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깐부. ‘같은 편’, 나아가 ‘어떤 경우라도 모든 것을 나눌 수 있는 사이’라는 의미로 통용되는 은어, 속어죠. 제아무리 모든 것을 갖춘 인생도 건전한 교감을 나누는 평생의 벗이 없다면 잘 살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좋은 인간관계는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합니다. 깐부들 사이에 피어나는 ‘같이의 가치’를 소개합니다. ‘국민 거북이’ 개그우먼으로 1990년대 ‘개그 퀸’이던 김현영. 건강한 이가 전부 드러나는 호탕한 웃음과 못난이도 아니면서 못난이 캐릭터를 밝게 소화해낸 그 끼를 기억한다. 인기가 높았기에 여전히 잘 살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살아온 얘기를 들으니 짠하다 못해 슬프다. 억장이 무너지는 일을 한두 번 겪은 게 아니다. 버틴 스스로가 용하단다. 누가 개그우먼 아니랄까 봐 힘든 지난날을 개그 소재 삼아 웃긴다. 더 마음 아프다.김현영은 1990년 KBS 개그맨 공채 6기로 데뷔했다. 잘 나갔다. 신인으로 당대 최고 인기 개그 프로인 ‘유머 1번지’에 비중 있는 역할로 들어갔다. ‘동궁마마는 아무도 못 말려’ 코너에서 동궁(東宮)으로 나온 대스타 심형래에게 늘 구박 받는 ‘못생긴 무수리’로 얼굴을 알렸다. 바보인 동궁이 대놓고 무시하는데, 그것을 웃기게 받으며 철없이 좋아하는 개그 포인트를 기가 막히게 살렸다. 얼굴에 주근깨와 점을 잔뜩 찍고는 “동궁마마”를 애타게 부르며 웃으면 심형래가 그 얼굴을 밀쳐 낸다. 밀리지 않으려고 버틸 때 짓는 우스꽝스러운 표정에 폭소가 터진다. 알아주는 사람이 늘더니 이어 ‘추억의 책가방’ 코너로 ‘떡상(인기가 크게 오른다는 뜻)’했다. 이 코너 주인공 임하룡(역할 명 임해룡)의 푼수 여자친구로 나와 구박을 당하면서도 일편단심인 모습이 또 큰 웃음을 줬다.방송가에서 차세대 개그우먼 선두 주자가 됐다. 어린이들까지 그의 말투와 표정을 따라하며 좋아했다. 당시 유행하던 할리우드 영화 제목을 딴 ‘닌자 거북이’라는 별명도 생겼다. 거북이 별명은 연예인 원조 격이다. 귀염성 다분한 얼굴인데도 이 별명을 감사히 받아들여 어디 가든 자신의 캐릭터로 밀었다. 광고도 많이 찍고 돈도 많이 벌었다. 다른 가수, 코미디언 스타들과 해외 동포 위문 공연도 다녔다. 남을 웃기면서 즐겁고 넉넉하게 사는 길이 열린 듯했다. 하지만 세상은 김현영을 편하게 놔두지 않았다. 30대 후반에 남자를 잘못 소개 받아 결혼한 것이 불행의 싹이었다. 뉴스에서나 보던 사기 결혼이나 다름없었다. 남편의 빚은 캐면 캘수록 불어났다. 이러 저리 빚을 대신 갚아 주다 감당이 안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아내 대접을 제대로 받지도 못했다. 남편이 시켜 미국에 돈 벌러 갔다가 아이도 유산했다. 버틸 수 없었다. 남편 빚이 더 남아 있다는 얘기에 이혼을 결심했다. 그때서야 자신이 그 남자의 네 번째 부인인 것을 알았다. 큰 상처만 남았다.편치 않은 결혼 생활 동안 마음을 의지하던 어머니마저 저 세상으로 떠났다. 3세 때 아버지를 여읜 김현영을 남부럽지 않게 키운 어머니였다. 큰 충격에 모든 활동을 접고 세상과 인연을 끊다시피했다. 대인기피증에 우울증까지 괴롭혔다. 이것도 다 팔자려니 하며 마음의 짐을 조금씩 비워내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죽으라는 법은 없다’는 말은 맞는 것 같다. 1990년 노래 ‘여식의 눈물’로 데뷔해 디스코와 트로트 메들리 가수로 이름을 알린 모정애(본명 이숙희)가 곁에 없었다면 어떻게 버텼을까 싶다. 사회에서 만난 언니 모정애는 김현영의 깊은 상처를 아물게 해줬다. 답답한 삶에 숨통을 터 줬다.모정애는 한국 코미디계 대부 고(故) 배삼룡 선생이 “너는 꼭 엄마같다”며 지어준 예명이다. 운명처럼 김현영의 ‘엄마 노릇’을 하고 있는 셈이다. 김현영은 엄마같은 언니를 의지하며 버텼다. 점점 강해지고 있다. 모정애를 만나고 ‘잃어버린 김현영’을 되찾는 중이다. 여전히 무거운 짊을 지고 있지만…. ● 계산 없이 동생을 품은 언니김현영과 모정애, 두 사람의 인연은 15년 정도 됐다. 여러 행사에서 몇 번 눈인사만 하다가 장애인 봉사 행사에서 평생 짝이 됐다.“현영이가 나를 몰랐어도 저는 현영이를 알고, 어떻게 지내 왔는지 전해 들은 게 있잖아요. 가엽기도, 측은하기도 했죠. 이유 없이 잘해 주고 싶더라고요. 현영이 얼굴을 보면 이상하게 큰아들 생각이 났어요. 특별한 인연이구나 했죠. 현영이는 내면도 참 예쁘다고 처음 볼 때 직감했어요. 자연스럽게 ‘내 사람’으로 품게 됐죠.” 모정애 장남은 6세 때 뇌수막염을 앓아 청력을 잃었다. 아들을 잘 돌보지 못한 탓이라는 죄책감이 가슴 한쪽에 있다. 김현영을 챙기면서 그런 마음의 짐을 조금씩 덜어냈다. 모정애는 다시 세상으로 나오기를 주저하던 김현영을 자기 행사에 데리고 다니며 무대 MC로 세웠다. 서울 종로구 낙원상가에서 ‘어르신 봉사 콘서트’를 오래 했는데 김현영이 묵힌 끼를 발산하도록 했다.“언니가 일거리 없는 나를 먹여 살렸어요. 출연료로 20만 원 정도 받았는데, 언니가 자기 지갑에서 돈을 빼서 ‘너는 이 정도는 받아야 돼’라면서 내 주머니에 넣어 줘요. 쉬운 일 아니거든요. 행사장에서 팬들이 주시는 돈을 언니는 현장에서 힘든 일 하는 분이나 지방에서 올라오는 가수에게 다 나눠 줘요. 결국 자기 지갑은 텅텅 비죠. 언니는 부자도 아니랍니다.”무대에 설 때마다 언니 모정애는 ‘국민 거북이’가 밖으로 나왔다고 세상에 알렸다.“언니는 무대에서 3, 4초 만에 좌중을 장악해요. 분위기를 자유자재로 쥐락펴락하죠. 웬만한 개그맨도 그렇게 하기 쉽지 않거든요. 언니가 MC인 저에게 ‘앉은 거냐, 선 거냐’라고 물을 때부터 웃음이 터지죠. 키 작은 제가 ‘앉은 거예요’라거나 ‘선 거예요’라고 받아치면 잘 호응해 줘요. ‘앉으나 서나 똑같은’ 제 존재감을 알려주는 거죠. 언니 덕에 제가 팬들과 다시 눈을 맞출 수 있게 됐어요.” 팬 입지가 탄탄한 모정애는 골수 팬들을 김현영과 공유한다. ‘모정애 팬은 곧 김현영 팬’이다. 모정애는 “현영이가 우리 팬들에게 ‘당연한 존재’가 됐다”며 “현영이가 ‘모정애 보조’라며 자존심 상해 하지 않고 나를 따라와 주니 고맙다”고 말한다. “팬들과 자주 만나다 보면 스트레스가 생길 때도 있고, 할 말을 다 못하기도 하지요. 그런데 현영이가 저와 팬들 사이에서 무게중심을 잘 잡아 줘요. 어려운 관계를 잘 풀어 주고 좋은 분위기로 만들어 주죠. 현영이가 제 보약입니다.” ● “현영아, 지금 스위스는 가지 말자”자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생각한다. 모정애 언니가 없었다면 내가 이 세상 어디에서 언제까지 머물 수 있었을까. ‘언니가 내 옆에 없다’고 생각만 해도 아찔하고 숨이 막힌다. 김현영의 삶은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힘들고 불편한 구석이 있다. ‘온전한 김현영’으로 아직 살 수 없는 처지다.김현영은 마음이 아파서 아무것도 못하고 집에만 있는 친언니 수발을 들며 산다. 외출도 활동도 편히 못한다. 두 사람 생계를 김현영이 다 짊어지고 있다. 자신을 위한 제2의 인생을 설계할 여유조차 없다. 그렇다고 속시원하게 남에게 고민을 털어놓지도 못한다. 피해를 주고 싶지 않고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다.모정애 언니를 만나야 자신의 처지를 고백하게 된다. ‘아무 말 대잔치’를 언니는 다 받아 준다. 말에 뼈가 있건 없건, 고장난 라디오처럼 반복되는 김현영의 애걸복걸 모두를 말이다. 모정애는 “내 삶은 없다. 희망도 없다”는 김현영에게 자존감을 자주 수혈해 준다. 김현영은 “어쩌다 정애 언니가 불러주면 그게 행복”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닌다. 그러면 언니는 동생을 더 보듬는다. 약한 마음을 더 먹지 않았으면 한다. “현영아. 누군가를 챙겨 주는 것 자체가 행복인거야. 네가 친언니 손과 발이 돼서 같이 지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야. 그만큼 아직 건강하다는 얘기야.”지난해 11월은 김현영에게 혹독했다. 미래가 도무지 보이지 않았다. 심란한 나날이 계속됐다. 나아질 듯 하면 힘든 일이 찾아오고. 그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적잖이 지쳤다. 평정심을 유지하기 어려웠다. 모정애 언니에게 함께 스위스에 가자고 했다. 스위스는 안락사와 조력에 의한 자살을 일부 법으로 허용하고 있다. 죽음을 고민한 것이다. 듣는 언니로서는 오죽 힘들면 그런 생각까지 했을까 싶다. 그래도 동생의 마음을 거듭 누그러뜨린다. “현영아, 너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사는 건 다 처음이잖아. 처음 살아보니 힘들 때마다 대처하기 어려울 수 있어. 그런데 주변 사람도 저마다 괴로운 일을 겪잖아. 스위스에 가자는 얘기는 절대 하면 안 돼.”모정애는 올해 작고 따뜻한 말로 김현영의 고단한 마음을, 힘든 하루를 더 살뜰하게 안아주기로 했다 . ● 무조건 함께… “동생의 꺾인 꿈, 다시 살려 주고파”‘인생’작사 김민우작곡 김욱노래 모정애바람이냐 구름이냐 강물이드냐돌고돌아 흘러흘러 나 여기 나 여기 왔오어디로 갈거냐고 무엇을 할거냐고나에게 묻지를 마라인생은 바람처럼 인생은 구름처럼그렇게 흘러가는걸잘났다고 생각말자 착각이드라세상사를 원망말고 마음을 비우고 살자가진게 무어냐고 버릴게 무어냐고나에게 묻지를 마라인생은 바람따라 떠돌다 흩어지는한조각 구름인 것을어디로 갈거냐고 무엇을 할 거냐고나에게 묻지를 마라인생은 바람처럼 인생은 구름처럼 그렇게 흘러가는걸―동생 김현영에게 들려주고 싶은 노래인가요.“네.”김현영에게 하고 싶은 말이 이 가사에 다 담겼다고 한다. 사람 사는 것, 다 거기서 거기다. 이왕이면 더 희망적인 얘기를 하자. 스위스 가자는 말, 이제 그만하라고 강조한다. 뜻이 맞고 죽이 맞는 친구를 만난 것만으로도 행복한데 김현영은 살맛까지 주고 있다는 언니 모정애다. 이런 자신의 마음을 동생이 알아 줬으면 한다. 스스로의 약한 마음에 휘둘리지 않는 힘을 동생이 얻었으면 한다.김현영은 진지하지만 역시 천성은 개그우먼인가 보다. 노래가 하고 싶다는 얘기로 분위기를 바꾼다. 노래로 하고 싶은 말을 하며 감정을 표출하는 언니가 부럽다고 한다. 자신의 노래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한다.“내 노래가 있으면 무대에 영원히 설 수 있잖아요. 악착같이 노래를 내야겠어요. 하하. 음치인 건 아는데 사기를 좀 쳐 보려고요. AR(보컬까지 녹음된 노래 반주) 틀어 놓고 노래하되 앵콜은 안 받는 가수 말이죠. 하하하.”“현영아 취미로만 노래해. 노래는 해보되 가수라고만 하지 말아라. 얘는 노래를 해도 웃기니까요. 하하.”굳이 노래를 하지 않더라도 모정애 언니가 잘 되면 자신에게 보람 있는 삶 아닌가, 김현영은 생각해 본다. “언니의 유튜브 라이브 음악 채널(@Mojeongaelivetv2561, 현재는 ‘싱싱 TV’에서 라이브를 하고 있다)이 있어요. 몇 년 전에는 1시간 이상 모든 장르의 신청곡을 받아 다 불러 줬어요. 대한민국에서 신청곡을 전부 소화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요. 엄청난 실력이죠. 그런데 언니 가수 인생이 아직 확 뜨지 않았어요. 이 채널이 다시 살아 나서 더 떠야 해요. 제가 옆에서 바람만 잘 잡으면 뜰 것 같은데 말이죠. 하하.” 두 사람을 보면 ‘동행’ ‘함께’ 같은, 의리가 없으면 지속하지 못하는 가치가 생각난다. 김현영은 사람을 마주하는 것이 싫었고, 과거의 삶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유서까지 썼다. 그런 동생의 손을 잡아 준 마음은 어땠을까.“현영이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어요. 현영이를 만나면서 어떤 계산을 했다면 지금까지 오지 못했을 거 같아요. ‘조금 도와줬으니 현영이도 나한테 도움을 주겠지’ 같은 ‘조건 만남’이 아니었어요. 지금처럼 앞으로도 무조건 ‘챙겨 주자’는 마음으로 대할 겁니다. 현영아, 지금 손잡고 있는 이 시간이 ‘가장 행복한 최고의 순간’이라는 생각으로 살자. 잘 버티고 있어.”“언니가 남자로 보일 때가 있어요. 머릿속에만 그리던 이상형 말이에요. 언니가 남자였다면 당장 사귀었을 거예요. 장군감이 따로 없어요.” 김현영 동생이 또 혼자서 아프고 고민하고 방황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믿기는 하지만 걱정이 없진 않다. 어떻게든 자신 옆에 놔둬야 속이 편할 것 같다. 동생은 스스로 불안함을 느끼지 않도록 언니 모정애하고 같이 있는 시간을 더 늘리고 싶다. 더 의지하고 신세지고 싶다.“언니하고 다니면 항상 콩고물이 떨어질 것 같아요. ‘현영아, 와’라고 하면 정말 물질적이든, 무엇이든 떨어지거든요. 하하. 언니가 어디 가자고 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을 거예요. 언니를 만나러 온 오늘 이 시간마저 무척 소중하고 감사합니다.”“너하고 있으면 콩고물이 크게 떠오르거든. 현영아, 평생 같이 주우러 다니자.” 모정애 언니 덕분에 김현영은 언젠가부터 ‘오늘 행복하면 잘 살았던 거예요’라는 말을 여기저기 하게 됐다. 여유가 조금 생겼다. 어떤 고통도 언젠가는 지나갈 것이라고 믿어 보려 한다. 재미와 웃음을 다시 푸짐하게 ‘송금’할 수 있는 김현영이 다시 보이는 것 같다. 모정애 언니는 김현영이 그런 인생으로 재진입하도록 계속 끌어당길 것이다.“현영아, 걱정 마. 나와 함께 꾸는 꿈이 결국 네 삶이 될 거야.” “언니, 내 꺾인 꿈을 기억해 줘서 고마워요. 언니랑 꿈을 키워 꼭 되살릴게요.”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우석대(총장 박노준)가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하는 지방대학 활성화 사업(대학혁신지원사업 Ⅲ유형) 종합평가 결과에서 A등급을 획득했다. 