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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은 트럼프를 암살하려 한 적이 없으며 그럴 계획도 없다.”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 줄곧 적대 관계였던 이란이 미국에 유화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온건파’ 마수드 페제슈키안 이란 대통령(사진)은 14일 미국 NBC뉴스 인터뷰에서 일각에서 제기했던 트럼프 당선인에 대한 이란의 암살 시도를 정면으로 부인했다. 이란 정부 또한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의 진화를 위해 소방 인력을 보내 돕겠다고 제안했다. 2023년 10월 발발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의 휴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AP통신은 하마스가 이스라엘과의 휴전 협정 초안을 이미 수락했다고 14일 보도했다. 다만 휴전 협상의 성사 가능성과 무관하게 이스라엘은 이날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곳곳을 맹폭했다. ● 이란 대통령 “美와 전쟁 추구하지 않아” 페제슈키안 대통령은 이날 ‘트럼프 당선인을 암살하려는 음모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이스라엘이 이란 공포증을 조장하기 위해 고안한 계획”이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지난해 11월 미 법무부는 트럼프 당선인을 암살하라는 임무를 받은 이란 정부 요원을 적발해 기소했다. 하지만 페제슈키안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인에 대한 암살을 시도한 적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한 그는 “이란은 중동 및 세계 평화와 긴장 완화에 전념하고 있다”고 했다. 재집권한 트럼프 당선인이 이란의 핵개발을 막기 위해 군사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우리는 전쟁을 두려워하지 않지만 전쟁을 추구하지도 않는다. 트럼프 당선인과 대화에 나설 수 있다”고 거듭 평화 메시지를 강조했다.트럼프 당선인은 집권 1기 당시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가 이란과 맺은 이란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전격 탈퇴했다. 분노한 이란은 국제기구의 핵시설 사찰을 거부하며 농축 우라늄 비축량을 늘려 왔다. 트럼프 1기 행정부가 2020년 1월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무인기(드론)로 공개 암살하자 양측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다. 이랬던 이란의 태도가 유화적으로 변한 것은 가자전쟁의 후폭풍, 고질적인 경제난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마스, 하마스를 지지했던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는 이번 전쟁 과정에서 이스라엘의 거듭된 공격으로 궤멸적 타격을 입었다. 역시 이란과 밀착했던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전 대통령 또한 지난해 12월 정권을 잃고 러시아로 해외 도피했다. 이 여파로 이란의 중동 내 입지는 대폭 좁아졌다. 고물가, 생필품 품귀 등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도 상당하다. 이 와중에 “이란에 ‘최대 압박(maximum pressure)’ 기조를 복원하겠다”며 경제 제재 강화 의사를 밝힌 트럼프 당선인까지 재집권함에 따라 이란 또한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절실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캘리포니아주 화재 진압을 돕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모하마드 레자 아레프 이란 부통령은 14일 “연결된 세계에서 한 사람의 고통은 모두의 고통”이라며 “산불로 피해를 본 모든 이에게 위로를 전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특사, 네타냐후에 협상 압박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 협상도 타결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양측은 13일 협상에서 휴전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철수 방안을 놓고 마지막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하마스가 미국 시민권자 인질을 안전한 곳으로 옮겨 우선 석방하는 작업도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랫동안 교착 상태였던 이 협상의 진전 또한 “(나의 재집권 전) 인질을 석방하지 않으면 중동에 지옥이 열릴 것”이라며 타결을 압박한 트럼프 당선인의 영향이 컸다. 다만 14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최소 17명의 가자 주민이 숨졌고 하마스 내부에서도 휴전 협상을 둘러싼 이견이 존재한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임현석 기자 lhs@donga.com}
미국 공화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공약을 실행하기 위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가 10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IRA 폐지가 현실화되면 조 바이든 행정부가 시행한 이 법에 따라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국내 배터리 업계에 타격이 예상된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최근 공화당은 감세, 국경 강화 등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공약을 실행하기 위해 향후 10년간 5조7000억 달러를 마련하기 위한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이 중엔 바이든 행정부가 시행한 정책을 종료하는 것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폴리티코가 입수한 ‘잠재적 지출 상쇄 목록’에는 바이든 행정부의 기후 프로그램, 복지 정책 관련 예산 삭감 등이 들어 있다. 이 중 IRA는 기후 프로그램의 대표적인 정책으로 꼽힌다. 공화당은 IRA 보조금 폐지를 통해 약 5000억 달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IRA에 따라 전기자동차 배터리 생산 기업에 주는 보조금 성격의 ‘첨단제조 세액공제(AMPC)’를 기대하며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해왔다. 실제로 IRA가 폐지될 경우 최근 불황을 겪고 있는 배터리 업계에는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다만, IRA 폐지에 대해선 민주당뿐 아니라 공화당 일각에서도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IRA 보조금을 받은 기업들이 공장을 짓고 있는 지역구의 공화당 하원의원 18명은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에게 “IRA의 에너지 부분 세액 공제를 폐지하지 말아달라”고 최근 요청했다. IRA 폐지 검토와 더불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보편관세 부과 방침도 국내 산업계에 적지 않은 부담을 줄 수 있다. 14일 블룸버그통신은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지명자, 스티브 미런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 내정자 등이 보편 관세 부과를 위한 세부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중에는 국제경제비상권한법(IEEPA)을 근거 조항으로, 매달 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보편 관세를 인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IEEPA는 미국의 안보나 외교, 경제 등에 위협이 되는 국가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대통령에게 대외 무역 등 경제활동을 광범위하게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법 개정 없이도 관세율 인상이 가능하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지명자(45)가 14일(현지시간) 상원 군사위원회 인사청문회에 앞서 사전 제출한 답변서에서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 핵탄두를 운반할 수 있는 미사일 사거리 증가에 대한 집중, 증가하는 사이버 역량은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 나아가 전 세계 안정에 위협을 가한다”고 밝혔다. 북한을 ‘핵보유국’이라고 지칭한 것으로,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북한에 핵보유국 인정을 전제로 북한과 핵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비핵화가 아닌 핵동결·핵군축을 전제로 북-미 직거래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헤그세스 “北위협, 美동맹국들과 근접성 고려시 더 심각”헤그세스 지명자는 답변서에서 “(북한의) 위협은 특히 미국 동맹국들과의 근접성을 고려할 때 더욱 심각하다”면서 “해당 동맹국들엔 미국 군대가 주둔하고 있어 북한 도발이 미국의 이익과 지역 동맹국의 안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만약 (국방장관으로) 임명된다면 북한 위협에 대한 기밀 및 비기밀 브리핑을 받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외교가 안팎에선 이미 지난해 대선 전부터 트럼프가 당선되면 대북 협상의 틀이 비핵화에서 핵군축으로 급격히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지난해 미 민주당과 공화당이 내놓은 정강 정책에는 ‘북한 비핵화’가 문구가 빠졌다. 10월 미 워싱턴에서 열린 제56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 직후 발표된 공동성명에서도 ‘비핵화’ 표현이 빠져 북한 비핵화에 대한 미국의 기조가 바뀐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정부 안팎에서 나왔다. 특히 12월 미 대선 후에는 트럼프 당선인 측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직접 대화를 추진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는 로이터통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에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북한 비핵화보다 긴장 완화에 초점을 맞출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트럼프 당선인이 북한 핵 군축, 핵 동결 등을 전제로 우리 정부를 패싱하고 김 위원장과 협상판에 앉는다면 비핵화를 북핵 대응 기조로 내세운 우리 정부 입장은 난처해질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트럼프 재집권을 염두에 두고 남북 단절을 선언한 김 위원장의 ‘통미봉남’에 말려들 수 거란 우려도 나온다.