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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 노조가 통상임금 300% 성과급, 격려금 1000만 원 지급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노조원의 95% 이상이 파업에 찬성하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실제 파업에 돌입하게 되면 이는 2019년 이후 6년 만의 총파업이다. 15일 국민은행 노조에 따르면 전날 조합원을 대상으로 총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한 결과 투표에 참여한 노조원 9702명(투표율 88.22%) 가운데 9274명(95.6%)이 찬성했다. 국민은행 노조는 2024년 임금·단체협상에서 △특별보로금(성과급) 통상임금 300% 지급 △특별격려금(1000만 원) 지급 △중식대 통상임금 반영 △인사제도 태스크포스팀(TFT) 종결 △신규 채용 확대 △원스톱 제도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회사 측은 지난해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 사태의 배상 충당금(8620억원) 등으로 노조의 성과급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고 맞서고 있다. 국민은행 노조는 지난해 12월 26일 임단협 결렬을 선언하고 27일 고용노동부 산하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 조정을 신청했다. 이달 7일 진행된 중노위 1차 조정에서 노사는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이어 13일 2차 조정도 실패했다. 국민은행 노조는 당장 파업 일정은 확정하지 않은 상태다. 회사 측을 압박하면서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경기침체로 최근 수년간 가계·기업 대출이 급증하면서 늘어난 이익으로 성과급을 확대하는 게 적절하느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2023년도 사업보고서상 KB국민은행 직원 1인당 평균 급여는 1억2000만 원 수준이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한국의 일하는 노인 수 자체는 다른 나라들보다 많은 편이며 지금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60세 이상 취업자는 고용시장 성장세를 견인했고 그 결과 한국은 모든 연령대 중 60세 이상 취업자가 가장 많은 나라가 됐다. 하지만 문제는 ‘영 올드’가 산업 현장에서 쌓은 노하우를 살려 활동하는 선진국과 달리 한국 고령층 대부분은 평생 경력과 무관한 단순 노무에 내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일하는 60세 이상 고령층은 1년 전보다 29만8000명 불어난 677만8000명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전체 취업자 수는 12만3000명 늘었는데, 2.4배에 달한다. 그 결과 지난해 60세 이상은 1982년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취업자 수가 가장 많은 연령대로 올라섰다. 10여 년 전만 해도 일하는 노인을 찾아보기 어려웠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2013년 9월까지 60세 이상은 10대를 제외하면 취업자 수가 가장 적은 연령대였다. 하지만 그해 10월 20대 취업자를 뛰어넘기 시작하더니, 2020년 9월 30대, 2023년 5월 40대를 차례로 제쳤고 지난해 9월에는 50대보다도 많아졌다. 지금은 전체 취업자의 4명 중 1명(23.5%·지난해 11월 기준)이 60세 이상이다. 세계적으로도 한국은 고령층의 경제활동이 활발한 나라로 꼽힌다. 2003년엔 65세 이상 10명 중 3명(28.6%)만 일을 하거나 일을 구하는 등 경제활동을 했는데, 2023년엔 38.3%로 껑충 뛰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2003년에도 1등, 2023년에도 1등이다. 2위인 일본과의 격차는 2003년(일본 20.2%) 8.4%포인트였다가 2023년(일본 25.7%) 12.6%포인트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처우는 여전히 열악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 2분기(4∼6월) 65세 이상 임금 근로자가 가구주인 가구 중 월평균 근로소득이 100만 원 미만인 가구의 비율은 46.7%로 절반에 달했다.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65세 이상 근로자 중 절반 가까이는 일해서 받는 돈이 한 달에 100만 원도 안 된다는 의미다. 고령 근로자 절반이 일하는 이유로 ‘생계 유지’를 꼽고 있는 점 역시 일해도 가난한 노인들이 여전히 많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김지연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연구위원은 “중년기 이후 취업자들은 육체적 단순노동에 종사하고 있다”며 “노동 공급이 점점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중장년층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들을 개선해 직무의 연속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특별취재팀▽팀장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회사를) 관두라고 하는 건 차별 아닌가요.” 지난해 말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만난 프랑크 괴틀 씨(67)는 유럽 전역 30여 곳에 지점을 둔 화물 운송 업체의 중역이다. 10년 전에 일찌감치 노후 준비를 끝냈는데도 일을 손에서 놓지 않고 있다. 괴틀 씨는 “작년부터 연금을 받기 시작했지만 현역으로 계속 뛸 것”이라고 했다. 네덜란드, 영국, 독일 등에서 만난 ‘영 올드(Young Old·젊은 노인)’들은 왕성한 경제 활동을 자부하고 있었다. 영국 런던 현지 은행의 위험관리 업무 총괄자인 맵 카트리 씨(64)는 “직장에서 책임을 다하며 느끼는 성취감이 있다”고 했다. 그는 “75세가 넘어도 은행에서 활약하는 사례도 있다. 나 역시 건강만 허락한다면 70대에 새로운 기회를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우리의 현실은 암울하다. 선진국 ‘영 올드’들과 달리 한국의 고령층은 현역 시절 숙련된 기술을 살리지 못한 채 단순 임시직에 그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2022년 기준 55∼64세 국내 임금근로자 중 34.4%는 기간제 근로자 등 임시고용직인 것으로 조사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압도적 1위로 2위 일본(22.5%)과 격차가 10%포인트 이상 났다. 올해부터 1965년생을 시작으로 954만 명 규모의 2차 베이비붐 세대가 순차적으로 은퇴하면 소득 절벽에 시달리는 노인들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은 최근 “구조개혁이 없을 시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040년에는 0%대로 추락할 수 있다”며 “고령층의 노동생산성 향상을 위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유럽선 숙련 인력 ‘귀하신 몸’… 독일 68세 금융인 “정년 2년 지나도 금융회사 일해”〈2〉 ‘영 올드 현역’이 뛴다네덜란드-영국, 정년제도 없애고… 독일은 정년 67세로 단계적 상향민관 플랫폼으로 경제활동 지원한국 고령층 일자리, 복지성 대부분… “직무설계 등으로 질적 성장 유도를”“돈 때문에만 일하는 건 아닙니다. 일을 통해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문화를 접하는 게 여전히 재밌어요.”지난해 말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만난 벨리 아부다크 씨(68)는 2년 전 정년을 맞이했지만 아직도 현지 금융회사에서 활약하고 있다. 아부다크 씨는 “난방비, 관리비 등 웬만한 물가가 다 올랐는데 월급과 연금을 동시에 받기 시작하니 생활비에도 물론 제법 여유가 생겼다”고 말했다.네덜란드 위트레흐트에서 인터뷰한 건축 설계 엔지니어 얀 브륀덜 씨(73)는 네이메헌 지역의 철도 시스템을 개선하는 프로젝트를 맡아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브륀델 씨는 “네덜란드 스히폴 국제공항과 네이메헌을 오가는 열차가 1시간에 세 번 정도 오는데, 이 배차 간격을 줄이기 위해 작업 중”이라며 “2029년까지 완공하는 것이 목표인데 그때까지는 당연히 일을 하지 않겠냐”고 되물었다. 