지방대학 활성화 사업은 대학-지자체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비수도권 사립대학의 특성화를 통해 대학과 지역이 동반 성장할 수 있도록 비수도권 사립대학 66개교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번 평가에서 우석대는 휴먼테크 특성화 분야(한방테크 및 라이프케어)에 대한 지역 정주형 인력 양성 프로그램과 지역 산업계 기반 취업 지원 프로그램의 운영 실적과 성과 등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또한 지자체-대학 간 거버넌스 구축과 산학협력 네트워크, 특성화 분야를 중심으로 한 학사구조 개편 등에서도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아울러 RISE(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에 연계할 수 있는 우수성과 사례를 체계적으로 선정하고, 지자체 RISE사업 단위 과제와도 적절히 연계된 점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박노준 우석대 총장은 “이번 A등급 획득은 우리 대학과 지역사회가 함께 성장하는 데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라며 “앞으로도 지역과의 협력을 더욱 강화하고, 특성화 분야의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한라대 미래모빌리티공학과와 AI정보보안학과는 강원지역 혁신 플랫폼 대학교육 혁신본부, 도로교통공단과 공동으로 미래 모빌리티 인재 양성을 위한 ‘제3회 전국 청소년·대학생 인공지능(AI) 경진대회’를 27일 개최했다.이 대회 핵심 과제는 미래 모빌리티 기술에 AI를 활용해 눈, 비, 야간 같은 극한 환경에서 도로를 자율 주행할 때 교통안전 표지와 신호등을 정확히 인식하고 처리하는 기술 개발이었다.도로교통공단은 교통 안전 분야 AI 학습용 데이터를 제공했고 참가자들은 극한 환경에 적합한 추가 학습 데이터를 구축해 AI 모델을 학습시켰다.지난달 1일부터 이달 26일까지 모두 132명이 온라인으로 파이썬 및 AI 교육을 통해 도로표지판 인식 모델을 구축하는 실습을 진행했고 그 결과 청소년부 5팀, 대학부 10팀이 이번 대회 결선에 진출했다. 이들은 하일로(Hailo), 위더스 지원으로 AI 엣지 기술을 온라인으로 한 달 간 배웠다.이날 경진대회 대상인 강원특별자치도 도지사상은 청소년부 선덕고교(박준호 이민준 배민환), 대학부 한라대(송현교)가 수상했다. 특별상인 도로교통공단 이사장상은 청소년부 세명컴퓨터고교(김민준), 대학부 한라대(채승호)가 각각 받았다.대회를 준비한 한라대 미래모빌리티공학과 고국원 교수는 “청소년과 대학생이 AI 기술을 활용해 실제 도로 환경에 적용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한 자리였다”며 “실제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를뿐만 아니라 극한 조건에서도 교통 안전을 지킬 수 있는 기술을 선보여 대회 수준을 높였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이어 “이 대회를 모빌리티 분야 AI 활용 명품 대회로 발전시켜 미래 모빌리티 인재를 기르는 산실로 만들겠다”고 밝혔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송미령)는 2024년 농수산물 온라인 도매시장 5000억 원 거래 목표 달성을 기념해 23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농산물 유통 혁신 대전’을 열었다. 지난해 11월 30일 출범한 농수산물 온라인 도매시장은 이달 17일 기준 거래액 5524억 원으로 올해 거래 목표 5000억 원을 초과했다. 농식품부에서 온라인 도매시장 거래 기반 조성을 위해 추진한 거래 품목 확대(1월 39개에서 12월 195개)와 판매자 가입 요건 완화(연간 거래 규모 50억 원 이상에서 20억 원 이상) 같은 제도 개선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온라인 도매시장은 판매자 물류 비용 절감, 구매자 탐색 비용 절감 같은 이점이 두드러지면서 판매자와 구매자 참여가 올 1월 331개소에서 12월 3736개소로 늘었다. 전체 거래 61.8%가 상품이 산지에서 소비지 중소형 마트 등으로 직접 배송돼 물류 효율성도 높였다. 이를 통해 농가수취가(유통비용 제외 시장 실제 거래가격)는 3.5% 상승했고 유통 비용은 7.4% 절감했으며 소비자 후생은 3.9% 늘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해양수산부를 비롯한 정부 및 유관 기관과 농업인 단체, 유통업계 관계자, 학계 전문가 등 150여 명이 참석한 이날 농산물 유통 혁신 대전에서는 디지털 유통 혁신 주요 성과 보고, 온라인 도매시장 목표 달성 축하 행사, 농산물 유통 혁신 기업 시상식이 열렸다. 농산물 유통 혁신 기업 대상은 제주농협조합공동사업법인(제주조공)이 받았다. 제주조공은 온라인 도매시장 출범 초부터 감귤과 채소류 등을 온라인 전용 특화 상품으로 출시했다. 상품 신뢰도가 높아지며 거래처를 10곳 추가 확보하는 등 괄목할 성장을 이뤘다는 평가다. 유통 비용 10.1% 절감, 농가수취가 4.5% 상승, 소비자 후생 5.6% 증가라는 성과를 거뒀다. 최우수상은 국내 1호 스마트 산지 유통 센터(APC)를 운영하는 만인산 농협이 받았다. 만인산 농협은 스마트 APC를 통해 취급 물량을 늘리고(취급액 46% 증가), 단순 반복 업무를 자동화해 생산성을 28.6% 높였다. APC 입·출고 정보를 디지털화한 결과 체계적인 농가 관리 및 소비지 변화에 맞춘 신상품 개발도 능동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 만인산 농협에 출하하는 농가 총소득도 30.6% 증가했다. 송 장관은 “농산물 유통구조 혁신의 최종 목표는 생산자가 제값을 받고 소비자는 합리적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라며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유통구조 혁신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106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서울시립대는 국내 유일 4년제 공립 대학으로 ‘서울이 만들고 서울이 키우는 대학’이다. 학생은 등록금 걱정 없이 학업과 진로 개척에 매진(邁進)한다. 대학은 우수한 교수진을 확보하고 교육 인프라를 확충하고 있다. 서울시립대는 1인당 장학금 수혜율 108.3%, 교육비 투자와 학생 지원을 나타내는 교육비 환원율 626.4%로 전국 대학 중 최상위 수준이다. ● 미래융합형 인재 양성서울시립대는 도시 과학 및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해 학부에 인공지능학과, 융합응용화학과, 첨단융합학부(융합바이오헬스, 첨단인공지능, 지능형반도체 전공) 같은 학과를 두고 있다. 교육 공간도 꾸준하게 개선하고 있다. 시대융합관을 준공했고 반도체 제작 과정을 수련할 수 있는 클린룸을 조성했다.2025학년도에는 융합형 인재 양성을 위해 자유전공학부에서 지난해보다 48명 증가한 78명(수시 46, 정시 32)을 모집한다. 교과 과정을 개편해 첨단 분야 교과를 개발, 확대하고 있다. 집중이수제, 특별 학점 인정(K-MOOC), 마이크로 전공제를 실시하며 학생이 주도적으로 전공을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강화하기 위해 제도를 개선하고 있다. 모듈형 교육 과정, 학생 미래 설계 학기, 전공 기반 융복합 비(非)교과 프로그램 운영 등으로 실무 역량을 갖춘 인재를 키운다. ● 혁신융합대학 사업 선정서울시립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실시한 2023년도 연구지원체계평가에서 A등급 기관으로 선정됐다. 디지털 물산업 혁신 인재 양성 사업, 과기부 미래 전파 핵심 원천 기술 개발 사업을 비롯해 여러 학내 사업이 정부 재정 지원 사업으로 선정됐다. 특히 교육부 첨단 분야 혁신융합대학사업에 선정돼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차세대통신 분야를 추진하고 있다. 조기 취업형 계약학과 선도 대학원, 탄소중립 특성화 대학원에 선정되는 등 교육과 연구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 ● 취업 역량 강화와 창업 활성화 지원서울시립대 취업률은 지난해 대학정보 공시 기준 70.4%로 서울 소재 주요 대학 중 12위였다. 취업 질과 직업 안정성을 나타내는 1년 유지 취업률은 90.8%로 서울 소재 주요 대학 가운데 3위에 올랐다.지난해 고용노동부 주관 대학일자리플러스센터 사업 거점형 운영 대학으로 선정돼 고용노동부와 서울시로부터 향후 5년간 사업비로 매년 6억 원을 받는다. 대학일자리플러스센터는 산학협력단 및 창업지원단을 비롯해 취·창업 및 일·경험 유관 부서와 협의체를 구성해 학생 취업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취업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대상 폭을 넓히고 지역 청년 대상 거점형 특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청년에 특화한 원스톱 진로 및 취업 지원 인프라를 통해 진로 상담, 취업 컨설팅, 일자리 매칭 같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 국제화 교육 지원 강화서울시립대는 교육국제화역량인증제 우수인증대학 10년 연속 최고등급을 달성했다. 글로벌 명문 대학으로 도약을 위해 조직체계도 강화했다. 비교과 외국어 교육과정 확충, 학생 해외탐방 지원, 해외 대학에서의 동시 학위 취득이 가능한 복수학위 프로그램, 글로벌 인턴십, 방학 기간을 이용해 장학혜택을 받으며 해외 체험이 가능한 해외 단기 파견 프로그램도 운영한다.또 국제 교환학생 프로그램(ISEP) 회원 대학교로서 해외 유수 대학과 1 대 1 학생 교류 협정을 통해 78개국 626개 대학과 학술 교류 및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글로벌서울사회공헌단을 신설해 사회에 공헌하는 활동을 강화하고 있으며 해외에서 자기주도적인 진로 탐색 기회를 부여하는 ‘UOS커리어원정대’를 출범해 학생이 세계를 향해 진취적인 꿈과 비전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콘텐츠 제작화 융복합 교육으로 국내외 영상예술 분야에서 명성을 얻고 있는 한국영상대학교가 K-콘텐츠 제작단지형 캠퍼스를 더욱 고도화해 현장 실무를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제작단지형 캠퍼스는 교육을 넘어 실질적인 제작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이다. 국내 교육기관최초로 인증받은 돌비 애트모스 스튜디오와 최첨단 영상 및 음향 장비를 갖춰 현장에서 요구구하는 기술을 익히고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최근에는 미국 뉴욕대, LA영화학교 같은 세계적인 교육기관과 함께 영상편집 툴 다빈치 리졸브로 널리 알려진 블랙매직디자인의 교육 파트너로 인증받았다. 국내 최초다. 좋은 커리큘럼은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 한국영상대 학생들의 콘텐츠 제작 실력은 뚜렷하다. 영상연출학과 전공 심화과정 수업에서 제작한 ‘고령의 그림자 아래 피어나는 꽃’은 2024 시청자 미디어 대상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최근 개봉한 구상범 교수의 영화 ‘루프’는 한국 최초로 탈린 블랙나이츠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웹툰웹소설융복합계열에서는 올해 20명이 넘는 학생이 프로로 데뷔해 웹툰, 웹소설, 웹PD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산업체와 긴밀히 협력해 재학생이 실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졸업 후 바로 현장에 투입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선(先)취업 예약 프로그램을 운영해 학생이 학업과 취업을 동시에 준비할 수 있는 길을 열고 있다. 대학정보공시(2023) 기준 취업률 76.5%로 전국 예술계열 전문대학 중 5년 연속 취업률 1위를 달성했다. 산업체 요구를 반영한 교육과정 개설 및 운영으로 재학생의 실무 역량 강화는 물론 산업체 현장 실습을 통해 취업으로 이어지고 있다.한국영상대는 제작단지형 캠퍼스에 더욱 힘써 학생들이 영상, 음향, 만화 같은 다양한 분야에서 훌륭한 작품을 제작할 제공하는 등 미래 영상 전문가 양성에 진력할 예정이다. 유주현 부총장은 “K-콘텐츠가 세계에서 주목받는 지금이 미래를 이끌 인재를 길러 낼 절호의 시기”라며 “학생 중심 실무 교육 시스템과 첨단 장비 기반 캠퍼스 교육, 제작, 유통이 모두 가능한 구조를 완성할 것”이라고 밝혔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혁신형 온·오프라인 하이브리드 대학을 표방하며 지난해 9월 개교한 태재대학교 첫 입학생들이 1년의 경험을 책으로 엮어 냈다. 태재대 출판문화원에서 나온 ‘내가 발굴한 대학: 태재’, ‘태재의 일년: 우리는무엇을 배웠나’, ‘태재의 일년: 우리는 무엇을 경험했나’ 등 3권이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시대 신(新)교육을 표방하는 태재대의 커리큘럼은 남다르다. 학생이 자신만의 전공을 설계하는 ‘자기 주도전공 설계’, 20명 이하 그룹이 영어로 토론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액티브 러닝(Active Learning)’ 수업, 해외 주요 도시에 한 학기 이상 머무르며 그곳 현안을 이해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글로벌 로테이션’같이 기존 대학과 구별된다. 이 책 3권은 이처럼 새로운 교육 모델을 몸으로 받아들이고 AI 시대 자신의 쓰임새와 가치관을 고민하는 태재대 입학 1기생들의 좌충우돌 성장기다. 