헤그세스 지명자는 이날 청문회 모두발언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공산당이 이끄는 중국의 공세를 억지하기 위해 파트너 및 동맹국과 함께 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사전 답변서에선 “중국의 역사적이고 신속한 군사력 강화와 억제력을 다시 수립해야 하는 시급함을 고려하면 우리는 인도태평양에서 우리 전력 태세를 강화하고 작전 역량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에 배치된 미군 사령부의 전략과 임무가 미국의 국방 전략 목표를 달성하는데 충분한지 재검토하기 위해 “글로벌 전력 태세 평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주한미군 등 미군 규모를 필요에 따라 재조정할 수 있음을 시사한 발언으로 풀이된다.●고위 장성이 맡던 국방장관직에 지명된 영관급 장교 출신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식이 채 1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열린 이번 내각 지명자에 대한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헤그세스 지명자는 시작 전부터 가장 주목을 받았다. 군 경력 부족, 성폭력 의혹과 음주 논란 등에 휩싸인 그를 두고 민주당은 ‘송곳 검증’을 선언했다. 집권 공화당은 그의 인준 과정이 순탄하지 못하면 나머지 지명자의 인준도 영향을 받을 수 있고,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기 전부터 국정 운영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며 ‘총력 방어’에 나섰다.영국 더타임스는 헤그세스 청문회를 “트럼프의 첫 번째 ‘중요한 시험(big test)’”이라고 했고, 미국 정치매체 액시오스는 “블록버스터 청문회”라고 표현했다. 그의 청문회가 트럼프 당선인의 의회 장악력을 가늠하게 해주는 계기일 뿐만 아니라 헤그세스 지명자뿐 아니라 트럼프 당선인의 시험대라는 의미다. 제119대 의회에서 공화당은 상원 100석 중 53석을 보유해 4명이 이탈할 경우 인준이 부결된다.폭스뉴스 앵커 출신인 헤그세스 지명자는 육군 소위로 임관해 미네소타주 방위군에 배치됐다. 고위 장성 출신이 주로 맡았던 국방장관직에 40대 영관급 장교인 그가 발탁되자 ‘파격 중 파격’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국방부는 286만 명의 인원, 2024회계연도(2023년 10월~2024년 9월) 기준 1조4000억 달러(약 1960조 원)의 예산을 쓴 ‘공룡 부처’다.민주당은 군 경력이 짧은 헤그세스 지명자가 국방부 수장으로 적절치 못하다며 ‘자질 부족’을 집중 거론했다. 이라크전 참전 당시 부상을 입어 의족을 착용하는 태미 덕워스 민주당 상원의원은 “그는 애플비(유명 프랜차이즈 식당) 점장보다 더 적은 인원만 관리해 봤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헤그세스 지명자는 청문회 모두 발언에서 자신이 국방부 장관으로서 정통적이지 않은 인물임을 인정하면서도 “국방장관이 되면 군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동맹국과 협력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공산 중국의 공격을 억제할 것”이라고 했다.워싱턴포스트(WP)는 민주당 상원의원들이 헤그세스 지명자에 대거 반대표를 던질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해 대선 패배로 완전히 빼앗긴 국정 주도권을 조금이라도 갖고 오자는 계산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헤그세스 지명자의 과거 발언도 논란이다. 그는 “여성이 전투에 나서면 안 된다”는 성차별적 발언으로 큰 비판을 받았다. 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국민을 학살하는 사람이 되고 싶진 않을 것이다. 그에게도 기회를 주자”는 독재자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으로도 물의를 일으켰다.논란을 의식한 헤그세스 후보자는 청문회 통과를 위해 한껏 자세를 낮췄다. 그는 최근 몇 주간 공화당 의원을 두루 만나며 지지를 호소했다. 민주당 측에도 면담을 요청했다. 또 “군에서 복무하는 모든 여성을 지지한다”며 기존의 입장을 번복했다.● 트럼프 지지층, 3만 건 넘는 전화·메시지트럼프 당선인과 공화당 지지층은 헤그세스 지명자를 위한 ‘공격적 방어’에 나섰다. 트럼프 당선인은 최근 인준과 관련해 “공화당원들이여, 똑똑하고 강인해져라”라며 이탈표 방지를 당부했다. 또 “민주당이 (장관) 후보자들의 인준 절차를 부적절하게 지연시키기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단합을 촉구했다. CBS에 따르면 존 슌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또한 최근 트럼프 당선인에게 헤그세스 지명자의 인준 통과를 자신했다.한편 뉴욕타임스(NYT)는 친(親)트럼프 단체들이 헤그세스 지명자의 인준 통과를 위해 공화당 상원의원들을 압박하고 있다고 전했다. NYT에 따르면 이 단체들은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들이 헤그세스 지명자를 지지하지 않으면 심각한 정치적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또 이 단체 구성원들은 공화당 의원들에게 3만1000건의 전화, 이메일, 소셜미디어 메시지 등을 보냈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지명자(45)가 14일(현지시간) 상원 군사위원회 인사청문회에 앞서 사전 제출한 답변서에서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 핵탄두를 운반할 수 있는 미사일 사거리 증가에 대한 집중, 증가하는 사이버 역량은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 나아가 전 세계 안정에 위협을 가한다”고 밝혔다. 북한을 ‘핵보유국’이라고 지칭한 것으로,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북한에 핵보유국 인정을 전제로 북한과 핵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비핵화가 아닌 핵동결·핵군축을 전제로 북-미 직거래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헤그세스 “北위협, 美동맹국들과 근접성 고려시 더 심각”헤그세스 지명자는 답변서에서 “(북한의) 위협은 특히 미국 동맹국들과의 근접성을 고려할 때 더욱 심각하다”면서 “해당 동맹국들엔 미국 군대가 주둔하고 있어 북한 도발이 미국의 이익과 지역 동맹국의 안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만약 (국방장관으로) 임명된다면 북한 위협에 대한 기밀 및 비기밀 브리핑을 받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외교가 안팎에선 이미 지난해 대선 전부터 트럼프가 당선되면 대북 협상의 틀이 비핵화에서 핵군축으로 급격히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지난해 미 민주당과 공화당이 내놓은 정강 정책에는 ‘북한 비핵화’가 문구가 빠졌다. 10월 미 워싱턴에서 열린 제56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 직후 발표된 공동성명에서도 ‘비핵화’ 표현이 빠져 북한 비핵화에 대한 미국의 기조가 바뀐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정부 안팎에서 나왔다. 특히 12월 미 대선 후에는 트럼프 당선인 측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직접 대화를 추진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는 로이터통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에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북한 비핵화보다 긴장 완화에 초점을 맞출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트럼프 당선인이 북한 핵 군축, 핵 동결 등을 전제로 우리 정부를 패싱하고 김 위원장과 협상판에 앉는다면 비핵화를 북핵 대응 기조로 내세운 우리 정부 입장은 난처해질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트럼프 재집권을 염두에 두고 남북 단절을 선언한 김 위원장의 ‘통미봉남’에 말려들 수 거란 우려도 나온다.헤그세스 지명자는 이날 청문회 모두발언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공산당이 이끄는 중국의 공세를 억지하기 위해 파트너 및 동맹국과 함께 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사전 답변서에선 “중국의 역사적이고 신속한 군사력 강화와 억제력을 다시 수립해야 하는 시급함을 고려하면 우리는 인도태평양에서 우리 전력 태세를 강화하고 작전 역량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에 배치된 미군 사령부의 전략과 임무가 미국의 국방 전략 목표를 달성하는데 충분한지 재검토하기 위해 “글로벌 전력 태세 평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주한미군 등 미군 규모를 필요에 따라 재조정할 수 있음을 시사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고위 장성이 맡던 국방장관직에 지명된 영관급 장교 출신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식이 채 1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열린 이번 내각 지명자에 대한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헤그세스 지명자는 시작 전부터 가장 주목을 받았다. 군 경력 부족, 성폭력 의혹과 음주 논란 등에 휩싸인 그를 두고 민주당은 ‘송곳 검증’을 선언했다. 집권 공화당은 그의 인준 과정이 순탄하지 못하면 나머지 지명자의 인준도 영향을 받을 수 있고,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기 전부터 국정 운영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며 ‘총력 방어’에 나섰다. 영국 더타임스는 헤그세스 청문회를 “트럼프의 첫 번째 ‘중요한 시험(big test)’”이라고 했고, 미국 정치매체 액시오스는 “블록버스터 청문회”라고 표현했다. 그의 청문회가 트럼프 당선인의 의회 장악력을 가늠하게 해주는 계기일 뿐만 아니라 헤그세스 지명자뿐 아니라 트럼프 당선인의 시험대라는 의미다. 제119대 의회에서 공화당은 상원 100석 중 53석을 보유해 4명이 이탈할 경우 인준이 부결된다. 폭스뉴스 앵커 출신인 헤그세스 지명자는 육군 소위로 임관해 미네소타주 방위군에 배치됐다. 고위 장성 출신이 주로 맡았던 국방장관직에 40대 영관급 장교인 그가 발탁되자 ‘파격 중 파격’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국방부는 286만 명의 인원, 2024회계연도(2023년 10월~2024년 9월) 기준 1조4000억 달러(약 1960조 원)의 예산을 쓴 ‘공룡 부처’다.민주당은 군 경력이 짧은 헤그세스 지명자가 국방부 수장으로 적절치 못하다며 ‘자질 부족’을 집중 거론했다. 이라크전 참전 당시 부상을 입어 의족을 착용하는 태미 덕워스 민주당 상원의원은 “그는 애플비(유명 프랜차이즈 식당) 점장보다 더 적은 인원만 관리해 봤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헤그세스 지명자는 청문회 모두 발언에서 자신이 국방부 장관으로서 정통적이지 않은 인물임을 인정하면서도 “국방장관이 되면 군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동맹국과 협력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공산 중국의 공격을 억제할 것”이라고 했다.