그는 “지금도 업무 의뢰가 계속 들어오는 중”이라며 전기 분야 엔지니어로서 본인의 전문성에 대한 자랑스러움도 내비쳤다.● 유럽에서는 70대도 엔지니어로 활약본보가 네덜란드, 독일, 영국 등의 선진국에서 만난 ‘영 올드’들은 정년 이후에도 숙련자로서 활발히 현장을 누비고 있었다. 정부, 지역사회 등이 이들을 적극 지원하는 가운데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영 올드’ 채용에 나서고 있다. 숙련 노동자가 갈수록 귀해지는 데다 ‘영 올드’ 소비자의 부상에 발맞춰 고령 근로자를 중시하는 움직임이다.아부다크 씨는 “숙련된 인력이 퇴직하지 않고 회사에 오랜 기간 기여하는 게 사회적으로도 중요한 시점”이라며 “주요 분야에서 전문 인력들이 부족해 기업들의 걱정이 많은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브륀덜 씨도 “제법 많은 기업들이 나 같은 숙련 노동자를 필요로 하는 분위기”라며 “대기업들 역시 고령층의 근속 기간을 늘리는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고 했다.실제로 독일 기업 보쉬(Bosch)는 기술력 유지를 위해 ‘시니어 전문가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고령 근로자에게 교육, 멘토 역할을 맡기고 있으며 영국의 보험사 아비바 역시 고용 인력의 3분의 1 이상을 50대로 구성하고 있다.각 정부도 ‘영 올드’들이 일터를 오랫동안 지킬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들을 펼치고 있다. 네덜란드와 영국은 정년 제도를 사실상 없앴으며, 독일은 현재의 정년 연령인 만 65세를 2029년까지 만 67세로 단계적으로 상향하고 있다. 독일 노동사회부 관계자는 “퇴직 이후 재취업을 희망하는 모든 이들을 위해 경력 컨설팅도 제공하고 있다”며 “2023년 1월부터는 조기 퇴직한 고령자도 연금 삭감 없이 추가 소득을 무제한으로 받게 되는 등 퇴직자의 재취업을 다방면으로 장려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정부 차원에서 ‘생애 설계 서비스’를 출시한 사례도 있다. 2020년 영국 노동연금부는 중장년층들이 노후 준비를 스스로 점검하고 재취업 관련 정보를 직접 얻을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 ‘Mid-life MOT’를 출시했다. MOT는 차량의 정기 점검을 의미하는 용어에서 비롯된 것으로, 중장년층이 스스로 삶을 점검하고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파악하자는 취지를 담았다.영국 런던에서 파트타임 컴퓨터 엔지니어로 근무하는 김기정(가명·58) 씨는 “정년을 일괄적으로 정하기보다는 다양한 형태의 고용이 존재하는 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이롭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학교·기업 등도 시니어 일자리 지원교육기관, 지역사회 등도 ‘영 올드’들이 고유한 역할을 맡을 수 있도록 이끌어주고 있다. 네덜란드에서는 레이던, 틸뷔르흐 등 5개 대학이 합심해 노인들을 위한 시니어 학습 프로그램 ‘노인을 위한 고등교육(HOVO)’을 만들었다. 암스테르담자유대에서 HOVO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카롤린 판베르헌 디렉터는 “(프로그램을 통해) 고령층들이 주도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다지고 있다”며 “최근에는 번역일을 하는 60대 학생이 건축 수업을 들은 다음 관련된 책을 번역해 출간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네덜란드에는 은퇴자들을 매년 전 세계 개발도상국의 중소기업으로 파견시키는 ‘PUM’이란 비영리단체도 있다. 베테랑 근로자들의 수십 년간 숙련된 노하우를 필요로 하는 기업에 전수해주는 역할이다. PUM은 1978년 설립된 이래 현재까지 전 세계 4만 개 이상의 기업과 협력해 왔으며, 네덜란드 정부의 재정 지원도 받고 있다.독일에서는 전국 각지에 있는 900여 개의 ‘시민대학’이 영 올드 교육 현장으로 자리 잡았다. 정부 지원하에 양질의 강사진들이 다양한 분야의 교육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한다. ‘시니어사무소’도 독일 고령자의 사회 참여를 돕는 대표적인 기관으로, 50세 이상 구직자들에게 현지 지역 기업 프로젝트 등을 소개하고 연결해준다.전문가들은 한국도 고령층이 양질의 일자리를 갖고 장기간 근무할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기존의 고령자 일자리는 질적인 수준과 지속 가능함이 뒷받침되지 않는 ‘복지성 일자리’가 대부분이었던 게 사실”이라며 “직무 설계, 취업 개선 능력 등을 지원해 시니어 일자리의 질적 성장을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특별취재팀▽팀장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지난해 11월 19일 오후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서덜랜드 ‘부파(BUPA) 은퇴자 마을’ 아파트 안. 수영장을 지나 공용 거실에 들어서자 70, 80대 입주자 11명이 골대가 그려진 매트 위에서 공 굴리기 게임을 하고 있었다. 돌아가며 공을 굴리던 이들은 공이 골대 가까이 갈 때마다 환호하며 박수를 쳤다.공무원으로 일하다 20년 전 은퇴한 제프 듀발 씨(77)도 부인과 함께 4년 전 이곳으로 이사 왔다. 집에서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는 건 물론이고 사교 행사에도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이곳에서의 삶이 만족스럽기 때문이다. 이날도 수중 에어로빅, 공예 수업, 카드 게임 등 입주자들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가 쉴 새 없이 열렸다. 매달 7000호주달러(약 640만 원)씩 나오는 퇴직연금이 있어 750호주달러(약 68만 원)의 관리비도 비교적 저렴하다고 느낀다. 그는 “생활비를 내고 남는 돈은 여행이나 파티, 가족을 위한 선물에 쓴다. 혜택이 좋은 연금 덕분”이라며 웃었다.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늙고 있는 한국에선 찾기 어려운 모습이다. 한국은 지난해 12월 국민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일본(10년), 독일(36년), 프랑스(39년)와는 달리 고령사회가 된 지 불과 7년 만에 초고령사회를 맞이한 것.하지만 ‘실버 시프트’ 준비는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시니어를 중심에 놓고 연금, 정년, 의료, 교육 등 모든 정책과 산업의 큰 그림을 다시 그려야 하는 시점이지만 개혁의 움직임은 더딘 것이다. 건강과 소득을 갖춘 노년층을 일컫는 ‘영 올드(Young Old)’가 소비와 생산의 주체가 되고 있는 선진국과 달리 한국 노년층은 노후 버팀목의 부재 속에 소비를 줄이고 있다. 퇴직연금 연평균 수익률은 최근 10년 기준 2%대에 불과하고, 취업 시장에 뛰어든 노인 절반은 100만 원 아래의 월급을 받는 현실 때문이다.한국 경제성장률이 1%대로 추락하며 저성장이 고착화될 위기 상황에 준비 없이 맞이한 초고령화가 전체 경제 활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2차 베이비붐 세대(1964∼1974년생)의 은퇴에 따라 경제성장률이 2024∼2034년 연 0.38%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정했다.전문가들은 더 늦기 전에 연금부터 의료, 산업 현장까지 모든 사회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될수록 소비가 위축돼 경제에 전방위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새로운 인구구조를 바탕으로 잠재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투자를 아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영올드(Young Old)젊고 건강한 60, 70대 고령자. 이전 세대보다 평균 학력이 높고 구매력을 갖춰 은퇴 이후에도 여행과 취미 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특징이 있다.[실버 시프트, 영올드가 온다] 〈1〉 초고령사회, 갈길 먼 韓 실버시프트호주, 월급 12% 붓는 퇴직연금 기본… 없을땐 月최대 209만원 노령연금英은 기초-퇴직-개인 3중 연금… 노년층 ‘영올드’ 소비-생산 주체 부상韓, 준비없이 초고령사회 진입… 취업제도 개선-연금개혁 서둘러야‘부파(BUPA) 은퇴자 마을’의 여유로운 노인들 뒤에는 호주의 퇴직연금 ‘슈퍼애뉴에이션(슈퍼)’이 자리한다. 1992년 도입된 슈퍼는 기업 규모에 상관없이 월 450호주달러(약 41만 원) 이상을 버는 근로자라면 의무 가입해야 하는 ‘국민 퇴직연금’이다. 