이들은 지난 1년간 혁신기초학부에서 지식을 배워 이를 활용할 수 있는 기초 역량을 키우는 데 집중했다. 또한 종묘, 창덕궁에서 경북 안동 도산서원,하회마을까지 돌아보며 문화유산의 역사적, 문화적 의미를 이해하는 데 애썼다. 그리스에서 열린 국제 로봇 올림피아드에 참가했고 그곳에서 전시회를 개최해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일본 도쿄대 글로벌리더십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했다.1년간 첫 ‘항해’를 마친 학생들은 세계 각국으로 나아가는 큰 항해를 앞두고 있다. 태재대를 선택한 일이 올바른 것이었음을 입증한 이들의 대견하면서도 확신에 찬 목소리를 생생히 들을 수 있다.태재의 일년 시리즈 소개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한의대가 혁신할 게 뭐가 있나요?’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지방대 살리기, 이를위한 전면적인 혁신과 대학 간 통합이 교육계의 화두가 된 가운데 대구한의대 변창훈 총장이 어디에서든 많이 받는질문이다. 지방대마다 강도 높은 구조 개혁을 진행하고 있는 마당에 한의대는 현상 유지만 하더라도 어려움이 없을 것처럼 보인다. 한의학 전공 자체만으로 우수 학생을 유치할 수 있기 때문에 학사 운영 구조를 완전히 바꾸거나 새로운 시도를 할 필요성이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대구한의대는 올해 교육부의 ‘글로컬 대학 30 사업’(교육부가 2026년까지 비수도권 대학 30곳을 세계화·지역화 시키는 대학으로 지정하는 정책사업, 학교별로 5년간 1000억 원 지원) 대상자로 선정됐다.대구한의대는 한의학을 근간으로 개방·연결·확산의 대학 혁신을 통해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하고 더불어 지역을 살리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변 총장은 지난 8월 교육부의 글로컬대학 30 사업 대상자 선정 소식을 외국 출장을 가는 공항에서 들었다. 해외 대학과 한의학 교류 등을 논의하기 위해 출국하는 길이었다. 변 총장은 크게 기뻐하지도, 동요하지도 않았다. 학교 입장에서는 큰 사업을 따낸 셈인데도 담담할 수 있었던 속내가 궁금했다. 13일 경북 경산시 대구한의대 본부에서 만난 변 총장은 “우리대학의 혁신계획은 (글로컬대학 30 사업 선정 여부에 상관없이)대구한의대만의 색깔을 찾는 혁신안이기에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한의학은 종합철학… 확장성을 믿었다” “반대로 생각해서다.” 글로컬대학30 사업에 선정될 수 있었던 비결을 묻자 변 총장은 힘줘 한마디로 정리했다. 한의학에 고정 프레임을 씌울 수는 없다고 봤다. 한의학의 확장성과 수용성을 믿은 것이다. 실제로 외부의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대구한의대는 한의학의 현대적 재탄생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다. 전통 한의학에 새로운 학문 영역을 접목하며 그 지평을 넓혔고, 이를 학교 구조와 체계에 유기적으로 녹여내어 한의학의 확장 가능성을 끌어냈다. 이는 민족의학이 과학화, 세계화, 산업화로 갈 수 있다는 믿음에서 밀어붙인 노력들이다.“글로컬대학 사업 준비를 1, 2년만에 한 게 아닙니다. 15년 간 준비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한의학에서 ‘식약동원(食藥同源)’이라는 말이 있어요. 음식과 약의 근본, 뿌리는 같다는 거죠. 친자연적인 소재로 화장품을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뷰티’ 산업으로 연결하는 식입니다. 이런 점에서 한의학은 수용성이 강한 종합철학이라고 저는 봅니다.” 지난해와 올해 글로컬대학 30 사업에 선정되려는 대학들이 내민 핵심 전략은 통합과 연합이었다. 선정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지역 대학 간 통합과 연합에 불이 붙었다. 실제로 통합을 내세운 대학들이 사업 대상자로 많이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대구한의대는 다른 대학과 연합을 포기했다. “한 달 넘게 고심을 했어요. 그런데 통합하면 우리 색깔이 희석되고 성과를 내지 못 할 것 같아 포기했습니다.” 한의학이 뻗어나갈 수있는 확장성을 확인하고,수요를 확실하게 찾았기 때문에 ‘홀로서기’를 선택한 것이다. 그러면서 지역과 글로벌 진출을 동시에 추진하는 ‘투 트랙’ 전략을 꺼냈다. 그리고 경산을 중심으로 주변 지역을 K메디(MEDI) 특화벨트(G벨트)로 연결하려는 시도에서 뷰티 분야가 선두에 나섰다.“2004년에 학교에 화장품에 한의학을 접목한 화장품 공장을 세웠어요. 이제는 대구한의대의 가족기업과 스크럼을 짜고 연구·개발, 생산을 통해 태국, 베트남 등에 한방 화장품, 기능성 소재, 식품, 재활 치료 분야 등 융합 제품 등을 수출해 1000만 달러 실적을 올리고 있습니다.” 화장품 공장에서 ‘자안(Jaan)’ 브랜드를 제조해 판매하고, 대학 간 협업을 통해 숙명여대와 공동 브랜드 화장품 ‘라모니(Lamoni)’도 출시했다. 앞으로 경북지역의 바이오, 재활의료, 소재 산업분야 관련 기업과 창업기업 200개를 육성하여 5000만 달러 수출이라는 목표도 세웠다. 이를 통해 지역 정주 인구 확산과 일자리 창출 효과도 기대한다. 대구한의대는 국제협력선도대학 육성지원사업을 통해 베트남 호치민기술대학에 화장품공학과를 개설했다. 이를 기점으로 동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를 잇는 이른바 ‘K-메디 실크로드’도를 개척하겠다는 계획을 마련하였다.“특히 해외에서는 자국의 전통의학을 키우는 데 있어서 한의학의 도움을 받으려고 합니다. 그들의 전통의학 효능을 우리가 입증해주는 역할을 해달라고 부탁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우즈베키스탄이나, 몽골 등에서는 자국 전통의사들의 한의학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높아요.” 프랑스 일본 등 일부 선진국에서도 한의학이 진입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프랑스도 휴게소에 가면 감초 같은 약을 그대로 팔아요. 일본도 갈근탕을 많이 쓰죠. 선진국도 친자연적인 약에 대한 거부 반응이 차차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세계 신약시장은 부작용이 많지 않은 천연물 개척 시장으로 가고 있어요. 검증 안 된 천연물 효능 검증을 하는 데도 한의학이 기여를 할 수 있습니다.”● 멀티심마니? “한의과학자100명 양성할 것”대구한의대는 한의과학자 100명 양성 계획도 갖고 있다. 글로컬대학 30 기획서에도 이점을 강조했다. 한의학을 다재다능하게 다룰 수 있는 국제적 감각을 갖춘 전문가이면서 K-메디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연구인력을 키우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대학원 한의학과 K-메디 분야를 취득하는 학생이 대상이다.“임상을 주로 하는 한의사와 달리 한의학을 바탕으로 메가테크를 융합하여 창업으로 이어지게하는 능력을 갖춘 전문가를 키우는 겁니다. 한의학의 새 사업 영역을 발굴하고 그것을 세계시장 궤도에 올려놓는 인력이 될 수도 있습니다.”이런 계획에 100명은 적어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변 총장의 생각은 다르다.“100명 양성 추진으로 대구한의대는 학생들에게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고, 고정관념에 갇힌 대학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려는 겁니다. 학생들은 ‘특별한’ 학교를 다닌다는 자부심도 생길 겁니다.”학생들의 글로벌 역량 향상에도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현재 입학정원이 1400명인데, 연간 600명을 외국으로 보내고 500명의 유학생들을 받으려고합니다. 글로벌 학생들이 경계 없이 한의학을 중심으로 섞이면서 대학이 추구하는 방향으로의 일꾼 양성을 위한 시스템이 자연스럽게 정착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스웨덴 말뫼 대학처럼 갈 것”이런 과정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화장품 공장을 처음 세웠을 때 지원도 못 받고,하찮게 보는 시선도있었습니다. 그럴 때 의기소침하고 혁신을 그만뒀으면 지금의 대학은 없었어요. 혁신의 성과만 놓고 본다면 우리가 국가대표입니다.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도 못한 일이라 자부합니다.”현재 학교 분위기는 이전과 많이 달라졌지만 변 총장은 주마가편의 심정으로 변화의 속도를 높일 생각이다.“이전의 ‘대구한의대’와 글로컬 대학으로 ‘대구한의대’는 완전히 달라져야 합니다. 대학이 혁신을 통해 지역 문제를 해결하고, 세계에서 통하는 경쟁력을 보여줘야 합니다. 이 변화 흐름에 대한 구성원들의 기대가 큽니다.”학교 혁신을 위한 ‘밑판짜기’는 이미 실행되고있다. 경북 청도와 영덕의 로컬캠퍼스와 몽골, 베트남, 우즈벡 등의 글로벌캠퍼스 등에 설치한 ‘노마드캠퍼스’와 K-MEDI 산업을 중심으로 하는 학사구조 개편 등이 그것이다.“2028년까지 7개의 로컬캠퍼스와 10개의 글로벌캠퍼스를 구축합니다.지역 내 정주형 인재 양성과 글로벌 인재 교류를 확대할 계획입니다.구체적 운영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경북도와 영덕군과 함께 ‘K-MEDI 전통의학 실크로드 국가협의체’ 실무자 포럼을 이달 17일부터 20일까지 진행했습니다. 몽골, 우즈베키스탄, 튀르키예, 키르기스스탄, 태국, 베트남 등의 실무대표단과 공동협약을 체결한 상황입니다.”한의학과 한방 산업이 갖고 있는 벽을 계속 넘으려 한다.“전통의학의 틀을 모든 과정에서 깨야 합니다. 지금은 AI(인공지능)시대죠. 글로벌 3대 MOOC (대규모온라인공개수업)플랫폼 중 하나인 유다시티와 협력해 한의학에서 AI역량을 갖춘 융복합 글로컬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진행 중입니다. 이를 위해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하여 교육을 지원하는 ‘Edu-Portal’이 ‘글로컬대학 30 사업’의 한 축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대구 동구 혁신도시에 새로 개원한 대구한의대 한방병원은 벽을 깬 성과다.“국내 최대 규모로 한방 및 양방 협진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병원에는 대학병원급 양방 의료기기와 함께 한약제조 과정을 자동화한 스마트 탕전 시스템까지 도입했습니다.” 지역과의 동반 성장을 위한 준비 작업도 마무리 단계다.“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캠퍼스별로 특화 분야를 정했습니다. 경산캠퍼스는 화장품, 재활의료 분야에 특화시킬 것입니다. 영덕캠퍼스는 스마트팜과 기능성 소재, 식품 분야 등의 전문 캠퍼스로 만들어질 겁니다. 청도캠퍼스는 기능성 소재, 식품, 치유 분야로 특화시키는데, 한의학 기반 산업 활성화를 위해 창업혁신파크를 조성하고 있습니다.”변 총장은 이런 과정을 통해 대구한의대를 ‘대체불가’한 교육기관으로 만들어갈 계획이다. “구글이 선정한 최고의 미래학자인 토마스 프레이 다빈치 연구소 소장은 ‘2030년에는 세계 대학 절반이 사라진다’라고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시대와 AI의 시대에는 ‘전통적인 대학’이 쓸모가 없어진다는 말입니다. 대구한의대도 지역, 전국의 일반 사립대와 차별화지 못하면 절대로 미래를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어느 누구도 우리를 대신할 수 없는,‘대체불가재’로의 대구한의대를 만들고자 합니다.”스웨덴의 말뫼 대학을 롤모델로 학교혁신의 동기부여로 삼고 있다.“스웨덴의 항구도시 말뫼는 조선업의 위기로 인한 지역 소멸의 위기에서 대학을 설립해 제조업 기반에서 정보기술과 바이오 중심 도시로 탈바꿈하고 살아났습니다. 인구가 22만명에서 30만명까지 늘어났죠. 말뫼는 OECD가 선정하는 세계혁신도시 4위에, 대학교는 스웨덴 학생들이 뽑는 스웨덴 최고대학으로 선정됐습니다. 지역을 살리는 혁신대학이라는 측면에서 닮고 싶은 대학입니다.”변 총장은 “혁신은 ‘가죽을 고쳐서 새롭게 한다’는 뜻”이라며 “한 사람이 변화하는 것도 어려운데 조직 전체가 혁신을 통해 변화하는 것은 더욱 쉽지 않은 일”이라고 했다. 이어 “과거의 관습과 폐쇄적인 것을 버리고 개방,연결, 확산으로 혁신방향을 정해 나아가고 있다”며 “총장이 해야 할 일은 혁신의 모멘텀이 지속될 수 있도록 앞장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거듭 강조했다.경산=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재즈 한 번 불러볼래요?”영혼을 울리는 재즈 싱어, ‘재즈 디바’ 윤희정에게는 습관이 있다. 상대로부터 좋은 인상을 받으면 재즈를 불러보지 않겠냐고 권유해본다. 면접하듯 노래를 불러보라고 테스트하지 않는다. 자신과 함께 불러보자고 한다. 그러면 그만의 매력이, 인생이 보인다.윤희정에게는 재즈로 사람의 이야기를 꺼낼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 박치, 음치인 사람이 손사래를 쳐도 자신의 사람 보는 직관을 믿는다. 재즈를 해보자고 밀어 붙이면서 감동을 뽑아낸다. 그에 이끌려 재즈를 처음 불러본 사람들은 무엇에 홀린 듯 무대에서 자신을 재즈에 담는다. 무대에 내려오면 그 때야 정신을 차리는데, 이 ‘힐링’을 평생 잊지 못하고 산다.사람들에게 이런 선물 보따리를 준지 벌써 27년째. 