워싱턴포스트(WP)는 민주당 상원의원들이 헤그세스 지명자에 대거 반대표를 던질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해 대선 패배로 완전히 빼앗긴 국정 주도권을 조금이라도 갖고 오자는 계산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헤그세스 지명자의 과거 발언도 논란이다. 그는 “여성이 전투에 나서면 안 된다”는 성차별적 발언으로 큰 비판을 받았다. 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국민을 학살하는 사람이 되고 싶진 않을 것이다. 그에게도 기회를 주자”는 독재자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으로도 물의를 일으켰다.논란을 의식한 헤그세스 후보자는 청문회 통과를 위해 한껏 자세를 낮췄다. 그는 최근 몇 주간 공화당 의원을 두루 만나며 지지를 호소했다. 민주당 측에도 면담을 요청했다. 또 “군에서 복무하는 모든 여성을 지지한다”며 기존의 입장을 번복했다.● 트럼프 지지층, 3만 건 넘는 전화·메시지 트럼프 당선인과 공화당 지지층은 헤그세스 지명자를 위한 ‘공격적 방어’에 나섰다. 트럼프 당선인은 최근 인준과 관련해 “공화당원들이여, 똑똑하고 강인해져라”라며 이탈표 방지를 당부했다. 또 “민주당이 (장관) 후보자들의 인준 절차를 부적절하게 지연시키기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단합을 촉구했다. CBS에 따르면 존 슌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또한 최근 트럼프 당선인에게 헤그세스 지명자의 인준 통과를 자신했다.한편 뉴욕타임스(NYT)는 친(親)트럼프 단체들이 헤그세스 지명자의 인준 통과를 위해 공화당 상원의원들을 압박하고 있다고 전했다. NYT에 따르면 이 단체들은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들이 헤그세스 지명자를 지지하지 않으면 심각한 정치적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또 이 단체 구성원들은 공화당 의원들에게 3만1000건의 전화, 이메일, 소셜미디어 메시지 등을 보냈다.워싱턴= 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트럼프의 첫 번째 ‘중요한 시험(big test)’.”(더타임스) “블록버스터 청문회.”(액시오스)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의 내각 지명자에 대한 상원 인사청문회가 14일 열렸다. 20일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식이 채 1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시작되는 이번 청문회에서 특히 주목받는 사람은 군 경력 부족, 성폭력 의혹과 음주 논란 등에 휩싸인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지명자(45)다. 영국 더타임스, 미국 정치매체 액시오스는 14일 그의 청문회가 트럼프 당선인의 의회 장악력을 가늠하게 해주는 계기라고 강조했다. 헤그세스 지명자뿐 아니라 트럼프 당선인의 시험대라는 의미다. 민주당은 헤그세스 지명자에 대한 ‘송곳 검증’을 선언했다. 집권 공화당은 그의 인준 과정이 순탄하지 못하면 나머지 지명자의 인준도 영향을 받을 수 있고,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기 전부터 국정운영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며 ‘총력 방어’를 예고했다. 제119대 의회에서 공화당은 상원 100석 중 53석을 보유해 4명이 이탈할 경우 인준이 부결된다.● 고위장성이 맡던 국방장관직에 지명된 영관급 장교 출신폭스뉴스 앵커 출신인 헤그세스 지명자는 육군 소위로 임관해 미네소타주 방위군에 배치됐다. 고위 장성 출신이 주로 맡았던 국방장관직에 40대 영관급 장교인 그가 발탁되자 ‘파격 중 파격’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국방부는 286만 명의 인원, 2024회계연도(2023년 10월∼2024년 9월) 기준 1조4000억 달러(약 1960조 원)의 예산을 쓴 ‘공룡 부처’다. 민주당은 군 경력이 짧은 헤그세스 지명자가 국방부 수장으로 적절치 못하다며 ‘자질 부족’을 집중 강조하고 있다. 이라크전 참전 당시 부상을 입어 의족을 착용하는 태미 덕워스 민주당 상원의원은 “그는 애플비(유명 프랜차이즈 식당) 점장보다 더 적은 인원만 관리해 봤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헤그세스 지명자는 청문회 모두 발언에서 자신이 국방부 장관으로서 정통적이지 않은 인물임을 인정하면서도 “국방장관이 되면 군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동맹국과 협력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공산 중국의 공격을 억제할 것”이라고 했다고 액시오스가 전했다.워싱턴포스트(WP)는 민주당 상원의원들이 헤그세스 지명자에 대거 반대표를 던질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해 대선 패배로 완전히 빼앗긴 국정 주도권을 조금이라도 갖고 오자는 계산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헤그세스 지명자의 과거 발언도 논란이다. 그는 “여성이 전투에 나서면 안 된다”는 성차별적 발언으로 큰 비판을 받았다. 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국민을 학살하는 사람이 되고 싶진 않을 것이다. 그에게도 기회를 주자”는 독재자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으로도 물의를 일으켰다.논란을 의식한 헤그세스 후보자는 청문회 통과를 위해 한껏 자세를 낮춘 모양새다. 그는 최근 몇 주 간 공화당 의원을 두루 만나며 지지를 호소했다. 민주당 측에도 면담을 요청했다. 또 “군에서 복무하는 모든 여성을 지지한다”며 기존의 입장을 번복했다.● 트럼프 지지층, 3만 건 넘는 전화·메시지 트럼프 당선인과 공화당 지지층은 헤그세스 지명자를 위한 ‘공격적 방어’에 나섰다. 트럼프 당선인은 최근 인준과 관련해 “공화당원들이여, 똑똑하고 강인해지라”며 이탈표 방지를 당부했다. 또 “민주당이 (장관) 후보자들의 인준 절차를 부적절하게 지연시키기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단합을 촉구했다. CBS에 따르면 존 슌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또한 최근 트럼프 당선인에게 헤그세스 지명자의 인준 통과를 자신했다.한편 뉴욕타임스(NYT)는 친(親)트럼프 단체들이 헤그세스 지명자의 인준 통과를 위해 공화당 상원의원들을 압박하고 있다고 전했다. NYT에 따르면 이 단체들은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들이 헤그세스 지명자 지지하지 않으면 심각한 정치적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또 이 단체 구성원들은 공화당 의원들에게 3만1000건의 전화, 이메일, 소셜미디어 메시지 등을 보냈다. 워싱턴= 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한미 조선 협력’ 발언에 따라 양국 조선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미국 해군이 향후 30년간 군함 확보를 위해 1조750억 달러(약 1600조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는 미 의회 산하 기관 보고서가 나왔다.미 의회예산국(CBO)이 미 해군의 ‘2025 건조 계획’을 분석해 8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해군은 현재 295척인 군함을 2054년 390척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퇴역 군함 등을 고려해 향후 전투함 293척과 지원함 71척 등 총 364척의 군함을 새로 구매해 목표를 달성할 계획이다.또 2054년까지 항공모함 6척, 컬럼비아급 탄도미사일 잠수함(SSBN) 10척, 버지니아급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포함한 공격용 잠수함 59척을 새로 건조할 예정이다. 총 건조 비용은 1조750억 달러다.CBO는 해군이 건조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2025 회계연도부터 2054 회계연도까지 연평균 401억 달러가 필요하다고 추정했다. 여기에는 새 군함을 건조하는데 드는 358억 달러도 포함돼있다. CBO의 추산은 해군 예상 비용보다 약 17% 많다. CBO는 “이번 계획에 필요한 비용은 지난해 계획보다 더 높다”며 “거의 모든 조선 단가가 더 높을 것이며, 현재 계획에서는 더 많은 선박을 구매해야 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CBO는 미국 조선업 생산력이 더 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CBO는 “2030년부터 2054년까지 건조해야 하는 평균 용적 톤수는 현재 건조 중인 톤수보다 50% 더 많을 것이다”며 “특히 핵추진 잠수함의 생산 속도는 크게 증가해야 한다”고 했다.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해 11월 7일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국의 세계적인 군함과 선박 건조 능력을 잘 알고 있다”며 “우리 선박 수출뿐만 아니라 보수·수리·정비 분야에 있어서도 긴밀하게 한국과 협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밀러는 ‘트럼프의 스위스 군용 칼(Swiss Army Knife for Trump)’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정치, 언론 대응 등을 모두 관장한다.” 20일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스티븐 밀러 백악관 정책담당 부비서실장 내정자(40)에 대한 정치매체 액시오스의 평가다. 칼, 송곳, 십자드라이버, 오프너, 가위 등 여러 공구가 함께 있어 언제 어디서든 사용할 수 있는 스위스 군용 칼처럼 쓰임새가 많은 인물이라는 뜻이다. 밀러 내정자는 앞서 8일 워싱턴 의회를 찾은 트럼프 당선인이 공화당 주요 상원의원과 비공개 회동을 하며 불법이민 차단, 감세 등에 관한 전략을 논의할 때도 배석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도 백악관 선임보좌관 겸 연설담당관으로 일했던 그의 영향력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훨씬 커질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정계에서도 그를 ‘영 마가(Young MAGA·젊은 마가)’의 핵심 겸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한 명으로 꼽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충성파 중 충성파’이며 당선인으로부터도 절대적 신임을 얻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공화당 상원의원의 한 고문은 액시오스에 법안을 통과시키려면 “밀러와 협력해야 한다는 게 매우 명확해 보인다”고 전했다.● “가장 강력한 비선출직 인사”트럼프 당선인 측 인사는 액시오스에 “밀러 내정자는 현재 백악관에서 가장 강력한 비(非)선출직 인사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밀러의 상사인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도 밀러 내정자를 절대적으로 신뢰하고 있다고 전했다. 