의무납입액(월 급여의 11.5%)은 전액 고용주가 내지만 높은 수익률 덕에 근로자들이 여윳돈을 추가로 붓는 경우도 적지 않다. 남편의 슈퍼로 생활하는 닷 비숍 씨(81)는 “남편이 일할 때는 항상 내게 ‘생활비를 얼마나 썼냐’고 묻곤 했지만 은퇴 후에는 돈 걱정이 사라졌다. 2년에 한 번 세계 곳곳을 여행하고 새로운 걸 배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을 오래 쉬어 슈퍼에 미처 많은 돈을 붓지 못한 호주인들에게는 세금으로 지급되는 노령연금이 노후 버팀목이 되어 준다. 67세부터 받을 수 있는 노령연금은 소득과 자산에 따라 차등적으로 지급되는데 1인 기준으로 한 달에 2300호주달러(약 209만 원)까지 받을 수 있다.● 연금-일자리에 선진국은 여유로운데… ‘노후 버팀목’ 없는 한국지난해 말 영국 헨리온템스의 개인 회원제 클럽 필리스 코트에서 만난 캐런 그리브 씨(70)도 “우리 지역 노인들은 운동이나 취미, 동호회 활동에 열심이다. 삶을 즐길 수 있는 돈이 있기 때문”이라며 만족감을 표했다. 영국 국민 누구나 가입하는 기초연금 외에도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이 은퇴 생활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66세 이상이 받는 기초연금은 한 달에 평균 815파운드(약 145만 원)까지 지급되고 있으며, 퇴직연금 수익률도 10년 평균 연 7% 정도다. 이렇듯 영국, 호주 등 선진국에선 탄탄한 다층 연금, 재취업 시장 등을 바탕으로 노년층이 ‘영 올드(Young Old·젊은 노인)’로서 소비와 생산의 주체로 부상 중이다. 반면 준비 없이 초고령사회에 도달한 한국의 상황은 딴판이다. 고령사회가 된 지 불과 7년 만에 국민의 20%가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지만 연금, 산업 구조를 변화된 사회 구조에 맞게 전환하는 ‘실버 시프트’엔 속도가 나질 않고 있다.준비 없는 초고령화 탓에 한국의 고령층은 지갑을 닫고 있다. 은퇴 후 생활비를 충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연금과 부족한 일자리에 소비부터 줄이는 것이다. 퇴직연금의 10년(2013∼2022년 기준) 연평균 수익률이 미국은 7.79%, 호주가 6.72%, 일본은 4.10%인 반면 한국(2014∼2023년 기준)은 2.07%에 불과하다. 전체 적립금의 87.2%가 여전히 예금 등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쏠린 결과다. 자산의 대부분이 부동산에 묶여 있는 점도 한국의 약점으로 꼽힌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고령층 자산의 83.66%는 부동산이었다.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전모 씨(65)도 대출을 끌어다 ‘집 한 채’에 자산을 몰아뒀다가 은퇴 후 자금난에 처했다. 전 씨는 “집을 팔고 싶지만 가격을 1억 원 내려도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 은퇴 후 고정 수입이 100만 원대로 줄어 대출 이자 부담이 상당히 크다”고 했다. 고령층 일자리 시장도 열악하다. 한국의 일하는 노인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많은 37.3%에 달하지만, 이 중 절반 가까운 노인들이 월 100만 원도 못 벌고 있다.● 활력 떨어지는 한국 경제도 조로화 기로초고령화는 한국 경제에도 최대 위협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경제의 허리를 담당하는 생산가능인구(15∼64세) 비중이 2025년부터 70%를 밑돌기 시작해 2050년에는 51.9%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65세 이상의 고령 인구는 2050년 40.1%까지 치솟을 것으로 점쳐진다. 이는 노동생산성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OECD에 따르면 2023년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44.4달러로, OECD 회원국 38개국 중 33위에 머물렀다. 한국은행은 2차 베이비붐 세대(1964∼1974년생)가 은퇴할 경우 2024∼2034년 11년에 걸쳐 연간 경제성장률이 0.38%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진단하기도 했다. 결국 2차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에 발맞춰 제도 개선 논의가 본격화돼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2차 베이비붐 세대의 경우 근로 의지가 강하고 교육 수준 및 디지털 친화력이 높은 만큼 이들의 특성을 반영한 취업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한은에서는 강력한 제도 변화로 이들의 고용률이 증가할 경우 경제성장률 하락폭이 최대 0.22%포인트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기금 고갈을 막기 위한 연금 개혁을 빠르게 추진하는 한편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 노년 일자리 확보와 같은 정책 지원이 급선무라는 진단도 나온다. 로허르 플라녜 네덜란드 사회고용부 연금 프로그램 디렉터는 “연금 개혁을 준비하기 시작한 이후 실제로 유의미한 성과로 이어지기까진 최소 10년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조언했다.특별취재팀▽팀장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 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지난해 11월 19일 오후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서덜랜드 ‘부파(BUPA) 은퇴자 마을’ 아파트 안. 수영장을 지나 공용 거실에 들어서자 70, 80대 입주자 11명이 골대가 그려진 매트 위에서 공 굴리기 게임을 하고 있었다. 돌아가며 공을 굴리던 이들은 공이 골대 가까이 갈 때마다 환호하며 박수를 쳤다. 공무원으로 일하다 20년 전 은퇴한 제프 듀발 씨(77)도 부인과 함께 4년 전 이곳으로 이사 왔다. 집에서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는 건 물론이고 사교 행사에도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이곳에서의 삶이 만족스럽기 때문이다. 이날도 수중 에어로빅, 공예 수업, 카드 게임 등 입주자들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가 쉴 새 없이 열렸다. 매달 7000호주달러(약 640만 원)씩 나오는 퇴직연금이 있어 750호주달러(약 68만 원)의 관리비도 비교적 저렴하다고 느낀다. 그는 “생활비를 내고 남는 돈은 여행이나 파티, 가족을 위한 선물에 쓴다. 혜택이 좋은 연금 덕분”이라며 웃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늙고 있는 한국에선 찾기 어려운 모습이다. 한국은 지난해 12월 국민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일본(10년), 독일(36년), 프랑스(39년)와는 달리 고령사회가 된 지 불과 7년 만에 초고령사회를 맞이한 것. 하지만 ‘실버 시프트’ 준비는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시니어를 중심에 놓고 연금, 정년, 의료, 교육 등 모든 정책과 산업의 큰 그림을 다시 그려야 하는 시점이지만 개혁의 움직임은 더딘 것이다. 건강과 소득을 갖춘 노년층을 일컫는 ‘영 올드(Young Old)’가 소비와 생산의 주체가 되고 있는 선진국과 달리 한국 노년층은 노후 버팀목의 부재 속에 소비를 줄이고 있다. 퇴직연금 연평균 수익률은 최근 10년 기준 2%대에 불과하고, 취업 시장에 뛰어든 노인 절반은 100만 원 아래의 월급을 받는 현실 때문이다. 한국 경제성장률이 1%대로 추락하며 저성장이 고착화될 위기 상황에 준비 없이 맞이한 초고령화가 전체 경제 활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2차 베이비붐 세대(1964∼1974년생)의 은퇴에 따라 경제성장률이 2024∼2034년 연 0.38%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정했다. 