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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설 차례상을 차리는 데 약 20만 원이 드는 것으로 추산됐다. 지난해보다 3.9% 뛴 수치로 설 물가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15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올해 설 차례상 준비 비용이 평균 20만3349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4인 가족 기준 간소한 상을 차리는 데 드는 비용으로, 지난해(19만5739원)와 비교하면 3.9% 올랐다. 14일 전국 16개 전통시장과 34개 대형마트에서 성수품 24개 품목의 가격을 조사한 결과다. 전통시장에서 장을 보면 18만8239원, 대형 유통업체에서는 21만8446원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보다 각각 2.6%, 5.0% 올랐다. 총비용은 전통시장이 대형 유통업체보다 13.8% 저렴했다. 품목별로는 무 가격이 작년 설 성수기와 비교해 98.0% 뛰었고, 배추와 배 역시 1년여 만에 각각 56.1%, 21.5% 올랐다. 소고기 설도와 돼지고기 앞다리 가격도 모두 지난해보다 16%가량 올랐다. 반면 전과 나물로 쓰는 애호박, 시금치는 작년보다 각각 18.6%, 6.2% 내렸다. 곶감과 밤 가격 역시 하락했다. aT는 “축산물의 경우 정부와 한우한돈 단체 및 유통업체들이 협업해 18일부터 각 유통업체에서 20∼50% 할인 행사가 예정돼 있다”며 “이를 활용하면 더 알뜰하게 구매할 수 있다”고 밝혔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한국의 일하는 노인 수 자체는 다른 나라들보다 많은 편이며 지금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60세 이상 취업자는 고용시장 성장세를 견인했고 그 결과 한국은 모든 연령대 중 60세 이상 취업자가 가장 많은 나라가 됐다. 하지만 문제는 ‘영 올드’가 산업 현장에서 쌓은 노하우를 살려 활동하는 선진국과 달리 한국 고령층 대부분은 평생 경력과 무관한 단순 노무에 내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일하는 60세 이상 고령층은 1년 전보다 29만8000명 불어난 677만8000명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전체 취업자 수는 12만3000명 늘었는데, 2.4배에 달한다. 그 결과 지난해 60세 이상은 1982년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취업자 수가 가장 많은 연령대로 올라섰다. 10여 년 전만 해도 일하는 노인을 찾아보기 어려웠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2013년 9월까지 60세 이상은 10대를 제외하면 취업자 수가 가장 적은 연령대였다. 하지만 그해 10월 20대 취업자를 뛰어넘기 시작하더니, 2020년 9월 30대, 2023년 5월 40대를 차례로 제쳤고 지난해 9월에는 50대보다도 많아졌다. 지금은 전체 취업자의 4명 중 1명(23.5%·지난해 11월 기준)이 60세 이상이다. 세계적으로도 한국은 고령층의 경제활동이 활발한 나라로 꼽힌다. 2003년엔 65세 이상 10명 중 3명(28.6%)만 일을 하거나 일을 구하는 등 경제활동을 했는데, 2023년엔 38.3%로 껑충 뛰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2003년에도 1등, 2023년에도 1등이다. 2위인 일본과의 격차는 2003년(일본 20.2%) 8.4%포인트였다가 2023년(일본 25.7%) 12.6%포인트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처우는 여전히 열악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 2분기(4∼6월) 65세 이상 임금 근로자가 가구주인 가구 중 월평균 근로소득이 100만 원 미만인 가구의 비율은 46.7%로 절반에 달했다.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65세 이상 근로자 중 절반 가까이는 일해서 받는 돈이 한 달에 100만 원도 안 된다는 의미다. 고령 근로자 절반이 일하는 이유로 ‘생계 유지’를 꼽고 있는 점 역시 일해도 가난한 노인들이 여전히 많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김지연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연구위원은 “중년기 이후 취업자들은 육체적 단순노동에 종사하고 있다”며 “노동 공급이 점점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중장년층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들을 개선해 직무의 연속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특별취재팀▽팀장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회사를) 관두라고 하는 건 차별 아닌가요.” 지난해 말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만난 프랑크 괴틀 씨(67)는 유럽 전역 30여 곳에 지점을 둔 화물 운송 업체의 중역이다. 10년 전에 일찌감치 노후 준비를 끝냈는데도 일을 손에서 놓지 않고 있다. 괴틀 씨는 “작년부터 연금을 받기 시작했지만 현역으로 계속 뛸 것”이라고 했다. 네덜란드, 영국, 독일 등에서 만난 ‘영 올드(Young Old·젊은 노인)’들은 왕성한 경제 활동을 자부하고 있었다. 영국 런던 현지 은행의 위험관리 업무 총괄자인 맵 카트리 씨(64)는 “직장에서 책임을 다하며 느끼는 성취감이 있다”고 했다. 그는 “75세가 넘어도 은행에서 활약하는 사례도 있다. 나 역시 건강만 허락한다면 70대에 새로운 기회를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우리의 현실은 암울하다. 선진국 ‘영 올드’들과 달리 한국의 고령층은 현역 시절 숙련된 기술을 살리지 못한 채 단순 임시직에 그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2022년 기준 55∼64세 국내 임금근로자 중 34.4%는 기간제 근로자 등 임시고용직인 것으로 조사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압도적 1위로 2위 일본(22.5%)과 격차가 10%포인트 이상 났다. 올해부터 1965년생을 시작으로 954만 명 규모의 2차 베이비붐 세대가 순차적으로 은퇴하면 소득 절벽에 시달리는 노인들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은 최근 “구조개혁이 없을 시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040년에는 0%대로 추락할 수 있다”며 “고령층의 노동생산성 향상을 위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유럽선 숙련 인력 ‘귀하신 몸’… 독일 68세 금융인 “정년 2년 지나도 금융회사 일해”〈2〉 ‘영 올드 현역’이 뛴다네덜란드-영국, 정년제도 없애고… 독일은 정년 67세로 단계적 상향민관 플랫폼으로 경제활동 지원한국 고령층 일자리, 복지성 대부분… “직무설계 등으로 질적 성장 유도를”“돈 때문에만 일하는 건 아닙니다. 일을 통해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문화를 접하는 게 여전히 재밌어요.”지난해 말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만난 벨리 아부다크 씨(68)는 2년 전 정년을 맞이했지만 아직도 현지 금융회사에서 활약하고 있다. 아부다크 씨는 “난방비, 관리비 등 웬만한 물가가 다 올랐는데 월급과 연금을 동시에 받기 시작하니 생활비에도 물론 제법 여유가 생겼다”고 말했다.네덜란드 위트레흐트에서 인터뷰한 건축 설계 엔지니어 얀 브륀덜 씨(73)는 네이메헌 지역의 철도 시스템을 개선하는 프로젝트를 맡아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브륀델 씨는 “네덜란드 스히폴 국제공항과 네이메헌을 오가는 열차가 1시간에 세 번 정도 오는데, 이 배차 간격을 줄이기 위해 작업 중”이라며 “2029년까지 완공하는 것이 목표인데 그때까지는 당연히 일을 하지 않겠냐”고 되물었다. 그는 “지금도 업무 의뢰가 계속 들어오는 중”이라며 전기 분야 엔지니어로서 본인의 전문성에 대한 자랑스러움도 내비쳤다.● 유럽에서는 70대도 엔지니어로 활약본보가 네덜란드, 독일, 영국 등의 선진국에서 만난 ‘영 올드’들은 정년 이후에도 숙련자로서 활발히 현장을 누비고 있었다. 정부, 지역사회 등이 이들을 적극 지원하는 가운데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영 올드’ 채용에 나서고 있다. 숙련 노동자가 갈수록 귀해지는 데다 ‘영 올드’ 소비자의 부상에 발맞춰 고령 근로자를 중시하는 움직임이다.