백악관 부비서실장은 미 대통령을 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직책이다. 정책 조율, 인사 관리 등을 총괄하는 비서실장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만 다양한 세부 업무를 실질적으로 처리하는 부비서실장이 막후 실세 역할을 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대통령 부비서실장을 지낸 애니타 데커 브레킨리지도 당시 실세로 꼽혔다. 밀러 내정자는 1985년 캘리포니아주의 유대계 가정에서 태어났다. 듀크대를 졸업했고 트럼프 1기 대선 캠프에서 당선인과 인연을 맺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의 초강경 반(反)이민 정책을 주도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불법 이민자 부모와 자녀의 분리 정책, 소말리아 예멘 수단 등 7개 이슬람 국가 국민의 미 입국 90일간 금지 등이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시 트럼프 당선인의 주요 연설문 작성도 도맡아 ‘트럼프의 펜’으로도 불렸다. 2017년 11월 트럼프 당선인이 방한 당시 작성한 한국 국회 연설문도 그가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그의 이력을 감안할 때 그가 트럼프 2기에서도 반이민 정책에 깊이 관여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당일인 20일부터 불법 이민자의 대규모 추방 등 반이민 관련 행정명령을 대거 발표할 뜻을 밝혔다. 밀러 내정자 역시 뉴욕타임스(NYT) 인터뷰 등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가장 화려한 이민 단속’을 벌일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의 아내 케이티(34) 역시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마이크 펜스 당시 부통령의 비서, 국토안보부 부대변인 등으로 일했다.● 트럼프-의회 소통도 담당할 듯밀러 내정자가 트럼프 당선인과 입법부의 소통 과정에서도 핵심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정계 입문 초기 트럼프 1기 행정부의 법무장관을 지낸 제프 세션스 전 공화당 상원의원의 참모로 일해 의회 업무에도 능통하다. 최근 그의 소통 방식에도 변화의 조짐이 감지된다고 액시오스는 전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는 자신의 방식을 밀어붙이고 반대파나 비판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이제는 협력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밀러 내정자에 대한 트럼프 당선인의 신뢰도 각별하다.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이 2017년 취임 당시 임명한 내각 인사 중 4년 내내 자리를 지킨 사람은 밀러 내정자를 포함해 약 4분의 1에 불과했다. 밀러 내정자는 트럼프 당선인의 퇴임 후 ‘아메리카퍼스트리걸’이라는 자문그룹도 출범시켰다. 이 단체는 ‘트럼프 2기의 집권 청사진’으로 불리며 헤리티지재단이 작성한 ‘프로젝트 2025’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미국 할리우드 배우 앤젤리나 졸리(50·사진)가 최근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집을 잃은 이재민들에게 자신의 집을 내주는 등 적극적인 구호 활동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10일(현지 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졸리는 이날 LA 로스펠리스 지역의 한 식료품점에서 막내아들 녹스(17)와 함께 장을 보는 모습이 포착됐다. 데일리메일이 독점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졸리는 식료품과 생필품이 든 여러 개의 종이가방과 생수병을 자신의 차량 트렁크에 싣고 있었다. 졸리는 영상을 찍는 이가 “화재를 우려하나”라고 묻자, “그렇다. 지금 우리 집에 (화재 이재민들이) 와 있다”고 밝혔다. 이어 “화재 구호 활동에 기부할 예정이냐”는 질문에 “기부도 할 예정이다”며 “지금은 가까운 사람들을 돌보고 우리 집으로 부르고 있다”고 말했다. 졸리는 현재 로스펠리스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심에 위치한 로스펠리스는 산불이 있는 지역과는 떨어져 있다.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졸리가 사는 집은 약 2500만 달러의 주택이다. 배우 샤론 스톤과 핼리 베리 등도 이재민들을 위해 옷, 신발, 가방 등을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찰스 3세 국왕의 차남인 해리 왕자와 부인 메건 마클 왕자빈도 대피소를 찾아 이재민들을 위로했고, 자신들의 샌타바버라 자택을 개방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번 산불로 LA에 집을 가지고 있던 일부 유명 인사도 큰 피해를 본 것으로 확인됐다. 힐턴가 상속녀 패리스 힐턴, 배우 멜 깁슨과 앤서니 홉킨스 등이 산불로 LA에 보유하고 있던 집을 잃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20일 임기가 만료되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중국 등 적대국에 인공지능(AI) 개발에 필요한 최첨단 반도체 수출을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 새로운 수출 통제 조치를 13일 발표했다.집권 내내 중국의 반도체 굴기(崛起)를 막기 위해 여러 규제를 도입했던 바이든 대통령이 퇴임 1주일 전에도 강한 중국 견제 행보를 보인 것이다.이날 백악관과 상무부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세계 각국을 3등급으로 구분해 데이터센터용 AI 칩 수출 등을 제한하기로 했다. 우선 한국을 포함해 일본 대만 영국 프랑스 독일 캐나다 호주 등 18개 동맹국은 지금처럼 제한 없이 미국산 AI 칩을 구매할 수 있다. 인도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100여 개 국가는 향후 2년간 그래픽처리장치(GPU) 32만 개만 수입할 수 있다. 반면 중국 러시아 북한 베네수엘라 시리아 이란 쿠바 등 20여 개의 ‘우려 국가’에 대해서는 수출을 사실상 금지한다는 게 골자다. 중국을 중심으로 미국과 적대적 관계에 있는 나라의 AI 관련 기술 개발과 산업 육성을 최대한 막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다만 첫 번째 그룹에 속하는 동맹국들도 데이터센터를 만들 때는 AI 반도체의 75%를 미국 등 첫 번째 그룹에 속한 나라에만 유지해야 한다. AI용 데이터센터 또한 미국과 미국의 동맹국에만 설치하라는 바이든 행정부의 의도가 담겼다. 또 AI용 인공지능 학습 및 의사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고성능 첨단 반도체를 수출할 때도 미국의 사전 허가가 필요하다.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국가 안보를 위한 조치”라며 “AI 분야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유지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 또한 “AI에 관한 국가 안보 위험으로부터 미국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한 조치”라고 밝혔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덴마크 자치령 그린란드 소유 의사 발언에 덴마크 측이 “그린란드의 안보 강화를 위한 논의에 나설 의향이 있다”는 뜻을 당선인 측에 전달했다고 11일(현지 시간) 미 인터넷 매체 액시오스가 보도했다. 그린란드 주둔 미군 확대 등을 통해 트럼프 당선인 측과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하려는 의도인 것으로 풀이된다. 액시오스에 따르면 최근 덴마크 정부 관계자 두 명은 “트럼프 당선인 측에 그린란드의 안보 강화 또는 그린란드 주둔 미군 확대에 대해 논의할 의향이 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밝혔다. 이 같은 행보는 트럼프 당선인이 7일 기자회견에서 그린란드와 파나마 운하 장악을 위해 군사력 사용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특히 덴마크 정부는 그린란드의 안보 강화를 통해 트럼프 당선인이 그린란드 소유 주장을 그만하도록 설득하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덴마크 정부는 트럼프 당선인 측에 그린란드는 매각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는 가운데, 트럼프 당선인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해달라는 요청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보와 희토류 확보 등에서 전략적 가치가 높은 그린란드에 미국은 이미 군사 기지를 가동하고 있다. 또 1951년 덴마크와 그린란드 방어 협정도 맺은 상황이라 미군 증원에 대해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 그린란드에 대한 개입을 늘리며 북극 패권을 장악하려는 트럼프 당선인의 움직임에 따라 향후 러시아가 더욱 적극적으로 패권 경쟁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폴리티코 유럽판은 10일 “노르웨이 스발바르 제도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제국주의적 시선을 끌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린란드 동쪽에 위치한 스발바르 제도는 1920년 체결된 스발바르 조약에 따라 노르웨이가 주권을 가지고 있다. 조약에 따라 비자 면제, 비무장 지대로 운영되고 있다. 한국도 이곳에 2002년부터 북극다산과학기지를 운영하고 있다. 다만 러시아 해군 함대가 대서양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스발바르 제도 인근 바닷길을 통과해야 한다. 러시아로서는 스발바르 제도가 전략적으로 중요한 거점이 될 수 있고 동시에 미국이 그린란드에서 영향력을 키우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것. 이에 대해, 요나스 가르 스퇴레 노르웨이 총리는 9일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스발바르 제도는 노르웨이이며, 안전하다”고 우려를 일축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1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남서부 쿠르스크 지역에서 북한군 2명을 생포했다며 이들의 얼굴을 공개했다. 러시아를 지원하기 위해 파병된 북한군을 우크라이나군이 생포해 신원과 진술을 자세히 공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 국가정보원도 12일 “우크라이나 정보 당국과의 실시간 공조를 통해 우크라이나군이 9일 러시아 쿠르스크 전장에서 북한군 2명을 생포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 북한군들은 부상을 당한 채 생포됐으며 현재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젤렌스키 대통령은 11일 자신의 텔레그램 계정을 통해 “생포된 북한군 2명이 다친 상태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로 이송돼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의 신문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군 생포가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며 “러시아군과 북한군은 보통 부상한 동료를 처형해 증거를 없애는 방식으로 북한군의 참전 사실을 은폐하려 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텔레그램에 올린 사진에 따르면 북한군 포로 2명은 현재 수용시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한 병사는 양손에 붕대를 감은 채 침대에 누워 있었고, 다른 병사는 턱을 다쳐 붕대를 턱 부분에 두른 채 군복을 입고 앉아 있다. 