포니아주 당국은 ‘주정부가 소방 예산을 삭감했다’ 등의 뉴스가 보수 성향 매체를 중심으로 퍼지자 11일 산불 관련 팩트체크 사이트를 만들어 대응 중이다. 캘리포니아주는 “소방 예산을 2배로 늘려 세계 최대 규모의 항공 소방대를 운영 중”이라며 “산림 관리 예산도 10배 늘렸다”고 반박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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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럽선 숙련 인력 ‘귀하신 몸’… 독일 68세 금융인 “정년 2년 지나도 금융회사 일해”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회사를) 관두라고 하는 건 차별 아닌가요.” 지난해 말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만난 프랑크 괴틀 씨(67)는 유럽 전역 30여 곳에 지점을 둔 화물 운송 업체의 중역이다. 10년 전에 일찌감치 노후 준비를 끝냈는데도 일을 손에서 놓지 않고 있다. 괴틀 씨는 “작년부터 연금을 받기 시작했지만 현역으로 계속 뛸 것”이라고 했다. 네덜란드, 영국, 독일 등에서 만난 ‘영 올드(Young Old·젊은 노인)’들은 왕성한 경제 활동을 자부하고 있었다. 영국 런던 현지 은행의 위험관리 업무 총괄자인 맵 카트리 씨(64)는 “직장에서 책임을 다하며 느끼는 성취감이 있다”고 했다. 그는 “75세가 넘어도 은행에서 활약하는 사례도 있다. 나 역시 건강만 허락한다면 70대에 새로운 기회를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우리의 현실은 암울하다. 선진국 ‘영 올드’들과 달리 한국의 고령층은 현역 시절 숙련된 기술을 살리지 못한 채 단순 임시직에 그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2022년 기준 55∼64세 국내 임금근로자 중 34.4%는 기간제 근로자 등 임시고용직인 것으로 조사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압도적 1위로 2위 일본(22.5%)과 격차가 10%포인트 이상 났다. 올해부터 1965년생을 시작으로 954만 명 규모의 2차 베이비붐 세대가 순차적으로 은퇴하면 소득 절벽에 시달리는 노인들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은 최근 “구조개혁이 없을 시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040년에는 0%대로 추락할 수 있다”며 “고령층의 노동생산성 향상을 위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유럽선 숙련 인력 ‘귀하신 몸’… 독일 68세 금융인 “정년 2년 지나도 금융회사 일해”〈2〉 ‘영 올드 현역’이 뛴다네덜란드-영국, 정년제도 없애고… 독일은 정년 67세로 단계적 상향민관 플랫폼으로 경제활동 지원한국 고령층 일자리, 복지성 대부분… “직무설계 등으로 질적 성장 유도를”“돈 때문에만 일하는 건 아닙니다. 일을 통해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문화를 접하는 게 여전히 재밌어요.”지난해 말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만난 벨리 아부다크 씨(68)는 2년 전 정년을 맞이했지만 아직도 현지 금융회사에서 활약하고 있다. 아부다크 씨는 “난방비, 관리비 등 웬만한 물가가 다 올랐는데 월급과 연금을 동시에 받기 시작하니 생활비에도 물론 제법 여유가 생겼다”고 말했다.네덜란드 위트레흐트에서 인터뷰한 건축 설계 엔지니어 얀 브륀덜 씨(73)는 네이메헌 지역의 철도 시스템을 개선하는 프로젝트를 맡아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브륀델 씨는 “네덜란드 스히폴 국제공항과 네이메헌을 오가는 열차가 1시간에 세 번 정도 오는데, 이 배차 간격을 줄이기 위해 작업 중”이라며 “2029년까지 완공하는 것이 목표인데 그때까지는 당연히 일을 하지 않겠냐”고 되물었다. 그는 “지금도 업무 의뢰가 계속 들어오는 중”이라며 전기 분야 엔지니어로서 본인의 전문성에 대한 자랑스러움도 내비쳤다.● 유럽에서는 70대도 엔지니어로 활약본보가 네덜란드, 독일, 영국 등의 선진국에서 만난 ‘영 올드’들은 정년 이후에도 숙련자로서 활발히 현장을 누비고 있었다. 정부, 지역사회 등이 이들을 적극 지원하는 가운데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영 올드’ 채용에 나서고 있다. 숙련 노동자가 갈수록 귀해지는 데다 ‘영 올드’ 소비자의 부상에 발맞춰 고령 근로자를 중시하는 움직임이다.아부다크 씨는 “숙련된 인력이 퇴직하지 않고 회사에 오랜 기간 기여하는 게 사회적으로도 중요한 시점”이라며 “주요 분야에서 전문 인력들이 부족해 기업들의 걱정이 많은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브륀덜 씨도 “제법 많은 기업들이 나 같은 숙련 노동자를 필요로 하는 분위기”라며 “대기업들 역시 고령층의 근속 기간을 늘리는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고 했다.실제로 독일 기업 보쉬(Bosch)는 기술력 유지를 위해 ‘시니어 전문가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고령 근로자에게 교육, 멘토 역할을 맡기고 있으며 영국의 보험사 아비바 역시 고용 인력의 3분의 1 이상을 50대로 구성하고 있다.각 정부도 ‘영 올드’들이 일터를 오랫동안 지킬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들을 펼치고 있다. 네덜란드와 영국은 정년 제도를 사실상 없앴으며, 독일은 현재의 정년 연령인 만 65세를 2029년까지 만 67세로 단계적으로 상향하고 있다. 독일 노동사회부 관계자는 “퇴직 이후 재취업을 희망하는 모든 이들을 위해 경력 컨설팅도 제공하고 있다”며 “2023년 1월부터는 조기 퇴직한 고령자도 연금 삭감 없이 추가 소득을 무제한으로 받게 되는 등 퇴직자의 재취업을 다방면으로 장려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정부 차원에서 ‘생애 설계 서비스’를 출시한 사례도 있다. 2020년 영국 노동연금부는 중장년층들이 노후 준비를 스스로 점검하고 재취업 관련 정보를 직접 얻을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 ‘Mid-life MOT’를 출시했다. MOT는 차량의 정기 점검을 의미하는 용어에서 비롯된 것으로, 중장년층이 스스로 삶을 점검하고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파악하자는 취지를 담았다.영국 런던에서 파트타임 컴퓨터 엔지니어로 근무하는 김기정(가명·58) 씨는 “정년을 일괄적으로 정하기보다는 다양한 형태의 고용이 존재하는 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이롭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학교·기업 등도 시니어 일자리 지원교육기관, 지역사회 등도 ‘영 올드’들이 고유한 역할을 맡을 수 있도록 이끌어주고 있다. 네덜란드에서는 레이던, 틸뷔르흐 등 5개 대학이 합심해 노인들을 위한 시니어 학습 프로그램 ‘노인을 위한 고등교육(HOVO)’을 만들었다. 암스테르담자유대에서 HOVO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카롤린 판베르헌 디렉터는 “(프로그램을 통해) 고령층들이 주도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다지고 있다”며 “최근에는 번역일을 하는 60대 학생이 건축 수업을 들은 다음 관련된 책을 번역해 출간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네덜란드에는 은퇴자들을 매년 전 세계 개발도상국의 중소기업으로 파견시키는 ‘PUM’이란 비영리단체도 있다. 베테랑 근로자들의 수십 년간 숙련된 노하우를 필요로 하는 기업에 전수해주는 역할이다. PUM은 1978년 설립된 이래 현재까지 전 세계 4만 개 이상의 기업과 협력해 왔으며, 네덜란드 정부의 재정 지원도 받고 있다.독일에서는 전국 각지에 있는 900여 개의 ‘시민대학’이 영 올드 교육 현장으로 자리 잡았다. 정부 지원하에 양질의 강사진들이 다양한 분야의 교육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한다. ‘시니어사무소’도 독일 고령자의 사회 참여를 돕는 대표적인 기관으로, 50세 이상 구직자들에게 현지 지역 기업 프로젝트 등을 소개하고 연결해준다.전문가들은 한국도 고령층이 양질의 일자리를 갖고 장기간 근무할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기존의 고령자 일자리는 질적인 수준과 지속 가능함이 뒷받침되지 않는 ‘복지성 일자리’가 대부분이었던 게 사실”이라며 “직무 설계, 취업 개선 능력 등을 지원해 시니어 일자리의 질적 성장을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특별취재팀▽팀장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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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현장을 가다/임우선]선로 밀침부터 방화-살인까지… 市상징에서 골칫거리 된 뉴욕 지하철