아부다크 씨는 “숙련된 인력이 퇴직하지 않고 회사에 오랜 기간 기여하는 게 사회적으로도 중요한 시점”이라며 “주요 분야에서 전문 인력들이 부족해 기업들의 걱정이 많은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브륀덜 씨도 “제법 많은 기업들이 나 같은 숙련 노동자를 필요로 하는 분위기”라며 “대기업들 역시 고령층의 근속 기간을 늘리는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고 했다.실제로 독일 기업 보쉬(Bosch)는 기술력 유지를 위해 ‘시니어 전문가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고령 근로자에게 교육, 멘토 역할을 맡기고 있으며 영국의 보험사 아비바 역시 고용 인력의 3분의 1 이상을 50대로 구성하고 있다.각 정부도 ‘영 올드’들이 일터를 오랫동안 지킬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들을 펼치고 있다. 네덜란드와 영국은 정년 제도를 사실상 없앴으며, 독일은 현재의 정년 연령인 만 65세를 2029년까지 만 67세로 단계적으로 상향하고 있다. 독일 노동사회부 관계자는 “퇴직 이후 재취업을 희망하는 모든 이들을 위해 경력 컨설팅도 제공하고 있다”며 “2023년 1월부터는 조기 퇴직한 고령자도 연금 삭감 없이 추가 소득을 무제한으로 받게 되는 등 퇴직자의 재취업을 다방면으로 장려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정부 차원에서 ‘생애 설계 서비스’를 출시한 사례도 있다. 2020년 영국 노동연금부는 중장년층들이 노후 준비를 스스로 점검하고 재취업 관련 정보를 직접 얻을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 ‘Mid-life MOT’를 출시했다. MOT는 차량의 정기 점검을 의미하는 용어에서 비롯된 것으로, 중장년층이 스스로 삶을 점검하고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파악하자는 취지를 담았다.영국 런던에서 파트타임 컴퓨터 엔지니어로 근무하는 김기정(가명·58) 씨는 “정년을 일괄적으로 정하기보다는 다양한 형태의 고용이 존재하는 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이롭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학교·기업 등도 시니어 일자리 지원교육기관, 지역사회 등도 ‘영 올드’들이 고유한 역할을 맡을 수 있도록 이끌어주고 있다. 네덜란드에서는 레이던, 틸뷔르흐 등 5개 대학이 합심해 노인들을 위한 시니어 학습 프로그램 ‘노인을 위한 고등교육(HOVO)’을 만들었다. 암스테르담자유대에서 HOVO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카롤린 판베르헌 디렉터는 “(프로그램을 통해) 고령층들이 주도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다지고 있다”며 “최근에는 번역일을 하는 60대 학생이 건축 수업을 들은 다음 관련된 책을 번역해 출간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네덜란드에는 은퇴자들을 매년 전 세계 개발도상국의 중소기업으로 파견시키는 ‘PUM’이란 비영리단체도 있다. 베테랑 근로자들의 수십 년간 숙련된 노하우를 필요로 하는 기업에 전수해주는 역할이다. PUM은 1978년 설립된 이래 현재까지 전 세계 4만 개 이상의 기업과 협력해 왔으며, 네덜란드 정부의 재정 지원도 받고 있다.독일에서는 전국 각지에 있는 900여 개의 ‘시민대학’이 영 올드 교육 현장으로 자리 잡았다. 정부 지원하에 양질의 강사진들이 다양한 분야의 교육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한다. ‘시니어사무소’도 독일 고령자의 사회 참여를 돕는 대표적인 기관으로, 50세 이상 구직자들에게 현지 지역 기업 프로젝트 등을 소개하고 연결해준다.전문가들은 한국도 고령층이 양질의 일자리를 갖고 장기간 근무할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기존의 고령자 일자리는 질적인 수준과 지속 가능함이 뒷받침되지 않는 ‘복지성 일자리’가 대부분이었던 게 사실”이라며 “직무 설계, 취업 개선 능력 등을 지원해 시니어 일자리의 질적 성장을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특별취재팀▽팀장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지난해 11월 19일 오후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서덜랜드 ‘부파(BUPA) 은퇴자 마을’ 아파트 안. 수영장을 지나 공용 거실에 들어서자 70, 80대 입주자 11명이 골대가 그려진 매트 위에서 공 굴리기 게임을 하고 있었다. 돌아가며 공을 굴리던 이들은 공이 골대 가까이 갈 때마다 환호하며 박수를 쳤다.공무원으로 일하다 20년 전 은퇴한 제프 듀발 씨(77)도 부인과 함께 4년 전 이곳으로 이사 왔다. 집에서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는 건 물론이고 사교 행사에도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이곳에서의 삶이 만족스럽기 때문이다. 이날도 수중 에어로빅, 공예 수업, 카드 게임 등 입주자들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가 쉴 새 없이 열렸다. 매달 7000호주달러(약 640만 원)씩 나오는 퇴직연금이 있어 750호주달러(약 68만 원)의 관리비도 비교적 저렴하다고 느낀다. 그는 “생활비를 내고 남는 돈은 여행이나 파티, 가족을 위한 선물에 쓴다. 혜택이 좋은 연금 덕분”이라며 웃었다.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늙고 있는 한국에선 찾기 어려운 모습이다. 한국은 지난해 12월 국민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일본(10년), 독일(36년), 프랑스(39년)와는 달리 고령사회가 된 지 불과 7년 만에 초고령사회를 맞이한 것.하지만 ‘실버 시프트’ 준비는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시니어를 중심에 놓고 연금, 정년, 의료, 교육 등 모든 정책과 산업의 큰 그림을 다시 그려야 하는 시점이지만 개혁의 움직임은 더딘 것이다. 건강과 소득을 갖춘 노년층을 일컫는 ‘영 올드(Young Old)’가 소비와 생산의 주체가 되고 있는 선진국과 달리 한국 노년층은 노후 버팀목의 부재 속에 소비를 줄이고 있다. 퇴직연금 연평균 수익률은 최근 10년 기준 2%대에 불과하고, 취업 시장에 뛰어든 노인 절반은 100만 원 아래의 월급을 받는 현실 때문이다.한국 경제성장률이 1%대로 추락하며 저성장이 고착화될 위기 상황에 준비 없이 맞이한 초고령화가 전체 경제 활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2차 베이비붐 세대(1964∼1974년생)의 은퇴에 따라 경제성장률이 2024∼2034년 연 0.38%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정했다.전문가들은 더 늦기 전에 연금부터 의료, 산업 현장까지 모든 사회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될수록 소비가 위축돼 경제에 전방위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새로운 인구구조를 바탕으로 잠재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투자를 아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영올드(Young Old)젊고 건강한 60, 70대 고령자. 이전 세대보다 평균 학력이 높고 구매력을 갖춰 은퇴 이후에도 여행과 취미 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특징이 있다.[실버 시프트, 영올드가 온다] 〈1〉 초고령사회, 갈길 먼 韓 실버시프트호주, 월급 12% 붓는 퇴직연금 기본… 없을땐 月최대 209만원 노령연금英은 기초-퇴직-개인 3중 연금… 노년층 ‘영올드’ 소비-생산 주체 부상韓, 준비없이 초고령사회 진입… 취업제도 개선-연금개혁 서둘러야‘부파(BUPA) 은퇴자 마을’의 여유로운 노인들 뒤에는 호주의 퇴직연금 ‘슈퍼애뉴에이션(슈퍼)’이 자리한다. 1992년 도입된 슈퍼는 기업 규모에 상관없이 월 450호주달러(약 41만 원) 이상을 버는 근로자라면 의무 가입해야 하는 ‘국민 퇴직연금’이다. 의무납입액(월 급여의 11.5%)은 전액 고용주가 내지만 높은 수익률 덕에 근로자들이 여윳돈을 추가로 붓는 경우도 적지 않다. 남편의 슈퍼로 생활하는 닷 비숍 씨(81)는 “남편이 일할 때는 항상 내게 ‘생활비를 얼마나 썼냐’고 묻곤 했지만 은퇴 후에는 돈 걱정이 사라졌다. 2년에 한 번 세계 곳곳을 여행하고 새로운 걸 배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을 오래 쉬어 슈퍼에 미처 많은 돈을 붓지 못한 호주인들에게는 세금으로 지급되는 노령연금이 노후 버팀목이 되어 준다. 67세부터 받을 수 있는 노령연금은 소득과 자산에 따라 차등적으로 지급되는데 1인 기준으로 한 달에 2300호주달러(약 209만 원)까지 받을 수 있다.