가스펠을 부르다가 1997년 재즈를 시작한 윤희정은 한국적 정서와 넉넉한 인심을 재즈에 채웠다. 다양한 장르와도 ‘크로스오버’ 했다. 트로트도 재즈에 버무렸다. 재즈에 대한 높은 진입 장벽이 그로 인해 금 가고 깨졌다. 재즈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했는데 거창한 사명감과 의도가 있었던 건 아니다. 절박하게 돈을 벌려 했던 것도 아니다. 그저 재즈로 사람을 챙기고 소통하다 그렇게 됐다. “재즈는 ‘그냥 어렵다’였죠. 그런데 음식도 맛을 봐야 맛있는지 아닌지 알잖아요. 재즈의 맛을 다양하게 경험한 내가 알려주고 싶었고, 그래서 사람들에게 물어봤어요, ‘이 노래를 아세요?’라고.”이달 초 만난 윤희정은 샐러드를 직접 만들어 와서 연습실을 찾아온 사람들과 함께 먹다가 재즈를 배워 무대에 서보지 않겠냐고 권했다. 노래 재주는 아예 없다는 사람에게 “나를 믿어보라. 내 직관이 99% 맞으니까. 밝은 라틴 재즈 노래가 아주 어울릴 거다. 도전하자”라며 단 번에 재즈의 세계로 인도했다.1997년부터 ‘윤희정 & 프렌즈’라는 프로그램으로 유명 연예인을 비롯해 각계 각층 사람들에게 맞춤 재즈를 찾아줬다. 2011년까지 100회 공연으로 250명에게 재즈 인생을 선물했다. 1999년부터는 재즈 크리스마스 공연을 계속 하고 있다. ‘윤희정 & 프렌즈’는 2013년부터 ‘윤희정 재즈 프렌즈 파티’로 이어지고 있다. 재즈를 통해 사람들과 교감하며 자신을 사랑하자는 본질적인 얘기를 한다. ‘윤희정 재즈 프렌즈 파티’에서도 자신에게 인상을 남긴 사람을 찾아 재즈로 자기 인생을 그려보도록 했다. 당사자는 인생 계획에 전혀 없던 ‘I’m Jazz Singer’가 됐다. 기수마다 7∼8명이 정말 대단한 가수처럼 조명을 받고 무대에 섰고, 박수를 받았다. 지금은 15기 멤버까지 배출이 됐다.“예전에는 114에 전화를 해 번호를 알아내서 무작정 ‘재즈합시다’고 한 적도 있었어요. 재즈로 인생이 바뀔 수 있는 사람이 보여요. 피아니스트 서혜경 씨의 동생인 건축가 서혜림 씨도 제가 무대에 세웠어요. 노래방에 왔는데 다른 방에서 서 씨가 노래하는 목소리를 듣고, 음색에 완전히 반했어요. 무작정 기다렸다가 만나 재즈를 하자고 했죠.”어떤 기분일까. 사람들에게 재즈를 찾아주는 일이. “하얀 도화지에 인생을 그려준다고 할까요. ‘당신은 이렇게 살아왔어요’라고 보여주는 거죠. 그래서 재즈는 그리움이고, 휴식이고, 추억, 희망이죠. 이런 것들을 잠시 잊고 사는 사람들에게 찾아주고 싶어요.”재즈 배우자고 제안을 받으면 죽어도 못하겠다던 사람들이 ‘듣기 좋은 재즈’를 해내면 큰 보람을 느낀다. 재즈를 알게 된 날이 ‘인생의 터닝 포인트’라는 말을 들으면 기쁘다. 이런 교감을 하면서 그의 재즈 세계도 풍성해졌다고 한다. 윤희정의 재즈는 그래서 ‘넘버 원’이 아닌 ‘온니 원(Only One)’을 지향한다.“와인마다 맛이 다르고 스토리가 있잖아요? 같은 와인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맛이 다르죠. 노래도 마찬가지에요. 저도 어제 부른 노래와 오늘 부르는 노래하고 차이가 있어요. 사람마다 ‘애드립’도 달라요. 재즈는 그날의 노래에서 ‘필링’을 뽑는 거예요. 그러니 시시각각 감동이 변하죠.”재즈는 ‘나’를 노래에 더 담아보려는 열정이 아닐까. “맞아요. 그런데 열정을 넘어 연민이죠. 열정만 갖고는 되는 일이 아니에요. 무대에 오르기까지 기다리면서 참고 견디는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그 과정에서 나를 가엾게 여기고, 안쓰러워하게 돼요. 그러면 보는 사람들도 재즈에 도전하는 당사자에게 연민을 느끼고 감동을 받는 거예요.”재즈 뮤지션으로 27년 세월. 악기 하나 이상을 다루고, 맛있는 식당을 두 군데 이상 알며, 아주 특별하게 좋아하는 재즈를 직업으로 삼아 ‘행운아’라고 늘 자랑한다. 물론 지금 자리에 오기까지 갖가지 어려운 일도 있었다. 힘에 부쳐 재즈 앞에서 ‘번아웃’ 상황을 맞이한 적도 있다. 그래도 고상하게 폼만 잡고 재즈를 하지 않았다. 그랬다면 일찍 지쳐 나가 떨어졌을 것이라고 했다.“조금 더 일찍 재즈를 알지 못했던 것을 후회해요. 날이 갈수록 재즈가 좋아져요. 50대 때는 급하게 재즈를 했어요. 이제 70살이 넘으니 재즈를 느긋하게 대하게 됐답니다. ‘음악은 느리게 가도 되는구나’를 이제서야 느껴요. 기교를 넘어 여백의 미를 갖고 그 안에서 노래 박자를 넘나들게 돼요. 그러니 더 듣기 좋은 재즈가 나오더랍니다.사람들이 재즈로 인생을 돌아보고 ‘재즈 마인드’를 가졌으면 해요.골든걸들에게 말씀드릴 게요. 나만의 재즈를 배우고 싶으면 연락주세요.”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재즈 한 번 불러볼래요?”영혼을 울리는 재즈 싱어, ‘재즈 디바’ 윤희정에게는 습관이 있다. 상대로부터 좋은 인상을 받으면 재즈를 불러보지 않겠냐고 권유해본다. 면접하듯 노래를 불러보라고 테스트하지 않는다. 자신과 함께 불러보자고 한다. 그러면 그만의 매력이, 인생이 보인다.윤희정에게는 재즈로 사람의 이야기를 꺼낼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 박치, 음치인 사람이 손사래를 쳐도 자신의 사람 보는 직관을 믿는다. 재즈를 해보자고 밀어 붙이면서 감동을 뽑아낸다. 그에 이끌려 재즈를 처음 불러본 사람들은 무엇에 홀린 듯 무대에서 자신을 재즈에 담는다. 무대에 내려오면 그 때야 정신을 차리는데, 이 ‘힐링’을 평생 잊지 못하고 산다.사람들에게 이런 선물 보따리를 준지 벌써 27년째. 1991년 재즈로 장르를 바꿔 1997년 재즈 단독 무대에 오른 윤희정은 한국적 정서와 넉넉한 인심을 재즈에 채웠다. 다양한 장르와도 ‘크로스오버’ 했다. 트로트도 재즈에 버무렸다. 재즈에 대한 높은 진입 장벽이 그로 인해 금 가고 깨졌다. 재즈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했는데 거창한 사명감과 의도가 있었던 건 아니다. 절박하게 돈을 벌려 했던 것도 아니다. 그저 재즈로 사람을 챙기고 소통하다 그렇게 됐다. “재즈는 ‘그냥 어렵다’였죠. 그런데 음식도 맛을 봐야 맛있는지 아닌지 알잖아요. 재즈의 맛을 다양하게 경험한 내가 알려주고 싶었고, 그래서 사람들에게 물어봤어요, ‘이 노래를 아세요?’라고.”이달 초 만난 윤희정은 샐러드를 직접 만들어 와서 연습실을 찾아온 사람들과 함께 먹다가 재즈를 배워 무대에 서보지 않겠냐고 권했다. 노래 재주는 아예 없다는 사람에게 “나를 믿어보라. 내 직관이 99% 맞으니까. 밝은 라틴 재즈 노래가 아주 어울릴 거다. 도전하자”라며 단 번에 재즈의 세계로 인도했다.1997년부터 ‘윤희정 & 프렌즈’라는 프로그램으로 유명 연예인을 비롯해 각계 각층 사람들에게 맞춤 재즈를 찾아줬다. 2011년까지 100회 공연으로 250명에게 재즈 인생을 선물했다. 1999년부터는 재즈 크리스마스 공연을 계속 하고 있다. ‘윤희정 & 프렌즈’는 2013년부터 ‘윤희정 재즈 프렌즈 파티’로 이어지고 있다. 재즈를 통해 사람들과 교감하며 자신을 사랑하자는 본질적인 얘기를 한다. ‘윤희정 재즈 프렌즈 파티’에서도 자신에게 인상을 남긴 사람을 찾아 재즈로 자기 인생을 그려보도록 했다. 당사자는 인생 계획에 전혀 없던 ‘I’m Jazz Singer’가 됐다. 기수마다 7∼8명이 정말 대단한 가수처럼 조명을 받고 무대에 섰고, 박수를 받았다. 지금은 15기 멤버까지 배출이 됐다.“예전에는 114에 전화를 해 번호를 알아내서 무작정 ‘재즈합시다’고 한 적도 있었어요. 재즈로 인생이 바뀔 수 있는 사람이 보여요. 피아니스트 서혜경 씨의 동생인 건축가 서혜림 씨도 제가 무대에 세웠어요. 노래방에 왔는데 다른 방에서 서 씨가 노래하는 목소리를 듣고, 음색에 완전히 반했어요. 무작정 기다렸다가 만나 재즈를 하자고 했죠.”어떤 기분일까. 사람들에게 재즈를 찾아주는 일이. “하얀 도화지에 인생을 그려준다고 할까요. ‘당신은 이렇게 살아왔어요’라고 보여주는 거죠. 그래서 재즈는 그리움이고, 휴식이고, 추억, 희망이죠. 이런 것들을 잠시 잊고 사는 사람들에게 찾아주고 싶어요.”재즈 배우자고 제안을 받으면 죽어도 못하겠다던 사람들이 ‘듣기 좋은 재즈’를 해내면 큰 보람을 느낀다. 재즈를 알게 된 날이 ‘인생의 터닝 포인트’라는 말을 들으면 기쁘다. 이런 교감을 하면서 그의 재즈 세계도 풍성해졌다고 한다. 윤희정의 재즈는 그래서 ‘넘버 원’이 아닌 ‘온니 원(Only One)’을 지향한다.“와인마다 맛이 다르고 스토리가 있잖아요? 같은 와인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맛이 다르죠. 노래도 마찬가지에요. 저도 어제 부른 노래와 오늘 부르는 노래하고 차이가 있어요. 사람마다 ‘애드립’도 달라요. 재즈는 그날의 노래에서 ‘필링’을 뽑는 거예요. 그러니 시시각각 감동이 변하죠.”재즈는 ‘나’를 노래에 더 담아보려는 열정이 아닐까. “맞아요. 그런데 열정을 넘어 연민이죠. 열정만 갖고는 되는 일이 아니에요. 무대에 오르기까지 기다리면서 참고 견디는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그 과정에서 나를 가엾게 여기고, 안쓰러워하게 돼요. 그러면 보는 사람들도 재즈에 도전하는 당사자에게 연민을 느끼고 감동을 받는 거예요.”재즈 뮤지션으로 27년 세월. 악기 하나 이상을 다루고, 맛있는 식당을 두 군데 이상 알며, 아주 특별하게 좋아하는 재즈를 직업으로 삼아 ‘행운아’라고 늘 자랑한다. 물론 지금 자리에 오기까지 갖가지 어려운 일도 있었다. 힘에 부쳐 재즈 앞에서 ‘번아웃’ 상황을 맞이한 적도 있다. 그래도 고상하게 폼만 잡고 재즈를 하지 않았다. 그랬다면 일찍 지쳐 나가 떨어졌을 것이라고 했다.“조금 더 일찍 재즈를 알지 못했던 것을 후회해요. 날이 갈수록 재즈가 좋아져요. 50대 때는 급하게 재즈를 했어요. 이제 70살이 넘으니 재즈를 느긋하게 대하게 됐답니다. ‘음악은 느리게 가도 되는구나’를 이제서야 느껴요. 기교를 넘어 여백의 미를 갖고 그 안에서 노래 박자를 넘나들게 돼요. 그러니 더 듣기 좋은 재즈가 나오더랍니다.사람들이 재즈로 인생을 돌아보고 ‘재즈 마인드’를 가졌으면 해요.골든걸들에게 말씀드릴 게요. 나만의 재즈를 배우고 싶으면 연락주세요.”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프로농구 감독이 경기 도중 전반전이 끝나고 라커룸에서 선수에게 질책하고 수건을 던진 일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로 인해 농구계가 한동안 시끄러웠다. 수건을 맞은 A선수는 바로 팀을 나왔다. 이어 KBL(한국농구연맹)의 클린바스켓볼센터는 관련 제보를 받았다. 수건 던진 행위를 인정한 김승기 전 소노 감독은 자진 사퇴했다. KBL은 지난달 29일 김 감독에게 자격정지 2년의 중징계를 내렸다. 소노는 감독을 새로 선임했다. A선수는 이후 팀에 복귀해 경기에 나서고 있다. 김 감독의 일은 이유를 불문하고 잘못한 것이다. 비판 받아 마땅하다. 그런데 김 감독이 자진 사퇴한 이후 피해자 A선수에 대한 심상치 않은 폭로가 터져 나왔다. 그가 대학 4학년 때 농구부 후배들을 심하게 괴롭히고 폭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결국 A선수가 학폭 가해자라는 주장이다. 폭로 내용이 애매하다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하지만 그 내용이 아주 구체적이다. 민감한 사안이라 전후 사정을 알 만한 사람이라도 웬만하면 말 꺼내기를 주저하는데, A선수와 대학에서 농구를 같이 했던 후배 선수들이 폭로된 제보 내용을 부인하지 않는 모양새다. A선수의 학폭 의혹을 처음 제보한 이는 프로농구 선수 출신 B 씨다. 지금은 은퇴를 하고 다른 일을 하고 있다. A선수의 대학 농구부 후배인 B 씨는 A선수의 학폭 정황을 KBL에 알렸다. 네티즌들이 많이 드나드는 인터넷 커뮤니티 포털에도 B가 제보한 글이 올라와 있다. 클린바스켓볼센터에 신고한 내용과 같다. “A가 감독에게 수건으로 맞고 팀을 나갔다는 소식을 듣고 주체할 수 없는 분노에 차올랐다. 돌아가고 싶지 않은 대학 시절을 다시 회상하게 됐다. A가 과거 본인이 저지른 중대한 일을 폭력으로 생각하고 있을지 의문이 들고, 본인의 권리를 찾기 전에 과거 행동에 대해 책임을 질 것인가 궁금증에 휩싸였다. 본인의 잘못을 아는지 묻고 싶다.” B 씨와 연락을 취했다. 그가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 제보 내용이 맞는지 확인이 필요했다. B 씨는 본인이 KBL에 A선수의 학교 폭력에 관해 신고했고, 커뮤니티 포털에 올라온 글도 자신이 작성한 것이라고 했다. ● 한달 간 20여일, 이유 없이 ‘원산폭격’ 당해B 씨가 언급한 A선수의 괴롭힘 정황은 크게 4가지다. 이 중 3가지는 이해할 수 없는 심부름과 돌출 행위 등에 의한 시달림이다. 핵심은 물리적 가해다. B 씨는 A선수가 시간, 장소를 가리지 않고 후배들에게 ‘원산폭격(머리를 바닥에 박게 하는 가혹행위)’을 시켰다고 했다. 농구부에서 ‘원산폭격’은 ‘옥상 대가리’, ‘원정 대가리’, ‘해외 원정 대가리 ’로 통했다고 했다. 운동부 숙소 옥상에서 그리고 국내, 국외 대회와 전지훈련에서도 후배들에게 원산폭격 지시가 이어졌다고 했다. 머리를 바닥에 박은 상태에서 발로도 차였다고도 밝혔다. 당시 4학년이던 A선수의 폭행은 1~3학년 후배 전체를 대상으로 진행됐다고 했다. B 씨는 “한 선배는 A에게 각목으로 맞아 기절까지 했다며 나에게 위로 아닌 위로를 해줬다”고 전했다. 토요일 외박하는 날에도 A선수가 후배들을 숙소 옥상으로 불러 같은 기합을 줬다는 B 씨는 “한 달에 20일 가까이 머리를 박았다. 그 후유증에 지금 시달리고 있다. 목과 허리디스크가 터졌고, 현재 왼쪽 팔과 다리 저림 증상으로 고생하고 있다. 매달 신경 치료를 받고 있다”고 했다. ● 때려 기절시켰다는 각목은 아이스하키 스틱 B 씨는 A선수와 함께 농구부에 있던 시간을 ‘지옥’이라고 표현했다. 그런데 참았다고 했다. 잡음없이 대학을 졸업해 프로팀에 가야했기 때문이다. 주변에 얘기를 했다가 당사자에게 보복을 당할 두려움도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부상 정도나 폭행 당한 상황을 입증할 증거를 남길 생각을 못했다. 감독, 코치에게 고민을 털어놓거나 부모님 등을 통해 수사기관에 고소할 엄두도 못냈다고 했다. 하지만 A선수의 일에 대해선 같이 생활한 동기 등이 모두 공통된 기억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정확하게 전달할 필요가 있어서 B 씨의 말을 그대로 옮긴다. - 그동안 참았던 건가.