    《비가 오는 날엔 천장에서 물이 떨어져 승강장에 웅덩이가 생긴다. 선로 바닥에는 버려진 물병과 쓰레기가 굴러 다닌다. 가만히 선로 틈새를 바라보면 바삐 이동하는 커다란 쥐가 보이기도 한다. 엘리베이터를 타면 진한 암모니아 냄새가 코를 찌른다. 하지만 무거운 짐을 든 관광객들에게는 엘리베이터가 있는 역이면 그나마 다행이다. 대부분의 역에서는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를 찾아보기 힘들다. 한국 지하철에선 상상하기 어려운 2025년 뉴욕 맨해튼의 지하철 역 풍경이다.》1904년 개통된 뉴욕 지하철은 오랜 시간 미국의 혁신과 성장을 상징했다. 하지만 지금은 뉴욕시의 최대 골칫거리 중 하나다. 단순히 시설이 낡고 더러워서가 아니다. 뉴욕시 전역을 연결하는 핏줄과도 같은 이곳에서 폭행, 칼부림, 선로 밀침, 방화로 인한 살인 등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요즘 뉴욕 지하철은 쓰레기, 노숙자, 불법 이민자, 정신건강 위기 등 뉴욕 사회의 총체적 문제를 집약해 보여주는 곳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2주 1번꼴 선로 사고, 칼부림에 살인까지 지난해 12월 22일, 크리스마스를 불과 3일 앞두고 뉴욕 시민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일요일이었던 이날 오전 7시 30분, 지하철에서 졸고 있던 한 여성이 객차 안에서 불에 타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범인은 아무 이유 없이 여성에게 다가가 라이터로 불을 붙였고 승강장 벤치에 앉아 사건 현장을 지켜보는 엽기적 행동을 했다. 뒤늦게 붙잡힌 범인은 2018년 과테말라에서 불법 입국했다가 추방당했지만, 다시 몰래 재입국한 불법 이민자로 드러났다. 같은 날 또 다른 지하철에서는 객차 안에서 칼부림 사건이 발생해 한 명이 숨지고 한 명이 다쳤다. 이틀 뒤 크리스마스이브에는 맨해튼 그랜드 센트럴역에서 한 남성이 칼로 한 여성의 목을 베는 등 두 사람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신년 전야에는 맨해튼 지하철 역에서 한 남성이 밀침을 당해 지하철과 부딪쳤다. 두개골이 골절됐지만 이 남성은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다. 새해 첫날에는 지하철에서 두 남자가 17분 간격으로 칼부림을 당했다. 이후에도 비슷한 사건은 이어지고 있다. 지하철 범죄는 승객들만 당하는 것이 아니다. 기관사 등 뉴욕 지하철을 운영하는 뉴욕 메트로폴리탄교통국(MTA) 직원들도 칼에 찔리고 폭행을 당하는 등 돌발 사고에 노출되고 있다.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12월에만 지하철에서 총 49건의 중범죄가 발생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40%가량 늘어난 수치였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해 뉴욕 지하철 역에서 선로 밀침 사고는 2주에 1번꼴로 발생했다. 재택근무 확산 등의 영향으로 뉴욕 지하철의 승객 수는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보다 여전히 약 30% 적은 상황이다. 하지만 중범죄 수는 2019년 374건에서 지난해 579건으로 54.8%가 늘었다. 심각한 교통체증과 1시간 주차비가 5만 원이 넘는 살인적 물가로 유명한 뉴욕에서 시민들은 “차를 몰 수도 없고, 지하철을 타기도 무섭다”며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60대 뉴욕 시민 재닛 씨는 “뉴욕이 1970년대로 되돌아간 것 같다”며 “그때도 이 정도로 나쁘진 않았다”고 한탄했다.●승강장 벽에 딱… “정신질환자 강제 입원” 논란 뉴욕시 당국은 지하철에서 발생한 사고의 많은 수가 일부 노숙자를 포함해 정신건강 위기를 겪고 있는 이들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요즘 뉴욕의 지하철 역이나 객차 안에서는 어렵지 않게 노숙자들을 볼 수 있다. 뉴욕시는 도시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면 거리의 사람들이 동사(凍死)할 것 등을 우려해 ‘코드 블루’를 발령하는데, 이들이 추위를 피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공간이 지하철이다. 언제 어디서 생길지 모르는 돌발 사고에 불안감을 느끼는 시민들이 늘면서 최근 뉴욕 지하철 역에서는 지하철이 들어오기 전까지 사람들이 최대한 승강장 벽에 몸을 바짝 붙이고 서 있는 모습이 관찰된다. 밀침 사고를 우려한 탓이다. 지하철을 타지 않고 차라리 걷거나, 서울시의 ‘따릉이’에 해당하는 ‘시티 바이크’로 이동하는 사람들도 많다. 뉴욕도 한때 한국의 ‘스크린도어’와 같은 장비를 설치하는 안을 논의했지만 MTA의 만성적 재정 적자에 무산됐다. 무엇보다 뉴욕 승강장이 오래돼 스크린 도어 하중을 감당할 수 없거나, 플랫폼이 좁아 설치 공간이 나오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고 현지 언론들은 보도했다. 시민들의 불만과 비판이 거세지자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는 “지하철에 주 경찰과 MTA 경찰, 국가 방위군을 추가로 배치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지하철의 폭력 범죄를 퇴치하고 정신건강 위기를 해결하겠다”며 정신질환자의 강제 입원을 쉽게 하는 법안 마련을 약속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접근 방식이 정신건강 위기를 겪는 이들에 대해 왜곡된 인식을 조장하고 강제 입원 남발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올해 6월 시작되는 뉴욕시장 선거를 앞두고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은 모두 너 나 할 것 없이 지하철 안전과 정신건강 위기 해결, 그중에서도 노숙자의 정신건강 관리를 강조하는 분위기다. 뉴욕시에 따르면 지난해 뉴욕시의 노숙자 규모는 4140명으로, 2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NYT는 “뉴욕시 공립학교 학생 8명 중 1명이 노숙자”라고 전하기도 했다.●정쟁 화두 된 ‘뉴욕 지하철’… 트럼프까지 등장 한편, 호컬 뉴욕주지사는 뉴욕의 대중교통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MTA의 만성적인 적자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며 이달 5일부터 맨해튼 진입 차량들에 대한 ‘혼잡통행료’ 부과를 시작했다. 미국에서 처음 혼잡통행료 부과가 시행된 것이다. 뉴욕은 이 돈으로 지하철 개선에 필요한 예산을 마련할 계획이다. 올해는 9달러(약 1만3000원)로 시작했지만 6년에 걸쳐 통행료를 인상해 2028년에는 12달러, 2031년에는 15달러를 받을 예정이다. 뉴욕과 뉴저지 등에서 맨해튼을 자주 다니는 시민들은 이 같은 혼잡통행료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달 NYT가 시행한 설문조사에서는 뉴욕주 유권자의 절반 이상이 혼잡통행료에 반대했다. 뉴저지주 등은 혼잡통행료 도입을 막기 위해 10건 이상의 소송을 제기했지만 저지에 실패했다. 일부 시민은 민주당 출신 주지사인 호컬 주지사가 불법 이민자와 지하철 안전 문제를 해결 못 한 것도 모자라 혼잡통행료까지 부과하고 있다며 민주당 자체에 대한 불만을 키우는 모양새다. 이 과정에서 뉴욕 출신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까지 가세해 혼잡통행료를 격하게 비판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내가 대통령이 되면 취임 첫 주에 즉시 혼잡통행료를 없애겠다”고 밝혔다. 이런 흐름 속에 앞으로 뉴욕에서 공화당의 입지가 더 강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뉴욕은 미국에서 가장 진보적인 도시 중 하나로 전통적으로 민주당 강세 지역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대선에서 트럼프 당선인은 2020년 대선 때보다 뉴욕 유권자들의 지지를 훨씬 많이 받았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뉴욕주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이번 득표율은 이전 대선 대비 12%포인트 늘었고, 뉴욕시만 놓고 봤을 때도 득표율이 7%포인트 증가했다.임우선 뉴욕 특파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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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A 산불도 정쟁화…美 하원의장 “재난피해 지원에 조건 필요”

    미국 역사상 최악의 화재란 평가를 받고 있는 로스앤젤레스(LA) 산불을 둘러싸고 미 정치권의 정쟁이 격화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민주당 출신인 캘리포니아주 주지사를 최근 지속적으로 비난한데 이어 공화당 소속 연방 하원의장도 공세에 가담하자 민주당 역시 강하게 반발하는 모양새다. 13일(현지 시간) 마이크 존슨 연방 하원의장(루이지애나)은 로스앤젤레스 산불 피해 복구 지원 예산 편성과 관련해 “주(캘리포니아)와 현지 당국의 지도자들이 많은 측면에서 직무에 태만한 모습을 보였다”며 “아무래도 그 지원에는 전제 조건들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건 내 개인적인 견해”라면서도 “공감대가 어떻게 형성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에서는 곧바로 맞불 반응이 나왔다. 민주당 소속인 재러드 모스코위츠 하원의원(플로리다)은 이날 X를 통해 “당신(존슨 의장)이 이렇게 하면 끝이 없을 것”이라며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면 (공화당 강세 지역인) 플로리다와 텍사스주 지원에도 조건을 걸 것”이라고 밝혔다.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8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 모든 것은 그(뉴섬 주지사)의 책임”이라고 공격했고, 뉴섬 주지사는 10일 “비극을 정쟁의 도구로 삼지 말라”고 반박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다시 12일과 14일에도 “(산불에) 무능한 정치인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고 있다”고 공격했다. 캘리포니아주 당국은 ‘주정부가 소방 예산을 삭감했다’ 등 뉴스가 보수성향 매체를 중심으로 퍼지자 11일 산불 관련 팩트체크 사이트를 만들어 대응 중이다. 캘리포니아주는 “소방 예산을 2배로 늘려 세계 최대 규모의 항공 소방대를 운영 중”이라며 “산림 관리 예산도 10배 늘렸다”고 반박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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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활비 얼마 썼냐 묻던 남편, 은퇴후 연금 받자 돈 걱정 안해”

