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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 사진작가가 기름때에 전 목장갑, 벽에 걸린 빨래집게 등 일상을 새로운 시선으로 포착한 흑백 사진과 글을 담은 포토에세이 ‘직조’(궁편책)를 최근 출간했다. 책 제목은 기계나 베틀로 천을 짜는 일인 직조(織造)와 곧바로 비춘다는 뜻의 직조(直照)를 아우른 것으로, 빛과 그림자로 짜인 이 작가의 사진이 일상을 곧게 비춘다는 의미를 담았다. 책에는 서울 을지로의 한 벽에 걸린 낡은 빗자루와 대걸레,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재봉틀을 돌리는 주름진 손, 오래된 주택과 아파트가 공존하는 인천 산곡동, 오징어를 나란히 널어 말리는 제주 차귀도 등이 담겼다. 서울 북악산에서 이른 아침에 찍은 전망 사진은 고층 빌딩과 산이 겹겹의 층을 은은하게 만들어낸 풍경을 보여준다. 고요한 수묵화 같은 모습은 서울의 신선한 이면을 확인시켜준다. 서울 을지로 골목의 오토바이를 찍은 사진에 대해 우체국장인 이 작가는 “오토바이를 모는 집배원들을 생각하면 추워도 걱정, 더워도 걱정, 비가 와도 걱정, 눈이 와도 걱정이다”라고 썼다. 이 작가는 “좋은 사진이 꼭 유명한 장소에서 나오란 법은 없다”고 말한다. 책은 전시실처럼 구성해 각 장을 1전시실-점선, 2전시실-평행선 등 주제를 정해 전시를 관람하듯 만들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89세 남성이 지난 삶을 되짚으며 관계의 회복과 사랑을 그린 스웨덴 장편소설 ‘새들이 남쪽으로 가는 날’(리사 리드센 지음·손화수 옮김·북파머스)이 최근 출간됐다. 보는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의 향기를 보관하려고 스카프를 병 속에 넣어둔다. 하지만 병뚜껑을 열기도 어려워 요양보호사에게 부탁해야 한다. 뻣뻣하게 굳은 손가락, 여름이 가까워도 추위를 느끼는 몸, 잠자다 옷에 소변을 보기도 하지만 기저귀는 차고 싶지 않은 심정 등 나이 들어 겪는 상황을 세밀하게 묘사했다.보는 자신이 눈을 감기 전 반려견을 다른 곳으로 보내려는 아들에게 분노한다. 자연스레 아들이 어릴 때부터의 기억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자신이 어떤 아버지였는지 생각한다. 자신의 아버지와 등돌리며 살았던 보는 사이가 좋지 않은 아들과의 관계를 조금씩 회복해 나가려 애쓴다. 이야기는 보의 시선에서 펼쳐진다. 요양보호사가 작성한 보의 식단과 건강 상태 등이 사이사이 배치돼 상황을 객관적이면서도 구체적으로 바라보게 한다. 인생과 가족의 의미, 나이 들면서 겪는 몸과 마음의 변화, 존엄성을 지키며 마무리하는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저자 리사 리드센의 데뷔작으로, ‘2024 스웨덴 올해의 도서상’으로 선정됐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손효림의 베스트셀러 레시피]많은 사람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는 베스트셀러. 창작자들은 자신이 만든 콘텐츠가 베스트셀러가 되길 꿈꾸지만, 실제로 실현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이 희귀한 확률을 뚫고 베스트셀러가 된 콘텐츠가 탄생한 과정을 들여다본다. 창작자의 노하우를 비롯해 이 시대 사람들의 욕망, 사회 트렌드 등을 확인할 수 있다.말을 더듬는 소년은 학교 가는 게 두렵다. 발표를 해야 하는 날에는 더더욱. 가장 좋아하는 곳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는데 입이 꼼짝도 안 한다. 소년을 데리러 온 아빠는 강가로 이끈다. 소년은 키득거리던 아이들이 떠올라 눈물이 날 것 같다. 아빠는 강물이 흘러가는 걸 가리키며 얘기한다. “너도 저 강물처럼 말한단다.” 물거품이 일고 소용돌이치며 굽이치다가 부딪치는 강물이 보인다. 강물도 매끄럽게 흐르지 않는다. 소년이 말을 더듬는 것처럼. 소년은 학교 발표 때 그 강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덧붙인다.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캐나다 유명 시인 조던 스콧(47)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책읽는곰)의 내용이다. 한 편의 시 같은 글에, 캐나다 그림 작가 시드니 스미스(45)의 서정적인 그림이 어우러져 뭉클한 여운을 선사한다. 2021년 1월 국내 출간된 이 그림책은 4년간 6만 4000권이 판매됐다.(국내 출판계의 베스트셀러 기준은 책 판매량 1만 권이다.)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가 선정한 ‘올해의 그림책’으로 뽑혔다. 시드니 스미스는 ‘어린이문학계의 노벨문학상’으로 불리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지난해 수상했다. 이 상은 이수지 작가가 2022년 한국인 최초로 수상한 바 있다.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 원화 그림은 서울 예술의전당 서울서예박물관에서 3월 2일까지 열리는 전시 ‘그림책이 참 좋아’에서 만날 수 있다. 이 전시는 최숙희 윤정주 김영진 등 국내 작가 20여 명과 시드니 스미스, 구도 노리코의 작품으로 구성됐다.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를 출간한 책읽는곰 우지영 주간(53)과 최아라 그림책팀장(35)을 서울 마포구 책읽는곰 출판사에서 지난해 12월 26일 만났다. 우 주간은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가 2020년 현지에서 출간된 지 얼마 안 돼 국내에 들여오기로 마음먹었다. 캐나다, 미국에서 큰 호평을 받기 전이었다. 우 주간은 “내가 읽고 싶고 다른 이에게도 읽히고 싶은 책이어서 놓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판매가 잘 될 거라고 예상하지는 않았다고 한다.“말을 더듬는 소년이 주인공이잖아요. 장애를 소재로 한 책은 현실적으로 많이 판매되진 않거든요. 하지만 너무 좋은 책이어서 꼭 내고 싶었어요. 손해를 감당해야 할 수 있다는 생각도 했습니다.”(우 주간)마음이 급했던 우 주간은 책 내용을 빨리 번역해 직원들과 공유했다. 모두 찬성했다. “압축적이고 상징적인 내용에, 선보다는 면을 활용해 그린 그림이 한 폭의 영화 같은 느낌을 줬어요. 조금 다른 아이, 나아가 자신이 지닌 어려움을 어떻게 마주할 지를 잔잔하게 보여주는 게 좋았습니다.”(최 팀장) 판권을 구입하려는 국내 다른 출판사들도 있어 경쟁해야 했다. 앞서 시드니 스미스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괜찮을 거야’가 좋은 반응을 얻은 것도 영향이 컸다. 책읽는곰은 ‘괜찮을 거야’를 2020년 국내 출간했다. 택시들이 빵빵거리고 사이렌이 울리는 등 소음이 가득한 도시에서 혼자 길을 나선 아이가 나온다. 거대하고 차가운 도시에는 어두운 골목, 으르렁거리는 개들도 있다. 눈까지 휘몰아친다. 아이는 잃어버린 고양이를 찾아 나선 것. 전단지를 붙이는 아이는 마음씨 좋은 주인이 있는 생선 가게, 성가대 노래가 들리는 교회를 보며 고양이가 의지해도 되는 곳이라 생각한다. 마지막 장면은 아이의 집 앞에 쌓인 눈 위에 찍힌 고양이 발자국. 안도감과 함께 미소를 짓게 된다.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 판권을 사오는데 비용이 꽤 들었어요. 저희가 제시한 금액과 함께 ‘괜찮을 거야’가 좋은 성적을 낸 게 함께 고려돼 판권을 가져올 수 있었다고 봅니다. 출간이 확정된 후 임선희 대표님이 ‘결과에 대해선 내가 감당하겠다’고 하셔서 든든했습니다.”(우 주간) 김지은 번역가는 원문의 맛을 살리면서도 의미를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고심했다. 30명으로 구성된 서평단을 운영하고 조던 스콧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소셜미디어로 이를 알렸다. 김 번역가가 참석한 북토크도 열었다. 최 팀장은 “나중에 후회하지 않으려고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고 말했다. 책은 큰 호평을 받으며 판매에 속도가 붙었고 지금도 꾸준히 나가고 있다. ‘아이가 좋아해 여러 번 봤다’는 리뷰와 함께 ‘아이에게 읽어주다 울컥했다’, ‘내가 어떤 부모인지, 나아가 어떤 어른인지 돌아보게 됐다’는 후기도 많다. ‘어른을 위한 그림책’이라며 ‘가족과 친구에게 선물했다’는 글도 적지 않다. 우 주간은 “‘김영하북클럽’ 선정 도서가 돼 그림책을 보지 않던 성인들이 그림책으로 눈을 돌리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급속도로 위축된 출판계에서 어린이책 출판사는 더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우 주간과 최 팀장은 어려움보다는 가능성을 보려 한다. ‘그림책이 참 좋아’ 전시장에는 ‘책의 여백 속에서 뛰놀며 자란 어린이만이 세상의 여백을 자신의 색으로 채울 수 있습니다’라는 문장이 있다. 이는 우 주간의 말이다. “태어나 처음 접하는 책인 어린이책을 만드는 출판사는 출판계의 최전방이자 최후의 보루예요. 어린이 인구가 줄고 있지만, 그 어린이들이 다 읽을 책을 만들자는 생각으로 일합니다.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책을 만들고 싶어요. ‘재밌다’는 말이 제일 좋습니다.”(우 주간)“좋은 책을 만들면 독자들이 알아보고, 책에서 받은 울림을 전해줄 때 가슴이 찡합니다.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가 그런 책이에요. 일할 용기를 줬죠. 이런 책을 계속 만들 수 있게 편집자로 오래 일하고 싶어요.”(최 팀장) ■그림책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책읽는곰·2021년)는….소년은 아침마다 자신을 둘러싼 낱말들의 소리를 들으며 깨어난다. 소나무 까마귀 달…. 하지만 어떤 것도 제대로 말할 수 없다. 소리들은 혀와 뒤엉키고, 목구멍 안쪽에 달라붙는 것 같다. 소년은 학교 가는 게 두렵다. 발표가 예정된 날에는 더욱 그렇다. 가장 좋아하는 곳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는데 입이 꼼짝도 안 한다. 집에 가고만 싶다. 아빠가 소년을 데리러 왔다. 그리고 강가로 이끈다. 소년은 자신의 입을 보며 키득거리던 아이들이 떠올라 눈물이 날 것 같다. 아빠는 강물이 흘러가는 걸 가리키며 얘기한다. “너도 저 강물처럼 말한단다.” 소용돌이치고 굽이치며 부딪치는 강물이 보인다. 그렇다. 강물도 매끄럽게 흐르지 않는다. 소년이 말을 더듬는 것처럼. 소년은 학교 발표 시간에 그 강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덧붙인다.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캐나다 유명 시인 조던 스콧이 자전적 이야기를 글로 쓰고, 시드니 스미스가 그림을 그렸다. 어린 시절 말을 더듬었던 조던 스콧은 학교에서 발표를 하는 날이면 아버지가 자신을 데리러 왔다고 한다. 어느 날 강물을 보며 아버지는 말했다. “강물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보이지? 너도 저 강물처럼 말한단다.” 자연의 움직임 속에서도 자신과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는 걸 알게 된 그는 자신의 입이 바깥세상을 향해 움직이는 것을 즐겁게 지켜볼 수 있게 됐다고 고백한다. 시드니 스미스는 소년의 시선에서 바라본 세상과 소년의 내면, 강가 풍경을 서정적인 그림으로 표현했다. 어두운 색채와 흐릿하게 묘사된 그림은 소년의 외로움, 두려움을 직관적으로 전한다. 물거품이 일고 굽이치는 강물의 모습이 소년의 눈에 비친 광경은 하나하나 방점을 찍듯 담았다. 햇빛에 반짝이는 강으로 걸어들어가는 소년의 뒷모습을 네 페이지에 걸쳐 그린 광경은 소년이 꾹꾹 눌러온 감정을 고요하게 폭발시키는 듯하다. 글과 그림이 어우러진 그림책이 빚어낼 수 있는 놀라운 아름다움을 확인할 수 있다. 원제는 ‘I talk like a river‘.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이 새해 1월 돌아온다. 아서 밀러의 희곡으로 현대인의 꿈과 좌절, 가족의 의미를 성찰하게 하는 작품이다. 2023년 서울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공연 당시 연일 매진되며 큰 사랑을 받았다. 2025년에는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1월 7일부터 3월 3일까지 공연된다. ‘세일즈맨의 죽음’은 1949년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됐다. 30년 넘게 세일즈맨으로 일한 윌리 로먼이 대공황의 소용돌이 속에서 일자리와 가족을 잃어 가는 이야기를 그렸다. 세일즈맨이라는 한 길을 걸어온 윌리는 두 아들에게 빛나는 앞날이 펼쳐질 것이라 믿으며 아내와 단란하게 지낸다. 하지만 불황으로 윌리의 입지는 흔들리고 직업 없는 두 아들은 윌리를 실망시킨다. 현실에 점점 질식돼 가는 윌리는 행복했던 과거로 도피하는데…. 