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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향에 과거의 유산과 찌꺼기는 없습니다. 현재와 미래만 보고 갈 겁니다.”(정재왈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올해 창립 80주년과 재단법인화 20주년을 맞이한 서울시립교향악단이 16, 17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말러 교향곡 2번 ‘부활’로 올 시즌을 시작한다. 얍 판 츠베덴 음악감독이 지휘봉을 들고 프랑스 국립교향악단 등에서 ‘부활’ 공연에 출연해온 독일 소프라노 하나엘리자베트 뮐러와 미국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를 중심으로 활약해온 캐나다 메조소프라노 태머라 멈퍼드가 협연한다.서울시향은 올해 이 곡과 2월 20일 판 츠베덴 음악감독이 지휘하는 말러 교향곡 7번을 음원으로 발매할 예정이다. KBS교향악단도 2월 21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정명훈 계관지휘자 지휘로 소프라노 황수미, 메조소프라노 이단비가 협연하는 말러 ‘부활’ 공연을 가질 예정이라 연초부터 국내 양대 오케스트라가 ‘말러 대결’에 나서는 셈이 됐다.지난해 10월 취임한 정재왈 서울시향 대표이사는 1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취임 기자회견을 갖고 향후 비전을 밝혔다. 그는 ‘10년 뒤 우리의 상대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라는 다소 과감한 목표를 공개했다. “허황된 것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세계 무대에서 대단한 성과를 나타내는 한국 아티스트들의 자양분을 활용하면 10년 뒤에는 충분히 겨룰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한국 아티스트 활용은 올해 정기공연 협연자에서도 드러난다. 도이체 그라모폰(DG) 소속으로 활동을 펼쳐온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가 10월 1, 2일 멘델스존 바이올린협주곡으로 서울시향과 처음 협연한다. 2015년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자인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은 7월 4일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 독주자로 나선다.2021년 부소니 콩쿠르 우승자인 피아니스트 박재홍은 9월 25일 라흐마니노프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협주곡’을 협연한다. 판 츠베덴 감독이 주목한 ‘오징어 게임’ 음악 작곡가 정재일의 신작도 같은 무대에서 공개된다. 2023년 카라얀 젊은 지휘자상을 수상한 윤한결은 2024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세계 초연한 자신의 작품 ‘그리움’을 9월 12일 직접 지휘한다.북미 투어도 13년 만에 열린다. 10월 27일 미 뉴욕 카네기홀을 비롯해 미시간주 앤아버, 오클라호마주 등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김봄소리와 박재홍이 협연하고 작곡가 신동훈의 작품도 선보인다. 지난해 교향곡 1번으로 음원 발매를 시작한 말러 교향곡은 판 츠베덴 감독 임기 내 전곡을 발매하고 실물 음반(CD) 발매도 모색할 계획이다.정 대표는 이날 “단원 정년제 도입을 통해 오케스트라를 활력 있는 조직으로 바꾸겠다”며 “노조와 꾸준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박현정 전 서울시향 대표에 대한 무고 혐의로 기소된 뒤 직위해제됐다가 지난해 5월 무죄 판결이 확정된 직원들에 대해서는 “서울시향 대표로서 지난일들에 아쉬움이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안타까운 과정이었다”고 말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하모니시스트 이윤석(32·사진)이 10월 29일부터 11월 2일까지 독일 트로싱겐에서 열리는 세계 하모니카 대회(WHFWorld Harmonica Festival)에서 한국 최초로 심사위원으로 위촉됐다.세계 하모니카 대회는 1989년 시작돼 4년마다 개최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국제 하모니카 대회로 ‘하모니카의 올림픽’으로 불린다. 세계적인 하모니카 브랜드인 호너가 주관하며 세계 35개국 이상의 참가자와 방문객들이 콘서트, 세미나, 경연, 박람회를 즐길 수 있는 축제다.이윤석은 서울대 음악대학 작곡과를 졸업한 뒤 노르웨이 음악원 최초 하모니카 전공으로 입학해 하모니시스트 지그문트 그로븐을 사사했다. 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 금호아트홀 등에서 지휘자 금난새와의 협연을 비롯해 인천시립교향악단, 성남시립교향악단 등과 협연했으며, 미국, 일본, 노르웨이, 싱가포르, 튀니지 등에서 활발한 연주 활동을 펼쳐 왔다.이윤석은 “세계적인 거장들과 함께 심사에 참여하게 되어 책임감과 기쁨을 느낀다”며 “세계 하모니카인들과 교류하고 다양한 연주를 접할 수 있는 기회에 감사하며 대회의 의미를 빛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서울시향에 과거의 유산과 찌꺼기는 없습니다. 현재와 미래만 보고 갈 겁니다.”(정재왈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올해 창립 80주년과 재단법인화 20주년을 맞이한 서울시립교향악단이 16, 17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말러 교향곡 2번 ‘부활’로 올 시즌을 시작한다. 얍 판 츠베덴 음악감독이 지휘봉을 들고 프랑스 국립교향악단 등에서 ‘부활’ 공연에 출연해온 독일 소프라노 하나엘리자베트 뮐러와 미국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를 중심으로 활약해온 캐나다 메조소프라노 태머라 멈퍼드가 협연한다.서울시향은 올해 이 곡과 2월 20일 판 츠베덴 음악감독이 지휘하는 말러 교향곡 7번을 음원으로 발매할 예정이다. KBS교향악단도 2월 21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정명훈 계관지휘자 지휘로 소프라노 황수미, 메조소프라노 이단비가 협연하는 말러 ‘부활’ 공연을 가질 예정이라 연초부터 국내 양대 오케스트라가 ‘말러 대결’에 나서는 셈이 됐다.지난해 10월 취임한 정재왈 서울시향 대표이사는 1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취임 기자회견을 갖고 향후 비전을 밝혔다. 그는 ‘10년 뒤 우리의 상대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라는 다소 과감한 목표를 공개했다. “허황된 것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세계 무대에서 대단한 성과를 나타내는 한국 아티스트들의 자양분을 활용하면 10년 뒤에는 충분히 겨룰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한국 아티스트 활용은 올해 정기공연 협연자에서도 드러난다. 