    지난해 11월 19일 오후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서덜랜드 ‘부파(BUPA) 은퇴자 마을’ 아파트 안. 수영장을 지나 공용 거실에 들어서자 70, 80대 입주자 11명이 골대가 그려진 매트 위에서 공 굴리기 게임을 하고 있었다. 돌아가며 공을 굴리던 이들은 공이 골대 가까이 갈 때마다 환호하며 박수를 쳤다.공무원으로 일하다 20년 전 은퇴한 제프 듀발 씨(77)도 부인과 함께 4년 전 이곳으로 이사 왔다. 집에서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는 건 물론이고 사교 행사에도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이곳에서의 삶이 만족스럽기 때문이다. 이날도 수중 에어로빅, 공예 수업, 카드 게임 등 입주자들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가 쉴 새 없이 열렸다. 매달 7000호주달러(약 640만 원)씩 나오는 퇴직연금이 있어 750호주달러(약 68만 원)의 관리비도 비교적 저렴하다고 느낀다. 그는 “생활비를 내고 남는 돈은 여행이나 파티, 가족을 위한 선물에 쓴다. 혜택이 좋은 연금 덕분”이라며 웃었다.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늙고 있는 한국에선 찾기 어려운 모습이다. 한국은 지난해 12월 국민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일본(10년), 독일(36년), 프랑스(39년)와는 달리 고령사회가 된 지 불과 7년 만에 초고령사회를 맞이한 것.하지만 ‘실버 시프트’ 준비는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시니어를 중심에 놓고 연금, 정년, 의료, 교육 등 모든 정책과 산업의 큰 그림을 다시 그려야 하는 시점이지만 개혁의 움직임은 더딘 것이다. 건강과 소득을 갖춘 노년층을 일컫는 ‘영 올드(Young Old)’가 소비와 생산의 주체가 되고 있는 선진국과 달리 한국 노년층은 노후 버팀목의 부재 속에 소비를 줄이고 있다. 퇴직연금 연평균 수익률은 최근 10년 기준 2%대에 불과하고, 취업 시장에 뛰어든 노인 절반은 100만 원 아래의 월급을 받는 현실 때문이다.한국 경제성장률이 1%대로 추락하며 저성장이 고착화될 위기 상황에 준비 없이 맞이한 초고령화가 전체 경제 활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2차 베이비붐 세대(1964∼1974년생)의 은퇴에 따라 경제성장률이 2024∼2034년 연 0.38%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정했다.전문가들은 더 늦기 전에 연금부터 의료, 산업 현장까지 모든 사회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될수록 소비가 위축돼 경제에 전방위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새로운 인구구조를 바탕으로 잠재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투자를 아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영올드(Young Old)젊고 건강한 60, 70대 고령자. 이전 세대보다 평균 학력이 높고 구매력을 갖춰 은퇴 이후에도 여행과 취미 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특징이 있다.[실버 시프트, 영올드가 온다] 〈1〉 초고령사회, 갈길 먼 韓 실버시프트호주, 월급 12% 붓는 퇴직연금 기본… 없을땐 月최대 209만원 노령연금英은 기초-퇴직-개인 3중 연금… 노년층 ‘영올드’ 소비-생산 주체 부상韓, 준비없이 초고령사회 진입… 취업제도 개선-연금개혁 서둘러야‘부파(BUPA) 은퇴자 마을’의 여유로운 노인들 뒤에는 호주의 퇴직연금 ‘슈퍼애뉴에이션(슈퍼)’이 자리한다. 1992년 도입된 슈퍼는 기업 규모에 상관없이 월 450호주달러(약 41만 원) 이상을 버는 근로자라면 의무 가입해야 하는 ‘국민 퇴직연금’이다. 의무납입액(월 급여의 11.5%)은 전액 고용주가 내지만 높은 수익률 덕에 근로자들이 여윳돈을 추가로 붓는 경우도 적지 않다. 남편의 슈퍼로 생활하는 닷 비숍 씨(81)는 “남편이 일할 때는 항상 내게 ‘생활비를 얼마나 썼냐’고 묻곤 했지만 은퇴 후에는 돈 걱정이 사라졌다. 2년에 한 번 세계 곳곳을 여행하고 새로운 걸 배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을 오래 쉬어 슈퍼에 미처 많은 돈을 붓지 못한 호주인들에게는 세금으로 지급되는 노령연금이 노후 버팀목이 되어 준다. 67세부터 받을 수 있는 노령연금은 소득과 자산에 따라 차등적으로 지급되는데 1인 기준으로 한 달에 2300호주달러(약 209만 원)까지 받을 수 있다.● 연금-일자리에 선진국은 여유로운데… ‘노후 버팀목’ 없는 한국지난해 말 영국 헨리온템스의 개인 회원제 클럽 필리스 코트에서 만난 캐런 그리브 씨(70)도 “우리 지역 노인들은 운동이나 취미, 동호회 활동에 열심이다. 삶을 즐길 수 있는 돈이 있기 때문”이라며 만족감을 표했다. 영국 국민 누구나 가입하는 기초연금 외에도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이 은퇴 생활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66세 이상이 받는 기초연금은 한 달에 평균 815파운드(약 145만 원)까지 지급되고 있으며, 퇴직연금 수익률도 10년 평균 연 7% 정도다. 이렇듯 영국, 호주 등 선진국에선 탄탄한 다층 연금, 재취업 시장 등을 바탕으로 노년층이 ‘영 올드(Young Old·젊은 노인)’로서 소비와 생산의 주체로 부상 중이다. 반면 준비 없이 초고령사회에 도달한 한국의 상황은 딴판이다. 고령사회가 된 지 불과 7년 만에 국민의 20%가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지만 연금, 산업 구조를 변화된 사회 구조에 맞게 전환하는 ‘실버 시프트’엔 속도가 나질 않고 있다.준비 없는 초고령화 탓에 한국의 고령층은 지갑을 닫고 있다. 은퇴 후 생활비를 충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연금과 부족한 일자리에 소비부터 줄이는 것이다. 퇴직연금의 10년(2013∼2022년 기준) 연평균 수익률이 미국은 7.79%, 호주가 6.72%, 일본은 4.10%인 반면 한국(2014∼2023년 기준)은 2.07%에 불과하다. 전체 적립금의 87.2%가 여전히 예금 등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쏠린 결과다. 자산의 대부분이 부동산에 묶여 있는 점도 한국의 약점으로 꼽힌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고령층 자산의 83.66%는 부동산이었다.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전모 씨(65)도 대출을 끌어다 ‘집 한 채’에 자산을 몰아뒀다가 은퇴 후 자금난에 처했다. 전 씨는 “집을 팔고 싶지만 가격을 1억 원 내려도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 은퇴 후 고정 수입이 100만 원대로 줄어 대출 이자 부담이 상당히 크다”고 했다. 고령층 일자리 시장도 열악하다. 한국의 일하는 노인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많은 37.3%에 달하지만, 이 중 절반 가까운 노인들이 월 100만 원도 못 벌고 있다.● 활력 떨어지는 한국 경제도 조로화 기로초고령화는 한국 경제에도 최대 위협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경제의 허리를 담당하는 생산가능인구(15∼64세) 비중이 2025년부터 70%를 밑돌기 시작해 2050년에는 51.9%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65세 이상의 고령 인구는 2050년 40.1%까지 치솟을 것으로 점쳐진다. 이는 노동생산성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OECD에 따르면 2023년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44.4달러로, OECD 회원국 38개국 중 33위에 머물렀다. 한국은행은 2차 베이비붐 세대(1964∼1974년생)가 은퇴할 경우 2024∼2034년 11년에 걸쳐 연간 경제성장률이 0.38%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진단하기도 했다. 결국 2차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에 발맞춰 제도 개선 논의가 본격화돼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2차 베이비붐 세대의 경우 근로 의지가 강하고 교육 수준 및 디지털 친화력이 높은 만큼 이들의 특성을 반영한 취업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한은에서는 강력한 제도 변화로 이들의 고용률이 증가할 경우 경제성장률 하락폭이 최대 0.22%포인트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기금 고갈을 막기 위한 연금 개혁을 빠르게 추진하는 한편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 노년 일자리 확보와 같은 정책 지원이 급선무라는 진단도 나온다. 로허르 플라녜 네덜란드 사회고용부 연금 프로그램 디렉터는 “연금 개혁을 준비하기 시작한 이후 실제로 유의미한 성과로 이어지기까진 최소 10년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조언했다.특별취재팀▽팀장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 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 2025-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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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금-의료-소득 노후버팀목이 없다”… 초고령사회, 경제도 늙어가는 한국