급격한 변화에 속절없이 무너지는 가정과 가족 구성원의 내면을 세밀하게 조명함으로써 삶과 가족의 가치를 묵직하게 짚는다. 퓰리처상, 토니상, 뉴욕 연극 비평가상을 받았다. 작품에는 설명이 필요 없는 명배우들이 대거 참여한다. 윌리 로먼 역은 박근형과 손병호가 맡았다. 윌리의 아내인 린다 로먼은 손숙, 예수정이 연기한다. 이들 배우는 자기만의 또렷한 색채와 내공으로 밀도 높은 무대를 선보인다. 윌리의 큰아들 비프 로먼 역은 이상윤과 박은석이 맡았다. 둘째 아들 해피 로먼 역에는 김보현과 고상호가 발탁됐다. 윌리의 형 벤 로먼 역은 박윤희와 박민관이 연기한다. 동아연극상 작품상, 희곡상을 받은 김재엽 연출가가 강렬하고 몰입감 있는 무대를 선사한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삼성증권은 해외주식 자산규모가 이달 6일 기준으로 30조 원을 돌파했다고 최근 밝혔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73% 증가한 수치다. 해외주식 거래 계좌 수도 지난해보다 47% 늘어난 53만 개로 집계됐다. 삼성증권은 최근 5년간 해외주식 자산의 연평균 성장률이 34.1%로 나타났다고 밝혔다.삼성증권은 “해외 주식 자산 규모와 고객이 크게 늘어난 것은 본사의 해외주식 투자정보를 담은 유튜브 콘텐츠 및 글로벌 증권사 제휴를 기반으로 한 리서치 자료, 글로벌 40개 시장의 주식매매 서비스를 제공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국 프랑스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 포르투갈까지, 유럽 6개국 주식을 온라인으로 직접 매매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고객들이 글로벌 투자를 편리하게 할 수 있게 한 것도 주요한 요인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삼성증권은 해외주식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에 주로 투자하고 있지만 일본 영국 프랑스 등 다양한 국가의 주식에도 직접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자산 비중 기준으로 미국에 이어 일본, 영국이 각각 2위, 3위를 차지하고 있다. 고객들이 많이 보유한 종목은 테슬라, 엔비디아,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대형 빅테크 기업 주식이었다. 상장지수펀드(ETF)도 보유 종목 상위권에 올랐다. 삼성증권은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고객을 위해 여러 가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유럽 주식 매매가 가능한 모바일 앱 ‘엠팝(mPOP)’과 해외주식을 원화로 바로 거래할 수 있는 통합증거금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삼성증권은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경쟁력 있는 플랫폼과 다양한 서비스 및 혜택을 지속적으로 제공해 나가겠다”고 밝혔다.한편 삼성증권은 올해 말까지 해외주식 투자를 하는 신규 고객과 휴면 고객을 대상으로 이벤트를 진행한다. 이벤트에 참여하는 고객에게는 미국 주식의 온라인 거래수수료를 첫 3개월간 받지 않는다. 이후 9개월간은 거래수수료를 0.03%부터 적용한다. 이벤트가 끝난 후 1년 동안은 거래수수료를 0.07%부터 받는다. 연말까지 해외주식을 입고하는 고객에게도 최대 400만 원의 혜택을 제공하는 이벤트도 열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삼성증권 홈페이지 혹은 모바일 앱 엠팝(mPOP)에서 확인하면 된다. 패밀리 센터로 문의해도 된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에버랜드가 내년 3월 3일까지 무민과 함께 하는 ‘윈터토피아’ 겨울축제를 선보이고 있다. 이번 축제에서는 무민 캐릭터를 비롯해 쌍둥이 아기판다 루이바오와 후이바오 등 바오패밀리 캐릭터도 감상할 수 있다. 눈 속에서 할 수 있는 각종 놀이도 즐길 수 있다. 에버랜드는 삼성물산 리조트부문(사장 정해린)이 운영한다.에버랜드는 “테마정원부터 초대형 조형물, 어트랙션, 식음, 상품 등에 무민 지식재산권(IP)을 활용했다. 올 겨울 에버랜드는 다양한 오감 콘텐츠를 통해 북유럽 감성의 동화 속 겨울왕국으로 변신했다”고 밝혔다.북유럽 겨울숲 느끼고 눈썰매 타고에버랜드 정문에 입장하면 약 9m 높이의 초대형 무민 아트 조형물이 고객을 맞이한다. 무민 특유의 하얀 몸과 귀엽고 토실토실한 외모를 거대한 조형물에 생생하게 표현했다. 털원단을 활용해 부드럽고 따뜻한 촉감을 느낄 수 있다. 무민 바로 옆에는 약 4m 높이인 쌍둥이 판다 루이바오, 후이바오 아트 조형물도 있다. 이 곳은 에버랜드를 찾는 이들이 사진을 찍는 명소로 일찌감치 자리 잡았다.무민 캐릭터를 가장 몰입감 있게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은 에버랜드 대표 정원인 포시즌스가든이다. 에버랜드는 “약 1만㎡(약 3025평) 크기의 포시즌스가든은 무민 캐릭터들이 살고 있는 동화 속 무민 밸리를 그대로 옮겨온 듯한 북유럽 대자연 감성의 ‘노르딕 포레스트’로 꾸몄다”고 밝혔다. 자작나무, 상록수 등과 함께 하얀 눈이 소복이 쌓인 북유럽 겨울숲 분위기를 연출했다. 무민파파, 무민마마, 스노크메이든 등 유명 캐릭터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을 여러 군데 만들어 인기를 끌고 있다.핀란드에서 탄생한 무민과 함께 하는 겨울축제를 시작한 것을 기념해 ‘핀란드 셋방살이’ 팝업존도 운영 중이다. tvN 예능 프로그램인 ‘핀란드 셋방살이’는 배우 이제훈 이동휘 곽동연 차은우가 핀란드 시골마을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유쾌하게 보여준다. 팝업존은 출연자들이 체험한 핀란드 현지 셋방을 그대로 재현했다. 실내 공간에서는 몸도 녹일 수 있다.눈썰매장 스노우 버스터는 12월 20일 패밀리 코스를 시작으로, 27일에는 레이싱 코스를 추가 운영하며 내년 1월 초까지 모든 눈썰매 코스를 가동할 예정이다. 에버랜드는 “스노우 버스터는 모든 코스에 자동출발대와 튜브이송대가 설치돼 있고 눈 턱으로 만든 전용 레인, 충격방지용 에어바운스도 마련돼 있어 편리하고 안전하게 눈썰매를 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스노우 버스터 주변에는 무민 캐릭터 포토존과 눈을 가지고 놀 수 있는 스노우 액티비티 존도 있다”고 덧붙였다.스노우 야드에서는 눈 덮인 넓은 평지에서 미니 눈썰매를 타거나 눈사람, 눈오리를 만들 수 있다. 왕복 50m 길이의 스노우 트랙도 내년 1월 초 새로 문을 열어 미니 나무 썰매를 타고 다닐 수 있다.한겨울에 만나는 나비, 노천탕에서 스파도 한겨울에 나비를 볼 수 있는 곳도 있다. ‘나비의 꿈꾸는 정원’이다. 나비연구소를 주제로 꾸민 실내에서 제비나비, 호랑나비 등 6종 4000여 마리의 나비들이 날아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수천 발의 불꽃으로 밤하늘을 수놓는 겨울철 멀티미디어쇼 ‘매직 인더 스카이’도 연말까지 매일 열린다. 에버랜드의 워터파크인 캐리비안 베이는 야외 노천탕과 바데풀 등에서 즐길 수 있는 ‘윈터 스파 캐비’로 운영되고 있다. 무민을 포함해 다양한 캐릭터로 꾸민 사진 촬영 장소와 트리 조형물도 배치했다. 핀란드식 원통형 사우나를 야외 어드벤처 스파 인근에 새로 설치했다. 워터파크와 테마파크를 하루에 모두 이용할 수 있는 투파크(2 Park) 이벤트가 내년 3월 3일까지 진행된다. 캐리비안 베이를 방문하는 고객은 당일 오후 3시부터 에버랜드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매서운 바람이 불고 건조한 겨울 날씨는 피부를 금방 메마르고 거칠게 만든다. 입술 피부는 더 예민하고 여리다. 자칫하면 각질이 생기고 갈라지기 쉬워 보습에 더욱 신경을 쓰게 된다. 입술을 촉촉하게 관리하면서 산뜻한 색상으로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해보는 것도 좋다. 아모레퍼시픽은 브랜드별로 다양한 제품과 맞춤형 화장품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6개 색상, 취향에 맞춰 선택라네즈는 베스트셀러인 ‘립 글로이 밤’을 올해 11월 한국에서 새롭게 내놓았다. 립 글로이 밤은 입술에 바르면 빠르게 각질을 잠재우며 촉촉하고 매끈하게 만들어줘 세계 각국 고객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출시 이후 최근까지 누적 판매량이 1000만 개가 넘는다. 한국에서는 2020년 단종됐고 이번에 다시 출시하게 됐다. 라네즈는 “립 글로이 밤은 올해 미국 아마존의 온라인 쇼핑 행사인 ‘아마존 프라임 데이’에서 뷰티&퍼스널 케어 부문 판매 2위에 올랐다”며 “한국에서 2020년 단종된 후 다시 판매해 달라는 고객들의 요청이 이어져 새롭게 선보이게 됐다”고 밝혔다. 이번에 선보인 립 글로이 밤은 바닐라, 망고, 베리, 스윗 캔디, 거미 베어, 블루베리까지 총 6가지 향으로 구성했다. 고객은 취향에 따라 제품을 선택할 수 있다. 라네즈는 “주머니에 들어가는 크기로 만들어 갖고 다니기 수월하고 입술 곡선에 따라 바르기 편한 모양으로 디자인해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입술을 관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레티놀 립 세럼을 튜브로프리메라가 최근 ‘레티놀 볼륨 립 세럼 튜브’를 선보였다. 올해 2월 레티놀을 립 세럼에 담아 부드러운 솔을 이용해 바르는 팁 타입으로 출시한데 이어 튜브 제품을 내놓은 것이다. 프리메라는 “피부 관리에 효능이 높은 성분인 레티놀을 담은 립 세럼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며 “기존 제품의 인기에 힘입어 튜브 타입을 추가로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이번에 선보인 튜브 형태의 립 세럼은 양을 자유롭게 조절해 원하는 농도로 색상을 표현할 수 있다. 튜브 타입이어서 사용하기 편하고 갖고 다니기에도 좋다.제품은 총 4가지 색상이다. 맑고 화사한 빨강 색상인 ‘샤이 레드’, 생기 있게 보이는 ‘스카이 코랄’, 핑크인 ‘로지’, 입술 본연의 광채를 살린 투명한 ‘베어’로 구성됐다.프리메라는 “레티놀이 들어있어 제품을 바르면 입술에 수분이 채워지고 생기가 지속된다. 제품 사용 직후에는 입술 수분 볼륨이 7.8% 늘었고, 4주간 지속적으로 사용한 후에는 입술 수분 볼륨이 15.7%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고밀도 젤 제형은 입술에 윤기를 더해주고 탄력 있는 입술을 연출한다. 입술 본연의 색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생기 있는 입술을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피부에 맞는 화장품 맞춤 제공헤라는 맞춤형 립 제품을 만들어 주는 ‘센슈얼 립 커스텀 매치’서비스를 아모레성수 매장에서 최근 선보였다. 헤라는 이 서비스에 대해 “아모레퍼시픽의 피부 색채 연구와 인공지능(AI)을 바탕으로 한 색상 진단 기술을 결합해 피부에 따라 최적화된 메이크업 제품을 제안하는 개인 맞춤형 화장품 서비스”라고 밝혔다. 이어 “헤라의 대표 제품인 ‘센슈얼 립’을 벨벳, 글로스, 플럼핑의 3가지 제형과 142개 색상, 5개 향으로 구성해 글로벌 고객 개개인의 피부색과 취향에 맞춰 제품을 제공할 수 있다. 다양한 조합으로 총 2000여 개의 립 제품을 실시간으로 만들 수 있다. 색소를 정밀하게 조합하는 아모레퍼시픽만의 기술을 사용한다”고 덧붙였다. 서비스는 예약제로 운영한다. 전문가와 1대 1 상담을 받고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헤라는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전문 프로그램으로 피부를 먼저 측정한다. 피부의 색상, 명도, 채도를 분석한 후 피부에 맞는 호수를 제안하고 고객이 제형, 색상, 향을 선택하면 조제 관리사가 현장에서 제품을 제조해 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진단 결과를 기준으로 개인의 피부색에 맞는 색조 메이크업 상담도 받을 수 있으며 각인 서비스도 제공한다”고 덧붙였다.헤라는 지난해 맞춤형 파운데이션 서비스인 ‘실키 스테이 커스텀 매치’를 선보였다. 헤라는 “이 서비스를 시작한 후 1년 만에 아모레성수 매장에서 판매된 제품이 4000개가 넘을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며 “메이크업 전문 브랜드로서 고객의 세분화된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파운데이션에 이어 립 제품 제조 서비스를 선보이게 됐다”고 밝혔다. 헤라 맞춤형 화장품 서비스는 서울 성동구 아모레성수 매장에서 이용할 수 있다. 아모레성수 홈페이지에서 원하는 날짜와 시간을 예약하고 방문하면 된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예상치도 못한 변수들은 삶을 뒤흔든다. 뜻밖의 상황을 마주했을 때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그리고 그 결과를 오롯이 받아들일 것인가. 이 같은 질문을 던지는 뮤지컬을 소개한다.》