도이체 그라모폰(DG) 소속으로 활동을 펼쳐온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가 10월 1, 2일 멘델스존 바이올린협주곡으로 서울시향과 처음 협연한다. 2015년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자인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은 7월 4일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 독주자로 나선다.2021년 부소니 콩쿠르 우승자인 피아니스트 박재홍은 9월 25일 라흐마니노프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협주곡’을 협연한다. 판 츠베덴 감독이 주목한 ‘오징어 게임’ 음악 작곡가 정재일의 신작도 같은 무대에서 공개된다. 2023년 카라얀 젊은 지휘자상을 수상한 윤한결은 2024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세계 초연한 자신의 작품 ‘그리움’을 9월 12일 직접 지휘한다.북미 투어도 13년 만에 열린다. 10월 27일 미 뉴욕 카네기홀을 비롯해 미시건 주 앤아버, 오클라호마 주 등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김봄소리와 박재홍이 협연하고 작곡가 신동훈의 작품도 선보인다. 지난해 교향곡 1번으로 음원 발매를 시작한 말러 교향곡은 판 츠베덴 감독 임기 내 전곡을 발매하고 실물 음반(CD) 발매도 모색할 계획이다.정 대표는 이날 “단원 정년제 도입을 통해 오케스트라를 활력있는 조직으로 바꾸겠다”며 “노조와 꾸준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박현정 전 서울시향 대표에 대한 무고 혐의로 기소된 뒤 직위해제됐다가 지난해 5월 무죄 판결이 확정된 직원들에 대해서는 “서울시향 대표로서 지난 일들에 아쉬움이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안타까운 과정이었다”고 말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피아니스트 선율(25)에게 2024년은 기억할 만한 해였다. 6월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지나 바카우어 콩쿠르에서 우승과 청중상, 학생심사위원상을 휩쓸었다. 12월에는 ‘LG와 함께하는 제19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서 피아니스트 유성호와 공동 우승을 차지했다. 그가 23일 서울 서대문구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금호문화재단 ‘금호 라이징스타’ 시리즈의 일환으로 리사이틀을 연다. 라모 ‘가보트와 6개의 변주’, 드뷔시 베르가마스크 모음곡 등 바로크에서 근대까지의 프랑스 작품만으로 프로그램을 엮었다. “처음부터 프랑스 작곡가와 연주가들을 좋아했어요. 주변에선 대부분 미국이나 독일로 유학을 떠났지만, 내가 책임지는 인생이니 남들과는 조금 다른 선택을 해보고 싶었어요.” 선율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김대진을 사사한 뒤 프랑스 파리 스콜라칸토룸에서 올리비에 가르동에게 배우기 시작했다. “1년 뒤부터 다른 선생님에게 배우기로 하고 시작했는데, 가르동 선생님이 파리 에콜 노르말 음악원으로 옮긴다며 같이 가지 않겠느냐고 하시더군요. 저도 선생님이 너무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망설이지 않고 따라갔어요.” 스승은 처음 몇 달을 제외하고는 기술적인 문제의 조언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네가 음악을 느껴야지 듣는 사람도 느끼게 된다, 음악을 즐기면서 연주해야 한다고 늘 강조하시죠.” 동료들이 평하는 선율의 장점 중 하나가 ‘어려운 곡도 어렵지 않게 느껴지도록 연주한다’이다. 이번 프로그램에도 최고의 기교를 요구하기로 정평이 나 있는 알캉의 ‘이솝의 우화’가 있다. 그는 “여러 콩쿠르에서 1라운드 첫 곡으로 선택한 장기곡”이라고 말했다. 여러 사람이 궁금해하는 점이 있다. 그의 이름은 음악가가 될 운명을 암시했을까. “그냥 아름답게 크라는 뜻으로 부모님이 지으신 이름이에요.(웃음) 어릴 때는 태권도가 특기였고, 초등학교 4학년이 돼서야 피아노를 시작했죠. 보통 전공하는 친구들보다 4, 5년 늦은 셈이지만 열심히 한 만큼 결과가 따라줬던 것 같습니다.” 선율은 7월 지나 바카우어 콩쿠르 우승 특전으로 이탈리아 바를레타 피아노 페스티벌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내년엔 미 뉴욕 카네기홀 연주와 유타 심포니 오케스트라 협연 등 굵직한 무대들이 예정돼 있다. 자신이 상상하는 미래의 모습을 묻자 “여러 시대와 나라의 레퍼토리를 두루 잘 소화하는 연주자”라고 답했다. 인터뷰 끝자락엔 “김대진 선생님과 가르동 선생님, 지금까지 후원해준 정몽구재단과 금호문화재단에 정말 감사한다는 얘기를 빼놓지 말아 달라”고 거듭 당부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피아니스트 선율(25)에게 2024년은 기억할 만한 해였다. 6월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지나 바카우어 콩쿠르에서 우승과 청중상, 학생심사위원상을 휩쓸었다. 12월에는 ‘LG와 함께하는 제19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선 피아니스트 유성호와 공동 우승을 차지했다.그가 23일 서울 서대문구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금호문화재단 ‘금호 라이징스타’ 시리즈의 일환으로 리사이틀을 연다. 라모 ‘가보트와 6개의 변주’, 드뷔시 베르가마스크 모음곡 등 바로크에서 근대까지의 프랑스 작품만으로 프로그램을 엮었다.“처음부터 프랑스 작곡가와 연주가들을 좋아했어요. 주변에선 대부분 미국이나 독일로 유학을 떠났지만, 내가 책임지는 인생이니 남들과는 조금 다른 선택을 해보고 싶었어요.”선율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김대진을 사사한 뒤 프랑스 파리 스콜라칸토룸에서 올리비에 가르동에게 배우기 시작했다. “1년 뒤부터 다른 선생님에게 배우기로 하고 시작했는데, 가르동 선생님이 파리 에콜 노르말 음악원으로 옮긴다며 같이 가지 않겠느냐고 하시더군요. 저도 선생님이 너무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망설이지 않고 따라갔어요.” 스승은 처음 몇 달을 제외하고는 기술적인 문제의 조언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네가 음악을 느껴야지 듣는 사람도 느끼게 된다, 음악을 즐기면서 연주해야 한다고 늘 강조하시죠.”동료들이 평하는 선율의 장점 중 하나가 ‘어려운 곡도 어렵지 않게 느껴지도록 연주한다’이다. 이번 프로그램에도 최고의 기교를 요구하기로 정평이 나 있는 알캉의 ‘이솝의 우화’가 있다. 그는 “여러 콩쿠르에서 1라운드 첫 곡으로 선택한 장기곡”이라고 말했다.여러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점이 있다. 그의 이름은 음악가가 될 운명을 암시했을까. “그냥 아름답게 크라는 뜻으로 부모님이 지으신 이름이에요.(웃음) 어릴 때는 태권도가 특기였고, 초등학교 4학년이 돼서야 피아노를 시작했죠. 보통 전공하는 친구들보다 4, 5년 늦은 셈이지만 열심히 한 만큼 결과가 따라줬던 것 같습니다.”선율은 7월 지나 바카우어 콩쿠르 우승 특전으로 이탈리아 바를레타 피아노 페스티벌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내년엔 미 뉴욕 카네기홀 연주와 유타 심포니 오케스트라 협연 등 굵직한 무대들이 예정돼 있다. 자신이 상상하는 미래의 모습을 묻자 “여러 시대와 나라의 레퍼토리를 두루 잘 소화하는 연주자”라고 답했다. 