● 연금-일자리에 선진국은 여유로운데… ‘노후 버팀목’ 없는 한국지난해 말 영국 헨리온템스의 개인 회원제 클럽 필리스 코트에서 만난 캐런 그리브 씨(70)도 “우리 지역 노인들은 운동이나 취미, 동호회 활동에 열심이다. 삶을 즐길 수 있는 돈이 있기 때문”이라며 만족감을 표했다. 영국 국민 누구나 가입하는 기초연금 외에도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이 은퇴 생활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66세 이상이 받는 기초연금은 한 달에 평균 815파운드(약 145만 원)까지 지급되고 있으며, 퇴직연금 수익률도 10년 평균 연 7% 정도다. 이렇듯 영국, 호주 등 선진국에선 탄탄한 다층 연금, 재취업 시장 등을 바탕으로 노년층이 ‘영 올드(Young Old·젊은 노인)’로서 소비와 생산의 주체로 부상 중이다. 반면 준비 없이 초고령사회에 도달한 한국의 상황은 딴판이다. 고령사회가 된 지 불과 7년 만에 국민의 20%가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지만 연금, 산업 구조를 변화된 사회 구조에 맞게 전환하는 ‘실버 시프트’엔 속도가 나질 않고 있다.준비 없는 초고령화 탓에 한국의 고령층은 지갑을 닫고 있다. 은퇴 후 생활비를 충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연금과 부족한 일자리에 소비부터 줄이는 것이다. 퇴직연금의 10년(2013∼2022년 기준) 연평균 수익률이 미국은 7.79%, 호주가 6.72%, 일본은 4.10%인 반면 한국(2014∼2023년 기준)은 2.07%에 불과하다. 전체 적립금의 87.2%가 여전히 예금 등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쏠린 결과다. 자산의 대부분이 부동산에 묶여 있는 점도 한국의 약점으로 꼽힌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고령층 자산의 83.66%는 부동산이었다.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전모 씨(65)도 대출을 끌어다 ‘집 한 채’에 자산을 몰아뒀다가 은퇴 후 자금난에 처했다. 전 씨는 “집을 팔고 싶지만 가격을 1억 원 내려도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 은퇴 후 고정 수입이 100만 원대로 줄어 대출 이자 부담이 상당히 크다”고 했다. 고령층 일자리 시장도 열악하다. 한국의 일하는 노인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많은 37.3%에 달하지만, 이 중 절반 가까운 노인들이 월 100만 원도 못 벌고 있다.● 활력 떨어지는 한국 경제도 조로화 기로초고령화는 한국 경제에도 최대 위협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경제의 허리를 담당하는 생산가능인구(15∼64세) 비중이 2025년부터 70%를 밑돌기 시작해 2050년에는 51.9%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65세 이상의 고령 인구는 2050년 40.1%까지 치솟을 것으로 점쳐진다. 이는 노동생산성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OECD에 따르면 2023년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44.4달러로, OECD 회원국 38개국 중 33위에 머물렀다. 한국은행은 2차 베이비붐 세대(1964∼1974년생)가 은퇴할 경우 2024∼2034년 11년에 걸쳐 연간 경제성장률이 0.38%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진단하기도 했다. 결국 2차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에 발맞춰 제도 개선 논의가 본격화돼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2차 베이비붐 세대의 경우 근로 의지가 강하고 교육 수준 및 디지털 친화력이 높은 만큼 이들의 특성을 반영한 취업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한은에서는 강력한 제도 변화로 이들의 고용률이 증가할 경우 경제성장률 하락폭이 최대 0.22%포인트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기금 고갈을 막기 위한 연금 개혁을 빠르게 추진하는 한편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 노년 일자리 확보와 같은 정책 지원이 급선무라는 진단도 나온다. 로허르 플라녜 네덜란드 사회고용부 연금 프로그램 디렉터는 “연금 개혁을 준비하기 시작한 이후 실제로 유의미한 성과로 이어지기까진 최소 10년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조언했다.특별취재팀▽팀장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 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지난해 11월 19일 오후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서덜랜드 ‘부파(BUPA) 은퇴자 마을’ 아파트 안. 수영장을 지나 공용 거실에 들어서자 70, 80대 입주자 11명이 골대가 그려진 매트 위에서 공 굴리기 게임을 하고 있었다. 돌아가며 공을 굴리던 이들은 공이 골대 가까이 갈 때마다 환호하며 박수를 쳤다. 공무원으로 일하다 20년 전 은퇴한 제프 듀발 씨(77)도 부인과 함께 4년 전 이곳으로 이사 왔다. 집에서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는 건 물론이고 사교 행사에도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이곳에서의 삶이 만족스럽기 때문이다. 이날도 수중 에어로빅, 공예 수업, 카드 게임 등 입주자들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가 쉴 새 없이 열렸다. 매달 7000호주달러(약 640만 원)씩 나오는 퇴직연금이 있어 750호주달러(약 68만 원)의 관리비도 비교적 저렴하다고 느낀다. 그는 “생활비를 내고 남는 돈은 여행이나 파티, 가족을 위한 선물에 쓴다. 혜택이 좋은 연금 덕분”이라며 웃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늙고 있는 한국에선 찾기 어려운 모습이다. 한국은 지난해 12월 국민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일본(10년), 독일(36년), 프랑스(39년)와는 달리 고령사회가 된 지 불과 7년 만에 초고령사회를 맞이한 것. 하지만 ‘실버 시프트’ 준비는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시니어를 중심에 놓고 연금, 정년, 의료, 교육 등 모든 정책과 산업의 큰 그림을 다시 그려야 하는 시점이지만 개혁의 움직임은 더딘 것이다. 건강과 소득을 갖춘 노년층을 일컫는 ‘영 올드(Young Old)’가 소비와 생산의 주체가 되고 있는 선진국과 달리 한국 노년층은 노후 버팀목의 부재 속에 소비를 줄이고 있다. 퇴직연금 연평균 수익률은 최근 10년 기준 2%대에 불과하고, 취업 시장에 뛰어든 노인 절반은 100만 원 아래의 월급을 받는 현실 때문이다. 한국 경제성장률이 1%대로 추락하며 저성장이 고착화될 위기 상황에 준비 없이 맞이한 초고령화가 전체 경제 활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2차 베이비붐 세대(1964∼1974년생)의 은퇴에 따라 경제성장률이 2024∼2034년 연 0.38%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정했다. 전문가들은 더 늦기 전에 연금부터 의료, 산업 현장까지 모든 사회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될수록 소비가 위축돼 경제에 전방위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새로운 인구구조를 바탕으로 잠재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투자를 아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영올드(Young Old)젊고 건강한 60, 70대 고령자. 이전 세대보다 평균 학력이 높고 구매력을 갖춰 은퇴 이후에도 여행과 취미 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특징이 있다.특별취재팀▽팀장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 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연금 개혁은 보험료 부담이 줄어들면 서비스(수급액 등)도 나빠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한국 정부도 국민연금을 개혁하려면 국민에게 이 시스템을 이해시키기 위한 노력부터 더 해야 할 것입니다.” 