    지난해 11월 19일 오후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서덜랜드 ‘부파(BUPA) 은퇴자 마을’ 아파트 안. 수영장을 지나 공용 거실에 들어서자 70, 80대 입주자 11명이 골대가 그려진 매트 위에서 공 굴리기 게임을 하고 있었다. 돌아가며 공을 굴리던 이들은 공이 골대 가까이 갈 때마다 환호하며 박수를 쳤다. 공무원으로 일하다 20년 전 은퇴한 제프 듀발 씨(77)도 부인과 함께 4년 전 이곳으로 이사 왔다. 집에서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는 건 물론이고 사교 행사에도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이곳에서의 삶이 만족스럽기 때문이다. 이날도 수중 에어로빅, 공예 수업, 카드 게임 등 입주자들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가 쉴 새 없이 열렸다. 매달 7000호주달러(약 640만 원)씩 나오는 퇴직연금이 있어 750호주달러(약 68만 원)의 관리비도 비교적 저렴하다고 느낀다. 그는 “생활비를 내고 남는 돈은 여행이나 파티, 가족을 위한 선물에 쓴다. 혜택이 좋은 연금 덕분”이라며 웃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늙고 있는 한국에선 찾기 어려운 모습이다. 한국은 지난해 12월 국민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일본(10년), 독일(36년), 프랑스(39년)와는 달리 고령사회가 된 지 불과 7년 만에 초고령사회를 맞이한 것. 하지만 ‘실버 시프트’ 준비는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시니어를 중심에 놓고 연금, 정년, 의료, 교육 등 모든 정책과 산업의 큰 그림을 다시 그려야 하는 시점이지만 개혁의 움직임은 더딘 것이다. 건강과 소득을 갖춘 노년층을 일컫는 ‘영 올드(Young Old)’가 소비와 생산의 주체가 되고 있는 선진국과 달리 한국 노년층은 노후 버팀목의 부재 속에 소비를 줄이고 있다. 퇴직연금 연평균 수익률은 최근 10년 기준 2%대에 불과하고, 취업 시장에 뛰어든 노인 절반은 100만 원 아래의 월급을 받는 현실 때문이다. 한국 경제성장률이 1%대로 추락하며 저성장이 고착화될 위기 상황에 준비 없이 맞이한 초고령화가 전체 경제 활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2차 베이비붐 세대(1964∼1974년생)의 은퇴에 따라 경제성장률이 2024∼2034년 연 0.38%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정했다. 전문가들은 더 늦기 전에 연금부터 의료, 산업 현장까지 모든 사회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될수록 소비가 위축돼 경제에 전방위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새로운 인구구조를 바탕으로 잠재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투자를 아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영올드(Young Old)젊고 건강한 60, 70대 고령자. 이전 세대보다 평균 학력이 높고 구매력을 갖춰 은퇴 이후에도 여행과 취미 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특징이 있다.특별취재팀▽팀장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 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 2025-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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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금개혁, 돈 덜 내면 서비스도 나빠진다는 것부터 이해시켜야”

    “연금 개혁은 보험료 부담이 줄어들면 서비스(수급액 등)도 나빠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한국 정부도 국민연금을 개혁하려면 국민에게 이 시스템을 이해시키기 위한 노력부터 더 해야 할 것입니다.” 세계적 노동경제학자 세이케 아쓰시(清家篤) 일본적십사자 총재 겸 일본 고령화대책위원장(전 게이오대 총장·사진)은 지난해 말 일본적십자사 본사에서 동아일보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앞서 일본의 공적연금인 후생연금도 우리 국민연금과 유사한 진통을 겪었다. 1990년대 장기침체 여파로 2002년 후생연금은 적자로 돌아섰다. 당시 2100년까지 연금 지급액 740조 엔이 필요한데, 480조 엔이 부족하다는 추정치가 나와 연금 고갈 우려가 커졌다. 우리와 다른 점이라면 이를 계기로 2004년 이른바 ‘더 내고, 덜 받는’ 연금개혁이 이어졌다는 점이다. 일본 정부는 보험료율을 13년에 걸쳐 조금씩 올리고, 공적연금 수급 개시 나이 역시 단계적으로 60세에서 65세로 인상했다. 또 이에 발맞춰 노사 합의로 65세까지 계속 고용을 실시하도록 법률을 개정했다. 획일적 정년 연장 추진이 아니라 기업에 60세 이상 고령자에 대한 정년 폐지, 정년 연장, 정년 후 재고용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다. 세이케 총재는 “정부의 연금 개혁에 대한 명확한 모델 제시와 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설득, 연금 지급 개시 나이 인상에 대응한 고용 연장 합의 등이 연금 개혁 성공의 배경”이라고 말했다. 노인 고용 확대 정책을 둘러싼 청년층의 반발이 없었냐고 묻자 “일본은 전반적으로 일손이 부족해 젊은이들 취직이 어렵지 않아 저항이 크지 않았다”라면서도 “노인 일자리 확대로 국민연금 납부자가 늘면 젊은이들은 상대적으로 그 부담이 줄어드는 것”이라며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비인기 정책인 연금 개혁을 위해서는 정치권의 뚝심이 필요하다고도 제언했다. 그는 “태어나지도 않은 미래 세대에 대한 부담 전가는 어떻게라도 막아야 한다는 대명제에 합의가 이뤄져 개혁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연금 개혁은 정치인 입장에서는 비인기 주제”라면서 “한국에서도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처럼 용기 있는 결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여론의 반발이 거셌으나, 10여 년이 지난 현재 연금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해당 정책 추진은 성공적이었다고 평가된다”라고 귀띔했다.특별취재팀▽팀장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 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 2025-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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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캐나다, 트럼프에 맞서 오렌지주스 등 ‘보복관세’ 검토

    캐나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 위협이 현실화될 경우 미국산 오렌지 주스와 철강 등 수십 개 품목에 대해 보복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AP통신이 10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해 대선 직후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넘어오는 불법 마약 문제를 언급하며 “캐나다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또 지속적으로 “캐나다는 미국의 51번째 주”라고 말하는 등 캐나다에 대한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캐나다는 25%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에 대비해 보복 관세 부과 대상 제품 목록을 작성하고 있다. CNN은 “캐나다 관리들이 수십 개의 미국산 제품 목록을 검토 중”이라며 “정치적 메시지와 함께 상당한 경제적 피해를 입힐 수 있는 품목을 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는 변기 등 세라믹과 철강 제품, 가구, 잭위스키 관련 주류, 오렌지 주스, 반려동물 사료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AP통신은 “오렌지는 트럼프 당선인의 거주지인 플로리다주의 대표 품목”이라고 조명했다. 다만, 이 같은 목록은 언제든 변경되거나 취소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CNN은 “캐나다 정부가 무역전쟁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현실화될 경우 미국의 근로자와 기업 및 동맹국들에 실질적인 경제적 고통을 안겨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캐나다는 미국의 가장 큰 무역 상대국으로 2023년 기준 미국은 캐나다로부터 목재, 시멘트, 자동차, 광물 등 총 4190억 달러(약 608조 원)어치 물건을 수입했다. 미국이 소비하는 석유의 4분의 1 역시 캐나다에서 수입하는 것이다. CNN은 “두 나라 사이에는 매일 27억 달러 상당의 상품과 서비스가 넘나든다”고 전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 2025-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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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차, 트럼프 취임식 기부 동참…“GM-도요타 등과 보폭 맞추기”