뮤지컬 ‘고스트 베이커리’간절함 지닌 이들이 빚어내는 온기한국 최고 제과점을 만드는 게 꿈인 순희는 일하던 제과점에서 해고되자 허름한 빵집을 덜컥 계약한다. 그 곳의 옛 주인인 유령은 가게를 뺏기지 않으려고 버티면서 순희와 불편한 동업(?)을 이어가는데…. 손님을 대하는 데 서툰 순희 때문에 제과점이 위기에 처하자 싹싹한 영수가 고용된다.자신의 마음을 보여주고 상대방의 마음을 읽는데 서툰 이들이 차츰 서로를 보듬으며 온기를 자아내는 이야기를 담은 로맨틱 판타지 코미디다. ‘어쩌면 해피엔딩’으로 한국 창작뮤지컬 최초로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 진출하며 호평 받은 박천휴 작가와 윌 애런슨 작곡가의 신작이다.우정도 연애도 필요 없이 오직 국내 최고의 파티셰가 되길 꿈꾸며 모든 걸 쏟아 붓는 순희와 알 수 없는 이유로 낡은 가게에 남아 있는 유령, 성실하고 따뜻한 영수. 이들이 펼쳐내는 기발한 이야기와 서정적인 음악은 몰입도를 높인다.순희 역은 박지연 박진주 이봄소리가 맡았다. 유령 역에는 송원근 전성우 이재환이 발탁됐다. 영수는 정시현 신은총 윤철주가 연기한다. 유령에게 열등감을 가진 제과점 사장 나상모 역은 진상현이, 순희를 응원해 주는 언니 순영은 도율희가 각각 맡았다.2025년 2월 23일까지,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7만∼9만 원. 뮤지컬 ‘종의 기원’정면으로 직시한 악의 본능복용하던 약을 끊고 수영 대회에 참가한 날 벌어진 사고로 수영을 포기하고 평범한 학생으로 살아가던 한유진. 어느 날 아침, 피로 물든 집 안에서 처참하게 살해된 어머니의 시신을 발견하고 사건을 하나씩 되짚어가며 사이코패스 본능을 깨닫는다.정유적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작품으로, 2022년 초연 후 두 번째 공연이다. 두 명의 배우로 표현되는 한유진, 그의 형인 김해진, 어머니 김지원, 이모 김혜원의 관계를 통해 인간이 가진 악의 본능을 예리하면서도 거침없이 파헤친다. 초연 공연에 에피소드와 넘버를 추가해 인간이 가진 악의 본성을 보다 다각적으로 보여줄 예정이다.한유진 역은 박규원 유승현 김려원 윤승우 기세중 김이후 백동현 박상혁이 맡았다. 유진의 입양된 형으로, 따뜻하고 열정적인 영화학도 김해진은 노희찬 박선영 장보람 박상선이 연기한다. 김려원 김이후 장보람은 이 작품에서 처음 선보이는 여성 조합으로, 세 배우는 매 공연을 함께하며 새로운 에너지를 보여줄 예정이다. 유진의 어머니 김지원과 이모 김혜원 역은 장이주 강하나 류비가 맡았다. 이들은 1인 2역을 하며 유진과의 심리 게임을 통해 긴장감을 고조시킨다.12월 29일∼2025년 3월 23일, 동덕여자대학교 공연예술센터 코튼홀, 5만5000∼7만7000원.뮤지컬 ‘카포네 밀크’악인이 만든 선한 결과, 유쾌하게 그리다마피아 알 카포네가 우유 냉장 유통 및 유통 기한 제도를 만들었다? 사실이다. 1800년대 중반 미국은 우유 생산 유통 시스템이 발달하지 않아 상한 우유를 마시고 사망하는 사람이 많았다. 부패한 낙농업자들이 썩은 우유에 석회 가루 등을 넣어 냄새를 줄여 판매했기 때문. 알 카포네는 금주법 시대, 밀주 유통망을 이용해 우유 냉장 유통 및 유통기한 제도를 만들어 현대 우유 유통 시스템을 마련했다.실화에 상상을 더해 만든 창작 초연작으로, 실존 인물 알 카포네와 가상의 인물 밀크 화이트가 나온다. 시골 목장에서 우유를 짜던 소년 밀크는 미국 시카고로 상경한다. 하루 만에 돈을 털리고 남은 돈으로 식사하기 위해 간 곳은 실은 밀주 가게였다. 알 카포네의 마음에 든 밀크는 그의 전속 바텐더가 되는데…. 어둠의 세계 그 자체인 알 카포네와 순수한 밀크가 좌충우돌하며 신선한 우유를 판매하는 주식회사 ‘카포네 밀크’를 설립하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렸다.알 카포네 역은 김재범 손유동 유태율 백기범이 맡았다. 밀크는 정욱진 최재웅 김기택이 연기한다. 밀크가 갇힌 알카트라즈 감옥의 같은 수감실 죄수 찰리 역은 무현 신창주, 죄수 존 역은 박세훈 최반석이 각각 맡았다. 오세혁 김세한 작가, 김솔지 작사가, 허수현 음악감독, 김지호 연출가가 참여했다. 2025년 3월 9일까지, 서울 종로구 예스24아트원 1관, 5만5000∼7만7000원. 독자를 초대합니다독자 26명(13쌍)에게 공연 관람 기회를 드립니다. 동아일보 골든걸 인스타그램 ‘동아일보 골든걸(@goldengirl_donga)’에서 응모해주세요. 문의: 뮤지컬 ‘고스트 베이커리’R석 9만 원 상당 10명(5쌍)뮤지컬 ‘종의 기원’R석 7만7000원 상당 10명(5쌍)뮤지컬 ‘카포네 밀크’R석 7만7000원 상당 6명(3쌍)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인생은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예상치도 못한 변수들은 삶을 뒤흔든다. 뜻밖의 상황을 마주했을 때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그리고 그 결과를 오롯이 받아들일 것인가. 이 같은 질문을 던지는 뮤지컬을 소개한다. 뮤지컬 ‘고스트 베이커리’간절함 지닌 이들이 빚어내는 온기 한국 최고 제과점을 만드는 게 꿈인 순희는 일하던 제과점에서 해고되자 허름한 빵집을 덜컥 계약한다. 그 곳의 옛 주인인 유령은 가게를 뺏기지 않으려고 버티면서 순희와 불편한 동업(?)을 이어가는데…. 손님을 대하는 데 서툰 순희 때문에 제과점이 위기에 처하자 싹싹한 영수가 고용된다. 자신의 마음을 보여주고 상대방의 마음을 읽는데 서툰 이들이 차츰 서로를 보듬으며 온기를 자아내는 이야기를 담은 로맨틱 판타지 코미디다. ‘어쩌면 해피엔딩’으로 한국 창작뮤지컬 최초로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 진출하며 호평 받은 박천휴 작가와 윌 애런슨 작곡가의 신작이다. 우정도 연애도 필요 없이 오직 국내 최고의 파티셰가 되길 꿈꾸며 모든 걸 쏟아 붓는 순희와 알 수 없는 이유로 낡은 가게에 남아 있는 유령, 성실하고 따뜻한 영수. 이들이 펼쳐내는 기발한 이야기와 서정적인 음악은 몰입도를 높인다. 순희 역은 박지연 박진주 이봄소리가 맡았다. 유령 역에는 송원근 전성우 이재환이 발탁됐다. 영수는 정시현 신은총 윤철주가 연기한다. 유령에게 열등감을 가진 제과점 사장 나상모 역은 진상현이, 순희를 응원해 주는 언니 순영은 도율희가 각각 맡았다. 2025년 2월 23일까지,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연강홀.뮤지컬 ‘종의 기원’정면으로 직시한 악의 본능복용하던 약을 끊고 수영 대회에 참가한 날 벌어진 사고로 수영을 포기하고 평범한 학생으로 살아가던 한유진. 어느 날 아침, 피로 물든 집 안에서 처참하게 살해된 어머니의 시신을 발견하고 사건을 하나씩 되짚어가며 사이코패스 본능을 깨닫는다.정유적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작품으로, 2022년 초연 후 두 번째 공연이다. 두 명의 배우로 표현되는 한유진, 그의 형인 김해진, 어머니 김지원, 이모 김혜원의 관계를 통해 인간이 가진 악의 본능을 예리하면서도 거침없이 파헤친다. 초연 공연에 에피소드와 넘버를 추가해 인간이 가진 악의 본성을 보다 다각적으로 보여줄 예정이다.한유진 역은 박규원 유승현 김려원 윤승우 기세중 김이후 백동현 박상혁이 맡았다. 유진의 입양된 형으로, 따뜻하고 열정적인 영화학도 김해진은 노희찬 박선영 장보람 박상선이 연기한다. 김려원 김이후 장보람은 이 작품에서 처음 선보이는 여성 조합으로, 세 배우는 매 공연을 함께하며 새로운 에너지를 보여줄 예정이다. 유진의 어머니 김지원과 이모 김혜원 역은 장이주 강하나 류비가 맡았다. 이들은 1인 2역을 하며 유진과의 심리 게임을 통해 긴장감을 고조시킨다.12월 29일~2025년 3월 23일, 동덕여자대학교 공연예술센터 코튼홀.뮤지컬 ‘카포네 밀크’악인이 만든 선한 결과, 유쾌하게 그리다마피아 알 카포네가 우유 냉장 유통 및 유통 기한 제도를 만들었다? 사실이다. 1800년대 중반 미국은 우유 생산 유통 시스템이 발달하지 않아 상한 우유를 마시고 사망하는 사람이 많았다. 부패한 낙농업자들이 썩은 우유에 석회 가루 등을 넣어 냄새를 줄여 판매했기 때문. 알 카포네는 금주법 시대, 밀주 유통망을 이용해 우유 냉장 유통 및 유통기한 제도를 만들어 현대 우유 유통 시스템을 마련했다. 실화에 상상을 더해 만든 창작 초연작으로, 실존 인물 알 카포네와 가상의 인물 밀크 화이트가 나온다. 시골 목장에서 우유를 짜던 소년 밀크는 미국 시카고로 상경한다. 하루 만에 돈을 털리고 남은 돈으로 식사하기 위해 간 곳은 실은 밀주 가게였다. 알 카포네의 마음에 든 밀크는 그의 전속 바텐더가 되는데…. 어둠의 세계 그 자체인 알 카포네와 순수한 밀크가 좌충우돌하며 신선한 우유를 판매하는 주식회사 ‘카포네 밀크’를 설립하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렸다. 알 카포네 역은 김재범 손유동 유태율 백기범이 맡았다. 밀크는 정욱진 최재웅 김기택이 연기한다. 밀크가 갇힌 알카트라즈 감옥의 같은 수감실 죄수 찰리 역은 무현 신창주, 죄수 존 역은 박세훈 최반석이 각각 맡았다. 오세혁 김세한 작가, 김솔지 작사가, 허수현 음악감독, 김지호 연출가가 참여했다.2025년 3월 9일까지, 서울 종로구 예스24아트원 1관.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손효림의 베스트셀러 레시피]많은 사람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는 베스트셀러. 창작자들은 자신이 만든 콘텐츠가 베스트셀러가 되길 꿈꾸지만, 실제로 실현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이 희귀한 확률을 뚫고 베스트셀러가 된 콘텐츠가 탄생한 과정을 들여다본다. 창작자의 노하우를 비롯해 이 시대 사람들의 욕망, 사회 트렌드 등을 확인할 수 있다.심장마비 고독사로 본인은 물론 가족을 힘들게 하지 않고 깔끔하게(?) 세상을 떠나는 게 꿈이라고 말하는 76세 할머니가 있다. 자녀에게 “절대 유명해지지 마라”고 당부하고 주위 시선에 신경 쓰면 “너 아무도 안 쳐다봐!”라고 잘라 말한다. 글과 행동이 완전히 다른 대문호에게 “야, 이노무 자슥들아~~”라고 일갈한다. 비혼 여성이 늘어나는 것을 우려하는 데 대해 “남자 잘못 만나 인생 망한 여자는 있어도 안 만나서 망한 여자는 없단다”라고 한다. 에세이 ‘즐거운 어른’(이야기장수)을 쓴 이옥선 작가다.호탕하면서도 삶에 대한 깊은 내공을 유쾌하게 담은 ‘즐거운 어른’은 올해 8월 말 출간되자마자 반향을 일으켰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신인 작가임에도 책이 출간된 지 3주 만에 1만 권이 판매됐다.(국내 출판계의 베스트셀러 기준은 책 판매량 1만 권이다.) 출간 40일 만에 10쇄를 찍으며 계속 빠르게 나가고 있다.(출판사는 정확한 판매 부수는 공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만에 판권이 팔렸고 일본 중국에서도 출간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 알라딘이 올해 신설한 ‘올해의 신인상’ 작가로 선정됐다. 예스24에서 선정한 ‘오늘의 책’ 24권에도 포함됐다. 부산에 사는 이 작가를 12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책은 내지 않겠다는 이 작가를 설득한 이연실 이야기장수 대표(40)도 경기 파주시 이야기장수 출판사에서 9일 만났다. 이 대표는 2007년 문학동네에 입사해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김난도 지음), ‘라면을 끓이며’(김훈), ‘걷는 사람, 하정우’(하정우),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등 베스트셀러를 숱하게 낸 스타 편집자다. 이 작가는 독자들의 반응에 놀랐다고 했다. “출판사에 손해만 안 끼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런 반응은 전혀 예상하지 못해서 고마워요.”자녀에게 유명해지지 말라고 했던 그가 막상 작가로 이름이 알려지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이 나이에는 유명해져봤자 텔레비전에서 뜰 것도 아니고 사람들이 알아보는 것도 아니에요. 혹시나 이름이 알려져도 금방 잊혀질 겁니다.(웃음)” 경남 진주에서 태어난 이 작가는 한양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진주로 돌아와 3년 정도 교사 생활을 했다. 같은 학교에서 만난 국어 교사(고(故) 김창근 동의대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와 결혼해 일을 그만뒀다. 부산에서 살며 두 아이를 키웠다. 딸이 카피라이터 출신으로, 황선우 작가와 함께 에세이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를 쓴 김하나 작가다. 이 작가는 아들, 딸을 낳은 후 두 아이가 5살이 될 때까지 각각 5년씩 육아 일기를 썼다. 자녀가 성인이 되는 스무 살에 이를 선물하기로 마음먹은 것. 딸이 대학 입시에 떨어져 울고 있을 때 그는 육아 일기를 건넸다. 아이의 성장 과정이 생생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담긴 육아 일기는 2022년 책으로 출간됐다. ‘빅토리 노트’로, 육아 일기와 함께 추가로 쓴 에세이 몇 편이 실렸다. 이 대표는 “빅토리 노트 출간 북토크에서 이 작가님의 거침없는 입담에 웃다가 쓰러질 뻔 했다. ‘꼭 책을 써야 하는 분’이라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이 작가는 육아 일기를 쓴 것 외에는 평소 글을 쓰지 않았다고 한다. 