세계적 노동경제학자 세이케 아쓰시(清家篤) 일본적십사자 총재 겸 일본 고령화대책위원장(전 게이오대 총장·사진)은 지난해 말 일본적십자사 본사에서 동아일보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앞서 일본의 공적연금인 후생연금도 우리 국민연금과 유사한 진통을 겪었다. 1990년대 장기침체 여파로 2002년 후생연금은 적자로 돌아섰다. 당시 2100년까지 연금 지급액 740조 엔이 필요한데, 480조 엔이 부족하다는 추정치가 나와 연금 고갈 우려가 커졌다. 우리와 다른 점이라면 이를 계기로 2004년 이른바 ‘더 내고, 덜 받는’ 연금개혁이 이어졌다는 점이다. 일본 정부는 보험료율을 13년에 걸쳐 조금씩 올리고, 공적연금 수급 개시 나이 역시 단계적으로 60세에서 65세로 인상했다. 또 이에 발맞춰 노사 합의로 65세까지 계속 고용을 실시하도록 법률을 개정했다. 획일적 정년 연장 추진이 아니라 기업에 60세 이상 고령자에 대한 정년 폐지, 정년 연장, 정년 후 재고용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다. 세이케 총재는 “정부의 연금 개혁에 대한 명확한 모델 제시와 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설득, 연금 지급 개시 나이 인상에 대응한 고용 연장 합의 등이 연금 개혁 성공의 배경”이라고 말했다. 노인 고용 확대 정책을 둘러싼 청년층의 반발이 없었냐고 묻자 “일본은 전반적으로 일손이 부족해 젊은이들 취직이 어렵지 않아 저항이 크지 않았다”라면서도 “노인 일자리 확대로 국민연금 납부자가 늘면 젊은이들은 상대적으로 그 부담이 줄어드는 것”이라며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비인기 정책인 연금 개혁을 위해서는 정치권의 뚝심이 필요하다고도 제언했다. 그는 “태어나지도 않은 미래 세대에 대한 부담 전가는 어떻게라도 막아야 한다는 대명제에 합의가 이뤄져 개혁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연금 개혁은 정치인 입장에서는 비인기 주제”라면서 “한국에서도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처럼 용기 있는 결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여론의 반발이 거셌으나, 10여 년이 지난 현재 연금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해당 정책 추진은 성공적이었다고 평가된다”라고 귀띔했다.특별취재팀▽팀장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 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3일 오후 경찰청과 대통령 경호처에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과정에서 충돌하지 말 것을 지시했다.최 권한대행은 이날 양 기관에 각각 보낸 전자문서에서 “체포영장 집행과 관련한 국가기관 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국가기관 간 충돌이 발생한다면 우리 헌정사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일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모든 법 집행은 평화적이고 절제된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만큼, 관계기관 간에 폭력적 수단과 방법을 사용하는 일만큼은 절대 없어야 한다”며 “관계기관장들은 질서 유지와 충돌 방지에 유념해 달라”고 강조했다.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앞서 나간 메시지와 달리 이번 메시지는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공식 지시사항이다. 만약 불상사가 생긴다면 문제 삼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권한대행은 앞서 5일 대상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 없이 “법 집행과정에서 시민들과 공무원이 다치는 일이 없도록 신경 써 달라”는 메시지를 낸 바 있다.2차 영장 집행 시 경호처가 무력을 사용할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등 충돌 우려가 커지자 최 권한대행이 충돌 방지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 관계자는 “경호처는 경호법에 따라 법을 집행하고 있는 만큼 법 집행 자체가 잘못됐는지 판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안전사고가 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덧붙였다.이에 앞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날 오전 최 권한대행과 가진 면담 자리에서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경찰이 집행하는 것을 무력으로 저항하는 사태를 막는 게 대통령 권한대행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경제의 가장 큰 적은 불안정”이라며 “경제 회생을 위해서라도 국정 안정에, 실질적 국정 안정에 도움 되는 방향 고민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최 권한대행은 “집행되고 있는 체포영장과 관련해 어떤 일이 있어도 시민이 다치시거나 물리적 충돌로 인한 불상사는 절대로 일어나선 안 된다”고 언급했다. 최 권한대행은 내란 특검법과 관련해서는 “위헌적 요소 없는 특검법안을 여야가 함께 마련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작년 소비, 카드대란 이후 최악지난해 1∼11월 소매판매액 지수가 2003년 ‘신용카드 대란’ 사태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꺾였다. 옷, 자동차, 먹거리 등 전 영역에서 소비절벽이 나타난 탓이다. 누적된 고물가에 실질소득이 줄어드는 등 팍팍해진 가계 사정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미 내리막길로 치닫던 내수 경기에 12·3 비상계엄 사태 영향까지 맞물려 올해 소비는 더욱 얼어붙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충북 청주에서 치킨집을 하는 박모 씨(58)는 이주일에 하루씩이던 휴무일을 일주일에 한 번으로 바꿀지 고민 중이다. 지난해 12월 이후 가게를 찾는 손님들의 발걸음이 눈에 띄게 줄었기 때문이다. 박 씨는 “작년 여름 한창 더울 때도 이렇게 사람이 없진 않았다. 계엄부터 시작해 흉흉한 뉴스만 나오다 보니 사람들이 외출 자체를 안 하는 것 같다”며 “사람도 오질 않는데 난방비만 아까운 지경”이라고 했다. 지난해 내수 침체가 이어지며 소비가 크게 꺾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까지 국내 소비가 2003년 ‘신용카드 대란’ 사태 이후 2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누적된 고물가, 고금리에 주머니 사정이 나빠진 가계가 옷, 차, 먹을거리 등 전방위 품목에 대해 지갑을 열지 않은 것이다. 문제는 이번 지표에 12·3 비상계엄 사태 영향은 아직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치적 혼란이 경제에 미치는 여파가 가시화되면 소상공인 등 취약 계층이 체감하는 바닥 경제는 더 주저앉을 가능성이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소비 21년 만에 최악1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소비 수준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지수는 1년 전보다 2.1% 줄었다. 소비가 마이너스로 돌아선 2023년 1∼11월(―1.6%)보다도 감소 폭이 커진 것이다. 같은 기간 기준으로 2003년(―3.1%) 이후 가장 큰 내림세다. 2003년 당시에는 무분별한 신용카드 발급과 대출 부담이 경제적 위기 상황으로 불거져 소비가 뚝 떨어졌다. 작년 소비 절벽은 상품군을 가리지 않고 나타났다. 옷이나 신발과 같은 준내구재 소비는 가장 큰 폭(3.7%)으로 하락했고, 자동차·가전 등 내구재 소비 역시 2.8% 줄었다.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 소비는 1.3% 뒷걸음질했다. 2023년에 이어 2년째 내구재, 준내구재, 비내구재 소비가 동반 감소한 것으로, 모든 상품군에서 소비가 2년 연속 줄어든 건 1995년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처음이다. 