    현대자동차그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취임식 행사에 100만 달러(약 14억7500만 원)를 기부했다. 보편관세 등을 무기로 미국 내 투자를 압박하는 트럼프 행정부와 우호적 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메타, 아마존 등 빅테크를 포함한 글로벌 기업들은 일찌감치 기부금 행렬에 동참했다. 기부금 외에도 인사와 정책 등 다양한 방식까지 동원하며 트럼프 당선인을 향해 적극적인 구애 공세를 펼치고 있다.● 현대차, 美 대통령 취임식 첫 기부현대차그룹은 12일 미국 내 자회사를 통해 취임식 기금 100만 달러를 기부했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 측은 GM과 도요타, 포드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이미 취임식에 100만 달러를 기부해 경쟁사와 보폭을 맞추기 위해 기부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이 미국 대통령 취임식 행사에 기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현대차그룹이 향후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나 백악관에서 트럼프 당선인과의 회동을 추진하고 있다고도 보도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 측은 “정의선 회장 등은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는다”며 “다만 취임식을 제외한 만찬 행사 등 관련 부대 행사에는 그룹 관계자의 참석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계에선 취임식 부대 행사에 장재훈 부회장, 호세 무뇨스 사장, 성 김 사장 등이 참석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다만 현대차그룹을 제외한 삼성전자와 SK, LG 등 국내 주요 그룹은 취임식 기부금을 아직 내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그룹 총수들의 취임식 참석 가능성도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의 취임식 기부금 전달은 관세 부과 등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기조에 사전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무역협회가 이날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한국의 최대 수출 품목으로 꼽히는 자동차 등에 적극적인 관세 조치를 취할 것을 예고했다. 조성대 무협 통상연구실장은 “트럼프 행정부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당근 정책인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반도체 및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 등과 같은 보조금 지급보다는 고율의 관세를 활용한 ‘채찍’을 이용해 제조업 공급망 강화를 꾀할 전망”이라고 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조지아주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만 18조4000억 원을 투자하는 등 2022년 이후 지금까지 미국에 178억5000만 달러(약 26조3000억 원)를 쏟아부었다. 또 현대제철이 수조 원을 들여 미국 내 제철소를 세우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글로벌 빅테크도 트럼프 향한 ‘구애’ 행렬 취임식 기부 행렬에 동참하는 것은 미국 기업들도 예외가 아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을 운영하는 메타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은 일찌감치 트럼프 취임식에 100만 달러를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챗GPT의 개발사인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도 개인적으로 100만 달러를 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들 기업의 기부금은 ‘트럼프―밴스 취임위원회’에 전달돼 다양한 취임식 부대 행사를 여는 데 쓰인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취임식에 100만 달러 이상을 기부한 이들은 17일부터 20일까지 열리는 8개 취임 관련 행사에 참석할 수 있는 ‘특전’을 누리게 된다. 18일에는 J D 밴스 부통령 당선인 부부와, 19일에는 트럼프 당선인 부부와 만찬을 함께할 수 있다. 이번 취임식 기부금으로 모인 돈은 역대 최대인 1억7000만 달러로 4년 전 조 바이든 대통령이 모은 6200만 달러의 세 배에 육박한다. 일부 기업은 기부금 외에 다양한 방식으로 트럼프의 환심을 사기 위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트럼프 당선인의 최측근 인사로 꼽히는 데이나 화이트 종합격투기 단체 UFC의 CEO를 이사로 임명했다. 또 그간 트럼프 당선인이 비판해 온 자사의 ‘팩트 체킹(사실 확인)’ 서비스를 중단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인종, 성정체성 등에 대한 차별에 반대하는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도 폐지하겠다고 선언했다.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한재희 기자 hee@donga.com}

    • 2025-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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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첫 ‘중범죄자 대통령’ 트럼프… 법원 “유죄지만 대통령직 위해 석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미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서 ‘성추문 입막음 돈 지급’ 사건과 관련해 유죄 판결을 받았다. 다만, 법원은 20일 대통령 취임식을 앞둔 현실을 고려해 어떤 처벌도 내리지 않는 ‘무조건 석방(unconditional discharge)’을 선고했다. 또 법원은 이번 석방 판결이 대통령 직무수행을 위한 것으로, 트럼프 개인을 보호하려는 것이 아님을 명확히 했다. 이번에 트럼프 당선인이 유죄 판결을 받은 사건은 2016년 대선 후보였던 그가 성인영화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와의 과거 성관계 사실을 감추기 위해 13만 달러(약 1억7000만 원)를 지급한 의혹이 골자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당선인은 입막음 돈의 지급 내역을 감추기 위해 회사 장부를 조작한 혐의도 받았다. 2023년 뉴욕 맨해튼 지검은 트럼프의 입막음 시도와 장부 조작이 유권자들을 속인 거라며 총 34개 혐의로 기소했다. 또 지난해 5월 배심원단 12명이 만장일치로 모든 혐의에 대해 유죄 평결을 내렸다. 트럼프 당선인 측은 대통령은 재임 기간 형사소추로부터 절대적 면책 특권을 갖는다며 유죄 선고가 대통령직 수행에 영향을 줄 수 있기에 법원이 사건 자체를 기각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이 사건을 담당한 후안 머천 판사는 유죄 판결은 공식화하면서도 트럼프 당선인이 조만간 대통령에 취임하는 특수성을 감안해 처벌은 피하는 결정을 내렸다. 머천 판사는 “법적 보호는 직책에 주어지는 것이지, 직책을 맡은 사람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it is the legal protections afforded to the Office of the President of the United States that are extraordinary, not the occupant of the office)”라고 밝혔다. 이로써 트럼프 당선인은 미 역사상 최초로 ‘중범죄’ 전력을 갖고 대통령에 취임하게 됐다. 이날 온라인을 통해 재판에 출석한 트럼프 당선인은 “이 형사 재판과 유죄 판결은 매우 끔찍한 경험”이라며 “난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외신들은 “판사가 판결을 내릴 때 트럼프가 입술을 삐죽 내민 채 눈살을 찌푸렸고, ‘두 번째 임기를 잘 마치라’는 말에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고 전했다. 판결 직후 트럼프 당선인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오늘의 행사는 비열한 희극이었다. 이 허황된 주장에 항소하고 한때 위대했던 우리의 사법제도에 대한 미국인의 신뢰를 회복할 것”이라고 썼다. 트럼프 당선인은 법적 처벌은 피했지만 향후 선거권 박탈 등의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AP통신은 “트럼프가 감옥에 가거나 벌금을 내거나 사회봉사를 할 필요는 없지만 그가 거주하는 플로리다주는 중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이들의 투표를 금지하므로 형기를 마치기 전까진 투표할 수 없다”고 전했다. 또 미 연방법에 따르면 중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이는 총기를 소지할 수 없으며, 뉴욕주의 범죄 데이터은행에 DNA 샘플을 제공해야 한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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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전현직 대통령들 당파 떠나 추모… “정치 분열속 이례적 화합”

    “가장 분열된 국가에서도 공통 기반을 찾을 수 있음을 증명했다.”(미국 NBC방송) “분열된 워싱턴 정계에서 보기 드문 화합의 순간.”(미국 CNN) ‘가장 위대한 전직 대통령’으로 불리는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1977∼1981년 재임)의 국장(國葬)이 9일(현지 시간) 수도 워싱턴의 국립대성당에서 열렸다. 조 바이든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등 전현직 대통령 5명이 총출동해 고인을 추모했다. 5명의 전현직 대통령이 모인 건 2018년 12월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국장 이후 처음이다. 이들은 장례식 전 비공개로 잠시 회동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특히 ‘현역’ 시절 갈등을 빚었던 전현직 대통령과 정치인들이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누고 스킨십을 갖는 모습을 보여줘 극단적인 정치 갈등에 빠진 한국 사회에도 많은 시사점을 줬다. 주요 언론 또한 정치 갈등이 심각한 미국 사회에서 카터 전 대통령의 장례식이 모처럼 화합의 계기가 됐다고 진단했다.● 푸른 넥타이 맨 트럼프, ‘악연’ 오바마 옆 착석20일 집권하는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공화당의 상징색인 빨강이 아닌 민주당의 상징색인 파란 넥타이를 매고 등장했다. 돌출 언행으로 유명한 트럼프 당선인은 과거 당적이 다른 카터 전 대통령을 “무능하다”고 비판했지만 이날 시종일관 엄숙한 태도로 고인을 기렸다. 뉴욕타임스(NYT) 또한 그의 푸른색 넥타이가 카터 전 대통령을 기리기 위한 차원이라고 진단했다. 나란히 앉은 트럼프 당선인과 오바마 전 대통령의 친근한 모습도 주목받았다. 트럼프 당선인은 2016년 대선 당시 흑백 혼혈인 오바마 전 대통령의 혈통 등을 문제 삼았다. 오바마 전 대통령 또한 수차례 트럼프 당선인을 “민주주의의 적”이라고 비판했다. 이랬던 두 정상은 이날 긴 대화를 웃으며 주고받았다. 종종 미소도 지었다. 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장례식 후 공화당 주지사들과의 만남에서 “오바마와 내가 분명히 친해 보였을 것”이라며 “우리는 잘 지냈다”고 밝혔다. 다만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영국 가디언은 이런 둘을 ‘특이한 조합(oddest pairings)’으로 평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자신의 집권 1기 부통령이었지만 2020년 대선 패배 후 결별한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과도 악수했다. 당적이 다른 부시 전 대통령과 오바마 전 대통령도 화기애애했다. 부시 전 대통령이 입장할 때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일어서서 그를 맞이했다. 부시 전 대통령 또한 오바마 전 대통령의 배를 친구처럼 툭툭 두드리며 반겼다. 부시 전 대통령은 2000년 대선에서 맞붙었던 앨 고어 전 부통령과도 악수했다.● 바이든 “권력 남용 맞서야” 이날 장례식은 7일부터 워싱턴 의회 로툰다홀에 안치됐던 고인의 유해가 대성당 앞에 도착하면서 시작됐다. 최고 예우를 뜻하는 예포 21발도 발사됐다. 생전 카터 전 대통령과 가까웠던 바이든 대통령은 추도사를 직접 낭독하며 “그와의 우정을 통해 훌륭한 인격은 우리가 가진 직함이나 권력 이상임을 배웠다”며 “우리는 증오를 받아들이지 않고 권력 남용에 맞서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카터 전 대통령의 품위, 정직 등을 강조해 트럼프 당선인의 거친 정치 스타일과 대비시켰다고 NYT는 짚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을 ‘국가 애도의 날’로 선포했다. 모든 연방기관이 문을 닫았고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시장도 휴장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새 정부 출범 직전 폭풍전야 상황에서 치러진 이번 장례식을 “정치적 긴장감 속에서도 엄숙한 휴식을 제공한 순간”이라고 표현했다. 퇴임 후 인권 및 민주주의 강조, 기아 퇴치 등에 헌신한 카터 전 대통령의 영면을 위해 워싱턴 정계의 극심한 정치적 반목 또한 일시적으로나마 멈췄다는 뜻이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임현석 기자 lhs@donga.com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 2025-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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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2기 ‘에너지 패권’ 강화속… ‘韓자본-美자원’ 협력 잰걸음