메모하는 습관도 없단다. “숙제를 싫어해서 책은 안 쓰려고 했어요. 그런데 이 대표와 김하나, 황선우가 부산에 내려와 두 시간 넘게 설득하더라고요. 김하나가 ‘계약서에 사인하고 3년쯤 그냥 지내다 계약금 돌려줘도 된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사인했어요. 억지로지만 계약이란 걸 하니 책임감이 생기더라고요. 쓰고 싶은 말이 속에서 생겨나기도 했고요. 70년 넘게 모여 있던 게 한꺼번에 나왔다고 할까요.” 이 작가는 신선한 관점으로 삶과 세상을 예리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통찰한다. 남성들이 여성의 젖가슴이 큰 걸 좋아한다는 말에 “우리 어머니 세대분들은 이 말을 들으면 ‘어릴 때 다들 젖배를 곯았나~’라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자녀에게 유명해지지 말라고 한 이유도 설명한다. “길에서 나자빠졌을 때 아무도 너를 모르면 그냥 툴툴 털고 일어나 갈 길 가면 되지만, 그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너를 알아보면 얼마나 쪽팔리겠니.” 그는 심장마비 고독사로 세상을 떠나고 싶은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한국은 구급 출동 시스템이 너무 잘 돼 있어 쓰러졌을 때 누군가가 옆에 있으면 119에 연락해 일사천리로 응급처치에 들어가고 이후 병원을 전전하는 생활이 이어진다는 것. 이 때문에 홀로 심장마비로 떠나야 자신과 가족이 고생하지 않는다고. 결혼도 굳이 할 필요가 없단다.“예전에는 나이 들어 외롭다며 꼭 결혼해야 한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제 남편을 포함해 친구 남편 등 주위를 보면 대부분 남자들이 먼저 세상을 떠나더라고요. 여자들은 간병하다 결국 혼자 남고요. 결혼이 노년의 외로움을 해결해 주는 게 절대 아닙니다.”그는 세대 갈등에 대해서도 “노인 세대를 교육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자식에게 안부 전화하라고 요구하면 안 돼요. 자식들은 사느라 바빠 부모에게 관심이 없어요. 어련히 잘 살고 계시겠지 생각하죠. 저도 예전에 부모님 안부가 궁금했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면, 전혀 아니거든요. 자기 아들도 전화 안 하는데 남의 딸인 며느리가 왜 전화하길 바라나요. 자식에게 집착하면 안 돼요.”이 작가는 딸이 제일기획을 그만둔다고 했을 때 ‘그 좋은 회사를 왜 그만둘까’라는 의문이 들고 걱정도 됐지만 이유를 꼬치꼬치 묻진 않았다.“자기도 사정이 있겠죠. ‘살다가 힘들면 엄마가 밥은 먹여줄게’라고 했어요. 메일로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다. 다시 광고 일 할지도 모르니까 자기가 마시던 우물에 침 뱉고 나오지는 마라’고 썼어요. 니 인생이지 내 인생이냐 싶었고요.” 장 자크 루소, 톨스토이, 버틀런드 러셀, 마르크스, 사르트르에게 “야, 이노무 자슥들아~~”라고 일갈한 이유를 물었다. “자기는 여러 여자 만나고 자식과 아내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막 살면서 글은 그럴 듯하게 쓰는 사람들은 욕 먹어야 해요. 나도 나이가 있으니까 대문호, 지식인이라도 기분 나쁜 건 뭐라 할 수 있잖아요? 어중이 떠중이에게 욕해 봤자 내 입만 귀찮고요.”이 작가는 결혼 후 남편과 자주 싸웠다고 한다. “같은 학교 선생으로 만났는데도 남편은 남녀가 동등하다는 인식이 전혀 없었어요. 김하나는 엄마 아빠가 싸워서 불안했다고 하는데요, 싸움은 격렬한 대화예요. 제가 갱년기 때 땅으로 꺼질 것 같은 우울증이 안 온 건 참지 않고 남편과 싸움이라도 했기 때문이라고 봐요.(웃음)”그의 글을 보며 ‘100만 번 산 고양이’, ‘사는 게 뭐라고’ 등을 쓴 일본 작가 사노 요코를 떠올리는 독자도 있다. “사노 요코가 살아 있다면 이 작가님과 베프(베스트 프렌드)가 됐을 것”이라고 말한다. “사코 요코는 정말 쿨한 작가죠. ‘사는 게 뭐라고’에서 ‘최후의 여자 사무라이’라는 장이 특히 마음에 들었어요. 여자도 기개가 있어야 하고 자기 심지를 갖고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적극 동의합니다.”이 작가의 별명은 ‘목욕탕의 철학자’, ‘해운대의 현인’, 호는 ‘냉탕’이다. ‘냉탕 이옥선’으로 불린다.(김하나, 황선우가 함께 진행하는 팟캐스트 ‘여둘톡’(여자 둘이 토크하고 있습니다)에 출연해 고민 상담도 해주고 있다.) 한데 이 작가는 책 제목에 ‘어른’이 들어가는 걸 강하게 반대했다.“어른이라고 하면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님이나 경기 여주에서 괴테마을을 운영하는 전영애 서울대 명예교수님처럼 사회에 기여하는 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그런 어른이 아니에요.” ‘의리라면 여자’, ‘엄마가 되면 비겁해진다’ 등 톡톡 튀는 22개 소제목은 모두 이 작가가 정했다. 이 대표는 “소제목 정하기는 고난도의 작업이라 편집자가 막판까지 머리카락을 쥐어뜯는다. 이 책은 소제목을 작가님이 다 정해주셔서 정말 수월하게 작업했다”고 말했다. 이 작가가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건 꾸준히 책을 읽고 세상사에 대해 계속 생각해 왔기 때문이라고 이 대표는 분석한다. “편집은 오탈자 고치는 정도만 했어요. 작가는 글을 쳐내는 것을 가슴 아파하는데 이 작가님은 ‘이건 재미없다. 빼자’고 먼저 말씀하시더라고요. 매주 한 챕터씩 보내는 원고가 손꼽아 기다려질 정도로 책 만드는 과정이 즐거웠습니다.”여러 방송 프로그램에서 이 작가에게 출연 제안이 들어오고 있지만 거절하고 있다. 이 대표가 계속 설득하자 이 작가는 단호하게 말했다. “잘 들으세요, 장수님.(이야기장수 대표여서 그는 ‘장수님’으로 불린다) 내가 80줄이 다 돼 가는 노인입니다. 목욕탕 다니면서 평범하게 살던 사람이라고요.”하지만 이 대표는 “(이 작가님의) 방송 출연은 포기하지 않고 있다”며 씩 웃었다. 책 표지 그림은 이 작가가 매일 목욕탕을 가는 데 착안해 목욕탕 풍경을 그렸다. 띠지도 초록색 때타월로 디자인했다. ‘따뜻한 할머니는 품어주지만, 까칠한 할머니는 해방시킨다’는 띠지 문구는 김하나 작가가 썼다. 이야기장수는 2022년 문학동네 임프린트로 출발해 올해 법인으로 전환됐다.“월급을 받을 때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 제가 편집자와 마케터에게 월급을 줘야 하는 입장이 되니까 무서웠어요. ‘즐거운 어른’은 이야기장수를 운영하는데 기둥이 된 책이에요. 이 작가님은 제게 금전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여유를 주셨습니다.”중학생 때 “노벨문학상을 받는 문인이 되겠다”고 진지하게 말했던 이 대표는 대학 전공도 국어국문학을 선택했다. 문학동네에 입사한 건 1년만 일해서 월급을 모은 뒤 글을 쓰자고 생각했기 때문이란다. 그런데 편집자 업무가 너무나 재미있어서 작가가 되겠다는 생각을 잊었다고 한다.(이 대표는 ‘에세이 만드는 법’을 쓴 작가이기도 하다.) “편집자는 담요 쓰고 교정만 보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요. 놀라운 작가들을 다 만날 수 있더라고요! 꿈꾸던 길을 가지 않아도 된다는 걸 깨달았죠. 다른 선물이 기다리는 게 인생이더라고요.” 이 대표는 평소 신문, 잡지를 꼼꼼하게 보며 글을 잘 쓸 사람을 찾는다.“뚜벅뚜벅 자기 인생을 살아온 분은 이미 예술가이기에 펜을 딱 쥐어주면 진짜 잘 쓰세요. 이 작가님이 그렇죠. 박미옥 반장님은 악수하는 순간 반해 제가 바로 도장 찍자고 했어요. 에세이 ‘형사 박미옥’이 출간됐죠. 이런 분들을 찾아낼 때 정말 짜릿해요.”그는 작가와 책을 알리기 위해 인터뷰 등에 적극 나선다. “일각에서는 ‘편집자는 책 뒤에 있는 사람인데, 작가보다 자기가 더 유명해지려고 한다’는 비판도 있더라고요. 하지만 작가와 책을 한 번이라도 더 알릴 수 있다면 뭐든 할 거예요.”이야기장수는 에세이를 주력으로 하며 소설, 시, 인문 분야 책도 내고 있다.“책은 신비해요. 가슴에 꽂히는 말을 붙잡아놓는 보물 상자 같아요. 일본 미시마샤 출판사 대표님이 ‘나는 노(No) 장르’라고 하셨는데, 저도 그래요. 재미있고 새로운 이야기면 장르에 상관없이 최대한 많은 분들이 읽는 책을 만들고 싶어요.”‘즐거운 어른’은 후속작에 대한 요구도 뜨겁다. 이 작가는 “쓰고 싶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매일 목욕탕 가고, 요가도 하며 친구들 만나는 나의 루틴을 유지하고 싶어요. 3년 후에 생각이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지만 지금은 전혀 쓰고 싶지 않습니다.(웃음)”■‘즐거운 어른’(이야기장수·2024년)은….두 자녀를 키운 이옥선 씨(76)가 인생과 세상에 대한 특유의 쿨한 생각을 거침없이 쓴 에세이다. 자신의 꿈은 심장마비 고독사라고 밝히고, 자녀에게 ‘절대 유명해지지 마라’고 당부한다. 톨스토이, 장 자크 루소 등 글과 행동이 완전히 다른 거장들에게 “야, 이노무 자슥들아~”라고 일갈한다. 가슴이 큰 여자를 좋아하는 남자들에게는 그의 어머니 세대가 했던 말을 들려준다. “어릴 때 다들 젖배를 곯았나~.” 비혼 여성의 증가를 우려하는 시선에 대해 “남자 잘못 만나 인생 망한 여자는 있어도 안 만나서 망한 여자는 없단다”고 말한다. 이 작가는 경남 진주에서 태어나 한양대 사학과를 졸업했다. 진주에서 교사로 3년 정도 생활하다 그만 둔 후 부산에서 두 아이를 키웠다. 같은 학교에 근무하던 국어 교사((고(故) 김창근 동의대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와 결혼했다. 카피라이터 출신인 김하나 작가가 딸이다. 이 작가는 아들과 딸이 태어난 후 5살까지 각각 5년간 육아일기를 썼다. 김하나 작가의 육아일기에 에세이 몇 편을 추가해 ‘빅토리 노트’를 2022년 출간하기도 했다.이 작가는 자유롭고 명랑한 할머니의 삶을 보여준다. 그는 남편을 보낸 후 남편의 제사를 지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집안의 남자 어른들이 다 세상을 떠난 후 시아버지의 기제사에 참석해보니, 동서들과 자신까지 다른 성 씨를 가진 여자들만 남았다는 것. 추석에도 각자 집에서 알아서 지내기로 했단다. 그는 “기제사, 벌초 등 시댁의 모든 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했는데 코로나 기간 동안의 학습으로 굳이 명절이나 제사에 같이 모이지 않는다고 하늘이 벌을 주거나 집구석이 망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썼다. 그는 자신이 세상을 떠나면 제사는 지내지 말고 자녀와 손주들이 그날 시간이 되면 좋은 곳에서 맛있는 밥을 먹으라고 미리 당부했다. 결혼 생활에 대해서는 “해피엔딩은 없다”고 말한다. 부부 중 한 명은 먼저 세상을 떠나는데, 투병하고 장례를 치르는 과정을 남은 한 명이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작가의 남편은 다리를 다친 후 5개월 간 대학병원과 재활병원을 오가며 큰 수술과 각종 치료를 받다 세상을 떠났다. 그는 지금 자신의 나이를 ‘골든 에이지’라고 명명한다. 젊었을 때는 공부해야 하고 이후에는 직장을 다니거나 아이를 키우고 제사를 비롯해 집안 대소사를 챙기는 등 의무가 많았는데, 이제 이를 다 끝내고 자신의 삶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노년에 시간이 많으니 봉사 활동을 하라는 말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할머니가 되면 할 일이 없어 주리를 틀어댈 거라고 멋대로 생각하지만 할머니들도 나름대로의 루틴이 있다”고 말한다. 배우고 싶은 것도 얼마든지 있다고 강조한다. 실제 이 작가는 매일 목욕탕에 가고, 일주일에 세 번 요가를 한다. 친구들과 함께 일주일에 한 번 산책하고 차를 마시며, 일요일에는 헬스장에 간다. 궁금한 게 있으면 유튜브를 찾아보며 공부한다.평소 책을 가까이 하며 자신만의 철학과 내공을 다져온 것도 확인할 수 있다. 고전 문학 작품은 물론 새무얼 스마일스의 ‘인격론’, 마누엘 푸익의 ‘거미여인의 키스’, 노라 에프런의 ‘철들면 버려야 할 판타지에 대하여’, 호스피스 운동의 선구자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인생 수업’, 폴 존슨의 ‘지식인의 두 얼굴’, 지셴린의 ‘다 지나간다’ 등을 읽으며 느낀 단상이 곳곳에 담겼다. 각종 정보가 오가고 스트레스를 푸는 장이 되는 목욕탕 풍경도 세밀화처럼 그린다. 물메기탕 맛있게 끓이는 법을 알려주고, 김장용 배추는 해남산이 좋은지 강원도 고랭지 배추가 좋은지 비교한다. 친정 동네 고추 자랑을 하다 공동구매로 이어지기도 한단다. 건강 관리법 교환은 기본이다. 어린 시절 온 식구가 나서서 장작을 들여오고, 마을 사람들이 다같이 우물을 치는가 하면 공터에서 널뛰기하던 풍경도 떠올린다.시원시원하고 알싸한 글에 웃음이 쿡쿡 터진다. 삶과 죽음을 진지하게 성찰하면서도 새로운 각도에서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뼈 때리는 돌직구를 빵빵 날리는 유쾌하고 지혜로운 어른을 또 한 명 만나게 됐다. 파주=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손효림의 베스트셀러 레시피]많은 사람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는 베스트셀러. 