우크라이나 매체인 RBC우크라이나에 따르면 북한군 2명은 9일 우크라이나 특수작전부대 제84전술그룹 소속 군인들과 낙하산병들에게 잡혔다. 손을 다친 군인은 2005년생으로 2021년부터 북한군에서 소총수로 복무했다. 이 군인은 러시아식 군인 신분증을 소지하고 있었는데, 러시아 시베리아 남부 투바공화국 출신으로 적혀 있었다. RBC우크라이나는 “이 군인이 조사 과정에서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이 아니라 훈련을 위해 이동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국정원도 이 군인이 “러시아에 도착한 뒤에야 파병 사실을 알게 됐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턱을 다친 군인은 말하는 게 어려워 서면으로 답했는데 1999년생으로 2016년부터 북한군에서 저격수 겸 정찰병으로 복무했다고 밝혔다.“북한군, 4∼5일 물도 못먹다 붙잡혀… ‘병력 상당수 손실’ 진술”[우크라 북한군 생포]젤렌스키, 생포 북한군 2명 공개“인간 지뢰탐지기-총알받이 역할… 동료 죽어도 진군, 생포 직전 자폭도”1만1000명 중 3800명 사상 추정… 일각 “북한군 전투경험 쌓는건 위협”“(본대에서) 낙오돼 4∼5일간 아무것도 먹지도 마시지도 못 하다 붙잡혔다.”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1일(현지 시간) 생포했다고 밝힌 북한군 2명 중 1명은 우크라이나와의 전투 중에 북한군 병력이 상당수 손실이 있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20세로 2021년부터 소총수로 군복무를 시작했다는 이 북한군은 지난해 11월 러시아에 도착해 고작 1주일간 군사훈련을 받은 후 전장에 투입됐다고 진술했다.북한군은 러시아 남서부 격전지인 쿠르스크 지역에 약 1만1000명이 배치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중 사상자는 3800명에 이른다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최근 주장했다. 외신들은 북한군이 이 지역에서 지뢰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인간 지뢰탐지기’로 활용되거나, 무인기(드론)를 동원한 현대전에 미처 적응하지 못한 채 투입돼 ‘총알받이’ 신세가 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초기에 피해를 본 북한군이 전투 경험을 쌓으면서 지역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실전 능력을 갖출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군, 동료 죽어도 진격”우크라이나 매체 RBC우크라이나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이 북한군 2명을 생포할 당시 이들은 각각 턱과 하반신에 상처를 입고 있었다. 이들은 전쟁 포로에 대한 국제법에 따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로 옮겨져 구금됐고, 현재 조사를 받고 있다. 북한군 포로들은 러시아어 등 외국어를 구사하지 못해 국정원 협조를 받아 한국어 통역가를 통해 SBU 측과 대화하고 있다.우크라이나 당국은 북한군의 러시아 전쟁 개입 정황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RBC우크라이나는 “수사는 공격적인 전쟁의 계획, 준비, 개시 및 수행과 관련된 우크라이나 형법 제437조와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실의 절차 관련 지침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신병 처리 방침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러시아 전장에 파견된 북한군의 실태를 가늠할 수 있는 증언도 속속 나오고 있다. 북한군은 고국에 있는 가족에게 해를 끼치지 않기 위해 포로가 되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제8특수작전연대 소속 군인 올레흐 씨(30)는 11일 워싱턴포스트(WP)에 지난해 12월 북한군 400∼500명이 우크라이나군 주둔지를 공격한 사실을 전하며, 당시 다친 북한군 1명을 생포했지만 심한 부상으로 곧 사망했다고 했다. 또 다른 군인들은 포로로 붙잡히지 않기 위해 수류탄으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전했다.실제 전투에서 북한군이 러시아군보다 공세적으로 나서면서 병력 손실이 상대적으로 더 큰 것으로 보인다. 올레흐 씨는 “러시아군은 피해를 입으면 후퇴하는 반면, 북한군은 계속 앞으로 나아간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 군대는 가장 위험한 임무에 투입되지 않고 최전선의 다른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이 북한군을 사실상 소모전에 투입하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북한군과 교전한 또 다른 우크라이나군 지휘관도 비슷한 주장을 폈다. 쿠르스크 지역 마크흐노우카 마을에서 북한군과 교전한 우크라이나 제33분리공격대대 ‘빅 캐츠’의 레오파드 중령은 9일 영국 더타임스에 “북한군이 인간 지뢰 탐지기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병사들이 3∼4m 간격으로 떨어져 한 줄로 지뢰 매설 지역을 걸어가고, 지뢰가 폭발해 사상자가 발생하면 의료진이 시신을 수습한 뒤 뒷줄에 있던 병사가 그 자리를 메우는 방식으로 지뢰밭을 통과한다는 것. 레오파드 중령은 “우리 대대가 가이드 중 한 명을 붙잡았지만 북한군은 생포를 거부하며 죽을 때까지 싸우거나 도망치려 했다”고 전했다.● “북한군 전투력 상승, 시간문제”쿠르스크 전투 초반에 북한군의 피해가 컸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북한군의 전투력이 상승할 거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한국전쟁 종전 이후 실전 경험이 사실상 전무한 북한군에 전투 경험이 축적되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 AP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싱크탱크 CBA 이니셔티브 센터의 글리브 볼로스키이 군사분석가는 “북한군이 전투 효율성을 개선하는 기술을 습득하는 건 시간문제일 뿐”이라며 “(북한군이 이미 갖춘) 규율과 훈련을 결합하면 상당한 군사 역량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도로시 카밀 셰이 유엔 주재 미국 부대사도 8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은 러시아의 군사 장비, 기술, 경험을 받아 상당한 이익을 얻고 있다”며 “이를 통해 이웃 나라들과 전쟁을 벌일 수 있는 능력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본대에서) 낙오돼 4~5일간 아무 것도 먹지도 마시지도 못 하다 붙잡혔다.”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1일(현지 시간) 생포했다고 밝힌 북한군 2명 중 1명은 우크라이나와의 전투 중에 북한군 병력이 상당수 손실됐다며 이 같이 밝혔다. 20세로 2021년부터 소총수로 군복무를 시작했다는 이 북한군은 지난해 11월 러시아에 도착해 고작 1주일간 군사훈련을 받은 후 전장에 투입됐다고 진술했다. 북한군은 러시아 남서부 격전지인 쿠르스크 지역에 약 1만1000명이 배치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중 사상자는 3800명에 이른다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최근 주장했다. 외신들은 북한군이 이 지역에서 지뢰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인간 지뢰탐지기’로 활용되거나, 무인기(드론)를 동원한 현대전에 미처 적응하지 못한 채 투입돼 ‘총알받이’ 신세가 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초기에 피해를 본 북한군이 전투 경험을 쌓으면서 지역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실전 능력을 갖출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군, 동료 죽어도 진격”우크라이나 매체 RBC우크라이나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이 북한군 2명을 생포할 당시 이들은 각각 턱과 하반신에 상처를 입고 있었다. 이들은 전쟁 포로에 대한 국제법에 따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로 옮겨져 구금됐고, 현재 조사를 받고 있다. 북한군 포로들은 러시아어 등 외국어를 구사하지 못해 국정원 협조를 받아 한국어 통역가를 통해 SBU 측과 대화하고 있다.우크라이나 당국은 북한군의 러시아 전쟁 개입 정황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RBC우크라이나는 “수사는 공격적인 전쟁의 계획, 준비, 개시 및 수행과 관련된 우크라이나 형법 제437조와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실의 절차 관련 지침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신병 처리 방침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러시아 전장에 파견된 북한군의 실태를 가늠할 수 있는 증언도 속속 나오고 있다. 북한군은 고국에 있는 가족에게 해를 끼치지 않기 위해 포로가 되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제8특수작전연대 소속 군인 올레 씨(30)는 11일 워싱턴포스트(WP)에 지난 달 북한군 400~500명이 우크라이나군 주둔지를 공격한 사실을 전하며, 당시 다친 북한군 1명을 포로로 생포했지만 심한 부상으로 곧 사망했다고 했다. 또 다른 군인들은 포로로 붙잡히지 않기 위해 수류탄으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전했다.실제 전투에서 북한군이 러시아군보다 공세적으로 나서면서 병력 손실이 상대적으로 더 큰 것으로 보인다. 올레 씨는 “러시아군은 피해를 입으면 후퇴하는 반면, 북한군은 계속 앞으로 나아간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 군대는 가장 위험한 임무에 투입되지 않고 최전선의 다른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이 북한군을 사실상 소모전에 투입하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북한군과 교전한 또 다른 우크라이나군 지휘관도 비슷한 주장을 폈다. 쿠르스크 지역 마흐노프카 마을에서 북한군과 교전한 우크라이나 제33분리공격대대 ‘빅 캣츠’의 레오파드 중령은 9일 영국 더타임스에 “북한군이 인간 지뢰 탐지기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병사들이 3~4m 간격으로 떨어져 한 줄로 지뢰 매설지역을 걸어가고, 지뢰가 폭발해 사상자가 발생하면 의료진이 시신을 수습한 뒤 뒷줄에 있던 병사가 그 자리를 메우는 방식으로 지뢰밭을 통과한다는 것. 