인터뷰 끝자락엔 “김대진 선생님과 가르동 선생님, 지금까지 후원해준 정몽구재단과 금호문화재단에 정말 감사한다는 얘기를 빼놓지 말아 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책’ ‘서적’이라고 하면 인문학의 영역으로, ‘과학’이라면 책보다는 실험실의 영역으로 치부되기 쉽다. 저자의 생각은 다르다. “필요할 때마다 바퀴를 매번 새로 발명하지 않아도 되는 건 책 덕분이다. 과학은 다른 사람의 발견과 이론을 토대로 새로운 발견과 이론을 쌓으며 이뤄지기 때문이다.” 지식의 축적인 ‘책’의 최고 결과물이 과학인 것이다. 우리말 부제 ‘위대한 과학책의 역사’는 이 책의 성격을 잘 드러낸다. 고대 그리스부터 현대까지 2500여 년에 이르는 위대한 과학책을 도판 280여 점과 함께 소개한다. 고대라고 하면 ‘과학의 유아기’ 정도로 치부되기 쉽다. 그러나 기원전 290년경 저술된 유클리드의 ‘원론(Elements)’은 공리와 명제의 기본 전제를 설명했다. 이전 사람의 생각을 인용해 생각을 쌓는 방법은 기원전 3세기 아르키메데스의 ‘모래알을 세는 사람’에서 이미 발견된다. 그는 아리스타르코스라는 사람의 책을 인용해 ‘태양을 중심으로 지구가 그 둘레를 돌고 있다’고 적었다. 그리스의 과학은 아랍어로 번역돼 보존되다가 유럽어로 다시 번역되면서 과학 부흥을 불러왔다. 820년 페르시아 수학자 알콰리즈미가 쓴 ‘복원과 대비의 계산’은 12세기 라틴어로 번역돼 알고리즘과 대수학(代數學)의 기초가 됐다. 인도의 바스카라가 1114년 쓴 ‘최고의 논문들’에는 미적분학의 토대가 될 만한 내용들이 담겼다. 인쇄술이 보편화되면서 과학책의 양도 급증했다. 1600년 나온 영국인 윌리엄 길버트의 ‘자석에 관하여’는 “지식인들이 바다처럼 방대한 책들과 마주하게 되었으며 배움에 열심인 사람들이 괴로움과 피로에 시달리고 있다”고 적었다. 이 시기에는 동료 학자를 넘어 일반 독자들을 의식한 책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라틴어로 쓰이던 과학책들도 자기 나라의 일상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근대의 고전’ 장(章)에 이르면 폭발하는 과학 지식에 따른 기념비적 서적을 소개하기에도 저자의 손길이 바빠진다. 20세기를 열어젖힌 과학책으로는 1917년 출판되고 3년 뒤 영어로 번역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빼놓을 수 없다. 이 시기는 과학책의 서평이 활성화되기 시작한 때이기도 하다. 영국 학술지 네이처의 평자는 “상대성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 수많은 독자들과 같은 심정”이라며 당혹감을 토로했다. 1988년 나온 호킹의 ‘시간의 역사’는 과학 서적 역사상 최고 판매 기록을 세웠지만 저자는 “사실 다 읽은 사람은 별로 없다”고 꼬집는다. 그 기록은 과학자가 아닌 여행작가로 유명한 빌 브라이슨의 ‘거의 모든 것의 역사(2003년)’로 깨졌다. 저자는 앞으로 호젠펠더 ‘수학의 함정(2018년)’처럼 ‘독자가 의문을 제기하면서 이론을 더 깊이 이해하도록 돕는’ 책이 많아질 것으로 전망하면서 이렇게 결론을 맺는다. “우리는 사람들이 과학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도록 독려해야 한다. 동시에 일부 정치적 신념과 손잡은 반과학적 관점을 물리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매년 대원음악상을 통해 음악계에 공헌이 큰 음악인을 시상해온 대원문화재단이 11일 오후 5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신년음악회를 연다. 피아니스트인 한국예술종합학교 김대진 총장이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 첼리스트 김두민과 함께 요엘 레비 지휘 KBS교향악단과 베토벤 3중 협주곡을 협연하는 순서도 펼쳐진다.대원문화재단 신년음악회는 2018년 처음 열렸다. 그동안 피아니스트 백건우 조성진 김선욱 손열음,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 등이 서울시립교향악단과 KBS교향악단 등 한국 대표 오케스트라와 협연했다. 올해 무대에서는 전반부에 베토벤 3중 협주곡을, 후반부에 북유럽 핀란드의 강렬한 정취와 희망이 느껴지는 시벨리우스의 교향곡 2번을 KBS교향악단이 연주한다.지휘를 맡은 요엘 레비는 미국 애틀랜타 교향악단 음악감독으로 세계 음악계에 알려졌으며 2014~2019년 KBS교향악단 음악감독을 지냈다.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은 2015년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했다. 첼리스트 김두민은 아스펜 협주곡 콩쿠르에서 우승했고 독일 뒤셀도르프 심포니 오케스트라 수석을 거쳐 2022년부터 서울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2020년 금호영체임버콘서트 무대에 선 뒤 금호문화재단에 ‘팀도 상주음악가가 될 수 있나요?’라고 겁 없이 여쭤 봤죠. 시간이 지나서 이렇게 되었네요.”(박성현·아레테 콰르텟 첼리스트) 2025년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로 현악4중주단 아레테 콰르텟이 선정됐다. 2019년 결성된 아레테 콰르텟은 2021년 프라하의 봄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과 함께 5개 부문 특별상을 수상했다. 2023년 모차르트 국제콩쿠르, 2024년 리옹 국제 실내악 콩쿠르에서도 우승하며 국제음악콩쿠르연맹(WFIMC) 등록 콩쿠르에서 세 번이나 우승하는 기록을 세웠다. 현재 제1바이올리니스트 전채안(28), 제2바이올리니스트 박은중(24), 비올리스트 장윤선(30), 첼리스트 박성현(32)이 함께하는 아레테 콰르텟은 이달 9일 금호아트홀 신년음악회를 시작으로 5월 29일 ‘감각’, 9월 4일 ‘필연’, 11월 13일 ‘Last Words(마지막 말씀)’ 등 네 번의 공연을 소화한다. 6일 서울 서대문구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전채안은 “가끔 ‘아르테 콰르텟’으로 부르는 분이 계시다”라며 팀 이름에 대한 설명으로 문을 열었다. “아레테(arete)는 그리스어로 ‘참된 목적이나 사람, 사물에 있는 가장 탁월한 성질’을 뜻합니다. 탁월한 재능이라는 뜻보다는 참된 목적이라는 뜻에 더 매료됐습니다.” 국제콩쿠르에서 거듭 우승하면서도 계속 도전한 이유로는 ‘연주 기회’를 꼽았다. “상금 때문은 아닙니다. 다섯 자리 비행기 값까지 내고(첼로는 항공권 1인 좌석을 별도 차지) 상금을 네 명이 나누다 보면 때로는 적자죠.(웃음) 부상으로 주어지는 연주 기회들이 소중했습니다. 다른 팀이나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도 주어지기 때문에 계속 도전했습니다.” 네 사람 중 박은중은 3개월 전 윤이상국제콩쿠르에서 준우승한 뒤 아레테 콰르텟에 합류했다. 그는 팀 내 역할에 대해 “채안 누나는 리허설을 책임지고 음악을 주도한다. 성현 형은 리더로서 연락이나 소통을 책임지고 윤선 누나는 정보력이 뛰어나 연주여행 등을 조율한다”면서 “튜닝(조율) 담당으로 연주 시작 전 A음을 내는 게 내 역할(웃음)”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전채안은 “은중 씨의 열정과 팀에 스며들기 위한 노력 등을 보고 함께하게 되었다”며 미소를 지었다. 9일 열리는 신년음악회에서는 하이든의 ‘현악4중주를 위한 십자가 위의 일곱 말씀’을 연주한다. 전채안은 “현악4중주의 기틀을 닦았고 인간의 다채로운 감정을 들려주고자 한 하이든의 마음을 잘 표현해 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네 사람은 “진지한 장르인 현악4중주의 매력을 널리 알리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박성현은 “한국인은 팀의 유전자를 많이 갖고 있는데 클래식 시장의 관심은 솔리스트에게만 집중돼 왔다”며 “작곡가들의 내면을 비추는 긴밀한 호흡의 팀으로 오래가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겨울 산은 적막하다. 