창작자들은 자신이 만든 콘텐츠가 베스트셀러가 되길 꿈꾸지만, 실제로 실현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이 희귀한 확률을 뚫고 베스트셀러가 된 콘텐츠가 탄생한 과정을 들여다본다. 창작자의 노하우를 비롯해 이 시대 사람들의 욕망, 사회 트렌드 등을 확인할 수 있다.‘고양이 해결사 깜냥’ 시리즈얼굴과 배, 다리만 빼고 온 몸이 까만 고양이 깜냥. 어디든 자유롭게 다니는 길고양이 깜냥은 하룻밤 재워 달라거나 먹을 걸 달라고 당차게 말한다. 그리고 각종 문제를 해결한다. 아파트, 태권도장, 편의점, 캠핑장 등에서 펼치는 깜냥의 활약은 기발하다. 맹랑하고 까칠한 듯하지만 은근히 속정 깊은 깜냥을 그린 창작 동화 ‘고양이 해결사 깜냥’(창비)은 2020년 1권이 출간된 후 올해 9월 7권이 나왔다. 시리즈 누적 판매량은 80만 권이 넘는다.(국내 출판계의 베스트셀러 기준은 책 판매량 1만 권이다.) 학습 만화가 강세인 어린이책 분야에서 창작 동화로는 이례적인 기록이다. 지난해 10월, 6권이 출간될 날 교보문고에선 일시 품절되기도 했다. 중국 대만 러시아에 수출됐고 동명의 뮤지컬도 만들어졌다. ‘고양이 해결사 깜냥’을 쓴 홍민정 작가, 담당 편집자인 김솔 창비 어린이출판부 편집자를 3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중앙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한 홍 작가는 방송 작가, 학습지 편집자로 일했다. 전남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돼 동화작가가 됐다. ‘고양이 해결사 깜냥’은 제24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대상을 받으며 독자와 만나게 됐다. “원고를 쓸 때는 당선되면 좋겠다는 마음뿐이었어요. 당선 소식을 듣고는 책으로 나오면 일정 규모의 독자들이 읽어주시면 고맙겠다고 생각했고요. 시리즈가 된 것을 비롯해 해외 수출, 뮤지컬 제작까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에 놀랍고 신기해요.”(홍 작가)홍 작가는 자신이 살던 아파트에서 길고양이를 보고 영감을 얻었다. 길고양이가 주민들을 지켜주는 경비원이라고 상상한 것. 처음 이야기를 구상한 건 2013년이었다. 오래 간직하다 2019년 봄부터 본격적으로 집필했다. 깜냥이가 비를 피하기 위해 아파트 경비실을 찾았다가 주민들을 돕는 이야기다. 엄마가 늦게 퇴근해 단 둘이 있는 형제의 집으로 가 그림책을 읽어주고, 댄스 동아리 오디션을 준비하느라 쿵쿵거리며 층간 소음을 내는 아이의 집에서는 조용하게 춤추는 법을 알려준다. 공모전에 낸 제목은 ‘고양이 경비원 깜냥’이었다. “길고양이를 보면 안쓰러운 마음이 들잖아요. 처음에는 깜냥이 ‘너무 추우니 경비실에 머물게 해 달라’고 사정하는 등 가여운 캐릭터로 그렸어요. 한데 글이 잘 안 써지더라고요. 깜냥을 당차고 밝은 성격으로 바꾸니까 이야기가 쭉쭉 이어졌어요.” 창비는 원고를 보고 시리즈를 기획했다. 제안을 받은 홍 작가는 “이 작품이 시리즈가 될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다. 김 편집자는 “당시 편집부에서 깜냥의 캐릭터가 뚜렷하고 흥미로워 시리즈로 확장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시리즈 계획을 세우고 1권인 ‘고양이 해결사 깜냥1: 아파트의 평화를 지켜라!’를 만들었고 깜냥 인형탈도 제작했다. 깜냥을 알리기 위해 노래와 뮤직비디오도 만들었다”고 말했다. 김재희 작가가 귀엽고 생동감 있게 그린 그림도 매력을 더한다. 책은 나오자마자 사랑받았다.(기자도 1권을 읽고 재미있어서 이후 책이 나올 때마다 챙겨봤다.) 각 도서관에서 이 시리즈는 어린이책 대출 순위 10위 안에 든다. ‘항상 대출 중인 책’으로도 유명하다. 창비는 깜냥 키링을 비롯해 다양한 굿즈를 만들고 팝업스토어도 열고 있다. 홍 작가는 이 모든 것에 대해 “운이 좋았다”며 웃었다.홍 작가는 강아지를 키운다. 2015년 유기견 보호소에서 ‘행복이’를 입양했다.(홍 작가는 동화 ‘낭만 강아지 봉봉’ 시리즈도 쓰고 있다.) 그는 “강아지를 키우면서 다른 동물에게도 마음이 열렸다”고 했다.홍 작가는 ‘깜냥’이라는 이름을 먼저 짓고 캐릭터를 고민했다. 까만 고양이라는 뜻과 함께 ‘스스로 일을 헤아릴 수 있는 능력’이라는 순우리말의 의미도 담았다. 깜냥은 이름처럼 할 수 있는 일을 척척 한다. 눈썰매장에서는 얼음 조각상이 깨지자 이를 재치 있게 수습한다. 캠핑장에서는 휠체어를 탄 아주머니가 남편이 회사일로 자리를 비워 혼자 요리 대회에 나가기 어렵게 되자 깜냥이 함께 대회에 출전해 쉬우면서도 독특한 요리를 만든다. 익숙한 장소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실제 일어날 법한데다가 해결 과정도 억지스럽지 않고 신선해 공감을 자아낸다. 나쁜 인물은 나오지 않는다. 홍 작가는 “특별히 악한 사람이 없어도 살다 보면 문제 상황은 벌어진다”며 “깜냥이 이를 어떤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해결할 지 글을 쓸 때 많이 고민한다”고 했다. 깜냥은 “원래 ~~~안 하지만”이라고 말하면서도 실제 할 건 다 한다. 이 표현은 깜냥의 ‘시그니처 워딩’이 됐다. 이 말은 홍 작가가 쓴 작품 개요에서 비롯됐다. ‘깜냥이 경비실에서 잘 수 있는지 물어본다(원래 아무데서나 안 자는데), 먹어도 되는지 물어본다(원래 아무거나 안 먹는데)’라고 썼던 것. “원하는 게 있는데 얄밉지 않으면서 당당하게 얻어내는 깜냥의 모습은 실은 아이들의 모습이기도 해요. 먹고 싶은데 안 먹고 싶은 척 하면서 달라는 아이들이 있잖아요. 다만 이 표현을 너무 자주하면 안 되니까 횟수를 조절해요. 적절한 양만 딱 들어가게. 향신료처럼요.(웃음)”아파트처럼 친숙한 장소는 바로 글을 쓸 수 있었지만 편의점, 캠핑장 등은 취재했다.“단골 편의점에서 점주님을 인터뷰했어요. 물품 발주서도 보여주며 편의점 운영 방식을 자세히 설명해 주셨죠. 캠핑장도 가족과 함께 다녀왔어요. 캠핑 영상을 찾아보며 반려 동물이 갈 수 있는 캠핑장도 확인했죠.”깜냥이 가는 장소는 홍 작가와 편집자가 상의한다. 물론 결정은 홍 작가의 몫이다. 편의점이 배경인 5권부터는 조심스럽고 겁 많은 길고양이 하품이가 등장한다. 깜냥과 달리 하품이는 실제 길고양이의 특성을 지녔다.“하품이가 깜냥과 성격이 상반돼야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나올 수 있거든요. 사람을 두려워하는 하품이에게 깜냥이 손을 내밀어서 조금씩 세상으로 나오게 해요. 제 성격은 하품이와 비슷해요. 깜냥은 낯선 곳에서 새로운 일도 곧장 해보는데요, 저는 고민을 많이 하거든요.”문장은 이야기를 들려주듯 대화체로 쓴다. 홍 작가는 글을 다 쓴 후 직접 소리 내어 수차례 읽으며 수정을 거듭한다.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한 동화는 대화체를 많이 씁니다.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책을 읽어주는 경우가 많거든요. 깜냥의 움직임을 드러내기에도 대화체가 좋고요. ‘했어’, ‘했지’도 미묘하게 느낌이 달라요. 책 한 권이 원고지 100장 정도 분량인데요, 같은 표현이 반복되지 않도록 목이 아플 정도로 여러 번 읽어요. 그러면 눈으로는 안 보이던 게 과속 방지턱처럼 탁 걸리는 부분이 나타나요.”시리즈는 권선징악이나 특정한 교훈을 강요하지 않는다. 깜냥의 활약을 따라가다 보면 나누고 베푸는 것의 의미를 자연스레 알게 된다.“문제가 되는 상황은 서로 조금만 배려하고 상대방을 이해하면 풀리는 게 많아요. 깜냥은 초능력을 발휘하는 게 아니에요.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배려하니까 문제가 해결되는 거죠.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해결사가 돼 줄 수 있답니다.”책에는 ‘되뚱되뚱’, ‘쭐레쭐레’처럼 리듬감 있는 단어가 많다. 이를 찾기 위해 홍 작가는 사전을 곁에 두고 수시로 살펴본다. 평소 어린이들의 말과 행동을 눈여겨보고 작품에 반영한다. 그는 학교, 도서관에서 초청하고 싶어 하는 인기 강연자로, 어린이와 만나는 일이 많다. “학교에서 ‘희망 급식 메뉴’를 적는 칠판을 보며 아이들이 급식 메뉴에 얼마나 관심이 많은지 알게 됐어요. 아이들이 하는 말 중 인상적인 건 메모하고요.”시리즈에는 경비원, 태권도 사범, 편의점 사장, 캠핌장 직원 등 다양한 직업군이 등장한다. 여성 태권도 사범, 휠체어를 탄 아주머니도 나온다. 홍 작가는 어린이들이 성별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직업, 장애에 대해 편견을 갖지 않도록 더 신경 쓴다고 했다.“내년 여름에 8권이 나올 예정이에요. 깜냥이 가는 장소는 비밀이랍니다.(웃음) 시리즈를 언제까지 쓸진 모르겠지만 마지막 책의 마침표를 찍을 때까지 깜냥이 깜냥다움을 잃지 않게 하고 싶어요. 어린이들이 나중에 커서 잠깐씩 깜냥을 떠올리며 재미있었고 위안을 얻었다고 여기면 좋겠어요.” ■‘고양이 해결사 깜냥’(창비) 시리즈는….어디든 자유롭게 다니는 길고양이 깜냥이 아파트, 편의점, 캠핑장 등 일상 속 공간에서 각종 문제를 해결하는 이야기를 그린 창작 동화다. 깜냥은 이름처럼 얼굴과 배, 다리만 빼고 온 몸이 까맣다. ‘스스로 일을 헤아릴 수 있는 능력’이라는 순우리말의 의미도 있다. 깜냥은 원하는 걸 씩씩하게 요구하고, 도움을 받으면 자신만의 방법으로 갚는다. 2020년 1권이 출간됐고 올해 9월 7권이 나왔다. 1권에서 깜냥은 아파트 경비실에 머문다. 그러다 댄스 동아리 오디션 준비를 하느라 쿵쾅거리며 층간 소음을 내는 아이에게 조용하게 춤추는 법을 가르쳐 준다. 피자 가게(2권)에서는 피자를 꺼리는 할아버지를 위해 느끼하지 않은 ‘쪽파 피자’를 만들고, 태권도장(3권)에서는 태권도를 좋아하지만 태권도장을 더 다닐 수 없게 된 나은이를 담은 영상을 제작한다. 이를 본 부모님은 나은이가 태권도를 계속하게 해준다. 5권부터는 겁 많은 길고양이 하품이와 함께 한다. 캠핑장(7권)에서는 휠체어를 탄 아주머니와 함께 요리 대회에 나간다. 각 상황은 실제 있을 법한데다 깜냥이 신선한 아이디어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자연스러워 공감을 자아낸다. 깜냥은 까칠하면서도 정이 많고 새침하면서도 자상하다. 고마움의 의미로 선물을 건네면 사양하지 않고 받아 유용하게 쓴다. 낯선 곳에서 처음 보는 일을 하는데도 주저함이 없다. 그 과정에서 종종 작은 말썽도 일으키지만 요령 있게 수습한다. 깜냥이 도움을 받고 베풀며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은 나누고 배려하는 것의 의미를 깨닫게 만든다. 깜냥이 다음에는 어떤 곳을 찾아 활약할지 궁금증을 더한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조용주 변호사가 자신이 읽은 책과 사유를 담은 ‘책 속을 걷는 변호사’(궁편책)를 최근 출간했다. 가방에 늘 책 몇 권을 갖고 다니며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 조 변호사는 한 해 100권 가량을 읽는다. ‘책 속을 걷는 변호사’는 그가 지금까지 읽은 책 중 58권을 추려 소개하고 이에 대한 생각을 정리했다. ‘권력의 이동으로 보는 한국사’(이정철 지음), ‘변방의 인문학’(윤태옥), ‘지리의 힘2’(팀 마샬), ‘나무의 죽음’(차윤정), ‘생물은 왜 죽는가’(고바야시 다케히코), ‘철학자와 늑대’(마크 롤랜즈) 등 역사 환경 철학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른다.‘권력의 이동으로 보는 한국사’에서는 신라의 삼국통일과 고려의 후삼국통일 간 차이를 짚는다. 지금 우리는 통일 시대로 향하는 변혁기에 직면했다며 이를 주도할 젊은 신진 세력을 만들어내는 것이 과제라고 말한다. ‘나무의 죽음’에서는 나무가 죽어서 수많은 존재들이 새 생명을 잉태할 공간을 마련해준다는 점에 주목한다. 소멸하여도 없어지는 것이 아니고, 태어났다고 영원한 것도 아니니 다만 겸허히 살다 가는 게 최선이라고 말한다.조 변호사는 어린 시절 돈이 없어 헌책방에서 종일 서서 책을 봤다고 한다. 그는 책에 대해 “나의 자양분이었고, 친구였고, 어른이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끊임없는 공부가 필요한 법조인에게 책과 같은 가르침은 없다고 자부한다”고 강조한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그는 판사로 근무하며 30여 년간 일했다. 서울과 인천에 법무법인 안다를 설립해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서초동의 법조인들을 대상으로 ‘서초독서회’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삼성증권이 공식 유튜브 채널(Samsung POP)에 올린 숏폼 형식의 ‘백만 명이 선택한 ISA’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다. 삼성증권은 “본사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가입자수는 업계 최대로, ‘백만’을 강조하기 위해 숏폼 콘텐츠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숏폼 시리즈는 사랑 고백, 푸쉬업, 권투 샌드백, 바둑 대국 편까지 모두 4편으로 구성했다. ‘백만’이라는 말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이달 13일 기준으로 총 조회수는 151만 뷰를 기록하며 주목받고 있다. 1편 사랑 고백 편에서는 한 남성이 여성 뒤에서 고민하는 모습과 함께 ‘(고)백만은 안 돼’라는 멘트가 나온다. 2편 푸쉬업 편에는 ‘백만 스물 하나, 백만 스물 둘’이라는 말을 넣었다. 3편 권투 샌드백 편에서는 ‘(샌드)백만 쳐야지’, 4편 바둑 대국 편에서는 ‘백만 잡으면 되는데요’ 멘트가 각각 나온다. 