레오파드 중령은 “우리 대대가 가이드 중 한 명을 붙잡았지만 북한군은 생포를 거부하며 죽을 때까지 싸우거나 도망치려 했다”고 전했다.● “북한군 전투력 상승, 시간 문제”쿠르스크 전투 초반에 북한군의 피해가 컸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북한군의 전투력이 상승할 거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한국전쟁 종전 이후 실전 경험이 사실상 전무한 북한군에 전투 경험이 축적되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 AP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싱크탱크 CBA 이니셔티브 센터의 글립 볼로스키 군사분석가는 “북한군이 전투 효율성을 개선하는 기술을 습득하는 건 시간 문제일 뿐”이라며 “(북한군이 이미 갖춘) 규율과 훈련을 결합하면 상당한 군사 역량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도로시 카밀 셰이 유엔 주재 미국 부대사도 8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은 러시아의 군사 장비, 기술, 경험을 받아 상당한 이익을 얻고 있다”며 “이를 통해 이웃 나라들과 전쟁을 벌일 수 있는 능력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11일(현지 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북한군 두 명을 포로로 생포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에 따르면 이들은 1999년, 2005년생으로, 26세와 20세다. 한국어밖에 할 줄 몰라 한국 국정원 협력 하에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병사는 “처음에 훈련을 위해 파견된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은 자신의 텔레그램에 “우리 군은 쿠르스크에서 북한군을 포로로 잡았다”며 “이 두 북한군 병사는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수도 키이우로 이송돼 SBU의 조사를 받고 있다.AFP, 로이터,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들은 1999년, 2005년생으로 각각 2016년과 2021년부터 군에서 복무했다. 2005년생 병사는 소총수로, 우크라이나군에 잡힐 당시 투바공화국 출신이라는 러시아 군인 신분증을 가지고 있었다. 이 병사는 심문 중 지난해 가을 러시아로부터 신분증을 발급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처음에 훈련을 위해 파견된 것으로 믿었고, 러시아에 도착하자마자 자신이 (전장에) 배치됐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1999년생 병사는 저격수로 복무했다. 이 병사는 턱을 다쳐 말을 할 수가 없어 종이에 적는 식으로 심문이 진행 중이다. 이 병사는 군인 신분증을 소지하고 있지는 않았다.SBU에 따르면 이들을 진료한 의사는 턱을 다친 병사는 치과 치료를 받을 예정이며, 나머지 병사는 다리에 골절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SBU는 “이들은 국제법에 따라 구금돼있으며, 우크라이나 전쟁 계획이나 수행에 관여했는지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우크라이나 제8특수작전연대 소속 올레 씨(30)는 미 워싱턴포스트(WP)에 “북한군은 붙잡히지 않기 위해 수류탄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고 전했다. 또 “러시아군은 우리를 공격했다가 손실을 입으면 후퇴하지만, 북한군들은 계속 앞으로 나아간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으로 동료들이 부상을 입거나 사망하는 상황 속에서도 북한군은 전진한다는 것이다. 올레 씨는 지난달 북한군 400~500명과 교전을 치렀다고 전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퍼스트 버디(1호 친구)’로도 불리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독일과 영국에 이어 스페인에서도 내정간섭 논란을 일으켰다. 각국 주요 극우 정치인과 정당을 노골적으로 지지해 온 머스크는 ‘X’에 “스페인 성범죄 수감자의 대부분은 외국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스페인 정부는 7일 “정치적 중립을 유지하라”며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같은 날 트럼프 당선인은 자택인 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유럽 각국에 대한 머스크의 정치 간섭이 적절하다고 보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가 아주 잘한다고 말할 수 있다. 똑똑한 친구”라고 두둔했다. 머스크는 독일 현지 시간 9일 오후 7시(한국 시간 10일 오전 3시) 독일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알리스 바이델 공동 대표와 X에서 생중계 대담을 갖기로 했다. 바이델 대표는 머스크를 “표현의 자유에 대한 불같은 사랑을 지닌 천재 기업가”라고 치켜세웠다.● 머스크, 英-獨 이어 스페인도 간섭머스크는 5일 X에 스페인 2대 도시 바르셀로나를 포함한 카탈루냐 지역에서 성범죄로 수감된 범죄자의 91.67%가 외국인이라는 현지 매체의 기사를 공유했다. 이 기사 밑에 “와우”라는 댓글도 달았다. ‘이민자가 강력 범죄를 저지른다’는 주장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틀 뒤 스페인 정부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은 절대적인 중립을 유지하고 (다른 국가의 정치 문제에) 간섭해서는 안 된다”고 반발했다. 머스크와 바이델 대표의 대담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AfD는 유럽연합(EU) 탈퇴, 유로화 폐기 및 마르크화 재도입 등을 주창하는 강경 극우 성향이다. 머스크는 지난해 말 현지 언론 기고를 통해 “AfD는 독일의 유일한 희망”이라며 노골적 지지를 표했다. 다음 달 23일 총선을 앞두고 AfD의 지지율을 높이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가 9일 대담에서도 비슷한 발언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6일 여론조사에서 AfD의 지지율은 18.9%로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32.4%)에 이은 2위다. 이 추세가 이어지면 AfD가 향후 연정 구성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 바이델 대표 또한 미국 보수 매체 ‘아메리칸 컨서버티브’ 인터뷰에서 올라프 숄츠 총리와 집권 사회민주당의 우크라이나 지원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숄츠 총리와 사민당이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를 의식해 맹목적으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머스크는 8일에도 X에 미성년자 학대 혐의로 수감됐던 영국 갱단의 절반이 이미 풀려났다는 데일리메일 기사를 공유하며 “영국의 사법 체계가 붕괴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2일부터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검찰총장 재직 시절 갱단 범죄를 은폐했고 집권 노동당의 지지율 또한 낮다며 스타머 총리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이날 발언 또한 그 연장선상이다.● 韓 저출산-尹 탄핵도 관심 최근 머스크는 한국에도 강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6일 X에 한국의 저출산 자료를 공유하며 “끝났다. 인구 붕괴”라고 썼다. 같은 날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를 막기 위해 그의 지지자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는 게시물을 공유하며 “광란의 시대”라고 진단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아버지가 그린란드의 모든 사람에게 안부를 전해달라고 하셨습니다.”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부친의 전용기를 타고 덴마크 자치령 그린란드를 방문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지난해 12월 22일 “미국의 그린란드 소유 및 지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밝힌 이후 자신의 ‘정치 후계자’로 꼽히는 트럼프 주니어를 그린란드에 보낸 것. 트럼프 주니어는 J D 밴스 부통령 당선인 발탁, 트럼프 2기 내각 주요 인선 등에 관여하는 등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독일, 영국 등 내정간섭 논란이 벌어진 트럼프 당선인의 최측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이번에 스페인 내에서 성폭행 혐의로 수감된 외국인 통계를 거론하며 스페인까지 자극하고 나섰다. 머스크의 논란적인 행보에도 트럼프 당선인은 “일론이 아주 잘하고 있다”며 머스크를 두둔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등에 눈독을 들이는 트럼프 당선인 못지않게 핵심 측근들도 이를 돕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트럼프 주니어 “그린란드는 미국과 트럼프 사랑해”이날 트럼프 주니어는 X와 트루스소셜에 부친의 전용기 조종석 뒷좌석에 앉아 그린란드를 내려다보며 찍은 영상과 함께 “그린란드에 왔는데 아주 아주 춥네요!!!!”라는 게시물을 올렸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주니어는 이날 그린란드 수도 누크에 방문한 뒤 현지 매체 KNR에 “여기에 오게 돼 정말 기쁘다. 우리는 이 놀라운 장소를 보기 위해 관광객으로 왔다”며 “원래 지난 봄에 방문할 계획이었다”고 설명했다.이날 트럼프 주니어는 각각 트럼프 2기 행정부 백악관 인사국장과 부비서실장으로 지명된 세르히오 고르, 제임스 블레어 등과 함께 그린란드를 방문했다. 트럼프 주니어는 그린란드에서 5시간가량 머물렀다. 다만 그린란드 당국자와 만나는 일정은 따로 없고, 팟캐스트 콘텐츠 촬영을 위해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트럼프 주니어는 트루스소셜에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가 적힌 모자를 쓴 그린란드 주민들과 함께 성조기를 들고 찍은 사진을 올리며 “그린란드는 미국과 트럼프를 사랑한다”며 “이들은 그저 자신들이 가진 놀라운 자원을 활용하고 그들의 나라가 번창하기를 바랄 뿐이다”고 밝혔다. 이에 AP통신은 “이번 방문은 정치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며 “트럼프 당선인은 첫 재임 기간 북극의 영토를 확보하고자 하는 열망을 보였다”고 했다.트럼프 당선인은 트루스소셜에 트럼프 주니어가 탑승한 비행기가 그린란드에 착륙하는 영상을 올리며 “그들(그린란드)과 안전, 안보, 힘, 평화가 필요하다”며 “이것은 반드시 이뤄져야 할 거래다. 자유 세계는 그린란드를 다시 위대하게!”라고 밝혔다.이에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이날 현지 TV2 방송에 출연해 “그린란드는 그린란드인의 것이다”며 “그린란드 총리가 그랬듯 그린란드는 판매 대상이 아니다”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이 지난해 12월 22일 그린란드 매입 의사를 밝힌 뒤 프레데릭센 총리가 입장을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머스크. 