가을 내내 양식을 모아둔 다람쥐들은 어디에 웅크리고 있을까. 여린 멧새들은 어디서 추위를 피하고 있을까. 깊은 땅속을 파헤치고 들어간 아이들, 세상을 누비고 느끼던 모든 작은 것들아, 깊숙이 떨어져 내린 태양이 다시 살아날 때까지, 잎들이 다시 푸르러질 때까지, 참아 내거라. 우리 꼭 다시 만나자. 북극권에 걸쳐 있는 핀란드의 작곡 거장 시벨리우스의 극음악 ‘펠레아스와 멜리장드’는 숲에서 길을 잃었다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왕가의 신부가 된 여인의 불행을 그린다. 마지막 장면에서 여주인공 멜리장드는 작디작은 아이를 낳고, 혼미한 의식 속에서 지금이 겨울이냐고, 춥다고 말한 뒤 죽어간다. 이 장면의 음악 ‘멜리장드의 죽음’을 듣고 있으면 한기가 뼛속으로 스며드는 것 같다. 기운을 내기 위해 역시 북유럽의 거장인 노르웨이인 그리그의 피아노협주곡으로 분위기를 바꾸기로 하자. 혼자서 나름의 상상에 빠져 본다. 해변에 있는, 커다란 통유리 창이 있는 곳, 그런 데서 커피 한잔을 놓고 앉아 있다. 창밖은 춥겠지만 청량한 북유럽의 파란 하늘에서 햇살이 비치고, 갈매기들이 끼룩끼룩 소리를 내며 창에 부딪칠 듯 날아다닌다. 지난 주말처럼 올겨울엔 눈이 많이 내릴까. 눈을 묘사한 음악은 여럿 찾아볼 수 있다. 드뷔시의 피아노 모음곡 ‘어린이 코너’에 나오는 ‘눈송이는 춤춘다’나 차이콥스키의 발레 ‘호두까기 인형’ 1막의 ‘눈송이의 춤’은 흩날리는 눈발의 환상 속으로 듣는 사람을 데려간다. 올해 90세가 되는 에스토니아 작곡가 아르보 페르트의 ‘벤저민 브리튼을 기리는 칸투스’는 제목이 생소하게 느껴지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쥘리에트 비노슈가 출연한 레오스 카락스 감독의 1991년 영화 ‘퐁네프의 연인들’에 이 음악이 나온다. 다리 위에 눈발이 날리는 장면이다. 종소리와 현의 하강 음형만으로 이어지는 이 작품은 악보만 펼쳐 봐도 음표들이 비스듬히 아래로 향하는 모습부터 마치 눈발이 쏟아지는 듯하다. 오늘(7일)은 프랑스 작곡가 프랑시스 풀랑크(1899∼1963)의 126번째 생일이다. 이 풀랑크의 유일한 오르간협주곡을 들으면 마치 눈 위의 추격전 같은 느낌이 든다. 스키를 타고 펼치는 첩보 요원들의 숨 막히는 추격 장면이랄까. 겨울을 배경으로 하는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 3막에는 여주인공의 병 때문에 헤어져야 하게 된 두 연인이 안타까워하면서 ‘겨울에 헤어지는 것은 너무 외로운 일이니 봄까지 이별을 미루자’고 노래하는 장면이 나온다. 과연 실연해도 좋은 계절이 따로 있을까. 봄이라면 화사한 주변과 대비해 자신이 너무 처량해질 것이고, 여름이라면 너무 답답하겠고, 가을이라면 너무 쓸쓸하겠고, 겨울이라면 ‘라보엠’ 주인공들의 말처럼 너무 적막하게 마음이 얼어붙을 것이다. 푸치니보다 열두 살 위로 그와 친분을 나누었던 토스티의 가곡 ‘더 이상 사랑하지 않으리’에서 1인칭 화자는 ‘그대 마음은 얼음으로 되어 있으니’라고 탄식한다. ‘라보엠’에서 남주인공 로돌포 역으로 불멸의 녹음을 남겼던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노래로 들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왕 사람의 목소리를 들었으니 이번에는 러시아 민요로 가보자. 옛 공산권의 맹주 소련이 붕괴되기 전에 그 땅은 ‘동토의 왕국’이라고 불렸다. 그 얼어붙은 찬 땅에 대한 공포는 얼마간 사라졌지만, 역시 겨울에는 러시아 노래가 제격이다. 오락실의 ‘테트리스’ 음악으로 사랑받았던 러시아 민요 ‘코로베이니키’(행상인)나 ‘칼린카’를 그야말로 동토를 쩡쩡 울리는 듯한 러시아 바리톤 드미트리 흐보로스톱스키의 노래로 들어본다. 흐보로스톱스키는 안타깝게도 2017년 55세의 나이에 뇌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예전 ‘새해 결심을 하면서 들을 만한 음악이 있을까요’라는 질문을 받은 일이 있다. 여러 해 동안 나는 생상스 피아노협주곡 4번 2악장 2부의 시작 부분에서 새로운 결심을 위한 용기를 얻곤 했다. 마치 유장히 펼쳐지는 평원과 그 위에 쏟아지는 햇살을 바라보며 결의를 다지는 듯한 음악이다. 약간 느릿한 연주가 더 어울린다. 피아니스트 알도 치콜리니와 세르주 보도 지휘 파리 오케스트라가 협연한 음반이라면 더할 나위 없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무대 위 단 한 사람, 하루에 두 무대. 바이올리니스트 스베틀린 루세브가 ‘현의 더블헤더’를 펼친다. 11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여는 ‘스베틀린 루세브 바이올린 리사이틀 I-이자이·II-파가니니’다. 오후 2시에 시작하는 리사이틀 I에서는 20세기 초 벨기에의 바이올린 명인이자 작곡가인 외젠 이자이의 무반주 소나타 6곡 전곡을, 오후 8시 리사이틀 II에서는 그보다 한 세기 전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로 불리며 불가사의한 기교를 펼쳐냈던 니콜로 파가니니의 카프리스 24곡 전곡을 연주한다. 불가리아 출신인 루세브에게 한국은 프랑스에 이어 제3의 고향과 같다. 정명훈 지휘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악장으로 재직하다 그 인연으로 2015년까지 서울시립교향악단 악장을 겸했다. 2018년부터 평창대관령음악제에서 평창페스티벌오케스트라 악장을 지냈으며, 그 단원들이 주축이 된 오케스트라 ‘고잉홈 프로젝트’의 악장도 2022년부터 맡고 있다. 그는 피아니스트 손열음의 동반자로도 친숙하다. 2015년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스베틀린 루세브와 손열음’ 리사이틀을 두 차례 열었고, 2019년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과 지난해 3월 롯데콘서트홀에서도 듀오 리사이틀을 가졌다. 지난해 두 사람의 연주를 담아 ‘나이브’ 레이블로 발매한 앨범 ‘러브 뮤직’은 음반 전문지 그래머폰으로부터 “이 연주자들이 내는 소리는 강렬하게 매혹적이다. 최고의 행복을 준다”는 찬사를 받았다. 이번 ‘리사이틀 I’에서 연주하는 이자이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6곡은 이자이가 동시대 대표 바이올리니스트인 요제프 시게티, 자크 티보, 프리츠 크라이슬러 등에게 각각 헌정한 곡들이다. 이자이는 “기교에 앞서 바이올리니스트는 사상가이자 시인이어야 한다. 연주로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스스로 모든 감정을 경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리사이틀 II’에서 연주하는 파가니니의 카프리스 24곡은 19세기 이후의 모든 바이올리니스트에게 ‘기술적 요구의 표준’으로 불리며 전 세계 연주회장과 콩쿠르에서 사랑받고 있다. 루세브는 2021년 8월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이자이 소나타 2번 3번, 파가니니 카프리스 중 다섯 곡을 연주한 바 있다. 루세브는 2001년 일본 센다이 국제콩쿠르 첫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세계 음악계에 이름을 알렸다. 