전문가들은 더 늦기 전에 연금부터 의료, 산업 현장까지 모든 사회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될수록 소비가 위축돼 경제에 전방위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새로운 인구구조를 바탕으로 잠재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투자를 아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영올드(Young Old)젊고 건강한 60, 70대 고령자. 이전 세대보다 평균 학력이 높고 구매력을 갖춰 은퇴 이후에도 여행과 취미 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특징이 있다.특별취재팀▽팀장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 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고금리·고환율·고물가 등 3고(高) 현상에 따른 경기 한파에도 은행들이 지난해보다 임금 인상률을 높이고 성과급 규모를 확대했다. 대출이 불어난 데다 예대금리차(대출금리―예금금리)도 높아 이자 이익이 불어나며 지난해 호실적을 거뒀기 때문인데, 이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은 곱지 않다. 12·3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정국으로 경제지표에 온통 빨간불이 켜진 가운데 은행들만 이자 장사로 돈 잔치를 벌인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1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의 임금·단체협약(임단협) 결과 국민은행 외 4개 은행의 임금인상률은 일반직 기준 2.8%로 결정됐다. 전년 2.0%보다 0.8%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성과급과 현금성 포인트 등의 보상도 확대됐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올해 성과급으로 기본급의 280%를 책정했다. 지난해(신한 281%, 하나 280%)와 비슷한 수준이다. 신한은행은 현금성 포인트인 마이신한포인트 지급액을 100만 포인트(100만 원 상당)에서 150만 포인트로 늘렸다. 하나은행도 현금 지급액을 100만 원에서 200만 원으로 늘리고, 복지포인트를 50만 원 증액했다. NH농협은행의 경우 통상임금 200%에 현금 300만 원으로 전년 조건을 그대로 유지했다. 우리은행은 2024년 결산이 끝난 후 성과급 규모를 결정할 예정이지만 노조 측은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낸 만큼 성과급 확대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도 노조에서 성과급으로 ‘통상임금 300%와 1000만 원’을 요구하고 있다. 전년 조건(통상임금 280%)보다 대폭 확대된 수준이다. 은행권 노조가 성과급 확대를 요구할 수 있는 것은 역대급 실적 때문이다. 지난해는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 사태가 발생한 데다 시장 금리 하락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은 예대금리차 확대로 순익을 올렸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계대출 관리를 요구하자 은행들이 대출 관리를 명목으로 대출 금리는 올리면서 예금 금리는 내렸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은행권 신규 취급액 기준 예대금리차(1.41%포인트)는 2023년 8월(1.45%포인트) 이후 1년 3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집계됐다. 한편 은행들은 2024년 임단협에서 출산, 육아 혜택 등 임직원 복리후생도 개선했다. 은행권은 산별교섭을 통해 육아기 단축 근로를 확대하기로 했다. 예컨대 초등학교 1, 2학년 자녀를 둔 직원은 30분 늦게 출근할 수 있게 했다. 또 초등학교 입학 자녀 돌봄을 위해 약 두 달간 오전 10시 출근이나 오후 5시 퇴근 등 근로 시간 단축이 가능하다. 배우자 출산휴가의 경우 기존 10일에서 20일로, 난임 휴가를 기존 3일에서 6일로 확대했다. 육아휴직에서 산전후 휴가를 제외하면서 육아휴직 기간도 기존 2년에서 2년 6개월로 늘어났다. 은행 경영현황 공개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5대 은행의 평균 연봉은 1억1265만 원으로 집계됐다. 국민은행이 1억1821만 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하나은행(1억1566만 원) 농협은행(1억1069만 원) 우리은행(1억969만 원) 신한은행(1억898만 원) 순이었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연금 개혁은 보험료 부담이 줄어들면 서비스(수급액 등)도 나빠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한국 정부도 국민연금을 개혁하려면 국민에게 이 시스템을 이해시키기 위한 노력부터 더 해야 할 것입니다.” 세계적 노동경제학자 세이케 아쓰시(清家篤) 일본적십사자 총재 겸 일본 고령화대책위원장(전 게이오대 총장·사진)은 지난해 말 일본적십자사 본사에서 동아일보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앞서 일본의 공적연금인 후생연금도 우리 국민연금과 유사한 진통을 겪었다. 1990년대 장기침체 여파로 2002년 후생연금은 적자로 돌아섰다. 당시 2100년까지 연금 지급액 740조 엔이 필요한데, 480조 엔이 부족하다는 추정치가 나와 연금 고갈 우려가 커졌다. 우리와 다른 점이라면 이를 계기로 2004년 이른바 ‘더 내고, 덜 받는’ 연금개혁이 이어졌다는 점이다. 일본 정부는 보험료율을 13년에 걸쳐 조금씩 올리고, 공적연금 수급 개시 나이 역시 단계적으로 60세에서 65세로 인상했다. 또 이에 발맞춰 노사 합의로 65세까지 계속 고용을 실시하도록 법률을 개정했다. 획일적 정년 연장 추진이 아니라 기업에 60세 이상 고령자에 대한 정년 폐지, 정년 연장, 정년 후 재고용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다. 세이케 총재는 “정부의 연금 개혁에 대한 명확한 모델 제시와 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설득, 연금 지급 개시 나이 인상에 대응한 고용 연장 합의 등이 연금 개혁 성공의 배경”이라고 말했다. 노인 고용 확대 정책을 둘러싼 청년층의 반발이 없었냐고 묻자 “일본은 전반적으로 일손이 부족해 젊은이들 취직이 어렵지 않아 저항이 크지 않았다”라면서도 “노인 일자리 확대로 국민연금 납부자가 늘면 젊은이들은 상대적으로 그 부담이 줄어드는 것”이라며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비인기 정책인 연금 개혁을 위해서는 정치권의 뚝심이 필요하다고도 제언했다. 그는 “태어나지도 않은 미래 세대에 대한 부담 전가는 어떻게라도 막아야 한다는 대명제에 합의가 이뤄져 개혁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연금 개혁은 정치인 입장에서는 비인기 주제”라면서 “한국에서도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처럼 용기 있는 결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여론의 반발이 거셌으나, 10여 년이 지난 현재 연금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해당 정책 추진은 성공적이었다고 평가된다”라고 귀띔했다.특별취재팀▽팀장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 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은행들이 고금리·고환율·고물가 등 3고(高) 현상과 내수 부진에 따른 경기 한파에도 지난해보다 임금 인상률을 높이고 성과급 규모를 확대했다. 은행권 대출이 불어난 데다가 예대금리차(대출금리―예금금리)도 높아 은행들의 이자이익이 커지며 역대급 실적을 냈기 때문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정국에서 경제 지표에 온통 빨간불이 켜진 가운데 은행들은 이자장사로 돈 잔치를 벌인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1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임금·단체협약(임단협) 결과, 국민은행 외 4개 은행의 임금인상률은 일반직 기준 2.8%로 결정됐다. 전년 2.0%에서 0.8%포인트 높아졌다. 또 200%대 성과급에 현금성 포인트 지급도 확대했다. 이날 기준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을 제외한 3개 은행 모두 임금·단체협약(임단협)이 타결됐다.은행권 성과급은 전년 대비 전반적으로 확대됐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올해 성과급으로 기본급의 280%를 책정했다. 지난해(신한 281%·하나 280%)와 비슷한 수준이다. 