英-獨이어 스페인도 간섭…트럼프는 “머스크 잘해” 옹호독일과 영국 내정간섭 논란을 불러일으킨 머스크는 스페인에도 영향을 끼치려는 행보를 보였다. 머스크는 5일 X에 스페인 카탈루냐 지역에서 강간죄로 수감된 범죄자의 91.67%가 외국인이며 이 지역 전체 인구의 17%가 외국인이라는 한 매체의 기사를 공유하며 “와우”라고 밝혔다. 해당 데이터는 스페인 법무부가 지난해 여름에 발표한 것이다.이에 스페인 정부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은 항상 절대적인 중립을 유지하고 (다른 국가의 정치 문제에) 간섭해서는 안된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 살바도르 일라 역시 “민주주의가 극우와 동맹을 맺은 기술 억만장자들의 손에 넘어가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고 했다.머스크는 8일에도 X에 미성년자 학대 혐의로 수감됐던 갱단의 절반이 이미 풀려났다는 영국 데일리메일 기사를 공유하며 “영국 사법 시스템은 무너졌다”고 밝혔다. 머스크는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검찰총장 재직 당시 이 갱단의 범죄를 은폐했다고 주장하고 있다.이 가운데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플로리다주 사저 마러라고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머스크가 공직자 몇몇에 대해 부정적인 말을 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렇게 드문 일은 아니다”며 “일론이 잘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캐나다의 오바마’로 불리며 9년 넘게 캐나다를 이끌어 온 쥐스탱 트뤼도 총리(54)가 6일(현지 시간) 총리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고물가·고금리가 이어진 데다 친(親)이민 정책에 대한 국민 불만이 커지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고관세 부과 방침이 결정타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트뤼도 총리는 지난해 11월 대선에서 승리한 트럼프 당선인이 캐나다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뒤 저자세 외교를 펼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그는 관세 압박 등 이른바 ‘트럼프 스톰’으로 타격을 입고 물러나는 첫 국가정상이란 불명예도 안게 됐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트뤼도 총리의 사임 소식을 접한 뒤 트루스소셜을 통해 “많은 캐나다 사람들이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는 것을 좋아한다. 캐나다가 미국과 합병되면 관세는 없어지고, 세금도 크게 인하될 것”이라고 밝혔다. ● 이민자 급증으로 실업률, 집값 ↑ 트뤼도 총리는 새해 연휴가 끝난 이날 관저 앞 야외에서 기자들에게 “2015년부터 저는 이 나라와 여러분을 위해 싸워 왔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저는 이 나라를, 이 나라의 국민들을 진심으로 사랑한다”면서도 “현실은 우린 최선을 다했지만 의회가 몇 달째 마비 상태에 놓여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젠 리셋할 시간”이라며 사임을 공식화했다. 17년간 캐나다 총리를 지낸 피에르 트뤼도(1919∼2000)의 장남으로, 명문 맥길대를 나온 트뤼도 총리는 호감형 외모에 수려한 언변을 앞세워 2015년 11월 당시 44세로 총리에 취임했다. 캐나다는 물론이고 국제적으로도 ‘젊은 정치인의 기수’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 공급망 위기 등으로 촉발된 경제위기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서 국민들의 불만이 증폭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매년 50만 명의 신규 이민자를 수용해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던 그의 이민 정책도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이민자 급증으로 실업률과 집값이 뛰고 공공의료 서비스의 질은 하락했던 것. 국제 통계사이트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캐나다 평균 주택 가격은 2018년 약 49만 캐나다달러에서 2022년 약 70만4000캐나다달러로 급격히 상승했다. 인플레이션 수치 역시 2020년 0.72%에서 2022년 6.8%로 크게 증가했다. 이로 인해 트뤼도 총리와 당의 지지율은 동반 추락했다. 현재 그가 속한 집권 자유당의 지지율은 21%로 보수당(47%)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귀환한 트럼프, 트뤼도에 결정타 이처럼 어려움을 겪던 트뤼도 총리에게 ‘트럼프의 귀환’은 결정타가 됐다. 앞서 두 사람은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부터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등을 두고 껄끄러운 관계였다. 2017년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반(反)이민 행정명령을 발표하자, 트뤼도 총리는 보란 듯 포용적 이민 정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고물가 등 국내 경제위기 앞에서 트뤼도 총리의 당당함은 자취를 감췄다.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직후 캐나다 등에 25% 고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놓자, 트뤼도 총리는 트럼프 당선인의 사저인 마러라고 리조트까지 찾아갔다. 이는 결과적으로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은 악수(惡手)가 됐다. 트럼프 당선인은 트뤼도 총리와의 회동 직후 “위대한 캐나다주(州) 주지사인 트뤼도와 식사해 기뻤다”고 조롱했다. 이에 대해 트뤼도의 핵심 측근이던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캐나다 부총리 겸 재무장관이 “지나치게 저자세”라며 전격 사퇴했다. 이어 정책 연합을 맺은 신민주당이 정부 불신임안 제출을 예고하면서 트뤼도 총리는 사면초가에 내몰렸다. 트럼프 당선인이 고관세로 트뤼도 총리를 흔든 건 통상, 안보 전략상 상대국을 압박하기 위한 특유의 협상 전략이란 해석도 나온다. 정부 소식통은 “타국의 주권을 침해하는 발언까지 서슴지 않고 내던져 상대를 흔든 뒤 속내를 파악하려는 것”이라며 “약한 고리를 무너뜨려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전략”이라고 했다. 향후 트럼프 당선인이 다른 우방국들로 시선을 돌려 고관세를 압박할 거란 관측도 나온다. 앞서 CNN은 트럼프 당선인이 향후 한국, 프랑스, 독일처럼 정치적 혼란을 겪고 있는 동맹국에 특히 위협이 될 거라고 내다봤다. 한편 트뤼도 총리의 후임으로는 프릴랜드 전 장관, 도미닉 르블랑 재무장관, 멜라니 졸리 외교장관, 마크 카니 전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 등이 거론된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54)가 6일(현지시간) 총리직 사임 의사를 밝혔다. 트뤼도 총리는 이날 캐나다 오타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당이 새 지도자를 선출하면 당 대표와 총리직에서 물러나려고 한다”고 했다. 의원내각제인 캐나다에서는 집권당 대표가 총리직을 수행한다.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캐나다, 영국, 독일 등 주요국의 정치 지형이 요동치고 있다. 캐나다는 올 10월 총선을 치를 예정이었지만 일각에서는 이미 조기 총선이 거론되고 있다. 주요 여론조사에서 집권 자유당의 지지율 또한 제1야당 보수당에 크게 뒤져 어떤 식으로든 정계 개편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정계 개편의 주도권을 둘러싼 혼란 역시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7월 집권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도 낮은 지지율로 고전하고 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지난해 12월 의회에서 불신임안이 통과됐고 낮은 지지율로 다음 달 23일 총선에서의 재집권 가능성도 낮다. 세 나라 모두 향후 국정 운영에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트뤼도, 반이민-경제난 여파로 결국 사퇴트뤼도 총리는 이날 “2015년부터 저는 이 나라와 여러분을 위해 싸워왔다”며 “중산층을 강화하고 성장시키기 위해, 팬데믹을 함께 이겨내기 위해, 화해를 진전시키고 이 대륙에서 자유 무역을 지키며 우크라이나와 민주주의를 굳건히 지지하고 기후 변화를 막으며 경제를 미래에 대비시키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저는 이 나라를, 이 나라의 국민들을 진심으로 사랑한다”며 “하지만 현실은 우리가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의회가 몇 달째 마비 상태에 놓여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저는 지난 연말 연휴 동안 제 미래에 대해 가족들과 깊이 논의하며 고민할 시간을 가졌다”며 “제 경력 전반에 걸쳐 제가 개인적으로 이룩한 모든 성공은 가족의 지지와 격려 덕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젯밤, 저는 저녁 식사 자리에서 아이들에게 오늘 발표할 결정을 알렸다”며 “당이 전국적인 경쟁 과정을 통해 차기 지도자를 선출하면, 당 대표직과 총리직에서 물러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트뤼도 총리는 2015년 11월 당시 44세로 집권했다. 뛰어난 연설 능력, 호감형 외모 등으로 ‘세계 젊은 정치인의 기수’ ‘캐나다의 오바마’ 등으로 불렸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를 거치면서 실업률은 증가하고 의료 공백 대란도 발생했다. 동시에 그의 친(親)이민 정책에 불만을 품는 유권자까지 늘면서 지지율이 크게 하락했다. 그는 “매년 50만 명의 신규 이민자를 수용해 경제를 활성화하겠다”고 외쳤지만 보수층을 중심으로 “이민자가 재정만 축낸다”는 반발이 거셌다.그의 집권 첫해인 2015년 캐나다의 이민자는 한 해 전보다 약 26만 명 늘었지만 2023년에는 약 5배인 약 129만 명으로 급증했다. 이민자 급증으로 공공의료 서비스의 질이 하락하고 주요 도시의 집값도 치솟았다. 구직자가 급증하면서 지난해 1월 5.7%였던 실업률은 같은 해 11월 6.8%로 올랐다.현지 여론조사회사 나노스에 따르면 2021년 9월 31.1%였던 그의 지지율은 지난해 12월 반토막 수준인 17.4%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피에르 폴리에브 보수당 대표의 지지율은 27.5%에서 40.0%로 올랐다. 