삼성증권은 “백만이 선택한 삼성증권 ISA를 알리는 콘텐츠로, 분량이 짧고 위트를 담아 참신한 방식의 마케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방일남 삼성증권 미디어전략팀장은 “2030세대에게 친근하고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ISA 계좌의 특징과 장점을 설명하는 기존의 일반적인 방법 대신 ISA 가입자수 백만 글자를 활용한 언어유희로 콘텐츠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방 팀장은 “앞으로도 재미있고 신선한 방식으로 투자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삼성증권 유튜브 구독자는 209만 명이다. ISA는 개인의 종합적 자산관리를 통해 재산 형성을 지원한다는 취지로 2016년 도입된 절세계좌다. 한 계좌에 다양한 금융상품을 담아 운용할 수 있고 일정기간이 지나면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연간 2000만 원까지, 5년간 누적으로 최대 1억 원까지 납입할 수 있다. 삼성증권은 “주식 거래가 가능한 중개형 ISA 제도가 2021년 도입된 후 ISA 전체 잔고와 가입자수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며 “200만 원까지 비과세(일반형)되고, 주식투자에서 손실이 나면 해외 펀드 등 간접상품에서 발생한 수익과 상계하는 손실상계 제도 등 여러 절세혜택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삼성증권은 중개형 ISA 계좌를 보유한 고객을 대상으로 최대 30만 원 상당의 상품권을 지급하는 ‘Made by You 중개형 ISA 이벤트’를 12월 말까지 실시한다. 이벤트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삼성증권 홈페이지나 모바일앱 ’엠팝(mPOP)’을 참고하면 된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뮤지컬 ‘해적’인생을 건 거칠고 매혹적인 모험 外일확천금을 꿈꾸며 바다로 나아가던 18세기 초. 해적이었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홀로 지내는 17살 루이스 앞에 아버지의 친구라고 주장하는 해적 캡틴 잭이 나타난다. 루이스가 틈틈이 보던 아버지의 항해 일지에서 발견한 장미와 해골 표식 그림이 실은 보물섬 지도라고 한다. 루이스는 잭과 함께 보물섬을 찾아 나선다. 사생아라는 이유로 태어난 순간부터 외면 받아온 뛰어난 총잡이 앤, 패배를 모르는 검투사 메리가 합류한다. 긴 항해 끝에 보물섬을 찾아내지만 갑판장 하워드가 반란을 일으키고, 해적을 잡는 해적 헌터의 추격까지 받는데….인생역전을 노리며 목숨을 건 해적들의 여정이 짜릿하게 펼쳐진다. 2019년 초연된 창작 뮤지컬로, 제작사 콘텐츠플래닝이 작품을 보강해 2021년과 지난해에 이어 올해 공연 중이다. 저마다 사연을 지닌 색깔 또렷한 캐릭터들은 활기를 불어넣는다. 갖가지 소동을 겪으며 차츰 우정과 사랑을 키워가는 과정도 몰입도를 높인다. 2인극으로 1인 2역에, 배우의 성별에 관계없이 남성과 여성 역할을 모두 맡는 젠더프리 캐스팅 형식을 도입했다. 루이스와 앤 역은 박규원 최호승 임예진 임찬민이 맡았다. 잭과 메리는 주민진 랑연 김지온 정우연이 연기한다. 배우들은 탄탄한 기량으로 역동적인 이야기를 매끄럽게 이어가며 무대를 꽉 채운다. 임찬민은 잭이 항해에 데려가지 않으려하자 보물섬 지도를 외운 후 먹어치우는 당찬 루이스를 깜찍하게 연기한다. 사생아라는 이유로 받아온 모멸감을 세상에 돌려주겠다며 분노에 찬 앤도 서늘하게 소화한다. 랑연은 거칠어 보이지만 빈틈 많고 속정 깊은 잭, 냉철하고 두려움을 모르는 메리로 자유자재로 변신한다. 이들은 터질 듯한 고음도 시원하게 내지르며 열기를 뿜어낸다.에너지 가득한 중독성 짙은 넘버, 해적선에 올라탄 듯 실감나는 무대 디자인도 매력을 더한다. 내년 2월 2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링크아트센터 벅스홀. 5만∼7만 원. 뮤지컬 ‘클로버’, 고단한 현실에서 마주한 달콤한 유혹 할머니와 반지하방에서 사는 소년 정인. 햄버거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틈틈이 폐지를 모아 팔지만 생활은 늘 쪼들린다. 제주로 가는 수학 여행비 35만 4260원을 마련하는 건 엄두도 낼 수 없어 포기한다. 하지만 좀 더 나은 삶을 꿈꾸며 오늘도 달린다. 일주일 간 휴가를 받아 고양이의 모습으로 지상에 내려온 악마 헬렐. 정인 앞에 나타난 헬렐은 정인의 집에 일주일 동안 머물게 해주면 대가를 주겠다고 말한다.정인은 헬렐을 집에서 지내게 해 주지만 그의 말을 귀담아 듣진 않는다. 하지만 햄버거 가게에서 억울하게 해고되고, 할머니마저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비를 마련할 길이 막막해지자 정인은 잔인한 현실에 분노한다. 헬렐은 아름다운 바닷가, 신나는 놀이동산, 놀라울 정도로 맛있는 고급 요리가 가득한 세상들을 정인에게 하나하나 보여주며 선택만 하면 이를 가질 수 있다고 속삭인다. 제15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인 ‘클로버’(나혜림 지음)를 원작으로 만든 초연작이다. 헬렐 역은 고상호, 강찬, 임태현이 맡았다. 정인 역에는 김경록, 홍성원, 최민영이 발탁됐다. 유쾌하고 능청맞은 헬렐, 그의 말에 한마디도 지지 않고 꼬박꼬박 받아치는 정인은 웃음을 자아낸다. 헬렐은 인간의 욕망을 자극해 마음 속 어두움을 끌어내려 하지만 음산한 악마와는 거리다 멀다. 정인이 좋아하는 소녀에게 받은 클로버가 잘 자랄 수 있도록 화분을 햇볕 드는 곳으로 옮겨준다. 고상호는 발랄하고 때론 엉뚱하지만 인간을 유혹하는 본분(?)에 충실하려는 헬렐을 매끄럽게 표현한다. 그의 표정과 동작 하나하나에 웃음을 터뜨리는 관객이 적지 않다. 최민영은 팍팍한 현실에도 주눅 들지 않고 자기 길을 가는 정인을 단단하게 그려낸다.자신이 처한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거절하기 힘든 제안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생각하게 만든다. 내년 1월 26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자유극장. 5만5000∼6만6000원. 독자를 초대합니다독자 20명(10쌍)에게 공연 관람 기회를 드립니다. 동아일보 골든걸 인스타그램 ‘동아일보 골든걸(@goldengirl_donga)’에서 응모해주세요. 문의: 뮤지컬 ‘해적’R석 7만 원 상당 10명(5쌍)뮤지컬 ‘클로버’R석 6만6000원 상당 10명(5쌍)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홍콩에서 태어나 캐나다, 미국에서 자란 소년이 있다. 어머니가 일을 했기에 혼자 밥을 차려 먹어야 했던 소년은 냉동식품을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었다. 그런 음식에 조금씩 질려가던 어느 날, 냉동식품을 직접 조리해 먹었다. 맛이 완전히 달랐다. 그 때부터 소년은 음식을 만드는데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TV 요리 프로그램도 눈여겨봤다. 그리고 요리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미국 뉴욕의 유명 식당 ‘다니엘 블뤼’ 등에서 프랑스 요리를 배웠다. 홍콩으로 돌아온 그는 2015년 식당 ‘베아(VEA)’를 열고 프랑스 요리와 중국 요리를 결합한 요리를 선보였다. 처음에는 낯설다는 반응에 어려움을 많이 겪었지만 같은 요리를 수십 번씩 만들며 애쓴 끝에 미슐랭 1스타를 받았다. 그 바로 아래층에 2021년 식당 ‘윙(Wing)’을 열고 ‘경계 없는’ 형식의 중국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24절기에 맞춰 제철 재료를 사용하는 윙은 올해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에서 5위에 올랐다. 안성재 셰프가 극찬한 식당이기도 하다. 베아와 윙은 홍콩은 물론 해외에서도 주목하는 유명 식당이 됐다. 셰프 비키 쳉(39)의 이야기다.비키 쳉을 지난달 28일 홍콩에서 만났다. 그는 하루에도 수없이 계단을 오르내리며 두 식당을 운영하는 것에 대해 “식재료를 구입하고 사용할 때 시너지가 난다”며 웃었다. 그는 어떻게 프랑스 요리와 중국 요리를 결합하게 됐을까. “요리는 먹는 사람과 그 지역이 중요합니다. 이에 맞춰 응용해야죠. 홍콩에서 프랑스 요리와 중식을 결합한 식당을 연 건 이를 즐길 사람들이 있고 그게 가능한 지역이라고 봤기 때문입니다. 중식을 알리고 싶은 마음도 컸고요. 서양인은 해삼을 낯설어하고 그 특유의 질감을 좋아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어떻게 하면 서양인이 해삼을 즐기게 할까 고민하다 해삼을 스프링롤처럼 튀겼어요. 그랬더니 다들 맛있게 먹더라고요.”윙에서 지난달 29일 해삼 스프링롤을 맛봤다. 해삼이 지닌 쫀득함과 롤의 바삭함이 흥미롭게 어우러졌다. 해삼 스프링롤은 윙을 대표하는 요리 중 하나가 됐다. 그는 “사람들이 음식을 맛보고 이를 만든 셰프가 누군지 안다면 최고일 것”이라며 웃었다.윙의 음식은 기름지거나 자극적이지 않고 재료와 소스가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뤘다. 요리마다 모양이 정교하고 때론 화려해 작품 같았다. 머리카락을 땋은 것처럼 모양을 낸 훈제 가지, 손가락 한 마디 정도 크기인 중국 배추를 생강 소스에 조려 초록색 꽃이 활짝 핀 것처럼 담은 접시에는 젓가락을 대기 조심스러웠다. 칠리 소스를 얹은 굴과 계란, 알래스카 킹크랩은 신선하고 감칠맛이 났다. 시그니처 크리스피 치킨은 껍질이 바삭하면서도 베어 물면 육즙이 나와 고소했다. 생선 부레를 얹은 덮밥은 쫀득하면서 양념한 밥과 담백하게 어우러졌다. 요리 사이사이에는 우롱차, 자스민차 등 다양한 차를 제공해 요리를 하나씩 제대로 맛볼 수 있었다. 요리마다 잘 어울리는 와인도 각각 곁들여 풍미를 더했다.이런 요리를 만들어내기까지, 그는 재료 1g의 차이에 따른 맛까지 일일이 확인하며 연구했다. 그에게 좋은 셰프가 되기 위한 요건을 물으니 가장 먼저 인내심을 꼽았다. “요리는 끊임없이 배우고 연구하고 또 연습해야 합니다. 혹독한 이 과정을 계속 견디는 힘이 필요하죠. 팀워크도 중요해요. 요리는 처음엔 혼자 시작하지만 손님이 음식을 맛보게 하려면 여러 사람이 함께 일해야 하니까요. 12시간 계속 일할 수 있는 체력은 기본이고요.”프랑스 요리와 중국 요리를 결합한 그만의 요리를 만들어낸 비결은 무엇일까. “셰프로서 정체성은 스스로 찾아야 합니다. 조급해하지 말고 자신이 누구인지 생각해야죠. 요리에 대한 편견도 버려야 합니다. 보통 중식 요리사는 이탈리아 요리, 프랑스 요리를 할 수 없다고 여기지만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이런 고정 관념을 깨고 싶었어요.” 그의 인생에서 가장 잊을 수 없는 요리는 뭘까. 어떤 질문에도 곧바로 유창하게 답하던 그는 한동안 침묵을 이어갔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차슈덮밥입니다.”그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어린 시절 저희 집은 가난해서 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껏 먹기 어려웠어요. 제가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받아오면 어머니는 차슈덮밥을 사오셨습니다. 차슈덮밥은 진짜 맛있었고 그 순간 참 행복했습니다. 그래서 공부를 잘하려고 더 노력했어요. 차슈덮밥은 제게 ‘행복’을 떠올리게 만듭니다.” 그가 셰프가 되겠다고 하자 어머니만 지지했을 뿐 다른 가족들은 모두 반대했다고 한다. “20여 년 전만해도 셰프가 지금처럼 인기 있는 직업이 아니었어요. 최근 미디어에서 보여주는 화려함에 이끌려 셰프가 되려는 젊은이들이 많아요. 하지만 실력을 갖춘 셰프가 되려면 절대 잊지 말아야 합니다. 셰프가 있어야 할 곳은 무대가 아니라 주방이라는 것을요.”홍콩=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연말이 다가온다. 고마운 사람, 소중한 사람에게 마음을 담아 선물을 건네고 싶어진다. 추운 날씨에 피부를 촉촉하고 생기 있게 만들어주는 화장품도 선물하기에 좋다. 아모레퍼시픽은 각 브랜드별로 2024년 홀리데이 컬렉션을 선보였다.설화수 대표 제품으로 구성설화수는 눈 내리는 분위기를 표현한 2024년 홀리데이 컬렉션을 출시했다. “당신의 의미있는 순간에 설화수가 함께 합니다”라는 의미를 담았다. 설화수는 “전통 자개의 은은한 광채를 활용해 고급스려운 분위기를 자아낸다”고 설명했다. 이번 컬렉션은 ‘윤조에센스 6세대 세트’, ‘자음생크림 리치 세트’, ‘퍼펙팅 쿠션 에어리’까지 총 3가지 세트로 구성된다.윤조에센스 6세대 세트는 윤조에센스를 비롯해 자음생캡슐세럼, 자음생크림, 순행클렌징오일, 시그니처 진생 페이셜 솝으로 구성했다. 