신한은행은 현금성 포인트인 마이신한포인트 지급액을 100만 포인트(100만 원 상당)에서 150만 포인트로 늘렸다. 하나은행도 현금 지급액을 100만 원에서 200만 원으로 늘리고, 복지포인트를 50만 원 증액했다.국민은행은 노조에서 성과급으로 ‘임금 300%와 1000만 원’을 요구하고 있다. 전년 조건(통상임금 280%)보다 대폭 확대된 수준이다. NH농협은행의 경우 통상임금 200%에 현금 300만 원으로 전년 조건을 그대로 유지했다. 우리은행은 2024년 결산이 끝난 후 성과급 규모를 결정할 예정이다. 노조 측은 지난해 역대 최대실적을 낸 만큼 성과급 확대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해엔 현금성 포인트 200만 원을 지급했지만 올해는 복지포인트 형식으로 300만 원을 주기로 했다.은행권 노조가 성과급 대폭 확대를 요구할 수 있는 것은 은행들이 지난해에도 역대급 실적을 냈기 때문이다. 지난해는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가 발생한데다 시장 금리 하락 상황이라 은행권에 좋은 조건이 아니었다. 하지만 은행들은 예대금리차 확대로 순익을 불려왔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계대출 관리를 요구하자 은행들이 대출 관리를 명목으로 대출 금리는 올리고 시장 금리 하락에 맞춰 예금 금리는 내렸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은행권 신규 취급액 기준 예대금리차(1.41%포인트)는 2023년 8월(1.45%포인트) 이후 1년 3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집계됐다.은행들은 2024년 임단협에서 출산, 육아 혜택 등 임직원 복리후생도 개선했다. 은행권은 산별교섭을 통해 육아기 단축 근로를 확대하기로 했다. 예컨대 초등학교 1, 2학년 자녀를 둔 직원은 30분 늦게 출근할 수 있게 했다. 또 초등학교 입학 자녀 돌봄을 위해 약 두 달간 오전 10시 출근이나 오후 5시 퇴근 등 근로 시간을 단축할 수 있게 해주는 식이다.배우자 출산휴가는 기존 10일에서 20일로, 난임 휴가를 기존 3일에서 6일로 확대했다. 육아휴직에서 산전후 휴가를 제외하면서 육아휴직 기간도 기존 2년에서 2년 6개월로 늘어났다.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까지 5대 은행의 누적 순익은 약 11조7883억원으로 전년 동기(약 11조3282억원)보다 4.06% 늘었다. 은행 직원의 급여 역시 높은 수준이다. 은행 경영현황 공개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5대 은행의 직원 근로소득은 평균 1억1265만원으로 집계됐다. 국민은행의 평균 연봉이 1억1821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하나은행(1억1566만원)·농협은행(1억1069만원)·우리은행(1억969만원)·신한은행(1억898만원) 순이었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50, 60대 중장년 자영업자들의 대출 규모가 빠르게 불어나는 가운데 이들의 대출액이 700조 원대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절반가량은 금융회사 3곳 이상에서 돈을 빌려 더 이상 추가 대출이 어려운 다중 채무자였다. 노후 대비에 나서야 할 5060 자영업자들이 빚에 짓눌려가고 있는 셈이다. 12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강일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개인사업자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금융권에서 돈을 빌린 개인사업자는 336만8133명이었다. 이들이 금융권에서 빌린 개인사업자대출과 가계대출 등 총 대출 잔액은 1125조3151억 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50, 60대 자영업자의 대출잔액이 전 연령대 대출잔액 총합의 절반을 초과했다. 50대 자영업자의 대출잔액은 366조3836억 원(32.6%), 60대 이상 자영업자의 경우 370조9036억 원(33.0%)이었다. 두 연령대를 합치면 전체 대출금액의 65%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은퇴 후 소득 절벽에 대비해야 하는 이들의 빚 규모가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고령층 자영업자들의 대출 규모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23년 12월 말 대비 전체 연령층의 대출 증가율은 0.2%에 그쳤지만, 60대 이상 자영업자의 대출은 같은 기간 22조8667억 원(6.6%)이나 불어났다. 다중채무자인 고령층 자영업자가 늘고 있다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다중채무자는 3곳 이상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린 채무자로, 추가 대출이나 돌려막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를 뜻한다. 50, 60대 다중채무자 자영업자를 모두 합치면 총 95만7971명(47.1%)으로, 2명 중 1명이 추가 대출이 어려운 한계에 다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층은 통상 20, 30대에 비해 재취업 등 재기 기회가 적은 데다가 12·3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으로 내수 부진이 심화되고 있어 이들의 빚 부담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50, 60대는 노동시장에서 괜찮은 일자리를 얻기가 거의 불가능해 스스로 자기 일자리를 만들어서 생계를 해결한다. 영업이 어려워도 더 이상 내몰릴 데가 없어 대출로 버티는 경우가 많다”며 “최근 내수가 많이 위축되면서 이 같은 문제가 고령층 자영업자의 대출잔액 수치에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의 자금난을 반영하듯 최근 자영업자의 대출 연체율은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말 기준 은행권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0.65%로 전년 동월(0.51%) 대비 0.14%포인트 올랐다. 2022년 10월 말(0.22%) 대비로는 2년 새 3배 가까이로 치솟았다. 한은이 지난달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도 3분기 말 기준 전체 자영업자의 대출 연체율은 1.70%로, 2015년 1분기(2.05%) 이후 9년여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더 늦기 전에 채무 조정과 재취업 교육 등 지원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소상공인·자영업자 채무조정 프로그램인 ‘새출발기금’을 기존 30조 원에서 40조 원 이상으로 늘렸다. 또 금융당국은 올해 정책서민금융을 11조 원 규모로 공급하고 내수 부진에 대응해 상반기에 집중 집행하기로 했다. 하 교수는 “고령층 구직 지원 등 일자리 정책 강화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금융당국이 무차입공매도 방지를 위해 7일부터 공매도 거래법인에 대한 등록번호 발급 서비스를 개시한다. 3월 31일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금융당국에 등록한 법인만 공매도 거래를 할 수 있게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공매도 시장이 정상화되면 12·3 비상계엄 선포 사태 등 정국 혼란으로 국내 증시를 떠났던 해외 투자자들이 다시 돌아오게 될지 주목된다. 금융감독원은 7일부터 대규모 공매도 거래법인에 등록번호 발급서비스를 시작한다고 6일 밝혔다. 앞서 금융당국은 2023년 11월 불법 공매도를 막을 수 있는 전산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 바 있다. 해외 및 기관 투자가들이 주식을 빌려놓지도 않고 파는 등 불법 무차입 공매도로 주가를 의도적으로 떨어뜨리고 있다는 비판에 따른 것이었다. 이에 금융당국은 3월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무차입 공매도를 방지할 수 있는 공매도 중앙점검 시스템(NSDS)을 구축 중이다. 이제 공매도 잔액이 0.01% 또는 10억 원 이상인 모든 공매도 거래법인의 경우 공매도 등록번호를 발급받아야 한다. 금융당국에 등록한 법인만 공매도 거래를 할 수 있게 해 무차입 공매도 여부를 상시 확인하겠다는 의도다. 법인은 등록번호를 신청하면서 법인뿐 아니라 법인 내 독립 거래단위별 계좌정보 등도 금감원에 제출해야 한다. NSDS는 공매도 등록번호를 발급받은 투자자의 모든 주문을 등록번호별로 집계해 여러 증권사나 계좌를 이용하더라도 무차입공매도 여부를 상시 탐지한다. 