문제는 지난해 12월 이후 내수가 1∼11월보다 더 악화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 소비자 심리가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보다 더 얼어붙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정부 역시 올 초 내놓은 경제전망에서 민간 소비 증가율이 1.8%에 그칠 것으로 내다보며 지난해 하반기(7∼12월) 전망치(2.3%)보다 큰 폭 내려 잡았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비가 특별히 좋아질 기미는 당장 보이지 않는다. 정부가 내수 경기 진작을 위해 이달 27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했지만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수 경기가 풀리려면 불확실성이 제거돼야 한다. 그중 첫째가 우리나라 국내 정치적 문제”라고 말했다.● 계엄 여파에 물가까지 흔들… 자영업자들 울상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는 점도 내수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1.9% 올라 전월(1.5%)보다 증가 폭이 커졌다. 고공행진하는 환율에 석유류 가격이 오르면서 전체 물가를 밀어 올린 것이다. 특히 농축수산물 물가는 1년 전보다 2.6% 올라 오름세가 가팔랐다. 자영업자 박모 씨는 “닭강정에 쓰이는 냉동 고기는 작년 여름 kg당 200원 오른 걸 빼곤 한 번도 안 올랐는데, 최근에 1000원 가까이 올랐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1.8L 업소용 식용유도 최근에 6000원 올랐고 무와 배추 가격은 2배로 뛰었다”고 우려했다. 정국 혼란이 당분간 이어지면서 올해 물가는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 역시 최근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최근 고환율 등으로 좀 더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 경우 재료비 상승분을 음식가격에 반영하기 어려운 소상공인 등이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환율이 올라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수입 물가가 오르면서 예상보다 물가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내수를 살리려면 재정을 풀어야 하는 시점이다. 특히 취약 계층을 위한 재정 투입이 효과가 가장 크다”고 제언했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세종=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앞으로 국산 대형 전기승용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도 세제 혜택을 더 쉽게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의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요건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이달 22일까지 행정예고했다. 배터리 화재 등으로 둔화된 전기차 수요를 살리려는 취지다. 개정안은 전기승용차 ‘중대형’ 분류를 중형과 대형으로 구분하고, 대형차에 대해 친환경차로 인정하는 문턱을 낮추는 게 골자다. 우선 앞뒤 바퀴 사이의 거리인 축간거리가 3050mm 이상이면 대형으로 분류된다. 이 경우 에너지소비효율이 kWh당 3.4km만 충족하면 친환경 차량으로 인정해 세제 혜택을 주기로 했다. 그간에는 전기승용차는 중대형 관계없이 에너지소비효율이 kWh당 3.7km 이상 돼야 친환경 전기차로 인정해왔다. 친환경 인증을 받은 차량을 구입하는 소비자들은 개별소비세를 최대 300만 원까지 감면받을 수 있다. 또 개별소비세 감면 폭의 30%에 해당하는 최대 90만 원 교육세 감면과 최대 140만 원까지 취득세 감면 혜택도 받을 수 있다. 반면 축간거리가 3050mm 미만인 중형 차량은 앞으로 kWh당 4.2km 이상이어야 친환경차 인증을 받도록 기준이 강화된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지난해 1~11월 소비 지표가 ‘신용카드 대란’ 당시인 2003년 이후 가장 큰 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내리막길이던 내수에 비상계엄 사태가 찬물을 끼얹으며 올해 서민 경제가 더 얼어붙을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1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소비 수준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 지수는 1년 전보다 2.1%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신용카드 대란 여파로 소비가 급감한 2003년(―3.1%) 이후 가장 큰 감소세다. 이 기간 소비 절벽은 상품군을 가리지 않고 나타났다. 의복과 같은 준내구재 소비는 가장 큰 폭(3.7%)으로 하락했고 자동차·가전 등 내구재 소비 역시 2.8% 줄었다.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 소비는 1.3% 뒷걸음질했다. 2023년에 이어 2년째 내구재, 준내구재, 비내구재 소비가 동반 감소한 것으로, 모든 상품군에서 소비가 2년 연속 줄어든 건 1995년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처음이다. 상세 품목별로 보면 2023년 7.6% 늘었던 승용차 소비는 지난해 6.5% 줄며 마이너스 전환했다. 의복 소비도 3.2% 줄었다. 농산물 가격 폭등으로 고물가 직격탄을 맞은 음식료품의 경우 2023년(―1.8%)에 이어 지난해 2.5% 줄며 낙폭이 커졌다. 음식료품은 2006년부터 2021년까지 16년 연속 증가하다가 최근에는 3년째 내리막을 걷고 있다. 계엄 및 탄핵정국으로 인한 정치적 혼란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데다, 최근 고환율 악재까지 겹치면서 올해 역시 내수 회복은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소비자 심리가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보다 더 얼어붙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정부 역시 올 초 내놓은 경제전망에서 민간 소비가 1.8%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며 지난해 하반기(7~12월) 전망치(2.3%)보다 큰 폭 내려 잡았다. 전문가들은 소비 절벽이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큰 만큼 빠른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당장은 소비가 특별히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정치적 혼란도 언제 끝날지 모르니 재정을 투입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 교수는 “저소득층이나 소상공인들을 기준으로 추경을 해야 한다”라며 “금액보다는 속도가 중요하다. 2월 내로 재정이 풀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글로벌 신용평가사들과 연달아 만나 한국 경제에 대한 신뢰를 요청했다. 비상계엄 및 탄핵 정국으로 정치 불안이 확대된 가운데 국고채 발행 증가 등으로 국가신용등급 하락 가능성까지 제기되자 대외 신인도 관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신평사들은 정국 혼란 장기화 시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재차 경고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최 권한대행은 9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무디스, 피치 등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와 면담을 진행했다. 최 권한대행은 킴엥 탄 S&P 국가신용등급 아시아태평양 총괄, 마리 디론 무디스 국가신용등급 글로벌 총괄, 제임스 롱스돈 피치 국가신용등급 글로벌 총괄과 각각 면담을 가졌다. 지난해 12월 13일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신분으로 이들 신용평가사 고위급 인사와 면담을 가진 데 이어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벌써 두 번째 만남이다. 