고국인 불가리아 소피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상주음악가와 예술감독을 지냈고 모교인 파리 음악원과 스위스 제네바 음대 교수로도 활동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공연 예매 사이트에 실린 프로필에는 ‘연간 200회의 공연을 소화한다’고 적혀 있었다. ‘사회만 보는 것까지 포함해 200회냐’라고 물었더니 그는 주저 없이 대답했다. “제가 출연하는 거의 모든 콘서트에는 제 연주가 있습니다.” 피아니스트로, 클래식 해설자로, 음악축제 기획자로 전방위적 활동을 펼쳐온 송영민(39)이 10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피아노 독주회 ‘칸타빌레 III’을 연다. ‘칸타빌레 I’은 지난해 4월 같은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칸타빌레 II’는 6월 광주 유스퀘어문화관 금호아트홀에서 열렸다. 피아노 신동으로 열네 살 때 러시아에서 데뷔 독주회를 열었던 송영민은 독일 데트몰트 국립음대와 라이프치히 국립음대 최고연주자과정을 졸업한 뒤 2012년 귀국했다. “제가 공부해온 것과 음악 작품 속에 숨은 의미를 설명드렸을 때 청중의 호응이 훨씬 높아지더군요. 이게 내 역할이겠구나 싶어서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습니다.” 송영민은 KBS 1FM 생생 클래식에서 ‘송영민의 클래식 다이어리’를 진행하고 하남문화예술회관, 대전예술의전당, 성남 티엘아이아트센터 실내악축제 감독 등으로도 활동했다. 그런 그에게 트레이드마크가 된 것은 2015년부터 10년째 진행 중인 서울 강남구 최인아책방의 ‘최인아책방 콘서트’다. 3∼7월, 9∼12월 시즌을 나눠 2주에 한 번씩 금요일 저녁에 진행한다. “TV 대중음악 프로그램인 ‘유희열의 스케치북’ 클래식 판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연주만 듣는 게 아니라 삶과 음악에 대한 관점도 들어보는 콘서트입니다.” 책방 콘서트인 만큼 매회 연주자에게 ‘내 인생의 책 한 권을 꼽아달라’고 부탁한다. 책에 대한 얘기도 듣고 그 책과 관련된 음악을 연주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피아니스트 임윤찬 백혜선 신수정 윤홍천, 첼리스트 양성원, 바이올리니스트 조진주, 바리톤 김기훈 등 스타급 연주가들이 출연했다. 하지만 연주가로서 송영민에게도 큰 위기가 없지 않았다. “학부에 다니던 2006년이었습니다. 큰 콩쿠르 입상에 거듭 도전했지만 원하던 결과를 얻지 못하고 좌절에 빠졌죠. 교수님과 부모님께 ‘피아노를 그만두겠다’고 말씀드렸는데 그즈음 학교 부근에서 열린 러시아 피아니스트 보리스 베레좁스키의 공연을 보게 되었어요. ‘이렇게 아름다운 예술을 그만두면 나중에 내 인생이 크게 후회되겠다’고 생각했죠.” 이번 ‘칸타빌레 III’에서는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14번, 베토벤 소나타 5번과 21번 ‘발트슈타인’, 부소니 편곡 바흐 ‘샤콘’을 연주한다. 칸타빌레는 이탈리아어로 ‘노래하듯이’라는 뜻이다. 그는 “베토벤 하면 심각하다는 이미지가 크지만 그의 음악이야말로 가장 ‘노래하는’ 음악”이라며 “그의 시대로 이어지는 문을 여는 모차르트 음악, 베토벤이 문을 연 낭만주의 시대 후기 부소니의 음악까지 보여주려 한다”고 말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서울 마포아트센터가 극장 상주음악가 격인 ‘2025 M 아티스트’로 바리톤 박주성을 선택했다. 4월 23일, 12월 6일 두 번의 ‘M 아티스트 박주성 리사이틀’과 8월 23일 야외 무대에서 여는 ‘Moon Sonata’ 등 세 차례 무대를 책임진다. 박주성은 유학 경험이 없는 국내파로 2021년 오스트리아 빈 국립오페라 극장의 영아티스트가 된 뒤 유럽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메일로 그를 만났다. ―첫 장래 희망이 영화감독이었다고 들었습니다. “고등학생 때 오페라를 보고 오페라와 사랑에 빠졌어요. 오페라 연출을 하면 어떨까 하고 음악 선생님께 여쭸는데 우선 노래를 배워보라는 권유를 받았습니다. 그러고는 여기까지 왔네요. 오페라도 극이기 때문에 영화와 극에 심취했던 일이 큰 도움이 됩니다. 예전에 봤던 영화 속 배우의 연기를 참고하기도 하고요.” ―내년 무대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요. “4월에는 말러 연가곡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 중 몇 곡을 1부에 선보이고, 2부에서는 모차르트부터 코른골트까지 다양한 시대의 오페라 아리아들을 노래할 예정입니다. 8월에는 대중이 같이 즐길 수 있는 친근한 곡들로 프로그램을 구성하려 합니다. 12월 무대는 아직 생각 중입니다.” ―카랑카랑하고 강건한 목소리, 외모까지 영국 바리톤 브린 터펠을 연상시킨다고 말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좋아하는 바리톤을 꼽는다면…. “실제 터펠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그 외 뤼도비크 테지에르, 사이먼 킨리사이드, 제럴드 핀리의 노래를 즐겨 듣고, 지난 시대의 가수로는 에토레 바스티아니니와 디트리히 피셔디스카우를 좋아합니다.” ―2021년 카디프 콩쿠르 결선에 올랐고 플라시도 도밍고가 주최하는 오페랄리아 콩쿠르 3위, 2023년엔 헬무트 도이치 독일 가곡 콩쿠르에서 2위 입상했죠. 어떤 기억이 남아 있는지. “콩쿠르에선 심적으로 힘들었던 기억밖에 없네요.(그는 답변 뒤에 ‘웃음’이라고 적었다) 국내에서는 콩쿠르 성적이 뛰어나지 않았죠. 유학을 하려고 유럽에 나오자마자 오페랄리아에서 입상했는데, 단계마다 현실을 의심했던 기억이 납니다.” ―2024년 서울 예술의전당 SAC페스티벌에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자인 바리톤 김태한과 듀오 무대를 응모해 공연을 가졌죠. 고국 관객들에게 크게 각인된 계기였습니다. “좋아하는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시콥스키, 절친한 태한이와 함께 연주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제가 사랑하는 독일 가곡들로 프로그램을 짰는데, 지루할 수도 있었던 연주를 즐겁게 들어주시고 뜨겁게 반응해 주신 관객들께 매우 감사했습니다. 입장 때부터 관객들이 유럽 관객들보다 훨씬 뜨겁게 박수를 쳐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자신에게 어울리는 오페라에서의 역할이나 적극적으로 하고 싶은 배역은 무엇인지요. 스스로의 목소리에 대해 ‘나는 어떤 바리톤’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요. “모차르트의 ‘다폰테 삼부작’(로렌초 다폰테가 대본을 쓴 ‘피가로의 결혼’ ‘돈 조반니’ ‘여자는 다 그래’)에 큰 애정을 갖고 있고, 그 세 작품을 많이 하고 싶다는 꿈이 있습니다. 오페라 가수라는 직업이 있지만, 리트와 오라토리오에도 큰 애정을 갖고 있습니다. 오페라만큼 리사이틀도 많이 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고음악부터 현대 음악까지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유연한 음악성을 가진 바리톤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서울 마포아트센터가 극장 상주음악가 격인 ‘2025 M 아티스트’로 바리톤 박주성을 선택했다. 4월 23일, 12월 6일 두 번의 ‘M 아티스트 박주성 리사이틀’과 8월 23일 야외무대에서 여는 ‘Moon Sonata’등 세 차례 무대를 책임진다. 박주성은 유학 경험이 없는 국내파로 2021년 오스트리아 빈 국립오페라 극장의 영아티스트가 된 뒤 유럽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메일로 그를 만났다. ―첫 장래희망이 영화감독이었다고 들었습니다. “고등학생 때 오페라를 보고 오페라와 사랑에 빠졌어요. 