설화수는 “오랜 시간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설화수의 대표 제품을 폭넓게 사용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자음생크림 리치 세트는 올해 리뉴얼 출시된 자음생 제품에 2024 홀리데이 오너먼트로 꾸렸다. ‘퍼펙팅 쿠션 에어리’는 본품과 리필 제품을 함께 구성했다. ‘21N1’과 ‘23N1’의 두 가지 색상이 있다. 설화수는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썸트렌드에 따르면 지난 4년간 설화수는 감사와 존경의 의미를 담아 선물하고 싶은 브랜드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몽환적 꿈의 여정-따뜻한 연말 일상 헤라는 홀리데이 한정판 ‘드림스케이프 보야지 컬렉션(Dreamscape Voyage Collection)’을 내놓았다. 헤라는 “‘몽환적인 꿈의 여정’을 콘셉트로 한 이 컬렉션은 꿈의 여정을 안내해 주는 나침반, 열쇠, 지도 등을 디자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아이 섀도, 립 오일, 쿠션 케이스를 한정판 디자인으로 만들었다. 연말 분위기에 어울리는 메이크업을 할 수 있게 고급스러운 색상과 반짝이는 홀로그래픽 펄감의 제품들로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홀리데이 쿼드 아이 컬러’는 4가지 색상과 입자 크기가 다양한 글리터로 된 4구 구성의 아이 섀도다. 헤라는 “과감한 글리터부터 맑고 은은한 펄까지 다양하게 함유해, 원하는 부위에 포인트를 주는 하이라이터로도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센슈얼 홀리데이 립 오일’은 2가지 색상으로 구성됐다. 각도에 따라 다른 빛을 낸다. ‘클라우드 나인’은 입술을 촉촉하게 해주고 펄을 더한다. ‘라벤더 샤워’는 선명한 색상의 립 제품 위에 덧바르면 은은한 골드 펄이 부드러운 분위기를 만들어준다.‘홀리데이 리미티드 쿠션 케이스’는 기존 헤라 쿠션 제품에 사용할 수 있다. 나침반을 모티프로 했으며 은색 케이스 위에 흰 가죽 소재를 더했다. 블랙 쿠션 파운데이션, 스킨 래디언트 글로우 쿠션, 컴피 쿠션 스프레더까지 호환이 가능하다.에스트라도 홀리데이 한정판 기획세트를 선보였다. 에스트라는 “일러스트레이터 이슬아 작가와 협업해 피부를 연구하는 연구원들이 사는 마을을 표현했다”며 “한겨울에도 연구를 멈추지 않으며 행복하고 따뜻한 연말을 보내는 그들의 일상을 창문을 통해 들여다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기획세트는 ‘아토베리어365 크림 더블’과 ‘아토베리어365 크림&미스트 듀오’로 나뉜다. 각 세트에는 이슬아 작가의 일러스트를 담은 엽서 2장이 포함된다. 에스트라는 “일본, 베트남, 태국, 미국 등 해외 고객을 위한 한정판 세트를 추가로 선보인다. 나라별로 디자인과 구성을 다르게 했다”고 밝혔다.아토베리어365 크림은 2018년 출시된 후 누적 판매 500만 개를 넘었다. 에스트라는 “민감한 피부에 특화된 고밀도 세라마이드를 함유해 피부 장벽을 강화하고 보습효과도 좋다”고 설명했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매 순간 내리는 결정에 따라 가는 길이 달라진다. 어떤 선택은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기도 한다. 갈림길 앞에서 차분하게, 혹은 과감하게 결단하며 삶을 채색하는 이들을 그린 뮤지컬을 만나보자. ● 뮤지컬 ‘해적’ - 인생을 건 거칠고 매혹적인 모험일확천금을 꿈꾸며 바다로 나아가던 18세기 초. 해적이었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홀로 지내는 17살 루이스 앞에 아버지의 친구라고 주장하는 해적 캡틴 잭이 나타난다. 루이스가 틈틈이 보던 아버지의 항해 일지에서 발견한 장미와 해골 표식 그림이 실은 보물섬 지도라고 한다. 루이스는 잭과 함께 보물섬을 찾아 나선다.사생아라는 이유로 태어난 순간부터 외면 받아온 뛰어난 총잡이 앤, 패배를 모르는 검투사 메리가 합류한다. 긴 항해 끝에 보물섬을 찾아내지만 갑판장 하워드가 반란을 일으키고, 해적을 잡는 해적 헌터의 추격까지 받는데….인생역전을 노리며 목숨을 건 해적들의 여정이 짜릿하게 펼쳐진다. 2019년 초연된 창작 뮤지컬로, 이후 제작사 콘텐츠플래닝이 작품을 보강해 2021년과 지난해에 이어 올해 공연 중이다. 저마다 사연을 지닌 색깔 또렷한 캐릭터들은 활기를 불어넣는다. 갖가지 소동을 겪으며 차츰 우정과 사랑을 키워가는 과정도 몰입도를 높인다. 2인극으로 1인 2역에, 배우의 성별에 관계없이 남성과 여성 역할을 모두 맡는 젠더프리 캐스팅 형식을 도입했다. 루이스와 앤 역은 박규원 최호승 임예진 임찬민이 맡았다. 잭과 메리는 주민진 랑연 김지온 정우연이 연기한다. 배우들은 탄탄한 기량으로 역동적인 이야기를 매끄럽게 이어가며 무대를 꽉 채운다. 임찬민은 잭이 항해에 데려가지 않으려하자 보물섬 지도를 외운 후 먹어치우는 당찬 루이스를 깜찍하게 연기한다. 사생아라는 이유로 받아온 모멸감을 세상에 돌려주겠다며 분노에 찬 앤도 서늘하게 소화한다. 랑연은 거칠어 보이지만 빈틈 많고 속정 깊은 잭, 냉철하고 두려움을 모르는 메리로 자유자재로 변신한다. 이들은 터질 듯한 고음도 시원하게 내지르며 열기를 뿜어낸다. 에너지 가득한 중독성 짙은 넘버, 해적선에 올라탄 듯 실감나는 무대 디자인도 매력을 더한다. 내년 2월 2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링크아트센터 벅스홀. ● 뮤지컬 ‘클로버’ - 고단한 현실에서 마주한 달콤한 유혹 할머니와 반지하방에서 사는 소년 정인. 햄버거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틈틈이 폐지를 모아 팔지만 생활은 늘 쪼들린다. 제주로 가는 수학 여행비 35만 4260원을 마련하는 건 엄두도 낼 수 없어 포기한다. 하지만 좀 더 나은 삶을 꿈꾸며 오늘도 달린다. 일주일 간 휴가를 받아 고양이의 모습으로 지상에 내려온 악마 헬렐. 정인 앞에 나타난 헬렐은 정인의 집에 일주일 동안 머물게 해주면 대가를 주겠다고 말한다.정인은 헬렐을 집에서 지내게 해 주지만 그의 말을 귀담아 듣진 않는다. 하지만 햄버거 가게에서 억울하게 해고되고, 할머니마저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비를 마련할 길이 막막해지자 정인은 잔인한 현실에 분노한다. 헬렐은 아름다운 바닷가, 신나는 놀이동산, 놀라울 정도로 맛있는 고급 요리가 가득한 세상들을 정인에게 하나하나 보여주며 선택만 하면 이를 가질 수 있다고 속삭인다. 제15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인 ‘클로버’(나혜림 지음)를 원작으로 만든 초연작이다. 헬렐 역은 고상호, 강찬, 임태현이 맡았다. 정인 역에는 김경록, 홍성원, 최민영이 발탁됐다. 유쾌하고 능청맞은 헬렐, 그의 말에 한마디도 지지 않고 꼬박꼬박 받아치는 정인은 웃음을 자아낸다. 헬렐은 인간의 욕망을 자극해 마음 속 어두움을 끌어내려 하지만 음산한 악마와는 거리다 멀다. 정인이 좋아하는 소녀에게 받은 클로버가 잘 자랄 수 있도록 화분을 햇볕 드는 곳으로 옮겨준다.고상호는 발랄하고 때론 엉뚱하지만 인간을 유혹하는 본분(?)에 충실하려는 헬렐을 매끄럽게 표현한다. 그의 표정과 동작 하나하나에 웃음을 터뜨리는 관객이 적지 않다. 최민영은 팍팍한 현실에도 주눅 들지 않고 자기 길을 가는 정인을 단단하게 그려낸다.자신이 처한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거절하기 힘든 제안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생각하게 만든다. 내년 1월 26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자유극장.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홍콩에서 태어나 캐나다, 미국에서 자란 소년이 있다. 어머니가 일을 했기에 혼자 밥을 차려 먹어야 했던 소년은 냉동식품을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었다. 그런 음식에 조금씩 질려가던 어느 날, 냉동식품을 직접 조리해 먹었다. 맛이 완전히 달랐다. 그 때부터 소년은 음식을 만드는데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TV 요리 프로그램도 눈여겨봤다. 그리고 요리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미국 뉴욕의 유명 식당 ‘다니엘 블뤼’ 등에서 프랑스 요리를 배웠다. 홍콩으로 돌아온 그는 2015년 식당 ‘베아(VEA)’를 열고 프랑스 요리와 중국 요리를 결합한 요리를 선보였다. 처음에는 낯설다는 반응에 어려움을 많이 겪었지만 같은 요리를 수십 번씩 만들며 애쓴 끝에 미슐랭 1스타를 받았다. 그 바로 아래층에 2021년 식당 ‘윙(Wing)’을 열고 ‘경계 없는’ 형식의 중국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24절기에 맞춰 제철 재료를 사용하는 윙은 올해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에서 5위에 올랐다. 안성재 셰프가 극찬한 식당이기도 하다. 베아와 윙은 홍콩은 물론 해외에서도 주목하는 유명 식당이 됐다. 셰프 비키 쳉(39)의 이야기다. 비키 쳉을 지난달 28일 홍콩에서 만났다. 그는 하루에도 수없이 계단을 오르내리며 두 식당을 운영하는 것에 대해 “식재료를 구입하고 사용할 때 시너지가 난다”며 웃었다. 그는 어떻게 프랑스 요리와 중국 요리를 결합하게 됐을까. “요리는 먹는 사람과 그 지역이 중요합니다. 이에 맞춰 응용해야죠. 홍콩에서 프랑스 요리와 중식을 결합한 식당을 연 건 이를 즐길 사람들이 있고 그게 가능한 지역이라고 봤기 때문입니다. 중식을 알리고 싶은 마음도 컸고요. 서양인은 해삼을 낯설어하고 그 특유의 질감을 좋아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어떻게 하면 서양인이 해삼을 즐기게 할까 고민하다 해삼을 스프링롤처럼 튀겼어요. 그랬더니 다들 맛있게 먹더라고요.”윙에서 지난달 29일 해삼 스프링롤을 맛봤다. 해삼이 지닌 쫀득함과 롤의 바삭함이 흥미롭게 어우러졌다. 해삼 스프링롤은 윙을 대표하는 요리 중 하나가 됐다. 그는 “사람들이 음식을 맛보고 이를 만든 셰프가 누군지 안다면 최고일 것”이라며 웃었다. 윙의 음식은 기름지거나 자극적이지 않고 재료와 소스가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뤘다. 요리마다 모양이 정교하고 때론 화려해 작품 같았다. 머리카락을 땋은 것처럼 모양을 낸 훈제 가지, 손가락 한 마디 정도 크기인 중국 배추를 생강 소스에 조려 초록색 꽃이 활짝 핀 것처럼 담은 접시에는 젓가락을 대기 조심스러웠다. 칠리 소스를 얹은 굴과 계란, 알래스카 킹크랩은 신선하고 감칠맛이 났다. 시그니처 크리스피 치킨은 껍질이 바삭하면서도 베어 물면 육즙이 나와 고소했다. 생선 부레를 얹은 덮밥은 쫀득하면서 양념한 밥과 담백하게 어우러졌다. 요리 사이사이에는 우롱차, 자스민차 등 다양한 차를 제공해 요리를 하나씩 제대로 맛볼 수 있었다. 요리마다 잘 어울리는 와인도 각각 곁들여 풍미를 더했다. 이런 요리를 만들어내기까지, 그는 재료 1g의 차이에 따른 맛까지 일일이 확인하며 연구했다. 그에게 좋은 셰프가 되기 위한 요건을 물으니 가장 먼저 인내심을 꼽았다. “요리는 끊임없이 배우고 연구하고 또 연습해야 합니다. 혹독한 이 과정을 계속 견디는 힘이 필요하죠. 팀워크도 중요해요. 요리는 처음엔 혼자 시작하지만 손님이 음식을 맛보게 하려면 여러 사람이 함께 일해야 하니까요. 12시간 계속 일할 수 있는 체력은 기본이고요.”프랑스 요리와 중국 요리를 결합한 그만의 요리를 만들어낸 비결은 무엇일까. “셰프로서 정체성은 스스로 찾아야 합니다. 조급해하지 말고 자신이 누구인지 생각해야죠. 요리에 대한 편견도 버려야 합니다. 보통 중식 요리사는 이탈리아 요리, 프랑스 요리를 할 수 없다고 여기지만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이런 고정 관념을 깨고 싶었어요.” 그의 인생에서 가장 잊을 수 없는 요리는 뭘까. 어떤 질문에도 곧바로 유창하게 답하던 그는 한동안 침묵을 이어갔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차슈덮밥입니다.”그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어린 시절 저희 집은 가난해서 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껏 먹기 어려웠어요. 제가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받아오면 어머니는 차슈덮밥을 사오셨습니다. 차슈덮밥은 진짜 맛있었고 그 순간 참 행복했습니다. 그래서 공부를 잘하려고 더 노력했어요. 차슈덮밥은 제게 ‘행복’을 떠올리게 만듭니다.” 그가 셰프가 되겠다고 하자 어머니만 지지했을 뿐 다른 가족들은 모두 반대했다고 한다. “20여 년 전만해도 셰프가 지금처럼 인기 있는 직업이 아니었어요. 최근 미디어에서 보여주는 화려함에 이끌려 셰프가 되려는 젊은이들이 많아요. 하지만 실력을 갖춘 셰프가 되려면 절대 잊지 말아야 합니다. 셰프가 있어야 할 곳은 무대가 아니라 주방이라는 것을요.” 홍콩=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손효림의 베스트셀러 레시피]많은 사람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는 베스트셀러. 