이 자리에서 3사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면서도, 정국 혼란이 장기화하면 외국인 투자나 기업의 의사결정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최 권한대행은 한국의 국가 시스템은 차질 없이 운영되고 있으며, 정치적 불확실성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근 정국 혼란 속에 국가신용등급 하락 우려가 불거진 상태다. 피치는 비상계엄 및 탄핵 정국이 장기화되면 한국의 신용도 하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국가신용등급이 하락하면 외국 자본 이탈과 환율 급등 등 경제 전반에 연쇄적 충격이 불가피하다. 국가신용등급은 한 번 떨어지면 회복하기가 어렵다.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S&P가 발표한 국가신용등급이 AA―에서 B+로 10계단이나 급락했다. 신용등급은 18년이 지난 2015년에야 외환위기 이전 수준(AA―)으로 회복됐다.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신정부가 들어선 뒤 예상보다 더 다양한 이슈가 벌어질 수 있는 만큼 정치적 불확실성이 없어지고 경제가 안정화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앞으로 모바일 커피 쿠폰 등을 제때 쓰지 못했을 때 쿠폰 금액의 95%까지 환불받을 수 있게 된다. ‘노쇼(No-Show·예약 부도)’를 줄이기 위해 소비자가 부담하는 위약금은 현재보다 더 높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8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25년 주요 업무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공정위는 우선 상반기(1∼6월) 중 표준약관에 규정된 모바일 상품권 환불 비율을 현행 90%에서 95%로 늘리기로 했다. 1만 원짜리 커피 쿠폰의 유효기간이 지났을 때 지금은 9000원만 돌려받을 수 있는데 앞으로 9500원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약관을 통해 양도나 환불을 제한한 모바일 상품권이 있다면 해당 불공정 약관도 시정하기로 했다. 또 노쇼로 인한 자영업자의 피해가 없도록 위약금 기준도 정비한다. 현행 소비자분쟁해결 기준대로는 위약금을 결제 금액의 10%까지만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파인다이닝(고급 식당) 등 고가의 식재료를 이용하는 경우에는 10%의 위약금으로 손해를 보전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실태조사로 노쇼 피해 현황을 파악한 뒤 업종에 따른 현실적인 위약금 기준을 정하기로 했다. 이 경우 소비자의 위약금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등 구독 상품과 관련해서는 소비자가 다음 결제일 전에라도 해지할 수 있도록 환불 기준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만든다. 공정위는 중도 해지를 방해하거나 제한한 혐의를 받는 쿠팡, 네이버, 넷플릭스 등에 대해 최근 제재 절차에 착수했는데 이런 기만행위를 사전에 막겠다는 것이다. 알리, 테무 등이 실제 판매가와 다른 ‘낚시성 가격’을 올려두는 행위에 대해서도 상반기 중 제재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또 청년 소비자들을 울리는 ‘스드메(스튜디오 촬영, 드레스, 메이크업) 갑질’을 막도록 상반기 안에 주요 업체들의 가격 공개를 유도하기로 했다. 출산·육아 분야에 대해서도 육아용품 부당광고 같은 불공정행위를 집중적으로 살핀다. 식당 예약, 줄서기, 원격주문 등을 제공하는 업체들이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갑질’을 하진 않는지 불공정 관행 실태조사 역시 실시한다. 이들 업체가 최근 요금을 올려 자영업자의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쿠팡, 마켓컬리 등 직매입 유통업체의 정산 기한도 단축한다. 앞서 정부는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오픈마켓 정산 기한을 20일 이내로 정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정산 기한이 최대 60일에 달하는 직매입 업체는 대상에서 제외돼 규제 사각지대에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년 만에 ‘경기 하방 위험’을 경고하고 나섰다. 정국 혼란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가계와 기업의 경제 심리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때보다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KDI는 8일 내놓은 ‘1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생산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경기 개선이 지연되는 가운데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경제 심리 위축으로 경기 하방 위험이 증대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KDI가 경기 하방 압력 확대를 언급한 건 2023년 1월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12월에는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모습”이라고만 진단했는데 한국 경제에 대한 평가가 한층 더 어두워졌다. 경기 하방 위험이 현실화될 경우 정부가 잡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인 1.8%조차 지키기 어려울 수 있단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KDI는 최근의 정국 불안이 2016∼2017년 탄핵 정국 때보다도 가계와 기업 심리를 더 크게 위축시켰다고 분석했다. KDI가 2016∼2017년 탄핵 정국 때와 최근의 탄핵 정국을 추가로 비교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난해 1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한 달 새 12.3포인트 급락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에는 3개월에 걸쳐 9.4포인트 떨어졌다. 올 1월 제조업과 비제조업 경기전망지수(BSI) 역시 한 달 전보다 각각 5포인트, 8포인트씩 하락했다. 2016∼2017년 탄핵 정국에선 BSI가 오히려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KDI는 “반도체를 제외한 생산과 수출은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으며 상품소비와 건설투자의 부진이 장기화되고 내수 회복이 지연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지난해 11월 재고율이 전달에 이어 높은 수준을 보인 가운데 평균 가동률이 하락하는 등 제조업 생산의 둔화를 시사하는 지표도 점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년 만에 ‘경기 하방 위험’을 경고하고 나섰다. 정국혼란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가계와 기업의 경제 심리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보다 악화했다고 진단했다.KDI는 8일 내놓은 경제동향 1월호에서 최근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해 “생산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경기 개선이 지연되는 가운데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경제 심리 위축으로 경기 하방 위험이 증대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지난달까지는 경제적 불확실성이 확대된다고만 썼는데 한층 더 어두워진 진단을 내놓은 것이다. KDI가 경기 하방 압력에 대해 본격 언급한 건 2023년 1월 이후 처음이다.특히 가계와 기업의 심리지표가 2016~2017년 탄핵정국 때보다도 크게 악화했다고 봤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난해 1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한 달 새 12.3포인트 떨어졌다.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에는 3개월에 걸쳐 9.4포인트 내려갔는데, 최근의 내림폭이 더 크다. KDI는 “기업심리지수도 과거와 달리 비교적 큰 폭으로 하락했다”고 덧붙였다.