오페라 연출을 하면 어떨까 하고 음악 선생님께 여쭸는데 우선 노래를 배워보라는 권유를 받았습니다. 그러고는 여기까지 왔네요. 오페라도 극이기 때문에 영화와 극에 심취했던 일이 큰 도움이 됩니다. 예전에 봤던 영화 속 배우의 연기를 참고하기도 하고요.” ―올해 무대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요. “4월에는 말러 연가곡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 중 몇 곡을 1부에 선보이고, 2부에서는 모차르트부터 코른골트까지 다양한 시대의 오페라 아리아들을 노래할 예정입니다. 8월에는 대중들이 같이 즐길 수 있는 친근한 곡들로 프로그램을 구성하려 합니다. 12월 무대는 아직 생각 중입니다.” ―카랑카랑하고 강건한 목소리, 외모까지 영국 바리톤 브린 터펠을 연상시킨다고 말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좋아하는 바리톤을 꼽는다면? “실제 브린 터펠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그 외 루도빅 테지에르, 사이먼 킨리사이드, 제랄드 핀리의 노래를 즐겨 듣고, 지난 시대의 가수로는 에토레 바스티아니니와 디트리히 피셔디스카우를 좋아합니다.” ―2021년 카디프 콩쿠르 결선에 올랐고 플라시도 도밍고가 주최하는 오페랄리아 콩쿠르 3위, 2023년엔 헬무트 도이치 독일 가곡 콩쿠르에서 2위 입상했죠. 어떤 기억이 남아있는지? “콩쿠르에선 심적으로 힘들었던 기억밖에 없네요. (그는 답변 뒤에 ‘웃음’이라고 적었다) 국내에서는 콩쿠르 성적이 뛰어나지 않았죠. 유학을 하려고 유럽에 나오자마자 오페랄리아에서 입상했는데, 매 단계마다 현실을 의심했던 기억이 납니다.” ―2024년 서울 예술의전당 SAC페스티벌에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자인 바리톤 김태한과 듀오 무대를 응모해 공연을 가졌죠. 고국 관객들에게 크게 각인된 계기였습니다. “좋아하는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시콥스키, 절친한 태한이와 함께 연주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제가 사랑하는 독일 가곡들로 프로그램을 짰는데, 지루할 수도 있었던 연주를 즐겁게 들어주시고 뜨겁게 반응해 주신 관객들께 매우 감사했습니다. 입장 때부터 관객들이 유럽 관객들보다 훨씬 뜨겁게 박수를 쳐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자신에게 어울리는 오페라에서의 역할이나 적극적으로 하고 싶은 배역은 무엇인지요? 스스로의 목소리에 대해 ‘나는 어떤 바리톤’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요? “모차르트의 ‘다 폰테 삼부작’(로렌초 다 폰테가 대본을 쓴 ‘피가로의 결혼’, ‘돈 조반니’, ‘여자는 다 그래’)에 큰 애정을 갖고 있고, 그 세 작품을 많이 하고 싶다는 꿈이 있습니다. 오페라 가수라는 직업이 있지만, 리트와 오라토리오에도 큰 애정을 갖고 있습니다. 오페라만큼 리사이틀도 많이 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고음악부터 현대 음악까지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유연한 음악성을 가진 바리톤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별이 다섯 개!” 2021년 그래미 클래식 기악 부문 수상자인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46), 2022년 시벨리우스 콩쿠르 우승자인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29), 미국 이스트먼 음대 교수인 바이올리니스트 장유진(34), 2014년 카살스 콩쿠르 우승자인 첼리스트 문태국(30), 파리국립오페라 종신 수석인 클라리네티스트 김한(28)…. 현악과 관악 분야에서 한국 대표급으로 활동하는 연주가 다섯 명이 함께 실내악 무대를 펼친다. 28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2024 스타즈 온 스테이지’ 공연이다. 첫 곡으로는 바흐 기악음악의 정수 중 하나인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6번을 리처드 용재 오닐과 디토 체임버 오케스트라가 연주한다. 서정적인 2악장 ‘안단테 칸타빌레’로 유명한 차이콥스키 현악4중주 1번에 이어 고적한 계절감에 어울리는 브람스 클라리넷 5중주로 끝을 맺는다. 리처드 용재 오닐은 2007∼2019년 젊은 기악 연주가들에 대한 국내 음악팬의 관심을 끌어올렸던 ‘앙상블 디토’의 주축으로 활약했다. 2019년 앙상블 디토 고별회견에서 그는 “실내악은 교향악처럼 피부를 진동시키는 큰 장르가 아니지만 작곡가들은 자신이 간직한 우주의 비밀을 이 친밀한 세계에 풀어놓았다”고 소회를 밝힌 바 있다. 테오파니디스의 비올라 협주곡으로 그래미상을 받은 그는 아홉 장의 솔로 앨범을 발매했으며 ‘눈물’ ‘겨울여행’ 앨범은 더블 플래티넘 기록을 세운 바 있다. 2015년 파가니니 콩쿠르, 2022년 시벨리우스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인모니니-인모리우스’라는 별명을 얻은 양인모는 시벨리우스 콩쿠르 당시 심사위원장 겸 결선 지휘자였던 사카리 오라모로부터 “압도적이다, 연주에 과도함이 없이 노래하듯 매끄럽고 자연스럽다”는 격찬을 들었다. 장유진은 2016년 일본 센다이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주목을 받았고 2020년 이스트만 음대 조교수로 임용됐다. 문태국은 2022년 롯데콘서트홀 인하우스 아티스트로 활동하는 등 국내외 무대에서 뜨거운 러브콜을 받고 있다. 김한은 2021년 관악 연주자 최초로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로 선정됐으며 오케스트라 활동 외 솔리스트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D홀에서 개막한 오페라 ‘어게인 2024 투란도트’ 공연이 좌석 배정 등 진행 미숙과 연출자의 참여 취소로 파행을 빚었다. 이날 저녁 7시 반 첫 공연을 예매한 한 누리꾼은 블로그에서 “예정된 공연 시작 직전까지 표를 받지 못한 관객들이 엄청나게 많았고 고성이 오갔다. 결국 30분 정도 지나 공연이 시작됐다”며 “나중에는 아무 곳에나 가서 앉으라고 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 누리꾼은 “앞의 몇 줄 외 뒷자리에선 무대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고도 지적했다. 약 4000석의 객석은 별도의 단차가 없이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누리꾼은 “입장할 때 ‘이제부터 들여보내지 마라’는 소리를 들어 당황했다. 아무렇게나 앉힌 좌석을 잃을까봐 화장실도 가지 못했다”고 적었다. 이밖에 가수들의 소리가 클 때 증폭 장치에서 찢어지는 듯한 소리가 났고 배경이 밝을 때마다 자막이 보이지 않았다는 등의 불만도 잇따랐다. 한편 이 공연의 연출을 맡은 다비데 리베르모어는 22일 오전 보도자료를 내고 “어게인 2024 투란도트 공연과 결별한다”고 밝혔다. 