    화석에너지의 채굴 및 개발에 적극적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20일 취임을 앞두고 한국 정부와 기업 또한 미국과의 에너지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다. 특히 민관 합동으로 한국이 미국산 천연가스, 원유, 액화천연가스(LNG) 등의 수입을 늘리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한국이 미국산 에너지 수입을 늘리면 미국의 대(對)한국 무역적자 또한 그만큼 줄어든다. ‘미국의 무역적자 감소’를 외치는 트럼프 당선인에게 어필할 수 있는 셈이다. 미국을 방문 중인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8일(현지 시간) 워싱턴 에너지부 청사에서 제니퍼 그랜홈 미국 에너지부 장관과 양국의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한국가스공사 또한 올해 미국산 LNG의 장기 도입 계약을 맺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 E&S 또한 미국 대형 에너지기업 콘티넨털리소시스와 오클라호마주에서 셰일가스 유전을 함께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韓, 민관 합동으로 美 에너지 수입 확대 모색 “기후 변화는 사기”라고 주장하는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화석에너지 시추를 장려하겠다며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또 조 바이든 행정부가 금했던 셰일가스 수압파쇄 추출법 ‘프래킹(Fracking)’ 등 각종 에너지 채굴 규제도 대폭 해제할 뜻을 밝혔다. 그는 6일 보수 성향 라디오 ‘휴휴잇쇼’에 출연해 바이든 행정부의 에너지 규제를 강하게 비판하며 “재집권하자마자 즉시 해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인공지능(AI) 산업의 급격한 발달에 따른 데이터센터 확대 등으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는 현실과 깊은 관련이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30년 글로벌 전력 수요는 2021년 대비 24% 늘어날 전망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특히 LNG, 셰일가스 등 화석연료 산업을 집중 육성할 뜻을 밝혔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 공기업, 민간 기업 등도 이 추세에 발 맞추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가스공사가 미국산 LNG를 장기 계약으로 들여오는 것은 2022년 이후 3년 만이다. 업계에서는 가스공사가 중동에서 수입하던 약 900만 t 규모의 LNG 장기 계약을 미국산 LNG 장기 계약이 대체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포스코인터내셔널 또한 지난해 8월 미국 텍사스주에 본사를 둔 멕시코 퍼시픽과 판매·구매계약(SPA)을 체결했다. 미국산 LNG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길을 연 것이다.● SK, 美 콘티넨털과 셰일가스전 공동 운영SK이노베이션 E&S와 콘티넨털리소시스가 함께 운영하는 오클라호마주 우드퍼드의 셰일가스전에서도 양국 에너지 산업의 협력 여지가 충분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해 12월 19일 방문한 우드퍼드 유전에서는 셰일가스 채굴이 한창이었다. 셰일가스를 얻기 위해서는 땅속 3.2km 깊이까지 금속관을 박아 넣은 뒤 다시 셰일지층을 따라 수평으로 4.8km 길이의 관을 설치해야 한다. 이를 위해 거대한 중장비, 모터, 시추 모니터링을 위한 첨단 장비들이 학교 운동장만 한 현장에 가득 설치돼 있었다. 콘티넨털의 기술자 앤드루 씨는 “새 유정을 뚫을 땐 30∼50여 명의 작업자들이 돌아가며 24시간 일한다”며 “새 유정을 만드는 덴 1개월 정도가 소요되지만 한 번 이렇게 설치를 끝내고 나면 50년 이상 가스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초 우드퍼드 가스전은 콘티넨털이 개발을 시작한 곳이지만 2014년 SK이노베이션 E&S가 3억6000만 달러를 투자해 가스전 지분 49.9%를 사들이면서 합작 사업이 됐다. 한국 기업의 자금 및 에너지 유통 노하우에 미국 기업의 개발 노하우가 만나면서 사업 시너지가 극대화했다. 유정 개발, 생산, 유통까지 전 과정에서 협력하면서 지금까지 함께 개발한 유정 수만도 총 210개에 달한다. 제프 흄 콘티넨털 부회장은 “최근 10년간 SK와 함께하면서 에너지 개발 프로젝트의 경제성을 크게 높일 수 있었다”며 “에너지 산업이 어려울 때조차 함께 의지하며 비교할 수 없는 깊은 신뢰를 쌓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오클라호마주립대에 생긴 햄 에너지 연구소에도 수백만 달러를 투자해 연구 분야로도 파트너십을 늘려 가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자원 외교도 강화 SK이노베이션 E&S 역시 콘티넨털과 손잡고 미국 에너지 개발에 직접 참여하면서 안정적으로 천연가스를 확보해 한국에 수급할 수 있는 길을 닦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이곳에서 생산된 가스의 장점은 유가와 연동되는 국제 LNG 가격을 기준으로 가격이 정해지는 게 아니라 미국 내 현물 천연가스 시장 가격으로 값이 매겨진다는 것이다. 전종영 SK이노베이션 E&S 부사장은 “미국 가격은 국제 가격보다 통상 20∼30%가량 싸기 때문에 한국으로서는 안정적이면서도 경쟁력 있는 가격에 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가스전 현장에서 만난 시민 켈리 씨 역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면 파이프라인 건설이나 시추 관련 규제가 대폭 완화되고 에너지 가격이 떨어질 것이란 지역과 업계의 기대가 크다”고 전했다.우드퍼드=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변종국 기자 bjk@donga.com}

    • 2025-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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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성추문 입막음’ 유죄…美 역사상 첫 중범죄자로 대통령 취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미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서 ‘성추문 입막음 돈 지급’ 사건과 관련해 유죄 판결을 받았다. 다만, 법원은 20일 대통령 취임식을 앞둔 현실을 고려해 어떤 처벌도 내리지 않는 ‘무조건 석방(unconditional discharge)’을 선고했다. 또 법원은 이번 석방 판결이 대통령 직무수행을 위한 것으로, 트럼프 개인을 보호하려는 것이 아님을 명확히 했다.이번에 트럼프 당선인이 유죄 판결을 받은 사건은 2016년 대선 후보였던 그가 성인영화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와의 과거 성관계 사실을 감추기 위해 13만 달러(약 1억7000만원)를 지급한 의혹이 골자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당선인은 입막음 돈의 지급 내역을 감추기 위해 회사 장부를 조작한 혐의도 받았다. 2023년 뉴욕 맨해튼 지검은 트럼프의 입막음 시도와 장부 조작이 유권자들을 속인 거라며 총 34개 혐의로 기소했다. 또 지난해 5월 배심원단 12명이 만장일치로 모든 혐의에 대해 유죄 평결을 내렸다.트럼프 당선인 측은 대통령은 재임 기간 형사소추로부터 절대적 면책 특권을 갖는다며 유죄 선고가 대통령직 수행에 영향을 줄 수 있기에 법원이 사건 자체를 기각해야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이 사건을 담당한 후안 머천 판사는 유죄 판결은 공식화하면서도 트럼프 당선인이 조만간 대통령에 취임하는 특수성을 감안해 처벌은 피하는 결정을 내렸다. 머천 판사는 “법적 보호는 직책에 주어지는 것이지, 직책을 맡은 사람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it is the legal protections afforded to the Office of the President of the United States that are extraordinary, not the occupant of the office)”라고 밝혔다. 이로서 트럼프 당선인은 미 역사상 최초로 ‘중범죄’ 전력을 갖고 대통령에 취임하게 됐다.이날 온라인을 통해 재판에 출석한 트럼프 당선인은 “이 형사 재판과 유죄 판결은 매우 끔찍한 경험”이라며 “난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외신들은 “판사가 판결을 내릴 때 트럼프가 입술을 삐죽 내민 채 눈살을 찌푸렸고, ‘두 번째 임기를 잘 마치라’는 말에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고 전했다. 판결 직후 트럼프 당선인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오늘의 행사는 비열한 희극이었다. 이 허황된 주장에 항소하고 한때 위대했던 우리의 사법제도에 대한 미국인의 신뢰를 회복할 것”이라고 썼다.트럼프 당선인은 법적 처벌은 피했지만 향후 선거권 박탈 등의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AP통신은 “트럼프가 감옥에 가거나 벌금을 내거나 사회 봉사를 할 필요는 없지만 그가 거주하는 플로리다주는 중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이들의 투표를 금지하므로 형기를 마치기 전까진 투표할 수 없다”고 전했다. 또 미 연방법에 따르면 중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이는 총기를 소지할 수 없으며, 뉴욕주의 범죄 데이터은행에 DNA 샘플을 제공해야 한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 2025-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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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악연’ 오바마 옆에 앉아 화기애애…‘화합의 장’ 된 카터 장례식