“내 또래 농구부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일이다. 수면 위로 안 올라왔을 뿐이다. 오래 참고 살아왔다. A를 형, 선배라고 부르고 싶은 생각은 없다. A가 사과를 단 한 번도 안 했지만 사과 받을 생각도 이제 없다.” - 대학을 들어가자마자 신입생 때의 일이다. “정말 죽고 싶었다. 농구를 잘하는 대학에 와서 운동한다고 너무 좋았는데 실상은 1학년 때부터 이상한 심부름하고, 기합 받고 맞다가 하루가 끝나니까 진짜 농구를 그만두고 싶었다.그런데 포기를 못한 건 부모님이 눈에 밟혀서였다. 어려운 가정 상황이었는데 끝까지 지원해주셨다. 조금만 더 하면 프로에 갈 수 있기 때문에 그만두지를 못했다. 숨 쉴 구멍이라도 있으면 더 열심히 했을 거다. 그런데 대학 1학년 때는 정말 숨을 내쉴 구멍이 없었다.”- 위로를 해준 선배는 각목으로 맞고 기절을 했다던데.“그 무렵 대학 동문 농구부 출신 선수들이라면 다 아는 얘기다. 30분에서 1시간, 길게는 2시간까지 머리를 박았다. 다른 형이 ‘나는 A 한테 각목으로 맞고 기절을 했는데 너희는 (각목으로) 맞지는 않았잖아’라고 해줬다. 위로였다.”- 각목은 어디서 난 걸까.“운동부에 아이스하키부가 있다. 그래서 운동부 숙소 옥상에 하키 스틱이 많이 널려 있었다. A가 하키 스틱으로 머리를 때리는 건 내가 못 봤는데, ‘빠따’를 치는 건 봤다. A는 누구 한 명이 잘못했다고 생각하면 아래 후배들을 전부 옥상으로 불러 머리를 박게 했다. 농구부는 하루 훈련을 4번 한다. 그런데 여름에 점심 먹고 옥상에 올라가 머리 박게 해놓고는 진짜 2시간이 지나 나타난 적도 있다.” - A 선수의 동기들은 안 말렸나.“못 말렸다. 동기들끼리도 그리 친하지 않았다. A는 약간 ‘아웃사이더’였다. A와 동기 형들도 엮이기 싫어했다. A의 동기 다른 형이 나한테 새벽에 편의점 심부름을 시켜서 다녀오면 A가 혼을 냈다. 심부름 시킨 형이 나를 막아주다가, 더 이상 방어를 못해준다. 그러면 여지없이 옥상에서 머리를 박았다.”-원정에서도 ‘원산폭격’이 있었다고.“중국전지훈련을 가서도 머리를 박았다. 거기는 호텔 바닥이 대리석이다. 상상이 가지 않나? 지방으로 대학리그 경기를 하러가면 모텔을 숙소로 잡는다. 모텔 방이 비좁은데 A가 그 방에 전부 모아놓고 머리를 박게 한다. 선수들끼리 이리 저리 엉키게끔 한다. 그럴 때면 차라리 운동부 숙소 옥상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했다.”-어떻게든 기합을 줄 이유를 만들었던 건가.“경기에 지거나, 경기 내용이 안 좋으면 무조건이다. 식당 정리가 안 됐다는 이유로도 머리를 박았다. 주장 형한테 얘기해서 허락을 받고 외출을 했는데 자기한테는 얘기를 안했다고 혼이 난 적도 있다.”-A선수가 졸업했을 때 어땠나.“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을 때였다.” - 몸은 괜찮나. “대학 1학년 때 머리를 하도 박아서 목과 허리가 크게 안 좋아졌다. 대학 2~4학년 때는 어리니까 그래도 버텼다. 프로에 오니 트레이너 선생님들이 단 번에 어디가 안 좋은지 알더라. 은퇴하고 나서는 디스크가 터져 있는 것도 몰랐다. 후유증 때문에 지금은 왼쪽 팔 감각이 많이 떨어져 있다. 한 달에 한 번씩 신경치료를 받지 않으면 일상 생활이 어렵다. 진짜 농구를 잘하려고 대학에 갔는데 몸이 1학년 때 다 망가져서 버티다 졸업을 하고 프로에서 농구를 일찍 그만뒀다. 억울하다.”B 씨는 스포츠윤리센터에도 A선수에 대한 학폭 신고를 했다고 말했다. 조만간 센터에서 진술을 할 예정이다. B 씨 말고도 A선수의 대학 후배 다른 선수들 다수를 접촉했는데 역시 B 씨와 같은 피해를 당했다고 했다. 또 다른 후배 현역 선수는 “제보 내용이 100% 맞다. 오히려 정말 심한 건 빼놓은 것 같다. 당시 나도 A선수로 인해 상당히 힘들었다”고 전했다. 피해 정황를 듣는 과정에서 음료수 뚜껑에 머리를 박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A선수의 대학 후배인 또 한 명의 선수도 “알려진 제보 내용은 사실이다. 조금 다르다는 거짓말을 할 수 없을 정도다. 나도 대학 때 충격이 커 나중에 마주쳐도 인사도 안 한다”고 했다. 소노 구단은 A선수의 학폭 의혹에 관해 자체적으로 사실 관계 파악을 한 상황이다. 소노 관계자는 “심각성을 알고 있다. 대학 때의 일이라 KBL 조사 등을 지켜보고 대응을 하려는 중”이라고 말했다. A선수는 “사실과는 다른 부분이 있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A선수가 김 감독과 벌어진 분쟁 과정에서 선임한 변호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A선수 학폭 의혹과 관련해서는 할 수 있는 말이 없다”고 전했다. A선수는 구단이 학폭 제보 관련 사실 관계 확인을 할 때마다 변호사와 연락하라는 입장을 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관계를 따져봐야할 A선수의 지난 행위를 언급하는데 있어서 후배들이 눈치를 본다던가, 숨길 생각이 안 보인다. 신고 내용보다 더 구체적인 정황을 얘기하고, 더 구체적으로 말하겠다는 당사자도 있다. A선수는 감독에게 수건을 맞고 팀을 바로 나왔다. 감독에 대한 특단의 조치가 없으면 팀에 복귀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보이기도 했다. 본인은 감독의 행동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집 근처로 찾아간 김 감독과의 만남도 거부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인을 통해 피해자로 할 수 있는 조치들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감독은 책임을 지고 물러났고 중징계를 받았다. 그런데 A선수가 대학 후배들과는 반대 입장에 있다.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A선수에게 가혹 행위를 당했다는 선수들은 하나같이 트라우마가 남아 있다고 했다. 아직 코트에서, 같이 뛰는 선수들도 있고, 농구계에서 어쩔 수 없이 마주치고 있다. 그 자체로 고통이라고 했다.경기력에 영향을 받을 여지도 있다. 그래서 그냥 넘어갈 문제는 아니다. 인격 형성이 되고 올바른 사람 관계의 인식이 자리 잡는 성인의 나이일 때, 같이 운동을 하는 공간에서 지속적으로 일방적인 가해와 피해가 일어났다. 후배들은 A 선수가 ‘결자해지(結者解之)’할 시간은 이미 지났다고 본다. 사안이 가볍지 않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한라대(총장 김응권)가 지난달 27~30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4 대한민국 지식재산대전’ 서울국제발명전시회에서 금, 은, 동상을 수상했다고 2일 밝혔다. 이번 전시회는 특허청이 주최하고 한국발명진흥회가 주관했다. 한라대는 미래형자동차기술융합혁신인재양성 사업단(단장 고국원) 소속의 미래모빌리티공학과, 컴퓨터공학과, AI정보보안학과, IT소프트웨어학과 학생들이 참가했는데, 기업과 공동으로 개발한 3개의 지적재산권을 출품해 모두 수상하는 기쁨을 누렸다. 금상은 ‘터널감시 로봇 및 이러한 터널감시 로봇을 이용한 터널 감시 시스템’이, 은상은 ‘통신제어모듈을 이용한 자동 주차 장치’가, 동상은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한 다자간 데이터 처리 시스템 및 그 방법’이 각각 차지했다. 이들 출품작은 모두 미래형 자동차 기술을 활용해 관련 기업들과 협력하면서 획득한 원천 기술을 특허 출원한 것들이다.이번 성과는 한라대의 미래형자동차기술융합혁신인재양성 사업단이 운영 중인 ‘aMAP(AI Mobility Accelerator Platform)’를 기반으로 이뤄졌다. 학생들은 aMAP을 통해 모빌리티 설계, 시뮬레이션, 제작 및 소프트웨어(SW) 역량을 강화하며 실무 능력을 배양해왔다. aMAP은 미래 모빌리티 분야의 디지털 혁신을 목표로 개발된 교육 플랫폼이다. 미래형 자동차 관련 기업들과 협업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 플랫폼은 미래 모빌리티 전공 학생들뿐만 아니라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재직자들에게도 자율주행 자동차 및 디지털 전환 기술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국원 단장은 “학생들이 산학프로젝트의 결과를 지식 재산원으로 출원하고 전문가들로부터 혁신성을 인정받아 매우 뜻이 깊다” 며 “앞으로도 미래형 자동차 분야에서 기업이 필요하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한라대는 이번 수상으로 지속가능한 산학협력교육과정을 주도하는 aMAP을 활용해 미래형 자동차 기술 발전과 관련한 혁신 인재 양성을 가속화할 계획이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늘봄학교·교육기부 박람회’가 다음달 13일(금)부터 15일(일)까지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 제2전시장 9홀에서 열린다. 올해 13번째인 이번 행사의 슬로건은 ‘함께 즐기는 배움의 축제’다. 관람객들이 늘봄학교의 다양한 우수 프로그램을 경험하고 ‘교육기부’를 통해 늘봄학교 운영을 지원하는 다양한 사례를 살펴볼 수 있다. 정규수업 외에도 우수한 교육·돌봄을 적극 지원하고 있는 기업과 대학, 공공기관과 함께 자신의 재능을 기부하는 다양한 사례도 접할 수 있다. ● 늘봄학교 체험 프로그램 박람회 기간 중 ‘늘봄학교 체험교실’, ‘부스별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공연, 연극, 마술쇼, 명사 특강 등 다양한 행사와 다채로운 이벤트도 함께 진행한다. 우선, 늘봄학교 체험교실에서는 현재 운영 중인 늘봄학교 우수 프로그램을 선별해 교실과 유사한 공간에서 학생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게 된다. 그동안 지역 대학들의 참여도 활발히 이뤄질 예정이다. 행사 첫째 날에는 호서대의 치어리딩 수업을, 둘째 날에는 이화여대의 음악연주 활동과 나무 만들기 활동을, 셋째 날에는 서울교대의 자율주행 자동차 활동 체험을 할 수 있다. 배움마당(교육), 솜씨마당(예술·제작), 놀이마당(신체·놀이), 새롬마당(과학·디지털) 총 4개 주제로 부스 약 120개가 운영된다. 각 부스에서는 늘봄학교 관련 기관·기업·협회 등이 참여한다. 정부와 시도교육청, 각종 재단·협회·기업 등이 그동안 교육 자원을 적극 지원해왔다. 대표적인 프로그램들을 이번에 박람회장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산림청의 ‘야! 숲에서 놀자’, 환경부의 ‘환경놀이교실’, 국립부산과학관의 ‘인조이 로봇’ 등이 대표적이다. 충남교육청은 대학·지역과 연계해 치즈 만들기 ‘말랑말랑 쭉쭉’, 코딩 로봇으로 인형뽑기 등을 운영하고, 경북교육청은 다양한 디지털 도구와 친환경 놀이 체험이 가능하도록 ‘K-늘봄랜드’를 운영한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은 ‘해양청소로봇’, ‘오조봇과 함께하는 컬러코딩’을 운영하고, KB금융, 삼성복지재단, 포스코1%나눔재단 등도 다양한 체험을 마련했다. 대한드론농구협회의 ‘드론농구’도 준비돼 있다. 늘봄테마파크는 농구, 볼링, 티볼, 디지털스포츠, 전통놀이를 체험할 수 있도록 박람회 기간 내 상시로 운영할 예정이다. 현장 접수 및 사전 신청을 통해 참여할 수 있다. 사전 신청은 ‘2024 늘봄학교·교육기부 박람회 누리집’을 통해 접수하면 된다. (2024 늘봄학교·교육기부 박람회 프로그램 안내는 홈페이지 참조) ● 강연·공연·정책설명회 학부모들이 자녀 교육 과정에서 겪는 고민이나 궁금증 등을 해소할 수 있도록 각 분야의 저명인사를 초청해서 특강을 진행할 예정이다. 인문 독서 프로그램, 자녀 교육 프로그램, 우주·항공 분야 특강이 예정돼 있다. 늘봄학교 등을 통해 실력을 키운 학생들이 치어리딩, 오케스트라, 보컬과 댄스 공연을 통해 그간 배운 실력을 한껏 뽐낼 예정이다. 이에 더해, 대학생 치어리딩 팀도 참여하여 멋진 공연으로 자리를 빛낼 계획이다. 아울러 보물찾기, 즉석사진찍기, 경품 뽑기 등 다양한 이벤트도 열린다. 특히 이번에는 ‘미리 알아보는 늘봄학교’ 행사를 연다. 내년에 입학하는 예비 초등학생 및 유치원 자녀를 둔 학부모를 대상으로 늘봄학교를 소개하고 궁금증을 해소하는 시간을 갖는 행사다. 늘봄학교에 참여할 수 있도록 상세한 안내를 받을 수 있다. 늘봄학교는 올해 2학기부터 전국 모든 초등학교에서 운영 중이다. 일단 초등 1학년이 대상이지만 내년에는 2학년, 2026년에는 초등 전 학년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맞춤형 프로그램을 매일 2시간씩 연중 제공하는 등 정규수업 전후로 우수한 교육·돌봄 프로그램을 제공하면서 전국 학생들과 학부모의 만족도가 80%를 넘을 정도로 관심이 뜨겁다. 성공 이면에는 학교 구성원뿐만 아니라, 교육기부에 관심을 아끼지 않은 사회 전반의 숨은 주역들이 있었다. 단순히 양적인 확대를 넘어 우수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누구나 누리고 모두가 만족하는 늘봄학교가 되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함께 우리 학생들을 키운다는 마음으로 교육기부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늘봄학교에서 학생들의 배움과 성장이 가능하도록 사회 전반에서 앞으로도 많은 관심이 이어지길 기대한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동아보건대(총장 이현주)는 지난 6일 간호학과 2학년 재학생 82명을 대상으로 제14회 나이팅게일 선서식과 13일 간호학과 4학년 재학생 129명이 참여한 제8회 학술제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고 밝혔다.나이팅게일 선서식은 간호학과 2학년 학생들이 임상 실습을 시작하기 전에 하는 행사다. 