그는 “주최 측이 장이머우 감독이 연출한 피렌체 마조 무지칼레 피오렌티노 공연의 무대 동선을 따라하도록 강요했기 때문에 떠나기로 했다”며 “개런티 지불의 의무도 이행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주최 측인 2024투란도트문화산업전문회사는 “연출에 대한 합의는 수개월 전 이뤄졌으며 이 과정에서 장이머우 버전의 연출로 준비하기를 여러 차례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조력연출자인 카를로 샤칼루가가 11월 입국한 뒤 연출 업무를 하지 않고 개런티 전액을 요구해 이탈리아로 돌려보냈고 리베르모어도 한국에 온 뒤 연출에 도움을 주지 않은 채 개런티를 요구했다”며 형사 소송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리베르모어 측은 23일 다시 보도자료를 내고 “나와 조력연출자가 일하지 않았다고 주최 측이 주장하지만 이는 장이머우의 모방을 강요하며 ‘우리 연출’을 막았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어게인 2024 투란도트’ 공연은 31일까지 열린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다사다난했던’이라는 표현이 더없이 들어맞는 한 해가 마침내 지나간다. 아름다운 선율과 함께 지난 시간을 정리해 보면 어떨까.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는 31일 오후 10시 ‘우리은행과 함께하는 2024 예술의전당 제야음악회’가 열린다. 예술의전당 제야음악회는 1994년 첫선을 보여 올해 만 30년이 된다. 최수열 지휘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와 2011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우승자인 소프라노 서선영(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캐나다 피아니스트 케빈 첸이 출연한다. 사회는 방송인 한석준이 맡는다.첫 순서는 ‘왈츠의 왕’ 요한 슈트라우스의 동생인 요제프 슈트라우스의 ‘걱정 없이! 폴카’다. 첫 곡으로 근심을 날려 보낸 뒤 케빈 첸이 협연하는 리스트 피아노협주곡 2번, 서선영이 노래하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네 개의 마지막 노래’ 등이 이어진다. 케빈 첸은 2022년 제네바 국제음악콩쿠르, 2023년 루빈스타인 콩쿠르 등에서 우승한 차세대 피아노 스타다. 예술의전당 제야음악회는 해마다 공연 직후 야외에서 열리는 불꽃놀이가 분위기를 고조시켜 왔지만 올해는 사회 분위기를 감안해 불꽃놀이 없이 콘서트홀에서 연주자들과 관객이 함께 새해의 카운트다운을 외치는 것으로 변경됐다.현악 앙상블 조이 오브 스트링스는 27일 오후 7시 반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푸치니 서거 100주년 기념을 겸한 송년음악회 ‘사랑의 추억’을 연다. 푸치니 현악4중주 D장조와 현악 앙상블을 위한 ‘국화’, 소프라노 서선영과 테너 최원휘 등이 함께하는 오페라 ‘라보엠’ 하이라이트를 선보인다. 28일 오후 5시에는 경기 수원시 경기아트센터 대극장에서 ‘2024 경기아트센터 송년음악회’가 열린다. 김선욱 지휘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라벨 ‘스페인 광시곡’, ‘볼레로’ 등을 연주하고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차이콥스키의 피아노협주곡 1번을 협연한다. 경기 성남시 성남아트센터는 31일 오후 7시 반 ‘2024 성남아트센터 송년음악회’를 연다. 성남시립교향악단과 첼리스트 문태국, 테너 정의근, 소프라노 김유미, 뮤지컬 배우 유리아 윤형렬 등이 출연하며 포퍼 ‘헝가리안 랩소디’, 유명 오페라 아리아와 뮤지컬 넘버 등을 들려준다. 같은 시간인 31일 오후 7시 반 서울 세종체임버홀에서는 ‘2024 아듀 콘서트 with 포어스트만 콰르텟×다니엘 린데만’이 열린다. 2004년 독일에서 창단된 현악4중주단 포어스트만 콰르텟이 차이콥스키 ‘안단테 칸타빌레’와 피아졸라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사계’를 연주하고, 방송인으로 친숙한 건반 연주자 다니엘 린데만이 ‘웨이팅 포 유’ 등 자작곡을 소개한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다사다난했던’이라는 표현이 더없이 들어맞는 한 해가 마침내 지나간다. 아름다운 선율과 함께 지난 시간을 정리해보면 어떨까.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는 31일 저녁 10시 ‘우리은행과 함께하는 2024 예술의전당 제야음악회’가 열린다. 예술의전당 제야음악회는 1994년 첫 선을 보여 올해 만 30년이 된다. 최수열 지휘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와 2011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우승자인 소프라노 서선영(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캐나다 피아니스트 케빈 첸이 출연한다. 사회는 방송인 한석준이 맡는다.첫 순서는 ‘왈츠의 왕’ 요한 슈트라우스의 동생인 요제프 슈트라우스의 ‘걱정 없이! 폴카’다. 첫 곡으로 근심을 날려 보낸 뒤 케빈 첸이 협연하는 리스트 피아노협주곡 2번, 서선영이 노래하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네 개의 마지막 노래’ 등이 이어진다. 케빈 첸은 2022년 제네바 국제 음악 콩쿠르, 2023년 루빈슈타인 콩쿠르 등에서 우승한 차세대 피아노 스타다.예술의전당 제야음악회는 해마다 공연 직후 야외에서 열리는 불꽃놀이가 분위기를 고조시켜왔지만 올해는 사회 분위기를 감안해 불꽃놀이 없이 콘서트홀에서 연주자들과 관객이 함께 새해의 카운트다운을 외치는 것으로 변경됐다.현악앙상블 조이 오브 스트링스는 27일 저녁 7시 반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푸치니 서거 100주년 기념을 겸한 송년음악회 ‘사랑의 추억’을 연다. 푸치니 현악4중주 D장조와 현악앙상블을 위한 ‘국화’, 소프라노 서선영과 테너 최원휘 등이 함께하는 오페라 ‘라보엠’ 하이라이트를 선보인다.28일 오후5시에는 수원 경기아트센터 대극장에서 ‘2024 경기아트센터 송년음악회’가 열린다. 김선욱 지휘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라벨 ‘스페인 광시곡’, ‘볼레로’ 등을 연주하고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차이콥스키의 피아노협주곡 1번을 협연한다.성남 성남아트센터는 31일 저녁 7시 반 ‘2024 성남아트센터 송년음악회’를 연다. 성남시립교향악단과 첼리스트 문태국, 테너 정의근, 소프라노 김유미, 뮤지컬 배우 유리아 윤형렬 등이 출연하며 포퍼 ‘헝가리안 랩소디’, 유명 오페라 아리아와 뮤지컬 넘버 등을 들려준다.같은 시간인 31일 저녁 7시 반 서울 세종체임버홀에서는 ‘2024 아듀 콘서트 with 포어스트만 콰르텟 × 다니엘 린데만’이 열린다. 2004년 독일에서 창단된 현악4중주단 포어스트만 콰르텟이 차이콥스키 ‘안단테 칸타빌레’와 피아졸라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사계’를 연주하고, 방송인으로 친숙한 건반 연주자 다니엘 린데만이 ‘웨이팅 포 유’ 등 자작곡을 소개한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2019년 4월 에콰도르의 한 법정에 아마존 원주민들의 노랫소리가 터져 나왔다. 원주민 연대를 이끈 이 책의 저자 넨키모는 이렇게 회상했다. “판사는 판결문 낭독을 이어 나갔지만 우리는 이미 듣고 싶던 말을 다 들었다. 정부가 거짓말을 했다고! 석유 경매는 불법이라고! 서류는 무효라고! 우리 땅은 팔 수 있는 물건이 아니라고!” 이들의 연대는 원주민들의 땅을 석유 기업들에 경매로 부치려는 계획에 맞서 승소하고 서울 면적의 3.3배인 2000㎢를 지켜냈다. ‘지구의 허파’ 아마존이 기업형 농업과 석유 채굴로 망가져간다는 얘기는 그동안 많이 들어 왔다. 