    “가장 분열된 국가에서도 공통 기반을 찾을 수 있음을 증명했다.”(미국 NBC방송)“정치적으로 분열된 워싱턴 정계에서 보기 드문 화합의 순간”(미국 CNN)‘가장 위대한 전직 대통령’으로 불리는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1977~1981년 재임)의 국장(國葬)이 미 동부 시간 9일 오전 10시(한국 시간 10일 0시)부터 약 2시간 동안 수도 워싱턴의 국립대성당에서 열렸다. 조 바이든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등 전현직 대통령 5명이 총출동해 고인을 추모했다. 5명 전현직 대통령이 모인 건 2018년 12월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의 국장 이후 처음이다.특히 ‘현역’ 시절 갈등을 빚었던 전현직 대통령과 정치인들이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누고 스킨십을 갖는 모습을 보여줘 극단적인 정치 갈등에 빠진 한국 사회에도 많은 시사점을 줬다. 주요 언론 또한 정치 갈등이 심각한 미국 사회에서 카터의 장례식이 모처럼만의 화합 계기가 됐다고 진단했다. ● 푸른 넥타이 맨 트럼프, ‘악연’ 오바마 옆 착석20일 집권하는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공화당의 상징색인 빨강이 아닌 민주당의 상징색인 파란색 넥타이를 매고 등장했다. 한때 그는 당적이 다른 카터 전 대통령을 “무능하다”고 비판했지만 엄숙한 태도로 고인을 기렸다. 뉴욕타임스(NYT) 또한 그의 푸른색 넥타이 착용이 카터 전 대통령에 대한 경의를 표하기 위해서라고 진단했다.나란히 앉은 트럼프 당선인과 오바마 전 대통령의 친근한 모습도 주목받았다. 트럼프 당선인은 2016년 대선 과정에서 케냐인 아버지와 미국인 백인 어머니를 뒀으며 하와이주에서 태어난 오바마 전 대통령의 혈통과 출생지를 문제삼았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미국 태생이 아니라는 거짓 주장을 제기했고 오바마 전 대통령의 중간 이름 ‘후세인’을 가지고도 공격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 또한 수 차례 트럼프 당선인을 “민주주의의 적”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두 정상은 이날 스스럼없이 얘기를 나눴다. 특히 오바마 전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인과 이야기하며 미소를 지었다. 영국 가디언은 이런 둘을 ‘특이한 조합(oddest pairings)’으로 평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자신의 집권 1기 부통령이었지만 2020년 대선 패배 후 결별한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과도 악수했다. 당적이 다른 부시 전 대통령과 오바마 전 대통령도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모습을 연출했다. 부시 전 대통령이 입장할 때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일어서서 그를 맞이했다. 부시 전 대통령 또한 오바마 전 대통령의 배를 친구처럼 툭툭 두드리며 반겼다. 두 정상이 최근 미국의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여러 차례 화합의 순간을 연출했다고 정치매체 더힐은 전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2000년 대선에서 자신과 경쟁했던 앨 고어 전 부통령과도 악수했다. 당시 플로리다주의 개표 과정을 두고 연방대법원까지 개입한 끝에 부시 전 대통령이 이겼고, 대선에서도 최종 승리했다.● 바이든 “권력 남용 맞서야”생전 카터 전 대통령과 가까웠던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추도사를 직접 낭독하며 “그와의 우정을 통해 훌륭한 인격은 우리가 가진 직함이나 권력 이상임을 배웠다”며 “우리는 증오를 받아들이지 않고 권력 남용에 맞서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카터 전 대통령의 품위, 정직 등을 강조해 트럼프 당선인의 거친 정치 스타일과 대비시켰다고 NYT는 짚었다.바이든 대통령은 이날을 ‘국가 애도의 날’로 선포했다. 모든 연방기관이 문을 닫았고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시장도 휴장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새 정부 출범 직전 폭풍전야 상황에서 치러진 이번 장례식에 대해 “정치적 긴장감 속에서도 엄숙한 휴식을 제공한 순간”이라고 표현했다. 퇴임 후 인권 및 민주주의 강조, 기아 퇴치 등에 헌신해 ‘가장 존경받는 전 대통령’으로 불리는 카터 전 대통령의 마지막 가는 길을 앞두고 워싱턴 정계의 극심한 정치적 반목 또한 일시적으로나마 멈췄다는 것이다.카터 전 대통령이 세운 비영리단체 ‘카터센터’를 이끌고 있는 고인의 손자 제이슨(50)은 할아버지는 “정치적으로 인기가 없었을 때도 자신의 원칙을 고수할 수 있는 용기와 힘이 있었다”고 추모했다.워싱턴= 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임현석 기자 lhs@donga.com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 2025-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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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바지 입고 지퍼백 다시 씻어 쓰던 파파”…카터 장례식서 손자 추모사 화제

    지난해 12월 29일(현지시간) 고향 조지아주에서 100세를 일기로 삶을 마감한 제39대 미국 대통령 지미 카터의 장례식이 9일 미 워싱턴DC 워싱턴 국립 대성당에서 웅장하게 치러졌다. 이날 대성당 한 가운데에는 앞서 조지아에서 비행기로 운구된 카터 전 대통령의 관이 자리했고, 종교계 인사부터 정치 지도자들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들이 연단에 올라 카터 전 대통령을 기억하는 추모사를 낭독했다. 하지만 대성당을 가득 메운 사람들을 가장 많이 울리고 미소짓게 한 건 그의 손자 제이슨 카터(49)의 추모사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애틀란타 로펌의 파트너 변호사이자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조지아주 상원의원을 지낸 그는 현재 카터 전 대통령이 백악관을 떠난 후 설립한 비영리 단체인 카터 센터의 회장이기도 하다. 그는 이날 미국인 누구나가 ‘대통령 카터’를 넘어 ‘인간 카터’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도록 자신의 추억을 풀어놓았다. 그는 “우리 가족들은 할아버지를 ‘파파’라고 불렀다”며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조지아 주지사 관저에서 4년, 백악관에서 4년을 사신 분들이지만 나머지 92년은 (고향인) 조지아주 플레인스의 집에서 보낸 소박한 사람들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파파가 소탈한 사람이란 걸 알 수 있는 제일 좋은 방법은 집에 가보는 것이었다”며 카터 전 대통령의 자택 모습을 묘사했다. 손자 카터는 “첫째로 그 집은 그들이 직접 손으로 지은 것처럼 보이는 집이고, 둘째로 집에 가면 할아버지는 70년대 스타일 짧은 반바지에 크록스를 신고 문을 열고 나왔다”고 말해 눈물 짓던 성당 안 추모객들을 크게 웃게 만들었다. 이어 “남부의 수천 명 조부모님 집들이 그러하듯 벽에는 낚시 트로피가 걸려있고, 냉장고에는 손주와 증손주들 사진이 가득 붙어 있었다”며 “전화기는 주방 벽에 고정된 유선 전화라 마치 박물관 전시품 같이 보였다”고 회상했다. 그는 “대공황 시대를 거친 파파의 절약 정신을 보여주는 또 다른 예로는 싱크대 옆에 지퍼백을 (재사용 하기 위해 씻어) 널어놓는 작은 받침대가 있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해군으로 복무하던 시절 핵잠수함 분야에서 일하는 등 핵 관련 엔지니어였던 카터 전 대통령이 휴대전화를 잘 다루지 못해 자신과 있었던 에피소드도 들려줬다. 그는 “(유선전화만 쓰던 할아버지가) 결국 어느날 휴대전화를 사용하기 시작하셨는데 전화를 거셨길래 받았더니 ‘너 누구야’하고 되물은 적이 있다”며 “‘저예요, 제이슨. 할아버지가 저한테 전화하셨잖아요’ 했더니 ‘난 안했어. 난 사진 찍고 있었어’라고 말했다”고 전해 눈물짓던 좌중을 또 미소짓게 만들었다. 손자 카터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소도시 사람들로서, 자신들이 누구인지, 어디에서 왔는지 절대 잊지 않았다”며 “하지만 우리가 여기 있는 이유가 그들이 단순히 소탈한 사람이었기 때문만은 아니다”라며 이후 카터의 정치적 사회적 업적을 비중있게 다뤘다.이날 워싱턴 대성당에서 75분 동안 진행된 장례식이 끝난 후 카터 전 대통령의 관은 다시 비행기로 그의 고향인 조지아주 플레인스로 이송됐다. 여기서 그는 다시 자신이 평생 다닌 고향 마을의 마라나타 침례교회에서 가족들만을 위한 추모식을 가질 예정이다.독실한 기독교인이었던 카터 전 대통령은 이 교회에서 90세가 넘어서까지도 주일 교회학교 교사로 일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손자 카터는 이날 추모사에서 “우리 교회에서는 ‘깨어나는 순간부터 머리를 뉘는 순간까지 신의 선하심을 노래하겠다’는 노래를 부른다”며 “할아버지는 분명 그런 사람이었고 그의 삶은 신의 선하심에 대한 증거였다”고 말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고향 플레인스에서 2023년 11월 사망한 아내 로잘린 카터 옆에 묻힐 예정이다. 플레인스는 500여 명 규모의 작은 시골 마을로, 카터 부부는 77년을 해로했다. 손자 카터는 “그는 떠났지만 멀리 가지는 않았다”며 “우리에게 그는 부엌에서 팬케이크를 만들거나, 목공소에서 증손주를 위한 요람을 만들고 있거나, 할머니와 송어 낚시를 하고 있거나, 아니면 그냥 조지아의 들판과 숲을 함께 걷는 모습으로 남아있을 것”이라는 말로 추모사를 마쳤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 2025-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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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활한 러스트벨트에 韓미래차 연구소… 반도체도 한미 시너지