연례 행사로 나이팅게일의 희생과 봉사 정신을 되새기며 간호 정신을 본받아 인류의 안녕과 간호 전문직의 발전에 기여할 것을 다짐한다. 이번 행사에는 이현주 총장, 이상심 전라남도 보건복지국장, 유혜경 전남간호사회 사무처장을 비롯해 인근 병원의 간호부장, 간호학과 교수진, 학부모 등 내·외빈이 참석해 학생들의 각오와 다짐을 응원했다. 선서식에 참여한 학생들은 나이팅게일의 숭고한 정신을 상징하는 촛불을 들고 선서문을 낭독하며 예비 간호사로서 최선을 다해 실습에 임할 것임을 다짐했다. 이어 선·후배 축가와 교수진의 합창 공연으로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다. 김금남 간호학과 학과장은 “이번 선서식을 통해 학생들이 나이팅게일의 숭고한 정신을 이어받아 간호 전문직에 대한 소명의식을 가지고 헌신하는 간호사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간호학과 학술제는 간호학과 4학년 학생들의 역량 강화를 위해 마련됐다. 간호 연구의 개념과 방법을 이해하고, 학습한 전공 지식을 바탕으로 연구 포스터 전시, 연구논문 계획서 등을 발표했다. 이번 학술제에서는 간호학과 교수 2명의 논문 발표와 4학년 학생들의 연구 계획서 발표가 있었다. 특히 28편의 논문 계획서 중 우수한 4편이 학술상, 성실상, 참신상, 창의상을 수상하며 간호 연구의 창의적 교류의 장을 열었다. 동아보건대 간호학과 학술제는 학생들 간의 지식 공유와 교수진과의 소통을 통해 연구에 대한 깊이를 더하고 있다. 또 간호 연구 분야에서 창의적 접근을 장려하는 기회도 제공했다. 이현주 총장은 “제14회 나이팅게일 선서식과 제8회 학술제를 통해 학생들이 간호 전문직으로서의 소명 의식을 확립하고, 간호 연구와 실무 역량을 갖춘 인재로 성장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학생들이 간호 분야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보건대 간호학과는 한국간호교육평가원이 주관하는 ‘2020년도 하반기 간호교육인증평가’에서 ‘간호학 학사학위 5년 인증’을 취득했다. 인증 기간은 2021년 6월 13일부터 2026년 6월 12일까지다. 2013년 4년제로 전환하면서 우수한 간호학사를 배출하고 있는 동아보건대는 2015년부터 시행한 간호교육인증평가에서 계속 인증을 이어가고 있다. 그만큼 간호학과 교육 과정 운영과 교육 여건이 우수했다는 것이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성균관대(총장 유지범)는 지난 10월 30일∼11월 1일까지 6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성균국제솔라포럼 2024(SISF 2024)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고 27일 밝혔다. SISF는 매년 특정 주제와 관련한 전세계 과학자들이 연사로 참여하고, 관련 학계 및 산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해 최신 연구성과를 공유하는 자리다. 올해는 ‘할라이드 페로브스카이트: 지구에서 우주까지’라는 주제로 30여 명의 저명한 과학자와 약 320명의 관련 학계 및 산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해 차세대 태양전지 기술과 에너지 전환의 미래를 집중 논의했다. 특히 기존 실리콘 기반 태양전지 대비 높은 효율과 낮은 제조 비용을 자랑하는 페로브스카이트 기반 기술이 항공우주 분야를 포함해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될 수 있음을 확인하는 기회의 장이 마련됐다. 포럼의 조직위원장이자 세계적 태양전지 연구 권위자인 박남규 교수도 “페로브스카이트 기술이 지구를 넘어 우주로 확장되는 무한한 가능성을 보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페로브스카이트 소재를 활용한 차세대 태양전지 개발의 선구자이다. 전환 효율을 10년 만에 3%에서 26.7%로 끌어올리는 세계적인 업적을 이루어냈다. 그 공로로 2024 에니(Eni)상 ‘The Energy Frontiers’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에니상은 지속 가능한 에너지 연구와 탈탄소화 기술에 기여한 연구자에게 수여되는 세계적 권위의 상이다. 박 교수는 “이번 에니상 수상과 SISF 2024가 성균관대학교와 대한민국의 연구 역량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기를 바란다”며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 에너지 기술 발전을 위한 연구를 멈추지 않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성균관대는 SISF 2024 개최가 글로벌 에너지 연구 분야에서 한국과 성균관대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학교 측은 “SISF는 세계 에너지 기술을 선도하는 학문적 교류의 장으로 자리 잡았다”며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 에너지 기술 발전과 국제적 협력 강화를 위해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단국대 이지현 학생은 문예창작과 전공으로 입학했다. 과에서는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기획하고 개발하고 전달하는 ‘스토리텔링’ 기술을 배우고 있다. 적성에도 잘 맞았다. 다만 진로나 취업은 고민이었다. 주변 지인 중에서는 문예창작 관련 일은 부업으로 할 수도 있으니 본업으로 삼을 수 있는 것을 찾아보라는 조언을 하기도 했다.● 문예창작과 학생이 바이오헬스 공부에 빠지다고민이 깊어가던 중 ‘바이오헬스’라는 새로운 분야를 접하게 됐다. 대학에서 관련 홍보를 집중적으로 실시하던 때였다. 이를 통해 취업에 대한 걱정과 불안도 말끔히 씻어낼 수 있었다. 인생 진로를 찾은 셈이다. 이지현 학생은 학교에서 개설한 바이오헬스 분야의 기초, 전문, 심화 과정, 현장 실습 과목을 차례로 수강했다. 일주일 가운데 4일은 일반 수강 과목을 듣고 금요일에 바이오헬스 과목 강의를 집중적으로 들었다. 학기 학점이 4.0이 넘어 추가 수강을 할 수 있었는데, 이것도 바이오헬스 분야로 채웠다. 이 과목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상명대, 홍익대, 대전대, 우송대, 동의대, 원광보건대 등 다른 학생들과 같이 강의를 듣는다는 것이다. 통합 클라우드 기반의 학습관리시스템에서 프로젝트도 같이 하고, 실습도 함께 한다. 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소통과정을 배우는 것이다. 서로의 생각과 의견을 비교하고, 나중에 무엇을 하고 싶은지도 공유한다.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점도 다른 대학 학생들의 발표와 과제 등을 통해 깨우치는 경우도 적잖다. 그 과정에서 긍정적인 경쟁 심리도 갖게 됐다.● 수도권-비수도권 대학 자원 활용한 ‘콜라보’ 이런 일이 가능한 데에는 ‘첨단분야 혁신융합대학 사업(COSS·Convergence & Open, Sharing System)’이 있다. COSS는 대학 간 융합, 개방, 협력을 통한 국가 차원의 첨단 분야 인재 양성을 위해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여러 대학으로 구성된 연합체(컨소시엄)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개별 대학 차원의 인적, 물적 자원만으로는 효과적인 인재 양성에 한계가 있다는 문제 의식에서 시작됐다. 2021년 8개 컨소시엄을 시작으로 현재 18개 분야 컨소시엄이 선정돼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컨소시엄에는 연간 110억 원 내외의 자금이 지원된다. 컨소시엄은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학이 조합을 이룬다. 분야별로 주관대학을 선정하고 컨소시엄으로 묶인 대학들이 흩어진 자원을 공동으로 활용한다. 대학별로 강점이 있는 교수진, 교육 콘텐츠, 시설, 기자재를 공동으로 사용한다. 학생들은 전공과 관계없이 첨단 분야 교육 과목을 이수할 수 있다. 컨소시엄은 지자체 및 산업계와 협업해서 표준화된 교육 과정을 개발하고, 진로와 취업 성과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데 주력한다. 교육부는 지난해와 올해, 지역 전략 산업과의 연계를 보다 더 강화한다는 취지에서 10개 분야에서 지자체 참여형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 타 대학 학생과 같이 공부하며 맞춤 진로 찾아COSS 사업을 통해 학생들은 누구나 타 대학 학생과 소통하며 원하는 강의를 수강할 수 있다. AI 컨소시엄의 전남대·성균관대 등 7개 참여 대학은 교원·시설 등을 연계해 전공과 관계없이 원하는 학생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한다. 바이오헬스 컨소시엄도 단국대가 사업 주관대학으로 나머지 6개 대학과 협업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이지현 학생이 타 대학 학생들과 함께 바이오헬스 분야 공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학생들은 전공에 관계없이 마이크로 전공을 통해 첨단 분야 교육 과정을 이수할 수 있다. 가령 이지현 학생의 경우, 복수전공과 부전공, 마이크로 전공 형태로 학점을 이수하면 바이오헬스 분야 학위를 받고 세부 전공 수료증도 갖는다. 컨소시엄 대학들은 2026년까지 첨단 분야 현장에서 일할 수 있는 인재 10만 명을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이지현 학생은 “다른 대학 학생들과 같은 수업을 듣고 소통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이 사업에 가장 큰 장점인 것 같다”며 “홍익대 언니하고 수업을 함께 듣고 자주 소통하고 있어서 마치 같은 대학을 다니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대학의 경계가 사라지고, 하나로 어우러진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다. 그는 또 “다른 학교에서 운영하는 수업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고 소통하다보니 시야도 넓어졌다”고 했다. 또 “바이오헬스 스타트업 경진대회에 나가 만난 대전대 학생들에게서 아이디어도 많이 얻었고, 해외 연수 프로그램을 가서도 다른 대학 학생들과 바이오헬스 분야에 관해 많은 의견을 나누면서 배울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런 과정을 통해 바이오헬스 분야 디자인 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진로 목표도 생겼다. 환자들이 병원으로 갈 때까지의 여정을 함께 디자인하고 제안해주는 역할이다. 실감현실 상황에서 2차원, 3차원 영상화, 모델링을 통해 건강 관리를 해주고 의료 영상 분석, 의학 콘텐츠 제작 영상화 등으로 의학 생리, 병리 현상 예측을 한다. 미래모빌리티학과 전공으로 미래자동차 분야 컨소시엄에서 공부하고 있는 국민대 정태훈 학생은 “COSS를 통해 심층적으로 첨단 분야 공부를 하고, 보통 학과에서 접하기 어려운 플랫폼을 경험해보니 남들이 도전하지 않는 분야에 대한 생각과 아이디어도 많아진다”며 “학생들이 COSS를 일찍 경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COSS 콘텐츠 알리는 ‘CO-SHOW’ 처음 열려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은 COSS를 통해 컨소시엄별 사업단이 개발한 교육 콘텐츠를 직접 경험하고 체험할 수 있는 ‘코쇼(CO-SHOW)’를 지난 20∼22일까지 사흘간 대구 엑스코 서관전시홀에서 개최했다. 사업 성과를 일반인들에게 알리고, 미래 첨단 분야 인재가 될 초, 중, 고교 학생들에게 홍보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번 행사에는 18개 컨소시엄에서 66개 대학, 106개 사업단이 참여했다. 이들은 미래자동차를 비롯해 AI(인공지능), 차세대 반도체, 이차전지, 바이오헬스, 지능형 로봇 등의 분야에서 29개 체험·교육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전공 학생들이 직접 나서서 프로그램 체험기를 공개하기도 했다. AI 분야에서는 가상 인물로 변신할 수 있는 체험(잘생김드림)과 인공 지능과의 대화를 통한 주문 서비스 체험(말랑키오 탐구생활)이 눈길을 끌었다. 빅데이터 분야에서는 대학생들이 AI를 활용해 개발한 운동 자세 분석 체험이 인기였다. 이동 로봇을 조종해보고 햅틱 디바이스 같은 실감미디어를 활용한 롤러코스터, 쿵푸, 가야금 연주 등도 화제가 됐다. 이번 행사에서는 800여 명의 대학생이 참가한 경진대회도 17개나 진행됐다. ‘교육 올림픽’이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다. 신성환 국민대 미래자동차 혁신융합대학 사업단장(COSS 협의회장)는 “첨단 기술 사업이라는 게 단일 지식이 아니라 다양한 지식들의 융합체다. 융·복합적 특성의 교육을 해야하는데 한 대학 또는 특정 학과가 교육을 전담하기 힘들기 때문에 정부와 대학이 힘을 합쳐 내놓은 게 COSS”라며 “대학간 개방, 공유, 협력이 이뤄지는 이 사업으로 대학생들이 어떤 수준의 교육 콘텐츠로 어느 정도 실력을 갈고 다듬고 있는지를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CO-SHOW’를 하는 취지”라고 말했다. 신 단장은 이어 “대학생들이 행사를 준비하면서 또 한 번 자신감을 갖게 된다. 초, 중, 고교 학생이나 학부모들에게는 진로 선택의 방향을 제시하는 가이드가 될 수 있다. 