지난해 한국 경제를 떠받쳐온 수출 역시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미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통상환경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수출 여건이 악화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소비(소매판매) 역시 11월 기준 1년 전보다 1.9% 주는 등 내수 역시 좀처럼 살아나질 않고 있다. 이는 계엄 및 탄핵 정국으로 인한 영향이 반영되기 전이라 12월 지표는 이보다 더 악화할 가능성도 있다. 11월 건설업생산 역시 12.9% 급감했다.KDI는 “반도체를 제외한 생산과 수출은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으며 건설업을 중심으로 내수 경기도 미약한 흐름을 보인다”고 밝혔다. 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올해 설 연휴와 주말 사이에 낀 월요일인 1월 27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될 것으로 보인다. 7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2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는 안을 유력하게 살펴보고 있다. 이르면 8일 예정된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임시공휴일 지정안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임시공휴일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최종 지정된다. 기획재정부는 27일 임시공휴일 지정과 관련해 “설 명절 대책 마련을 위해 다양한 과제를 검토 중”이라며 “구체적인 내용은 결정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설 연휴 전날 월요일인 27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 직장인은 직전 주말을 포함해 6일을 연달아 쉴 수 있게 된다. 설 연휴가 끝난 금요일인 31일 하루 휴가를 내면 주말까지 총 9일을 쉴 수 있다. 정부가 임시공휴일 지정을 고심하는 건 침체된 내수를 살리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경기 부진에 계엄 및 탄핵 정국까지 겹치며 소비심리가 위축되자 내수 진작 카드를 만지작 거리는 셈이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어려운 민생경제가 최근의 정치적 상황과 맞물리며 더 얼어붙을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각 부처에 내수 회복 대책의 속도감 있는 추진을 당부한 바 있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12·3 비상계엄 선포 사태 이후 4대 그룹 총수를 비롯한 주요 재계 인사들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여 조속한 국정 안정을 요구하는 한편 경제 한파 속에 민관이 합심해 위기 극복에 나서자는 의지를 다졌다. 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25 경제계 신년 인사회’에는 행사를 주최한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SK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 대표 등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이 대부분 참석했다. 전남 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인한 국가애도기간이 아직 끝나지 않은 데다 정치적 혼란 상황이 겹쳐 당초 행사가 축소되거나 취소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지만 정·재계 인사 600여 명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대한민국 경제계가 건재함을 대외에 보이고, 위기 극복에 나서야 한다는 절실한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최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경제에 있어 가장 큰 공포는 불확실성”이라며 “정부와 정치 지도자분들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 파고의 방파제가 돼 위협 요인으로부터 기업을 최우선으로 보호하겠다”고 화답했다. 이날 앞서 열린 ‘2025 중소기업인 신년 인사회’에서 김기문 중기중앙회장도 “국회는 경제와 민생 입법에 더욱 매진하고 정부는 흔들림 없이 경제 정책을 펼쳐 달라”고 당부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이민아 기자 omg@donga.com}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제계 및 주한미국대사 등과 잇달아 만나 정국 혼란으로 인한 경제·외교 불확실성을 해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경제부처를 시작으로 업무보고도 예정대로 받는다. 최 권한대행이 국정운영의 키를 잡고 정국 안정에 시동을 걸었다는 분석이 나온다.최 권한대행은 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25 경제계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경제가 살아야 대한민국이 산다는 믿음으로 경제 파고의 방파제가 돼 위협요인으로부터 기업을 최우선으로 보호하겠다”며 탄핵 정국 이후 불확실성이 커진 우리 경제의 안정을 최우선 정책 기조로 삼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날 신년인사회에는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 대표 등 4대 그룹 총수를 비롯해 주요 재계 인사 500여 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최 권한대행은 앞서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 및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을 만나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외교·안보 기조를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탄핵 정국을 뒤로하고 한미가 상호 협력해 나가자는 뜻을 밝혔다.8일부터는 산업통상자원부 등 4개 경제부처를 시작으로 닷새간 2025년 업무보고도 받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최 권한대행은 비상계엄과 탄핵 직후부터 무엇보다도 경제와 민생을 챙겨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간 헌법재판관 임명 여부를 고심하느라 시간을 많이 쓴 만큼 이제는 산적한 현안을 처리해야 할 때라는 판단이 든 것”이라고 설명했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정부가 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들에게 긴급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사고 수습 과정에서 발생한 돌봄 공백을 해소해 주려는 취지다. 저소득 유가족에게는 긴급생계비를 지원하고, 전남 무안군 등에는 1억 원 이상의 재난구호사업비를 지급한다.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일 주재한 제8차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이같이 밝혔다. 최 권한대행은 “어제부터 희생자분들의 발인이 시작됐다. 유가족 희망에 따라 일시에 장례가 집중되더라도 불편이 없도록 수급 상황을 면밀히 살펴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심에 빠진 유가족 건강 회복을 위해 무안 공항 현장에서 의료 진료소, 한방 진료소, 수액실 등도 세심히 운영하겠다”고 덧붙였다.정부는 유가족의 부담을 덜어줄 대책도 발표했다. 우선 남은 가족에 대한 돌봄이 어려운 유가족들에겐 6일부터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특별 성금을 활용, 긴급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가사·이동 지원, 아동 돌봄 등 서비스를 30일 내 최대 72시간(일 최대 8시간)까지 제공한다. 돌봄 지원이 필요한 유가족은 공항 내 접수 전화, 긴급 돌봄 대표 전화 등으로 신청할 수 있다.추모 과정에서 유가족들이 생계 곤란을 겪지 않도록 추가 지원도 한다. 