    “북미 시장은 경쟁이 심하고 기술 변화도 빨라 차별화된 기술과 제품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의 중요성이 계속 커지고 있습니다.”(박인욱 현대모비스 북미연구소장) 지난해 12월 16일 미국 미시간주 플리머스의 현대모비스 북미연구소를 찾았다. 미시간주는 북미 상위 100대 자동차 관련 기업 중 96곳이 본사 및 거점 시설을 두고 있는 곳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미국 자동차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진 뒤부터 현지에선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로도 불리지만, 여전히 ‘미 자동차 산업의 메카’로 통한다. 이날 연구소에서는 미래차 개발에 필요한 다양한 기술 연구가 진행되고 있었다. 건물 안에는 자율주행, 인포테인먼트, 전기식 브레이크 등과 관련된 실험이 진행되는 연구실이 자리 잡고 있었다.● GM 등에 기술과 제품 제공현대모비스는 2004년 현대자동차를 지원하기 위해 미국에 처음 진출했다. 2008년 자체 R&D 조직을 설립했고 2014년 별도 연구소를 세웠다. 그 후 기술력을 인정받아 제너럴모터스(GM), 스텔란티스, 리비안 등 미국 자동차 기업에도 기술과 제품을 제공했다. 설립 초기 40여 명이었던 연구소 인력도 200여 명으로 늘어났다. 현지에서 이 연구소는 한국 자동차 기술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주는 사례로도 여겨진다. 1986년 현대차가 ‘포니 엑셀’을 수출하며 한국 자동차의 미국 시장 진출이 시작됐지만, 1990년대 중·후반까지 한국 자동차의 이미지는 ‘성능이 떨어지는 값싼 차’였기 때문이다. 이랬던 한국 자동차가 미국에 연구소를 세워 현지 자동차 기업과 협력하고, 미래차 기술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는 건 특별한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현지 자동차 업계에서의 위상 역시 올라가고 있다. 미시간주 경제개발공사(MEDC)의 레이철 도널드슨 글로벌 비즈니스 유치 총괄 이사는 “현대모비스를 포함한 미시간주의 한국 기업은 미국의 산업 발전과 첨단 기술 개발에서 없어선 안 될 핵심 파트너”라고 호평했다.● 韓美 기업은 반도체·배터리 분야도 핵심 파트너 한국과 미국 기업은 자동차 외에 반도체, 배터리 등 다른 첨단산업 분야에서도 긴밀한 협력을 펼치며 ‘윈윈’을 이어가고 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 반도체 기업들은 전 세계 시장의 약 35%를 점유했다. 하지만 한국 대만 등에 밀리며 2020년대 들어 시장 점유율은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현재 10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이하 첨단 고집적 반도체는 한국과 대만만 생산이 가능하다. 이에 미국은 대규모 보조금 지급 등을 통해 외국 반도체 기업이 미국에 직접 생산 및 연구 시설을 짓도록 독려했다. 한국 기업은 이 ‘러브콜’에 가장 적극적으로 화답했다. 미국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현지 전자 기업들과의 기술 협력과 우수 인력 확보 등을 위한 취지였다. 삼성전자는 총 370억 달러(약 54조6120억 원)를 투자해 텍사스주에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SK하이닉스도 인디애나주에 38억7000만 달러를 투입해 첨단 메모리 반도체 패키징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두 회사는 미국 정부로부터 각각 47억4500만 달러, 4억5800만 달러의 보조금을 받을 예정이다.● 韓 제조 역량과 美 연구기술 시너지 반도체 분야에서 두 나라의 협력이 긴밀히 진행되는 건 한국 기업들의 앞선 기술력 때문이란 평가가 많다. 메모리 반도체 점유율 1위 삼성전자는 3nm 첨단 시스템 반도체 양산이 가능하다. SK하이닉스 역시 인공지능(AI) 반도체의 핵심인 첨단 고대역폭메모리(HBM) 양산에서 선진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이 반도체 및 AI 산업 생태계를 강화하려 하면 할수록 첨단 반도체의 핵심 기술을 지닌 한국 기업과의 협력이 필수적인 것이다.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2000년을 전후로 일본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 쇠퇴하면서 한국 기업이 안정적인 제품 공급이 가능한 사실상 유일한 미국의 파트너가 됐다”며 한국 기업이 AI 반도체의 핵심인 HBM의 양산 등에서도 선도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배터리도 마찬가지다. GM, 포드, 스텔란티스 등 유명 미국 완성차 기업은 전기차 개발 과정에서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한국 배터리 기업과 긴밀히 협력했다. 얼티엄셀스(LG에너지솔루션-GM), 블루오벌SK(포드-SK), 스타플러스에너지(삼성SDI-스텔란티스) 등 합작법인(JV)을 세워 전기차 배터리 제조에 나섰다. 이는 미국의 약점인 배터리 양산 기술과 제조 역량을 한국 기업이 보유했기 때문이다. 그 대신 미국은 세계적인 명문 공대와 연구소, 풍부한 스타트업 생태계를 기반으로 한 원천기술과 과학기술 인력이 풍부하다. 상호 보완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업계에서는 배터리 분야에서 한국과 미국 기업 간 협력은 지속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플리머스=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 2025-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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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죄수복에 쇠사슬-수갑… 美법정 선 테라 권도형

    8일 오전 미국 뉴욕 맨해튼 남부연방법원 1305호. 개나리색 반팔 점프슈트 죄수복 차림의 권도형 전 테라폼랩스 대표(34·사진)가 나타났다. 양팔을 붙잡은 두 명의 법정 경관과 함께였다. 권 씨의 허리에는 육중한 쇠사슬이 한 바퀴 감겨 있었고, 두 손은 사슬과 연결된 주황색 수갑에 결박돼 있었다. 한때 수십 조원 규모의 가상화폐 테라·루나를 개발하며 전 세계적 주목을 받았던 그가 미국에 끌려온 중범죄자 신세가 됐음을 보여 주는 순간이었다. 이날 뉴욕 남부연방지법 폴 A 엥겔마이어 판사는 권 씨 재판에 대한 첫 사전심리를 진행했다. 지난해 12월 31일 몬테네그로에서 미국으로 송환이 확정된 뒤 2일 약식 심리를 제외하면 미국에서 열리는 첫 정식 재판이었다. 미국 정부를 대리하는 검찰은 2일 제출한 79쪽 분량의 공소장 내용을 설명하며 “권 씨는 마치 테라·루나가 컴퓨터 알고리즘에 의해 돌아가는 가상화폐인 것처럼 홍보했지만 거짓이었다”며 “이 사건은 400억 달러 이상의 손실을 초래하고 세계적으로 100만 명이 넘는 피해자를 낳은 대규모 사기”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권 씨 변호인은 “테라·루나에는 분명 알고리즘이 있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이날 3명의 변호인단과 함께한 권 씨는 두 시간에 걸친 심리에서 질의와 논쟁이 이어지는 동안 변호인이 준비해 온 서류를 읽고 정면을 주의 깊게 응시했다. 또 변호인에게 여러 차례 귓속말로 의견을 전달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엥겔마이어 판사는 “재판 개시를 1년 뒤로 잡는 건 전례가 없는 일”이라면서도 권 씨에 대한 재판 시작 날짜를 내년 1월 26일로 잡았다. 검찰이 “살펴볼 자료가 워낙 방대하고 자료의 상당수가 한국어라 번역 시간이 필요하다”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권 씨의 이메일, 소셜미디어 X 계정, 휴대전화 4대를 확보해 분석할 계획이다. 내년에 재판이 시작되면 판결까지 4∼6주가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권 씨는 미 검찰로부터 상품 사기, 증권 사기 등 총 9개 혐의를 받고 있다. 미 법무부는 “모든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으면 최대 130년의 징역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날 심리가 끝난 뒤 권 씨는 다시 두 명의 법원 경관에 의해 허리와 손이 쇠사슬과 수갑으로 묶여 교도소에 다시 구금됐다. 다음 사전 심리는 3월 6일에 열린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 2025-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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