하지만 이곳을 지킨 경험을 원주민 자신의 목소리를 통해 듣는 일은 많지 않았다. 이 책은 사용하는 언어까지 각각 다른 85개 마을이 연대해 승리한 기록이자 이른바 ‘원시’ 부족의 딸로 태어나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조상의 땅을 지켜낸 저자의 회상록이다. 핏발 선 호소보다는 숲과 강물, 신화와 재래 관습이 함께하는 먼 세계 속의 일화들이 풍성히 담겨 흥미롭게 읽힌다. 열세 남매 중의 딸로 태어난 저자 넨키모의 유년기는 독 묻힌 바람 화살로 사냥을 하고 병이 들면 주술사를 찾아가는 시절이었다. 코오리(백인)는 동경의 대상이었다. 맛난 음식과 세탁기 등 신기한 도구들을 지닌 코오리는 배설도 하지 않을 거라고 원주민들은 상상했다. 코오리는 ‘돈’과 ‘종교’라는 두 얼굴로 접근했다. 넨키모의 아빠도 활주로 만드는 일에 동원되면서 가족은 터전을 떠났다. 석유회사는 자신들을 반대하는 이들을 ‘공산주의자’로 불렀고 환경운동가는 악의 상징으로 각인됐다. 백인 소녀 스테파니의 파란 눈과 흰 피부를 동경한 넨키모는 희고 고른 이를 갖고 싶어 어금니를 뽑기까지 했다. 스테파니처럼 되고 싶어 세례를 받고 ‘이네스’가 된 뒤 가족들의 동의 아래 고향을 떠나 코오리들의 선교단에서 생활하게 됐지만 그를 기다린 것은 선교사 가족의 성착취였다. 선교단을 떠나고 7년이 흘렀다. 내면의 상처를 숨기고 살던 넨키모에게 새로운 영감을 준 것은 ‘부족을 지키게 하는 것은 우리의 이야기와 언어’라는 오빠 오피의 말이었다. 든든한 조력자도 생겼다. ‘코오리’로 환경운동 작가이자 이 책의 공저자인 미치는 용기와 사랑을 가져다주었다. 풍습도, 말도 다른 아마존 마을들의 합심과 연대를 이끌어 내면서 이들의 목소리는 전 세계의 공감과 법정에서의 승리를 가져왔다. 인터넷으로 세계와 소통하면서 저자는 이 싸움이 세상을 지키는 싸움이란 것을 알게 된 점이 소중하다고 말한다. “우리의 숲을 잃게 되면서 바다 건너편에서 홍수가, 다른 대륙에서 화재와 가뭄이 일어났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아마존을 지키는 것이 우리 모두의 고향인 어머니 대지를 지키는 일이었다.” 그의 활동에 지지의 목소리를 내온 배우 에마 톰슨은 “우리가 오래전부터 이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면 지금 폭풍 앞에 있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원제 ‘We will not be saved’(2024년).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해마다 영롱한 하프 소리로 연말을 알려온 하피스트 곽정의 ‘셰어링 러브(Sharing Love)’가 올해로 13회째를 맞는다. 올해는 ‘Once Upon a Time(옛날 옛적에)’이라는 제목과 함께 남형주의 리코더 선율이 함께 어울리는 무대로 꾸민다. 20일 서울 세종체임버홀. ‘셰어링 러브’는 곽정이 2010년부터 ‘하피데이 앙상블’과 함께 꾸며온 크리스마스 콘서트다. 수익금은 매년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산하 한사랑 장애영아원의 수술 및 치료 기금으로 기부해 왔다. 곽정은 “2007년 임신 당시 아이에게 장애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말을 들은 뒤 장애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올해 협연자인 리코디스트 남형주는 공군군악대 근무 시절 연주한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왕벌의 비행’ 유튜브 동영상의 조회수가 폭발하면서 그동안 ‘초등학교 교육용 악기’ 정도로 인식됐던 리코더의 매력을 널리 알린 주인공이다. 최근 일본 도쿄예술대학 고음악학부 교환과정을 마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사 과정을 졸업한 뒤 다채로운 형식의 공연으로 청중을 만나고 있다. 하프는 주로 플루트와 ‘환상의 짝꿍’으로 불리지만 바로크 시대까지 ‘플루트’라고 하면 옆으로 부는 플루트보다는 대개 리코더를 뜻했다. 곽정은 1997년 지휘자 주빈 메타가 이스라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내한공연 협연자로 직접 지목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하피데이 앙상블 음악감독으로 활동하는 한편 2015년부터 개최되는 대한민국 국제 하프 콩쿠르 공동 디렉터도 맡고 있다. 하피데이 앙상블은 2002년 창단된 뒤 뉴욕 링컨센터를 비롯한 곳곳에서 하프 앙상블의 매력을 알려왔다.이번 공연에서는 요한 슈트라우스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왈츠,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 모리코네의 ‘가브리엘의 오보에’, 차이콥스키의 ‘호두까기 인형’ 등 친숙한 곡들과 계절에 어울리는 앤더슨의 ‘썰매 타기’, 김현철의 ‘크리스마스에는 축복을’ 등을 곽정의 하프 솔로와 하피데이 앙상블, 리코더의 화음으로 들려준다. 남형주의 솔로 순서도 마련된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해마다 영롱한 하프 소리로 연말을 알려온 하피스트 곽정의 ‘셰어링 러브(Sharing Love)’가 올해 13회째를 맞는다. 올해는 ‘Once Upon a Time(옛날 옛적에)라는 제목과 함께 남형주의 리코더 선율이 함께 어울리는 무대로 꾸민다. 20일 서울 세종체임버홀. ‘셰어링 러브’는 곽정이 2010년부터 ‘하피데이 앙상블’과 함께 꾸며온 크리스마스 콘서트다. 수익금은 매년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산하 한사랑 장애영아원의 수술 및 치료기금으로 기부해 왔다. 곽정은 “2007년 임신 당시 아이에게 장애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말을 들은 뒤 장애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협연자인 리코디스트 남형주는 공군군악대 근무 시절 연주한 림스키 코르사코프 ‘왕벌의 비행’ 유튜브 동영상의 조회수가 폭발하면서 그동안 ‘초등학교 교육용 악기’ 정도로 인식됐던 리코더의 매력을 널리 알린 주인공이다. 최근 일본 도쿄예술대학 고음악학부 교환과정을 마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사 과정을 졸업한 뒤 다채로운 형식의 공연으로 청중을 만나고 있다. 하프는 주로 플루트와 ‘환상의 짝궁’으로 불리지만 바로크 시대까지 ‘플루트’라고 하면 옆으로 부는 플루트보다는 대개 리코더를 뜻했다. 곽정은 1997년 지휘자 주빈 메타가 이스라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내한공연 협연자로 직접 지목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하피데이 앙상블 음악감독으로 활동하는 한편 2015년부터 개최되는 대한민국 국제 하프 콩쿠르 공동 디렉터도 맡고 있다. 하피데이 앙상블은 2002년 창단된 뒤 뉴욕 링컨센터를 비롯한 곳곳에서 하프 앙상블의 매력을 알려왔다. 이번 공연에서는 요한 슈트라우스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왈츠, 바흐 ‘G선상의 아리아’, 모리코네 ‘가브리엘의 오보에’ 차이콥스키 ‘호두까기 인형’ 등 친숙한 곡들과 계절에 어울리는 앤더슨 ‘썰매타기’, 김현철 ‘크리스마스에는 축복을’ 등을 곽정의 하프 솔로와 하피데이 앙상블, 리코더의 화음으로 들려준다. 남형주의 솔로 순서도 마련된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