대학 교육의 수준을 알리는 기회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학, 이공계와 비이공계의 벽을 COSS가 점차 허물고 있는 것에 대학과 학생들의 만족감이 크다는 평가도 나왔다. 사업 구상과 진행 초기 단계에서 ‘화학적 결합’이 될 수 있을까라는 염려와 걱정이 컸지만 기우였음이 드러난 셈이다. 신 단장은 이에 대해 “각 대학에 있는 교수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컸다. 어떻게든 모아서 특별한 커리큘럼을 만들었다. 학교별로, 학생별로 차이가 있는데 이 간극을 좁혀주기 위해 눈높이 교육도 시도했다. 학생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사업이 원활히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윤서 교육부 인재양성지원과 행정사무관은 “각 대학에서 산업계 의견을 계속 교과목에 반영하여 업데이트하고 있으며, 대학과 기업이 협업해서 만든 교육 프로그램도 늘어나고 있다. 이런 교육환경에서 학생들은 첨단 분야 현장이 요구하는 인재로 성장할 기회를 더 많이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대학의 학사 구조도 혁신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한석 한국연구재단 산학협력실장도 “교육청 관계자들의 얘기를 들으니 초, 중, 고 학생들도 첨단 분야 교육에 갈증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앞으로 COSS와 CO-SHOW가 계속 갈증을 해소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CO-WEEK 아카데미! 팝업 캠퍼스를 아십니까?COSS에 대한 주목도를 높이는 핵심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가 ‘코위크 아카데미(CO-Week Academy)’다. 첨단분야 핵심융합대학 18개 컨소시엄이 준비한 강의들을 한 자리에서 들을 수 있는 팝업 캠퍼스다. 융합-개방형 캠퍼스다.매년 한 번 열리는 데 제3회 행사가 지난 7월, 5일간 계명대 성서캠퍼스에서 진행됐다. 올해의 경우 18개 분야에서 175개 강좌(대학주도형 112, 지자체 주도형 63)가 선보였다.COSS에 참여하고 있는 대학의 재학생이라면 누구든지 수강이 가능했는데 2268명이나 참여했다. 강의를 들으면 계절학기 학점으로 인정받을 수도 있다.참가자 만족도 조사에서 행사 만족도는 100점 만점에서 92.71점, 강의만족도는 93.16점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강의에 흥미를 느낀 학생들이 본격적으로 첨단 분야 혁신 융합대학 강의를 찾는다.신성환 단장은 “예를 들어 쳇 gpt 같은 대화형 AI 서비스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코위크 아카데미를 통해 쳇 gpt를 활용해 여러 프로그램을 짜고 챗봇 같은 것을 만들기도 한다. 그 경험을 내 전공에 적용해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는 기회”라고 했다.강의 외에도 로봇 명사와의 만남, 첨단 분야 기업 인사담당자와 함께 하는 취업 토크 콘서트, 교수들의 노하우를 공유하는 첨단분야 교수자 심포지엄 같은 부대 행사도 열렸다. 내년에는 약 3500명의 학생을 동시간대 교육할 수 있는 제4회 코위크 아카데미를 계획하고 있다.대구=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한라대(총장 김응권)는 22일 서울 강남구 아모리스 역삼점에서 열린 ‘2024년 가명 정보 활용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 1점과 우수상 2점을 수상했다고 27일 밝혔다. 이 대회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 5개 부처가 공동 주최하고,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주관해서 매년 열린다. 가명 정보 활용에 대한 국민 인식 제고와 신기술 발굴을 촉진할 목적으로 마련됐다. 가명 정보란 개인 정보의 일부 항목을 삭제하거나 변형해 추가 정보의 결합없이는 특정한 개인을 알아볼 수 없는 정보를 말한다. 이번 대회에는 공공기관, 기업, 학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총 101개 팀(활용 부문 65팀, 기술 부문 36팀)이 참가했다. 이 중 29개 팀이 수상자로 선정됐다. 한라대는 AI(인공지능) 정보보안학과 학생들로 구성된 3개 팀이 수상했다.● 알츠하이머 진단 기술로 ‘최우수상’ 영예기술 부문에서는 보건·의료 데이터셋 (임상 데이터, MRI 이미지)과 AI를 활용한 알츠하이머 자동 진단 소프트웨어 알고리즘 개발 과제가 주어졌다. 한라대 AI정보보안학과의 H팀은 데이터의 안전성과 유용성을 극대화한 독창적인 가명 처리 기술을 선보여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같은 부문의 ‘너의 이름은’ 팀 역시 우수한 성과를 인정받아 우수상을 따냈다.● 사회적 문제 해결 아이디어로 주목활용 부문에서는 사회적 문제 해결, 범죄 예방, 데이터 활용 사례 및 혁신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방식으로 평가가 이뤄졌다. 한라대 AI정보보안학과의 데이터 안심케어팀은 ‘낙후 지역 독거노인을 위한 스마트 건강 지원 솔루션’을 주제로 가명 정보를 활용한 혁신적 아이디어를 제시해 우수상 수상자로 선정됐다.김순석 교수(개인정보보호혁신인재양성사업 단장)는 “가명 정보를 안전하고 유용하게 활용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라며 “한라대는 가명·익명 처리 기술 교육과 현장 실무 역량 강화를 통해 데이터 활용 시대를 선도할 전문 인재 양성에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경진대회 성과는 한라대의 뛰어난 데이터 활용 기술력을 전국적으로 인정받는 계기가 됐다. 또 AI 기반의 개인정보 보호와 활용 분야에서 한라대의 입지를 강화하는 중요한 발판이 됐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22일은 ‘김치의 날’이었다. 김치의 가치와 우수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제정된 법정기념일이다. 김치의 재료가 하나하나(11월) 모여 22가지(22일) 이상의 효능을 나타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김치의 날’을 맞아 전국 곳곳에서 다양한 행사가 열렸다. 서울 성북구 삼청각에서 제5회 김치의 날 기념식이 열렸고,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 앞마당에서는 ‘김장’ 행사가 열렸다. 세계김치연구소(김치연)는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김치의 날 기념 ‘제2회 위킴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위킴 페스티벌’의 이름은 김치연의 영어 약칭인 ‘WiKim’에서 유래한 것으로, 김치 연구개발(R&D) 성과를 널리 알리는 대표적인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발효과학, 김치의 미래를 부탁해!’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에서는 ‘제3회 김치 콘텐츠 창작 공모전’ 시상식과 장해춘 세계김치연구소장,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샘 리처드 교수, 파브리치오 페라리 셰프 등의 강연이 이어졌다. 이날 행사에는 산업계, 학계 등에서 190여 명이 참석했다. 장 소장은 “이번 행사는 김치의 날을 맞아 김치의 과학적 우수성과 역사·문화적 가치를 국민과 함께 나누는 소중한 시간이다”라며 “연구소는 이번 행사를 계기로 ‘국가 김치 산업 혁신 거점 기관’으로서 김치의 미래를 이끌 과학기술 혁신 연구 성과를 지속적으로 창출해 김치 종주국의 위상을 높이겠다”라고 밝혔다. ‘제2기 글로벌 김치 앰배서더’로 활동 중인 리처드 교수는 ‘김치를 통해 배운 것들’이라는 주제 강연에서 “김치는 기적이다. 김장에는 한국의 공동체 정신, 배려와 나눔의 문화가 버무려져 있다”라며 “Korea is cool(한국은 멋지다)”이라고 말했다. 김치연은 2010년도에 설립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정부 출연 연구기관이다. 김치의 가치와 효능을 과학적으로 연구하고 규명하면서 김치의 무한한 가능성을 탐구한다. 김치 산업의 과학화, 김치의 세계화를 선도하며 김치가 가지고 있는 가치와 문화를 계승 발전한다. 지금까지 이룬 성과는 눈부시다. 김치연이 개발한 ‘김치 종균’ 37종은 김치의 맛과 품질 향상은 물론 김치 산업의 발전을 이끌었다. 현재 93개 업체가 김치연이 개발한 종균을 활용해 연간 3만6000톤의 김치를 생산하고 있다. 과발효와 골마지 예방에 탁월해 수출 김치 업체에서 특히 수요가 많다. 김치 종균의 경제적 가치는 7200억 원으로 추산된다. ‘양념 속 넣기’ 장치는 김치 생산 공정 자동화를 앞당기고 있다. 김치 생산 과정에서 가장 많은 노동력이 들어가는 ‘양념 속 넣기’를 자동화함으로써 생산성을 9배 이상 높일 수 있었다. 현재 32대의 ‘양념 속 넣기’ 장치가 산업 현장에 보급돼 있다. 김치연은 세계 최초로 코호트 분석과 임상시험을 통해 김치의 항비만 효과를 입증했으며, 이상지혈증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밝혀냈다. 김치 유산균이 면역력을 강화하고 인체 내 유해한 활성산소를 제거하며 ‘코로나19’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것도 규명했다. 최근에는 커피박(커피 부산물)에서 바이오슈가를 추출하고 김치 미생물 발효를 통해 고수율의 젖산으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김치연은 배추와 절임, 발효 과정에 이르는 데이터 27만 건과 김치 미생물 유전체 정보(346건), 염기서열 정보(1000건) 등을 보유하고 있다. 생산 공정의 주요 품질 지표인 원료(수분, 당도), 공정(절임배추 염도), 김치 숙성도(pH, 유산균 수)를 판정할 수 있는 모델도 구축했다. 축적된 데이터와 기술력은 김치 품질관리의 한계를 극복하고 생산성을 높이며 김치 산업의 전반적인 발전의 원동력이 된다. 장 소장은 “김치가 지니고 있는 고유한 자원과 가치가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여긴다. 안타까운 건 세계 김치시장에서 한국 제품보다 일본 제품의 점유율이 높다는 것이다. 한국의 전통과 문화가 살아있는 김치의 세계화를 위해 김치의 과학화와 생산 공정의 자동화는 필수적이다. 그 선두에 세계김치연구소가 있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이번 프로농구 2024~2025시즌 1라운드에서 가장 화려했던 볼거리는 단연 SK의 속공이지 않을까. 공만 소유하면 앞 뒤 안 보고 선수 5명이 무조건 돌진해 들어가는 속공은 시원시원하고 박진감이 넘쳤다. SK를 만나는 상대는 같이 치고 받다가 전열이 흐트러지기 일쑤였다. 신이 난 선수들은 서커스 묘기 같은 속공도 보여줬다. 관중들 사이에선 몰아치는 농구에 눈호강했다는 말이 쏟아졌다. SK 전희철 감독은 시즌 개막 직전 프로농구 미디어데이에서 “뻔한 농구가 아닌 펀(Fun)한 농구로 팬들에게 재미를 드리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속공은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는데 팬들의 호응이 기대 이상이다. SK는 속공을 앞세워 8승 2패로 단독 선두자리를 차지했다. 10경기에서 경기당 20. 9점을 속공으로 올렸다. 10개 구단 중 단연 압도적이다. 팀 속공 공동 2위인 소노, KCC(9.6점)에 2배가 넘는다. 경기당 평균 득점이 83.8점인데 거의 4분의 1을 속공으로 넣었다. 팀 속공 시도 횟수도 경기당 11.0다. 그 다음이 KT와 KCC로 4.6이다. 비교하기 어려운 차이다. 사실 속공은 모든 감독들이 하고 싶어하는 농구다. 경기 운영이 매우 효율적이다. 쉽게 득점을 넣을 수도 있다. 그만큼 공격 기회도 늘어난다. 실수도 적다. 속공이 성공 안 되더라도 상대 수비 대형이 갖춰지기 전에 2차 공격 기회가 가능하다. 팀 농구가 살고, 팀 사기도 오른다. 상대 기를 꺾는데는 속공만 한 게 없다. 몇 번 연달아 성공하면 그날 경기 흐름을 완전히 가져올 수 있다. 그런데 속공이 보이는 것만큼 쉬운 게 아니다. 뛰고 달리는 것만으로 되는 건 아니다. 전 감독은 무슨 자신감으로 속공 농구를 통해 재미를 준다고 했을까. ● 감독은… 사실 속공 연습 안 시켰다SK는 지난 2023~2024시즌 54경기에서 경기당 속공 득점이 11.0점으로 10개 팀 중 가장 많았다. 그런데 이번 시즌에 들어서 속공 시도가 2배 가량 늘었다. 이미 속공을 주무기로 했던 팀이 더 진화한 거다. 전 감독은 “빨리 공격을 진행하자는 얘기 정도만 했는데 이렇게 됐다. 시즌 전에 속공 연습은 아예 하지 않았다. 그런데 우리 선수들이 대체로 ‘빨리 빨리’ 성향이 있다. 그 재능을 김선형이나 안영준, 오재현 등이 ‘알아서’ 더 발전시키고 조합을 찾은 것 같다”고 말했다. 재능을 믿고 맡겼더니 재미를 제대로 봤다는 얘기다. ● 감독은… 워니를 말리지 않았다팀 속공이 성공하려면 센터가 얼마나 가담을 해주느냐가 관건이다. 키가 큰 센터가 기동력이 있고, 전방으로 찔러주는 패스 센스를 갖췄다면 금상첨화다. 이번 시즌 전, 주력 외국인 센터 자밀 워니가 스스로 속공 옵션을 하나 살려 준 게 특히 주효했다. 자밀 워니는 2m 가까운 키에 몸집이 크지만 탄력이 있고, 공수전환이 상당히 빠르다. 전 감독은 “내가 감독을 맡고 지난 시즌까지 워니에게 주로 ‘트레일러’ 역할을 맡겼다”고 했다. 속공 때 앞선으로 뛰는 공격 선수를 뒤따라가면서 플레이를 하는 데 치중하라는 주문을 내렸다. 