금감원은 “등록번호 발급을 통해 실체성 있는 투자자만이 대규모 공매도 거래를 하도록 허용하면서 투명성이 제고될 것”이라며 “NSDS가 등록번호를 통해 모든 공매도 거래의 매매 잔액과 거래 내역을 구분할 수 있게 되면서 빈틈없는 불법공매도 감시체계가 구축된다”고 설명했다. 1년 5개월 만에 공매도가 재개되면서, 국내 증시에 공매도가 불러올 영향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주식을 빌려 팔아 수익을 내는 공매도는 모든 선진국에 보편화된 투자 기법이고 시장의 과도한 거품을 빼는 순기능도 있다. 이를 전면 금지하는 선진국이 없어 공매도 금지 당시 논란이 됐으며 해외 투자자들은 공매도 허용을 지속적으로 요청해 왔다. 공매도 중단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진입에도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금융업계에선 공매도 재개 시 일시적인 충격으로 증시가 하락할 수 있지만 해외 투자자의 신뢰 회복으로 이후 반등세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공매도가 재개되면 증시가 하락할 것이라는 게 당초 전망이었지만 지금 분위기는 긍정적”이라며 “해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로 들어올 유인이 생겨 장기적으론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금융당국이 무차입공매도 방지를 위해 7일부터 공매도 거래법인에 대한 등록번호 발급 서비스를 개시한다. 금융당국에 등록한 법인만 공매도 거래를 할 수 있게 준비함으로써 3월 31일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당국이 본격 막바지 작업에 들어간 것이다. 공매도 시장이 정상화되면 12·3 비상계엄 선포 사태 등 정국 혼란으로 국내 증시를 떠났던 해외투자자들이 다시 돌아오게 될지 주목된다.금융감독원은 7일부터 대규모 공매도 거래법인에 등록번호 발급서비스를 시작한다고 6일 밝혔다. 금융당국은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제도개선 방안으로 무차입 공매도 예방, 사후 점검을 위한 공매도 전산시스템 구축을 추진해왔다. 앞서 금융당국은 2023년 11월 불법 공매도를 막을 수 있는 전산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 바 있다. 해외 및 기관 투자자들이 주식을 빌려놓지도 않고 파는 등 불법 무차입 공매도로 주가를 의도적으로 떨어뜨리고 있다는 비판에 따른 것이다.금융당국은 무차입 공매도를 방지할 수 있는 공매도 전산시스템(NSDS)을 구축 중이다. 이에 따라 공매도 잔고가 0.01% 또는 10억 원 이상인 모든 공매도 거래법인의 경우 무차입 공매도 발생 개연성이 있는 거래를 하기 위해선 공매도 등록번호를 발급받아야 한다. 금융당국에 등록한 법인만 공매도 거래를 할 수 있게 함으로써 무차입 공매도 여부를 상시 확인하겠다는 의도다.법인은 등록번호를 신청하면서 법인뿐 아니라 법인 내 독립 거래 단위별 계좌정보 등을 금감원에 제출해야한다. 금감원은 투자자 실체와 독립 거래 단위 요건 충족 여부 등을 심사한다. NSDS는 공매도 등록번호를 발급받은 투자자의 모든 주문을 등록번호별로 집계해 여러 증권사나 계좌를 이용하더라도 무차입공매도 여부를 상시 탐지한다.금감원은 “등록번호 발급을 통해 실체성 있는 투자자만 대규모 공매도 거래를 할 수 있게 된다”며 “NSDS가 모든 공매도 거래의 매매 잔고와 거래내역을 구분할 수 있게 되면서 빈틈없는 불법공매도 감시체계를 구축하며 공매도 거래 투명성이 제고될 것”이라고 밝혔다.금감원은 기관 내 잔고관리 시스템 구축을 완료한 투자자 순으로 등록번호 발급을 순차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이후 금감원은 투자자가 수탁 증권사 점검 등을 통해 공매도 재개를 위한 사전요건을 조성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국내 증시에서 1년 5개월 만에 공매도가 재개되면서, 국내 증시에 공매도가 불러올 영향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주식을 빌려 팔아 수익을 내는 공매도는 모든 선진국에 보편화된 투자 기법이고 시장의 과도한 거품을 빼는 순기능도 있다. 이를 전면 금지하는 선진국이 없어 공매도 금지 당시 논란이 됐었으며 해외투자자들은 공매도 허용을 요청해 왔다. 금융업계에선 공매도 재개 시 일시적인 충격으로 증시가 하락할 수 있지만 해외 투자자의 신뢰 회복으로 이후 반등세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공매도가 재개되면 증시가 하락할 것이라는 게 당초 전망이었지만 지금 분위기는 긍정적”이라며 “공매도 재개로 가격 거품이 빠지는 등 해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로 들어올 유인이 생겨 장기적으론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윤석열 대통령 최측근으로 알려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3일 공개적으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힘을 실어줬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에 이어 주요 경제 수장들이 연달아 최 권한대행을 지지하고 나섰다.이 원장은 3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범금융 신년 인사회’에서 “한은 총재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금융감독원도 최상목 권한대행께서 경제 시스템을 정상적으로 이끌기 위해 노력하는 데 부족함이 없도록 지지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계속 지원하겠다고 약속드린다”고 말했다.검사 출신으로 윤 대통령 최측근으로 분류돼온 이 원장은 사전 배포한 원고에는 없던 이러한 내용을 현장에서 추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원장은 “금융시장 안정, 가계부채 관리 등 최대한 할 수 있는 역할을 해서 (한은의) 통화정책 결정이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도록 최대한 지원하겠다”고도 덧붙였다.이창용 총재는 이틀 연속 최 권한대행 지지를 이어갔다. 이 총재는 이날 신년 인사회에 참석해 “최 권한대행께서 굉장히 어려운 결정을 해주셔서 정치와 경제가 분리돼 움직일 수 있다는 인식을 줄 수 있는 출발점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계속되더라도 경제만큼은 안정적으로 간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금융권의 노력을 당부했다.이 총재는 전날에도 최 권한대행을 강력하게 두둔한 바 있다. 이 총재는 국회가 추천한 헌법재판관 세 명 중 두 명을 임명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데 대해 “최 권한대행을 비난만 하지 말고 그렇게 안했을때 경제가 어떻게 될건지 얘기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통화정책과 관련해선 “정치, 경제적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물가, 성장, 환율 가계부채 등 고려할 점이 많다”며 “어떤 확정된 방향을 잡고 가기보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리스크 요인을 점검하면서 금리 인하 속도를 적절히 조절하는 게 중요한 과제”라고 밝혔다.김병환 금융위원장은 “건전성과 유동성을 바탕으로 금융이 이번 어려움을 이겨내는 우리 경제의 보루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또 외환위기를 언급하며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대내외 환경의 급변에도 우리 금융 시스템이 흔들리지 않도록 손실 흡수 능력을 충분히 확보하는 등 위기 대응 역량 강화에 신경 써달라”고 주문했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가 3일 오전 긴급 서버 점검을 벌이면서 돌연 2시간 넘게 거래가 중단됐다. 업비트는 앞서 12·3 비상계엄 선포 사태 당시에도 서비스 장애가 발생해 1시간 넘게 먹통이 된 바 있다.업비트는 3일 오전 6시 26분경 “시스템 모니터링 과정에서 체결 진행에 이슈가 있는 것으로 확인돼 긴급 서버 점검을 진행한다”고 밝히면서 2시간가량 체결, 주문 등 모든 거래가 중단됐다. KRW, BTC, USDT마켓 등 전체 마켓의 체결과 주문이 모두 중단됐으며 코인 모으기 서비스도 중단됐다.업비트는 오전 8시 37분경 서버점검을 마치면서 현재 거래가 재개된 상황이다. 