창작자들은 자신이 만든 콘텐츠가 베스트셀러가 되길 꿈꾸지만, 실제로 실현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이 희귀한 확률을 뚫고 베스트셀러가 된 콘텐츠가 탄생한 과정을 들여다본다. 창작자의 노하우를 비롯해 이 시대 사람들의 욕망, 사회 트렌드 등을 확인할 수 있다.‘나는 도대체 왜 피곤할까’피로에 찌들어 사는 현대인들. 오랜 시간 자고 운동에 사우나까지, 온갖 방법을 써도 피로는 좀처럼 시원하게 풀리지 않는다. 피곤한 건 일상이니 그냥 마음 접고 피로와 더불어(?) 살아야 하는 걸까. ‘나는 도대체 왜 피곤할까’(에이미 샤 지음·김잔디 옮김·북플레저)의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미국 의사인 그는 내과와 알레르기·면역, 두 분야의 전문의다. 두 아이의 엄마인 그는 에너지가 완전히 고갈돼 스스로를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른다. 그러다 운전 중 분리대를 들이받는 대형 교통사고를 내게 된다. 충격을 받은 그는 방법을 찾아 나선다. 우선 호르몬, 면역계, 장 건강이 에너지를 결정한다는 사실을 짚는다. 그리고 에너지를 활성화기 위한 방안을 고민한다. 신선한 재료로 식단을 짜고, 그냥 오랜 시간 굶는 게 아니라 해가 뜨고 지는 시간에 맞춰 간헐적 단식을 하는 등 여러 방법을 직접 시도해본다. 에너지를 되찾은 그는 피로를 호소하는 환자들에게도 이를 적용해 효과를 봤다고 말한다. ‘나는 도대체 왜 피곤할까’는 올해 7월 출간된 후 4개월간 3만 권이 판매됐다.(국내 출판계의 베스트셀러 기준은 책 판매량 1만 권이다.) 피로를 푸는 법을 다룬 책은 이미 많이 출간됐다. 그런데 이 책이 주목받은 이유는 뭘까. 책을 출간한 배상현 책읽어주는남자출판그룹 북플레저 본부장(42)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15일 만났다. “전승환 책읽어주는남자 대표님이 지난해 9월 이 책을 검토해 보자고 제안했습니다. ‘아마존을 살펴보다 제목이 재미있어서 눈에 들어왔다’고 하더군요.”원제는 ‘I‘m so effing tired’. 우리말로 ‘나는 너무 개피곤해’ 정도로 옮길 수 있다. “제목을 보자마자 확 와 닿았어요. 속어인 ‘effing’을 사용한 게 특이했고요. 내용은 기존 건강서와 비슷한 듯 하면서도 다른 부분이 있었습니다. 간헐적 단식은 널리 알려졌지만 저자는 해가 뜨고 지는 자연의 섭리에 따라 잠자고 음식을 먹는 ‘생체 리듬 단식’을 제안하는 등 조금씩 차별화된 부분이 보였고요.”2주간 날짜별 단식 시간과 매 식단, 그리고 레시피를 상세하게 소개한 ‘생체 리듬 단식 2주 계획’도 눈길을 끌었다. “대중서는 생활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을 담아야 합니다. 우리나라 독자들은 2주 프로그램, 한 달 프로그램처럼 기간을 정해 방법을 제시하는 것을 특히 좋아하거든요. 의사인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고 실제 효과를 느낀 방법이라고 하니 신뢰가 갔습니다.”저자는 호르몬, 면역계, 장이 어떤 과정을 통해 에너지를 생성하고 또 피로를 느끼게 만드는지 먼저 설명한다. 배 본부장은 “의학적으로 새로운 사실은 많지 않지만 이해하기 쉽게 썼다”고 했다. 전 대표와 배 본부장은 책을 내기로 곧바로 결정했다. 이어 우리말 제목인 ‘나는 도대체 왜 피곤할까’를 금방 떠올렸다고 한다. 제목을 정할 땐 출간 막바지까지 진통을 겪는 경우가 많은데, 단박에 먼저 해결된 것이다. 언뜻 평범해 보이는 이 제목은 많은 이들에게 격한 공감을 불러일으켰다.(기자도 서점에서 제목을 보자마자 책을 집어 들었다.) 계약도 빠르게 진행됐다. 저자는 유명인이 아닌데다 현지에서 2021년 출간된 이 책이 그의 첫 책이어서 저렴한 가격에 판권을 구입했다. 번역은 의학책을 번역한 경험이 있는 김잔디 번역가에게 요청했다. “계약까지는 단숨에 진행됐지만 책을 만드는 과정은 치열했습니다. 의학적인 내용이 담겨 있어 우리말로 옮길 때 틀린 게 없는지 김 번역가와 함께 일일이 다시 확인했어요. 저자는 인도계 미국인으로, 레시피에 인도인과 미국인이 즐기는 재료가 꽤 많아요. 한국에서 구하기 어려운 재료가 포함된 레시피는 저자의 허락을 받아 몇 개 뺐습니다.”배 본부장과 김아영 책임편집자를 비롯해 마케터 등 북플레저 소속 5명은 표지 디자인과 문구도 하나하나 논의했다. 원서 표지는 영어 제목을 크게 쓴 디자인으로 밋밋한 편이다. 논의 끝에 굵은 선으로만 그림을 그리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다. 재미있는 요소를 추가하자는 제안도 있었다. “‘effing tired‘가 우리말로 ‘개피곤’ 정도로 풀이되니까 사람 머리 위에 개를 얹어보기로 했어요. 눈 밑에 다크 서클도 넣고요. 다들 무릎을 쳤죠. 제목이 눈에 띄니까 도드라지게 배치했고요.”‘이 죽일 놈의 피로와 결별하는 법’이라는 부제를 넣고, 표지 아래에는 ‘내가 X피곤한 이유를 이제야 찾았다’는 문구를 배치했다. “완성된 책을 보니 의도한 대로 약간 틀어진 B급 대사를 건네는 느낌이었어요. ‘모두가 함께 잘 깎았다’고들 말했어요. 책마다 만드는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은 조금씩 다른데요, 이 책은 진짜 재미있었어요. 신나게 의견을 주고받고, 자연스레 조율돼 차곡차곡 쌓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책이 속하는 분야는 의학서가 아니라 자기계발서로 정했다. “서점에서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곳에 넓게 배치하는 책이 자기계발서입니다. 의학서는 그렇지 않아요. 서점을 찾은 분들의 눈에 많이 띄는 게 중요하거든요.”피로와 관련된 키워드를 담은 카드 뉴스를 매일 1, 2개씩 올리는 작업을 두 달 가까이 했다. “카드 뉴스는 100개 중에 하나만 터져도 효과가 있어요. ‘왜 자도 자도 피곤할까’, ‘왜 자도 제대로 잔 것 같지 않을까’, ‘생체 리듬 단식’을 앞세운 게 반응이 좋았습니다.” 배 본부장은 출판사에 몸담아 온 16년 중 절반은 편집자로, 절반은 마케터로 일했다.“에세이, 소설책도 만들었지만 제일 많이 작업한 건 자기계발서와 경제경영서예요. 독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책을 만들고 싶습니다. (종이 재료인) 나무에게 죄책감을 덜 느낄 수 있도록 말이죠.(웃음)”■‘나는 도대체 왜 피곤할까’(북플레저·2024년)는….미국 의사로, 두 아이의 엄마인 저자가 극심한 피로를 견디지 못해 대형 교통사고를 낸 후 충격을 받아 피로를 푸는 방법을 찾아 소개했다. 내과와 알레르기·면역, 두 분야의 전문의인 저자는 스스로 이를 실천해 보니 효과가 있었고 피로를 호소한 환자들에게 적용해보니 이들 역시 많이 개선됐다고 말한다. 몸의 에너지는 호르몬, 면역계, 장 건강에 영향을 받는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 3요소를 최적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해가 뜨고 지는 자연의 섭리에 맞춰 생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오후 11시 이전에 잠자리에 들고 7~9시간 정도 자는 게 좋다. 6시간 이하로 자는 건 아예 안 자는 것 못지않게 나쁘다고 말한다. 가공 식품을 피하고 신선한 재료로 만든 음식을 먹는 것도 기본이다. 운동에 답이 있다고 여겨 열심히 운동하는데도 피곤하다면 이 역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스트레스가 심한 사람의 경우 고강도 운동은 일주일에 3회 이하로 제한하라고 말한다. 나머지 날에는 하루 8000~1만2000보 걷기나 요가 등 저강도 운동을 하라고 권한다. 어떤 운동을 하든 하루에 20분은 움직여야 한다. 햇빛을 받으면 가장 좋다. 해가 져서 어두울 때는 가급적 자고 밝을 때 음식을 섭취하는 간헐적 단식을 하는 것도 추천한다. 저자는 이를 ‘생체 리듬 단식’이라고 이름 붙였다. 간헐적 단식은 보통 오후 8시부터 다음날 낮 12시까지, 16시간 동안 음식 섭취를 중단하고 물과 블랙커피만 허용한다. 저자는 단식을 처음 할 경우 오후 7시에서 다음날 오전 7시까지 12시간 동안 천천히 시작하면 체내 시계에서 단식을 받아들여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12시간 단식에 적응하면 14시간이나 18시간까지 단식 시간을 늘릴 수 있다. 저자는 실제 생활에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생체 리듬 단식 2주 계획’이다. 1일차부터 14일차까지 단식 시간과 식사 시간은 물론 그린 스무디, 콜리플라워 수프 등 날짜별로 매 끼마다 뭘 먹는 게 좋은지 정리했다. 차이 라테, 코코아 귀리 시리얼 바, 구운 채소 수프 등 각 식단의 레시피도 함께 소개한다. 단식 시간대에 배가 고프면 물, 차 등을 마시되 너무 배가 고프면 얇게 자른 아보카도, 아몬드 밀크를 조금 넣은 허브차를 마셔도 된다. 식사 시간대에 먹으면 좋은 간식으로는 견과 반 컵, 신선한 베리류 등을 꼽았다. 저자가 인도계 미국인이어서 인도인과 미국인에게 친숙한 재료로 만든 음식이 많다.새로운 내용은 아니지만 몸에서 어떤 과정을 통해 에너지가 만들어지고, 어떤 경우 문제가 생기는지 알기 쉽게 설명한다. 현재 생활 방식과 섭취하는 음식, 운동 형태, 수면 습관 등을 전반적으로 점검해 볼 수 있다. 원제는 ‘I‘m so effing tired’.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서울 영등포구에서 6년째 카페를 운영하는 송찬범 씨(28)는 어린이들을 위한 후원도 6년째 이어가고 있다. 2019년 카페를 시작한 송 씨는 얼마 지나지 않아 팬데믹으로 인해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초록우산을 통한 어린이 후원을 계속해 나갔다. 송 씨는 “통장에 있는 돈이 35만 원일 정도로 어려운 때도 있었다. 하지만 어린이들을 보며 저보다 더 힘든 사람이 많다는 걸 깨닫고 상황을 탓하던 생각을 바꿨다”고 말했다. 그가 생각하는 기부는 단순히 돈을 내는 것이 아니라 ‘함께한다’는 의미다. 그는 “힘든 순간에도 누군가가 함께한다는 걸 알면 기운이 난다는 걸 깨달았다”며 “어려움을 겪는 어린이들이 좀 더 나은 내일을 그리면서 건강하게 자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영아 씨(48)는 2011년 전남 담양군에서 떡갈비 식당을 연 후 그해 말부터 지금까지 어린이들을 후원하고 있다. 박 씨는 매달 마지막 주 월요일 당일 매출의 50%를 어린이들을 위해 기부하는 ‘해피데이’를 열고 있다. 그는 초록우산에 정기후원을 신청하는 고객에 대해 당일 식사비를 50%(1인 기준) 할인해준다. 기존 초록우산 후원자에게는 식사비를 5% 할인해주고 있다. 이에 박 씨는 ‘전남의 키다리 아저씨’로 불린다. 송 씨와 박 씨의 가게에는 ‘초록우산 나눔가게’ 현판이 걸려 있다. 초록우산 나눔가게는 1948년 문을 연 아동복지전문기관 초록우산이 후원자를 알리고 많은 사람이 기부를 친근하게 접할 수 있도록 소상공인과 기업을 대상으로 2007년부터 진행해온 기부문화 캠페인이다. 한 달에 3만 원 이상 정기 후원하는 가게는 초록우산 나눔가게가 될 수 있다. 지금까지 전국에서 1만여 명이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 초록우산은 “후원금으로 보호 대상 어린이가 자립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게 하고 장애가 있는 어린이를 비롯해 복지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는 어린이들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초록우산은 초록우산 나눔가게를 통해 기부에 참여하도록 소상공인연합회와 올해 7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초록우산과 소상공인연합회는 올 한 해 동안 초록우산 나눔가게에 새로 참여하는 곳이 1000개를 넘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초록우산 나눔가게에는 올해 상반기(1∼6월)에 600여 명의 후원자가 새로 참여했다. 어린이들을 위한 봉사 활동도 하고 있다. 초록우산은 후원금으로 어린이의 발달 단계에 맞춰 재능 계발비, 학원비, 학습 기기 지원을 하고 있다. 문화 체험을 하고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기회도 마련하고 있다. 또 가족을 돌보는 어린이와 청소년이 심리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하고 있다.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어린이와 청소년 중 상당수가 고령이거나 장애, 질병이 있는 가족을 돌보고 있기 때문이다. 황영기 초록우산 회장은 “꾸준하게 기부하는 분들의 활동을 지역사회에 알리는 초록우산 나눔가게는 나눔 문화를 확산하는 거점이 되고 있다”며 “보다 많은 분들이 초록우산 나눔가게에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초록우산은 나눔현판과 도어스티커 등 나눔가게 패키지를 눈에 잘 띄는 디자인으로 올해 새롭게 바꿨다. 초록우산 나눔가게 신청자에게는 나눔현판과 도어스티커 3종, 카운터 등에 붙일 수 있는 와블러 2종을 제공한다. 초록우산 나눔가게 참여를 희망하는 후원자는 초록우산 대표번호 또는 사업장 인근 초록우산 지역본부로 문의하면 된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