요구된 플레이도 잘 했지만 워니는 리바운드를 잡고 바로 뛰는 동료에게 길게 찔러 주는 아울렛 패스 능력도 좋았다. 그런데 올해 9월 일본 전지훈련에서 그는 안하던 ‘짓’을 하기 시작했다. “보통 워니는 자신이 볼을 잡을 때 속공 상황이 되더라도 드리블 한 번 정도 하고 가드한테 공을 넘겨준다. 그런데 일본전지훈련에서는 혼자 드리블로 상대를 제치고 휘젓고 단독 레이업 슛까지 넣었다. 왠걸, 스피드를 끝까지 살리더라. 이것을 본 다른 국내 선수들이 워니 움직임을 맞춰 따라갔다.” 부임 이후 전 감독은 워니가 3점 슛을 시도하는 것을 자제시켰지만, 혼자 질주하는 것은 가만히 뒀다. 놔둔 이유는 있었다. 살짝 고민거리가 있었다. “가드가 워니에게 공을 받으러 가다보니 속공을 나갈 수 있는 라인 한 쪽이 죽었다.”그런데 워니가 그대로 앞으로 치고 나오니 양쪽 속공 라인이 살아난 것이다. “워니는 본인이 치고 오다가 동료한테 노마크 상황이 생기도 잘 빼줬다. 워니 본인이 작정하고 단독 속공하려고 아예 살까지 빼고 왔나 싶었다. 성공이 잘 안 됐다면 자제를 시켰을텐데 반대로 새로운 발견을 한 거다. 워니 때문에 김선형, 오재현, 안영준까지 이번 시즌 4인 단독 속공이 가능해졌다.” ● 감독은… 1995년 ‘속공의 맛’ , 2001년 ‘속공의 참맛’ 을 소환한다전 감독은 선수 시절 속공의 위력, 속공이 주는 묘미를 누구보다 많이 경험했다. 1995년 서울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대회(현 아시아컵) 때다. 고려대 4학년이었던 전 감독은 대표팀의 주전 멤버로 나섰다. 당시 207cm의 ‘국보급 센터’ 서장훈은 미국 농구 유학 중이어서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했다. 그래서 대표팀은 스몰 라인업을 가동해야 했다.당시 선발 주전 5명은 허재(188cm)-강동희(180cm)-문경은(190cm)-현주엽(195cm)-전희철(198cm)로 꾸려졌다. 개인 기술 능력으로만 따지면 역대급 조합이다. 당시 중국과 일본, 그리고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등에 비하면 신장 열세가 있었다. 그래도 중국에 이어 준우승을 차지하고 1996년 애틀란타 올림픽 출전권을 따낼 수 있었던 건 무더기 속공이 크게 한 몫 했다. 수비를 하다 공을 소유하게 되면 여지 없이 앞으로 뛰는 허재-강동희로 연결하는 원, 투맨 속공이 펼쳐졌다. ‘박스 아웃’ 으로 수비 리바운드를 잡은 전희철-현주엽은 거의 논스톱 터치로 이 둘에게 패스를 연결했다. 또 ‘트레일러’로 빠르게 트랜지션 공격에 가담해 골밑에서 2차 기회를 봤다. 그러면서 어김없이 양 코너에서는 문경은의 오픈 3점 슛 기회까지 났다. 전 감독은 1995년 이 대회에서 ‘속공의 맛’을 처음 봤고, 프로농구 동양에서 김병철, 김승현, 마르커스 힉스 등과 우승을 합작한 2001~2002시즌에선 ‘속공의 참맛’을 봤다고 했다. 이번 시즌 초반 SK가 보여준 속공에서 또 한 가지 두드러진 점은 가로채기다. 수비 압박에 이어 가로채기를 통해 속공 기회를 많이 잡은 것이다. SK는 경기당 가로채기 8.7개로 1위다. 1995년 대회 때도 그랬다. 움직임이 둔하고 몸 중심이 높아 공 소유가 불안정한 상대 센터들을 센터 포지션에 있던 전 감독이 밀어내듯이 압박하고 시간을 벌면 허재-강동희가 에워싸고 공을 뺏어 바로 속공으로 연결했다. 이 경험이 아이디어를 줬다. 전 감독은 “SK가 앞선 수비는 연습을 많이 해서 강하다. 오재현, 최원혁이 있다. 그런데 그 뒤에서 워니가 뒤로 쳐져 있는 드랍백(Drop Back) 형태로 수비를 했기 때문에 완전하게 상대를 밀어 압박하지는 못했다. 이번 시즌에는 워니 위치를 올렸다. 더 올라와서 앞선과 같이 압박을 해주고 있다. 그러자 덩달아 4번 포지션에서 오세근과 최부경도 압박 움직임이 좋아지면서 가로채기가 잘 되고 있고, 속공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 감독은… 실점 후에도 바로 속공해볼까 한다 전 감독은 속공에 대해서는 조금 더 모험을 시도할 마음이 있다. 물론 경기 상황에 맞게 템포 조절은 하겠지만 실점 후에도 곧바로 속공을 노리겠다는 것이다. 패턴에 의한 공격도 나름 SK가 강한데 기복이 있다. 특히 원정 경기에서 그렇다. 3점 슛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미덥지 않다. 속공을 머뭇거리면서 느슨하게 경기 운영을 하다 상대에게 분위기를 넘겨주는 것보다는 여러 모로 시도 자체가 이익이라고 본다.“우리 선수들을 보면 정말 속공 잘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속공의 맛을 느껴보고 싶은 마음이다.” 전 감독의 자신감 넘치는 말 속에서 속공 농구의 새로운 트렌드가 만들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아는 맛에 새로운 맛이 추가되는 새로운 경험을 할 수도 있겠다는 느낌.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 1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에 연고를 둔 기업, 지역 대학, 연구소 등이 힘을 합쳐 지역에서 버려지는 농산물을 활용한 아동친화 식품을 개발한다. 이를 통해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밀키트 제품, 디저트 등을 개발한다. 이 가운데에는 미래 먹거리 대체 식품도 있다. # 2 대학교수가 만든 창업 기업과 대학 기술지주자회사가 힘을 합쳐 다양한 로봇 기반 자동화 솔루션을 개발했다. 인공지능(AI)을 결합해 로봇 바리스타도 선보였다. 위치 데이터 분석 AI를 활용해 레시피에 따라 최적화된 자세로 일정한 물의 양과 드립 속도 및 패턴을 정교하게 제어한다. 미국 로봇기업과는 40억 원 규모의 제품 공급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3 대학과 지자체가 협력해 AI 병원 간병 솔루션을 만들었다. 이전에도 간병인 플랫폼이 있었지만 전국적인 서비스를 하는 곳은 없었다. 간병인을 선발하고 교육하는 곳도 없다. 이번에 만들어진 솔루션은 이런 문제를 모두 해결했다. 우선 간병인별 맞춤형 서비스를 아주 구체적으로 제공한다. 환자에게 적합한 간병인도 추천한다. 간병인을 이용하면서 필요한 솔루션을 모두 제공한다. 앞으로는 비급여 간병 시장 제품과 서비스를 공급할 계획이다.● 지산학연 협력의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 이처럼 최근 들어 지자체와 산업계, 대학, 연구소가 유기적으로 연계해 지역 개발과 발전에 크게 기여할 성과들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이른바 지산학연이 뭉쳐 세상에 없는 협력모델을 만드는 일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대규모 행사가 열렸다. 교육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부산시가 주최하고 한국연구재단이 주관한 ‘2024 산학연 협력 엑스포’이다. 지산학연 협력 문화 저변 확산 및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해 마련된 이번 행사는 6∼8일 부산 벡스코 제2전시장에서 진행됐다. 이번 엑스포에는 링크(LINC) 3.0을 중심으로 정부가 지원하는 각종 지산학연 협력 사업의 주요 성과가 권역별, 테마별로 전시됐다. 현재 정부가 지원하는 주요 지산학연 협력 지원 사업은 링크 3.0, 지자체-대학 협력 기반 지역 혁신 사업(RIS), 대학 창의적 자산 실용화 지원 사업(BRIDGE·브릿지) 3.0, 창업교육 혁신선도 대학(SCOUT·스카우트), 고등직업교육 거점 지구 사업(HiVE·하이브) 등이 있다. 엑스포에는 이 밖에 320여 개 기관이 추진해온 지원사업의 결과물들을 들고나왔다. 관련 포럼과 유망 기술 설명회, 협력 우수 사례 시상식 등도 열렸다. 김영곤 교육부 차관보는 개회사에서 “내년부터 전국에서 시행될 ‘지역혁신 중심 대학지원체계(RISE·라이즈)’를 앞두고 열린 이번 행사를 위해 전국의 지자체와 대학, 연구소가 한자리에 모였다”며 “각자의 벽을 허물고 유기적인 협력의 장을 마련하고, 지산학연 협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차관보는 이어 “그동안 우리나라의 지산학연 협력은 첨단 기술 연구에서부터 인재 양성, 기술 사업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성과를 창출하며 국가 산업 경쟁력을 견인해 왔지만 인구 감소와 산업 구조 변화로 지역은 활력을 잃어가고 대학의 역할은 흔들리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대학과 산업, 연구기관이 다시 긴밀하게 협력해 인재를 양성하는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대식 국민의힘 의원(국회 교육위원회)은 축사를 통해 “이번 엑스포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과 기업이 교류하면서 창업과 기술 혁신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황판식 과기정통부 연구개발실장도 “그간 산학 협력 엑스포로 진행해 오던 행사를 올해에는 산학연 협력 엑스포로 외연을 넓혔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링크 3.0 통해 다앙한 성과 전시산학 협력을 목표로 대학을 지원하는 대표 사업은 3단계 산학연협력 선도(전문)대학 육성 사업(링크 3.0)이다. 지역, 산업계, 대학, 연구소가 상생·발전할 수 있는 협력 생태계를 구축하고 미래 인재를 양성하는 게 핵심이다. 이번 엑스포에서 대학들은 링크 3.0 사업을 통해 창출한 다양한 성과를 선보였다. 지역 기업과 대학이 협력해 개발한 다양한 기술과 제품을 홍보하고, 산학 연계 교육과정에 참여한 학생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실제로 구현한 ‘캡스톤디자인 작품’을 전시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동아대이다. 링크 3.0으로 부산 수영구 민락수변공원 활성화를 위한 문화콘텐츠를 개발하고, 협소한 환경에서도 원격 조종, 장애물 회피 등이 가능한 보트 선형 설계와 자율 운항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성공해 주목을 끌었다. 민락수변공원은 올해 음주 금지구역으로 지정됐다. 이로 인해 상권은 침체에 빠졌다. 동아대 링크 3.0 사업단은 수영구와 관학 협력을 체결하고 올 3월부터 상권과 지역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우선 동아대 산업디자인학과 학생들은 교과 과정과 비교과 과정을 연계한 뒤 공원 지역에서 수영구가 문화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밀락루체페스타’ 계획안을 중심으로 팀을 구성해 콘텐츠를 기획했다. 이어 한 학기 동안 △스토리 구성 △디자인과 브랜드 개발 △홍보 영상 제작 등을 진행했다. 또 수영구 문화관광과와 미디어 전문가가 우수작을 선정해 ‘밀락루체페스타’ 설계에 반영했다. 최정호 동아대 링크 3.0 사업단장은 “대학과 지자체가 협력해 지역의 현안을 해결한 사례이다”라고 말했다. 동아대 링크 3.0 사업단이 개발한 보트 자율 운항 시스템은 대한조선학회가 주관하는 자율운항보트 경진대회에서 지난해 1위, 올해 2위를 차지할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다른 대학에서도 링크 3.0 사업은 성과를 내고 있다. 동서대는 링크 3.0을 통해 폐배터리에서 버려진 산업 부산물을 활용한 층간 소음 저감 혁신 기술을 개발했다. 동양미래대는 컴퓨터 버전 AI를 활용해 손 재활과 발달 플랫폼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건양대, 동명대, 국립안동대, 전남과학대, 동원과학기술대, 부산과학기술대 등은 민간 농업회사법인과 스마트팜 산학연 공유-협업 체계를 형성해 성과를 내고 있다. 스마트팜 기술을 기반으로 △지역 특화 작목의 재배와 생산(1차) △제조와 가공(2차) △교육과 체험, 서비스(3차) 등을 융합한 사업 운영을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항만에서 볼 수 있는 냉동 컨테이너를 재활용한 스마트팜 플랫폼 ‘큐브팜’은 이번 엑스포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일반 비닐하우스 대비 투자 비용이나 인건비가 절감되고 면적 대비 운용 효율성도 좋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병이나 해충 예방 능력도 좋았다. 도시형 멀티 스마트팜 모델로 이용될 수도 있다. 지속 가능한 미래 먹거리 확보와 지역 정주형 소득 창출 생태계 조성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됐다. 한편 이번 엑스포에서는 내년부터 전국적으로 시행될 라이즈를 포함해 정부가 지원하는 각종 재정지원 사업에 대한 활발한 토론도 진행됐다. 특히 ‘라이즈 전환을 위한 통합 사업 매칭 데이’ 프로그램에서 관련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라이즈 체계는 대학의 재정 지원 주체를 교육부에서 지자체로 이관하는 게 핵심이다. 링크 3.0, RIS, 하이브 등 기존 재정 지원 사업이 통합된 형태로 라이즈 체계를 통해 시행된다. 김봉문 한국연구재단 중앙라이즈센터장은 “이번 매칭 데이를 통해 학계, 산업계, 지역사회가 협력 비전을 공유하고 다지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앞으로 라이즈로 ‘대학이 살리는 지역’과 ‘지역이 키우는 대학’을 실현할 계획이다. 박성하 교육부 지역인재정책과장은 이와 관련해 “링크 사업의 성과가 라이즈 체계와 조화를 이루며 확산된다면 지역사회의 요구를 반영하면서 지역과 대학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글·사진 부산=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