업비트는 공지사항을 통해 “거래재개는 일부 디지털 자산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라며 “재개 과정에서 불안정성이 확인되는 경우 점검을 연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업비트 관계자는 “시스템 모니터링 과정에서 체결 진행에 이슈가 있는 것으로 확인돼 긴급 서버 점검을 진행했다. 서버 인프라 문제였으며 체결, 주문 등을 제외한 원화와 코인 입출금은 정상적으로 작동했다”고 설명했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하나은행이 NH농협, 신한, KB국민은행에 이어 만 40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새해부터 은행권도 대대적인 세대교체와 조직 슬림화를 위해 희망퇴직을 단행하는 것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2일부터 6일까지 준정년 특별퇴직 신청을 받는다. 특별퇴직 대상은 31일 기준 만 15년 이상 근무하고 만 40세 이상인 일반 직원이다. 특별퇴직자로 선정되면 특별퇴직금으로 연령에 따라 최대 24∼31개월 치 평균임금을 받는다. 지난해 초 진행된 희망퇴직과 같은 조건이다. 1969년 하반기∼1972년생의 경우 자녀 학자금, 의료비, 전직 지원금 등도 받을 수 있다. 하나은행은 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31일 해당자들의 퇴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지난해 말 NH농협은행을 시작으로 은행권에선 줄줄이 희망퇴직을 진행 중이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10년 이상 근무자 중 만 40∼56세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특별퇴직금으로는 연령에 따라 최대 20∼28개월 치 임금을 지급하는 조건이었다. 신한은행도 지난해 12월 13일부터 17일까지 38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대상자를 30대 직원까지 넓힌 가운데 총 500여 명이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퇴직금은 지난번과 동일하게 출생연도에 따라 월평균 임금의 7∼31개월분이다. KB국민은행 역시 지난해 12월 16일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지난번에는 1972년생까지 신청을 받았지만 올해는 1974년생까지 대상을 넓혔다. 특별퇴직금은 전년도와 동일한 수준인 18∼31개월 치 임금을 지급하기로 했으며 자녀 학자금, 재취업 지원금 등을 별도로 준다. 이렇듯 은행들이 연이어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나섰지만 경기 침체 등 불안한 환경 때문에 실제 희망퇴직 신청 인원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이직을 하려고 해도 빠른 디지털화로 인해 인력 수요가 많이 감소했다. 현재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 재취업에 대해 비관적인 분위기”라고 말했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금융당국이 새해부터 3년간 회계, 감사 관련 지배구조 우수 기업들을 대상으로 ‘감사인 주기적 지정’을 3년간 유예해주기로 했다. 지배구조 우수 기업은 자유롭게 감사인을 선임할 수 있는 기간이 기존 6년에서 9년으로 확대되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과 함께 이러한 내용을 담은 ‘회계·감사 지배구조 우수 기업에 대한 주기적 지정 유예 방안’을 31일 발표했다. 감사인 주기적 지정제는 기업이 6년 연속 자율적으로 감사인을 선임하면 다음 3년은 금융당국이 감사인을 지정하는 제도다. 감사인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감사 품질을 높이기 위해 2017년 외부감사법 전면 개정 당시 도입됐다. 앞서 금융위는 지배구조 우수 기업을 선정해 주기적 지정을 일정 기간 ‘면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회계 투명성 강화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일었다. 이에 금융위는 이번에 회계업계, 기업, 학계 등과 협의를 거쳐 지정 면제가 아닌 3년간 ‘유예’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현재 상장사 중 총 749곳이 감사위원회를 설치해 신청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공시 자료 등으로 시뮬레이션한 결과 감사위 설치 기업 749곳 가운데 5∼10% 정도가 유예 신청 기준을 충족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상장사 중 감사위원회를 설치하고, 개정 외감법이 시행된 2018년 후 1년 이상 지정 감사를 받은 기업인 경우 주기적 지정 유예 심사를 신청할 수 있다. 최근 3년 내 자본시장법 위반 등 결격 사유가 발생했다면 불가능하다. 금융위는 1분기(1∼3월) 평가위원회를 구성하고 6∼7월 지정 유예를 원하는 회사들의 신청을 받을 계획이다. 3분기(7∼9월) 중 평가위원회 평가,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 의결을 거쳐 유예 대상을 결정한다. 다만 이번 유예 방안은 주기적 지정제 원점 재검토 착수가 예정된 2027년까지만 시범 운영한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금융당국이 내년부터 3년 간 회계, 감사 관련 지배구조 우수 기업들을 대상으로 ‘감사인 주기적 지정’을 3년 간 유예해주기로 했다. 지배구조 우수 기업은 자유롭게 감사인을 선임할 수 있는 기간이 기존 6년에서 9년으로 확대되는 것이다.금융위원회는 31일 금융감독원과 함께 이러한 내용을 담은 ‘회계·감사 지배구조 우수기업에 대한 주기적 지정 유예 방안’을 발표했다. 감사인 주기적 지정제는 기업이 6년 연속 자율적으로 감사인을 선임하면 다음 3년은 금융당국이 감사인을 지정하는 제도다. 감사인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감사 품질을 높이기 위해 2017년 외부감사법 전면 개정 당시 도입됐다.앞서 금융위는 지배구조 우수기업 기업을 선정해 주기적 지정을 일정 기간 ‘면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회계 투명성 강화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일었다. 이에 금융위는 이번에 회계업계, 기업, 학계 등과 협의를 거쳐 지정 면제가 아닌 3년간 ‘유예’하는 방안을 확정했다.금융위에 따르면 현재 상장사 중 총 749곳이 감사위원회를 설치해 신청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공시 자료 등으로 시뮬레이션 결과 감사위 설치 기업 749곳 가운데 5~10% 정도가 유예 신청 기준을 충족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상장사 중 감사위원회를 설치하고, 개정 외감법이 시행된 2018년 후 1년 이상 지정 감사를 받은 기업인 경우 주기적 지정 유예 심사를 신청할 수 있다. 최근 3년 내 자본시장법 위반 등 결격 사유가 발생했다면 불가능하다. 금융위는 2025년 1분기(1~3월) 평가위원회를 구성하고 6~7월 지정 유예를 원하는 회사들의 신청을 받을 계획이다. 2025년 3분기(7~9월) 중 평가위원회 평가,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 의결을 거쳐 유예 대상을 결정한다. 다만 이번 유예 방안은 주기적 지정제 원점 재검토 착수가 예정된 2027년까지만 시범 운영한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내년부터 금융회사에 예금했을 때 보호받을 수 있는 예금액이 현행 5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2배 늘어난다. 대출 중도상환 수수료는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며 영세·중소가맹점의 카드 수수료율은 0.05∼0.1%포인트까지 인하된다. 금융위원회는 이러한 내용 등을 담은 ‘2025년 새해부터 달라지는 금융제도’를 30일 발표했다. 우선 금융회사에 예금을 하는 경우 보호받을 수 있는 예금액은 2001년 이후 24년 만에 현행 5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상향된다. 개정된 예금자보호법이 1월 공포되면 1년 이내에 시행될 예정이다. 계좌번호 입력 실수 등으로 잘못 송금한 돈을 예금보험공사가 대신 반환받아 돌려주는 제도인 ‘착오송금 반환 지원’도 내년 1월 중 대상 금액이 기존 5000만 원 이하에서 1억 원 이하로 확대된다. 수취인의 자진 반환 요구 기간은 3주에서 2주로 단축한다. 