저소득 유가족에 대해 긴급생계비를 지원해 주고 6개월간 건강보험료를 내려준다. 이밖에 1년간 국민연금 보험료 납부예외를 적용하고, 통신·방송 요금감면도 확대하기로 했다.행정안전부는 유가족 대상 생필품 지원 등 지방자치단체의 구호 활동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재난구호사업비를 지원한다. 전남 무안군과 광주광역시에 각각 8000만 원, 4000만 원씩 총 1억2000만 원 규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유가족 등이 통신 서비스를 원활하게 이용하도록 무료 와이파이, 휴대전화 충전, 보조배터리 등을 지원 중이다.최 권한대행은 “추모 과정에서 생업을 뒤로할 수밖에 없는 유가족들의 어려움은 커지고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생계의 어려움을 겪고 계신 유가족분들의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고자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유가족들을 위한 추가 지원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정부가 무안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에 대해 긴급 생계비를 지원한다. 희생자와 유가족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허위 정보를 퍼뜨리는 인터넷 글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응하기로 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일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7차 회의에서 이같이 밝혔다. 최 권한대행은 “비통한 심정인 유가족분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어젯밤 기준으로 희생자 24분이 장례식장에 안치됐다. 관계 기관에서는 장례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유가족분들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필요한 지원을 충분히 해 달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행정안전부는 생계의 어려움을 겪는 유가족에 대해 긴급 생계비를 신속하게 지원할 수 있도록 안내할 계획이다. 재난피해자 통합지원센터를 통해 기존 지방세 감면, 징수 유예 상담에 더해 국세 납부 유예 상담도 받을 수 있다. 최 권한대행은 전날 중대본에서 논의된 직장인, 군인 휴가 문제 등 유족 건의 사항에 대해서도 관계 기관에 신속한 이행도 당부했다. 최 권한대행은 이날 오후 분향소 조문을 마친 뒤 유족과 비공개 면담을 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유족들은 ‘유족을 비방하거나 이번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을 폄훼하는 유튜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으로 마음의 상처를 크게 입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에 최 권한대행은 경찰 측 배석자에게 신속하고 강력한 대응을 주문하면서 “내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 오고, 예방 차원에서 최대한 빨리 언론에 알려 달라”고 지시했다. 이에 경찰청은 희생자와 유가족의 명예를 훼손하는 게시글을 모니터링해 삭제, 차단하고 필요시 수사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플랫폼 사업자에 차단 등의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올 상반기(1∼6월) 중 출고된 자동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는 최대 ‘100만 원+α’의 세금을 아낄 수 있게 된다. 취약계층은 가전 구매비를 최대 30%까지 환급받을 수 있고, 정부와 회사로부터 20만 원의 휴가비를 지원받는 대상도 전보다 대폭 늘어난다. 맞벌이 주말부부 모두에게 월세 세액공제를 해주는 방안 역시 올해 추진된다. 2일 정부가 낸 ‘2025년 경제정책방향’에는 소비를 활성화하고 생활비와 각종 세금 부담을 덜어줄 만한 대책이 담겼다. 각종 소비에 대해 세제 혜택을 주고 가계에 여윳돈이 생기도록 지원해 침체된 내수를 살리려는 취지다. ● 자동차 등 ‘내구재 3종’에 세제 혜택·환급↑ 정부는 내수 경기를 살릴 목적으로 세제 및 재정 카드를 동원해 자동차와 전기차, 가전 등 ‘내구재 소비촉진 3종 세트’를 시행하기로 했다. 우선 이달 3일부터 6월 30일까지 출고되는 자동차를 구매하면 최대 100만 원까지 개별소비세(개소세)를 30% 감경받을 수 있다. 개소세와 연동해 부과되는 각종 세금도 줄줄이 내려간다. 예를 들어 4000만 원 상당의 국산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구매하면 개소세는 164만 원에서 49만 원이 줄어든다. 여기에 개소세의 30%인 교육세는 15만 원, 개소세와 교육세를 더한 금액의 10%인 부가세는 6만 원이 감소한다. 총 70만 원의 세제 혜택이 주어지는 것이다. 노후 차량을 교체하는 경우에는 100만 원 한도에서 개소세를 70% 감면받을 수 있다. 전기차 구매 보조금도 이어간다. 보조금 액수는 안전 및 성능 기준과 가격에 따라 달라지는데, 중대형 승용차는 최대 ‘580만 원+α’, 소형은 최대 ‘530만 원+α’이다. 구매하는 전기차 가격이 5300만 원 아래면 보조금 전액을, 5300만 원 이상 8500만 원 미만이면 절반을 받을 수 있다. 취약계층의 가전 구매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고효율 가전 구매 시 환급 수준도 높이기로 했다. 장애인, 독립유공자, 기초생활수급자 등은 환급률이 현행 20%에서 30%로 올라간다. 다자녀 가구 등은 10%에서 15%로 높아진다. 소비를 살리고 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한 각종 지원책도 마련됐다. 우선 근로자 임금을 인상한 기업이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도록 통합고용세액공제 등 개편을 추진한다. 근로자의 소득을 보강해 소비를 활성화하려는 취지다. 국내 관광을 살리기 위해 최대 3만 원어치 ‘비수도권 숙박 쿠폰’도 100만 장을 새롭게 푼다. 중소기업 근로자가 혜택을 볼 수 있는 ‘휴가지원사업’ 지원 대상도 6만5000명에서 15만 명까지로 2배 이상으로 늘린다. 이는 근로자가 20만 원을 내면 정부와 기업이 각각 10만 원을 얹어줘 총 40만 원의 국내 여행 경비를 마련해주는 사업이다.● ‘주말 부부’ 모두가 월세 세액공제 주거비 등 생계비를 감경해주고 목돈 마련을 지원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각자 출퇴근하는 맞벌이 주말부부의 경우 가구당 1000만 원 한도 내에서 각각 월세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추진한다. 현재는 가구주가 월세 세액공제를 받으면 배우자는 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는데, 이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기준은 올해 세법개정안에 넣을 예정이다. 중소기업 근로자 등에게 1년 이상 미임대된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고, 뿌리산업 재직자에게 중소기업 장기근속자 특별공급 가점을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전세 임차인이 ‘대출 갈아타기(대환대출)’를 하더라도 전세대출금에 대한 소득공제 혜택이 유지될 수 있도록 소득공제 적용 범위도 확대한다. 그동안은 금융기관이 차입금을 임대인 계좌에 직접 입금해야만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었는데, 금융기관으로 상환이 이뤄져도 임차인 소득공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종합부동산세 1가구 1주택 특례가 적용되는 지방 저가 주택 기준은 공시가격 3억 원 이하에서 4억 원 이하로 완화된다. 취득세 중과가 제외되는 저가 주택 기준 역시 지방에 한해 공시가격 1억 원에서 2억 원까지로 올라간다. 지방의 인구 감소를 막고 경기를 살리려는 취지다. 비과세 혜택이 주어져 ‘절세통장’으로 불리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는 1인 1계좌 규제를 폐지한다. 현재는 중개형, 신탁형, 일임형 중 하나만 선택해 가입할 수 있는데, 앞으로는 2개 이상의 계좌를 만들어 투자할 수 있다. 중개형 계좌로는 주식 등을 직접 거래하면서 일임형 계좌도 만들어 전문가에게 주식형펀드 등을 운용하도록 일임하는 식이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