현재 자유당의 지지율은 21%로 보수당(47%)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트럼프 “트뤼도는 51번째 미 주지사” 조롱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승리 후 트뤼도 총리의 입지는 더 취약해졌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해 11월 25일 “캐나다와 멕시코 상품에 25%의 관세를 물리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4일 후 트럼프 당선인의 사저가 있는 미국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를 찾았지만 관세율 인하 등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같은 해 12월 10일 트럼프 당선인은 그를 ‘미국의 51번째 주지사’라고 조롱했다. 한때 최측근이던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전 부총리 겸 재무장관은 트뤼도 총리가 트럼프 당선인에게 지나치게 저자세라며 6일 뒤 전격 사퇴했다. 이후 자유당 내에서도 그의 사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현재 비(非)영국인 최초로 영국 중앙은행 총재를 지낸 마크 카니, 프릴랜드 전 부총리, 멜라니 졸리 외교장관 등이 새로운 자유당 대표로 거론된다. 다만 총선에서 보수당이 제1당이 될 가능성이 높아 새 당 대표가 지도력을 발휘하기 힘든 상황이다.● 英-獨도 현 지도부 위태한편 트럼프 당선인의 최측근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영국과 독일의 극우 정당인 영국개혁당, 독일을위한대안(AfD)을 노골적으로 지지하며 내정 간섭 논란까지 일으켰다. 특히 머스크는 스타머 총리가 검찰총장 재직 당시 아동 성착취 사건을 은폐했다는 이유로, 숄츠 총리의 지도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두 정상의 사퇴를 주장하고 있다.이미 영국 일각에서도 노동당의 낮은 지지율을 이유로 조기 총선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총선에서 과반이 확실시되는 제1당을 찾아보기 어려운 독일 역시 총선 후에도 상당 기간 연정 구성을 둘러싼 혼란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캐나다, 영국, 독일 등 주요국의 정치 지형이 요동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25%의 관세 부과를 예고한 후 대응 방안을 놓고 고심 중인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54)가 이르면 6일(현지 시간) 집권 자유당 대표에서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일간지 글로브앤드메일과 로이터통신 등이 5일 보도했다. 의원내각제인 캐나다에서는 집권당 대표가 총리직을 수행한다.캐나다는 올 10월 총선을 치를 예정이었지만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조기 총선을 거론한다. 주요 여론조사에서 자유당의 지지율 또한 제1야당 보수당에 크게 뒤져 어떤 식으로든 정계 개편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정계 개편의 주도권을 둘러싼 혼란 역시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지난해 7월 집권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도 낮은 지지율로 고전하고 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지난해 12월 의회에서 불신임안이 통과됐고 낮은 지지율로 다음 달 23일 총선에서의 재집권 가능성도 낮다. 세 나라 모두 향후 국정 운영에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트뤼도, 반이민-경제난 여파로 사퇴 위기글로브앤드메일은 세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뤼도 총리가 이르면 6일, 늦어도 8일 자유당 전당대회 전 당 대표에서 사임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가 당 대표와 총리를 동시에 그만둘지, 새 당 대표가 선출될 때까지 총리직을 유지할지는 불분명하다고 덧붙였다. 로이터통신도 트뤼도 총리가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리진 않았지만 이르면 6일 사퇴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트뤼도 총리는 2015년 11월 당시 44세로 집권했다. 뛰어난 연설 능력, 호감형 외모 등으로 ‘세계 젊은 정치인의 기수’ ‘캐나다의 오바마’ 등으로 불렸다. 하지만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실업률이 증가하고 의료 공백이 가속화한 데다 그의 친(親)이민 정책에 불만을 품는 유권자가 늘면서 지지율이 하락했다. 그는 “매년 50만 명의 신규 이민자를 수용해 경제를 활성화하겠다”고 외쳤지만 보수층을 중심으로 “이민자가 재정만 축낸다”는 반발이 거셌다. 그의 집권 첫해인 2015년 캐나다의 이민자는 한 해 전보다 약 26만 명 늘었지만 2023년에는 약 5배인 약 129만 명으로 급증했다. 이민자 급증으로 공공의료 서비스의 질이 하락하고 주요 도시의 집값도 치솟았다. 구직자가 급증하면서 지난해 1월 5.7%였던 실업률은 같은 해 11월 6.8%로 올랐다. 현지 여론조사회사 나노스에 따르면 2021년 9월 31.1%였던 그의 지지율은 지난해 12월 17.4%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피에르 폴리에브 보수당 대표의 지지율은 27.5%에서 40.0%로 올랐다. 현재 자유당의 지지율은 21%로 보수당(47%)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트럼프 “트뤼도는 51번째 미 주지사” 조롱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승리 후 트뤼도 총리의 입지는 더 취약해졌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해 11월 25일 “캐나다와 멕시코 상품에 25%의 관세를 물리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4일 후 트럼프 당선인의 사저가 있는 미국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를 찾았지만 관세율 인하 등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같은 해 12월 10일 트럼프 당선인은 그를 ‘미국의 51번째 주지사’라고 조롱했다. 한때 최측근이던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전 부총리 겸 재무장관은 트뤼도 총리가 트럼프 당선인에게 지나치게 저자세라며 6일 뒤 전격 사퇴했다. 이후 자유당 내에서도 그의 사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현재 비(非)영국인 최초로 영국 중앙은행 총재를 지낸 마크 카니, 프릴랜드 전 부총리, 멜라니 졸리 외교장관 등이 새로운 자유당 대표로 거론된다. 다만 총선에서 보수당이 제1당이 될 가능성이 높아 새 당 대표가 지도력을 발휘하기 힘든 상황이다.● 英-獨도 현 지도부 위태한편 트럼프 당선인의 최측근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영국과 독일의 극우 정당인 영국개혁당, 독일을위한대안(AfD)을 노골적으로 지지하며 내정 간섭 논란까지 일으켰다. 특히 머스크는 스타머 총리가 검찰총장 재직 당시 아동 성착취 사건을 은폐했다는 이유로, 숄츠 총리의 지도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두 정상의 사퇴를 주장하고 있다. 이미 영국 일각에서도 노동당의 낮은 지지율을 이유로 조기 총선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총선에서 과반이 확실시되는 제1당을 찾아보기 어려운 독일 역시 총선 후에도 상당 기간 연정 구성을 둘러싼 혼란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한국계 최초로 미국 연방 상원에 입성한 앤디 김 민주당 상원의원(43·뉴저지)이 3일(현지 시간) 취임 선서를 하고 상원의원으로서 공식 임기를 시작했다. 이날 미 워싱턴 의사당 내 옛 상원회의장에서는 새 임기를 시작하는 제119대 의회 상원의원들의 취임 선서가 이뤄졌다. 김 의원은 상원의장을 겸직하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앞에 서서 왼손을 성경에 얹고 오른손을 든 채 선서를 했다. 부인 캐미 씨와 두 아들도 김 의원 옆에 서서 그의 선서를 지켜봤다. 선서를 마치고 이뤄진 기념사진 촬영에는 김 의원의 부친인 김정한 씨(78)도 휠체어를 타고 참석했다. 김 씨는 고아로 소아마비를 앓으며 보육원에서 자랐지만 연세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1972년 국비 유학생으로 미국에 온 입지전적 인물이다. 그는 매사추세츠공대(MIT)와 하버드대를 나온 유전공학자로 암과 알츠하이머 연구에 평생을 바쳤다. 김 의원은 해리스 부통령에게 부친을 소개했고, 해리스 부통령도 웃으며 악수로 화답했다. 김 의원은 다른 상원의원들과 달리 지난해 12월 8일부터 상원의원으로 활동해왔다. 뉴저지주 전임 상원의원이었던 밥 메넨데스 전 의원이 뇌물 혐의로 유죄를 받고 사퇴했고, 임시 후임자로 활동했던 조지 헬미 전 상원의원도 사직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119대 의회에서 상원 상무·과학·교통위원회, 은행·주택·도시 문제 위원회, 보건·교육·노동·연금위원회, 국토안보·정부사무위원회 등 총 4개 상임위원회에 배정돼 활동할 예정이다. 김 의원은 2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에 대한 신뢰 회복, 주택 가격 문제 해결, 국가 안보 강화 등을 의정 활동의 중심에 두겠다”고 밝혔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해 11월 대선 승리 뒤 현지 테크기업을 중심으로 2억 달러(약 2944억 원) 이상을 모금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4일 보도했다. 이 중 취임식 행사 위원회가 모금한 금액은 최소 1억5000만 달러로, 2017년 취임식 당시 모금했던 1억700만 달러를 이미 넘어섰다. 기업들이 트럼프 당선인 취임 전 그의 환심을 사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 측의 모금 활동에 정통한 소식통 4명은 NYT에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식, 정치 활동, 대통령 도서관 운영 등에 쓰일 자금이 2억 달러 이상 모금됐다”고 전했다. 기부에는 테크업계가 특히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모기업 메타는 이미 지난해 12월 각각 100만 달러(약 14억7000만 원)를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미 인터넷매체 액시오스에 따르면 팀 쿡 애플 CEO 역시 100만 달러를 기부할 예정이다. 차량 공유 기술 기업 우버도 100만 달러를 기부했다. 암호화폐 회사인 리플은 자체 가상화폐로 500만 달러를 전달했다. 워싱턴포스트(WP) 사주인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역시 100만 달러를 기부했다. 일본 도요타자동차, 미 포드자동차 등도 이미 100만 달러를 기부했다. NYT에 따르면 한국 현대자동차와 SK그룹 등을 대리하는 로비업체 차트웰 스트래티지 역시 이미 300만 달러 이상을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당선인 측에 기부금이 쇄도하자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AP통신에 따르면 WP의 만평 작가 앤 텔네이스는 최근 베이조스를 포함한 기업 CEO들이 트럼프 당선인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돈 봉투를 제공하는 만평을 그렸지만 게재가 거부됐다고 주장했다. WP 측은 “이미 같은 주제의 칼럼이 실려 중복을 피하기 위해 게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