내년 1월 13일부터는 대출 중도상환 수수료도 낮아진다. 금융사가 자금 운용 차질에 따른 기회비용과 대출 관련 행정·모집비용 등 실제 발생한 비용 외에 다른 비용을 중도상환 수수료에 부과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행 1.2∼1.4% 수준인 주택담보대출 중도상환 수수료율은 0.6∼0.8%로, 0.6∼0.8%인 신용대출 중도상환 수수료율은 0.3∼0.4%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한국씨티은행과 한국YWCA연합회가 함께하는 금융교육 프로그램 ‘씽크머니’가 2025년 20주년을 맞이한다. 2006년 시작된 씽크머니는 청소년들의 경제적 자립 역량을 키우고 올바른 금융 가치관을 심어주는 체험형 금융교육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학생들이 예산 설계, 소비 습관 형성, 모바일 금융 등 다양한 교육 활동을 통해 금융과 경제활동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실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설계됐다. 특히 디지털 금융 체험 공간인 ‘펍핀’은 학생들에게 실질적이고 재미있는 학습 경험을 제공하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은 금융 지식 확산과 경제적 자립 지원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 있다. 한국씨티은행 임직원들은 사전 강사 훈련을 통해 전문성을 갖추고 금융교육봉사단의 강사로 직접 활동하며 프로그램 운영에 기여하고 있다. 또 한국YWCA연합회 및 JA코리아와 같은 비영리단체들과 협력하며 전국 각지의 청소년들에게 맞춤형 금융교육을 제공해 교육의 질과 접근성을 강화해왔다. 한국씨티은행의 금융교육은 다양한 배경을 가진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특히 아동보육시설에서 매월 보호 아동들이 기본적인 경제와 금융 개념을 쉽게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 지역 아동센터와 다문화가정, 한부모가정을 대상으로 진행된 금융교육은 이들의 경제적 자립을 준비할 수 있는 실질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 기여했다. 한국씨티은행은 청소년을 넘어 다양한 사회적 취약계층으로도 금융교육을 확대해왔다.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금융교육은 실질적인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고 있다. 성공적인 독립을 돕기 위한 자립생활백서도 발간했다. 느린학습자 청년들에게는 소비 습관과 자산 관리 능력을 키우는 맞춤형 교육을 제공한다. 한국씨티은행은 금융감독원이 주관하는 ‘1사 1교 금융교육’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까지 전국 175개 학교와 결연을 맺고 매년 약 600회의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씨티은행은 2월 금감원이 주최한 ‘1사 1교 금융교육 우수사례 시상식’에서 금융감독원장상을 수상했다. 한국씨티은행 관계자는 “한국씨티은행의 금융교육 활동은 개인의 경제적 자립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목표로 꾸준히 발전해 왔다”며 “금융소외계층과 청소년, 더 나아가 사회 전반의 금융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금융당국이 당초 연내 발표할 예정이었던 실손보험 개혁안 발표가 무기한 연기됐다. 비상계엄 당시 계엄사령부 포고령에 담긴 ‘전공의 처단’ 문구에 반발한 의사들이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 불참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금융위원회에 당초 19일로 예정된 관련 공청회를 취소 통보했다.앞서 금융위, 보건복지부는 19일 의료개혁을 위해 발족한 의료개혁특위와 함께 공청회를 열고 실손보험 개혁을 위한 정부안을 발표하기로 했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비급여·실손보험 개혁 주체인 복지부와 금융위가 개편 방향을 확정해 정부안을 만들어놨고 이를 바탕으로 의견을 들어보는 작업만 남은 상태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3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금융당국이 추진해온 실손보험 개혁도 유탄을 맞았다. 당시 발표된 계엄사령부 포고령에는 ‘전공의를 비롯하여 파업 중이거나 의료 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하여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 시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고 적시됐다. 이에 대한병원협회 등이 ‘처단’이라는 표현을 문제 삼으며 의료개혁특위 참여를 중단했다. 이후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실손보험 개혁은 계획대로 이달 말 발표할 것이라고 못박았지만 사실상 개혁안은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금융당국 관계자는 “탄핵 정국이지만 금융 정책은 계획대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기치 아래 연내 반드시 추진하자고 했던 게 실손보험 개혁안”이었다며 “최대한 이른 시일에 공청회를 개최하기 위해 복지부와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내년 2월부터 연매출 30억 원 이하 영세·중소가맹점의 카드 수수료율이 최대 0.1%포인트 인하된다. 304만 곳이 넘는 영세·중소가맹점의 카드 수수료 부담이 연간 약 3000억 원 줄어든다. 금융위원회는 17일 서울 중구 여신금융협회에서 카드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카드 수수료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대내외 불확실성과 내수 부진 등으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며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리기 위해 개편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개편 방안은 감독규정 개정 등을 거쳐 내년 2월 14일부터 적용된다. 개편 방안에 따라 연매출 3억 원 이하의 영세가맹점의 신용카드 수수료율은 현행 0.50%에서 0.40%로 0.1%포인트 낮아진다. 중소가맹점으로 분류되는 곳 가운데 연매출이 3억 원에서 5억 원 사이인 가맹점은 1.10%에서 1.00%로 인하된다. 매출 5억∼10억 원은 1.25%에서 1.15%로, 10억∼30억 원은 1.5%에서 1.45%로 각각 낮아진다. 체크카드 수수료율은 모든 연매출 30억 원 이하 영세·중소가맹점에 대해 0.1%포인트씩 인하된다. 3억 원 이하 영세가맹점의 체크카드 수수료율은 0.25%에서 0.15%로 낮아지고, 매출 3억∼5억 원의 중소가맹점은 현행 0.85% 대신 0.75%가 적용된다. 매출 5억∼10억 원은 1.00%에서 0.90%로, 10억∼30억 원은 1.25%에서 1.15%로 각각 인하된다.금융위는 이번 수수료율 인하로 영세·중소가맹점 약 304만6000곳의 카드 수수료 부담이 평균 8.7%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특히 영세가맹점 연평균 카드 수수료 부담은 18만9000원에서 14만4000원으로 4만5000원 감소한다. 만약 연매출이 2억 원인 영세가맹점이 내년에 신용카드로 1억6000만 원, 체크카드로 4000만 원의 매출을 올린다면 수수료 경감액은 20만 원에 달한다. 이번 개편으로 약 178만6000곳의 영세·중소 전자지급결제대행(PG) 하위 사업자도 평균 9.3%의 수수료 부담을 경감받는다. 연매출이 30억 원이 넘지만 1000억 원 이하인 일반가맹점의 카드 수수료율도 앞으로 3년 동안 동결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카드업계가 감내 가능한 범위에서 자율적으로 추진하는 것으로 동네 대형마트 등이 주로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 당국은 현재 3년마다 이뤄지는 적격비용 재산정 주기를 원칙적으로 6년으로 조정하기로 했다. 다만 관계기관과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별도 위원회가 3년마다 점검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적격비용 재산정이 이뤄질 수 있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